광고판 불빛 아래 내팽개쳐진 시민안전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고속도로 발광(發光) 광고판이 광고 수입을 의식하는 광고대행업체들의 '버티기'로 철거되지 못하고 있다. 광고 영업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광고대행업체들이 전광판 설치 및 운영 등에 들인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계약기간 유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은 광고판을 철거할 수 없다. 도로공사와 광고업체들이 싸우는 동안 시민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계속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발광 광고판이 전광판보다 4배나 더 밝아...눈부심 현상에 사고 위험
광고주들 대부분 보험업체들






▲뭐가 문제인가=

문제의 광고판들은 고속도로 상에서 교통상황 등을 알려주거나 터널이 있음을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 아래 달린 광고판으로 전국 고속도로에 118개가 있다. 이 가운데 광고판의 불빛이 강해 가장 문제가 되는 '내민식 가변정보 안내판'은 42개다.

공사는 96년부터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자 유치의 한 방법으로 민간에 전광판 운영시설 설치를 맡기는 대신 광고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야간에 이들 광고판이 지나치게 강한 빛을 발산해 운전에 큰 지장을 준다는 점. 도로공사에 따르면 야외에서 빛의 눈부심 정도를 나타내는 휘도를 전광판 15m 앞에서 측정했을 때 광고면의 밝기는 101.2칸델라로 전광판의 밝기인 28.2칸델라보다 4배가량 더 밝다. 당초 전광판보다 6배 가량 밝던 것을 한 번 낮춘 게 이 정도다. 이 정도 밝기면 야간에 운전자가 이 광고판을 본 뒤 어두운 주위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는 3~4초가량이 걸린다. 운전자가 시속 100km로 운전한다고 할 때 80~110m의 거리를 제대로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속도로 상에서 상업목적의 발광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발광 광고 때문에 운전자 및 탑승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이를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어 발광 광고와 교통사고 발생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웃 일본은 발광 광고 때문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광 광고를 금지하기도 했다.

▲광고업체와 광고주는?=

'내민식 가변정보 안내판'의 광고를 운영하는 업체는 코리콤과 전홍 두 업체다. 당초 코리콤이 전국의 전광판 42기 전체를 설치하고 운영하기로 했으나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코리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순차적으로 전홍이 20기를 인수했다. 이들이 광고판 운영을 통해 얻는 수입은 입지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기당 월 300만~700만원가량이다. 두 업체는 광고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 가운데 분기별로 4000만원 가량을 공사측에 지불하고 있다.

광고판의 광고주들은 거의 대부분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 회사들이다.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금호타이어, 동부화재, 엘지화재 등이다. 광고업체 관계자들은 "운전자들이 운전 도중 생명이나 신체 안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보다 보험회사들의 광고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아 그런 것 같다"고 풀이했다.
 
도로공사 "계약기간 만료됐으니 빨리 철거해야"

광고업체 "투자비용 회수 못한 책임 공사에도 있는데 광고 빼라니..."





▲왜 이렇게 됐나=

우선 문제의 발단은 도로공사측이 제공했다. 발광 광고를 금지하는 법 규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공사의 이익을 위해 광고업체에 광고권을 제공해 운전자 안전을 무시한 셈. 공사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들 광고판의 철거를 서둘러왔다. 이에 따라 공사측은 그동안 광고업체들과 협의해 전광 광고판의 크기를 당초 계약한 크기보다 줄였다. 또 '각 전광판의 설치 시점부터 8년간'이던 광고영업 허용기간을 '최초로 설치한 전광판의 설치 시점부터 8년간'으로 바꿨다.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따라 광고 허용기간은 올 6월18일로 만료됐다. 1년 반가량의 시차를 두고 전광판이 설치됐기 때문에 이 같은 계약 조건 변경으로 광고업체들의 광고영업기간은 사실상 줄어들게 됐다.

이에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광고대행업체는 "그동안 투자한 비용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광고영업기간의 연장을 공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두 광고업체는 만료일을 두 달 앞둔 4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사유는 크게 두 가지. 먼저 당초 광고 허용기간과 달리 도중에 조건이 달라져 업체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또 투자한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한 데는 공사측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광고 허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콤의 경우 전광판 설치 및 운영, 도로공사에 분기별로 제공하는 수익배분금 등을 합쳐 지금까지 100억원 가량 들어갔지만 아직 30억원 정도 손해난 상태라고 주장한다. 특히 도공의 요구로 광고면 크기를 줄이면서 광고주들이 해약하고 공사측의 인허가 지연으로 일부 전광판의 설치가 늦어져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전홍도 내년말까지 광고 영업을 한다고 해도 수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사측은 "광고영업 만료 기간을 광고업체와의 합의 하에 정했는데 이제 와서 갑작스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측 관계자는 "광고 크기를 줄이는 등의 요구로 업체들이 당초보다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쪽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손실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참여업체들이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자기 책임 아래 사업에 참여한 이상 손실을 봤다고 해서 우리가 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할 책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사측은 오히려 광고업체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편법을 통해 광고영업기간을 연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고업체들이 소송을 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광고판을 철거할 수 없다. 이를 악용해 이전에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3년가량 시간을 끌면서 편법 영업을 한 업체의 사례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도 광고업체들은 이 소송이 끝나는 시점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정해 기존 광고주들의 광고를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전홍과 코리콤 관계자는 "거래관계에서 강자인 도로공사로부터 법적으로 부당한 피해를 당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편법으로 영업을 연장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공사와 업체들 다투는 사이 시민안전은 내팽개쳐져


▲시민들만 '봉'인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광고업체들이 소를 취하하면 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상태에서 광고 영업을 중지하면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투자 비용을 회수하자는 게 이들 업체들의 의도이므로 공사측이 어느 정도 손실 보전을 해주면 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공사측 입장이다. 광고주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업체가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된 삼성화재는 광고를 모두 뺐고 9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교보생명도 광고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빈 자리를 광고업체들이 다른 광고물로 채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재판부가 빨리 판결을 내려주면 좋지만 어느 한쪽이 불복해 3심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지수다. 결국 공사와 업체들이 다투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은 계속 위협받게 될 것 같다.서울시립대 이수범 교수(교통공학)는 "고속도로 전광판의 목적은 운전자에게 올바른 운전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인데 이런 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돼 교통안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5

기후변화로 지리산에 대규모 산사태 29곳


지리산이 심하게 앓고 있다. 지리산 줄기 곳곳에 생긴 30곳 가량의 산사태 때문이다. 스키슬로프 자리를 깎아놓은 것 같은 이들 산사태 지역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가 굴러다닌다. 산사태 현장들은 하늘에서 보면 깨끗한 얼굴에 길게 난 흉터처럼 '민족의 영산'을 곳곳에서 후벼파놓고 있다. 10년전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지리산 산사태는 '환경재앙'의 한 징후처럼 추정된다고 한다. 백두대간의 주요한 축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지리산. '태백산맥' '남부군''지리산' 등 문학작품의 주요한 배경이기도 한 지리산의 능선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산사태의 실상과 원인 등을 현장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키슬로프 같은 면적에 승용차 크기 바윗돌 뒹굴어...2000년 이후 급증
녹색연합 "기후변화 먼 나라 얘기 아니다"






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산사태로 생겨난 집채만한 바위돌이 계곡을 뒹굴고 있다.[사진=녹색연합제공]

산사태 현황=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녹색연합은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지리산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사태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사태가 난 곳은 모두 29 곳. 이 중 27곳이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동부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산사태 발생지 중 26곳을 분석한 결과 길이 100m 이하가 12곳(46.2%)으로 가장 많았고, 100∼200m의 산사태가 난 곳이 9곳(34.6%)이었다. 산사태 길이가 400m 이상 되는 곳도 한 군데 확인됐다. 폭은 10~20m가량인 곳이 2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사태발생지역의 평균경사는 30°이상으로 대부분 급경사 지역에 속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3곳은 올해 1월 이후 확인돼 계속 관찰 중이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15년 전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산사태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 발생지역이 등산로와 떨어져 있거나 등산로 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그동안 일반에는 알려지지 못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보전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주목 등 고산침엽수림과 사스래나무, 야광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식생을 보이는 곳들이다. 녹지자연도 9등급 이상인 곳이다.

원인=

14개에 이르는 산지형 국립공원 등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수십 개의 주요 산들 가운데 지리산에 이 같은 대형산사태가 집중된 원인은 뭘까. 녹색연합은 지리산이 집중강우를 몰고 오는 태풍의 길목인 남해안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비구름 층이 고도 1500m 이상인 지리산의 주능선을 넘을 때 집중적인 강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는 1차적 원인이 강우이며 2차적 원인은 지반 및 지질 상태, 3차적 원인이 지형(경사)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리산 산사태의 원인은 지리산의 지질 및 지형적 특성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 강우가 자주 발생한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주장. 산사태가 주로 집중 강우가 발생한 해발 1500m 이상 아고산대 식생지역에서 많이 나타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보전국장은 "자연형 산사태가 30곳 가량이나 발생하는 상황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징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지형과 생태계는 온대와 아한대인데 최근 기후는 급속히 아열대성으로 변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라는 것.

