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국내 로스쿨, 무늬만 로스쿨
'무늬만 로스쿨'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방안에 대해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데 지금까지 내놓은 정원이나 운영방식 등을 보면 도저히 미국식 로스쿨이 가지는 효과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이 크게 제한되는 점 때문. 사개위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을 잠정적으로 1200명 정도로 잡고 있다. 3년 과정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치르게 되는 사법시험의 합격률을 80~85% 정도로 잡을 경우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는 1000명 안팎이 된다. 결국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현행 1000명 수준에서 계속 유지하는 방안인 셈이다. 정원을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많지만 변호사들의 조직인 대한변호사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1.'고시낭인' 대신 '로스쿨 낭인' 양산
2.등록금 비싸져 서민층 진학 어려워져
3.지원자의 학교 선택권 줄어들어
이렇게 입학 정원이 제한되면 현행 고시제도의 폐해가 없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법학대학원 도입으로 '고시낭인'은 없어지겠지만 '로스쿨 낭인'이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와 같은 수의 변호사가 배출되므로 법학대학원 입학 시험이 지금의 사시와 같은 사회적 효과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병섭 상지대 교수(법학)는 최근 '법률전문대학원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서 "사개위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법학대학원은 사법연수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로스쿨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한 한 해 3000명 정도는 변호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연쇄적으로 다른 문제들을 유발한다. 우선 등록금이 비싸져 서민층의 로스쿨 진학이 어렵게 된다. 정원이 제한되면 대학원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각 대학원의 학생 수를 150명 정도로 잡을 경우 설립할 수 있는 대학원 수는 8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원 입장에서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서도 똑같이 대규모 교수진과 실무교육 시설 등을 갖추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대학원 등록금은 비싸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시설 투자 및 교수진 확충이 어렵게 된다.
법학대학원 수가 8개 정도로 제한되면 지원자의 학교 선택권도 제한되기 마련. 2004년 현재 미국변호사협회(ABA)가 공인한 로스쿨은 모두 183개. 학교 수가 많기 때문에 사립학교에 비해 3분의 1정도인 연간 1만달러(1150만원)의 등록금만 내도 되는 로스쿨이 적지 않다. 가난한 지원자들은 등록금이 싼 주립대학 로스쿨에 다니면 된다. 또 하위권 로스쿨들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성적이 좋은 경우 눈만 조금 낮추면 큰 부담 없이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다.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 로스쿨이라고 하더라도 지원자가 졸업 후 공공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학비를 사실상 면제해준다. 한 마디로 경제적 수준과 자신의 성적에 맞게 로스쿨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지원자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소수의 법학대학원만 생길 경우 학생들이 이 같은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 사개위측은 사립대학 법학대학원의 경우 학비가 연간 1500만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법학대학원이 '부자들의 전유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4.법학 교육 다양성 저해
5. 법률 서비스 대중화 어려워
6.국제 분쟁 해결과 다양한 사회 영역 기여 어려워
정원 제한으로 인한 법학대학원 수의 부족은 교육 다양성 또한 저해한다. 미국의 경우 각 로스쿨별로 강점 분야가 다르다. 뉴욕시의 뉴욕대 로스쿨이나 포드햄 로스쿨 등은 상법 분야가 강한 반면, 많은 정치인과 공익 변호사 등을 배출한 예일대 로스쿨은 공법 분야에서 상당히 강하다. 또 조지타운대와 듀크대 로스쿨은 국제법 분야가, 튜레인대 로스쿨은 해양법이, 실리콘밸리 등에서 가까운 스탠포드 로스쿨과 로욜라대 로스쿨 등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등과 관련한 분야가 강한 식이다. 지역마다 로스쿨들이 산재해 있어 시장수요에 따른 자유경쟁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법학교육이 자연스레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8개 정도의 법학대학원이 생기면 미국처럼 자유경쟁을 통한 학교별 특성화와 차별화로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인력충원 방식만 달라질 뿐 종래와 같이 획일적인 법학 교육의 틀을 벗기가 어렵게 된다.
