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심하게 앓고 있다. 지리산 줄기 곳곳에 생긴 30곳 가량의 산사태 때문이다. 스키슬로프 자리를 깎아놓은 것 같은 이들 산사태 지역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가 굴러다닌다. 산사태 현장들은 하늘에서 보면 깨끗한 얼굴에 길게 난 흉터처럼 '민족의 영산'을 곳곳에서 후벼파놓고 있다. 10년전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지리산 산사태는 '환경재앙'의 한 징후처럼 추정된다고 한다. 백두대간의 주요한 축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지리산. '태백산맥' '남부군''지리산' 등 문학작품의 주요한 배경이기도 한 지리산의 능선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산사태의 실상과 원인 등을 현장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키슬로프 같은 면적에 승용차 크기 바윗돌 뒹굴어...2000년 이후 급증
녹색연합 "기후변화 먼 나라 얘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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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산사태로 생겨난 집채만한 바위돌이 계곡을 뒹굴고 있다.[사진=녹색연합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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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현황=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녹색연합은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지리산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사태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사태가 난 곳은 모두 29 곳. 이 중 27곳이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동부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산사태 발생지 중 26곳을 분석한 결과 길이 100m 이하가 12곳(46.2%)으로 가장 많았고, 100∼200m의 산사태가 난 곳이 9곳(34.6%)이었다. 산사태 길이가 400m 이상 되는 곳도 한 군데 확인됐다. 폭은 10~20m가량인 곳이 2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사태발생지역의 평균경사는 30°이상으로 대부분 급경사 지역에 속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3곳은 올해 1월 이후 확인돼 계속 관찰 중이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15년 전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산사태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 발생지역이 등산로와 떨어져 있거나 등산로 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그동안 일반에는 알려지지 못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보전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주목 등 고산침엽수림과
사스래나무, 야광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식생을 보이는 곳들이다. 녹지자연도 9등급 이상인 곳이다.
원인= 14개에 이르는 산지형 국립공원 등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수십 개의 주요 산들 가운데 지리산에 이 같은 대형산사태가 집중된 원인은 뭘까. 녹색연합은 지리산이 집중강우를 몰고 오는 태풍의 길목인 남해안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비구름 층이 고도 1500m 이상인 지리산의 주능선을 넘을 때 집중적인 강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는 1차적 원인이 강우이며 2차적 원인은 지반 및 지질 상태, 3차적 원인이 지형(경사)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리산 산사태의 원인은 지리산의 지질 및 지형적 특성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 강우가 자주 발생한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주장. 산사태가 주로 집중 강우가 발생한 해발 1500m 이상
아고산대 식생지역에서 많이 나타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보전국장은 "자연형 산사태가 30곳 가량이나 발생하는 상황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징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지형과 생태계는 온대와 아한대인데 최근 기후는 급속히 아열대성으로 변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라는 것.
향후 대책= 녹색연합은 "지리산 산사태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나라 얘기가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에 2회 전수 항공조사 및 위성 조사 등을 실시하고 관련 정부부처간 협조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형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조사 및 연구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할퀴어진 산하....녹색연합이 제공한 지리산 산사태 현장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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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칠선계곡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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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 도장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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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봉 대성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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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림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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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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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제석봉 산사태 현장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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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 빗점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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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 한신계곡 산사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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