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했다. 물론 거래량은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호가 상승도 곧 ‘진압’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투기 조장책은 거의 소진됐으므로 조금 더 지나면 본격적인 또 한 차례의 폭락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엉터리 언론과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는 각종 관변, 재벌계 연구소의 엉터리 전망과는 달리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매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래량이 아주 없을 때보다야 조금 더 늘었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많아봐야 한 달 내내 강남 3구를 통털어 100~200건 정도 더 늘었을 것입니다. (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매수세는 결코 따라붙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경우 집값은 다시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부양 위한 개발호재 발표-->호가 위주의 반등-->일부 매수자의 입질 이후 거래 단절-->부채를 잔뜩 진 잠재적 매도자의 금융 부담 증가-->낮아진 급매물 재출회-->가격 재급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이 모두 소진되면 엄청난 폭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은 신문에 보도되는 겉핥기 보도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신문에 나타난 사실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지난해 4/4분기 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5.6%이고, 1월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반토막났다는 게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몇 달 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입니다만)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빠졌습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집값 거품 부양책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집값만 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하지만 이런 코미디같은 상황은 현재 국내외의 시장 압력을 볼 때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 말한 가격 폭락이 언제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올초부터는 가능하면 집값의 향방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부동산 폭락세는 현실이 됐고,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필자는 짧게나마 이 문제를 언급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강남 집값의 호가 ‘반짝 상승세’(물론 거래량이 없어 이미 호가도 내림세로 다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를 근거로 쏟아져나오는 엉터리 주장들에 현혹돼 또 다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주장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바입니다.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때 쓴 관련 내용들을 요약인용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처럼 전망하는 많은 구체적 근거들은 제 책과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서 줄기차게 얘기했으므로 생략하고자 합니다. 새 글을 쓰면 좋은데, 요즘 일에 많이 쫓기다 보니 사정상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같은 전망을 말씀드리기 전에 매우 많은 글들에서 구체적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지 않고 이 글만 읽어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이 글은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한 많은 분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짧게 쓴 글이기 때문에 예전에 쓴 근거들을 다시 반복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글도 개인적으로 쓰기 싫지만 하도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와 가계 경제 생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너무 적어 제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책까지 낸 것일 뿐입니다. 책을 더 이상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글 쓰면 공격받는 댓글 많이 달리는 것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꾼 정부와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낚여 선의의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돼 쓰는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인신공격성 글이나 저질 댓글들은 삭제하겠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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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글1>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는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8년 상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래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라.

  




2004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해서 2006년 초반까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아래 도표처럼.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책 본문 118-122쪽 요약)

  

<인용글2>

“왜 더 늦기 전에 부동산에서 탈출해야 하는지를, 주택 소유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지금 부동산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만 본다면 집값은 지금 바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집값이 여기서 한 차례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집값이 뛴다고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뛰겠는가? 앞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의 반등은 매우 미미하고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은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집을 살래야 살 실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다 해도 5% 이상 오르기 어렵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눈에서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서 주택을 사거나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매물이 쏟아지면 그 시점에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집값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도 회복할 수 없다. 이때 팔려고 하면 팔리지도 않는다. 5% 올랐다 해도 거래는 거의 동반되지 않고 호가 위주로 올랐을 것이다. 떨어질 때 한동안은 받아줄 매수자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혹시 집값이 한 번 더 소폭 오른다면 그때가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을 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동시에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이 말도 해야 하겠다.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절대 집을 사지 마라. 상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책 165-166쪽 요약)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3. 09:14

 

제 고향은 대구의 위성도시격인 경산시에서도 시골인 남산면입니다. 경산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동네인데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쇠락해가는 고향 마을의 소식들을 듣게 됩니다. 고향 마을에는 이제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어른들이 대부분이고요. 청장년들과 어린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보이는 청장년층은 대부분 도회지로 나갔다가 해고되거나 자영업 등을 하다 실패해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부모님들이 짓던 농사를 물려받거나 거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밀한 구상과 열정으로 벤처기업농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제 고향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가운데도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도회지에서 변변찮은 일들을 하며 사기를 당하거나 노름에 빠져 이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학력이 낮은 편이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이혼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혼한 뒤 아이들은 시골의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도 많은 모양입니다. 가뜩이나 연로한데다 농사일에 바쁜 시골 부모님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곡된 한국 사회경제의 구조가 만들어낸 실업과 이혼 등의 문제를 농촌 시골마을의 연로한 부모님들이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골병이 들대로 든 한국경제가 시골마을까지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농촌은 점점 쇠락하고, 내부적으로 재생산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농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으니 더더욱 걱정입니다.

 

미국 유학 동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의 포도밭과 포도주 양조장(winery) 등을 돌아보면서 참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포도밭에서 우리처럼 포도를 생산해 팔기보다는 양조장에서 포도주를 생산해 파는 것이 주수익원이었습니다. 또한 양조장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주와 어울리는 음식들을 중심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포도밭에도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조경까지 해가면서 관광지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었고요. 그런 포도밭을 내려다보며 향긋한 포도주를 음미하던 시간은 얼마나 여유롭고 낭만적인지요. 저희 가족들 외에도 곳곳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가는 양조장마다 늘 붐비더군요. 각 지방 정부들은 그런 양조장들을 묶어 ‘양조장 투어(winery tour)' 루트까지 만들고 교통편까지 제공하면서 관광상품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근사해보이든지 언젠가 나이가 들면 고향에서 ‘한국형 와이너리’를 한 번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왜 농업은 1차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양조산업과 같은 2차 산업이나 관광상품 자원으로서 3차 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킬 생각을 못할까요? 왜 FTA체결한다면서 농민들에게 농업보조금을 풀어 포도나 복숭아 등 수익용 작물을 캐내게 해 사실상 우리 농업이 하루빨리 고사되기만을 바랄까요? 우리 농촌을 덴마크나 프랑스 등의 선진 농업국가로 만들 기회는 정말 없는 걸까요? 지금처럼 ‘1년 뼈빠지게 일해 번 돈을 다음해 농비로 도로 써야 하는 농업’이 아니라 정말 품위 있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농기업과 관광자원으로 농촌을 탈바꿈시킨다면 우리 젊은이들도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하지 않으니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꾸역꾸역 밀려들고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다 다시 폐인이 돼 낙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 인구만 계속 늘어 치솟는 부동산 값에 일조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선진화 방향으로는 투자하지 않고, 농촌을 발전시킨다는 핑계로 시골마을 골목까지 시꺼먼 아스팔트를 깔아 건설업체 좋은 일만 시키고 있으니 한심할 뿐입니다.(실제로 이번에 가보니 마을 골목까지 시커먼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전에 있던 멀쩡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뜯어내고, 다시 아스팔트를 까는데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소담스러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확 깨트리는 그 미적 무감각이라니요!) 

