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사업의 정치경제학

기사입력 2008-06-25 10:31
[신동아]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총선 투표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서울 은평구 뉴타운 건설현장을 찾았다. 당시 강북 지역의 뉴타운 기대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뉴타운 문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 앞으로 서울시 당정회의를 통해 수시로 보고하고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한나라당 뉴타운긴급대책소위 위원장 정태근)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오세훈 시장)

5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당정협의가 끝난 뒤 언론에 보도된 발언이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한나라당 서울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및 당협위원장 35명과 오세훈 서울시장 및 서울시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날 보도 내용만 보면 뉴타운 선거공약 논란으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 지역 유권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데다 여전히 양측의 의견 차가 커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한 참석자는 “당정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때 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뉴타운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자 뉴타운긴급대책소위 위원장인 정태근 18대 국회의원 당선자(성북 갑)가 “뉴타운 사업의 부정적 효과만 너무 강조하는데, 뉴타운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다른 당선자들도 정 당선자의 발언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소외됐던 강북지역 집값이 조금 뛴다고 마치 큰일 나는 것처럼 난리를 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는 것.

정치적 계산에서 탄생한 뉴타운

강남북 균형발전과 주거환경개선을 목표로 추진돼온 뉴타운 사업이 왜 이처럼 격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일까. 이는 뉴타운 사업이 치밀한 도시계획 및 엄밀한 주거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강북 주민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탄생한 데서 비롯된다.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력이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핵심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사업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마른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 계산이 있었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보이는 실적’으로 승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은 서울시장 재임 동안 뉴타운 사업에도 적용됐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때문에 뉴타운 사업은 청계천 복원 사업과 더불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시장 재임 초기부터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3개 지구를 시범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 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 만이었다. 이들 3개 시범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가량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 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 속도를 높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 달리 은평뉴타운을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 개발했다.

은평뉴타운 사업의 임기 내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무리수가 뒤따랐다. 사업을 서두르면서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은평뉴타운의 입찰 방식으로 아파트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던 턴키 방식을 택한 것도 문제가 됐다.

턴키 방식은 외국에서 공장 등 유형화한 건축물을 반복 설계 없이 빠른 시일 안에 시공, 납품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기술 및 설계의 창의성을 활용하고 공기를 단축한다는 취지로 시행돼왔다. 문제는 이 방식이 높은 설계비용 때문에 사실상 상위 6대 건설업체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가격 경쟁입찰 방식에 비해 20~30% 이상 많은 사업비가 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턴키 방식은 주로 지하철이나 터널공사, 장대(長大) 교량 등의 공사에 적용됐을 뿐 아파트 시공에는 도입된 적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28일 서울시청에서 한나라당 ‘뉴타운 긴급대책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 총선 이후 불거진 뉴타운 추가 지정 논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에 턴키 방식 적용을 고집한 것은 왜일까. 우선 공기 단축이 이유로 지적된다. 턴키 방식은 기본설계를 확정한 다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다른 입찰 방식과 달리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에 부치기 때문에 공기가 단축된다. 4년 임기 내 사업 가시화를 바란 이 대통령으로서는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전시’할 목적으로 고급 브랜드 아파트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경쟁입찰 방식의 경우 삼성, 현대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 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시장이 고가 브랜드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턴키로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논리에 떠밀려 35개로 확대

시범 뉴타운이 확정되자마자 뉴타운은 또 한번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구청장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졌다. 서울시장실 주변은 뉴타운 사업과 관련한 구청장 등 면담자들과 지역 민원인들로 붐볐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도 자의 반 타의 반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당초 3~5곳만 지정하려 했던 뉴타운지구가 결국 12곳까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리 지역도 열악한데 왜 어떤 지역은 해주고, 우리는 안 해주느냐”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이 대통령은 뉴타운지구와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기준의 하나로 ‘권역별 형평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지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니 권역별로 안배하겠다는 뜻.

하지만 뉴타운 사업 지정만으로 집값이 껑충 뛰는 현실을 목도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대권 도전을 앞두고 표를 염두에 둔 이 대통령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구였다. 이렇게 해서 서울시는 2003년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이하 균촉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는 2005년 6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게 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를 알게 된 국회의원들도 ‘뉴타운 특별법’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2곳을 합해 당초 3곳으로 출발한 뉴타운 사업은 모두 35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라는 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서울시가 수십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넓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처음부터 이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며 “당시 이명박 시장도 이 정도까지 사업이 커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 전격 방문에 담긴 뜻

이런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총선을 전후해 불거진 뉴타운 공약(空約) 사태도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수 낙후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자마자 집값이 뛰는 것을 지켜본 다른 낙후지역 주민들에게 뉴타운은 지역개발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주민들의 이러한 개발 기대감을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후보 각각 20여 명이 뉴타운 추가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권한이 있는 오세훈 시장을 활용한 여당 후보자들이 단연 유리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뉴타운을 시작한 사람이 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뉴타운 공약은 처음부터 한나라당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선거 막판 이 대통령이 자신이 재임시절 공들여 추진했던 은평뉴타운을 전격 방문한 것도 여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이 다분했다는 게 중론이다. 뉴타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를 유권자에게 과시하는 이벤트였다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 시점 이후 박빙 지역 유권자 상당수가 여당 후보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17% 수준에 불과하다. 사진은 2006년 서울 성북구 월곡1동 재보궐선거 유세장. ‘재정착 없는 뉴타운 전면 재검토’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실제 선거 결과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리던 ‘강북 3구’인 강북, 노원, 도봉구는 이번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이들 지역의 야권 후보들은 대부분 선거 막판까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다가 졌다. 이들 지역은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 공약을 내건 곳이다. 통합민주당이 뉴타운 개발 공약과 관련 있는 서울시내 9개 지역구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 유권자의 66%가량이 “뉴타운 공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다. 통합민주당이 선거 후 뉴타운 공약을 두고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은 그냥 묻혀 지나갈 수도 있었을 뉴타운 공약 논란에 불을 댕긴 이가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이라는 점이다. 오 시장은 선거 닷새 후인 4월14일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강북 부동산 값이 들썩이는 시점에서는 절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에게서도 거센 항의와 비난을 들어야 했다. 오 시장 발언이 보도된 뒤 “선거 때는 당장 뉴타운이 될 것처럼 떠들더니 어떻게 된 거냐”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한나라당과 각 지역구 당선자 측에 빗발쳤다고 한다. 서울지역의 한 당선자 측은 “그런 전화를 받고 가만 있을 정치인이 있겠느냐”며 “최소한 오 시장을 윽박지르는 모양새라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오세훈 ‘뉴타운 소신’의 배경

그러면 오 시장은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왜 그렇게 서둘러 뉴타운 추가 지정 불가를 밝혔을까. 서울시는 “오 시장이 평소 일관되게 밝혀온 원칙을 선거 이후 맨 처음 잡힌 인터뷰에서 재확인했을 뿐인데, 야권이 정치공세를 통해 부각시켰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또한 2년여 동안 서울시를 담당했던 한 기자는 뉴타운과 오 시장의 ‘인연’을 들어 설명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취임 초기, 행정경험이 전무한 오 시장이 서울시 행정 전반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시 간부들 사이에 적지 않았다. 전임 이명박 시장 때부터 서울시를 출입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2006년 가을의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이었다. 사실 은평뉴타운 고분양가는 고급 주거 단지화를 목표로 일을 추진한 이명박 전 시장의 책임이 컸다. 하지만 언론은 ‘서울시가 고분양가를 통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썼고, 여론의 비난은 오 시장을 향했다.

오 시장으로서는 억울했을 법도 한데, 긴박하게 움직여 사태를 반전시켰다. 그 사건을 계기로 80% 공사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서울시 주택정책의 물꼬를 확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뒤따른 장기전세 주택정책 등을 통해 기존 주택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서울시정에 대한 오 시장의 장악력이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계기로 구축된 ‘오세훈표 주택정책’에 대한 오 시장의 자부심과 애착이 상당하다. 또 ‘서울시가 손을 대 부동산값이 오르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총선 직후의 인터뷰 내용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공직자로서 선거기간 중 후보들의 공약을 놓고 의견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자당 후보들이 곤혹스러워할 발언을 하기가 쉬웠겠는가.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총선을 전후로 강북 집값이 급등한 데 대한 위기감이 컸을 것이다. 은평뉴타운 때 호되게 당한 경험 때문에 강북 집값이 더 뛸 경우 덤터기를 쓸 수 있겠다고 봤을 수도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강북 집값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지 않았을까.”

이렇게 점화된 뉴타운 공약 공방으로 오 시장은 통합민주당으로부터는 ‘여당 후보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한나라당 일부 당선자들로부터는 ‘자당 후보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원성을 사게 됐다. 협공에 시달리던 오 시장은 4월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여야 정치권의 공격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면서 기존 뉴타운 사업이 상당히 진척되고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당분간 뉴타운 추가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집값 폭등,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 유형 등을 기존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으로 거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는 한동안 계속됐다. 민주당은 4월28일 뉴타운 공약과 관련, 정몽준 의원 등 한나라당 당선자 5명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나라당 당선자들의 오 시장 압박도 계속됐다. 정몽준 의원은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라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뉴타운 추가 지정을 안 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지정권을 국토해양부로 이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정현 당선자처럼 “다음 시장선거에서 공천을 안 줄 수도 있다”는 이도 나왔다.

정치권의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이를 따져보려면 뉴타운 사업의 실태부터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직접 다녀온 은평뉴타운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원주민들은 떠나고…

5월8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 수색뉴타운 6구역. 수색기차역 삼거리에서 은평터널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 주변에는 수십년 된 낡은 저층 상가들과 단독 및 다세대 빌라 등이 늘어서 있었다. 조그만 식당들과 술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선 모양새는 이 지역의 시계가 1980년대쯤에서 멈춰서 있음을 느끼게 했다. 반면 경의선 기찻길 건너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에는 막 지어진 초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건물들의 뒤로는 몇 년 전 들어선 상암동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기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30년쯤의 시차가 있는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했다.

수색-증산 뉴타운지역은 4월22일 서울시로부터 재정비 촉진계획안을 승인받았다.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6년 전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주민 김용준(66·자영업)씨는 “이 지역이 낙후돼 있고 주거여건이 좋지 않아 불편했는데, 뉴타운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니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뉴타운 건설이 완료되면 40평형(132.24m2)대의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건너편 상암동 아파트보다는 좀 싸더라도 최소 7억~8억원은 가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근 수색시장에서 만난 양정임(58)씨는 뉴타운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세로 살고 있는 18평 빌라의 전세가가 불과 4~5년 사이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두 배나 뛰어올랐다는 것. 양씨 내외가 시장 노변에서 분식 장사를 해서 버는 돈으로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모든 게 뉴타운 지정 이후 전셋값까지 덩달아 뛰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철거가 진행되면 지금 사는 집을 떠나야 하는데, 지금 가진 돈으로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것이다.

