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휘어진 나무는

땅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가 휘었다고 욕을 한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중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경제가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의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맞다. 경제의 여러 부분을 고쳐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주택 정책과 금리 및 조세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고치고 바꿔야 한다. 그런데 주택 정책과 금리 정책, 조세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이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정책적,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와 정책, 언론 보도와 여론 등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치는 경제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경제는 정치라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일 수도 있다. 시인이 노래했듯 토양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휘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한 나무에서 자란 열매 또한 알차지 않다.


마찬가지다. 건전한 경제구조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치적, 정책적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처방을 제때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갖춘 정치세력과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마땅한 정책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정부로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국민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당장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급급한 정부가 어떻게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건전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제구조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한 위에 올바른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유대와 신뢰가 튼튼한 사회에서 시장경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반칙과 사기, 담합이 횡행하는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일그러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사법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재력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평범한 서민 만 명의 목소리보다 더 큰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대북 문제 등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패러다임과 게임 규칙을 우리는 확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됐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전 국민 절반의 비정규직화, 극심한 청년 실업, 출산율 하락과 자살율 급증, OECD 최장 근로시간과 최고 산재사고율 등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케 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병든 경제라는 나무가 부실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마음대로 구부리고 있다.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필자가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다룰 기회가 다시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지난해 이맘때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필자도 많이 울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마저 비운에 가야 하는 이 땅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울었다. 필자는 그를 많이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권위주의 타파 등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의 말과는 달리 건설족 관료들에게 임기 내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짓고 분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층에 버림받고 결국 정권까지 놓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정권 치하에 살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공동체의 토양이 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외쳤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이라는 개발공약 외에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이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의 우위 속에서도 ‘진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 번 물어보자.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현 정부가 물러간다고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있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로만 서민중산층 정당일뿐 서민중산층을 위한 문제해결 역량도 없고, 아직도 자기 정체성을 못 찾고 헤매는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인가.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아니면 낡은 이념과 편협한 노선 투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기력감과 동시에 결연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 나라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40대 전반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47세의 젊은 대통령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60,70대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데 대졸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면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필자가 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필자의 부모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들 전체가 ‘축구장의 바보들’로 전락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동시대인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정치를 멀리하지 마라. 정치는 더러운 것, 사기치는 것, 뻔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필자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하는 동안 느꼈던 문화적 충격가운데 하나는 ‘정치는 고귀한 책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는 개인이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공봉사(public service)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케네디스쿨의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공중을 위한 봉사가 늘 정치일 필요는 없다. 몸담은 곳이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정부든 공중을 위한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꾸로 그것이 정치라고 해서 피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사이코나 철면피, 또는 강심장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제발 버려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만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을 더욱 조장한다.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회피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의 한국 정치는 온갖 적폐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의 수준은 더욱 더 떨어진다.


필자가 기자로서 지켜본 정치판 인력(=정치인과 그 보좌진 및 정치인 지망생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도덕성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매우 능력 있고, 뛰어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더럽고 낡은 기성 정치판에 좀 더 잘 적응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를 부패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맡겨놓는가.


필자가 아내 때문에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시티홀’에서 작은 지방도시의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바로 진짜 정치인이다. 거대한 건설토목사업에 헛돈 쓰지 않고, 작더라도 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신미래가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다. 정치술수에 닳아빠지고 지역 토호들과 유착된 정치인보다는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장 커피 타던 30대 젊은 여성이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점점 전문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 인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안타깝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갖추고 도덕성과 전문 역량으로 뭉친 인재들이 우리의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때 한국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왜 썩어빠진 낡은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고서 그들이 우리 뜻대로 안 한다고 욕 하는가. 이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다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도 바꿀 수 있다.

 

 

kennedian3@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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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1. 09:31

 

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와 함께 국내 증시도 폭락과 폭등을 경험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그와 함께 2009년 상반기 이후 하향 안정화돼오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그 동안 수많은 자료를 연구, 발표해온 바 있지만, 여기에서는 국제수지표상의 일부 지표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 <도표1>에서 국제수지 분기별 추이에서 자본수지 추이를 보자. 2006년부터 국내 시중은행 등이 부동산대출 자금마련을 위해 단기외채 차입을 크게 늘림에 따라 자본수지 흑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은행 등이 외화차입 상환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은행이 대신 외화를 금융기관에 지원해주는 식으로 외화차입 상환에 나서게 되었고 그로 인해 큰 폭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불과 몇 개월 후의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채 출범하자마자 어리석게도 고환율 정책을 실시했던 것이다. 2009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다시 유입됨에 따라 자본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보였다.

 

                       <도표1>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자본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증권투자 유입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아래 <도표2>를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자본의 국내 증권투자를 나타내는 증권투자 부채는 금융시장개방이 급격히 진행된 1990년대 초중반 급증한 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다가 2003년에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에는 80.5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다시 303.8억 달러까지 급증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외국인들의 증권 매도가 러시를 이루면서 -258.9억달러까지 유출됐다. 하지만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기 시작한 2009 1분기 이후 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급증하면서 2009년에는 493.8억달러로 사상 최고의 유입이 이뤄졌다.

