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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 이어지는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해 각종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많은 분들이 최근 현상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듯 합니다. 전세가격 상승 초기에 언론 보도는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 때문에 전세값이 뛴다”는 식으로 ‘공급 부족론’에 바탕을 둔 것이 주류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실수요를 반영한 전세값이 뛰니 매매가도 오를 것”이라며 투기 선동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학군수요가 몰려들어 전세가가 뛴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는군요.
우선, 전세가격의 동향부터 한 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도표1>에서 서울의 전세가격 추이를 2008년 11월 이전과 2008년 12월로 나누어서 평형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통계청 자료에서 2008년 12월의 가격지수를 100으로 잡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시장 상황이 확 달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도표1>을 보면 2008년 11월 이전에는 전세가가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형의 경우 역전세난을 겪으며 2008년 하반기에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반면 2008년 12월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해준다고 보는데요. 먼저,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주수요 증가가 주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이라면 예전처럼 소형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어야 하니까요. 두번째는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비싼 집을 사는 대신 중형 평형 중심의 전세로 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어 아래 <도표2>에서 다른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한 번 보겠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격은 서울과는 달리 2009년 들어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상승세가 멈추며 안정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격 지수상으로 2008년말 경제 위기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과는 달리 경제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형, 중형, 대형순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래 <도표3>을 참고로 수도권 각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편의상 2008년 12월 이후의 변동상황을 보면 세 지역 모두에서 아파트만 유독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단독과 연립은 상승세가 아파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의 전세가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거주자의 70~80% 가량은 세입자들로 이들은 대개 8000만원 이하 전월세 수요자들입니다. 결국 이들이 서울시내에서 찾을 수 있는 전월세 또한 대부분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입니다. 그런데 보통 전세가 1억 5000만원 이상인 아파트 전세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멸실주택 증가 때문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전세가격을 이렇게 밀어올리고 있을까요? 최근 언론에서는 얼마 전까지 떠들던 멸실주택 증가 외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학군수요를 거론합니다. 이른바 ‘강남은 늘 수요가 있어 집값이 오른다’는 스테레오타입에 짜맞춘 분석입니다.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설명하는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그렇게 말하니 그러려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강남지역에 국한할 때 이 같은 학군수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강남 학군수요는 굳이 따지자면 이맘때쯤이면 늘 있던 수요입니다. 더구나 ‘고교선택제’가 당초 계획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도입됐지만, 학군에 따른 거주지 차별화를 완화시켰으니 예년보다 학군수요가 더 강할 리도 없습니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서울시 전역에서 일어나는 전세가 상승이 학군수요 때문이라면 강남지역 이외의 전세가는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상승폭은 다르다 할지라도 강남 이외 지역의 전세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먼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융권 부채를 잔뜩 진 집주인들이 지난해 매매가 상승시기와 맞물리면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높여 부르면서 전세가가 따라 올랐던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급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매매 포기(또는 관망) 수요가 전세 수요로 대거 전환하거나 주택 매매후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서울 집값은 너무 높은 상태여서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거의 바닥나 있는 상태인데다가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볼 때 더 이상 과거처럼 거액의 빚을 얻어서라도 확 질러 버릴 정도의 집값 상승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수요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꾸로 기존에 보유했던 집을 팔고 나온 사람들이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이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와 관련한 기사도 나왔을 정도이니까요.
이는 단순한 주먹구구식 추론이 아닙니다. 제가 앞서 거론한 데이터상의 추이를 모두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수요는 멸실주택 이주수요에 비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해 고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포기하면 중형이나 대형의 아파트 전세를 살 수 있는 수요입니다. 서울 지역 전세가 추이에서 대형이 소형가 큰 차이없이 오르고 있는 것은 서울전역에서 소형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고 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은 매우 과잉인 상태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또 이 같은 추론은 왜 서울 전세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인접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는 매우 안정돼 있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서울에 살던 사람이 집을 살 때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기도와 인천에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그것이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든 투기 목적이든 집을 살 때는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전세로 머물게 되면 대부분 기존에 살았던 자신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인구지리학적으로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이주수요가 대부분 인접동이나 인접구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결국 과거에는 수도권으로 집을 사서 이주하던 수요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고 서울지역의 전세수요로 남게 돼 서울 전역의 전세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밖에 2009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침체로 갈아타기 수요든 기존 집을 팔려는 소유자들이 집을 팔기 위해 전세를 빼고 있는 것이 전세 공급을 단기적으로 줄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봅니다.
물론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수요나 학군수요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이들 수요는 국지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닙니다. 이들 수요들은 ‘플러스 알파’ 정도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수도권 가운데서도 유독 서울에서만 나타나는 전세 가격 상승은 일부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나 언론에서 선동하는 것처럼 집값 상승의 전조라기보다는 오히려 본격적인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추론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비교해보면 좀더 설득력이 생깁니다. <도표4>에서 보시는 것처럼 서울의 경우 2001년 중반 이전에는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2000년대 초반 일시적 공급 부족 등으로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부동산 폭등기 때에 나타난 양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집값과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하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지난해 9월 이후 매매 거래가 위축되면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지방에서 나타났던 흐름들과 비교해봐도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도표4>에서 대전과 대구의 이 비율을 보시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6년경부터 이 비율이 상승하거나 강보합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 현상은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관련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100% 확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지금의 전세가 상승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어서 서울 집값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전세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설명드렸지만, 수도권 내에서 매매 수요의 이동의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전세 수요 이동은 지역 고착성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인 병목현상 때문에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의 전세가가 계속 높아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서울의 전세 수요도 경기도나 인천 등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전세를 찾아 옮겨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와 인천의 주택 공급 과잉 압력은 워낙 큰데다 전세가도 상당히 안정돼 있어 결국 서울의 전세가도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당장 서울에서 전세를 옮겨야 하는 분들, 특히 2008년 하반기에 전세 계약을 하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만원 이상 오른 전세가가 큰 부담이 되시기는 하겠지만 너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언론 보도처럼 “전세가 올려주느니 빚 내서 집 산다”는 식으로 접근하실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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