향후 대책=

녹색연합은 "지리산 산사태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나라 얘기가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에 2회 전수 항공조사 및 위성 조사 등을 실시하고 관련 정부부처간 협조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형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조사 및 연구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할퀴어진 산하....녹색연합이 제공한 지리산 산사태 현장 사진들





중봉 칠선계곡 원경
.




촛대봉 도장골 원경
.




칠선봉 대성골 원경
.




거림 원경
.




연하봉 한신계곡 원경
.




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




천왕봉과 제석봉 산사태 현장 원경
.




토끼봉 빗점골 원경
.




반야봉 뱀사골 산사태 현장
.




연하봉 한신계곡 산사태 현장
by 선대인 2008. 9. 4. 16:42

국내 로스쿨, 무늬만 로스쿨


'무늬만 로스쿨'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방안에 대해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데 지금까지 내놓은 정원이나 운영방식 등을 보면 도저히 미국식 로스쿨이 가지는 효과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이 크게 제한되는 점 때문. 사개위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을 잠정적으로 1200명 정도로 잡고 있다. 3년 과정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치르게 되는 사법시험의 합격률을 80~85% 정도로 잡을 경우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는 1000명 안팎이 된다. 결국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현행 1000명 수준에서 계속 유지하는 방안인 셈이다. 정원을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많지만 변호사들의 조직인 대한변호사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1.'고시낭인' 대신 '로스쿨 낭인' 양산
2.등록금 비싸져 서민층 진학 어려워져
3.지원자의 학교 선택권 줄어들어






미국변호사협회(ABA) 웹사이트의 초기화면
이렇게 입학 정원이 제한되면 현행 고시제도의 폐해가 없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법학대학원 도입으로 '고시낭인'은 없어지겠지만 '로스쿨 낭인'이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와 같은 수의 변호사가 배출되므로 법학대학원 입학 시험이 지금의 사시와 같은 사회적 효과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병섭 상지대 교수(법학)는 최근 '법률전문대학원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서 "사개위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법학대학원은 사법연수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로스쿨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한 한 해 3000명 정도는 변호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연쇄적으로 다른 문제들을 유발한다. 우선 등록금이 비싸져 서민층의 로스쿨 진학이 어렵게 된다. 정원이 제한되면 대학원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각 대학원의 학생 수를 150명 정도로 잡을 경우 설립할 수 있는 대학원 수는 8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원 입장에서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서도 똑같이 대규모 교수진과 실무교육 시설 등을 갖추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대학원 등록금은 비싸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시설 투자 및 교수진 확충이 어렵게 된다.

법학대학원 수가 8개 정도로 제한되면 지원자의 학교 선택권도 제한되기 마련. 2004년 현재 미국변호사협회(ABA)가 공인한 로스쿨은 모두 183개. 학교 수가 많기 때문에 사립학교에 비해 3분의 1정도인 연간 1만달러(1150만원)의 등록금만 내도 되는 로스쿨이 적지 않다. 가난한 지원자들은 등록금이 싼 주립대학 로스쿨에 다니면 된다. 또 하위권 로스쿨들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성적이 좋은 경우 눈만 조금 낮추면 큰 부담 없이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다.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 로스쿨이라고 하더라도 지원자가 졸업 후 공공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학비를 사실상 면제해준다. 한 마디로 경제적 수준과 자신의 성적에 맞게 로스쿨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지원자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소수의 법학대학원만 생길 경우 학생들이 이 같은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 사개위측은 사립대학 법학대학원의 경우 학비가 연간 1500만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법학대학원이 '부자들의 전유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4.법학 교육 다양성 저해

5. 법률 서비스 대중화 어려워

6.국제 분쟁 해결과 다양한 사회 영역 기여 어려워





하버드대 로스쿨 건물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모습
정원 제한으로 인한 법학대학원 수의 부족은 교육 다양성 또한 저해한다. 미국의 경우 각 로스쿨별로 강점 분야가 다르다. 뉴욕시의 뉴욕대 로스쿨이나 포드햄 로스쿨 등은 상법 분야가 강한 반면, 많은 정치인과 공익 변호사 등을 배출한 예일대 로스쿨은 공법 분야에서 상당히 강하다. 또 조지타운대와 듀크대 로스쿨은 국제법 분야가, 튜레인대 로스쿨은 해양법이, 실리콘밸리 등에서 가까운 스탠포드 로스쿨과 로욜라대 로스쿨 등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등과 관련한 분야가 강한 식이다. 지역마다 로스쿨들이 산재해 있어 시장수요에 따른 자유경쟁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법학교육이 자연스레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8개 정도의 법학대학원이 생기면 미국처럼 자유경쟁을 통한 학교별 특성화와 차별화로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인력충원 방식만 달라질 뿐 종래와 같이 획일적인 법학 교육의 틀을 벗기가 어렵게 된다.

변호사 수가 1000명 정도에 불과해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도 요원해진다. 물론 최근 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여전히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 법률 수요에 비해 변호사 공급이 태부족하기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품질에 상관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법학대학원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정하면 일반 시민들이 저렴하게 법무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 법률분쟁에 대비할 충분한 인력을 길러내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스쿨 졸업자들의 상당수가 미국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법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부,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간 국제법률분쟁이나 관련 협상 및 계약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법무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국익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1200명의 정원으로는 이같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에서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5만명 이상. 물론 변호사의 과다 공급으로 사소한 문제도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 단체와 각종 공공기관에서 법률문제를 맡는 등 사회 곳곳에서 '법치'를 완성하는 순기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명문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내기업인 '일진'의 상무(사내변호사)로 일하는 최우영 변호사는 "사개위 방안은 미국식 로스쿨과 겉모양만 비슷하지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사개위 방안은 기존처럼 여전히 변호사의 지위를 철저히 보장해주는 방안"이라며 "이래서는 변호사간 자유경쟁을 통한 법률 서비스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개위 방안은 법학대학원 졸업생은 모두 법조계로 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조계 외에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민주주의 성숙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1

골프장과 기업도시 결국 한 몸


정부가 추진하는 골프장 인허가 대폭 완화 방침과 기업도시 방안이 한 지점에서 만났다.
정부는 전경련의 건의로 추진중인 '기업도시' 안에 대규모 골프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세제 감면 등의 특례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는 22일 골프장 인허가 과정 및 건설 과정을 간소화하는 '골프장 건설 규제 개선방안(개선방안)'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은 기업도시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 대규모 골프장과 숙박시설, 카지노, 경마장까지 허용
새만금 540홀 규모 골프장, 전남 영암 'J리조트' 계획 추진될 듯






지난 6월 전경련 주최로 열린 기업도시 관련 정책포럼 장면. [사진=연합뉴스]
< 개선방안에서 언급한 기업도시와 골프장 건설 >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개선방안은 골프장 건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골프장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게 골자로 국무총리실이 7월경 작성한 방안(미디어다음 20일 보도 참조)과 골격상 큰 차이는 없다.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에서 산림훼손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골프장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골프장을 개별적으로 건설하기보다는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등을 통해 대규모 골프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추가했다. 정부는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안에 골프장과 함께 대규모 숙박시설도 들어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지방)산업단지로 지정됐으나 장기간 방치돼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해서도 개발계획을 변경, 관광레저형 복합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또 서해안 간척지와 매립지 등의 경우에도 관광레저형 복합도시로 개발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특히 매립지의 경우 공유수면 매립법에서 20년동안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정을 완화해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민간복합도시 개발특별법안'에 반영, 특례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안에 들어설 골프장과 숙박시설 등에는 행정절차 간소화 및 세제 감면 등의 특례조치도 뒤따를 전망이다.

'관광레저형 복합도시'는 민간기업에 도시개발을 위한 수용권을 최초로 인정한 '민간복합도시(기업도시)'의 한 유형으로 건교부는 올해 안에 1~2곳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 시범사업 추진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인 새만금 간척지(전북 부안, 군산 일대)와 전남 영암 일대 등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장과 경마장도 허용된다.