 

                            <도표2>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난 한 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입된 증권투자에 대해서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2009년 자본수지 264.5억달러를 두 배 가량 상회하는 수치로 단기적으로는 2009 1분기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주식시장이 2008년 폭락 이후 2009년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도 환율효과에 따른 국내 수출대기업들의 주식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과도한 상승을 부추긴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투자의 성격상 증권투자로 유입된 자본은 주로 주식시장 등에서 자본 차익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일시에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또 다시 금융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급속한 탈출러시로 언제든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을 뒤흔들어 환율 폭등과 증시 폭락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로 나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단기 급등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3>에서 KOSPI지수와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봐도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 2007년 하반기 이후 막대한 물량을 순매도하면서 KOSPI주가가 정점을 찍고 폭락한 반면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급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외국인의 거액 순매수가 동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표3>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마디로 2007년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순매수 추이에 따라 요동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이 대외 경제의 돌발 상황에 따라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한국 증시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 등에서 남유럽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주가 조정정도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18. 09:11

한 제조업체가 호황기 때 무리한 경영판단에 따라 생산한 제품이 경기가 식으면서 대규모 재고로 남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 기업의 재고를 대량으로 사줘야 할까. 말도 안 되는 질문 같지만 현 정부는 며칠 전 ‘4.23 미분양 해소대책’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적어도 건설업계에 한해서는 말이다. 물론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척했지만, ‘강부자 정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스폰서’인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에 준 당근이라는 점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우선, 지금은 건설업계 지원이 아닌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270개이던 종합건설업체 수는 2001년 이후 1만3000개 수준으로 늘어난 뒤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98년 522개 업체가 부도났고,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도 매년 150개 업체가 부도났지만 지난해에는 87개에 불과했다. 건설업체들의 평균수주액도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3년 78.8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토건 부양책 덕으로 96.4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정부 부양책과 구조조정 회피로 한계선상에 이른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지금까지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회피하며 오히려 지원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800조원을 넘나드는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 위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규 분양아파트 갈아타기 수요 위주로 DTI규제를 완화했다. 상당수 언론들이 사태를 침소봉대하는 저축은행의 건설업계 PF대출 규모는 11.8조원이다.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의 1%, 전체 가계부채의 1.4%도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건설업계 부양을 위해 가계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허황된 ‘건설업계 대마불사’ 논리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특혜를 남발하면서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는 대통령의 립서비스는 기만적이다.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나쁜 미국과 유럽도 금융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금융시스템의 한 축도 아닌 특정 업계를 살린다고 역주행에 열심이다. 

 

그렇다고 이미 대세가 기운 주택시장을 되살릴 수는 없다. 현재 주택거래 침체는 가계 소득 대비 너무 오른 집값의 정상적 조정을 정부가 방해한 탓이 크다. 정상적인 집값 조정을 교란할수록 정부가 내세우는 ‘주택거래 활성화’는 멀어질 뿐이다. 또한 건설업계 구조조정 지연은 시장 수요를 뛰어넘는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얼마 전까지 “부동산 버블이 없다”고 부인했던 정부의 다급함만 노출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장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 대책의 재원 부담을 이미 막대한 빚에 허덕이는 공기업에 떠넘겨 정부의 부양 여력도 상당히 소진됐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택시장의 반등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고, 수도권의 주택 가격과 거래량은 다시 2008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45조원이라는 버블의 규모만 더 키우고 말았다. 비대해진 건설업체들을 모두 먹여 살리려 발버둥칠수록 부동산 거품만 커지고 소중한 자원은 낭비되며 지식정보화 시대의 선진경제로 나아가는 활로만 막힐 뿐이다. 국민은 건설업계의 ‘봉’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8. 09:19

 며칠 전 쓴  "또 미분양 대책, 국민이 건설업계 봉인가"라는 글은 정부 정책이 국민경제 전체의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왜 부당하고 위험하며 건설업계에 대한 특혜인지를 설명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분양 대책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미분양 대책 효과에 대해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전반적 상황: 주택시장은 이미 되돌리기 힘든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습니다. 사상 최저금리와 만기대출 상환연장, 4대강사업 등 대규모 토건 부양책,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수도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양도세/종부세/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 등 대규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반등은 6개월에 머물렀습니다. 한 분석기사가 설명하듯이 이미 수도권의 주택 가격과 거래량은 2008년 하반기 수준까지 돌아갔습니다. 특히 아래 <도표1>에서 보듯이 지난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거래량조차도 45조원이라는 가계부채를 동원해 마지막 남아있던 수요를 짜낸 것이었지만, 이제 그나마도 고갈돼 현재 집값 수준에서는 더 이상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가 미분양 대책을 내놓은 것 또한 2008년 하반기의 데자뷰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 버블 붕괴를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붕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제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야말로 정부 스스로 현재 주택시장의 심각성을 공식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 이어 잇따라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대세하락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전문연구기관도 아닌 국토해양부가 "버블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속으로는 정부 스스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도표1>

 

(주) 한국은행 및 국토해양부 자료를 바탕으로 KSERI 추정, 작성

 

-이제, 어제 정부 미분양 대책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코멘트해보겠습니다. 어제 발표 내용 가운데 가장 큰 내용은 미분양 매입과 비강남 거주자의 신규 입주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에 대한 DTI규제 완화입니다.

