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디지털정치로 큰 그림 그린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꼬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서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한다면 문명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인터넷 문화에 가장 취약한 정당으로 여겨져온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형오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21일 당의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온라인에서 선출하는 방안 등 혁신적인 디지털 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3일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사무총장실에서 미디어다음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문화를 '현대판 콜로세움', 노무현 대통령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등으로 평가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까지 디지털로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정당이 되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당의 젊은 386들이 튀는 것도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라고 말했다.김총장은 김혁규 총리설과 관련,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총장은 김 전 지사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합법적인 틀 내에서 모든 반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부적격성과 비도덕성을 알려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는 여론을 끌어내겠다"며 "충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게도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철새 정치인'들을 영입한 것)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나중에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했다.그는 또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며 "이인제 의원이 검찰 수사를 안 받으려고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고 비판했다.김총장은 지역감정 해소 방안과 관련,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당내에 지역화합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지역감정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검토한 결과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지털정치는 문명사의 흐름, 우리가 앞장서겠다"






-얼마 전 총장께서 한나라당을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도대체 뭐가 디지털정당인가.

뭐가 디지털정당이냐는 답이 없다. 교과서에도, 매뉴얼에도, 사전에도 안 나온다. 학자들도 단편적으로 얘기한다. 한나라당이 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디지털정당이 되는 셈이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겠다는 거다. 그럼 디지털정당이 뭐냐. 인터넷상에 정당이 하나 들어가 있는 거다. 여기서 인터넷은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디지털정당이 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디지털정당은 디지털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도 하게 한다. 대국민 홍보도 하면서 여론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원과 일반 지지자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일어나 정당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은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이 현상이 뭘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젊은 네티즌들은 밤늦게까지 채팅이나 하고 동호회에서 취미활동이나 하는 줄 알았다. 이 현상의 메시지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자여, 광장으로 모여라'는 것이었다. 700만이 한꺼번에 광장으로 몰려나온, 세계사에 남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둔감했다. '젊은애들 무섭구나,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알아야겠구나'하는 정도였지 세계정치가 변하는 진원지가 서울이라는 걸 몰랐다. 옛날에는 말과 창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쇠가 결정됐지만 이제는 노트북과 인터넷, 휴대폰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것의 종합판이 2002년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사이버 공간의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의 주역이 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정몽준이 탈당한다니까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밤새도록 연락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된 거다. 이제 인터넷이 젊은 사람들의 유희물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해 6월 대표 경선 뒤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두 달도 못가 사표를 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조금 뜯어고치고 컴퓨터나 좀 새 걸로 바꾸고, 사이버팀에 사람 조금 더 늘리고 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 하기 위해 삼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원 십수명을 모아놓을 필요가 뭐 있었나. 오히려 망신하겠다 싶어 그만 뒀다. 그 뒤 박 대표가 총선 앞두고 대표가 된 뒤 내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도 했다.

선거 끝난 뒤에도 나는 오프라인 매체는 안 가고 다음과 네이버, 네이트 등 온라인매체만 방문했다. 이틀간 우리 당 연찬회에서도 '왜 디지털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하게 했고 그 뒤에도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여섯 차례나 실시했다. 아무리 인프라를 잘 갖춰놔도 디지털 마인드가 확산되지 않으면 디지털정당은 안 된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겠다.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네티즌들에게 한나라당이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은 반성해야 하겠지만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니다.

-박근혜대표가 '디지털정당화'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박 대표가 나보다도 더 앞서가고, 빨리 가고 있다. 사이월드에 박근혜대표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알지 않나. 박 대표는 2년간 자원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몸 담았던 사람이다. 본인이 전자공학도라 정치인들 어느 누구보다 그런 면에서는 앞서 있다.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박 대표가 오히려 왜 더 빨리 안 되느냐고 채근할 정도다. 그 때문에 일 하기가 쉬우면서 한편으로 압박감도 많이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디지털정당으로 붙어보자"


"디지털정당 되면 리더십도 달라진다"





-디지털정당의 핵심이 뭔가.

모든 것을 디지털식으로 바꾼다는 거다. 링컨 식으로 말하면 디지털의,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에 의한 정당운영을 목표로 한다. 우선 당의 최고 집행기관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선출된다. 당 운영의 견제기관인 운영위원도 마찬가지다. 대표 선출 때도 인터넷 투표가 20%를 차지하게 된다. 디지털을 기본 축으로 해서 중앙당을 슬림화한다. 당원,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한다. 웹진을 매일 또는 격일로 발행하고 CRM(Customer Relations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인트라넷도 활성화한다. 지속적인 디지털 교육도 시키고 디지털연수원도 만든다. 전 의원들에게도 서버를 무료지원하고 신당사의 디지털 인프라는 최고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의원 평가제도도 디지털 지수를 계량화해 반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디지털 마인드가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네티즌들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낼 수 있겠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 실행할 수 있겠나.

재정적 어려움도 있고,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조직체계상의 어려움도 있다. 특히 이 작업은 중앙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게 시대적인 대세라고나 할까. 이걸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으로 와버렸다.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준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뒤떨어진 것은 디지털 마인드와 이를 정치, 사회적으로 운용하는 것, 그리고 컨텐츠 등이다. 밤을 새가며 컴퓨터에 빠져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몇 되나. 좋든 나쁘든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할 수밖에 없고 해내야 한다. 박대표 체제때 못 해내면 나중에 누군가 하긴 하겠지만 형식적으로 해버리면 성공을 못한다.

이런 식으로 끌어가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당에도 튀는 사람들 있지 않나. 튀는 것, 끼의 발산이 디지털 문화다. 젊은 386들이 튀는 것은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발산할 수 있는 그루터기를 만들어주고 사라지겠다. 국회 들어온 이래 이 방면에 천착해온 내가 이런 장을 펼쳐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뒤쳐져 있는 이유는 뭔가. 다른 당보다 앞설 수 있겠나.

내가 당선되는데 디지털 방식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의원들이 그런 계산으로 디지털을 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주 지지층인 50,60대에게 디지털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나도 목이 빠지라고 디지털을 떠들어봐야 내 지역구에서도 별로 도움 안 된다. 나는 정보통신위에서 가장 밥그릇을 오래 먹은 사람인데 내가 안 하면 안 된다. 다른 정치인들 입장에서야 표도 안 되는데 왜 노력을 기울이겠나. 96년에 하이텔 등에서 정치토론을 세 번이나 했는데 선거 때 그것 봤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의원 선거에서는 크게 도움 안 된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노 대통령이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2007년 대선 때 인터넷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튀면 열린우리당도 가만 안 있을 것이다. 좋다. 서로 경쟁하자 이거다. 저쪽도 좋은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내가 당의 1,2급 비밀을 왜 털어놓느냐. 인터넷 시대에 비밀이라는 게 고작 3개월 간다. 새로운 휴대폰 모델도 3개월이면 나오지 않나.


"김혁규 총리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의원 빼내기가 한나라당 대선 패배의 한 요인"

"이인제, '프로판 가스 정치'하려고 금배지 달았나"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 당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나.

DR(김덕룡)이 지난 번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인)노회찬씨도 적절히 지적했더라. 그 분 말대로 남의 집 여자를 뺏어간 뒤 화해하자고 하면 말이 되느냐. 인간이 자칫 잘못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지식이 커진 시대다. 20년전 국가 권력보다 삼성이 가진 정보권력이 훨씬 막강했다면 20년전 삼성의 정보권력보다 지금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한 개인의 정보가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도덕성, 극기와 자제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 김혁규 지사 건도 그렇지. 책략적이고 정략적인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서글프다. '한나라당이 세 번 공천을 줬기에 인품과 능력이 검증된 것 아니냐'고 여권에서 말하던데 답답하다.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김 전 지사를 잘 알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청와대가 김혁규 총리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져야 한다.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반대를 다하겠다. (임명동의안 처리 때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것도 포함되고, 청문회를 혹독하게 해서 그 사람이 부적격자이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능력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여론을 이끌어내겠다. 충분히 자신 있다. (과거와 같은 장외투쟁도 하느냐고 묻자) 현재로선 장외 투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우세할 때 많은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 옮겨갔고 한나라당은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잘못한 것 아닌가.

그때도 나는 이회창 후보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다른 사람들이 '김형오는 나이브하다. 선거라는 게 세 싸움인데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덕적으로 결여된 것이니 국민들로부터 환영 못 받는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한나라당은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우리가 집권을 하더라도 안 된다. 물론 이념적인 성향을 찾아간다든지, 있던 당에서 핍박을 받아 있을 수 없어 새로운 목표를 다지기 위한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자민련 강창희의원이 자민련에서 축출돼 온 것은 환영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걸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한 거라든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대통령당' 가서 총리 자리까지 앉는 건 안 된다. 정말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백의종군 하는 게 도덕성도 입증되는 거지. 우리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 교과서에서 배운 걸 안하고 있어서 그렇지. 국민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하자는 거다. 이인제 의원이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

"지역 화합 위원회 구성 검토하겠다"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중대선거구제 반대...선거구획정위가 내놓으면 수용 가능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이 입증됐다. 한나라당이 지역감정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이 있느냐.

