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한국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는 한국 대표 사립의 오만함과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의 교육의 질 대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비교한 것은 우리 연구소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저는 이 글에서 1995년 이후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 상승 추이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도표1>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1995년 1월을 100으로 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191.4로 변동한 반면, 사립대 납입금은 256.5, 전문대 납입금은 289.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191.4만원으로 상승한 반면, 1995년에 100만원이던 등록금은 256.5만원, 전문대 납입금은 289.7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등록금이 낮은 지방의 사립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치로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 총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래 <도표2>를 참고로 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지출 부담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민간, 즉 가계의 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지출 부담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이만큼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으로 지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된 데에는 정부가 80년대 이후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고 각종 사립대학을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하고, '학벌 신드롬'을 조장해 대다수의 고교 졸업생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대학 가운데 다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제위기 전까지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려 진정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캠퍼스 내 건물을 올리고 각종 수도권과 지방에 캠퍼스를 조성해 '부동산 장사'와 '등록금 장사'에 더 열을 올려왔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행태는 망각하고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는 신임 대교협 회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야말로 왜 한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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