 

제 고향마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선진경제로 나아가기는커녕 70,80년대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습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과 국민들의 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된 선진경제로 도약할 기회들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무능과 정책실패가 우리 부모님과 자식 세대를 포함해 모든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는 이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극한까지 와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공정한 경쟁규칙을 확립하고 사장된 자원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활력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연구소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뜻 있는 분들과 합심협력해나갈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되니까요.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 10:05

 

많은 분들이 이번 용산 참사를 통해 느끼고 있듯이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지난 글 ‘용산 참사와 전방위 불량국가, 대한민국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7334을 참조해주십시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서울시가 나서고, 나름대로 이 분야 전문가라는 분들도 도정법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둥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폭리와 투기 수익을 양산하는 지금의 도심 재개발 체계를 그대로 두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습니다. 현행 재개발 재건축 제도는 공공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정한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면 민간이 조합을 결성해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겨나므로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맡아 시공사를 선정해 공동주택 건립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합은 폭리를 노리는 건설사들의 돈과 로비에 휘둘리거나 결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철거업체 선정과정과 주민 동의 과정에서 폭력과 비리가 횡행합니다. 이 같은 막대한 폭리를 건설업자와 개발업자, 투기꾼들이 가져가도록 만드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서는 각종 비리와 폭력, 주변 땅값 및 집값 폭등, 조합원의 높은 분담금,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획일적인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 공급, 시장 수요와 무관한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공급, 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각종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집값을 낮추고 충분한 도시기반 인프라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환원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은 땅주인, 거주자, 개발 대행기관(토공, 주공, 각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투기세력 등에 의해 배분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라는 갈비를 여러 세력들이 돌아가며 뜯어먹어, 결국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들은 앙상한 뼈다귀만 핥게 되는 꼴입니다. 그러면 이런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흡수해 그것을 저렴한 장기임대나 공공분양 아파트로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흡수하느냐고요? 현재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가 보통 30~50% 가량 차지하고, 직간접공사비가 40~50%정도로 두 가지가 거의 90%를 차지합니다. 우선, 택지비를 봅시다. 지금은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투기세력이 뛰어들어 땅값을 띄워 놓은 다음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보상을 하므로 개발이익이 땅주인과 거주자, 투기꾼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개발 계획을 사전에 세워두고 사전 매입 후 개발에 들어가는 식으로 하면 보상비를 얼마든지 아낄 수 있습니다. 부지 확보까지만 정부가 하고 이후 주택 공급과정은 이를 통합해서 관리할 CM(Construction Management)회사나 컨소시엄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해 사업을 맡깁니다. 따라서 택지 조성도 토공이나 주공이 하지 않고 CM회사가 가격 경쟁을 통해 선정한 민간 토목업체가 합니다. CM이 경쟁입찰을 붙여 시공사를 선정하면 실제 건축비도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입니다. 공기도 현재 26~30개월 정도인데 2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의 분양가보다 절반 아래로 훨씬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묻고 통제하면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공주택을 비롯한 공공건설사업은 이른 전문 CM이나 PM(Project Manager)들을 통해 얼마든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준표의 토지임대부 주택 같은 사기적인 ‘반값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반값 아파트’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CM이 책임감리와 비슷한 역할 정도만 하게 하고 있는데요. CM이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되 공사 전반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CM at full risk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대단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집권세력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재개발 재건축 사업뿐만 아니라 후진적 건설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 또한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과 관련 정부부처를 동원해 ‘방송장악’에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런 사기적 분양가의 거품을 뺄 의지도 없지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들 멋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 기반시설 과부하에 대한 고려는 아랑곳없이 용적률을 올리는 등 투기 거품을 부추기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요.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진정한 의미의 ‘반값아파트’를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민주거안정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많은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듯이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건설공기업들의 역할을 키우자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라면 지금 같은 방대한 구조의 토공,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지방공기업도 필요 없습니다. 토공, 주공은 정부의 기획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고 CM사 선정해서 정부 계약을 대행하고 계약 이행을 점검하면 됩니다. 또 향후 장기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관리 업무 부문을 키우면 됩니다. 이처럼 공기업 개혁이라고 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주체로서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해 재조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거기에 맞게 조직을 Redesign하고 Restructuring, Reengineering해야 합니다.