우리는 지역감정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남권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가져왔다. 그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찍겠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꾸 그런 게 약해진다. 영남 의원들은 억울한 게 우리는 나름대로 인물이 나아서 됐다고 생각하는데 지역감정 때문에 됐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 부분 당이 수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두 번 진 것도 영남당으로 몰린 때문 아니냐. 억울한 것은 영남은 3대7이 나오는데 호남은 9대 1이 나와도 영남 지역감정만 이야기하느냐 하는 거다. 물론 우리 당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당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이번 보궐선거다. 이번에도 우리가 전남 지사 후보를 못 냈는데 가슴 아프다. 호남에 후보도 못 내는 정당이라 하면 뭐라 하겠나. 호남 홀대한다, 무시한다 그러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후보로 안 나오려 한다. (격이) 좀 떨어지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또 '호남을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 한다. 이번에도 후보를 냈을 경우와 안 냈을 경우를 두고 무지하게 고민했다. 지역감정의 골이 아직은 깊다. 우리가 호남에 왜 한나라당 안 찍느냐 안 한다.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겠다. 제도적으로도 보완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지역감정 개선책은 법적, 제도적인 문제와 인사정책상 문제, 예산 집행의 문제 등이 다 있다. 법적, 제도적 문제는 여야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 집행의 합리성은 정부, 여당이 해야 하는 거다. 그럼, 한나라당은 뭘 하느냐. 마음 열고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지역화합을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할 거다.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상당수 학자들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한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의 피해자라면 굳이 왜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나.

여권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여당이 호남과 충청 등 6개 시도를 싹쓸이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기대치만큼 의석이 안 나왔다고 소선거구제가 문제 있다고 한다.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중대선거구를 반대하는 것은 이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돈을 적게 쓰는 제도인지 검증이 안 됐다. 많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이 정한 방침이 있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위는 100% 민간인으로 하겠다는 거다. 거기에 따르면 된다.

-그럼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말인가.

만약의 경우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말을 잠시 흐린 뒤) 민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여 획정을 하게 된다. 거기서 (다음 선거) 이 년 전쯤에 이런 이런 제도를 하라고 하면 해야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도 받아들이겠다는 거냐고 다시 묻자) 선거구획정위가 가져온 안 이라면 수용하겠다.
by 선대인 2008. 9. 4. 17:00
진단>이라크 전문가 단 한명도 없는 나라

김선일씨 피랍 및 사망사건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과정은 "국익을 우선한다"는 거창한 외교적 명분과는 사뭇 동떨어진 것이어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간 대(對)중국, 대(對)일본 외교 등에서 노출됐던 한국의 어설픈 외교력은 이번 자국민 피랍 및 살해사건에서 초라한 현주소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후약방문'일 수 밖에 없지만 '두번의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미디어다음은 국내 중동전문가 다섯 명에게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 향후 보완책 등을 물어보았다.

전문가들은 정권 이양기에 권력투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과격 테러단체에 김씨가 희생당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현지에서 민-관 연락체계를 확고히 하지 않았던 점 등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관련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지 않아 진정한 이라크 전문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사실상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지 사정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다 보니 제대로 된 외교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지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정부가 외교적 수사로만 '재건과 평화'를 앵무새처럼 되뇔 것이 아니라 이라크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이 같은 활동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는 알 자지라 같은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으므로 공중파와 지역 케이블 방송 등을 활용한 홍보작업을 펼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음은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 요약.
 
"일본 이라크 대사관에만 정보요원 200명…우리는 이라크 전문가 단 한명도 없어"
"중동 지역 나가 있는 1만명 안전에 신경 쓰야"






24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 긴급 현안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 시점이다.[사진=연합뉴스]

홍성민 한국외대 중동경제연구소장

가장 큰 문제는 정보력 부족이다. 일본 경우 이라크 대사관에만 200명정도의 정보 요원이 나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력이 없어 김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접선이나 접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속기만 했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해줘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회의만 했지 결과가 없다. 김씨 장례 절차만 논의했나. 자체 분석 자료가 없었던 것 같다. 외교부나 청와대나 국방부 모두 외신이나 기다리는 꼴이었다. 우리 국가 전체의 정보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현지에 보내 육성해야 한다. 한국에 이라크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나도 이라크와 관련해 글도 좀 쓰고 인터뷰도 하고 전문가로 분류 되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현지 한 번 방문하고 책 보고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그곳에서 몇 십년씩 살면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현지 사정을 너무 몰랐다. 이라크는 결국 이라크인의 것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종파를 초월해 뭉친다. 그걸 너무 무시하고 우리는 그냥 이슬람이라고 얘기한다. 서희-제마부대가 그곳에서 한 일이 뭐냐. 한국인인 나도 모르는데 그 사람들이이 어떻게 아나. '평화재건'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면 뭘 했는지 보여줘야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등 각 중동국가에 나가 있는 교민 수가 5000명정도 되고 장기 체류나 출장자를 합치면 1만명 가량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이 우리 경제에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 나라의 원유 수급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중동에서 우리 기업가들이 어깨 펴고 사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국민의 감성에만 기대고 표만 의식하는 것 같다. 문제점을 꼼꼼이 따져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말로는 하고 실천은 안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도 중동에 정보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게 전혀 가동이 안됐다. 파병 논리로 '이라크 특수'를 외쳤는데 실제로는 아무 결과도 없다.

지금 시점에서 철수냐, 파병이냐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건 무익하다고 본다. 생각 같아서는 파견한 부대를 다 데리고 오고 싶지만 무책임한 거다. 부대를 다시 불러올 경우 미국이 가할 경제적 압력이 만만치 않을 거다. 일단 파병한 이상 미국과 협상을 통해 실익을 챙기는 과정을 거치더라도 파병문제를 재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에도 잘못된 정보 너무나 많아…소수 전문가에 의존한 정보로는 한계 있어"


전완경 부산외대 아랍어과 교수(한국중동학회 회장)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굉장히 어렵다. 한가지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랍 사람들 특히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협조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이 파병 결정을 미루거나 철회하게 만들려고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정부대응의 문제점은 이번 사태나 중동지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외교와 관련된 문제를 노출시켰다. 즉 일본이나 선진국처럼 지역 전문가가 없고, 각 지역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는 체계화된 정보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평상시에는 특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항상 이번 같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만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을 붙잡고 조언을 듣고 잘못된 대처를 하고 있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보도들을 보면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정부나 언론이나 모두 지역 전문가 몇 명에게만 의존해 정보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미래를 내다보며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또 아랍권 국가에 한국을 계속 홍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아랍의 친구가 될 수 있으며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동의 문화나 언어들을 잘 알고 그들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냄비처럼 이번 사건으로 한번 떠들고 나서 잊어버리지 말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민관 협력 체제 없었던 점 아쉬워"






김선일씨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울부짖는 동생 정숙씨. 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길은 뭘까.[사진=동아일보]

이영태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다. 파병이 없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것은 파병 철회가 아니다. 그들은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해치는 게 파병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정권 이양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권력투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고 김선일씨는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의 희생자이다. 테러리스트 집단은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선전 효과의 극대화를 바란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한 추악한 인권 위해일 뿐이다.

정부의 대응은 주어진 역량 안에서 할만큼 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민간 채널 강화를 통한 민-관 공조체제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정부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 것은 이런 채널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파병은 오랜 시간을 거쳐 협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이다. 이번과 같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자이툰 부대원 3000명 중 60~70명이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다. 제자들을 파병 부대에 섞어 놓고 있는 선생 입장에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성인으로서 국제적 역학 관계나 우리나라의 사정과 같은 전체적인 틀을 보면 파병은 불가피한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와 네트워크 구축해야"


장세원 명지대 아랍학과 교수

이 사건은 이라크 정권이양이 가까워 지면서 이슬람 세력간의 권력 선점을 위한 것이다. 무장세력 지도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요르단이나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이들은 이라크 내에서 반미 감정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두번째 이유는 한국의 추가 파병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한국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라크, 더 나아가 아랍땅에서 미군을 축출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세계의 이슬람화에 있다.이라크전이 발발하기 전인 2003년 1월에 이라크에 다녀왔다. 당시 한국에 대한 이라크인의 인식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서도 매우 좋았다. 우리의 제품은 현지에서 인기가 좋았고 월드컵을 통해서 한국이 이라크에 잘 알려져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배신감이 크다. 하지만 일부 정치적 테러리스트의 과격한 행동 때문에 반 이슬람, 반 이라크 같은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고 김선일 씨 관련 동영상을 보면 그는 다른 미국인 희생자들과 같은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한국과 미국을 동일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재건'을 위해 이라크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알 자지라나 알 아라비아 같은 아랍권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에 홍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위성방송이기 때문에 수신기가 없으면 시청할 수 없다. 현재 이라크의 많은 가정에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이라크 내의 통신, 언론 매체를 활용해 일반인들에게 많은 홍보를 해야 한다.이슬람 사람들의 특성상 그들은 지도자의 의견을 따르게 되어있다. 이 때문에 지도자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정부가 실패한 부분이다. 아랍이나 이슬람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정치지도자나 울라마(이슬람 종교지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협상단이 구성됐지만 누구를 통해 테러조직과 접촉해야 할지 우왕좌왕한 것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형성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미국 주도 전쟁의 연대세력 돼선 안돼"