이들 지역은 지자체가 이미 대규모 골프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에 540홀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골프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고, 전남 영암군은 300만평에 골프장 7~8개가 한 곳에 들어서는 'J리조트'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도시 특례법과 골프장 인허가 완화 정책 등을 통해 지자체의 계획을 사실상 허용할 방침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임충현 과장은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에는 골프장이 배후시설로 들어가게 된다"며 "골프장이 들어설 개별 입지를 무분별하게 쪼개가면서 난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대규모로 골프장을 조성해 환경을 덜 훼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지나친 특혜"...산업클러스터 아닌 '위락 클러스터'

'대규모 골프장+기업도시', 효과도 의문

< 문제점 및 비판 >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향을 상실한 채 기업에 대해 지나친 특혜만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나 전경련이 '기업도시'라는 명목 아래 기업에게 대규모의 토지수용권까지 부여해 부동산 개발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이런 기업도시에 대규모 골프장과 숙박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위락 클러스터'에 가까운 것이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계획)는 "지금 거론되는 기업도시는 외국의 산업클러스터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일본의 도요타시티 등과 판이하게 다르다"며 "외국의 산업클러스터들이 장시간에 걸쳐 혁신 추구형이라면 지금 거론되는 기업도시는 대기업들이 부동산 개발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지대추구형(rent-seeking) 도시"라고 말했다.또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의 경제적 효과도 의문시된다. 예를 들어, 전북도의 발표대로 새만금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30개나 들어설 경우 국내 골프 수요로 다 채우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도 수익을 창출하는 골프장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골프 인구의 절반 가량이 몰려가지 않는 한 그 같은 수요를 채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결국 외국에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미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 "전남 영암 등에 대규모 골프단지를 조성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이 같은 정부 구상에 대해 "한 마디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물가가 훨씬 싸고 볼거리도 많은데 비행기 삯까지 물어가며 한국으로 건너와 골프를 치겠느냐"고 비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0

앞으로 산지에는 골프장 못 지을 것


미디어다음은 최근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과 관련, 기획특집을 마련한 데 이어 이와 관련한 정부 관계자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골프장 인허가 문제와 관련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임충현 과장은 "기업활동과 관련된 규제 개혁 차원에서 골프장 인허가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임과장은 "앞으로 '기업도시'의 한 유형인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와 한계 농지, 해안 구릉지 등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되면 산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친환경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표만 하고 끝은 아니다"며 "정책이 정해졌으면 각 부처에서 집행이 제대로 되는지 철저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과의 인터뷰는 2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골프장 정책, 규제완화 차원...경기 부양은 부수적 효과일 뿐"






항공에서 내려다 본 골프장 건설현장 [사진=녹색연합]
-왜 정부가 갑자기 골프장 건설 인허가 과정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 왜 하필 골프장인가.

연초에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회장이 골프장 하나 만드는데 도장이 800여개가 든다고 했다. 골프장이 규제 덩어리라며 수차례 개선 건의도 들어왔다. 그래서 대통령도 이렇게 규제가 많다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서 대책을 세워보라고 한 것이다. 실태를 조사해보니 실제로 규제가 불합리하고 복잡했다. 2박3일 동안 일본의 실태도 조사하고 왔다. 규제 개혁 차원에서 접근한 거지 경기부양을 위해 접근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태대로면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생긴다. 결국 골프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과도한 규제와 절차 등을 개선하면 경기 부양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뜻이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재경부장관 입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의 효과를 말했을 것이다.

하필 골프장이냐고 하는데 이것만 하는 게 아니다. 얼마 전에는 공장 창업 기획단이 만들어져 창업 관련 규제들을 개선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저해되는 규제덩어리를 파악해서 막힌 것을 푸는 것이다.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게 졸속으로 된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골프장이 많이 들어설 경우 환경 훼손이 심해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어도 환경이 파괴되면 안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7월 간담회 때 환경정의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도 논의했다. 그 분들 지적을 받아들여서 당초 그린벨트나 상수원 안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검토했던 것을 없앴다. 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실태조사단을 꾸려 골프장의 실태를 조사하자고 한 것이다. 환경부에서 실태 조사한 내용이 현실보다 매우 약하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단체도 같이 가자는 것이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해보니 농약잔류 검사 같은 것을 업체에게 미리 알려주고 하는 등 정부 검사가 매우 형식적이더라'고 지적하자) 그런 실태는 잘 모르지만...그러니 환경단체도 같이 가자는 것이다. 단속을 나가도 민관합동으로 가면 공정성이 확보될 것 아니냐. 골프장이 편법으로 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막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운영중이거나 이미 인허가가 난 골프장 262개 외에 개발 계획 중인골프장이 230여개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에는 신청 골프장이 105개밖에 안 되는 것으로 해놨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숫자를 줄인 것 아닌가.

우리가 지자체에 다 연락해서 모은 것이다. 그 동안 230개란 숫자가 어떻게 나온 건지,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통계 자체가 정확한 근거가 없는 것 같더라. 이것 말고도 개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발하겠다고 문의라도 해온 것도 40여개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
 
"친환경 골프장, 발표로 끝나지 않고 실행되도록 할 것"

-하지만 현지에 가보면 정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골프장이 계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기자가 가본 경기도 여주군의 경우에도 기존에 운영중인 12개 골프장 외에 17개의 골프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군청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글쎄, 그런 게 있으면 다 취합하지 않았겠느냐. 하여튼 우리가 각 지자체로부터 취합한 것은 이 숫자다. 앞으로는 골프장이 산지 쪽으로는 거의 못 간다.

-오히려 회원제 골프장의 산지 편입 비율 제한을 푼다든지, 5부 능선 이상의 산림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해 산림훼손이 더 심해질 것 같은데.


그런 규제를 완화한 것은 획일적인 규제 때문에 오히려 산지가 훼손되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개선한 것이다. 그리고 산지 이용을 막는다는 내용이 왜 없나. (개선방안 보고서를 뒤적이다가 보고서 4쪽의 '산림훼손의 최소화, 무분별한 난립 방지를 위해 관광 레저형 복합도시 등을 통한 대규모 골프단지 조성, 한계농지, 해안 구릉지 등의 활용이 바람직'이라는 구절을 가리키며) 여기 '산림훼손을 최소화한다'고 돼 있지 않나. 산림훼손의 최소화라는 표현이 가급적 산지 쪽에는 골프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던데.


(복합도시나 한계농지 등에 들어설 수 있게 하면) 골프장이 앞으로 자연스레 산지 쪽으로는 가기 어려울 것이다. 산지 쪽으로는 매우 과도한 규제가 돼 있다. 우리의 규제를 일본에서도 배워갈 정도다.

-그렇게 규제가 많아도 지금까지 골프장이 산지에 다 들어서지 않았나. 골프장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은 자세히 거론돼 있는데 '산림훼손 최소화'에 대해서는 그런 구체적 방안이 없지 않느냐.


복합도시나 해안 구릉지 등을 활용하면 자연스레 산지로는 안 가게 될 것이다. 개발업체들이 지금 현재도 산지 부분을 어떻게 완화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정부 방침이 이런 방향으로는 안 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 골프장을 지으려고 하는 곳 대부분이 산지 쪽인데 그런 사업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산에다 지으려는 걸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환경영향성 평가 잣대에 걸리면 산에 못 가지만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서 빨리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환경기준은 절대 완화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사업자가 사전 예측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개발업체들 민원의 90%가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나온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자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에서 다한다. 위원들도 꼭 생태전문가가 아니라 교사나 전문가, 기업가들이 환경영향평가를 한다. 환경 외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 골프장을 허가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지방 환경청이 전문성 없으니 평가연구원에서 모든 가부를 결정하는 꼴이다.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른데 일면적 비교 아닌가. 일본에서는 정부가 각 지역의 생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그런 생태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 각 지역별로 어느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다 세우고 있다. 그래서 개발 가능한 지역에만 개발업체들이 나서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마련한 추진계획을 환경부 등 각 부처에서 받아 세부추진계획을 짤 것이다. 언제까지 뭘 하는지 등 추진사항 등을 규개위가 다 챙길 것이다. 친환경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표만 하고 끝은 아니다. 정책이 정해졌으면 집행이 제대로 되는지 철저히 챙길 것이다.
 
"적정 골프장 수, 2010년경 400개 정도...한꺼번에 다 풀겠다는 것 아니다"





경기도 여주군의 한 골프장 건설 현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규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그런 걸 챙기는 게 아니라 먼저 해야 할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골프장 건설에 앞서서 생태정보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환경친화적 골프장'도 가능한 것 아닌가.

공감한다. 그러한 것들이 구축돼 있다면 훨씬 일이 잘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보다 잘 돼 있는 것도 많다. 일본과 우리의 환경규제 등을 비교해놓은 표가 있는데 산지 경사도 기준 등을 비교해보면 일본 것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 80년대에 우리 거를 보고 배워갔으니까 그런 거다.

-적정 골프장 규모를 어느 정도로 보나.

얘기가 다 다르다. 재경부나 우리 쪽에서는 400개 정도로 보는데 다른 데서는 한 350개 정도로 보기도 하더라.

-400개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골프 인구가 매년 평균 13.2%씩 늘고 있다. 주 5일제가 되고 2010년 정도 되면 연인원 2700만정도 되리라고 본다. 적정 수자를 450개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더라. 변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처럼 도산하는 사태가 안 일어나게 하려면 골프장 수를 잘 조절해야 할 걸로 본다. 지금 신청한 105개 골프장이 다 된다고 하기에는 힘들다.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2010년경 360개 전후로 보고, 한 경제학자는 일본과의 인구, 국토면적,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270개 전후가 적정선이라고 하더라.