 

(옆으로 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것은 전혀 없고, 그저 무식하게 Downsizing 개념밖에 모르는 게 이 정부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온갖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을 벌이며 폐지, 축소, 또는 역할 전환이 필요한 토공, 주공, 수공, 농업기반공사 등 온갖 개발시대의 건설공기업들의 일감을 늘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정부 개혁은 단순히 조직을 오렸다 붙였다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상황에 맞게 정부의 역할과 역량 배분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은 정부니 큰 정부니 하는 양적 논의는 매우 무식한 접근법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단순히 ‘작은 정부’라는 것도 시대착오적 개념인데, 이런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가 내세우는 ‘작은 정부’라는 목표조차 실현할 능력이 없는 엉터리정부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도 못하는 강바닥 정비와 경인운하 같은 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한편 애꿎은 각종 복지지출이나 삭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흐름을 볼 때 현 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하겠다고 했던 토공, 주공 통폐합도 ‘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없던 일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설사 통폐합된다 한들 정부의 엉터리 정책 사업들을 계속 받쳐주는 도구일뿐이라면 그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데 이 정부가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외치는 구호는 온통 통폐합 아니면 민영화밖에 없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선진국의 정부 개혁이 궁극적으로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기업의 영역을 줄이거나, 공공독과점 구조를 민영 독과점 구조로 바꿔 재벌기업의 사업 기회를 키워주는 것을 공기업 개혁으로 여기고 있으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개념부터가 엉망인데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위에서 봤듯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폐해를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저렴하고 질 좋은 아파트를 도심에 대량으로 공급해 원주민들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해봐야 근본적 해법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70년대 당시의 법적, 제도적 틀로는 더 이상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 답이 없는데 아무리 기존의 틀을 지지고 볶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같은 경우가 바로 상자 밖에서 생각해야 답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 같은 근본적 해법을 생각도 못하겠지만, 생각한다고 해봐야 실행할 의지도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조차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처리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제물로 해 어물쩍 넘어갈 태세인 것 같으니까요. 결국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실현할 세력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그 과업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9. 09:34









며칠 전 통계청 발표 내용대로 2011년 이후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재개발사업과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약 160만 호의 막대한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은 이전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1305)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위에 언급한 물량에 더해 민간 부지에서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면 약 200만호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공급량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집계한 내용은 이미 주택을 철거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미 전국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에 이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과잉 공급 여파로 빈 집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갑작스레 그린벨트를 풀고 가뜩이나 말썽많은 뉴타운을 26개나 추가 지정해 연간 50만호씩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너무나 뻔히 드러나는 무식한 짓을 계속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예산으로 돈을 퍼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서민 경기 부양은 핑계일 뿐 현 정권 자신들과 지지층의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일뿐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수요 대비 막대한 공급 초과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속 분양주택 일변도의 공급을 부르짖는 건설족들의 최근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급이 줄어들면 2~3년 후 공급이 부족해지니 지금부터 미리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된 주택 물량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자연스레 조절되는 것인데, 이마저 부인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다만 90년대 초에도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 여파로 뒤늦게 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는데만 적게 잡아도 3~4년은 걸렸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둘째 논리는,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주택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째 논리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인데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업자들과 언론, 심지어 '강부자정권'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내에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좀더 많아서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고, 기득권 위주의 목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된다면 그런 엉터리 논리는 발을 못 붙일 텐데요.

 

소위 ‘1인 가구 증가--->분양 주택 공급’이라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모두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것을 전제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책에서 짧지만 살짝 언급한 바가 있긴 합니다. 즉, 기성 언론들이 늘어나는 1인 가구가 모두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 미스/미스터’인 것으로 포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여론조작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1인 세대들이 '골드 미스족'일까요?

 

아래 도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인가구의 소득이 2인가구 이상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눈에 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합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0%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제일기획같은 재벌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환상일뿐 절대 현실이 아닙니다.

 

 <도표> '서울시내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

 

출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오히려 1인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연령대별 인구를 보면 30대 미만과 60대 이상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 등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구들은 앞으로 공급될 일반 분양주택의 수요층들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니다.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1인가구 비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이들 가구는 대부분 임대주택 생활자들입니다.

이들 가구들의 주거 문제는 대규모 분양주택 공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도 지금 같은 중대형 주택 위주로는 더더욱 안 되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자,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수도권의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 인구는 없습니다.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를 1인가구 증가로 합리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고, 조작에 가깝습니다.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은 없이, 아파트 분양가 폭리로 국민들 등쳐먹을 욕심에 엉뚱한 다리 긁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건설족들의 요구에 오히려 편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으로 있는 정권에 뭘 바라겠습니까마는.

 

그리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합니다. 제가 수급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그동안 건설족들이 하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니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이지, 전적으로 수급상황이 주택 가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변화하는 인구추이나 세대분화,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떻게 주택정책을 가져가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인구 과밀로 인한 교통 체증과 기반시설의 과부하가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원칙을 토대로 주택 보급율이 선진국 수준인 115~120%까지 이를 때까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방법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공공택지를 개발해 민간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분양 주택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건설업체들이 땅장사와 집장사로 폭리를 취학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저렴하면서 양질의 공공장기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을 비대화하지 않는 방안을 우리 연구소는 갖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 추이와 공급 물량, 이에 따른 주택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시평>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3. 07:26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용산 참화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또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어제부터 용산 참화 소식을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과연 제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한국 사회가 어떤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민주화 이전 시대부터 익숙하게 보아오던 장면들이 조금의 개선도 없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말입니다. 한국 대도시의 폭력적인 재개발 재건축 과정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소위 민주화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집값이 폭등하고, 이 같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돈이 없습니다.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해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공무원, 철거업체 등이 연계된 비리는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종 이권을 통해 비리가 양산되고 시공사와 철거업체는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을 얻습니다. 뒤에 남은 것은 터전을 잃고 갈 곳을 잃은 ‘악에 받친 원주민들’입니다.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노후도 요건 등을 완화해 재개발사업을 쉽고, 광역화할 수 있는 뉴타운사업을 대규모로 벌였습니다.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속내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며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명박은 뉴타운의 동시 재지정으로 가옥 철거 시기가 집중될 경우 서민 주거난이 심화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데도 자신의 임기 동안 무려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습니다. 서울시 시가지 전체 면적의 약 15%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입니다. 뉴타운이 그동안 강남 집값 상승에 주눅들어있던 강북 주민들의 투기 심리에 불을 지르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나서서 소위 ‘뉴타운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은 어떻게 되든 정부와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고, 가진자에게 유리한 법제를 줄기차게 만들어 밀어붙여온 것이 재개발 재건축의 역사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5공식 강압통치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아우성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자신이 멀쩡하게 장사하던 점포에서 턱없이 부족한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야 하는데 대해 항의하는 세입자는 ‘떼법’을 쓴다고 무지막지하게 두들겨팼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합과 건설사간, 공무원간의 뇌물 수수 등 온갖 부정부패와 용역철거 과정의 폭력에는 눈감은 채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은 법질서에 위배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잘못된 게임의 룰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세입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쓴 폭력만 위법이란 말입니까? 기득권 구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 정부의 법 집행이야말로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리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입니다.