홍미정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나라가 미국에 동조해서 파병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을 기독교 대 이슬람교간의 종교적 대립 구도로 보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은 종교적 동기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원유 확보 등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니냐.특히 김선일씨가 피랍된 상황에서 정부가 파병 방침을 재확인한 건 현지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에게는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그 분이 미군납업체 직원이었기에 아랍사람들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현지에서 하는 일의 상징처럼 비쳐질 수 있다.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나만 해도 7월초에 팔레스타인의 국제문제연구소에 가기로 돼 있었으나 그쪽에서 요즘 아랍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으니 다음에 오라고 했다. 한국군의 파병 사실이 보도된 뒤 아랍인들이 한국에 대해 매우 기분 나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침략자의 한 세력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도와준다, 재건이다 하는데 현지인들이 언제 도와달라고 했나. 현지인들이 도움 필요없다고 하는데 도움 준다는 게 말이 되나.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도 있어서 처신하기 힘들겠지만 스페인처럼 철군한 전례도 있으니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 노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번 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함으로써 미국 부시대통령이 주창하는 '반테러전쟁'의 연대세력이 됐다.
by 선대인 2008. 9. 4. 16:58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실한 국회 예산 심의의 문제점을 짚는 기획을 연재했던 미디어다음은 8일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지난 해 양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를 맡았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참석했다. 여야가 예결위 독립 상임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날 좌담도 예결위 상임위 문제가 중심 화제가 됐다.

두 의원은 그 동안 국회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인식은 공유하면서도 처방은 다르게 내놓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특위로 돼 있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예결위에서 예산의 전체 윤곽을 결정하고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구체적인 예산사업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결위가 지역간 '나눠먹기'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예산심의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와 예산 심의 기간 등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전문가 그룹이 예산 심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탑-다운(top-down) 방식(예산기획처가 각 부처에 예산의 할당금액을 명시한 예산요구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할당금액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 제출하게 하는 예산 편성 방식)으로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꾼 것에 맞춰 기존에 형식화돼 있던 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운영상의 개선을 강조했다.이날 좌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소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다음은 두 의원간 토론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요약. (이한구 의원은 한, 이강래 의원은 강으로 표기) ▶▶ '국회예산심의' 게시판 바로가기
한나라 이한구의원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예산심의 전문성 확보"
우리 이강래의원 "상임위엔 반대…대신 상임위 예비심사 엄격히"


미디어다음

=대의제 국가에서 대정부 견제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통해 가능한데 그 동안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의 독단적인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분이 그 동안의 예산 심의 실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해달라.




예산 심의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는 이한구의원(좌)과 이강래 의원(우)
. 이강래 "예산심의 과정 정치성 배제 어렵다…지역민 이해도 대변해야"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았더니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예결위에서는 예산안과 관련된 질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예결위는 야당의 특검제 공세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었다. 또 하나는 총선이었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또 하나 문제는 예결위 운영 기간이다. 예결위의 운영 기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정부 지출 계획안이 90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고 예결위에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결국 예결위 활동 기간은 60일 정도다. 예산 심의 기간은 다 해도 두 달이다.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지만 제약이 있다. 정책 질의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질의는 대부분 정치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흐를 때 막을 방법도 없다. 각 당에서 특별한 지침도 주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하게 되면 실질적인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삭감과 증액이 핵심인데 국회의원은 삭감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삭감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행정부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행정부가 '노'(NO)하면 한계가 있다.지난 해에는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모습은 안타깝다.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니 지방공항 관련 예산 문제도 짚었더라. 김제 공항 이야기도 있더라. 나 또한 김제공항 건설을 두둔한 발언도 했다. 그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회계와 국가 예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업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고 이윤 극대화다.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성에 위해 모든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경제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도 있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각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사항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으면 묻힌다.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한구 "세금 나눠먹기 나라재정 엉망…전문가 참여하는 상임위로 전문성 확보"







=내가 3년간 예결위 간사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이 정말 많다. 예산심의 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나눠 얘기하겠다. 먼저 예산심의 구조상의 문제부터 얘기하겠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 형태로 50명으로 구성된다. 16대 의원 273명 중 50명은 굉장히 많은 인원이다. 또 겸임이다. 자연스럽게 예결위 위원들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와도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뜬 봉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원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로서는 일하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예산 심의 과정이) 지난 몇 십년 간 예산 심의가 개판이 됐다.

형편없게 된 것이 경부고속철도다. 처음 사업 계획 발표 때보다 예산이 6배가 더 들어 갔다. 이런 예가 많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보라고 만든 것이 국회인데, 국회의원이 감시를 하지 않고 나누어 먹기 식으로 한다. 각 지역에서 나누어 먹기, 자기 몫을 얼마나 갖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제 보다 예산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예산안에 (예결위원) 의원이 하고 싶은 것 들어가고, 지역사업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또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 사업 프로젝트가 많고 이를 전반적으로 소화하는데도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로 (심의) 기간이 짧다. 또 내용도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대번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만 논쟁이 된다. 정부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끼워놓기도 한다. 의원들에게 그런 예산들을 삭감해주는 척 하면서 정부가 정말 챙기고 싶은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2,3년 전에 추진하다 안된 것도 정부가 제목만 바꾸어서 또 내놓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래도 이것에 대한 심의가 없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는 자료 제출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심의 기간인 두 달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대번에 나온다. 부실한 자료제출이 이루어지고 자료에는 거짓말이 횡행한다.

예산은 사업의 뒷면인데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탁상행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탁상행정도 아니다. 전혀 현장과 맞지 않는다. (관료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예산안에 올린다. 이런 게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심의 기간이 짧아 연계가 안 된다. 감사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예산심의가 결산이나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안 삭감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 돼야 하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 분야에서만 국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예결위와 국감이 잘 조정 안 된다. 예결위를 특별위원회 형태로 둬서는 불가능하다.

운영문제를 보면 야당은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한다. 50명의 의원들이 모이고 언론이 집중한다. 정치공세의 장으로 기가 막히게 좋다. 반면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는 장으로 안다. 더 나쁘다.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을 안 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리인과 행정부를 공격하는 사람이 싸우는 장소가 되었다. 의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건데 구조적으로 이렇게 운영되어왔다.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의 결정도 부정할 수 있는데 사실은 거기서 많은 삭감이 이루어 진다. 증액은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로비가 들어온다. 모든 정당에서는 이것을 활용하려 한다. 예결위가 싸움장으로 변한다. 싸움하다 보면 연말이다. 예결위에 너무 많은 부담은 안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 이렇게 하면 예산 심의의 규모를 분산시킨다. 예결위에서는 예산 총액과 기능별 할당액, 부처별 할당액만 정한다. 나머지는 할당액 범위 내에서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 해라.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예결위 인원을 줄이자. 절반의 인원으로 해서 전문가만 들어가자. 큰 것만 점검하면 되니까. 국민에 영향을 주는 큰 사업만, 중장기적 재정 문제만 심의하자. 의원들이 와서 힘도 못쓰고 지역구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자.

심의 기간도 두 달로 하지 말고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심의하는 것과 똑같이 하자. 상임위로 바꾸면서 5월말까지 각 행정 부처가 예산안 신청 자료를 내면 국회도 같은 자료를 받아 그때부터 같이 심의하자. 거기서 결정 나면 국회 본회의에 넘기자. 그러면 자연스레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부실한 자료제출 안될 것이고, 현장과 다르면 들통나고, 거짓말도 못하게 하자.

그러면 정치공세도 해봐야 효과가 없다. 예결위 규모가 작고 큰 정책의 흐름만 가지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잘 안 된다. 지금보다 휠씬 낫다. 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정감사 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이것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의원들이 활동하기도 좋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예결위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예결위원에게 얘기해봤자 몇 명만 빼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다. 지금 상태로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도 힘들다.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도록 하자. 그러면 상임위가 책임을 지게 돼 예산 심의도 잘 되고 결산 심사도 잘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니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 없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치적 고려들을 예산안에 그냥 반영하면 나라가 잘 되겠느냐. 분야별로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지금 이것을 단절하자. 이강래 "전문가가 예산심의 독점도 폐해…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하게"







=이곳에 오는 도중에 작년 8월에 나온 재정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더라. 이는 장기적으로 맞지만 준비할 것이 많다.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대 때 전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구 의원이었다. 예결위를 매년 새로 구성하고 50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수요 때문에 그렇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수요가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특히 그렇다. 50명씩 4년 하면 200명 정도다. 지역구 출신은 대부분 할 수 있다. 농촌은 수요가 더 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합리성만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안 된다. 특위를 50명씩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아니다. 재정전문가를 공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각 당에서 이런 전문성을 띤 사람을 예결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에 한나라 당에는 재정학자 출신 당선자가 있다. 국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몇 사람들이 나라 예산을 주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전문성 부족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가 예산심의를 독점하는 폐해를 가져와선 안 된다. 상임위의 예비심사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도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예결위를 20명으로 만들어서 2년씩 전문가가 하게 하면 각 상임위 별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소관부처를 기획예산처, 감사원, 재경부의 결산 부분만 하겠다고 해놓았지만 예산 심의는 이들 부처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예결위가 예산심의를 하다 부르면 각 정부 부처가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결위가 예산 전체를 주무르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권한을 더 집중화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 128조 2항을 보면 결산 자료 제출요구는 5월말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산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결산이 형식화되어 있다. 그래서 회계감사권의 이관 문제도 나오는 것이다.