수색6구역의 집값 변화 추이를 보면 양씨의 사정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사업 초기인 2003년 이 지역 내 Y빌라 한 가구(대지 지분 8평)의 집값은 4500만원. 하지만 현재 시세는 약 6배인 2억4000만원에 이른다. 대지 3.3m2당 3000만원꼴이다. 하지만 이런 집들에 사는 원주민들은 본격적인 사업 시행 전에 대부분 집을 팔고 떠난다. 30평형(99.18m2)대 조합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분양가가 5억원이 넘어 3억원가량이 더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이를 마련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입주 이전까지 손바꿈이 일어나 대부분 외지인들 차지가 되는 것이다. 외지인들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오른 집값에 집을 팔고 간다고 해도 실제로는 크게 득볼 게 없다. 서울시내 웬만한 지역의 집값이 다 올랐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집을 사도 남는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집값을 맞추기 위해 더 외곽으로 밀려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색 토박이인 박모(53)씨도 “결국 뉴타운으로 집값이 올라도 정작 득 보는 사람은 주로 돈 많은 외지인들뿐”이라고 푸념했다.

강북 집값 불안의 원인

수색뉴타운 사례에서 보듯 뉴타운 사업은 지정된다는 소문만 돌아도 대상 지역 집값이 껑충 뛴다. 지정 단계뿐만 아니라 뉴타운 사업의 행정 및 사업 절차가 하나씩 진척될 때마다 계단식으로 집값이 뛴다. 집값이 뛰면 사업추진조합의 사업비 부담이 늘고, 사업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일정한 시점에 집을 내놓고 외곽으로 밀려가게 마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음뉴타운 사업의 경우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17%선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주거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사업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작 원주민은 그 혜택을 거의 못 본다는 얘기. ‘외지인과 투기꾼들을 위한 뉴타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소형 주택이 크게 줄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2007년말 펴낸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저가 소형주택 확보방안’에 따르면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 비중이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2002년의 경우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전체 서울지역 주택 비중의 64.6%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21.3%로 대폭 줄었다. 반면 아파트는 2002년 32.4%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76.5%나 됐다.

이런 추이는 서울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가량의 소형 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 주택은 1만4000여 호에 불과하다. 최근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 배경에는 이와 같은 소형 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강북 소형 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 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형 주택 철거로 인한 집값 상승효과가 인근 지역까지 파급된다는 점이다. 은평구의 경우 은평뉴타운, 수색뉴타운, 증산뉴타운, 가재울뉴타운 등의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들 사업지역의 이주 수요로 인근 지역 집값까지 크게 오르고 있다. 은평구 구산동, 신사동이나 응암동 등 뉴타운 대상지가 아닌 인근 지역도 2~3년 사이 집값이 두 배가량 뛰었다. 응암동 S공인중개사 정모씨는 “인근 뉴타운 대상지역에서 밀려나오는 사람들이 응암동 주변으로 옮겨오면서 이곳의 집값과 전세 시세도 크게 올랐다”며 “뉴타운 사업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집값이 오르고 서민들이 갈 곳이 없어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강북 3구’의 집값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의정부 동두천 양주 등 인접 경기도 지역까지 번져간 것도 이 같은 연쇄 파급효과 때문이다.

서민주택 대란 우려

이런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강북 집값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뉴타운 지구 내에서 철거된 주택이 2003년엔 296가구였으나 지난해에는 7040가구로 늘었다. 2007년말부터 시범 및 2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에는 미아, 왕십리, 은평, 가재울, 아현뉴타운 등이 철거에 들어가 이주 가구 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 또 3차 뉴타운 지역의 철거가 본격화할 2010년경에는 전세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 주택국이 작성한 ‘주택 유형별 변화전망’ 자료에 따르면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2012년까지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단독 다가구 주택의 40%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으로 인한 주거 불안은 뉴타운 사업 추진 초기부터 예견됐다. 대단위 개발사업인 뉴타운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지정했기에 동시다발적 주택 철거 및 이주 수요 발생은 불 보듯했다. 서울시는 그 대책으로 이명박 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지역 내 사업지구별 단계적 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부터 먼저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결국 큰 시차 없이 진행됐다. 뉴타운 지역을 동시에 지정한 이상 지구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정연의 장영희 선임연구원이나 세종대 변창흠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과 경실련 등 시민단체, 심지어 서울시 일부 간부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 시절 이 같은 우려는 사실상 묵살됐다. 이 대통령은 뉴타운 사업의 잠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울시 간부들을 관련 회의에서 배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시장 재임 시절 뒷일은 생각지 않고 무리하게 뉴타운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뉴타운은 주거유형 다양화 측면에서도 큰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주택국 자료에 따르면 단독 및 다가구 주택이 서울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2005)에서 22% (2012)로 급감한다. 반대로 아파트 비중은 2012년까지 전체 주거형태의 78%로 올라가게 된다.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성 및 투자 수익 확보에 유리한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 공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지금도 북한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 곳곳이 아파트 숲으로 뒤덮여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경 서울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까. 아마 서울시내에서 아파트 외에 다른 주거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나마 서울시가 일부 뉴타운 등에서 타운하우스와 테라스형 주택 등을 시범적으로 도입, 주택 유형 다양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무리한 추가 지정 요구

이 같은 뉴타운 사업의 현실을 이해한 상태에서 다시 최근 불거진 뉴타운 사업 논란을 되짚어보자. 우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4차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는 현재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요구다. 치밀한 도시계획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기존 1~3차 뉴타운이 무더기로 지정된 탓에 동시다발적 이주 수요가 집값 불안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서민들의 주거난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기존 뉴타운 사업지역의 철거 및 이주 수요만으로도 이런 상황이 5~6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추가로 뉴타운을 지정할 경우 당장 투기심리를 더 키울 뿐만 아니라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주거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무더기 지정에 따라 뉴타운 사업도 충분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지정된 3차 뉴타운 11곳 중 6곳에서 아직 사업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2차 뉴타운 사업 대상지 가운데 관리처분계획인가(뉴타운 사업시행 과정에서 사업구역의 이주 및 철거를 서울시가 승인하는 단계)를 받은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의원들도 나름대로 논리를 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라도 공급을 늘리기 위한 뉴타운은 해야 한다”(정몽준 의원)거나 “뉴타운은 원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값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라는 주장(홍준표 의원) 등 다양한 논리가 나온다.

홍준표 의원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개발을 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은 규제하더라도 강북 부동산 값은 좀 더 올려 키를 맞춰야 한다.’ 오랜 집값 상승기 동안 소외돼온 일부 강북 주민들 처지에서 들으면 반가운 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전반적인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재산증식 욕구’만 지나치게 의식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뉴타운 사업은 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지 집값을 올려주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집값을 올려 시민들의 불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공공정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동안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강북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결과 이 지역의 집값이 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특정 지역의 집값을 올리기 위해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서울시와 같은 행정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홍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집 없는 서민의 박탈감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시장경제 뒤흔드는 발상

강북 집값이 강남 집값에 비해 떨어져 있으니 이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시장 기능을 깡그리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홍 의원은 ‘강남 집값은 충분히 올랐으니 이제 그만 오르도록 꽁꽁 묶자’는 요지의 말도 했다. 이 주장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강북 주민이 소외됐으니 오늘은 강남 주민들이 차별을 받으라고 할 수 있을까. 시민의 재산 가치를 정책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다.

빈곤층에 대한 소득 재분배는 공동체적 연대감과 사회복지 증진 측면에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도화해 있다. 하지만 특정 계층이 아닌, 특정 지역에 따라 부의 편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 또는 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길이 없다. 더구나 원주민 재정착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뉴타운 사업을 통한 개발이익은 대부분 돈 많은 외지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은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뉴타운 지정권을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넘기는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유정현 당선자도 거들고 나섰다. 이는 중앙의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려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뉴타운 사업 추진 과정에 거쳐야 하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설립인가 등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다. 중앙으로 권한을 넘길 경우 지역의 현장 사정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보다 더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오히려 관련 절차가 복잡해지는 데 따른 사업 지연 등으로 주민들의 민원만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몽준 의원은 “집값이든, 물건값이든 오르면 해결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뉴타운을 안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장기적이고 총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급 구조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한껏 부풀어 오른 지금의 부동산시장 문제를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만으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택은 공장에서 버튼만 누르면 바로바로 찍어낼 수 있는 통조림이 아니다. 주택이라는 재화는 공간적, 환경적으로 공급이 극도로 제약된다. 서울 강남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시 기반시설의 부하를 넘어 강남 아파트를 50, 60층씩 마구잡이로 빽빽이 지어댈 순 없다. 또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넘친다고 해서 강남으로 갖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아파트의 경우 시공기간만 2~3년씩 걸린다. 지방에 넘쳐나는 미분양 물량도 대부분 최근 2~3년 안에 분양이 공고된 물건들이다. 반면 몇 년 전까지 청약대란이 일었던 수도권의 몇몇 신도시 아파트들에는 지금 불 꺼진 집이 수두룩하다.

반면 수요는 어떤가. 투기 심리가 팽배할 때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게 수요다. 최근 집값이 들썩이는 강북의 경우에도 강남 등 타 지역 주민들이 거래한 물건이 태반이라는 언론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투기 수요를 막지 않고 국지적으로 물량공급 계획을 세운다고 당장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왜 집값이 더 뛰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수요의 함정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2006년 현재 93% 정도다.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100%를 넘지 않았다. 따라서 꾸준히 질서정연하게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주택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를 때까지는 꾸준히 주택공급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공급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나 기획부동산과 같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서민들의 주거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 뉴타운 지역에 몰려드는 수요는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 또는 투기수요가 대부분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얘기다.