이미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경영자협회는 우리 안에 별로 찬성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적정 골프장 수를 400개라고 본다. 재경부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본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회원권 값이 떨어지면 다른 수요가 생길 수도 있고 또 장사가 안 되는 골프장은 도태되지 않겠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 외부 전문기관 등에 맡기든지 해서 적정규모를 좀더 체계적으로 파악할 계획은 없나.

할 것이다. 전문기관들에게 맡기든지 해서 일본처럼 초과공급 안 되려면 현재 시점부터 따져서 앞으로 연도별로 얼마나 더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골프장과 관련한 주무부처이니 그쪽에서 하면 될 것 같다. 정부로서는 그런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지금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라서 골프장이 더 들어서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규모를 따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한꺼번에 확 풀어서 무분별하게 골프장이 건설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꺼번에 해주겠다는 게 아니다. 절차상으로도 한꺼번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시도가 허가권자이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풀어줄 수 없다. 절차를 다 거쳐야 한다. 지금 허가가 난 것 중에도 사업 단계가 다 다른데 한꺼번에 다 풀리겠나. 절차 가운데 막힌 것은 풀고 투명하지 않은 것은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골프장 들어설까 싶은 공사 현장도 있더라"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곧 기업도시에 골프장을 들어설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건교부가 내놓은 기업도시 유형 중 하나가 관광레저형 복합도시다. 골프장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등 여러 가지 배후시설도 들어간다.

-기업도시가 대기업에 부동산 개발 이익을 향유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골프장마저 들어선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를 못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국민에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정부 정책의 장점과 부작용이 뭔지를 올바르게 홍보하고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개별 입지를 무분별하게 쪼개가면서 하는 것보다는 관광레저 복합단지 같은 곳에 대규모로 골프장을 조성해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을 덜 훼손하게 하는 방안 아니냐. 그런 방안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그런 우려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환경단체에서도 좀 대안을 줬으면 좋겠다. 비판 역할도 좋지만 정부의 개발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대안도 제시해주면 좋겠다.
 
-개선방안 보고서 내용을 보면 개발업체들의 이야기는 많이 듣고 주민이나 골프장 직원 등 현장의 실태 등은 소홀히 한 것 같다.

경영하는 사장 이야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운영하는 골프장에도 많이 가고 공사현장에도 갔다. 산림이 심각한 훼손된 현장도 있어서 어떻게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싶은 데도 있더라. 이제부터는 그렇게 안 되게 하겠다.

-녹지자연등급을 따져보면 지금 전국의 골프장은 환경적으로 들어설 수 없는 곳에도 다 들어서고 있다. 초등학교 울타리 옆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다. 사업자가 골프장은 어떤 골프장을 짓고 싶은데 규정이 있어서 그림대로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규정 맞춰 사업 재설계해서 굴러가는 것이지 무리하게 억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 각 부처별 추진상황을 끝까지 챙길 것이다. 윗분들의 의지도 확고하다.
by 선대인 2008. 9. 4. 16:39

정부 골프인구 최소 30%이상 부풀려


정부가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밝히면서 추산한 골프인구와 골프장 이용객수가 실제보다 최소 30%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조정실이 9월 펴낸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골프인구는 300만명이며 골프장 연 이용객 수는 1500만명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해 6월말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수 181개가 수요에 비해 부족해 골프장 입장료가 올라가고 부킹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규개위 임충연 과장은 "주 5일제 시행 등으로 골프장 이용객이 연 13.2%씩 늘어난다고 보고 2010년경에는 골프장 연 이용객 수가 2200만명이 될 것"이라며 "이를 흡수하려면 골프장이 400개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골프장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내의 한 현장. 발파작업을 위한 폭약 상자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하지만 15일 한국갤럽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5.8%였다. 20세 이상 전체 성인 인구가 3500만명 정도이므로 우리 국민 가운데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은 203만명 정도인 셈이다.

또 골프를 칠 줄 안다는 응답자 5.8%가운데 지난 1년간 필드에 나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37.3%였다. 전체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75만 7000여명이었다.

정부가 추산한 골프인구를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으로 보면 실제 골프인구는 정부 발표보다 3분의 1 가량인 97만명이 적은 수치다. 또 골프인구를 '실제로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쳐본 사람'으로 볼 경우에는 정부의 골프인구 수치는 무려 4배나 부풀려진 수치인 셈이다. 1년이라는 시차가 있다고 쳐도 어느 기준을 적용해도 정부 추산치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갤럽 조사의 추이를 볼 때 2010년경까지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7.5%인 262만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이 되도 정부가 말하는 골프인구 300만명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부풀려진 골프인구 통계를 가지고 골프장의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추진해온 정부의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의 골프장 수급 불균형 주장에 대해 골프장 실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특권층이나 관련 공무원을 접대하기 위한 '부킹비리'가 수급난의 '숨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53.3%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수 확대와 지방 경기 활성화 등을 명목으로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각 지방의 골프장 공급은 수요를 크게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골프장이 줄도산하고 오히려 지방 경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주장이다.

한편 소득 수준별로 볼 경우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의 비중이 199만원 미만 계층에서는 2.7%, 200~399만원 계층에서는 5.9%인 반면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15.1%로 높아져 골프는 여전히 고소득 계층이 주로 즐기는 운동임이 입증됐다.
by 선대인 2008. 9. 4. 16:37

웬만한 부패는 부패로도 안 볼 정도로 부패 만연


"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습니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보다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자기가 태어나면 뱁새 알들을 갖다 버립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꼭 그렇습니다. 내부고발한 양심적인 사람들은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고 쿠데타 한 사람들이 계속 행세하고 하는 게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습니다."

90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 조사가 감사원 상부의 압력으로 중단된 사실을 폭로해 '공익제보자'의 원조격으로 평가 받는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감사원과 재벌의 비리를 알린 그의 행위에 대해 당시 감사원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이후 6년여의 끈질긴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96년 감사원에 복직한 뒤 99년 정년 퇴임했다. 그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당의 부패추방운동본부장을 맡았고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미디어다음은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들의 실태를 지적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기획의 하나로 지난 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이문옥 전 감사관을 인터뷰했다. 그는 건강 상의 이유로 최근 민노당 활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12일 발족한 '공익제보자 모임'의 대표직은 고사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생각에서다.기자가 양심선언을 한 뒤 겪은 고초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아이들이 삐딱하게 나갈까봐 걱정이었고, 모든 동료 공무원과 친척들이 연락을 끊을 정도로 주변과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내부고발을 하면 무조건 '배신자'였고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이 됐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최근의 수능부정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부패에 물들어 있다"며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처럼 부정이 만연하다 보니 사람들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고 개탄했다.이 전 감사관은 "우리 사회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부패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정부가 홍보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넓혀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패 행위도 뿌리뽑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 같은 대기업의 분식회계를 방치하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부패 행위자들도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1조원에 가깝고 그 돈의 대부분을 안 토해냈는데도 사면하면 사회 기강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그는 "농사꾼이었던 아버지가 부정부패로 당하고 산 게 너무나 안타까워 지금도 부정부패와는 타협할 수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어디를 가도 외롭다"고 심경의 한 자락을 내비쳤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부고발 이후 너무 힘들었다"
"당시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나를 고소한 편에 섰던 사람이 지금 부방위 가 있어"






-내부 고발을 한 이후로 심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아는데 내부고발했던 사실을 후회 안 하나.

후회는 안 하는데…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가)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딸 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애들이 삐딱하게 나갈까 봐 걱정이었다. 나중에 좀 지나고 보니 아들이 말수가 없어졌다.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당시 공무원 연금을 반액이라도 받았는데 연금 수급자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줘야 하는데 파면됐다고 안 해줬다. 아내는 계속 울고 다녔다. 완전히 사회적으로 '왕따'당했다. 지금 내부고발하는 사람들은 '배신자' 말은 안 들을 것 아니냐. 그때는 무조건 배신자였다.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동료 공무원도, 친척도 전화를 안 했다.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거다.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에 감사원에서 이 전 감사관을 검찰에 고소하고 탄압하는 편에 서면서 '잘 나갔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그런 분들 가운데 부패방지위원회까지 가 있다. 당시 고위직 간부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완전히 감사원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예 팀을 만들어서 내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한, 내가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내게 벌을 주기 위해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재판정에 와서 메모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도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부패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패 풍조에 고등학생까지 물 들어버렸다.

-이 전 감사관이 양심선언하던 때와 달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됐다. 거기에 발맞춰 최근 감사원도 상당히 변화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거기(감사원)가 변하려면 기관장이 변해야 한다. 내가 듣기로도 옛날처럼 상사가 함부로 아랫사람 일을 막지는 못한다고 하더라. 이 정부가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면 안 되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렇게 했다. 감사원이 수사권이 없으니 무슨 제대로 된 조사를 하겠나. 진실을 밝히기보다 엉뚱하게 진실을 덮을 기회만 주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 현대가 북한에 많이 퍼준 사실을 감사원이 조사한 것은 권한 밖의 일이므로 검찰에 이첩했어야 하는데 대통령한테 바로 보고하고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멀었다.