6,7월 정기 국회 전에 예결위에서 결산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국회내의 예산정책처가 생겨서 한나라당이 예산안 문제를 상의하자고 한다고 하는데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냐.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편성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므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 맞춰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지금 또 하나의 문제는 헌법 구조이다.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 등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는 두 달 동안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복잡한 정책질의 하지 말고 상임위 예비심사를 미리 해서 그것을 예결위에서 종합해서 심사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심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심의 과정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지역구가 남원-순창인데 재정자립도가 남원은 12.8% 순창은 11.3%다. 재정자립도가 이렇다 보니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몇 억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지역 의원에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얻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한다. 그런 수요는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소수 전문가로 예결위를 채우자는 것은 위험하다. 이강래 "헌법에 예결위 활동기한 명시…예결위 상임위화(化)는 불가능"

이한구 "예결위가 상임위 아닌 나라가 있나…예결위 상임위화(化) 지금이 적기"







=이강래 의원도 아까 장기적으로는 상임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가 상임위로 바꾸기 위한 적절한 시기인가.



=미국처럼 예산안이 법률 형식을 띠어야 한다.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에 있고 예산심의는 법률안 심의와 동시에 이루어 진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인가. 헌법을 바꾸면 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헌법 사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법이 탑-다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부터는 기획예산처가 예전과 달리 개별사업을 따지지 않고 분야, 기능, 지역별로 부처별 할당을 한다. 행정부 편성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예산 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의 사업 우선 순위를 행정부 내에서 조정할 때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국회가 그 기준에 비춰봐서 맞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각 부처가 자율에 따라 예산 할당량을 받아내면 각 부처가 받은 할당량 내에서 사업 운선 순위에 대해 상임위가 심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탑 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니까 예산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하는 문제는 별개 문제다. 그게 지역별로는 일리가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낭비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역 수요를 전부 부정은 못한다. 국회 각 부처 상임위에서도 지역 수요를 고려할 것이다. 예산결산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 때도 그 기준이 들어가지 안을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지 개별의원의 활동을 봐주자고 하면 예산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의 수요는 있다. 그래서 분산 시키자는 것이다. 예산의 큰 윤곽에 대해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 없다. 각 상임위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면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 예결위에는 재정 전문가,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개별사업을 터치하지 못한다. 전체 예산 규모, 부처별, 기능별, 정치 사회 문화,때로는 낙후된 지역의 개발 등 공평성의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대로 휠씬 더 개선해야 한다. 개선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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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의원 말대로 상임위가 된 예결위가 예산의 윤곽을 잡는 역할만 한다면 예결위를 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다. 아까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결위가 상임위 활동을 규율한다. 예결위를 특위로 만들어 놓은 것은 16개 상임위 위에 있도록 한 것이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나란히 병렬적으로 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 안 하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 결정권이 없으니 기획예산처로부터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예결위에서 증액하고 끼워 넣고 지역의 민원 해결 창구로 쓰는 것이다.

예산안이 총액으로 주어지면 이를 구체적 사업에 어떻게 배정하느냐 하는 것은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된다. 국회도 하나 하나 사업을 따지면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위냐 상임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예산안 제출 시기와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특위 상태에서도 조기결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달동안 예결위를 하면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걸러진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위냐 상임위냐,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임위를 어떻게 실질화할 것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탑-다운 방식에서는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신청하면 기획예산처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각 부처에 큰 틀을 결정을 해준다. 그것을 가지고 각 정부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가서 이렇게 되었으니 부처별 예산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예비 심사하겠다고 나오겠나. 예결위가 특위로 있는 한 특위로 오면 상임위에서 한 게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각 상임위도 예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다 이렇게 예결위를 상임위로 해놓았다. 선진국 중에 안 하는 곳을 알면 이강래 의원이 한 번 말해보라.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와 특위의 차이는 실제 운영의 차이이지 제도의 차이는 없다. 사실 현재로도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화 돼 있어서 일년 내내 할 수 있다.



=말만 그렇지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강래 "예결위 상설화엔 야당의 정치적 목적…정치공세 1년내내 하겠다는 뜻"

이한구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 막아야…예산주권 국회에 돌려줘야"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봤자 위원회 임기 차이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정부의 사업 계획이 5월말까지 만들어지고 예산 배정이 끝난다.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에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은 예결위원 수를 줄여서 몇몇 전문가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독식하면 안 된다.

솔직히 예결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일년 내내 소수 전문가들이 국회를 장악하자는 목표가 있다. 예산심의가 야당의 무대가 될 건 뻔하다. 이것을 상설화해 자신의 확실한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공세, 폭로 공세를 일년 내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예결위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상임위 역할이다. 정부의 탑-다운 방식 예산 편성에 맞춰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내실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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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의원 지적대로 지난해 예결위에서 야당은 특검 공세로 일관했다. 추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폭로가 많았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때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결특위에서 정치공세를 하는 이유는 특위가 의원 50명의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었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크기를 줄이면 이러한 점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항상 언론이 주목할 것이다. TV카메라가 항시 대기할 것이다.



=예산결산 특위도 상설화 돼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겸임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예결위 정원이 모아지지 않아 예산 심의가 부실화된 적이 많았다.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하는 것이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여기서 결정된 것이 예결위에서 거부되지 않아야 하는데 특위 시스템에서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해도 거부당한다. 예결위에서 조정하다 보면 상임위 심사 내용이 잘려나간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상한 세력이 개입해서 실세가 재미 보고 지역구 이익에 따라간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게 큰 고민이다. 지난 해 예결위위원장 자리다툼도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이 있다. 여야의 차이,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배려 할 것이냐, 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서 여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상임위화된 예결위에서 다루자. 예결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 챙기고 하는 정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의 중요한 사업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상임위에서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 지역의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사업을 시장 같은 곳에서 팔고 사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정상인처럼 살게 만들자. 내가 예결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예결위를 오래 하면 사람 미친다.



=이한구 의원께서 예결위 성원이 안 되서 심의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해서 성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쟁점이 없을 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겸임이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특위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무시하고 상임위로 바꾸면 예비심사를 존중하나. 반대다. 특위는 종합 센터의 성격이 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하면 다른 상임위와 배타적인 상임위가 될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상임위화 된 예결위에서는 전체 예산사업의 우선 순위를 심의해서 결정만 한다. 다른 상임위와 어떤 충돌이 생긴다는 것인가.



=예결위에서 예산안의 큰 틀만 본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박 겉 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기간 문제 때문에 특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정치논리는 예결위가 상임위 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왕따가 된다. 내가 지난 해 보니 이한구 의원이 고지식할 정도로 예산의 합리성을 따져서 당에서도 왕따가 되는 걸 봤다. 물론 지나친,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극도로 내세워 정치적 고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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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의원께서 상임위 운영을 실질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그 동안 상임위를 실질화하자고 해도 잘 안 되지 않았나.



=더 성실해져야지. 전반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언론 등 밖에서 더 채찍질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상임위원회는 열 수 있다.



=예결위도 꼭 같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잘 되나. 공부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 보고 '나도 노력만 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꼴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어떻게 열심히 하게 할 거냐 하는 거다. 그걸 하자고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거다.

그 동안 전국구의원을 하다 이번에 처음 지역구 의원이 됐다. 나도 지역을 전혀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사업만 챙기다 보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부실한 심의 때문에 개별 지역이나 의원의 이익 챙기기로 간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쓸데 없는 예산을 만들어 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결위가 싸움장이 안 되게 하려면 예결위를 상임위로 돌리고 예산 주권을 국회에 돌려주자. 예산 심의권을 분산시키자. 헌법상의 심의 기간 문제는 없다. 모든 상임위 예비심사는 기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할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6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선진국은 다 한다


정부가 지난 한 해 동안 565개 단체에 411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들은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시민단체의 독립성과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총선연대 활동을 했던 단체에 대한 지원을 근거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 돈을 받고 '낙선운동'을 벌인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비정부단체(NGO) 또는 비영리단체(NPO)를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정부 지원액이 총선연대 활동에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비판을 '근거 없는 왜곡 보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가 국제적인 추세나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에 예산 1%, NGO에 쓰도록 권고...미국도 재정, 세제 지원 팍팍





'시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장병들. 미국에서는 해비타트 운동을 펼칠 경우 정부가 토지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NGO 지원은 세계적 추세=