더구나 뉴타운 사업은 주택 공급이 아닌 주거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부정적인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신도시 개발과 같이 새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소유권을 기준으로 한 주택공급 호수는 상당히 늘어나지만 실제 수용할 수 있는 가구수는 종전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뉴타운 사업 과정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가구 주택과 소형 주택이 줄고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길뉴타운과 휘경-이문 뉴타운 지역의 경우 주택 호수는 4만5803호에서 7만5428호로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게 될 가구수는 8만5765가구에서 7만5428가구로 12%가량 줄어든다. 이는 뉴타운 지역에서 줄어든 가구수를 다른 지역에 채워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타운 두 곳만 해도 이런데, 이를 전체 35개 뉴타운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이 같은 주택 수요 창출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짐작할 만하다. 뉴타운 사업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주택 및 전세 수요만 계속 늘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수급논리에 따른다면 뉴타운은 추가 지정을 할 게 아니라 기존 사업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뉴타운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많은 정치인이 뉴타운 사업을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나 지역개발 촉진사업 정도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주택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이 쫓겨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뉴타운맨더링’은 계속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쉽게 굽힐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이미 헛공약 논란에 휘말리면서 네티즌들에게 ‘타운돌이’(탄핵 정국에서 국회에 손쉽게 입성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탄돌이’라고 부른 것에 빗대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지칭)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얻었다. 뉴타운 공약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지역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뉴타운 공약을 관철시켜야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 유리하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 곳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친한나라당 성향을 띤다. 그러니 서민층 주거지인 지역구를 아파트 단지 위주의 중산층 주거지로 바꿀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우호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집중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지역감정 때문에 같은 행정구역 내 계층별 지지성향 분화가 심하지 않아 게리맨더링의 유혹은 비교적 작았다. 하지만 지역구는 그대로 둔 채 대규모 뉴타운 사업 등으로 지역구민들을 ‘물갈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 ‘아파트맨더링’이나 ‘뉴타운맨더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의 지난 총선 결과는 이런 경향이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보여줬다. 따라서 ‘뉴타운맨더링’을 염두에 둔 한나라당 당선자들의 뉴타운 추가 지정 공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로 뉴타운 사업이 진행돼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 진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 대부분의 지역구는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구로 변모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뉴타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 대통령이 이런 것까지 염두에 뒀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는 한나라당을 위해 정말 ‘지속가능한 기여’를 한 셈이다.

사람과 공동체 중심의 뉴타운을

뉴타운 사업은 이 같은 정치논리에만 맡겨두기에는 그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너무나 큰 사업이다. 이제 기존 뉴타운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펼쳐야 할 시점이 됐다.

향후 뉴타운 사업은 ‘강북을 강남만큼 끌어올린다’는 균형발전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원주민이나 투자자들의 집값 상승 욕망에 기댄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기존 도시의 흔적을 송두리째 없애는 도시 설계, 개별 조합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세입자 주거 대책, 주민 사이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업 방식, 상당수 원주민을 쫓아내는 비인간적인 뉴타운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주민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확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보류하고, 이미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 중인 곳도 단계적, 순차적 개발로 사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뉴타운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소형 및 임대 주택 공급 비율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고, 공공 임대주택 및 장기전세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서민들이 안정적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향후 10여 년 동안 서울의 모습을 확 바꿀 대역사다. 지금처럼 개발욕망과 정치논리에 물들어 집값 폭등과 낮은 재정착률로 대변되는 ‘뉴타운의 비극’을 되풀이한다면 서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된 뉴타운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by 선대인 2008. 9. 4. 17:55

부동산 대폭락 가능성

기사입력 2008-08-25 13:35
[신동아]

《지난해 말부터 필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집값의 대세하락을 설파해왔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지금 집을 사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가능하면 사지 마라. 특히 부채를 지고는 절대 사지 마라”고 답하곤 했다. 길게 잡아도 2년 안에 본격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이를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 같은 판단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1990년대 말 이후 집값 폭등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투기 버블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 국가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세계 경제 동조화 현상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를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과잉공급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실물경제 자산을 유동화하는 금융경제화 현상도 주택 버블 형성에 기여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금융권에서는 주택모기지 대출을 유동화하는 금융상품을 통해 부동산 투기 레버리지(leverage)를 극대화했다.

9·11테러 이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미국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지한 저금리 기조도 주택 버블 형성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됐다. 여기에 1999년 유로화 국가들의 시장통합에 따라 역내 금융기관들의 저금리 여유자금 유입과 역내 직접투자가 확대된 것도 유럽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른 원인이 됐다.

이 같은 경제적 동인들을 배경으로 2000년 이후 세계 각국의 집값은 급격히 상승했다. 예를 들어 쉴러-케이스(Shiller-Case) 주택가격지수 추이에 따르면 미국 10대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약 2.2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주택 버블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붕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경우 정점 대비 주택 가격이 17.8%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더구나 물가가 하락한 대공황 때와는 달리 현재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집값 하락폭은 대공황 때보다 더 크다.

미국보다 조금 늦게 거품이 걷히고 있는 영국의 경우도 집값 하락세가 완연하다. ‘이코노미스트’ 7월5일자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도 6월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6.3%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등 상당수 국가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함께 오르던 전세계 집값이 이제는 함께 떨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전 지구적 동조화 현상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세계 주식시장의 주가 등락 그래프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세계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도 1990년대 말 이후 동조현상이 뚜렷하다. 다른 나라와 함께 오른 국내 집값이 다른 나라가 내릴 때에도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을까? 전세계적인 동조현상에서 한국만 벗어날 수 있을까?

많은 이가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해 있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욕이 강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은 다르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19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에 있던 일본에서도 거의 똑같은 이유를 들먹이며 ‘부동산 불패론’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주택수급 불균형에 대한 오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주택수급 상황이다. 이 같은 오해를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엉터리 주장도 많다. ‘아직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지 않았으니 집이 모자란다’거나 좀 더 국지적으로는 ‘강남 같은 여건을 갖춘 아파트는 모자란다’는 식의 주장이 그렇다. 이런 주장들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이는 주택보급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던 1990년대 초·중반 집값이 하락했던 상황이나,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집값 거품이 발생하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수요는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want)만 있다고 수요라고 할 수 없다.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어야 유효수요가 된다. 많은 이가 강남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강남에서 살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35% 전후의 주택 미소유자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의 집값은 정점 대비 17.8%가 빠졌다. 그런데도 아직 절반밖에 안 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지역의 한 주택 앞에 내걸린 주택 매매 광고판. ‘꼭 들어와서 구경하세요’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각 개인의 구매력은 자신의 가처분 소득과 은행 등에서 부채를 얻을 수 있는 신용의 정도, 소비하고자 하는 상품(이 경우 주택) 가격 등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가계의 가처분소득 규모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주택 가격은 지난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갈수록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건설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이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 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9859호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균형촉진지구의 주상복합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25%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낮은 투자수익률

집값은 수급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상황이 보여주듯,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투자 또는 투기를 한다고 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수익률을 따져봐도 앞으로 집값이 상승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부동산 값은 초기에 가파르게 오르다가 부동산 거품이 꼭짓점에 가까워질수록 상승률이 둔화된다. 물론 주가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주춤하거나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는 가파르게 오르던 부동산 값이 꼭짓점에 가까워지면 오름세가 둔화된다. 단순화하자면 고교 수학에 나오는 2차함수의 포물선과 같다.

왜 부동산 거품이 꼭짓점에 가까워지면 추가 상승 여력이 떨어질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원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원을 벌었지만, 투자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주택 거품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수지가 맞는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우선 물가상승분을 빼야 한다. 올해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낮게 잡아 4% 정도다.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수천만원을 내고 나면 실질 투자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더욱이 은행 대출 등의 부채를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 고가 아파트를 살 때 대부분의 경우 집값의 20~30%는 금융기관의 주택 담보대출로 메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므로 부채 차입 비용도 갈수록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수익률을 기록한다 해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매년 투자수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투자처로서 매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가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한다는 게 가능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위 ‘버블 세븐’에서 최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들 주택 소유주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깝다. 물가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리고 매년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는 데 더해 수천만 원의 은행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상황이 1~2년 이상 지속된다면 더 이상 버티기는 쉽지 않다.

투기 심리의 위축

최근 경매에 나온 강남의 고가 아파트수가 크게 늘거나 고가 아파트 시세가 수억원씩 떨어지는 것도 모두 이런 상황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체 아파트 재고에 비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집값 거품 붕괴라는 폭우의 첫 빗방울이라고 보는 게 더 현명하다.

투자수익률의 하락은 투기 심리의 위축을 부른다. 최근 ‘경부 라인’ 축의 집값 하락세를 지켜본 많은 이가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투기 심리가 위축됐음을 뜻한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의 대부분은 투기 심리로 올랐다. 물론 초기에는 실제로 주택 공급도 부족했고,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고, 소위 (사)교육여건의 지역 편차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기 버블이 발생해 그 거품이 계속 지속되고 커진 것은 많은 부분 투기심리 때문이다. 이런 투기심리를 키운 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정책 실패의 책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기심리로 잔뜩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은 투기심리가 사라지는 순간 꺼지게 마련이다. 최근 강남과 수도권 전역에서 집값이 절정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없는 것은 투기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정부나 서울시의 각종 정책이나 정책 시그널에 부동산시장이 반응하는 양상을 봐도 투기심리가 상당히 위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마련되고 집행됐던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집값은 줄기차게 올랐다. 그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더구나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집값을 자극할 만한 발언이나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도 분양 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왔다. 사진은 GS건설이 서초구 반포동의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총 3410채의 반포자이 아파트.

이 대통령은 올초 국토부 업무 보고 때 규제 완화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강 장관은 최근 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불과 3,4년 전 비슷한 발언을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이 했다고 상상해보라.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겠는가. 그만큼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제 요인들이 강력한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에 반응해 투기심리 또한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5월 말 112층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제2롯데월드’ 사업 부지와 가장 근접해 있는 잠실 5단지에서는 과거 긍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마다 집값이 껑충 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은 수천만원이나 떨어졌다. 당시 종부세 납부일을 앞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후에도 잠실 5단지 집값은 여전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세 상승기에는 조그만 호재에도 집값이 크게 뛰는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웬만한 호재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집값은 전체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원유가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는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면 개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양쪽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럴 경우 소비는 위축되고,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시중 금리 상승은 집값 하락을 부채질한다. 한국의 집값 상승에는 시중 은행과 제2금융권의 주택을 담보로 한 무분별한 대출도 한몫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기업 대출보다는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 대출에 집중해 시중 유동성을 과잉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 가계 부채 총액은 2001년 말 342조원에서 올해 3월 말에는 640조원으로 거의 300조원가량 늘어났다. 물론 늘어난 가계 부채 대부분은 부동산 대출이다. 이 같은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제도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다.