감사원은 영국에서 처음 생길 때부터 의회 밑에 회계검사원을 두고 정부를 견제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원은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쪽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입법부도 썩으면 독립기구로 있어야 한다. 친목단체도 감사는 집행부가 임명 안 하지 않나. 이승만 대통령이 한 손에 모든 걸 쥐려고 감사원을 정부기구로 둔 것 아니냐. 창피한 제도다. 노무현씨가 뭔가 할 것 같더니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회로 간다면 감사원의 두 가지 본질적 기능인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둘 다 갖고 가야 한다. 하나만 갖게 하는 것은 안 된다.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 존립할 수 없다면 대통령 밑보다는 차라리 국회 밑이 낫다.

-많은 학자들이 이 전 감사관과 같은 주장을 하지만 정작 감사원부터 국회로 가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왜 그런가.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보내는 게 차선책은 된다. 헌법 규정 때문에 감사원 이전이 쉽지 않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빨리 보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왜 안 가려고 하나. 감사원 직원들이 대통령 밑에 있어야 출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 나온 뒤 한전이나 부방위 등 여러 정부기관이나 공공기업의 감사직으로 가려면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입법부로 가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대통령 아래 있는 것이 다른 정부기관을 감사할 때도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 정상적 게임 안해...총체적 부패 만연"
"정부, 부패방지법 만들고 홍보도 안해"
"기업 봐주기 부실회계 큰 문제"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를 어느 정도로 보나. 개선되고 있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아진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학생들이 대학 수능시험 부정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니…학생들 수능부정 사건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는다. 뻐꾸기 새끼는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태어나면 나머지 알들을 갖다 버린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쿠데타 해서 자리잡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다. 건설회사들은 비자금 만들려니 하청 계약서를 제대로 만드나. 모두 이중계약서 만들지 않나. 그걸로 정치자금 갖다 주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노무현씨 같은 분은 누구에게 돈 안 받아먹고 대통령 됐으니 하려면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 아니냐. 세상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본다. 또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 군검찰 인사비리도 조사를 못하게 하지 않나. 그게 지금 우리 나라다. 지금까지 대통령 중에 안 썩은 대통령이 없었다고 본다. 특히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측근들은 기회만 오면 '나도 좀 먹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때문인지 제도도 안 바꿨다. 한나라당의 안기부예산 전용 문제 같은 게 나오면 그런 문제가 다시 안 나오도록 안기부법을 고쳐야 하고, 예산회계특례법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그 곳에 얼마나 가 있는지를 모른다면 무능도 그런 무능이 없다. 게다가 그런 문제가 있어도 고치려 하지도 않으려는 것 같다.

-이 전 감사관은 사실상 국내 '내부고발자'의 원조로 평가 받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달라졌나.

크게 안 달라진 것 같다. 부패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별 차이가 없다. 법을 만들어놓고도 홍보를 안 한다. 공무원이 죄를 저지르면 안 해야 하겠다,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하는데 부방위가 홍보비 8억원을 예산으로 신청하면 국회에서 다 자른다. 교육부도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을 교육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되니 계속 부정부패가 잇따른다. 선진국에서는 부정부패 문제를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많이 넓혀야 한다. 부패는 공직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대우의 분식회계가 22조에 이르러 결국 누가 다 피해를 봤나. 국민들이 다 손해 본다.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 행위자들은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조에 가까운데 돈도 안 토해냈는데 김대중 정부 때 사면했다. 그렇게 하면 뭐가 되나.

말이 옆으로 새지만 기업회계가 큰 문제다. 기업이 자기들 감춰줄 사람을 찾겠나, 아니면 감사를 정직하게 할 사람을 찾겠나. 결국 평소 연줄이 닿아 적당히 봐줄 회계법인을 찾는다. 금융감독원 같은 데서 회계관행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는 기업의 담당 회계기관을 아예 지명을 해버려야 한다. 삼성 회계하는 사람은 삼성을 안 놓으려고 온갖 로비를 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밝히겠나, 덮어주지. 지금은 부실회계한 게 나중에 들통 나도 회계법인이 법인만 없애면 그 법인 사람들이 다른 데 가서 다 장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 "부정부패로 능력 인정 못 받으니 외국 나가 안 돌아온다"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이면 사회보장제도 얼마든지 갖출 수 있어"





-우리 나라가 왜 부패문제에서 별 다른 진전이 없는 건가.

주위에 자기 사람을 확보하려니 그런 것 아닌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봐주다가 사업자가'내 정성입니다' 하면 큰 돈 받고 사업권 줘버리고 또 그렇게 해야 사업이라도 따니까 부패가 생긴다. 그러니 지위가 높아질수록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좋은 데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한 사람들은 죽어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나라가 망한다는 거다.

'딸각발이' 이희승 선생은 '부정은 반드시 부패하고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까 봐 걱정된다. 화성씨랜드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사람이 이민을 떠나가지 않았나. 좋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면 나라 망할까 봐 걱정된다. 외국 나가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능력껏 보상 받아야 돌아올 생각이 나는데 안 그러니 현지에서 주저앉아버린다.

-이 전 감사관이 전국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부정적 반응이 많은 일반 여론과는 다른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

내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감옥에 가보니 나와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급 공무원들이 단결해 있으면 부패가 일어나겠나. 언론에서 파업으로 인한 업무차질 등을 중심에 두고 몰아가니 여론이 안 좋아졌다. 우리 국민들이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 때문에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전공노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거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그런 것 다 안 가리고 '공무원 니네들은 다 도둑놈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큰 도둑들은 윗사람들이다. 전공노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공노는 어렵지만 반드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우리 사회를 바르게 만들 곳은 공직사회이고 그러면 민간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는 아무 힘도 없다. 지금 지자체에서 새로 선출된 시장, 군수, 도지사들이 다 돈 쓰고 되지 않나. 그런 사람들 가운데 본전 생각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나. 그걸 내부 업무를 잘 아는 공무원이 아니면 어떻게 밝히겠나. 이 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전공노를 지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분수만 지키고 살면 부정부패는 안 일어난다. 자기 그릇만큼만 일을 해야 한다. 모자라면 역량을 키워서 일을 해야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차지하는 것은 안 된다. 상식이 통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돼야 한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 복지로 돌리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네 살짜리가 굶어죽고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못 갈 사람이 몇 십 만명이라고 하는데 기 막힌 노릇이다. 그런 것부터 고쳐가면 좋겠다. 우리 나라는 사회복지 하면 한 쪽에서 '공산당'이니 '빨갱이'니 하는데 사회복지는 기본이다. 미국도 노인복지가 잘 돼 있고 어린애를 놓으면 국가가 의료비를 다 부담한다. 유럽에서는 능력 있으면 대학도 그냥 다 보내준다. 사람들이 기초생활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비참하다. 안타깝다. 복지분야에 신경 좀 써야 한다. 그런 게 안 되면 범죄도 더 많이 생긴다.
by 선대인 2008. 9. 4. 16:35

'저가낙찰=부실공사'는 건설업계의 거짓말


상당수 건설업체는 매년 10조원 가량의 국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최저가 낙찰제 도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처음 도입이 논의될 때는 도입 반대를, 단계적 도입이 결정되고 나서는 시행 유보 요구를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아파트 투기거품이 붕괴된 뒤 건설 경기가 침체하자 건설업계는 이를 명분으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최저가낙찰제 시행 유보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를 받아들여 재경부는 지난 달 29일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확대 시행을 유보하는 이유로 ▲2004년 하반기 이후 건설투자 증가율이 대폭 둔화되는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이 지나친 수주경쟁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수주경쟁을 심화시키게 되고, 수주경쟁 심화가 다시 채산성을 악화시키게 된다는 논리였다. 한 마디로 건설업체들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건설업계의 이익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논리는 이보다 두 달 전인 지난 해 10월 대한건설협회 등 11개 건설사업자 단체와 전경련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업계는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개선과제'라는 건의서에서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최근 낙찰률이 급락하는 등 덤핑이 속출하고 있어 건설산업의 기반 와해 및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또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예산절감 효과는 발생하나, 장기적으로 공사부실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건설업계의 적자 누적에 따른 경영 악화 및 기술 개발 투자여력 상실로 산업 경쟁력이 사라지며 ▲부실소지가 있는 공공시설물 이용으로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정부와 건설업계의 논리는 사실과는 다른 측면이 많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조원의 돈을 걷어 건설업계에 몰아주는 현실을 호도하는 논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왜 그런지를 따져보자. 54%에 수주한 도로공사도 20% 마진 남겨...'밑지고 장사한다'식 엄살?