 

하지만 이번 용산 참화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일뿐입니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 많이 변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공고화와 공정한 게임 규칙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만 하더라도 제가 시골에서 상경해 대학에 입학하던 2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에도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해 집 없는 서민들이 서러움에 자살했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무리한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용역 깡패의 폭력에 희생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며 철거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에게는 공권력이 거침없는 ‘진압’에 나섰습니다.

 

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 많은 국민들은 한국의 장래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느리지만 정치적 민주화도 진전됐고, 97년에는 소위 정권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민주화만 되면 우리 사회를 더럽혀온 부패와 부조리가 일소되고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한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만성 불안과 불공정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현 정권 들어서는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상위 1% 국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조금만 살펴봐도 양적인 경제 성장과는 동떨어지는 온갖 악성 지표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 55%, 자살율 급증, 저출산율 및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상위권,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수준,공공도서관 수 OECD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 등 사회지출 비용 OECD국가 3분의 1수준,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등등 조금만 훑어봐도 정말 서민들이 제대로 살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2위 경제대국임을 내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민들 삶의 질은 이렇게 형편 없이 저질인데 말입니다.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할 생각은 없이 현 정부는 국민들을 호구로 아는지 주식 투자를 권하고, 무너져가는 집값 거품과 건설업체 부양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당장 도탄에 빠져 있는 국민들은 외면하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건설업체들 배불리는 건설토목사업 만들어내기에 바쁜 이명박은 ‘건설족의 수괴’일뿐이고 ‘삽질경제학’의 태두일 뿐이란 말입니까?

 

한국 사회는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키우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불과 수십평짜리 아파트를 10억, 20억씩 불러가며 돈 지랄을 하면 할수록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멀어집니다. 국제사회에서 품위 있고 수준높은 문화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습니다.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이해하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해야 합니다. 급격하게 변화한 국내외 경제환경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합니다.

 

고개를 돌려 미국을 보면 어떤 위기 속에 있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라는 점에서 부러움이 생깁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의 일부를 한 번 봅시다. (제가 시간이 없어 한 신문사가 옮긴 번역요약본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위기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폭력과 증오의 네트워크와 전쟁 중입니다. 우리 경제는 아주 약해졌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탐욕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또한 힘든 선택을 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들은 없어졌고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기업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의료시스템은 너무나 비쌉니다. 우리 학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을 좌절시킵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방식은 우리의 적들을 강하게 하고 우리 행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이터와 통계에 속하는 위기의 징후들입니다. 좀 더 계량화되기 어렵지만 심오한 것은 우리 땅을 지배하는 신뢰의 상실입니다. 미국의 하강이 불가피하다는 것, 다음 세대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사라지지 않는 공포 말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실제라는 사실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심각하고 다양합니다. 쉽게 대처하거나 단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늘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공포를 누르고 희망을 선택하고자, 갈등과 불화를 이기고 화합을 이루고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대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합니다.

 

오늘을 시점으로 우리는 주저앉았던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고 미국을 재건(remaking)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 결집을 호소하는 새 미국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에 부러움을 느낄 뿐입니다. 그런데 지극히 안타까운 것은 지금 한국의 집권 세력은 그럴만한 비전을 갖추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세력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5공식 공안통치와 권위주의적 일방 강압정치, 경제적으로는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개발연대식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기득권 언론과 재벌 및 건설업체들이 똘똘 뭉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들의 희생을 더욱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전문적 역량과 도덕성을 겸비한 정치세력은 없습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준비할 세력이 없습니다. 그저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연구소가 그 같은 건전한 세력이 자라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정보 발신력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각계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소는 관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산하 연구소나 재벌들 눈치보는 재벌계 연구소와 다릅니다. 일반 서민과 국민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일구는데 기여하고 사회의 정책 품질을 높이려 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저희 연구소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치우침이 없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높은 미디어를 구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금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맞서 제 권리와 목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정보를 생산, 발신하고 목소리를 높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저희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몽상이지만, 만인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저희와 함께 꿈을 꾸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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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21. 15:41

20일 통계청이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약되는 향후 10년간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보도자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통계청 홈페이지에 발표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눈에 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지난해 9월 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은 필자가 책에서 자료로 삼았던 것을 정부 기관이 최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나라)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로 가는데 보통 8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01년 이후 불과 26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일본이 36년 걸렸던 것에 비해서도 10년이나 빠른 속도다.

 

더구나 78년 이후 출생한 지금의 20대들은 절대 숫자에서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력 측면에서도 앞선 베이비 붐 세대들의 빈자리를 결코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세대다. 동시에 2000년 이후 발생한 부동산 거품에서 철저히 불이익을 받게 된 세대다. 이들의 대부분은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기성 세대가 빠져나간 주택 시장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향후 막대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주택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입주율 저조 등 공급 과잉임을 나타내는 징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향후 수도권에서 추가 공급될 주택 물량은 어마어마하다. 이 또한 필자가 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 2008~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과 정비사업(뉴타운/재개발/재건축 포함)에서 공급될 주택 물량만을 한 번 집계해보았다. 집계결과 2015년까지 모두 159만 1000호가 준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35만 3000호, 인천 19만5000천호, 경기 104만4000호이다. 이는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았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사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이런 개발 계획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파악하기 어려워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민간 부지에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자. 그러면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200만호이다. 소위 말하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고려해 한 가구당 평균 가족 수를 3명만 잡아도 600만명이 필요하다.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600만명의 인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연 출생에 의해서는 불가능함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도 몇 년 전부터 10만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수도권의 공급 물량을 받아줄 인구는 없다. 1인가구의 증가들을 많이 거론하는데, 현재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은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하지 못하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탓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을 이룰 사람들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1, 2인 가구용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마치 주택시장의 거대한 수급구조 추이를 뒤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택시장은 수급 구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와 정부 정책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위에서 본 2015년까지 나타날 주택시장의 수급상의 괴리가 너무나 확연해서 다른 여러 요인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에 중앙 정부는 지난해 9.19대책에서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고, 갑작스레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를 꾸준히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말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돈을 퍼줄 심산이었겠지만, 자신들이 퍼질러놓은 사업의 결과까지 무시하며 무지막지한 정책을 펼치는데는 기가 질린다.