하지만 이제 은행권의 펌프질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고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먼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최근 6.70%까지 상승했다. 3개월 전인 4월 말(연 5.74%)에 비해 1.23%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9%대를 넘어섰다. 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대출 금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권이 낮은 저축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CD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07년 8월 이후 11개월째 5.0%에서 유지돼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제2차 물가 충격’을 언급해 8월에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는 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 구매가 줄어들고, 기존 주택 담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연간 이자 부담은 100만원씩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고금리가 지속되면 당연히 원리금 상환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주택 소유자들의 매물이 증가하게 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전반적인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의 대세하락 압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점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하락 요인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 하락 현상이 과거 대세 상승기에 흔히 일어났던 일시 조정기라는 생각은 ‘기대 섞인 희망’에 불과하다.

비근한 예로, 올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 연방 정부와 FRB의 긴급 구제 조치로 일단락됐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미국의 집값 하락은 기껏해야 ‘절반을 지났다(halfway through)’고 할 정도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발생할 손실규모는 1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올 6월 말까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발생한 전세계 투자손실 3970억달러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엄혹한 경제 상황은 단기간에 쉽게 마무리될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요인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소위 정치적, 정책적 요인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미친 정치적, 정책적 요인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기대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부동산 대통령’이 아닌가. 최근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조항 폐지, 소형 아파트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집값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가 상당히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 세칭 ‘강부자 정권’도 집값을 폭등시킬 정도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좀 더 살펴봐야 하겠으나, 집값 거품 붕괴 속도를 늦출 뿐 집값을 과거 정점 위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현재 경제 상황 때문에 정부가 원해도 취할 수 없는 정책수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금리 인하.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꿈도 못 꿀 조치다. 설사 정부가 집값을 자극하는 규제 및 세금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집값 하락 요인들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집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살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거대한 시장의 하락 압력을 정치적, 정책적 요소로 떠받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소형주택이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의 집값이 상승한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강북 및 인접 경기도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뉴타운 지구 내 주택 철거가 본격화돼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 같은 소형주택 위주의 수급 불균형은 국지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주 가구 대부분이 인접지역에 재정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뉴타운 지역 주민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는 주식으로 치면 오랫동안 소외돼온 비우량주여서 부동산시장 전체를 뒤흔들 힘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강북의 집값 상승이 강남 집값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누가 뭐래도 수도권 집값의 기준은 강남 집값이다. 올초 강북 집값의 가파른 상승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저평가됐던 소외 지역이 ‘키 맞추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최근 강북 집값 상승은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마지막까지 오르지 않았던 부동산 상품이 오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강북도 앞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개발 호재가 나오지 않는 한 올초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최근 집값 동향을 보면 강북 집값의 상승세도 크게 꺾였음을 알 수 있다.

생활인의 관점을 회복하라

주변에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자신의 장삿속 또는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하면 그들의 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 집을 사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많은 경우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개발 정보와 개발 절차에 따른 집값 상승 패턴을 이용해 주택 투자 또는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땐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에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 내 한인 부동산 브로커의 말을 듣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그렇다. 2006년 말에서 2007년 상반기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사람의 경우 30만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되도록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 년 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가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대세 하락기엔 호재가 있어도 좀처럼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다. 제2롯데월드 착공 소식에도 인근 아파트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사진은 제2롯데월드 신축계획안(조감도)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집을 사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사람들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 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1990년대 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1990년 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약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 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집값 거품이 충분히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도 된다.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10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재무설계를 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구나 서울시에서 도입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기 전세가 중앙정부에 의해 법제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장 20년까지 평형별로 주변 전세 시세의 60~80% 가격에 살 수 있는 장기 전세는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된 주거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장기 전세는 임대주택과 달리 향후 40평형대까지 공급되고 청약자격 조건도 완화돼 일반인에게도 입주 기회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주장대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본다면 장기 전세는 매우 매력적인 주거 대안이 될 수 있다.

거품붕괴 공포증은 거품

마지막으로 집값 거품 붕괴가 불러올 경제적 충격을 과장하면서 집값 부양을 요구하는 논리에 대해 한마디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집값 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주로 건설업체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학계 인맥,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가 그렇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증가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매입하거나 분양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니 정부가 억제책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작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시장 원리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언필칭 주장하던 시장 원리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증가는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이들은 무이자 할부 등 온갖 분양 촉진책은 써도 분양가는 낮추지 않는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아파트 신규 분양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수도권 분양가는 평균 9.1%, 지방 아파트는 60.1%나 올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미분양 물량 적체를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라고 온갖 떼를 쓴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이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수 정책결정자가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정부의 비축임대주택 물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조치가 그런 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과거 재경부)와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의 관료들은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오히려 집값 거품을 떠받쳐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 피해가 더 커진다”는 식의 ‘대국민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부동산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당수 언론을 통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품은 형성될 때부터 그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증대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에는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의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노숙자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주택이라는 재화를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거품은 최대한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거품이 더 커지기 전에 급격한 파열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건설업체와의 유착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는 거품을 계속 키우는 우를 범했다. 지금이라도 거품은 터뜨려야 한다. 거품은 무한정 커질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정부처럼 부동산 경기를 억지로 부양하면 할수록 이후 집값 거품 붕괴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상당수 사람이 일본의 거품붕괴 현상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집값 부양을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나 의도적인 왜곡이다. 일본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품 붕괴 자체보다 붕괴 후 일본 정부의 부실한 수습과 지연된 구조개혁이 장기 침체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집값 거품을 떠받쳤던 은행족과 토건족 등 기득권세력에 가로막혀 구조개혁을 질서정연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막대한 재정을 들여 건설경기 부양책을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현 정부가 집값 거품을 계속 키우다 결국 거품이 터진 뒤 허둥지둥한 일본 정부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by 선대인 2008. 9. 4. 17:54
"전시회에서 세계 여행을"
세계 곳곳의 풍광을 담은 사진전 소개
휴가철이다. 많은 이들이 풍진의 번뇌를 벗어나 드넓은 세계를 숨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그건 꿈일뿐 현실이 되기는 싶지 않다. ‘올해는 꼭…”하던 다짐도 헛되이 늘 가던 리조트나 해수욕장, 가까운 계곡으로 이어지는 긴 피서행렬의 한 자락을 차지하기 일쑤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일주를 하는 방법도 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세상의 진경(珍景)들을 담은 사진을 관람하는 게 한 방법이다. 마침 그런 전시회 두 개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다.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과 ‘위대한 사진이 들려주는 116년의 지구 여행기(지구 여행기)’ 사진전이다.

우선 유네스코(UNESCO)의 후원 아래 열리고 있는 '하늘에서 본 지구’전. 전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푸르고 파란 사진들이 가슴을 들뜨게 한다. 항공사진 전문가로 사진 에세이집‘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새물결)을 펴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찍은 초대형 사진들을 선보인다. 전 세계 150개 나라의 자연과 사람을 찍은 120점과 서울 상공에서 찍은 ‘서울의 초상’ 8점이 함께 전시된다. 9월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문 앞 광장에서 열린다. 야외 전시라 24시간 볼 수 있다. 무료. 02-3141-8696.

‘지구 여행기’전은 1888년 창간된 다큐멘터리 사진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사진가운데 83점을 소개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1060만장 가운데 조디 코브, 데이비드 앨런 하비, 조지 스타인메츠, 제임스 스탠필드 등 작가 59명의 작품을 엄선한 전시회다. 9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초중고생은 2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02-720-0667
도서출판 '새물결'과 대림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이 가운데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그랜드 프리즈마틱 스프링을 각각 찍은 베르트랑과 조지 스타인메츠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늘에서 본 지구>전 가운데 8개 작품
그랜드 프리즈마틱 스프링, 옐로스톤 국립공원, 와이오밍 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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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곤포 위에서 휴식 중인 노동자, 토나카하, 코로고 주, 코트디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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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나무'. 차보 국립공원,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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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핑턴의 흰 말, 옥스퍼드셔 군,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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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토모레노 빙하, 산타크루스 주,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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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 하트 무늬, 누벨칼레도니,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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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의 눈' , 말리 북부의 환상 산호섬,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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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한가운데의 모래언덕, 프레이저 섬, 퀸즐랜드 주,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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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진이 들려주는 116년의 지구 여행기>가운데 두 작품
우주에서 유영중인 우주비행사 마크 리, NASA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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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프리즈마틱 스프링, 조지 스타인 메츠 촬영.
by 선대인 2008. 9. 4. 17:39

네티즌이 꼽은 영화속 명대사


국내 영화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무엇일까?
미국 영화협회가 지난 18일부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의 명대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기사에 대한 미디어다음 100자평에는 각종 영화의 명대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 대사를 보면 누구라도 '음,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해당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명대사들이 많다. 네티즌들이 올린 100자평 가운데 일부를 골라 소개한다. 괄호 안은 영화 제목.





당신이 그 날일을 기억 못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말야~! 그냥 잊어버린거야... 하하 싱거운가요? 하지만 사실이야. 당신은 그냥 잊어버렸어~

왜? 남의일이니까! (올드보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
내 이름은 막시무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글래디에이터)
그러지마라!!형이 돈이 없다구 패구. 말 안 듣는다구 패구. 또 어떤 새끼는 얼굴이기분나빠 그래서 패구. 그렇게 형한테 맞은애들이 4열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바퀴다... 형이 지금 기분이 괜찮거든? 좋은기회잖냐..그러니까 조용히 따라와라.. (공공의 적)

I'll be back (터미네이터2)
니들은 공공의 적이야 (공공의 적)
험프리보가트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카사블랑카)
너 착한 거 나도 안다... 내가..너 죽여도..용서해 줄 꺼지?... (복수는 나의 것)
운명이란 말이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연이란 다리를 놓아주지 (엽기적인 그녀)
커트 러셀 볼살 부들부들 떨면서 "니가 가면 나도간다" (분노의 역류)
장동건:고마해라 마이 먹었다 아이가 (친구)
송광호: 밥은 묵고 다니나 (살인의 추억)
I'm your father (스타워즈)
주윤발 복수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거야.
난 빼앗긴 것은 꼭 돌려받는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거야." (영웅본색)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상상때문에 사람이 비겁해 지는 거래.."
"아직 씹지도 않았다..."
"명심하세요. 모래알이든 바윗돌이든 물에 가라앉는 건 똑같아요..."
"덮쳐버.....려??" (올드보이)
잭 : 나를 믿어요..
로즈 : 믿어요.. (타이타닉)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파워오브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형....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태극기 휘날리며)
용서란 미움에게 방한칸 주는거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오겡끼데스까 (러브레터)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져 버리는 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인줄은 몰랐어. (미술관 옆 동물원)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어요.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이죠. 그런데 사랑은 숨길수록 더욱 드러나요 (시월애)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렛과 같은 것이다. 어떤 게 잡힐지 알수가 없거든.... (포레스트 검프)
내 기억이 비속의 내 눈물처럼 사라지겠지 (블레이드 러너)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어 사랑합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난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하지만... 계속 아프고 싶어요... (일 포스티노)
자기 개발 따위 다 쓸데없는 딸딸일 뿐이야.
싸워봐야 네가 어떤 놈인지 알 수 있다고.
널 파괴시킴으로써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
모든 걸 잃어봐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파이트 클럽)
장진영:왜 날사랑하니..?
박해일: 당신이니까요 (국화꽃 향기)
늘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하루종일 걸리는 샐리..
언제나 소스따로 그릇따로를
외치는 샐리..
하나를 말해도,
열개는 대답해야 직성이 풀리는 샐리..
까다로운 샐리..
난 그런 샐리를 사랑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네티즌들의 100자평 가운데는 명대사는 아닐지 몰라도 '크크크' 웃게 되는 코믹한 대사도 적지 않다.

