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골프인구 최소 30%이상 부풀려


정부가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밝히면서 추산한 골프인구와 골프장 이용객수가 실제보다 최소 30%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조정실이 9월 펴낸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골프인구는 300만명이며 골프장 연 이용객 수는 1500만명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해 6월말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수 181개가 수요에 비해 부족해 골프장 입장료가 올라가고 부킹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규개위 임충연 과장은 "주 5일제 시행 등으로 골프장 이용객이 연 13.2%씩 늘어난다고 보고 2010년경에는 골프장 연 이용객 수가 2200만명이 될 것"이라며 "이를 흡수하려면 골프장이 400개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골프장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내의 한 현장. 발파작업을 위한 폭약 상자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하지만 15일 한국갤럽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5.8%였다. 20세 이상 전체 성인 인구가 3500만명 정도이므로 우리 국민 가운데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은 203만명 정도인 셈이다.

또 골프를 칠 줄 안다는 응답자 5.8%가운데 지난 1년간 필드에 나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37.3%였다. 전체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75만 7000여명이었다.

정부가 추산한 골프인구를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으로 보면 실제 골프인구는 정부 발표보다 3분의 1 가량인 97만명이 적은 수치다. 또 골프인구를 '실제로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쳐본 사람'으로 볼 경우에는 정부의 골프인구 수치는 무려 4배나 부풀려진 수치인 셈이다. 1년이라는 시차가 있다고 쳐도 어느 기준을 적용해도 정부 추산치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갤럽 조사의 추이를 볼 때 2010년경까지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7.5%인 262만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이 되도 정부가 말하는 골프인구 300만명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부풀려진 골프인구 통계를 가지고 골프장의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추진해온 정부의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의 골프장 수급 불균형 주장에 대해 골프장 실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특권층이나 관련 공무원을 접대하기 위한 '부킹비리'가 수급난의 '숨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53.3%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수 확대와 지방 경기 활성화 등을 명목으로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각 지방의 골프장 공급은 수요를 크게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골프장이 줄도산하고 오히려 지방 경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주장이다.

한편 소득 수준별로 볼 경우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의 비중이 199만원 미만 계층에서는 2.7%, 200~399만원 계층에서는 5.9%인 반면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15.1%로 높아져 골프는 여전히 고소득 계층이 주로 즐기는 운동임이 입증됐다.
by 선대인 2008. 9. 4.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