 

결국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거품 붕괴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현 정권의 정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에 계속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잠실 재건축 물량들이나 경기 남부축의 주택 공급이 인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무모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다만 매우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집값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으니 반겨야 할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씁쓸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현 정부의 투기 선동 정책 등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반등하는 흐름에 현혹돼 섣불리 뛰어들지 말기를 바란다. 고점 대비 집값이 많이 폭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집값은 한국 경제와 가계의 평균적 경제 체력에 비해 너무 놓은 상태다. 위에서 설명한 수급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2010년대 이후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강부자 정권’의 투기선동책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모든 이들이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주거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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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20. 16:37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4.9총선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사당 지역을 4차 뉴타운으로 만들자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린 불구속 기소됐다고 한다. 정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계기로 정의원이 당시 뉴타운과 관련해 내뱉었던 엉터리 논리들이 새삼스레 기억에 떠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총선 직전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시장논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총선이 끝난 뒤 오시장이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해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정의원은 “집값이든, 물건값이든 오르면 해결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뉴타운을 안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오시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논리는 한 마디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의원의 인식 수준이 상당수 정치인들(상당수의 저질 언론인들과 경제학자들까지 포함해)의 인식 수준(그것이 정말 무식해서 그렇든, 이해관계에 젖어 자연스레 왜곡된 인식이 생긴 때문이든)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의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정의원이 대변하는 '폭넓게 퍼진 몰상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된다. 구체적으로 한 번 따져보자.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장기적이고 총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급 구조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한껏 부풀어 시기의 부동산시장 문제를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만으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택은 공장에서 버튼만 누르면 바로바로 찍어낼 수 있는 통조림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 재화는 시장의 시그널을 받아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지체(time lag)가 발생하는데, 주택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시공기간만 2~3년씩 걸린다. 지금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건설업체들이 올해만 10만여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게 되는 것도 이미 수 년 전에 분양해 올해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들 때문이다. 또 주택이라는 재화는 공간적, 환경적으로 공급이 극도로 제약되는 특성을 지닌다. 서울 강남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시 기반시설의 부하를 넘어 강남 아파트를 50, 60층씩 마구잡이로 빽빽이 지어댈 순 없다. 또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넘친다고 해서 강남으로 갖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몇 년 전까지 청약대란이 일었던 수도권의 상당수 신도시 아파트들에는 지금 불 꺼진 집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수요는 어떤가. 투기 심리가 팽배할 때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게 수요다. 지난해 초 집값이 들썩이는 강북의 경우에도 강남 등 타 지역 주민들이 거래한 물건이 태반이었다. 몇 년 전 판교신도시에 몰려드는 투기 수요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투기 수요를 막지 않고 국지적으로 물량공급 계획을 세운다고 당장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교부 관료들에게 포획돼 헤어나지 못했던 지난 정권이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왜 집값이 더 뛰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100%를 넘지는 않았다. 따라서 꾸준히 질서정연하게 공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맞다.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를 때까지는 꾸준히 주택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공급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나 기획부동산과 같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서민들의 주거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뉴타운 지역에 몰려드는 수요는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 또는 투기수요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얘기다.

 

더구나 뉴타운 사업은 주택 공급이 아닌 주거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부정적인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신도시 개발과 같이 새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소유권을 기준으로 한 주택공급 호수는 상당히 늘어나지만 실제 수용할 수 있는 가구수는 종전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뉴타운 사업 과정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가구 주택과 소형 주택이 줄고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길뉴타운과 휘경-이문 뉴타운 지역의 경우 주택 호수는 4만5803호에서 7만5428호로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게 될 가구수는 8만5765가구에서 7만5428가구로 12%가량 줄어든다. 이는 뉴타운 지역에서 줄어든 가구수를 다른 지역에 채워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타운 두 곳만 해도 이런데, 이를 전체 35개 뉴타운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이 같은 주택 수요 창출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짐작할 만하다. 뉴타운 사업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주택 및 전세 수요만 계속 늘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수급논리에 따른다면 뉴타운은 추가 지정을 할 게 아니라 기존 사업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정치인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많은 정치인이 뉴타운 사업을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나 지역개발 촉진사업 정도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주택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이 쫓겨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뉴타운 사업 추진이 자신이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로만 판단한다. 그러는 가운데 집값은 뛰고, 서민들은 쫓겨나며 건설사들은 폭리를 챙기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으로 희희낙락한다. 이 모든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바람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이 같은 뉴타운의 부조리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0. 10:37



YTN 보도국의 현직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YTN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우려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김기자는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라고 개탄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MBC노조와 YTN노조, 그리고 KBS의 사원행동 등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언론노조 관계자 및 해고된 언론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린달님입니다.