어~내.내.음...내말 잘들어..내..내가 ~!하늘 색깔이 빨간색~!그면 그때부터 무족건 빨간색이야~!요건 노.노르스름한 색깔이지만~!내가 빨간색 하면 그때무터 무족건 빨간색이야~!어?어?이씹쌔끼야? 내가 현정화 하면 현정화야~!내 말에 토토토..토다는새끼들은..그때부터 무족건 직사시켜버리겠어 직사~!무슨말인지 알겠어??직사~! (넘버3)

정재영이 류승범이 데려온 패거리들을 만나고 긴장하며 하는말..
"니들이 무슨 송골매냐? 거기 콧수염이 배철수구나.. 다덤벼봐 어쩌다마주친 이 xx놈들아!!" (묻지마 패밀리)

난 한 놈만 골라패 (주유소 습격사건)
너 메일은 하냐?
매일하지, 매일하지, 맘만 먹으면 하루에 열두 번도 하지 열두 번도 (두사부일체)
숟가락으로 6년 팠다 (광복절 특사)
김선생 손 끊었다면서요?
수술해서 다시 붙였어 (범죄의 재구성)
학생 고독이 뭔지아나...?
송강호왈 저학생아닌데요 (조용한 가족)
잠자는 개에게 햇빛은 비추지 않아
불사파 두목 송강호 "혀~형님이 빨간색이면 빨간색이야 ..."(임춘애와 현정화를 헷갈린걸 지적하자)

"허~헝그리정신이 필요해!"(출정전날 중국집에서 행동대원들을 격려하면서..) (넘버3)
논두렁에 꿀 발라놨냐? /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살인의 추억)
by 선대인 2008. 9. 4. 17:35

어린이 생태박물관 이 정도는 되어야죠


어린 아이들이 오감으로 마음껏 느끼고 뛰어놀면서 자연스레 동물과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배울 수는 없을까. 아이들과 국내의 각종 자연사 박물관이나 생태박물관 등을 찾아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우와, 이것 봐' 하며 관심을 끌어보려 하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자연을 배울 수 있는 현장은 드물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번 박물관 내 '칠드런즈 뮤지엄(Children's Museum)'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만 3~8세 어린이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이 공간은 아이들이 만지고, 보고, 듣고, 만들어 보고, 몸무게를 달아보며 동물과 자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공간이다. 특히 '촉수 엄금'을 강조하는 국내 박물관과 달리 '칠드런즈 뮤지엄'에서는 아이들이 전시품의 대부분을 직접 만지며 놀 수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가운데 자연스레 생명에 대한 친근감이 마음 속에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국내에선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없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사진을 통해 '칠드런즈 뮤지엄'의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칠드런즈 뮤지엄'의 입구. 나이가 들면서 동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공간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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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만 사는 멸종 희귀종인 캐서워리 박제. 캐서워리가 자라면서 깃털 색깔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준다. 펭귄과 나비 등 다른 동물들의 색깔 변화도 이런 식으로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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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새의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져 알에서 부화할 새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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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을 색깔별로 분류해 색이 동식물의 성장과 보호색 등 주변 환경에 대해 갖는 의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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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앉아있는 애벌레가 어떻게 변태를 해서 화려한 색깔의 나비가 되는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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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웜뱃, 고슴도치 등 야생 동물의 가죽을 직접 만져보며 동물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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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모양이 새겨진 저울 위에 올라가면 아이들의 몸무게를 달 수 있다. 아이들의 몸무게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호주 토종 동물인 '웜뱃' 몇 마리의 몸무게와 같은 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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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는 안내 교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고무찰흙으로 각종 벌레와 동물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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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현장에 마련된 각양 각색의 블록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곤충이나 동물을 만들 수 있다. 어린이들이 곤충 등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이 이 공간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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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 나비의 날개. 확대경을 통해 각 곤충의 날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7:32

부동산 투기자들 손해를 왜 정부가 보상하려 하나






건설교통부가 6일 주택거래신고 대상지역에서 일부 동을 해제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지난 달 19일 강동석 건교부장관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언한지 20일도 채 안 돼서다. 강장관의 발언 이후 "부동산 투기를 되살리려는 거냐"는 비판이 빗발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더 이상 떨어뜨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강 장관은 지난 달 2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현재 집값 수준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무현대통령도 5일 방영된 MBC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현재 집 값 수준은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정확하고 그 대책은 적절한 것일까.

미디어다음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민간 씽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을 지난 달 초에 이어 4일 다시 인터뷰했다. 29일 방영된 'KBS 일요진단'에서 강 장관과 대담을 하기도 한 그는 이번에도 논리적 근거와 배경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 김소장은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지난 해 10.29대책을 내놓은 만큼 부동산 거품이 거의 빠지지 않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정책당국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건교부의 분양원가 연동제와 관련,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책당국자들이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 분양가를 유지하려다 보니 여론에 밀려 분양원가 연동제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그는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폭등하게 될 때 보유세를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시장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보유세는 집 값 폭등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라고 말했다.김소장은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8~9%정도로 미미해 보이지만 부동산 투기에 들어간 140~180조원의 돈이 묶이면서 자본경제에 입히는 타격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전체 부동산 투기로 묶인 140~180조원 가량의 돈이 자산경제 전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로 인한 소비 긴축은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심리적 요인으로 소비를 안 한다는 정책당국의 주장에 대해 "정책당국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요인이지 그것이 경제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건교부가 최근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IMF 때 떨어진 것을 만회한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 값을 유지하려는 방침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가란 미래 수익력의 현재 할인가치인데 과거에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학의 가격결정 이론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는 것이다.김소장은 "집 값을 떨어뜨리면 상투를 잡은 투기 거래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자기 욕심으로 떼돈을 벌겠다고 한 행위에 대해 왜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모자라 책임까지 져줘야 하나. 그런 식이면 집 값이 폭등해서 생긴 성실한 근로소득자의 피해는 정부가 왜 책임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은행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아파트를 산 가계는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고 정부는 부동산 값을 더 떨어뜨려 중산층의 위축된 소비가 풀려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 반시장 정책 아니다"





-지난 해 정부가 내놓은 '10.29 부동산종합대책'의 후퇴조짐이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가 10.29대책이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건데 어떻게 보나.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자본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플로우(flow) 경제다. 자본경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다. 자산경제는 부동산과 외환, 주식, 귀금속 등 자산 스톡(stock) 중심의 경제다. 자본경제는 생산경제로 생산활동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생산과 소비의 경제이고 자산경제는 교환을 통해 가격을 찾는 경제다.

자본경제나 자산경제든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본경제는 자유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현상이 생기면 시장원리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본경제에서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독점이다. 독점에서는 자유경쟁에 의한 가격 결정이 안 일어난다. 그래서 독점금지법을 만들고 공정거래위를 만들어 강제적으로 독점을 해체한다. 미국은 AT & T를 미국 법원이 독점이라며 회사 분할을 명령했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여부를 둘러싼 회사분할 소송은 유명하다. 이처럼 자본경제에서 독점으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현상이 생길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 자본경제에서는 투기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일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홍수 등으로 과일값이 급등할 수 있다. 이 때 정부가 개입하게 되지만 흔한 경우가 아니다. 자동차나 컴퓨터 등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투기 목적으로 사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따라서 투기가 가격을 교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동차나 컴퓨터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금방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경제는 다르다. 자산경제의 대표적인 경우가 증권자산과 부동산 자산이다. 주식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 자산경제의 특징은 교환시장이다. 삼성전자 총 발행주식을 1억주라고 할 때 1억주가 모두 거래돼서 주가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전체 주식가운데 거래되는 것은 극소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택 수가 대략 1230만 가구이므로 한 가구당 1억원만 쳐도 1230조원이다. 2억원이라고 치면 2460조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까지 포함하면 부동산은 3000~4000조원 규모다. 그런데 자산시장에서 부동산이 거래되는 양은 미미하다. 작년에 58만 가구가 공급됐고 한 가구당 가격이 1억원이라고 하면 58조원이다. 2억원이라면 116조다. 이게 시장에서 다 팔렸다고 해도 100조원 안팎이다. 그런가 하면 2001년부터 동원된 부동산 투기자금이라고 해봐야 140~180조원이다. 부동산 투기 붐이 인 기간인 2년 반으로 나눠 봐도 연간 70조원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신규 공급물량과 부동산 투기 물량을 다 합해봐야 일 년에 거래된 금액은 170조원 정도다. 일 년에 실제 거래된 양은 전체 주택자산 총량의 5%밖에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극히 일부만이 투기적으로 거래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2000조원 이상의 부동산 자산가격이 급등해버린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분의 돈이 들어와서 부동산시장을 교란시켜버리는 것이다. 즉, 자산시장은 구조적으로 투기에 노출되기 쉬우며 그로 인해 자산시장가격 역시 버블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는 버블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하는 경우는 애널리스트가 사기성 보고서를 낸다든지, 내부자거래를 한다든지, 작전이 동원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얼마나 강력히 규제하고 처벌하나. 투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시장 경제의 경쟁적 가격 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여 정부의 행정적 규제나 형사적 처벌 등 법적 규제를 동원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도 투기업자들이나 정부정책의 잘못된 시그널 등으로 투기가 발생하면 SEC가 하듯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행위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10.29 부동산종합대책'은 투기에 의해 일어난 시장 실패를 시정해 시장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 점에서 10.29대책이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나 설득력이 없다. "부동산 버블 안 빠졌는데 현재 가격 정상이라니..."