대부분 선진국에서 정부가 NGO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전체 예산의 1% 이상을 NGO 지원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예산의 0.1%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 심지어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민간재단에도 지원을 할 정도다. 사회민주당 부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나 과거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PDS가 만든 로자룩셈부르크 재단 등이 그런 사례다. 또 종교세 등을 정부가 걷어 종교 관련 단체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자금 모금 활동을 대행해 줄 정도다. 영국도 정부가 직접 NGO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정부 지원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예를 들어, 해비타트 운동을 펼칠 경우 미국 정부가 토지를 제공하고 상하수시설이나 도로 등을 지어주기도 한다. 미국은 정부나 정치권보다 시민사회가 매우 활발하고 이에 따라 NGO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가량이 NGO활동에 의한 것이다. 다만 미국은 백악관 직속기구를 구성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민간재단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NGO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30(법인세)~50%(소득세) 정도로 폭 넓게 적용하고 있다. 감면 대상에는 정파적 노선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개혁 운동을 포함, 거의 모든 NGO가 해당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재단으로 등록된 NGO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 추천과 재경부 장관 승인 등을 거치는 복잡한 방식을 거쳐야 소득세의 10%, 법인세의 5%정도를 감면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NGO와 NPO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시민단체가 용역을 받아 수행하는 사업이 훨씬 효과 있는 경우들이 많다"며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슨 흑막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적 흐름을 보거나 정부와 시민사회간 관계에 대한 식견이 있다면 이런 주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보도와 주장으로 시민단체가 억울하게 입는 상처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단체에 직접 주는 방식 아닌 프로젝트에 지원


"과거 관변단체 동원처럼 봐선 안돼"

▼ 단체 직접 지원 아닌 프로젝트 지원=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비판받는 시민단체들은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의 지원에 많이 기대는 것이 사실이다. 각종 복지사업이나 소비자 활동 등 공익사업 등 할 일들은 많지만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단체들도 적지 않다. 그런 단체들에게 정부의 지원 사업은 요긴한 경우가 많다.이들 사업의 대부분은 시민단체가 지원을 신청한 '공익성 사업'을 대상으로 외부 위원회가 심사해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행자부의 민간단체 지원금은 2000년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해 프로젝트를 공개모집하고,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집행된다. 집행 뒤에도 사업시행 결과 보고 및 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특히 이들 사업은 법에 근거해 시민단체를 지원하도록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이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원 사업,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 외교부의 국제협력단(KOICA) 지원 사업,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부의 여성단체 지원 사업 등 상당수 지원 사업들이 그렇다. 이런 사업들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의 동의 없이는 입법화되기 힘들었던 사업이었다. 특히 이들 사업 가운데 소비자 단체나 여성단체 지원 사업의 상당 부분은 한나라당이 여당이던 김영삼 정부 때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이인경 사무국장은 "유엔의 국가인권정책권고안은 인권의 신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적극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관변단체를 만들어 동원 수단으로 사용하던 때의 시각으로 정부와 NGO관계를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성공회대 NGO학과 조효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정부 용역에 기업과 NGO가 함께 경쟁입찰에 참여해 경쟁력을 평가받는 쪽에서 프로젝트를 받는다"며 "NGO가 정부 용역을 땄다고 해서 NGO가 정부에 유착돼 있다고 보는 시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심각한 명예훼손...법적 조치 취하겠다"
민간단체 지원, 한나라당 여당일 때 시작...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2004년 총선시민연대 회원들이 17대 총선 낙선대상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시민단체 편향성 논란=

한나라당은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참여한 단체들이 대거 정부의 지원을 받았으므로 편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총선연대에 가입한 200여 시민단체는 우리 나라 주요 시민단체를 거의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와 중복이 안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 단체가 그 단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치 정부의 예산이 총선연대 가입단체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 짜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단체쪽 주장이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총선연대에 소속됐던 시민단체가 지원 받은 돈 가운데 한 푼도 총선연대 사업으로 쓴 돈이 없다"며 "정부가 프로젝트별로 개별 시민단체에 나눠준 돈이 마치 낙선운동에 쓰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왜곡보도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연대를 사실상 주도했던 참여연대는 96년 이후 정부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 김기식 처장은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어서이지 시민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돼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로 자주 맞부딪히는 경실련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도 정부의 지원은 받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인 것은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 사업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덕룡 의원이 정무장관으로 있던 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됐다. 김 처장은 "자신들이 시작한 일을 마치 새로운 일인 듯 모른 척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들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 지원을 받으면 편향성을 띤다고 바로 연결하는 식이라면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는 모든 언론기관은 친정부 매체냐"고 반문했다.

정부, 시민단체 통제 욕심 버려야


우익 성향 단체 거액 지원받는 사실 눈 감는 행태도 이상

▼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통제 의도 버려야"=

하지만 일부 단체 지원예산은 정치적 논란이 없지 않다. 특히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두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들 단체의 진정한 의도를 떠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들 단체의 주장이 큰 틀에서 정부여당의 언론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두 단체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주장이 현 정권의 주장방향과 큰 틀에서 맞아떨어진 것이지 현 정권을 의도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그러나 문제는 시민단체보다는 시민단체를 통제하거나 동원하려는 정부나 정치권의 의도다. 정부나 정치권이 시민단체를 끊임없이 '자신들 편'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더 문제라는 것. 특히 정부는 정치적 형평성 시비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우익 성향의 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본부 등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된 사실에 눈 감는 것 또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태도다.시민단체 경영컨설팅사인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데서 그쳐야지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많이 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간에 적당한 선의 타협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보도 메뉴...'의도' 의심
정부-시민단체 오해 소지 줄이는 노력해야


▼ 오해 없도록 개선 필요=

이번 보도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또냐. 정말 지겹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당시부터 한나라당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내놓고 일부 언론이 이를 되풀이 보도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일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계속돼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 같은 오해를 불식하는 한편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공익재단이나 기금이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요청에 오히려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라기보다는 공무원들이 '밥그릇'을 놓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하지만 계속 되풀이되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스스로도 노력할 부분이 있다. 좀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시민운동을 펼쳐 회비만으로도 건전한 재정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시민단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욱 충실히 견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는 "미국과 같은 기부문화가 확산돼 있지 않은데다 시민단체의 모금능력이 취약하다 보니 국내 단체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정부 의도에 순응하는 단체는 드물겠지만 그럴 개연성이 없지는 않은 만큼 자체적인 모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4

“아랍 외교전문가 없어 화 키운다”


김선일씨 피랍 및 사망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정을 보면 곳곳이 문제점 투성이다. 여당의 핵심 인사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이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살해된 김씨는 정부가 당초 발표한 17일이 아니라 그 이전에 납치된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외교부도 김씨 피랍 시점이 '지난달 31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게 맞다면 우리 정부는 김씨 피랍 시점에서 20여일이나 지난 뒤인 21일 새벽에야 납치 사실을 파악했다. 불과 100명도 안 되는 바그다드 시내 교민들의 행방을 3주가량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지 대사관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사관측에 즉각 알려주도록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이라크 파병을 앞둔 우리 정부의 느슨한 현지 대응 태세와 정보 수집 능력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씨의 납치 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구명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잇따른 실수를 대(對) 아랍 전문인력 및 협상력 부재에서 꼽고있다.





김선일씨 피랍과 관련, 21일 오후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앞서 회의 참가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연합]

▼전문가 부족=이번 사태로 국내 아랍 관련 인력, 특히 이라크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 이라크 대사관 및 외교부에 아랍어 전공 인력이 몇 명 있지만 아랍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외국어대 터키어김대성 교수는 "외교부나 국정원 직원들 대다수는 선진국 근무를 선호하고 아랍 등 오지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은 잠시 쉬어가는 곳 정도로 생각해 제대로 현지 인맥을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관련 일이 터지면 국내의 몇몇 학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정책을 수립하는 수준으로는 현지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내 실무형 전문가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학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중동학회 회원은 200명 가량이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학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40~50명 안팎.그나마 이집트 터키 등에서 유학한 사람이 많고 이라크에서 유학한 사람은 전무하다. 중동 특수 이후 관계가 멀어진 데다 이라크 내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유학 수요가 없었던 것. 이런 경우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비를 지원해서라도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양성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중동 유학생을 육성하고 외교부 내에서도 수십년간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지역 전문 인력을 키웠다. 얼마 전 일본인 인질들의 석방 과정에서도 이들 전문 인력들이 구축한 현지 인맥들의 도움이 컸음은 물론이다.

협상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선일씨 피랍 사건은 일반적인 협상과 달리 '인질 협상(Hostage Negotiation)'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협상전문가가 협상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영화 '니고시에이터(Negotiator)'에서 보는 것처럼 인질을 잡고 있는 과격 분자나 과격 단체와 협상할 경우 관련 전문가들이 협상 상대의 반응을 점검하며 고도의 지능적인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에는 인질협상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국제협상을 담당할 전문가도 매우 드문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협상프로그램(Program On Negotiation)으로 유명한 하버드대를 비롯, 상당수 대학이 박사급 협상전문가들을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또 변호사와 수사인력 및 외교 인력의 상당수가 협상 실무에 대한 체계적 훈련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씨 피랍사건과 관련해 현지에 급파된 협상단에는 사실상 아랍전문가도, 협상전문가도 없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협상과정의 문제점=정부가 이번 김씨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인맥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미비했기에 이번 사건에서 정부의 역할은 처음부터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적 상황에 더해 우리 정부는 협상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범했다.