 

  저희 YTN의 낙하산 반대 투쟁이 180일을 넘었습니다. 이제 정말 중대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YTN의 재승인을 '노사문제'로 보류한 이후로 , 또 저희가 매일 아침 벌이고

있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집회가 법원에서 가처분 금지신청을 당한 이후로 이래저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처분으로 실제 출근 저지를 할 수는 없었고 (할 경우에 노조에 건당 천만 원,

개인은 백만 원씩을 변상하라는 처분이 내려졌죠.) 구본홍 물러가라는 구호만 외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정부에서 재승인 문제를 가지고 직접 협박에 나서니, 당연히 저희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을 한 적도, 단 일분 일초도 방송을 멈춘 적도 없는데 심의 요건에도 없는 노사문제라는 걸 빌미로

재승인 보류를 하겠다고 하니 정말 회사 문닫게 하려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구성원들을 엄습했고,

계속 공격적인 투쟁만 하는 게 옳냐는 의견도 많이 나와서 노조는 '보도국장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회사가 없어지면 모두 다 무용지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직무대행이 보도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보도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컨트롤이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보도국장 선거를 하고 보도국

구성원이 뽑은 보도국장이 사측과 노측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사장 인사명령도 뭐도 다 거부하고 있지만 국장이 가운데에서 인사 거부등을 재명령해서

노조원들은 이를 따라주고 완충지대가 되어주면 노사 양측은 일단 휴전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노조는 이렇게 되려면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YTN의 보도국장 선거는 직선제와 임명제를 절충한 형식입니다. 후보중 1,2,3등이 표수로 결정되면, 사장은

이 중 한명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권한을 갖습니다. 보도국 구성원들은 1,2,3 등 안에 누가 들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누가 얻었는지 등수는 알 수 없습니다. 노조위원장과 개표위원만이

알지만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게 단서입니다. 그래서 '민의를 따르라'는 단서를 붙였던 거구요.

 

  하여튼, 사측은 이래 저래 튕기다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네 명이 출마해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김 모 , 정 모, 강 모씨 간부가 최종 순위 안에 들었고.  사장은 정 모씨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 모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되는 간부입니다.

정 모 강 모는 사장측 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민의'를 공개했습니다.

2등, 3등, 4등의 표를 모두 합쳐도 김 모 부장이 얻은 표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요. 김 모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사장은 거의 지지도 얻지 못한 인물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셈입니다.

 

  대체 이럴거면 뭐하려고 보도국장 선거 했는지, 노조는 사장이 '민의 반영'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어겼다고 비난하고, 사장은 '일이삼등 중에 한명 뽑았으니 민의 반영한거다'라고 합니다. 뭐, 원칙상으로

4 등을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을 임명했더라면 정말 노사는 일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을 지 모릅니다.

그런 뻔히 보이는 쉬운 길을 두고 많은 보도국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재승인 재심사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저는 이 정권이 YTN을 문닫게 하려는 게

아닐까, 낙하산 사장은 '먹튀' 전략을 쓰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조 집행부는 금요일 저녁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사측은 오늘 낮 12시까지 농성을

풀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고요.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진 바 있으니 공권력 투입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사장실 점거가 합법적인 행동이라고는 강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사측과 이 정권은 결국 기자들에게

'벼랑끝 전술'을 택하라고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조 집행부중 일부는 구속될

것으로 저희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권력 투입 시점은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새벽으로 보는데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임명되는 경찰청장도 YTN 사태를 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3명은 해임되고 파면됐습니다. 파면되면 더 힘듭니다. 해임은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파면은 아예 못받거나 반만 받는다고 합니다.

 

  MBC는 다음 달에 미디어법 통과시켜서 민영화하려고 하겠죠.

 

  저도 어린 딸 둔 애엄마인데, 정말 사법처리되어도 괜찮은지 앞에 나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

 

by 선대인 2009. 1. 18. 21:48
지난해 5월 출범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는 지난 15일 그간 활동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대한 프레시안의 16일 관련 기사 “뉴타운 태어나지 말았어야”의 내용을 짧게 살펴보자.



자문위가 발표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종합점검 및 보완발전방안'을 살펴보면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뉴타운사업의 문제를 숨기려했던 자료들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 담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거관련 시민단체에서 끊임없이 지적해 온 뉴타운 사업의 폐해가 실증적으로 잘 반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방식의 주택사업이 중단 없이 추진될 경우 오는 2010년이 되면 주택 멸실(滅失)량은 13만6346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으로 새로 공급되는 주택수는 6만7134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절반이 사라져버린다는 얘기다. "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 강북을 업그레이드하겠다"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호언과는 달리 이처럼 주택 공급이 오히려 크게 줄어드는 까닭은 뉴타운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 대부분이 대형주택이기 때문이다. (중략)


실제 보고서를 보면 세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했을 조합원마저 뉴타운에 재정착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정비사업 전 평균주택가격은 3억9000만 원이었으나 정비사업이 끝나면 5억4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거주가구 평균소득은 사업 전 207만 원에서 사업이 완료된 후 653만 원으로 세 배가량 뛰었다.



사실 이 같은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이미 많이 거론됐던 문제다. 심지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에 착수할 당시부터 이 같은 문제점은 예상됐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부동산 투기 거품을 조장하고 많은 서민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업이 시작됐을까?


뉴타운 사업은 치밀한 도시계획 및 엄밀한 주거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강북 주민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탄생했다.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력이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핵심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사업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마른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 계산이 있었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보이는 실적’으로 승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은 서울시장 재임 동안 뉴타운 사업에도 적용됐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때문에 뉴타운 사업은 청계천 복원 사업과 더불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시장 재임 초기부터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3개 지구를 시범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 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 만이었다. 이들 3개 시범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가량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 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 속도를 높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 달리 은평뉴타운을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 개발했다.


은평뉴타운 사업의 임기 내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무리수가 뒤따랐다. 사업을 서두르면서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은평뉴타운의 입찰 방식으로 아파트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던 턴키 방식을 택한 것도 문제가 됐다.