"보유세 강화는 집값 폭등 막기 위한 제동장치"





-10.29대책이 나온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부가 어떤 근거로 10.29대책을 만들게 됐나.

우리 부동산시장이 2001년 상반기 이후 투기로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국민들의 비난과 여론의 질책도 강해졌다. 자산경제에서의 교란행위가 생산과 소비에 큰 타격을 주고 금융경제에도 부실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만든 것이다. 10.29대책을 보면 위기감으로 가득 차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정부가 부동산 급등이 버블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에 버블이 발생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낸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현재 가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정책당국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의 대책 가운데는 다소 문제가 있거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내놓은 분양원가 연동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10.29종합대책안은 말 그대로 급등한 부동산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위해 종합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과거 부동산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0.29대책이 우리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대책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다소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시민단체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자 정부에서 분양원가 연동제를 하겠다고 한다. 이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10.29종합대책의 목적은 버블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값을 하향유도하기만 하면 분양원가 연동제든 분양원가 논쟁이든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책당국자들이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 분양가를 유지하려다 보니 분양원가 연동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이익환수제도 시장원리에 반한다. 개발이익환수제는 강남처럼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국가가 일부 수익을 환수해서 저소득층에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설득력 없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이다. 가장 땅값 비싼 곳에 임대아파트를 지어 그곳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조를 해줘야 하나. 그 지역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땅값이 뛸 때마다 외곽 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라는 일종의 과세 형태로 징수해서 저소득층용 임대주택을 짓는데 보조해주겠다는 것은 일견 그럴 듯 해보이지만 그야말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반면 보유세는 문제가 없는데도 일부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10.29대책에서 종합토지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거래세는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보유세에 대해 상당수 정책당국자들마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유세야 말로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세금이다. 왜 그럴까.

우선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이 자본경제에서는 많이 벌수록 많이 세금을 물리는 누진세를 적용한다. 그런데 자산경제에 대해서는 정액세를 매기고 있다.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에서 조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 셈이다. 자본경제에서처럼 자산경제에서도 자산 크기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다. 이는 조세경제학의 기본이다. 선진국에서는 보유세가 누진세 체계를 갖고 있다.

또 보유세를 누진세 형태로 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 편익의 차이 때문이다. 강남이 가장 땅값이 비싼데, 이는 국민전체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투입해 강남지역에 사회적 편익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적 편익설이다. 강남에서는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CCTV도 다 깔지 않나. 70년대 강남개발부터 시작해서 강남은 계획적으로 키워온 지역이다. 강남 땅값이 오른 것은 그만큼 많은 세금이 투입돼 사회적 편익이 집중된 결과로 토지의 한계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편익을 많이 향유한 대가로 상응한 보유세를 무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보유세는 또 시장의 실패인 투기를 막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폭등하게 될 때 보유세를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시장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스톡이지만,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시세차익만 갖고 좋아할 수 없게 되니 부동산을 내놓게 된다.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 집 값이 뛰니까 오히려 갖고 있던 초호화 주택을 팔려고 내놓는 게 바로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보유세가 투기로 인한 집값 급등을 방지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즉 같은 동네에서 누군가가 투기를 통해 집 값을 과다하게 올리려 하면 다른 주민들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므로 이를 견제하게 된다. 그 결과 집 값은 투기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된다. 합리적인 보유세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예컨대 주민들이 반상회 등을 통해 집값 담합을 하는 경우 이를 견제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이처럼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는 게 일부에서 얘기하듯 사회주의의 평등사상에 젖어서 자산가한테 세금을 많이 매긴다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정부나 연구기관조차도 우왕좌왕하니 그로 인해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값 폭등이 생산경제에 엄청난 피해 줘"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일뿐"





-지난 번 KBS 일요진단에서 강동석 건교부장관 말했지만 최근 정부에서는 현재 급등한 집값이 정상적인 것처럼 인식해 이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면서 내수경기 침체는 다른 원인, 즉 국민의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밖에 안 되는데 이것의 부정적 여파를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을 드러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 마디로 경제이론의 ABC를 잘 모르는 소치다. 부동산문제는 자산경제에서 발생한 문제다. 자산경제에서 일부 투기에 의해 발생된 버블이 부동산자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그렇지만 그 투기가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여파는 매우 크다. 자산경제에서 140~180조원의 투기적 자금은 2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체 주택자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이지만 700조원에 불과한 자본경제 규모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투기적 거래를 한 가계는 자산경제에서 주택을 소유하고 거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경제에서 소비활동의 주체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자산경제에서의 투기가 결과적으로 자본경제의 소비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자가 '부동산경제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문제를 침소봉대해서 국민의 심리를 위축시키느냐'고 하는 것은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2003년 명목기준으로 자본경제 부문에서 약 390조원 가량의 소비는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한계소비의 증가가 없다는 것이다. 10여조원 증가해야 할 소비가 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안 늘어난 이유는 자산경제에서 140조원이상 묶여버려 확정형 금융수지이자가 연간 -13조원이나 되고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가계부문의 소비 긴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자산경제에서 일어난 가계의 투기적 행위때문에 자본경제에서 소비 위축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가계가 참여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일부 언론에 동조해서 소비를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책당국이 그런 주장을 한다면 정책당국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요인이지 그것이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집 값 떨어져도 실질적으로 피해 입는 사람들은 투기자들 뿐"

"투기자들 손실을 왜 정부가 보상하려 하나"

"부동산 가격 현실화해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정부 당국자들은 부동산가격이 지금 수준에서 하락하게 되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돼 결국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데.

정부가 지금 부동산가격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지 말았어야 한다.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당시 부동산 값 상승이 비정상적 폭등이라고 봐서 내놓은 것 아니냐. 정부 당국자가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IMF 때 떨어진 것을 만회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하필 IMF때 뿐이냐. 70년대 아니, 그 전에 60년대에 상승하지 못한 경우도 찾아서 집 값 상승을 용인해줘야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오늘 주식이 떨어졌다고 내일 주가가 폭등해야 하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자산이라는 것은 자본경제에서 생산요소로서 투입돼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한 권리증(Claim)이다. 예컨대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미래 수익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과거 주가가 낮았기 때문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시점에서 예상되는 수익에 대한 현재의 할인가치가 오늘의 주가다. 부동산 가격도 기업이나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수익 등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력의 현재 할인가치로 결정된다. IMF사태 이후의 집 값 하락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경제학의 가격 결정이론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책당국자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또 현재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그런 논리라면 지금 내수침체라고 주장을 할 수 없다. 집값이 1억에서 2억으로 뛰었기 때문에 거꾸로 자산가치 증가에 의해 소비가 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소비가 안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정부당국자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집값이 높은 상태이고 정부가 주택가격 하락을 막겠다고 했으니 내수경기가 잘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 설득력이 없다. 자산경제의 규모 수천조원 중에 극히 일부가 준동해 거품이 생겼다. 부동산 값이 20% 떨어진다고 해도 자산경제 전체의 95%가량은 가격 상승때와 마찬가지로 호가만이 가격상승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다만 투기에 참여한 가계들이 30~40조원 정도 손해보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이게 값이 오른다고 부자가 되고 내린다고 가난해지지 않는다. 이걸 팔고 다른데 이사 가면 똑같다. 자산경제 전체로는 거의 타격이 없다. 타격이 간다고 해도 투기를 한 사람에게만 간다.

부동산 값 하락으로 금융부분이 부실화되느냐 하는 것도 문제인데 주택대출 담보율이 80%이므로 부동산 값이 20% 정도 떨어져도 은행 채권이 부실화되지 않는다. 그 이상 떨어져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자본경제에서 일정한 소득을 갖고 있으므로 그 정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금융부분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물론 상투를 잡은 투기 거래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기 욕심으로 떼돈을 벌겠다고 한 행위에 대해 왜 대다수 국민들이 책임을 져줘야 하나. 그런 식이면 집 값이 폭등해서 생기는 성실한 근로소득자의 피해는 정부가 왜 책임지지 않느냐.

투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나. 우선 내수소비가 안 된다. 무주택서민, 결혼하려는 젊은 세대가 긴축하게 되고 허탈감에 빠진다. 이게 바로 무기력증이다. 참여정부가 마음에 안 들어 무기력한 게 아니다. 다음에 내수경제가 침체하니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그걸 하고 있다. 금리인하니 재정확대니 세금감면이니 하는 것들이 그렇다.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대해 정책당국자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을 왜 하는가. 정책수단만 고갈되고 재정이 악화될 뿐이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대가를 지불하고 있나.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속시켜야 하나. 하루빨리 부동산 가격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다수 서민들에게는 부동산 값이 호가만 뛰었다 내려오므로 본전이다. 집 값이 올랐다고 서민들은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집 한 채 가진 대다수 서민들은 나중에 자식들 시집장가 보낼 때 자식들 주택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투기한 사람들은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부동산 가격 현실화로 경제는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주택서민들이나 젊은 계층들은 허탈감에 빠지지 않게 되니 긴축을 안 하고 정상적 소비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불필요하게 경기부양책을 할 필요도 없고 재정도 악화될 이유가 없다.





*편집자 주=미디어다음은 아파트 값 폭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파트 값 폭등 과정에서 주택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빚에 허덕이고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엄청나게 오른 집 값 때문에 한숨짓는 젊은이 등 독자 여러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집 값 폭등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은 media_sdi@hanmail.net 으로 자세한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7:31

패스트푸드 광고, 미끼 상품으로 어린이 현혹


방송사별 어린이 대상 패스트푸드 광고 방영 실태를 분석한 1편에 이어 패스트푸드 광고의 기법과 방영 내용의 문제점을 분석한 모니터 내용을 소개한다. 환경정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다지사)'이 7~9월 동안 방영된 광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다지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사전심의를 통과한 광고만 방송할 수 있기 때문에 명백하게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사례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근한 비유를 통해 교묘하게 규정을 피해나가면서 어린이들에게 상품구매를 유도하는 경우는 많다는 것.