미국에서는 인질 협상의 경우 정부나 수사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상대의 요구 조건에 전혀 응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처럼 돼 있다. 만일 협상을 하더라도 은밀한 물밑 채널을 통해 '비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관된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다. 이라크 파병 강행 방침을 거듭 재확인해 테러단체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드러내놓고 온갖 협상을 시도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협상 시간마저 단축시키고 향후 이들 단체의 협상력만 키워놓는 우를 범한 셈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문제 전문가는 "테러범이나 인질범들과 협상해 타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제2, 제3의 인질범들을 키우게 하는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호들갑스럽게 협상하는 것이 국민 정서와 정치적 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인질이나 국익에는 모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납치 단체와 인질의 성격 달랐다=많은 이들이 일본의 피랍자들은 풀려났는데 김선일씨는 풀려나지 못하고 비극을 맞은데 대해 정부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물론 위에서 본 것처럼 정부의 '과오'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치 단체와 인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와 평면적으로만 비교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김씨를 납치한 '알 타우히드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알 카에다 산하 정치테러단체로 일본인들을 납치했던 '사라야 알 무자헤딘(전사여단)이라는 무장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일본인들은 평화운동을 벌이는 시민운동가들과 그들의 활동을 취재한 기자였다는 점에서 가나무역 직원인 김씨와는 다르다. 특히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이 BBC 등 외신에서 미군 지원(supporting U.S. military) 업체 등으로 묘사됐고 실제로 김씨가 미군에 물건을 배달하다 납치됐다는 점에서 이라크인들에게 다르게 비쳐졌을 가능성이 높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인남식 연구원은 "김씨가 소속된 가나무역이 미군 지원 업체로 소개돼 이라크 과격 분자들 눈에는 가나무역 직원이나 미군이 똑 같은 존재로 비쳐져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교수는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파병방침을 재강조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테러조직이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파병 철회라는 확고한 정치적 목표를 내세운 만큼 정부가 이라크 파병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은 그들의 '결단'을 더욱 촉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52

서민들은 허리띠 졸라매는데 지자체는 호화 연수?


경기 고양시 5억 들여 직원 일주일씩 관광성 연수
"서민들은 씀씀이 줄이는 데 공무원들은 일주일씩 연수라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수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연수 또는 직원 단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연수프로그램은 시군구청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 아래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경기 고양시는 지난 달 10일부터 이 달까지 5개조로 나눠 전 직원 1850여명중 절반 가량인 840여명에 대한 연수프로그램을 강원도 설악한화콘도에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5억원이다. 참가 직원 1인당 59만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연수라고는 하지만 '자아 찾기' '타인의 이해' '스포츠와 건강 관리' '변화관리와 혁신' '웰빙과 공직생활' '공직자 재테크'라는 연수프로그램의 제목에서 보듯 대민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은 드물다. 이밖에 설악산 등반과 극기 훈련 프로그램, 도자기 제작 실습 등 사실상 관광에 가까운 프로그램도 적지 않게 끼여 있다.고양시는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연수를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이미 4억원의 예산으로 직원 800여명의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이 같은 연수프로그램은 2002년 강현석 시장이 취임하면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으로 마련한 것. 고양시청 관계자는 "민간 기업체는 다 하는 건데 금액이 크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의 경직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마인드를 갖추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양시가 인구 대비 직원 수가 적어 업무량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매우 많다"며 "뻑 하면 시민들이 수백명씩 쳐들어오는 민원이 많아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시장이 안타깝게 생각해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주민 김모씨(32)는 "경기가 안 좋아 서민들은 모두 씀씀이를 줄이는 판에 공무원들은 주민들 돈으로 일주일씩 값비싼 연수를 다녀왔다는 소식에 화가 치밀었다"며 "그 돈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서민들 사기 진작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장이 앞장 서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시장은 공무원만의 시장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직장교육, 토론 문화 증진의 명목으로 직원연수를 실행중인 중앙부처의 경우 고양시의 교육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각 부처별 사정에 따라 "행정, 어떻게 바뀔 것인가" "왜 혁신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제시돼 있다.연간 1-2회 대민 행정에 불편이 없도록 1박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내용도 행정서비스 제고를 위해 전문기관을 초청해 컨설팅을 받거나, 시민단체나 행정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한 분임토의를 벌인 뒤 의견을 청취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다.최근 6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문화재청 어떻게 바뀔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문화재청의 직원교육도 '왜 혁신해야 하는가' '민원 만족도' '조직문화 쇄신' 등의 분임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소속 공무원 650여명중 2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연수의 전체 경비는 2000만원 정도.이번 교육 과정에는 한국능률협회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문화재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평소 행정에 대해 아쉬웠던 점을 조언해 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연수에 참가한 직원들이 문화재 행정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특히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기업은 워크숍 줄이고 지자체는 늘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도입, 확대


고양시는 두드러진 경우지만 다른 일선 지자체도 직원 연수 또는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호화연수는 아니지만 행정서비스 제고와는 크게 관련성 없는 교육내용들이 대부분이다.마포구는 지난 달말부터 직원 1200여명을 6차로 나눠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직원단합MT'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 5000만원. 프로그램은 하루 두 시간씩의 강연 외에는 모두 래프팅, 서바이벌게임, 레크리에이션, 산악 등반 등으로 채워져 있다. 마포구는 2년전까지는 신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일부 운영했으나 지난 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도 대폭 늘어났음은 물론이다.경기도 남양주시청은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달 14일부터 스트레스해소법, 극기 훈련, 캠프 파이어, 게임 등으로 이뤄진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경기 여주군청도 올해 처음으로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직원 600여명중 3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직원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달 초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절반 가량의 직원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청은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에 계상해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도 이달 중 충남 태안반도 '블루오션리조트'에서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마음 수련회'를 진행할 계획.여주군청 관계자는 "기초 자치단체들이 직원들에게 메리트를 준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사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시군구가 하는데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올해부터 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 일선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를 안 하거나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서울 25개 자치구중 안 하는 데는 거의 없다"며 "일부 구청은 이런 행사에 2억원을 넘게 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당 수 구청의 워크숍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교육이나 토론보다는 유흥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 같은 흐름은 대형 콘도나 리조트 업체에서도 포착된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대명 비발디파크 단체예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 때문인지 기업들의 워크숍은 줄었는데 지자체의 워크숍이나 단합대회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워크숍을 하더라도 야외 프로그램 없이 강의장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부페 대신 간단한 식사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1

문경시, 직원들 호화 해외연수 보내 논란


직원 250명, 5억 들여 미국, 호주, 유럽 등 해외 관광 명승지 방문
문경시 "전 공무원 관광요원화 위해 필요"


경북 문경시가 '전 직원의 관광요원화'를 명목으로 거액을 들여 직원 대부분을 대상으로 200만원대의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어 예산 낭비 논란을 낳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지난 2002년 1월 도립공원인 문경새재의 상징문 상량식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문경시는 올해 250여명의 직원들을 12개 조로 나눠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스위스 등지로 7박 8일 일정의 해외 연수를 보내고 있다. 6월말 현재 모두 7개 팀 139명이 호주,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을 다녀온 상태다. 연수 비용은 개인당 200만~340만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문경시가 개인 당 2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은 모두 5억원. 문경시는 내년에도 같은 액수의 예산을 마련해 250명 가량을 추가로 더 보낼 계획이다.

시청 직원들의 연수 일정은 대부분 관광지 방문 위주로 짜여 있다. 호주 연수팀의 경우 켄터베리 시청과 로토루아시청, 호주 실버타운인 '알란 워커 빌리지' 등이 일정에 포함돼 있지만 오페라하우스 견학, 포트스테판 국립공원, 블루마운틴국립공원, 폴리네시안 온천 체험, 마오리민속촌 등 유명 관광지 방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미 연수팀의 경우도 밴쿠버 퀸엘리자베스공원, 헐리우드 유니버설스튜디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방문 등이 주요 일정으로 들어 있다.