턴키 방식은 외국에서 공장 등 유형화한 건축물을 반복 설계 없이 빠른 시일 안에 시공, 납품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기술 및 설계의 창의성을 활용하고 공기를 단축한다는 취지로 시행돼왔다. 문제는 이 방식이 높은 설계비용 때문에 사실상 상위 6대 건설업체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가격 경쟁입찰 방식에 비해 20~30% 이상 많은 사업비가 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턴키 방식은 주로 지하철이나 터널공사, 장대(長大) 교량 등의 공사에 적용됐을 뿐 아파트 시공에는 도입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에 턴키 방식 적용을 고집한 것은 왜일까. 우선 공기 단축이 이유로 지적된다. 턴키 방식은 기본설계를 확정한 다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다른 입찰 방식과 달리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에 부치기 때문에 공기가 단축된다. 4년 임기 내 사업 가시화를 바란 이 대통령으로서는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전시’할 목적으로 고급 브랜드 아파트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경쟁입찰 방식의 경우 삼성, 현대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 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시장이 고가 브랜드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턴키로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 뉴타운이 확정되자마자 뉴타운은 또 한번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구청장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졌다. 서울시장실 주변은 뉴타운 사업과 관련한 구청장 등 면담자들과 지역 민원인들로 붐볐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도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당초 3~5곳만 지정하려 했던 뉴타운지구가 결국 12곳까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리 지역도 열악한데 왜 어떤 지역은 해주고, 우리는 안 해주느냐”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이 대통령은 뉴타운지구와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기준의 하나로 ‘권역별 형평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지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니 권역별로 안배하겠다는 뜻.


하지만 뉴타운 사업 지정만으로 집값이 껑충 뛰는 현실을 목도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대권 도전을 앞두고 표를 염두에 둔 이 대통령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구였다. 이렇게 해서 서울시는 2003년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이하 균촉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는 2005년 6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게 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를 알게 된 국회의원들도 ‘뉴타운 특별법’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2곳을 합해 당초 3곳으로 출발한 뉴타운 사업은 모두 35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라는 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서울시가 수십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넓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처음부터 이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며 “당시 이명박 시장도 이 정도까지 사업이 커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불거진 뉴타운 공약(空約) 사태도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수 낙후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자마자 집값이 뛰는 것을 지켜본 다른 낙후지역 주민들에게 뉴타운은 지역개발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주민들의 이러한 개발 기대감을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후보 각각 20여 명이 뉴타운 추가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권한이 있는 오세훈 시장을 활용한 여당 후보자들이 단연 유리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뉴타운을 시작한 사람이 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뉴타운 공약은 처음부터 한나라당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선거 막판 이 대통령이 자신이 재임시절 공들여 추진했던 은평뉴타운을 전격 방문한 것도 여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이 다분했다는 게 중론이다. 뉴타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를 유권자에게 과시하는 이벤트였다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 시점 이후 박빙 지역 유권자 상당수가 여당 후보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의 건의로 더 이상 뉴타운의 추가 지정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뉴타운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현 정부는 이미 지난해 9.19대책에서 전국에서 약 26개의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수습하기는커녕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만 골몰하는 이 대통령의 행태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뉴타운 확대는 ‘원조 뉴타운돌이’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이들은 뉴타운 공약을 관철시켜야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 유리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드러났듯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 곳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친한나라당 성향을 띤다. 그러니 서민층 주거지인 지역구를 아파트 단지 위주의 중산층 주거지로 바꿀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우호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집중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지역감정 때문에 같은 행정구역 내 계층별 지지성향 분화가 심하지 않아 게리맨더링의 유혹은 비교적 작았다. 하지만 지역구는 그대로 둔 채 대규모 뉴타운 사업 등으로 지역구민들을 ‘물갈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 ‘뉴타운맨더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정된 지역들의 뉴타운 사업이 진행돼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 진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 대부분의 지역구는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구로 변모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뉴타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 대통령이 이런 것까지 염두에 뒀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는 한나라당을 위해 정말 ‘지속가능한 기여’를 한 셈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 같은 정치논리에만 맡겨두기에는 그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너무나 큰 사업이다. 이제 기존 뉴타운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펼쳐야 할 시점이 됐다. 향후 뉴타운 사업은 ‘강북을 강남만큼 끌어올린다’는 균형발전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원주민이나 투자자들의 집값 상승 욕망에 기댄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기존 도시의 흔적을 송두리째 없애는 도시 설계, 개별 조합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세입자 주거 대책, 주민 사이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업 방식, 상당수 원주민을 쫓아내는 비인간적인 뉴타운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주민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확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보류하고, 이미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 중인 곳도 단계적, 순차적 개발로 사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뉴타운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소형 및 임대 주택 공급 비율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고, 공공 임대주택 및 장기전세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서민들이 안정적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향후 10여 년 동안 서울의 모습을 확 바꿀 대역사다. 지금처럼 개발욕망과 정치논리에 물들어 집값 폭등과 낮은 재정착률로 대변되는 ‘뉴타운의 비극’을 되풀이한다면 서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된 뉴타운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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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17. 09:58

금융권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작업이 우려대로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채권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 완료시한인 16일까지 1차 분류작업을 벌인 결과 건설·조선사 중 퇴출등급(D)으로 판정난 곳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3개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IMF사태에 이어 또다시 경제 위기를 부른 정부와 정치권의 장본인들은 두 달 여 전  ‘낫과 망치로 깨부수듯’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애초부터 한쪽에서는 미분양 물량 매입과 택지 환매에다 대대적인 건설업체 부양을 통해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막으면서, 대주단을 구성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엇박자를 놓으니 실제 정부 의도를 믿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정부가 개입해 시장에서 선별하는 것보다 살릴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더 엄정히 구분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막으면서 대주단협약이라는 틀을 추진하는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오히려 건설사들의 로비에 따라 정치적 판단이나 관료적 재량에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시절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이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이후 경제위기를 지속시킨 전례가 있었다.

그런데 결국 이번 대주단 협약의 결과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가 역시나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한국 경제와 정부는 10여년 전의 우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무리한 경영판단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부실을 쌓아온 건설업체들을 다 먹여살리기로 작정한 셈이다. '녹색뉴딜'이니 '광역선도권 개발프로젝트'니 온갖 명목을 다 붙여가며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을 억지로 떠받치는 건설경기 부양책은 효과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장기침체를 불러와 국민경제 전체의 고통의 총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이제, 일본 사례를 통해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경우 2007년 하반기 서브 프라임론(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과 공적자금 투입,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 등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많은 사람이 미국은 일본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폴슨 재무장관이나 버냉키 FRB 의장 등도 가장 먼저 일본의 거품 붕괴 사례를 주시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도 현재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도표1>에서 보듯 일본 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1992~1995년 무려 66조9000억엔에 달하는 각종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냈다. 그밖에 2조엔씩 세 차례 보완 대책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재정 투입은 73조엔에 달한다.