다지사측은 또 어린이 대상 패스트푸드 광고는 화면을 지루하지 않게 빠른 속도로 바꾸고 유명캐릭터를 미끼로 삼아 광고를 구성해 어린이게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힌다. 다지사측은 "특히 '어린이세트' 광고의 경우 사은품을 한 달에 한번 꼴로 바꾸어줌으로써 어린이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미끼상품을 교묘히 이용해 소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다지사의 패스트푸드 업체별 광고내용 분석 요약. "미끼상품 광고 등으로 방송광고 심의규정 교묘히 위반"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큐영화로 만든 미국의 모건 스펄록 감독. 스펄록 감독이 직접 패스트푸드를 먹는 영화의 한 장면.

맥도날드

맥도날드사 광고 중에서는 모두 6편 중 4편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먼저 통통한 아이가 등장하는 빅맥 광고는 열등감과 조롱의 대상이 된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보자마자 괴력을 발휘하여 손에 쥔다는 내용. 이는 방송광고 심의규정 가운데 '상품의 소유로 어린이의 능력이나 행동이 변할 것이라는 표현'과 '상품을 소유하지 못하면 열등감을 갖거나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규정을 교묘히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피밀 어린이세트 디즈니 삼총사 역시 우리는 '우리는 삼총사 친구들'이라는 표현도 '상품의 소유로 어린이의 능력이나 행동이 변할 것이라는 표현' 금지 규정을 위반했으며 '미끼광고의 제한을 어기고 사행심을 조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어린이세트 햄토리 장난감 역시 '상품을 구입하도록 어린이를 충동하거나 부모등에게 상품구매를 요구하도록 자극하는 표현'과 '어린이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표현', '미끼광고의 제한을 사용하면서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구스타 야오밍이 출연한 행운의 게임카드는 '어린이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리아

모두 5편으로 구성된 롯데리아 어린이대상 광고프로그램 역시 문제점이 지적됐다. 맥도날드 어린이세트와 마찬가지로 롯데리아도 정기적으로 어린이세트의 사은품을 바꾸면서 구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어린이세트 메이플 1,2' 시리즈와 '톰과 제리' 광고는 애니메이션기법으로 가족을 등장시킨 뒤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롯데리아 매장에 데리고 가는 내용. 이 광고들은 어린이세트를 구입하면 메이플 인형을 준다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이는 미끼광고의 제한과 '상품을 구입하도록 어린이를 충동하거나 부모 등에게 상품 구매를 요구하도록 자극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는 규정 등을 교묘히 어긴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70년대보다 2배 늘어난 광고가 어린이 식습관에 큰 영향


다지사의 제언

최근 미국의 카이저 가족재단이 올해 2월 발표한 '미디어가 아동비만에 미치는 역할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어린이비만 증가 원인 중 하나가 어린의 지나친 광고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70년대에 비해 2배 이상의 광고를 접하고 있는 현대의 어린이들은 식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들이 본 광고가 중요한 선택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다지사는 "최소한 미끼상품을 끼워 파는 패스트푸드 광고는 없어져야 한다"며 "프로그램과 광고내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만화캐릭터나 프로그램 등장인물을 내세운 광고를 함으로써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by 선대인 2008. 9. 4. 17:30

시중은행, 대출금리 안 내리고 '제 배 불리기'에만 골몰


예금 금리는 0.2~0.25% 즉각 인하...대출금리는 0.05~0.1% 미적미적 인하
박승 한은 총재,"대출금리도 좀 내려달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대출금리 인하를 당부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는 인색한 채 예대 마진을 늘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수신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예대마진이 커질수록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은 좋아지기 마련.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키워 '제 배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행태 때문에 통화당국이 의도했던 경기 진작 효과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경기 진작을 위해 콜금리를 연 3.50%로 0.25% 인하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 부문을 합쳐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자부담이 줄어든 만큼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어나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이러한 계산은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콜금리 인하폭인 0.25%포인트만큼 내리고 예금금리는 0.25%포인트의 절반 정도만 낮출 것을 전제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통화당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시중 은행들은 콜금리가 인하되자 마자 며칠 내로 콜금리 인하 수준인 0.2~0.25%만큼 예금 금리를 내렸다. 국민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8%에서 3.6%로 0.2%포인트 낮췄다. 하나은행은 17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7%에서 3.45%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1년 미만의 정기예금 금리도 0.2%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도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9%에서 3.7%로 0.2%포인트 낮췄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HSBC는 0.1%포인트 인하하는데 그쳤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콜금리가 인하된 뒤에도 한 동안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거나 내린다고 해도 0.05~0.15% 내리는데 그쳤다. 대출금리 인하폭이 예금금리의 절반에도 못 미쳐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선도 은행인 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6개월 주기로 변동되는 개인 신용대출 기준금리를 연 7.75%에서 7.70%로, 12개월 단위로 변동되는 신용대출 기준금리는 7.95%에서 7.90%로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고작 0.05% 인하한 셈이다.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기업의 일반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회사별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0.05~0.10%포인트 내렸다. 그나마 자금 사정이 좋은 편인 신한은행이 9월1일부터 대출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하나와 외환, 조흥은행 등도 각각 당좌대출금리와 가계대출금리를 인하할 계획이지만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밖의 다른 은행들은 금리를 인하할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하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콜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예금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도 콜금리 인하 폭만큼 내려달라"고 시중 은행장들에게 당부할 정도였다. "은행 잘못으로 생긴 손실 고객에 전가 안돼"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 진작을 위해 콜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사진=연합뉴스]
시중 은행들의 이 같은 행태는 콜금리 인하를 예대마진을 확대해 은행 수익을 늘리는 기회로 삼기 때문. 시중 은행들은 그 동안 카드채와 내수침체 등으로 생겨난 부실채권을 떨어내기 위해 지난 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예대마진을 확대해왔다. 실제로 지난 해 6월부터 1년간 대출금리는 연 6.24%에서 6.06%로 0.18%포인트 떨어졌으나 예금금리는 연 4.15%에서 3.83%로 0.32%포인트나 빠졌다. 예대마진이 지난 6월 기준으로 2.23%포인트로 31개월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이 같은 예대마진의 폭을 더욱 넓히는 효과만 낳은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예대마진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은 카드 채 등 은행권의 막대한 손실 부담을 예금자의 돈으로 막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카드 채 사태로 생겨난 22조원 가량의 부실채권과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구조조정 여파로 떠안게 된 예금보험채권 120조원의 상환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 등 은행권 스스로의 잘못으로 생긴 손실을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은행권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생긴 손실을 예금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하된 예금금리는 신규고객에게만 적용되지만 대출금리는 기존 대출에도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내릴 경우 은행 수지가 악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출금리의 70% 정도는 시장금리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금리가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약 50%, 기업대출의 약 35%가 시장금리 연동형이기 때문에 콜금리 인하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부분적으로는 시중 은행측의 주장을 수긍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출금리를 0.05% 내린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 소폭"이라며 "국민은행의 수지 상태가 썩 안 좋아 예대마진을 크게 해 수지 상태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 소장은 "최근 경기 침체는 부동산에 중산층의 돈이 묶이는 바람에 생긴 내수 침체"라며 "부동산 거품을 더 뺀 뒤 경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콜금리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한 수순이지만 이왕 이렇게 됐다면 경기 진작 효과가 생기도록 시중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콜금리 인하 조치가 물가만 올리고 경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향후 쓸 수 있는 정책수단만 고갈시키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8

경제 규모 대비 한국 아파트 값 '세계 최고'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수준이 경제규모 및 가계소득 대비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직 증권거래소 직원인 서영훈씨는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에 보낸 자신의 분석자료와 기고문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국내 아파트의 적정 가격수준은 현재보다 35~40%정도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국내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주장은 많았지만 거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외국과 비교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자료는 없었다. 그는 증권거래소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최신 자료를 입수, 이 같은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7배에 이르렀는데도 우리는 미국과 영국 등의 주택가격 버블 논란 자료만 내놓고 있다"며 "주택 투기를 막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4억3989만원으로 미국 북동부지역의 신규주택 평균가격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 또 97년 외환위기 영향 등으로 일본과 대만, 홍콩 등에서는 주택가격이 50~67%가량 하락했는데도 한국의 주택가격은 분양가 자율화 등 건설경기 부양조치 등으로 98년 대비 97.8% 상승했다고 한다.2003년 신규 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23.7배로 일본(11.8배), 영국(11.8배), 미국(8.3배)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만(13.6배,2002년), 홍콩(12.1배, 2001년), 싱가포르(5.9배, 2003년)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았다. 특히 강남구의 올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1인당 GDP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49.5배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1/4분기 26.5배를 크게 상회했다.또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가계소득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10.1배로 영국(7.5배), 일본(7.3배), 미국(5.5배)보다 높았다. 특히 올해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계소득 대비 19.8배로 일본의 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90년 당시 도쿄 도심부 맨션의 17.7배를 능가했다.서씨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경제규모나 가계소득을 고려했을 때 선진국이나 아시아 각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거품이 많이 끼여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경제규모나 가계소득 대비 적정한 수준의 아파트 가격은 지금보다 최소 35~40%가량은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3일 경실련 홈페이지에 게재된 서씨의 기고문 전문. 아파트 값만 선진국 수준?