[표]서울지하철공사가 2003년과 2004년 발주한 공사의 낙찰율. 공사측은 "낙찰율이 낮아져도 시공업체들은 이윤을 봤다"고 밝혔다.

▲10~20%씩 남는데도 밑진다고?=

건설업계의 덤핑 수주 우려는 사실일까. 우선 단기적으로 밑지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까지 덤핑 수주로 정의해야 할지 논란이 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공사 한 건당 밑지고 수주하는 것을 덤핑 수주라고 정의하자. 이렇게 따져도 우리 건설업계가 최저가낙찰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정부 공공발주 공사를 밑지고 수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재경부 자료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은 65.8%(2001년)--- > 63.0%(2002년)--- > 60.1%(2003년)---- > 59.7%(2004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이 정도 낙찰율로 수주해도 밑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상당한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2001년~2002년 부대입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최저가낙찰제에 따라 시행된 공사 가운데 가장 낮은 낙찰율을 보인 공사는 익산~포항간 고속도로의 익산~장수간 건설공사(제3공구)였다. 정부 예정가격 1080억원이었던 이 공사를 S기업은 599억여원에 수주했다. 당시 낙찰율 53.95%는 지난 해 이 제도 시행 대상 전체 공사의 평균 낙찰율보다 6%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 하지만 이 공사에서 S기업은 S토건에 토공공사와 철근콘크리트공사 부분 235억여원의 공사를 186억여원에 하청을 줘 여기에서만 49억원 가량의 마진을 남겼다. 20% 가량의 마진을 남기는 셈. 이들 공사 수주업체들은 각종 관리비용을 빼더라도 상당한 액수의 순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2002년 고속국도 무안~광주간 건설공사(제2공구)의 낙찰율은 56.96%. 이 공사를 수주한 D건설은 모두 214억원 규모의 토공공사와 철근콘크리트공사를 184억원 가량에 하청업체에 넘겨 13.7%의 마진을 챙겼다. 같은 공사의 제 1공구 사업을 59.52%의 낙찰율로 수주한 N토건도 15%의 마진을 챙기고 하청업체에 공사를 넘겼다. 고속국도 고창~장성간 건설공사(제 3공구)에서도 예정가격의 58.5%에 수주한 S기업도 18.3%의 마진을 남기고 하청을 줬다. 최저가낙찰 도입한 서울지하철 "우리가 30% 절감해도 건설업체 이윤 남아"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공사가 전동차 안에 설치한 스테인레스 불연 의자. 공사는 최저가낙찰제 등을 활용해 여기서도 다른 지하철공사에 비해 30% 이상 예산을 절감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수주한 경우라도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는 상당한 마진을 남기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수주된 공사의 대부분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공사 원가는 더욱 낮아진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 못한 자재값 등의 인상 등으로 적자 공사를 하게 되는 하청 업체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불필요한 중간단계 때문이지 입찰제도 때문에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지난 해 3월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한 서울지하철공사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3년 적격심사제 방식에 따라 지하철공사가 발주한 사업의 평균 낙찰률은 86.33%. 하지만 지난 해의 평균 낙찰률은 67.73%로 크게 떨어졌다. 이를 통해 지하철공사는 당초 예산액의 25~30%가량인 3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공사는 최종 시공사가 바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 몇 단계에 걸치던 복잡한 중간단계를 없앴다. 강경호 공사 사장은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면서 복잡한 중간단계를 줄이고, '나눠주기식'으로 배정하던 공사 물량을 일괄 발주해 공사도 예산을 절감했지만 건설업체도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헌동 단장은 "건설업체들이 정말 밑진다면 밑지는 공사를 왜 수주하느냐"며 "정말 밑지고 공사를 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건설업체들 스스로의 경영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덤핑 현상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적정 이윤을 보전해주는 것은 경영노력에 의한 비용절감을 통한 시장경쟁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없으면 시장에서 퇴출하게 하는 게 시장원리인데 그런 기업들을 왜 국민 혈세로 지탱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단장은 또 "대형 건설업체들은 최저가보다 20%이상 높은 가격에 하청을 주는 직원이 있으면 처벌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 가운데 이 때문에 처벌받는 관료는 한 사람도 없다"고 비판했다.

재정정책학 전공 학자 출신인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건설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인력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유도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그런데 경쟁력 없는 건설기업들을 살린다고 정부예산으로 적정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덤으로 얹어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이 줄어드는 최저가낙찰제를 찬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건설업계의 수익을 걱정하며 시행을 미루고 있다"며 "건설업계와의 밀착구조 때문인지 국민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비판했다.

과거 대형 부실공사 낙찰율 93~98%...비용 높아도 부실시공
"낙찰가격과 부실시공은 무관"
"부실시공 시장에서 거르면 되지 왜 정부가 개입하나"






[표]낙찰율과 부실공사의 상관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부실공사?=

적격심사제도 유지를 부르짖는 정부 관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목은 "건설업체에 적정한 수준의 공사비를 보장해줘야 부실공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도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과당경쟁으로 낙찰율이 낮아져 부실공사로 국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논리인 셈. 결국 고품질을 유지하려면 고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벽산건설이 시공했던 행주대교와 대림산업이 시공한 서해대교 1공구는 공사 도중 교각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대구지하철 2-8공구 공사에서도 공사 도중 지반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한 제천시 국도대체 우회도로는 준공 한 달 만에 램프고가교량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들 공사의 낙찰율은 93.06%~98.20%로 지난 해 최저가낙찰제 평균 낙찰율보다 무려 35%가량 높았다.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과 비교할 때 엄청난 고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시공이 이뤄진 셈이다.

거꾸로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돼 200여건의 공사가 시행됐지만 한 건도 부실시공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부실시공이 공사비 또는 입찰제도의 방식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은 "부실공사를 해도 안 걸릴 수 있고, 걸려도 뇌물을 주고 피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덤핑수주를 하는 것이지 덤핑수주 때문에 부실공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건설업계의 논리는 이 같은 인과관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감리감독 과정에 부패구조가 형성돼 있어서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대신 뇌물을 받는 관행이 남아 있어 부실이 생기는 것"이라며 "부실공사는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이행 보증시장을 개방해서 건설업체의 주거래은행이 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 보증하게 하는 것도 부실시공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부실시공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스크리닝될 수 있도록 해야지 정부가 입찰가격을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품질과 낙찰가격의 상관율이 낮음은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97년 감사원이 건설업 종사자와 공무원 14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기능공의 능력부족(20.88%) △사전조사 부실(16.46%) △설계부실(14.80%) △시공업체 의지 부족(8.15%) △공기 부족(7.7%) 등이 꼽혔으며 공사비 부족은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99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정부 발주 관계자와 감리원, 시공자 등 962명을 대상으로 '건설공사의 품질결정 요소'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사수주 낙찰율은 5위(5.3%)에 머물렀다. △시공자의 성실성(42.9%) △공사 참여자의 책임의식(33.2%) △감리, 감독체계(9.4%) △공사 수행능력(8.7%) 등이 이보다 앞에 왔다.

강경호 사장은 "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본 결과 낙찰가격과 부실과의 상관 관계는 전혀 없었다"며 "입찰 사양을 정확하게 하고 사후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들의 기술력 차에 따라 공사비가 10~30%정도 차이가 난다"며 "실적 있고 경험 있는 회사들은 낮은 낙찰가격에서도 얼마든지 질 좋은 공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피해볼 중소 건설업체 "다 죽는다" 반발

"퇴출돼야 할 기업들 국민 돈으로 살려주면 오히려 경쟁력 약화"





[표] 감사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낮은 공사비를 꼽은 비율은 상당히 낮았다.

▲한계기업 국민 돈으로 먹여살려야 하나=

정부나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면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된다고 주장한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은 경제에도 부담이 되므로 이들을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에서 보았듯이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도 원도급업체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의 사정은 다른 게 사실이다. 원도급업체가 수주한 공사의 대부분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쳐 시공되기 때문에 실제 최종 공사 원가는 상당히 낮아진다. 하청과 재하청의 사슬은 4~5단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중간단계의 하청, 재하청 기업들의 개별 이윤 폭은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예상 못한 자재값의 인상 등으로 적자 공사를 하게 되는 하청 업체도 나올 수 있다. "자재와 건설장비를 놀리느니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하청업체는 정부 예정가격의 40% 선에서 공사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 공사대금을 현금 대신 어음으로 주는 경우도 많아 경영난에 봉착하기도 한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꽤 많은 돈을 챙기지만 하청업체들은 한 번 공사에 5~10%정도 남기는 게 고작"이라며 "대형 건설업체와의 지속적인 관계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적자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중소 건설업체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복잡한 중간단계를 따라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복잡한 중간단계에서 공사를 따기 위한 뇌물과 접대가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복잡한 '유통단계'는 적격심사제 때문에 유지돼온 측면이 크다. 정부가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해주므로 건설업체들이 원가절감이나 기술 혁신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면 원가절감 압박이 커져 복잡한 하청, 재하청의 고리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건설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이는 '업계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은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면 경쟁력이 없는 일부 업체는 어려워지겠지만 경쟁이 촉발돼 장기적으로는 기술 개발과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 건설업체를 국민 돈으로 먹여살리겠다는 발상은 정상적인 시장경쟁을 통해 퇴출돼야 할 기업들을 살려두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해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8

서울지하철공사가 300억원 예산절감한 비결은?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면 부실공사가 많아진다." "외국은 몰라도 최저가낙찰제는 우리 나라엔 안 맞는 제도다." "지금으로선 시기상조다." 등등.