  <도표1> 부동산 버블 붕괴 시기 일본의 경기부양책 및 투입 규모

이는 1994년 일본 정부의 일반 예산 규모와 맞먹는 액수였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결국에는 거품 붕괴를 막지 못했다. 이 기간 일본 경제는 0%대의 실질성장률에 그쳤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중 당시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건설족(토건족) 의원의 요구에 따라 불요불급한 각종 건설·토건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말하자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당시엔 뚜렷한 계획도 없이 육지와 무인도를 연결하는 대교를 건설했다. 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산을 마구 훼손해 도로를 건설했지만 나중에 겨우 산토끼와 노루만 지나다닌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그만 시골길과 연결되는 거대한 고가도로도 지었다. 그러나 이런 퍼주기식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거품이 붕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일본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을 폄으로써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 건설업체가 연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 건설업체는 거품 붕괴 초기의 줄도산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그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 경제전문가 사이토 세이치로는 저서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들녘, 1998년)에서 건설 토목산업 종사자 수는 1991년 604만명에서 1996년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같은 기간 건설·토목 관련 업체 수는 60만2000개에서 64만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었다.

또 일본 전문가인 알렉스 커 역시 저서 ‘치명적인 일본(Dogs and Demons)’(홍익출판사, 2001년)에서 1994년 일본의 콘크리트 제조량은 모두 9160만t으로 7790만t인 미국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국토의 단위 면적당 미국에 비해 약 30배나 많은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반대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건설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건설업체는 상당수 부실 업체였다.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이들 업체는 인수합병되거나 퇴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라는 인공호흡기가 있었기 때문에 연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저가 입찰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힘으로써 건강한 기업의 발목까지 잡았다.

세이치로씨는 이를 두고 “1990년대 일본의 경기부양책은 건설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 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했다. 세이치로씨는 이런 건설경기 부양 대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폐해는 일본 경제에 오래도록 악영향을 끼쳤다. 우선 적자 재정 편성이 계속되고 국채 잔고가 누적되면서 재정 건정성이 위협받았다.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재정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격렬한 통증은 숨길 수 있었지만 일본 경제의 병인(病因)이 모호해져 병의 원인 진단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건설사의 부실은 수면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심해졌고, 결국 1998년부터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침체를 불러왔다.

일본 정부는 1996년 실질 GDP 성장률이 3.5%로 올라서자 1996~97년에는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도표1 참조). 그동안 건설경기 부양으로 국가 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1997년부터 건설업체와 금융기관이 줄도산하는 등 2차 위기를 맞게 됐다. <도표2>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도산 기업 수와 도산 기업의 부채 총액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건설업의 도산 급증으로 실직, 감봉, 장기휴가 등 근로자 피해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2> 일본 기업의 도산 추이 및 근로자 피해 추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와 주가부양 대책도 함께 동원했다. 일본 대장성은 우정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통해 1992년 하반기에만 약 2조8200억엔을 주식시장에 투입해 주가를 떠받쳤다. 이후 공적 연금은 1995년까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했다.

제 금융계에서는 당시 일본의 이 같은 주가 부양 대책을 두고 유엔 평화유지군의 머릿글자인 PKO(Peace-Keeping Operation)에 빗대 PKO(Price-Keeping Operation)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주식시장의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한정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당시 특정 목표주가를 정해 투자를 직접 결정하고 집행함으로써 조롱 대상이 된 것이다.

또 일본 대장성은 일본은행에 수시로 압력을 가해 1990년 8월까지 6%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4.5%로 떨어뜨렸다. 1994년엔 1.75%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건설 및 부동산 업계는 이런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은행은 이미 부동산 및 건설업계의 대규모 부실채권을 잔뜩 떠안고 있는 상태였는 데다 신용경색까지 겹쳐 추가 대출을 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미 부동산시장의 투자자가 모두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부동산 쪽으로 눈길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요약하자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공공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막대한 건설경기 부양책(재정정책)과 금리 인하(통화정책), 주가부양책(공적 연금 동원) 등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버블 붕괴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과감한 구조조정 이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을 일찌감치 소진해버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1990년대 일본은 엔고(高)가 급속히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가운데 1990년대 일본 정부가 하던 정책을 따라 하고 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책, 대통령까지 나선 금리 인하 요구, 연금을 동원한 주식 매입과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 등이 그것이다. 바로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자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대주단을 구성해 건설업체들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결과는 '퇴출기업 제로'로 나타났다. 시장에 좀비 건설업체들을 계속 양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는 결국 일본식으로 경기 침체를 장기화할 뿐이다.  

물론 한국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정책 실패가 계속되고 국가적 위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미 외환위기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 및 정치권의 무능과 무지가 드러났다. 이들은 급변하는 21세기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발 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2008년 10월30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긴급 경기부양 대책인 ‘생활대책’이 참고가 될 수 있다(아래 도표 참조).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생활지원 정액 급부금(가칭) 실시 및 재계에 임금인상 요청, 고용보험료 인하, 전기 및 가스요금의 2009년1~3월 인상폭 축소,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 대책 강화, 중소기업 등 고용 유지 지원 대책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중소기업과 서민,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건설·토목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과거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정부의 진정한 역할이 뭔지를 보여주는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자산시장 가격 조정은 자산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상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격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지 않던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서 자산가격 하락을 막으려 한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벌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 경제를 만들 수 없다.

21세기는 첨단 기술경제 시대다. 지식정보화 시대이고, 창조경제 시대다. 당연히 한정된 국가의 자원을 이런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토건국가적 개발사업을 자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다 오히려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경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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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16.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