문경시가 해외 연수를 보내게 된 것은 2년 전 박인원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그는 "공무원의 안목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모두 해외에 나가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연수를 실시토록 한 것. 문경시는 지난 해 40여명의 해외 연수를 보낸 뒤 올해부터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광산촌이던 문경시가 지역 내 광산 곳곳이 폐쇄되면서 관광 자원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돼 전 공무원을 관광요원화할 필요가 있어 이 같은 연수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경시는 '외유성 연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연수를 마친 뒤 각 기수별로 현장 체험연수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고 밝혔다. 문경시측은 "일면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공무원들이 해외 연수를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시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굳이 낭비라고만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들 "해외연수 후 뭐가 달라졌나. 시장이 공무원들 환심사기 위한 것"


"관련 담당자만 연수 보내면 된다"

하지만 해외 연수가 당초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 연수 계획서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계획서에 따르면 올 2월 실시된 호주 연수에 참여한 직원은 총무과, 회계과, 사회복지과, 지역경제과, 창업지원과, 도시주택과 등 각기 다른 업무를 맡은 직원 19명. 이들이 연수에서 수행하게 돼 있는 목표도 '관광 관련 교통체계분야 탐구' '온천 및 건축물 관련 자료 수집' '수자원 이용 및 관리' '환경적 쓰레기처리 자료 수집' 등 모두 제각각이다. 19명의 직원들이 단 하나의 일정 아래 움직이면서 제 각각 다른 연수목적을 달성하도록 했다는 말이다. 결국 업무 연관성과는 무관하게 직원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별로 팀을 묶다보니 나온 현상이다. 이렇다 보니 유럽 지역을 가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절반 가량이나 됐다.문경시민 황모씨는 "서민들은 당장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워 엄두도 못 내는 해외연수를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다녀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갔다 와서 시정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김모씨는 "명목은 번지르르하게 해외 연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시 공무원들 환심을 사기 위해 보내 주는 외유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문경시청 관계자는 "연수 체험이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시정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면서도 "연수 경험이 당장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시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경실련 박정식 예산감시팀장은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에서 최대한 비용을 아낄 필요가 있는데 문경시의 경우는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연수 목적을 구체화해 관련된 업무에 있는 사람들만 보내면 될 것을 혈세를 써가며 업무 영역과 상관도 없는 직원들까지 대규모로 연수를 보내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0

집 값 때문에 화병 앓는 당신, 사연은?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모여든 인파들.
대한민국은 집 때문에 화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뛰는 집값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려고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은행 빚 부담에 시름하는 사람들, 몇 년쯤만 맞벌이하면 집을 장만하겠지 생각했다가 훌쩍 뛰어버린 집값에 허탈한 사람들,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보금자리 마련할 돈이 없어 '연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모두 집 때문에 울화병을 앓는 사람들입니다. 애써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없습니다. 내 가족이, 친척이, 직장동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모두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5년전 2억원대이던 강남의 한 아파트는 7억원으로 뛰었습니다. 98년 543만원이던 서울 지역 평당 분양가는 지난 해 1102만원으로 두 배도 넘게 뛰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칼을 뽑아 든 것도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오르던 아파트 값이 이제야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정부 관리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부동산 값이 떨어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건설 경기 부양'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옵니다. 2000년부터 4년여간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는 제동 한 번 제대로 걸지 않았는데, 집값이 내리기도 전에 정책을 바꾸려고 합니다.심지어 "IMF때 떨어진 집 값을 이제 회복한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값을 그대로 유지하겠답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그렇게 말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입니다. 집 값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입장입니다.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가 홍콩 6.5배, 대만 5.3배, 싱가포르 3.8배인데 비해 서울은 10.3배나 되는데도 말입니다.서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부동산. 집을 산 사람이든, 안 산 사람이든, 또는 앞으로 살 사람이든 부동산 값 폭등으로 겪고 있는 여러분들의 애절하고 한 맺힌 사연을 소개해 주십시오. 집 값 폭등으로 생긴 가정경제의 구체적인 변화상을 알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미디어다음이 여러분들의 사연을 모아 또 다시 기사화하겠습니다. 취재팀 메일로 집값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오신 분들의 글을 먼저 소개합니다.

"벌면 뭐 하나. 1년에 수억씩 오르는데..."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해볼까 부동산 정보 뒤져"


"산너머"님의 글

글쎄 저 같은 경우의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제 사연도 참 기구하지요. 97년 성남의 32평 아파트에 입주(분양가1억500만원)했는데 IMF 이후 어려운 사정도 있었지만 꼭 팔아야 할 사정은 아니었는데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없었음)차라리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01년 1억7000만원에 집을 팔고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으로 이사했습니다. 기존의 1,2단지에 막 입주가 시작된 3단지였는데 38평이 분양가 수준인 1억4000만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집은 주거공간일 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무지몽매한 저는 집을 사는 대신 전세(7000만원)를 들어 이사했지요. 지금 성남의 아파트는 3억 정도, 현재 사는 곳의 38평은 1억8000만원 정도. 그동안 새로 시작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라 현재 재산은 그때보다 5000만원 정도 줄어든 상태네요. 지금도 전에 살던 아파트를 볼 때마다 몰려드는 자괴감과 후회는 어떻게 말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구요.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참기 힘들고요.
 
"탱자"님의 글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입니다. 1983년에 결혼해 1995년 잠원동에 신축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이걸 전세 놓고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인천으로 이주(나의 운명을 바꿔놓은 결정 ㅜㅜ)했습니다. 인천에서 아파트 2개 구입하여 거주하며 한 개 전세를 줬습니다. 1997년 12월 으악~ IMF. 교과서에만 나오는 줄로 알았던 게 현실로...폭락의 쓴 맛을 보았습니다. 반토막난 전세금에도 세입자는 구할 수 없었고, 매스컴에선 연일 비관적인 뉴스만이...생돈을 빼주어 세입자를 내보내고 98년9월까지 버티다가 1억6000에 판 반포아파트가 지금은 6억이더군요. 아이들이 중고생일 때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2002년 10월 사정상 다시 서울로 전세를 오게 되었습니다. 4억이란 가격이 당연히 거품이라 생각했죠...망연자실..조금 빠지면 사야지 했는데 오히려 작년에 2억이 더 올라 6억이 되어버렸습니다. 10.29 조치가 나고서야 지금은 멈춘 상태입니다.(4,5천정도 빠진 급매물만..) 요즘은 매일 잠을 못 잡니다.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고...전세로 그냥 있어야 하나..대출받아 사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갈등합니다. 대폭락과 대폭등의 청룡열차를 수십 번 타고,,아직도 내려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남편과 맞벌이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과 퇴직금, 사업이 망한 것도 아닌데 다 물거품이 되었죠. 그리고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푼돈은 벌고 싶지도 않습니다. 벌면 뭐해요. 1년에 며칠사이에 몇천, 몇억이 오르내리니....

"노즈"님의 글


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주부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3년 전에는 31평 아파트를 사려면 저희 전세값 합하면 5000만원 정도 부족하던 것이 지금은 똑같은 아파트가 3년 전보다 저희 재산이 5000만원 늘었지만 3억이 부족한 상태입니다.은행이자 무서워 1~2년 벌어 집 사자고 저희 남편과 약속을 했는데 이젠 아파트 사는 걸 포기했습니다. 여기저기서 2억 벌었니 3억 벌었니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정말 바보스러웠고 남편도 무능해 보였습니다. 화병 아닌 화병증세가 있고 결혼 19년 열심히 살았습니다. 은행 저축이 재산 불리는 최선인 줄만 알았는데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 돈을 벌어 줄 줄이야 가만히 있는 집이 봉급쟁이 평생 만져도 보지 못할 돈을 벌어 주니... 저는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잘 해 볼까 하고 부동산정보를 뒤진답니다. 정말 일할 생각도 없고 세월 10년은 후퇴한 기분입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봅니다.

"아이 분유값 아끼며 주택 구입자금 이자 물어..미래가 없다"
"아이 서넛 놓을 나이에 결혼 엄두도 못내"


"연서엄마"님의 글

지난 10.29대책이 나왔을 때 많은 토론이 언론에서 이루어질 때 전문가들은 뭐라고 했냐면, 이 정책들은 투기꾼들을 잡으려는 정책이니 다수의 국민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믿지는 않았지만, 기가 막혀서....갑자기 15만원 내던 세금이 100만원이 되고,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는 하늘을 모르고, 겨우 분양받았던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전세가 빠져야 들어가죠... 이자는 날로 불어가는데 희망은 없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1가구 1주택자들과 투기세력을 구분시켜 줘야지요. 투기꾼들이 차명이나 위장이혼으로 어쩌구 저쩌구라고 언론에서 그러던데, 우리나라 특성상 가장 가계의 돈이 많이 묶여 있는 집이 지금 꼼짝달싹을 못하고 '돈 먹는 하마'가 되어있는데 무슨 부동산 정책을 신경쓴다는 건지...우리나라처럼 사회 안전망이 없는 나라에서, 몇 년 더 다닐지 알 수도 없는 직장에 다니면서 집값이 자꾸 오를까 겁나서 하는 수 없이 대출받아 집을 마련했습니다. 1가구1주택 피땀흘려 내 집 마련한 사람이 왜 투기자고 죽어 마땅한 삶이라고 하는지....부동산이 오르는건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나라에서는 1가구 1주택하면서 모기지론인지뭔지 하면서 잔뜩 빚내서 집사고 허리 휘도록 갚으라고 해놓고선 이젠 집값 떨어뜨리고 니들은 죽어라...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이런 저주받은 나라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아이 분유 한 통에 1만5000원이 아까와서 미숫가루로 2만원어치(분유 세 통 분량) 바꿔서 빻아 오면서 눈물이 납디다. 영양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니거든요. 이자가 얼만데. 그럼 맛이 없어서 안 먹을 테니까 빨리 밥으로 줘 버릴려구요. 에미가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거 나쁜 걸로 바꿀 때는 죽기만큼 힘들 때란 것만 아세요. 기저귀도 아까와서 웬만하면 자주 안 갈아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집(분양받고도 못 들어가고 있는 집)있다고 우리는 살만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죽으라고요. 이 나라에는 아예 하층민이 되어서 나랏돈 얻어먹고 살아야 차라리 '우리나라 좋은 나라'할 겁니다. 아니면 돈 많아서 해외에 나가 땅 사고 난리쳐도 잡을 능력이 없는 바보 같은 공무원들 덕에 날로 날로 배불리워지는 부자들은 살만하죠. 돈 있으면 국적 쇼핑이 가능한 이 세상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왜 열심히 콩나물 값 아낀 죄밖에 없는 사람은 목을 죄고, 흥청망청 카드들고 까불던 인간들은 이제 빚 갚아준다고 야단인지...자식들한테 뭘 가르칠까요?우리 친구는 공무원이라 충청도에 발령받았는데 경기도에 있는 집 팔아서 거기 집 못 산데요. 수도권이면 다 비싼 게 아닌데 변별하지 않고 다 목을 비틀고 되레 충청도 집값은 왜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가만히 두는지... 왜 집값 챙기겠다면서 거기는 못 챙기고 눈감아주고 계신지... 내신점수가 중요해지면 당연히 학원비 걱정은 우리 몫인데 어찌 살라고요... 미래가 없네요.보통의 아줌마들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 상황들을 좀 알려주세요. 정말 피가 마릅니다. 벌어서 다 이자내는 기분입니다. 그럼, 아예 모기지론인지 뭔지를 없애 버리든지요. 우리 투기한 적 없어요. 더 오르면 정말 집 못살까봐 50% 대출받아 집 산 거고요. 이자는 내지만 아직 집에 못 들어갔어요. 지금 사는 전세집이 안 빠져서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요. 살려주세요. 제발.
 