최저가낙찰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건설업계의 주장을 근거로 당초 올해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2001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가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는 가운데 별 문제 없이 실시돼오는 데도 이 같은 반대논리는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위력은 표에 민감한 정치권이나 로비에 약한 정부 부처에 강하게 작용한다. 국민 대다수에게 도움되는 이 제도의 확대가 계속 늦춰지는 이유다.하지만 서울지하철공사의 사례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반대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공사는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해 3월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도입, 건설공사 예산의 30%가량인 300억여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올렸다. 한라중공업 대표 출신인 강경호 사장이 취임한 뒤 일어난 변화다. 강사장은 공사 내부의 우려와 관련 건설업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제도를 시행, 거액의 혈세를 절감했다.물론 이는 최저가낙찰제뿐만 아니라 하청과 재하청 과정 등 중간단계의 생략, 전자구매 등을 통한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였다. '최저가낙찰=부실공사'라는 세간의 우려는 철저한 감리감독을 통해 불식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미디어다음은 공사 강경호 사장을 26일 만나 공사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으로 공사 예산 30% 절감"
"최종 시공자가 바로 입찰할 수 있게 중간단계도 없애"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한 이유가 뭔가.

현행 공공기관 낙찰제도의 중심이 되고 있는 적격심사제는 부실공사 방지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적격심사기준의 변별력 부족으로 경쟁력 있는 우량업체를을 선별하지 못한다. 수주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업체(Paper Company)를 양산하고 있고 특히 일정 낙찰하한선을 보장해 운에 의하여 낙찰자가 결정된다. 결국 이는 경쟁력 있는 건전한 건설기업의 육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건설산업의 구조조정 촉진과 경쟁력 제고 및 예산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를 점차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걸로 안다. 우리 공사의 취약한 재무상태와 지속적인 시설투자에 수반되는 막대한 예산 소요액을 감안할 때 예산의 효율적 운용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최저가낙찰제를 2004년 3월부터 시행하게 된 거다.

일부에서 부실공사 우려를 제기하는데 사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덤핑 입찰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밑지는 공사에는 업체들이 입찰을 안 한다. 지금까지 부실공사가 한 건도 없었다. 철저하게 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 효과가 커서 바람직한 걸로 보고 있다. 일정 시간 지나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도의 기술이나 실적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2단계 동시입찰을 실시한다. 업체의 실적이나 규모 등을 정해놓고 1차 통과된 기업들에 한해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도입 결과 나타난 예산절감효과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해 경쟁입찰하게 한 결과 30% 정도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었다. 1180억원가량의 예산을 잡았는데 300억원 정도를 절약했다. 이게 엄청난 거다. 공기업은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세금을 그만큼 줄여준 거다.

-상당수 건설업체나 일부 관료들은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부실공사가 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우려는 전혀 없다. 내가 여기 오기 전 민간기업(한라중공업)에 있었지만 시공회사에 따라 원가가 다르다.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물량이 확보된 건설회사는 공사를 좀 덜 해도 되고 물량을 못 채운 회사들은 물량을 채워야 한다. 그런 회사들은 좀더 낮은 낙찰가에도 공사를 하려고 한다. 또 각 기업들이 가진 기술력에 따라 원가가 10~30%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적 있고 경험 있는 회사들은 이렇게 할 수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하면서 전에는 역사 하나하나씩 발주하던 것을 이제는 세 개를 묶어서 한꺼번에 발주했다. 그랬더니 상당히 큰 업체가 당초 예산액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수주를 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이윤을 안 남긴 것도 아니다. 실력으로 공사를 딴 거다. 물론 물량이 합쳐져서 공사 관리비 등이 줄어든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최소 발주물량 단위를 키워주면 겅설 경비도 줄어든다. 제도라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산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시공자를 입찰에 참여토록 하면 된다. 예전에는 적격심사제를 하면서 4,5단계까지 중간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었다. 최저가낙찰제로 경쟁입찰을 붙이되 원가를 줄일 수 있도록 물량을 '나눠주기'식으로 분배하지 않고 합치거나 중간단계를 배제하면 된다.

"공조직에서 기존 제도, 관행 바꾸기 매우 힘들어"
"국민세금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이렇게 하면 예산절감 효과가 매우 큰데 다른 데서는 왜 최저가낙찰제를 안 하나.

공조직에서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게 그렇게 힘이 드는 거다. '변하자' 하는데 이해 당사자들이 개입돼 있어 쉽지 않다. 밖에서 보면 바꾸는 게 간단한 것 같지만 무척 어렵다. 공기업에서는 우리가 처음이다. 내가 사장 취임했을 때 1년에 3600억원씩 적자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라도 해서 예산을 아껴야 하지 않나. 세금이 한 단계 거쳐서 나갈 뿐이지 결국 국민의 세금 아니냐.

-공사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이런 구상을 갖고 있었나.

민간기업에서는 보편화돼 있으니 당연하게 생각한 거다. 제도는 상당히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최저가가 최선은 아니기 때문에 보완은 필요하지만 경쟁입찰하면 투명하고 얼마나 좋나.

-이 제도를 처음 추진할 때 얼마나 힘들었나.

남들 안 하는 것을 하니 얼마나 저항이 심하겠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계약행위를 규정한) 국가계약법에 얽매인 줄 알고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니 큰일날 줄 알더라. 그런데 자문 들어보니 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정부도 사실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를 했다. 저항이 있으니 주춤하고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지. 정부도 어려움이 있는 거지. 그래서 주춤주춤하는 거다. 건설협회 등은 상당히 많이 저항한다. (기자가 '저항이라니 어떤 걸 말하느냐'고 묻자 약간 망설이다가) 민원이라는 것이지. 공사를 많이 하는 통신사업자, 전기협회 등에서 연명으로 민원을 넣더라. 최저가낙찰제를 하면 수지가 안 맞아서 부실공사가 된다는 거지. 그래도 입찰하는 것 보면 남으니까 하겠다는 게 아닐까.

-건설업체들은 건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경영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주장하는데.

믿기가 어렵네. 경쟁입찰을 하게 하면 수주단가는 내려간다. 실력 있는 기업이 공사를 따게 된다. 우리는 예산을 아끼고 실력 있는 기업이 공사를 따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정부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미온적인가.

글쎄, 그 부분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른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최저가낙찰제와 관련해서 문의해오지는 않았나.

문의가 많다. 우리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서 전자입찰도 실시했다. 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니까 조달청을 통한 조달구매보다 더 싸다. 동네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할인점에서 사면 더 싸지 않나. 그런 원리다. 또 전자구매를 하면 중간 유통단계가 없어지고 인건비도 줄어든다. 생각해봐라. 물건을 사는 유통단계, 시점에 따라 같은 물건도 100원짜리를 20원에 살 수도 있다. 빚덩이에 앉은 회사가 그렇게라도 줄여야지 그렇게 안 하면 어디서 줄이나. "제도 변경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반발 엄청 나"

"부실과 가격은 상관 없어"

"우리처럼 하면 정부 예산 10조 아낄 텐데"





-최저가낙찰제나 전자입찰을 시행하면서 중간단계를 건너뛰면 중간단계에 있던 업체나 사람들은 이권이 없어지므로 반발하지 않나.

그런 이해당사자들이 당연히 반대하지. 경쟁 없는 사람들은 쫓겨나고 그런 사람들은 불만 토로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는 싸게 사고 투명하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우리 공사 안에서는 각 파트별로 나눠서 하던 것을 일괄해서 하니 일도 많이 줄었다. 예산 절감과 함께 업무 절감도 가장 큰 효과중 하나다.

-서울지하철공사에서 하는 것을 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다른 데서도 다할 수 있다. 왜 못 하나.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이렇게 다 하고 있지. 물건이라는 건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걸 싸야 하지 않나. 이제는 프라이스 퀄리티(Price Quality)다. 제품에 대한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을 넘고 그러면서도 싸야 한다. 뭘 해도 세계에서 제일 좋고 제일 싼 게 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줄이는 비용이 엄청난 것이다. 말이 10%, 20%이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 정부 관리들이 내 물건을 산다면 웃돈 주고 그렇게 사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살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자가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해관계 때문 아니겠느냐. 또 제도를 바꾸어야 하고 절차를 밟아야 하니 그렇겠지. 적격심사제를 바꾸는 것은 어려움이 있더라. 건설협회 등의 로비도 있고...

