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 이어 올초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각종 언론에서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오르던 8~9월까지 "내년에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를 낮추더니 이제는 '보합'이니 '조정'이니 '상저하고' 식 발뺌하는 표현들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전망이 말 그대로 전망인지,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신들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고 늘 '조정' '보합'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집값은 늘 오르기만 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 집값 상승을 위한 휴지기 정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한국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식으로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근거 부족

 

최근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새롭게 내놓은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토지보상금 문제인 모양이다. 올 한해 약 40조원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려 집값을 밀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집값 폭등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일반 가계의 대규모 금융권 차입 때문에 벌어진 투기 현상이다. 따라서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지만, 일반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주장이 왜 근거가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해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 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여부와 그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토지보상금을 받은 지주라고 하면 2005~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부동산 투자에 쉽사리 덤벼들겠는가? 결국 같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당시 상황에 따라 일반인들은 자신이 판단할 때 위험 대비 가장 많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해의 집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적어도 2006년과 같은 폭등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과거처럼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은 가계가 부동산에 투자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토지보상금이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동하는 것과 달리 주택시장에 그다지 흘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토지보상금으로 인근 지역 땅을 사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상당수 언론 보도와는 달리 매우 미약하다. 즉, 지금까지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 투기는 가계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투기였을 뿐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 대출 투기에 더한 플러스 알파 정도 변수였을 뿐이다.

 

'재미교포들의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 보도가 사실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히 도표 두 개만 소개하기로 하자. 

 

아래 '도표1'은 지난해(2009년)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강남3구 56%를 포함해 서울 거주자가 74%를 차지한다. 그리고 수도권이 17%, 지방이 8%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로 보이는 비율(수도권과 지방 거주자 가운데 금융권에서 빚을 2억원 이하로 얻은 사람들)은 전체 거래의 3%도 되지 않았다. 판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로는 지방 원정 매입자의 비율이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지방 거주자는 8%였고, 이 중에서도 금융권 부채를 2억원 이하로 빌려서 매입한 경우는 3% 정도에 불과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은마아파트

이는 토지보상을 받은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현금 보유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더라도 인근 토지 등을 사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수도권 원정 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골 사람들이 조상 땅을 팔아 받은 보상금으로 수도권 아파트에 질러대는 것은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은마아파트 매매 거래자의 대부분은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권에서 잔뜩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금융권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 비율을 보면 2006년 같은 폭등기 때는 약 70%였다가, 지난해 경우에는 60% 가량 된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주택 대출액은 전월세를 끼고도 평균 3.4억원 가량에 이르렀다. 그런데 경제 전반 상황을 고려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는 해제되기 어렵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되는 마당에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부양에 목맨 현 정부라면 그런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여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하는 주장일 뿐이다. 집값 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나 다주택 투기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DTI규제 가운데 그나마 어느 쪽을 선호할까?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매가 대비 근저당 설정 실태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약 60%가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고, 그 매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최소 3억~4억원 이상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토지보상금

이런 식으로 이제 추가 주택대출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주택 구매자의 60%가량이 주택대출로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주택대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불과 전체 거래의 2~3%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지보상금 거래가 늘어난다고 집값이 얼마나 뛸 수 있을까? 또한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는 축에 든 은마아파트가 이 정도인데 집값이 움츠러든다면 토지보상금이 얼마나 몰려들겠는가?

 

참고로, 지난해 초에 환율효과로 미국 거주 교포들이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적어도 은마아파트 사례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체 2백수십건의 매매사례 가운데 외국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산 경우는 딱 두 건 뿐이었다. 그것도 5억원 이상 부채를 안고 아파트를 산 경우였다.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선동

 

사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4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이 일시에 다 풀린다는 주장부터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 40조원이라는 액수는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경제위기 등으로 몇 년간 미뤄진 사업들과 올해 정부에서 계획한 신규 사업 등이 올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을 가정해 뽑아낸 액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과 공기업 자금을 동원한 결과 이미 정부 재정이나 공기업 재무구조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4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올해 안에 모두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을 집행하는 통합 토지주택공사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해서 자금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는 현 정부가 역점을 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한 각종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 토지보상을 뒤로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현금 보상도 어려워 채권 보상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부르짖는 토지보상액 40조는 일반 가계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우리 연구소가 전국 각 지역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중앙과 지방 공기업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보상이 계속 지연되는 사례를 곳곳에서 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집값 투기 선동 소재로 삼기 위해 그 동안 미뤄졌던 토지 보상금 집행이 모두 올해 안에 몰릴 것으로 소설을 쓰지만 이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부양에 나선 국토해양부조차도 올해 토지보상금 규모가 26~27조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은 정부 계획대로 모두 집행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26조원 이상이 모두 집행된다 하더라도 예년에 없던 26조여원 돈이 갑자기 한꺼번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29조원, 2007년 25조원 정도였던 수준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말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주장대로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집값을 뒤흔든다면, 2007년에 25조원이나 풀렸는데 왜 수도권 주요 도시 집값은 그때부터 가라앉았나?

 

이상에서 본 것처럼 '토지보상금 40조원' 운운하는 주장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자신들 주장과 다르게 가라앉으니 만들어낸 또 하나의 투기 선동 재료일 뿐이다.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시적인 기복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말(버블 세븐의 경우) 또는 2008년 상반기(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외곽의 경우)를 고점으로 해서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 참패가 이어지고, 미입주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아갈 내 집 한 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하다가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행렬에 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토지보상금 4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를 일은 없으니, 그 같은 선동에 휘둘려 조급해하거나 서둘지는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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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 25.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