6월말 화성동탄지구 시범단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모여든 인파. [사진=연합뉴스]
국내주택가격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경제규모나 가계소득 차이에도 불구하고, 98년 말 이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여 주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주택가격 수준이 우리 경제규모나 가계의 주택구매력에 비해 적정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주택시장의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 선진 주요국 및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과 비교해 봄으로써 국내주택가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주거형태의 상이함과 물가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각국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을 원화로 환산하여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한 점은 있으나, 각국의 주택가격을 경제규모(1인당 GDP)나 가계의 소득수준과 함께 비교해 봄으로써 그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 미국 뉴욕 맨하탄과 비슷

금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격('04년 1~3차 동시분양)은 4억3,989만원으로 일본 도쿄의 신축맨션 평균분양가격 5억1,110만원과 영국 런던권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6,483만원에 비해 낮지만, 미국 북동부지역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3,430만원은 상회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억4,481만원으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Coop와 Condos) 2004년 1/4분기 평균매매가격 7억9,171만원(한국과 동일평형 환산)과 비슷한 수준이다.한편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과 비교해보아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대만이 66.8%('02년), 싱가포르가 41.5%('04년 1/4분기)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홍콩('01년)은 서울에 비해 56.8% 가격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환위기 후 아시아 각국 거품 빠질 때 우리는 오히려 급등

최근의 주택가격의 급등세는 주로 1인당 GDP가 2만~3만불을 상회하는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4년 1/4분기 현재 신규주택가격 기준으로 미국 북동부지역은 '93년 대비 102% 상승하였고, 영국은 1인당 GDP가 2만불을 돌파한 96년부터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95년 대비 164% 폭등하였다.아시아 국가는 97년 외환위기 영향 등으로 일본과 대만은 이전의 하락세가 지속되며 90년대 초의 역사적 고점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하여 87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홍콩의 경우에는 민간주택 가격은 2003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역사적 고점인 97년과 비교하여 67% 가량 급락하였다.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 당사국이면서도 98년 분양가 자율화 등 건설경기 부양조치와 미국, 영국 등의 주택가격 상승 영향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였는데, 2004년 매매가격 기준으로 98년 대비 9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단 국민소득 대비 주택가격, 한국 23.7배, 일본 11.8배, 미국 8.3배





용인동백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우리나라 신규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미디어다음

각국의 주택가격의 수준을 절대 가격으로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나라마다 경제규모, 물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한 '1인당 GDP대비 주택가격배수'와 가계소득과 비교한 '가격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수준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 23.7배, 일본 11.8배, 영국 11.8배, 미국 8.3배 순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규모에 비해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은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해 기존 주택가격을 비교해보았을 때도 한국 24.0배, 영국 12.8배, 미국 6.3배, 일본 6.1배(2002년)로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는 49.5배로 과거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1991년 일본 도쿄 도심부 중고맨션의 31.0배와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2004년 1/4분기 26.5배를 크게 상회하였다.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를 살펴보면 대만 13.6배(2002년), 홍콩 12.1배(2001년), 싱가포르 5.9배(2003년)로 한국 24.0배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한국 10.1배, 일본 7.3배, 미국 5.5배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가계소득과 비교했을 때 한국 10.1배, 영국 7.5배, 일본 7.3배, 미국 5.5배로 가계의 주택구매력에 비해서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기존주택가격을 비교했을 때에도 한국이 10.3배, 영국 8.1배, 미국 4.1배, 일본 3.7배(2002년)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 '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는 19.8배로 과거 일본의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도쿄 도심부 중고맨션 '90년 17.7배와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04년 1/4분기 17.3배를 상회하였다. 아시아 국가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홍콩 6.5배(2001년), 대만 5.3배(2002년), 싱가포르 3.8배(2003년)로 서울 10.3배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은 경제규모나 가계 소득을 고려했을 때 선진국이나 아시아 각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많은 거품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인당 GDP 및 가계소득 수준 비슷한 대만, 주택가격 수준은 훨씬 낮아





우리나라와 대만의 경제규모와 가계소득은 엇비슷한 수준이다. 2003년 1인당 GDP는 미달러 기준으로 대만 12,726달러, 한국 12,628달러이며, 가계 연평균소득은 대만이 대만달러로 2002년 4,020만원, 한국은 2002년 3,351만원으로 한국에 비해 약 20%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택가격 수준에서는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먼저 대만을 살펴보면 2002년 주택가격은 1인당 GDP 5천불 및 1만불을 달성 시점인 1987년과 1992년에 비해 각각 5% 및 47% 하락하여 거품이 거의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의 경우도 1988년 각각 50.9배 및 18.7배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1993년 이후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2002년에 각각 13.6배 및 5.3배 수준으로 낮아져 선진국 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주택가격은 1인당 GDP 5천불 및 1만불 달성 시점인 1989년과 1995년에 비해서 각각 140% 및 89% 상승하였다. 1986년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각각 49.5배 및 20.0배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90년대 초부터 버블 붕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과 가계소득의 증가로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1999년 17.9배,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1998년 7.5배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1998년 분양가 자율화 등 주택경기 활성화 조치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재차 주택가격이 급등하며 2003년에는 각각 24.0배 및 10.3배로 상승하였다.

결국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양국의 주택가격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대만은 1990년대 초 이후 버블붕괴로 주택가격이 1987년 수준까지 하락하여 거품이 거의 해소된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부터 주택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경제규모 및 가계의 주택구매력 수준에 비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33평 아파트 적정가격은 2억2,110만원 ~ 2억3,464만원으로 추정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가 아파트 원가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살펴본 각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의 적정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추정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규 주택가격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1인당 GDP대비 신규주택 가격배수의 최대치 11.8배와 가계소득대비 신규주택가격 배수의 최대치 7.5배를 적용하여 산출한 1억7,759만원 ~ 2억6,460만원의 중간가격인 2억2,110만원이 '03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 신규아파트의 적정가격으로 판단된다.

기존 주택가격의 경우 주요국과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대비 기존주택가격 배수의 최대치 13.6배와 가계소득대비 신규주택가격배수의 최대치 7.5배를 적용하여 구한 2억468만원 ~2억6,460만원의 중간가격인 2억3,464만원이 2003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 기존아파트의 적정매매가격으로 판단된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 수준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특히 금년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미국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가격의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89년의 일본의 경제규모나 가계소득을 고려할 때 최근의 서울의 주택가격은 당시 일본 도쿄의 주택가격 수준을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경제규모 및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다. 주택가격 수준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 수준이 1인당 GDP가 3만불을 상회하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크게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와 1인당 GDP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도 과도하게 높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가 과거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일본 도쿄 도심부의 '90년 중고맨션과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금년 1/4분기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셋째, 서울 33평 아파트의 신규분양가격 및 매매가격은 향후 35~40% 하향조정이 예상된다. 주요국과의 경제규모 및 가계소득대비 주택가격배수 비교에 의거 서울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적정가격을 추정하면 신규분양가격은 22,110만원, 매매가격은 23,464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도 1인당 GDP 대비로는 14.7~15.6배, 가계소득 대비로는 6.3~6.7배 수준이어서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3년 서울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신규분양가격 및 매매가격은 경제규모 및 가계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향후 약 35~40%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7

비리, 방만경영 공기업이 경영혁신 우수사례?






기업1=전사적인 혁신조직을 상시 가동.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는 성과 평가 및 보상체계 운영. 경직된 보수문화 탈피. 이를 통해 발굴한 우수 혁신아이디어 시행으로 예산절감 등 성과 시현.

기업2=2001년 6개 발전 자회사 분할 이후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받는 임원수가 6명에서 37명으로 증가. 각종 포상금도 최근 3년간 14배나 늘려 지난 해 모두 141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

기업1은 지난 해 기획예산처에 의해 공기업 및 산하기관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한국전력공사(한전)다. 그러면 기업2는 어딜까. 역시 한전이다.

이처럼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상당수가 기관장이 부패나 비리 혐의에 연루됐거나 방만한 경영으로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6월 '변화를 선택한 리더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경영혁신 사례집을 펴낸 적이 있다. 2003년에 202개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서 추진했던 경영혁신 사례 가운데 우수사례로 선정된 17건을 소개한 책자로 내용은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도 올라가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공기업과 산하기관은 우수사례에 선정되기에는 의심스러운 기관이다. 예를 들어 우수사례에 선정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최근 이들 기관장들이 수뢰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구속된 경우다. 수자원공사 고석구 사장은 8일 한탄강댐 공사입찰 경쟁에 참여한 현대건설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주택공사 김진 전 사장도 지난 7월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기관장의 비리는 개인 비리일 수도 있으나 상납 관행, 주변 챙기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들 기업들은 방만한 경영과 부조리 등으로 올해 국정감사 등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주공은 퇴직한 처장급 8명, 부장급 2명 등 10명을 평균 연봉 7600만원을 줘가며 산하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했고 주공 발주 100억원 이상 공사 31개 공구의 책임감리원 상당수를 퇴직자 출신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또 지사장이나 지역본부장의 출장비와 특근비를 변칙으로 집행하고 출장 인원과 기간을 부풀려 계상하는 방법으로 억대의 사장 판공비를 조성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주공에서 직무관련 금품 및 향응 수수로 적발된 직원 수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모두 18명이나 됐다.

수공은 신규 투자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체 '투자심사규정'을 제공했지만 200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추진된 신규 사업 72건 가운데 30건을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생략돼 행정력과 사업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도 있었다. 자회사에 명퇴자 보낸 토공이 '능력중심 채용'

혁신 통한 절감보다 방만경영으로 자원 낭비액 더 많아

전문가"결정적 하자 있으면 우수사례 뽑아선 안돼"

'학렬철폐와 능력중심 채용'으로 우수사례에 선정된 토공도 마찬가지다. 토공은 민간 기업과 공동출자해 부동산 개발회사를 만든 뒤 토공 임원 출신 인사들로 사장 자리를 채웠고 이 회사들에 택지개발 지구 내 토지를 평당 수백만원씩 싸게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능력중심 채용'이 토공이 출자한 회사에는 적용되지 못했던 셈이다.한국도로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도공은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과 교통관리시스템 등 도로설비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국제조세리스 계약 체결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하지만 도공은 올해 국감에서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설계변경 등으로 국민 혈세 1조1000억원을 낭비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도공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225개소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면서 그중 203개를 명퇴자들에게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또 이들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1인당 6600만원씩의 명퇴금을 지급했고 퇴직 임직원 70여명은 도공 관련 회사에 재취업시키기도 했다.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인터넷기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방문비용을 줄이고 업무자동화로 경비를 절감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자산관리공사가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7억8000만원가량. 하지만 공사는 지난 해 입사시기별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직원 514명에게 3~5년전 임금분이라며 8억6000만원을 소급지급했다. 이는 민간기업에는 통하지 않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한전의 방만경영과 비위 행태도 심각하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2002년 직원 임금인상률은 22.1%나 됐다. 민간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6.7%보다 세 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국회 산자위 이규택 의원에 따르면 금품수수를 비롯해 부당한 업무처리, 근무태만, 도박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한전의 직원수가 2000년 이후 모두 336명이나 됐다. 한전 자체감사에서는 부당 설계변경으로 9500여만의 공사비가 증액된 경우도 있다. 한전은 또 지난 해 수의계약 형식을 통해 송전운영공사 감리의 40%를 한전 퇴직자들이 만든 전우종합관리에 제공했다.물론 우수사례에 선정된 공공기관 중에는 민영화로 재활용시설의 생산성을 높인 한국자원재생공사나 최초의 민간인 출신 원장을 선임하며 지속적으로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한국소비자보호원처럼 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도 꽤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엄청난 방만경영 등의 문제에는 눈 감은 채 해당 기관의 일부 사례만을 근거로 경영우수사례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회장인 한양대 나성린 교수(경제학)는 "공기업의 경영 실태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방만 경영이 여전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평가 항목에서 뛰어난 부분이 있더라도 기관장 구속이나 심각한 방만경영 등 결정적 하자가 있으면 우수사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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