-정부는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도 최저가낙찰제를 미루는 이유로 내세운다. 중소 건설업체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야지. 국민 세금으로 운용하는 정부 기관이 기업에서 세금 아낄 생부터 해야지. 정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싶으면 다른 프로젝트를 만들든지 해서 부양해야지 왜 그런 식으로 하나. 입찰 자체는 경쟁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돼야 한다. 다른 민간기업들도 그렇게 다 하잖아. 지하철은 대중수단이고 시민들의 수준이 높아져 있어 시설 개선과 안전 문제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막대한 운영적자를 지고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지 경비를 줄여야 한다. 줄인 경비를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도 할 수 있다. 정부 는 실수요자 부담원칙에 입각해 공사가 시민들 요금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서비스 개선을 어떻게 하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든 분야에서 경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에 1000억원씩 적자폭을 줄였다. 2002년에 3600억 적자난 게 2003년에 2690억, 지난 해엔 1652억원으로 줄였다.

-최저가낙찰제에서 덤핑 입찰이나 오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지 않나.

덤핑 입찰이나 오찰 등으로 공사를 낙찰 받은 후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찰자 평균입찰 금액의 70%이하 입찰자를 낙찰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지난 해 10월부터 도입했다. 그 동안 입찰 사례들을 분석해 보니 기술개발 등의 요소를 감안해 30%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는가 하고 본 것이다. 그 이하 금액으로 들어오면 덤핑으로 보고 아예 자격을 안 주는 거다.

-그래도 가격과 부실공사와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나.

가격과 부실과의 상관 관계는 없다. 입찰 사양을 정확하게 해주고 사후 감리감독을 철저히 해주면 아무 문제 없다. 입찰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 방법의 문제일 뿐이다.

-공사에서 한 방식을 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확산하면 엄청난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공공공사 규모가 매년 45조, 50조인데 그 가운데 10조는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숫자는 자꾸 만지고 따지면 줄게 돼 있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다 그렇게 하고 줄이는 거다.
by 선대인 2008. 9. 4. 16:27

건설산업 흥망 좌우할 제도들


"최저가 낙찰제. 좋습니다. 제도의 의도도 좋고 도입 취지도 좋습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국내 건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문제는 제도 시행에 필요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거지요. 국내 업체들, 특히 대형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제반여건을 우선 조성해 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고요. 최저가 낙찰제도 도입 의도는 단순한 낙찰가 하락을 통한 예산절감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가를 통한 부실업체 퇴출과 건설산업의 건전화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도입된 것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조장치는 모두 제거하고 최저가만 도입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요."(아래 생략)

미디어다음이 개설한 '입찰개혁' 토론방에 31일 '이한상'님이 올린 글의 일부다. 이 네티즌의 지적대로 최저가낙찰제는 기술혁신과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무조건적인 최저가는 항상 가격 대비 최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건설선진국에서는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함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단순히 입찰제도 만이 아니라 건설제도 전반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계약이행보증제도 개선과 감리감독의 강화 등은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직결된 개선책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제도 개선책의 도입에서도 매우 미온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역으로 감리 및 보증제도의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아 최저가낙찰제 유보가 불가피하다고 핑계를 댄다. 건설업계도 이 같은 '현실론'을 근거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에 반발하고 있다.감리와 보증제도 개혁 등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알아보자.

복잡한 중간단계 거쳐 예정가의 절반 이하에 공사
중간단계 줄이는 제도 개선해야






지하철 공사 후 2개월여만에 다시 파헤쳐지는 대정 중구의 한 도로. 팠던 도로를 몇 번이나 새로 파는 식으로는 대한민국이 '건설선진국'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업역 철폐 통한 중간단계 축소=

우리 건설산업은 일반건설업과 전문 건설업, 시공과 설계업 등으로 업역이 구분돼 있다. 과거 일본의 방식을 본따 업역별로 일정한 영역과 수익을 확보해주기 위해 마련된 구조다. 미국 등의 경우 업역 구분이 없어 건설회사가 설계와 건설사업관리, 시공을 총괄하므로 정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옷 만드는데 디자인 따로, 재봉 따로, 품질검사 따로인 반면 건설선진국은 이를 통합해서 진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건설선진국에는 없는 업역 구분이 복잡한 중간단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일반건설업-전문건설업-시공참여자-십장-반장-현장 근로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중간단계'를 형성한다. 일반건설업체만이 정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건설업체의 수주가 4~5단계에 이르는 긴 중간단계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적격심사제는 중간단계 업체들이 모두 먹고 살 수 있는 '덤'을 얹어주는 셈이다. 거꾸로 최저가낙찰제는 이 같은 중간단계 마진들을 줄이게 되므로 전문건설업이나 시공참여자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가뜩이나 월급이나 복리후생이 열악한 이들 업체 종사자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

특히 요행에 따라 공사를 따는 '운찰제'로 변질된 적격심사제 하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양산된 '페이퍼 컴퍼니'가 건설업의 유통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96년 3000개 가량에 불과했던 일반 건설업체 수가 지난 해 말까지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공사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역제한을 풀고 최저가낙찰제 등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복잡한 중간단계를 줄이는 등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폐업하거나 경영난을 겪는 업체들이 적지 않겠지만 '거품'을 빼서 절약되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건설공사로 돌리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증시장 개방하고 보증한도 높여야

▲품셈 제도 폐지=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예정가가 크게 부풀려져 있어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실제로는 40%대에 공사가 진행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부공사를 수주한 일반 건설업체는 이익을 보는 반면 최종 시공업체들은 예정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원가에 시공하고 있는 셈이다.이처럼 원가가 낮아지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예정가격이 부풀려 지고 있는 데는 '품셈제도'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로 공사비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품셈이란 인건비, 자재비, 장비값 등 건설공사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정부 발주공사는 품셈에 의해 예정가격이 산출된다. 문제는 품셈을 정부가 아닌 건설업체에서 운영함으로써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데 있다.건교부에서도 이러한 품셈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해 87년부터 실제 공사가 진행된 것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 수십 차례 도입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수십 억원을 들여 7~8년간에 걸쳐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그 도입을 미루고 있다.
 
▲공사이행보증제도 개선=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행보증시장을 개방하고 보증한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의 경우 건설공사와 관련된 보증을 건설업체의 주거래은행이 담당한다. 발주기관은 주거래은행의 보증을 요구함으로써 주거래은행조차 보증하지 않는 부실한 건설회사는 입찰참가부터 못하도록 하고 있다.이 때문에 해외공사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도 신뢰를 얻지 못해 산업은행 등을 통해 국가가 보증을 해줘야 국내 건설업체가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건설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이행보증제도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건설보증시장은 건설공제조합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이 조합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보증을 자체적으로 하는 모순점도 있다. 또한 이들 기관에서 보증하고 있는 보증비율은 10~30% 내외로 부실시공에 대한 보증 자체가 당초부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보증비율이 100~150%에 이른다. 따라서 공사이행보증의 현실화를 위해 공사비 대비 보증 비율을 대폭 높여 부실시공에 대한 직접적인 하자보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 보증기관도 시중은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상장돼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알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보증을 맡길 경우 보증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도 이 같은 보증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여전히 뒤로 미루고 있다.

감리, 전문가로 대우하고 실질적 권한 줘야
설계변경 통한 공사비 증액 제한해야


▲감리 강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일부에서는 부실시공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감리를 철저히 하면 부실시공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행주대교와 성수대교 등 대형 사고 이후인 93년 책임 감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이나 시행령에서 규정한 감리원의 권한을 감리업무시행지침 등을 통해 공무원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특히 설계변경과 기성 등 돈과 관련한 권한을 공무원들은 그대로 틀어쥐고 있는 셈. 이처럼 감리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이들에 대한 대우도 낮은 편이다. 또한 감리들이 문제를 지적해도 이를 그대로 시정하는 경우도 드물고 시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생기기도 했다.이 같은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2001년부터 감리 비용을 늘이고 감리원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조항 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4~5년 전부터 공무원 출신 감리단장이 우대받는 제도가 생겨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관계'가 감리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감리원을 전문가로서 대우하고 강한 권한을 주되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변경의 제한=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낙찰율은 점점 떨어져 지난 해의 경우 49%정도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낙찰율을 통해서도 이윤을 보는 건설기업이 적지 않지만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공사 물량을 확보하거나 실적을 쌓으려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낮은 낙찰율을 이후 설계변경 등을 통한 공사비 증액이나 부실시공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공사비 증액을 위해 의도된 설계 변경이나 부실시공을 눈 감아주는 감독관청이 있다는 얘기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덤핑 수주로 시행하는 공사는 반드시 손해 본다는 기본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일정 낙찰율 이하의 금액으로 낙찰받은 공사에 대해서는 설계변경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부실시공 등을 눈 감아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챙기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5
| 1 2 3 4 5 6 7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