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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여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겉보기에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로 포장한 토지임대부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부동산 투기 조장책들을 계속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3불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해 서울 강남 학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드는 등 교육정책까지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고라 네티즌들조차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헛갈리는 것 같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홍준표 의원이 재발의한 이른바 ‘반값아파트’ 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법안의 실제 효과를 알 수 있어야 겉으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하는 척 포장하는 현 정권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진짜 의도는 결국 집값 거품 떠받치기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토지임대부 주택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으나 여야간 밀고당기기 끝에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토지 소유권은 국가 또는 토공 등 공공단체가 갖고 그 토지 위에 짓는 주택만 개인에게 분양하도록 하는 주택 공급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만을 소유하고 토지 임대료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주택 투기를 막거나 주택가격 하락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로또식의 시세차익을 없애는 방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그 이유를 보자.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A와 B가 공동 투자하여 아파트 한 채를 지어 ‘공동소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100m2(30평형) 아파트의 택지가격이 1억5,000만원이고 아파트 건축비가 1억5,000만원이라고 하자. 그 경우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이 된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B가 단지 토공으로 바뀔 뿐으로 주택에 대한 공동소유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바로 옆에 사실상 똑같은 아파트 매매가가 5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일까? 당연히 옆집 C가 소유한 아파트의 매매가인 5억원이 될 것이다. 만일 두 아파트 가격이 다르다면 무위험 차익을 얻기 위한 재정거래(arbitrage)가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은 주택건물에 대한 지분만 소유한 채 매월 토지 사용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은 주거비용을 싸게 해주는 방식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반값 아파트 방식은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구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투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경우 토지에 대한 토공의 권리 행사는 제한되는 반면 주택에 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 권리는 A가 일방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가 그대로 보전되는 토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주택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년, 20년 후에 주택을 전매한다고 할 때 시세는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또 약 40년 후에 건물의 내구연한이 다 되어 건물가치가 0이 된다고 하면 그때 주택소유주의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까? 결국 모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매 시 토지가격 및 시세차익 배분과 관련해 극심한 혼란과 분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토지임대부 주택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의 그간 행태를 생각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미래는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홍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뉴타운 추가지정을 강력히 압박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 홍의원은 “뉴타운은 원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값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뉴타운 개발을 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은 규제하더라도 강북 부동산 값은 좀 더 올려 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의원이 지역구로 있는 서울 동대문구 주민들을 비롯해 강북 주민들 처지에서 들으면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그가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갖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올려 시민들의 불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공공 주택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여당의 중진이라니 한심할 뿐이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역 유권자들의 탐욕만을 부추기는 데에만 급급한 홍의원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글로벌 부동산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값을 올리겠다는 사기적 공약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거의 오로지 부동산가격을 올리거나 지탱하는데 모든 정책을 올인 해왔다. 그런 한나라당과 홍의원이 이제 와서 ‘반값 아파트’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 기조와는 전혀 아귀가 맞지 않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른쪽에서는 부동산가격 올리기 공약과 온갖 부동산투기 조장책 남발로 이미 부동산투기에 물려버린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붙잡아두면서 왼쪽에서는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느니 ‘반값 아파트’ 운운하며 반대파 세력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 술수를 써서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양다리 걸치기의 기만적 술수를 쓰는 저의는 이미 부동산시장의 대세가 버블붕괴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어 버리면 부동산투기에 물려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아파트값을 올려주겠다’는 자신들을 지지해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두 이탈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값을 떠받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달리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말을 내놓거나 ‘반값 아파트’와 같은 기만책을 또다시 들고 나와 아파트가격 폭락에 대비한 기만적 술수를 동원하는 것이다.
정말로 정부 여당이 주택가격 하락을 원한다면 기만적인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버블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놔두면 부동산가격은 저절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부 여당이 잘도 부르짖는 시장논리에 맡기면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명박 대통령과 홍의원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주거안정과 경제의 성장잠재력 증대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권력욕과 사리사욕에만 사로잡혀 끊임없이 대국민 사기극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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