변호사 수가 1000명 정도에 불과해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도 요원해진다. 물론 최근 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여전히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 법률 수요에 비해 변호사 공급이 태부족하기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품질에 상관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법학대학원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정하면 일반 시민들이 저렴하게 법무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 법률분쟁에 대비할 충분한 인력을 길러내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스쿨 졸업자들의 상당수가 미국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법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부,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간 국제법률분쟁이나 관련 협상 및 계약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법무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국익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1200명의 정원으로는 이같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에서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5만명 이상. 물론 변호사의 과다 공급으로 사소한 문제도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 단체와 각종 공공기관에서 법률문제를 맡는 등 사회 곳곳에서 '법치'를 완성하는 순기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명문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내기업인 '일진'의 상무(사내변호사)로 일하는 최우영 변호사는 "사개위 방안은 미국식 로스쿨과 겉모양만 비슷하지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사개위 방안은 기존처럼 여전히 변호사의 지위를 철저히 보장해주는 방안"이라며 "이래서는 변호사간 자유경쟁을 통한 법률 서비스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개위 방안은 법학대학원 졸업생은 모두 법조계로 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조계 외에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민주주의 성숙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방안에 대해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데 지금까지 내놓은 정원이나 운영방식 등을 보면 도저히 미국식 로스쿨이 가지는 효과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이 크게 제한되는 점 때문. 사개위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을 잠정적으로 1200명 정도로 잡고 있다. 3년 과정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치르게 되는 사법시험의 합격률을 80~85% 정도로 잡을 경우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는 1000명 안팎이 된다. 결국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현행 1000명 수준에서 계속 유지하는 방안인 셈이다. 정원을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많지만 변호사들의 조직인 대한변호사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직 변호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1.'고시낭인' 대신 '로스쿨 낭인' 양산
2.등록금 비싸져 서민층 진학 어려워져
3.지원자의 학교 선택권 줄어들어
미국변호사협회(ABA) 웹사이트의 초기화면 |
입학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연쇄적으로 다른 문제들을 유발한다. 우선 등록금이 비싸져 서민층의 로스쿨 진학이 어렵게 된다. 정원이 제한되면 대학원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각 대학원의 학생 수를 150명 정도로 잡을 경우 설립할 수 있는 대학원 수는 8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원 입장에서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서도 똑같이 대규모 교수진과 실무교육 시설 등을 갖추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대학원 등록금은 비싸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시설 투자 및 교수진 확충이 어렵게 된다.
법학대학원 수가 8개 정도로 제한되면 지원자의 학교 선택권도 제한되기 마련. 2004년 현재 미국변호사협회(ABA)가 공인한 로스쿨은 모두 183개. 학교 수가 많기 때문에 사립학교에 비해 3분의 1정도인 연간 1만달러(1150만원)의 등록금만 내도 되는 로스쿨이 적지 않다. 가난한 지원자들은 등록금이 싼 주립대학 로스쿨에 다니면 된다. 또 하위권 로스쿨들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성적이 좋은 경우 눈만 조금 낮추면 큰 부담 없이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다.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 로스쿨이라고 하더라도 지원자가 졸업 후 공공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학비를 사실상 면제해준다. 한 마디로 경제적 수준과 자신의 성적에 맞게 로스쿨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지원자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소수의 법학대학원만 생길 경우 학생들이 이 같은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 사개위측은 사립대학 법학대학원의 경우 학비가 연간 1500만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법학대학원이 '부자들의 전유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4.법학 교육 다양성 저해
5. 법률 서비스 대중화 어려워
6.국제 분쟁 해결과 다양한 사회 영역 기여 어려워
하버드대 로스쿨 건물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모습 |
변호사 수가 1000명 정도에 불과해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도 요원해진다. 물론 최근 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여전히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 법률 수요에 비해 변호사 공급이 태부족하기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품질에 상관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법학대학원 정원을 1200명 선으로 정하면 일반 시민들이 저렴하게 법무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 법률분쟁에 대비할 충분한 인력을 길러내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스쿨 졸업자들의 상당수가 미국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법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부,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간 국제법률분쟁이나 관련 협상 및 계약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법무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국익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1200명의 정원으로는 이같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에서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5만명 이상. 물론 변호사의 과다 공급으로 사소한 문제도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 단체와 각종 공공기관에서 법률문제를 맡는 등 사회 곳곳에서 '법치'를 완성하는 순기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명문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내기업인 '일진'의 상무(사내변호사)로 일하는 최우영 변호사는 "사개위 방안은 미국식 로스쿨과 겉모양만 비슷하지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사개위 방안은 기존처럼 여전히 변호사의 지위를 철저히 보장해주는 방안"이라며 "이래서는 변호사간 자유경쟁을 통한 법률 서비스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개위 방안은 법학대학원 졸업생은 모두 법조계로 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조계 외에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민주주의 성숙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