"조르징요"님의 글

저의 어머님 얘기 입니다. 고모네 반지하에서 살다가 눈치도 눈치요, 스트레스가 쌓여서 내집 한 번 가져보겠다고 대출을 받아서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왔답니다. 우리나라에 제 집 싫다는 사람 없듯이 어머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고 좋아하셨겠죠. 그런데 1년 전 어머님은 유방암에 걸리셨고 수술 후에도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답니다. 같이 벌어서 생활하고 아파트 대출금 갚고, 이렇게 생각 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경기 침체로 아버님의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25평 아파트면 다 장성한 자식을 둔 부모가 아니라 새로 살림을 꾸려서 나오는 신혼부부들에게나 맞는 평수입니다. 그래도 좋다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힘들군요. 옆에서 보기에도요.물론 저도 이제 곧 결혼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낳아도 서너 명은 나았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너무 살기 힘들어서 아기 낳고 싶은 생각조차 없답니다. 아무리 봐도 정부는 쓸데 없는 짓거리나 하고 있고 서민들 피 빨아다가 재벌 뒷돈이나 대주는 꼴이니. 제발 좀 아파트 값 올라도 좋으니 쪼가리 단칸방만이라도 값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9

둘째를 낳고 싶어요


"셋째를 12년 후에 낳았습니다. 아주 예쁘지요. 그런데 그 예쁜 덕에 하루종일 힘들어요. 그저 밥먹고 자고 청소하는 것, 젖주고 목욕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딱 지나가지요. 문화....없습니다. 그리고 돈도 많이 들더라구요. 노산이라 양수검사했거든요. 큰 돈 들었습니다. 산후조리원 갔다 왔습니다. 그것도 큰 돈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광명시는 축하 보조금도 아직 못준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은 지자제로 할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 65000원 들었습니다. 보건소는 멀거든요. 신생아 데리고 가기 힘든 거리입니다. 도움도 직접적으로 통장으로 넣어주어야지.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 준다면 비리가 있을 위험도 많고 혜택도 적습니다. 그야말로 도시로 집중되겠지요. 시골에서 누가 보육시설에 보내나요? 실질적이며 확실한 도움으로 지원해주시고 둘째부터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셋째 아무도 낳을 결심 못합니다. 둘은 많이 낳을 결심합니다. 둘째부터 많은 혜택을 주시고 국가적으로 해야 됩니다."(강정희 님의 글 '아이 셋 키우는 것 힘들어요. 정부도 같이 동참해 주세요')

지난해 총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미디어다음이 연 토론방에는 단 하루만에 800여명이 글을 남길 정도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둘째, 셋째를 키울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거나 육아 보조 등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정책이 미비한 점을 저출산의 이유로 많이 꼽았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및 육아 지원정책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불임부부나 조산아들을 위한 의료보험 혜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사교육비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을 부담하느라 상대적으로 육아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또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기업들이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분도 있었습니다. 출산 및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사람 귀한 줄을 몰라서 우리 사회가 아직 육아정책이 뒤져있다"며 "계속 아이를 낳지 않아서 사람 귀한 줄 알게 하자"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가운데 네티즌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엘리사벳(sessa***) : 전 맞벌이인데.집안일..육아 모두 해야하는게 넘 힘들어요.
지나가는멍멍이(azumm***) : 나라에서 지원을....특히 불임부부와 조산아들에게...
상습 도박꾼!(kiesd***) : 미혼 남녀가 늘어가는 이유 또한 다르지 않네요.
오늘의커피(christin***) : 결혼하기도, 아기 낳기도..
푸른 빛(syn***) : 인구가 팍팍 줄어서 사람 귀한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jykim(jyk4***) : 심지어 전문직 여성까지도
dudndudn(sophie***) : 공무원들 수박 겉핥기식 정책아닌가요?
레드(game_g***) :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다두전자(dadu***) : 아이.. 정말로 낳고싶습니다
하늘 가득히(east***) :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7

국내 도로, 선진국엔 없는 발광(發光) 광고의 천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안전 운전을 위협하는 발광광고의 종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디어다음이 25일 보도한 고속도로 상의 '내민 식 가변 정보안내판' 아래 발광(發光) 광고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각종 기업 광고판도 발광 광고인 경우가 많아 안전운행에 큰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많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주변 들판이나 야산 등에 세워놓는 야립(野立) 광고판의 수는 전국에 모두 250여개. 이 가운데 교통 혼잡이 심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수도권에 전체의 50%가량이 몰려 있다.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광고효과가 높기 때문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설명.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을 비롯, 웬만한 기업들은 다 야립 광고판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야립 광고판의 눈부심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한 자료는 없다. 광고판의 밝기나 규격 등에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들 광고판의 밝기를 측정할 이유가 없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빛의 눈부심 정도를 나타내는 휘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상당수 광고판은 안전운전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속도로 변에 세워져 있다 뿐이지 고속도로 상의 발광광고판처럼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인 셈.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고속도로 변 광고판의 불빛때문에 운전에 방해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차모씨(36. 서울 송파구 신천동)는 "야간에 시속 100km이상 과속하다 밝은 불빛의 광고판 때문에 눈이 부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운전자의 시선을 뺐는다고 차 안에 액세서리도 안 붙이는 게 좋다는데 강한 불빛을 내는 광고판들을 고속도로 변에 방치하는 관계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야립 광고판은 운전자의 시선을 최대한 붙잡기 위해 커브길이나 나들목 부근에 집중적으로 세워져 있어 안전 운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김모씨(41.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영업)는 "고속도로 안성 부근의 커브 구간에서 멀리 떨어진 광고판의 강한 불빛이 정면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 사고가 나면 영락없이 운전자 과실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야립 광고판의 철거가 쉽지 않다는 것. 고속도로 상의 발광광고판은 한국도로공사가 그 문제점을 인식,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광고판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립 광고판의 대부분은 월드컵 등 각종 국제경기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특별법 상의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 또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만큼 일일이 각 지자체를 설득해 이들 광고판을 철거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 광고판의 철거가 어렵다면 광고 불빛의 밝기를 조정하는 등 운전자 안전을 위한 다른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교통공학자는 "광고의 철거가 쉽지 않다면 지자체가 야립 광고판 불빛의 밝기를 낮추거나 도로공사가 야립 광고판이 보이는 구간에 방어울타리를 만들어 사고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국도나 지방도로 변의 주유소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불빛도 너무 밝아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관련 당국이 적절한 휘도의 범위를 정해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

선진국에서는 고속도로 상에서는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 등에는 발광 광고뿐만 아니라 일체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도로변 표지판은 운전자의 안전 및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도로변에는 상업 목적의 광고표지도 금지하고 있다. 예외로 관광산업 육성 목적에 따라 관광지역, 호텔, 음식점 등이 광고표지판을 설치할 경우에는 교통통제장치 단일 매뉴얼(MUTCD) 규정에 맞는 표지판만 설치할 수 있다. 색상은 일반 도로 표지판과 구분해 갈색으로 해야 한다.이 규정들에 따라 주간(Inter-state) 또는 주내(Intra-state) 고속도로의 전광판 등에 광고판을 함께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의 국도에 해당하는 루럴 하이웨이(Rural Highway)에는 광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발광 광고판은 달 수 없고 광고판 주위에 불을 밝히는 간접조명만 가능토록 하고 있다. 광고판 불빛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은 전혀 없는 셈이다. 야립 광고판의 경우에도 휘도 규정을 두어 불빛이 야간 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영국의 경우에도 주차 및 속도, 2륜차 운행권, 학교지역 표시 등 안전운행에 필요한 사항 들 외에는 일체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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