 

-먼저, 미분양 매입은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을 통해 3조원어치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주고, LH공사를 통해서 1조원어치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하는 방식 두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전자는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이는 쉽게 말해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효과가 크지 영구적으로 미분양을 매입해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이는 건설업체 부도를 지연시키는, 사실상 구조조정 지연책의 측면이 큽니다. 이미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크게 지연됐는데 이를 더욱 지연시키고 '좀비기업'들을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를 초래하는 조치이기도 하고요. 다만 3조원어치는 실제 미분양 물량이 현재 20만호 이상이고, 향후 지속되는 공급으로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끼리 비스켓 정도일 뿐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한편 LH공사의 미분양 물량 매입 규모가 1조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부의 부양 여력이 이미 많이 소진돼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LH공사는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각종 신도시개발사업과 보금자리 주택사업 등 정부사업에 동원돼 부채가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2008년 기준 90조원 수준). 자금여력이 바닥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공공택지 개발 사업도 취소하고 있는 마당에 추가로 미분양 물량 매입을 늘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반면 <도표3>에서 보는 것처럼 대한주택보증은 주택시장 침체기 이전에 부동산 호황기 때 분양사고가 없어 엄청난 순익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주보를 동원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주보에 의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은 건설업계 지원 효과가 상대적으로 단기적이고 미약합니다. 또한 정부가 대주보에 대해 민영화 일정을 세우고 있습니다. 민영화를 염두에 둔 대주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대주보는 선분양제를 폐지하면 사실상 존재할 필요가 없는 기업입니다.)

 

<도표3> 대한주택보증의 수익/비용 추이

 

-이어 신규 입주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자에 대한 DTI규제 완화에 대해 살펴봅시다. 일부 언론이 '사실상 비강남지역 DTI규제 완화'라고 표현한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주택 잠재수요자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갈아타기 수요에 대해서만 완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는 미분양/미입주 물량을 줄여 건설사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철저히 건설업계 위주의 사고방식인 것이지요. 어쨌거나 상당 부분 DTI규제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DTI규제를 확 풀고 싶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시기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출구전략이 조금씩 가동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IMF마저 버블을 경고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택 대세하락세가 뚜렷해진 상황이고, 이미 마지막 남은 투기적 가수요까지 지난해 소진해버린 상황에서 이 정도 DTI규제 완화로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이번 조치가 일정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밖에 미분양 매입 펀드 등은 미미한 조치들입니다. 큰 효과도 없습니다. 오죽 시장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면 캠코에 의해 보증을 서도록 하겠습니까. 최근 제가 만난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국내 대표도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를 생각하면 미분양 매입 펀드에 메리트를 느낄 자본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효과는 시장에 주는 '심리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지속되면 언제든 다시 부양책을 쓰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이번 조치는 양날의 시그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정부 스스로 지금 주택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공인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시장 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버블 없다"는 식으로 심리전을 펼쳐오다가 불과 몇 주만에 이런 대책을 내놓을 정도니 "정말 시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이라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것이지요. 어느 쪽의 효과가 클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도 전자의 효과가 후자의 효과를 압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 정부의 대대적 부양책을 쓴 뒤로도 대세하락 흐름을 막지 못한 것을 이미 확인한 이상 전자의 심리적 효과가 얼마나 먹힐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위에서 설명했지만, 정부가  이미 미분양 물량 매입과 DTI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2008년보다 훨씬 더 제약돼 있다는 사실만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어제 대책 내용을 시장에서 잘 뜯어본다면 오히려 투기심리 위축 효과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첫머리에 말씀드렸지만, 이미 현재 집값과 가계소득 수준에서 대부분의 주택 수요는 이미 고갈돼 버렸습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수요마저 지난해에 거의 다 소진해버렸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부양책을 쓴다 한들 버블 붕괴가 본격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막으면 막으려 할수록 지난해 가계부채 45조원을 늘린 것처럼 거품 붕괴의 에너지만 키우고 한국경제가 '삽질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선진경제로 나아가는 활로를 찾는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또한 그런 활로를 개척하는데 소중하게 쓸 수 있는 정부의 자원만 자꾸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소진하게 될 뿐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이라는 종양을 떼내고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건설하는 길로 나서길 바랍니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6. 08:13

조금 전  정부가 또 다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은 모양입니다. 주요 내용은 대한주택보증을 통한 3조원 어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과 LH공사를 통한 공공임대주택용 미분양 매입, 그리고 일반가계의 미분양 매입시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자금 지원(DTI규제 대상 제외) 등으로 보입니다. 보도자료 제목을 '주택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로 경제회복 견인'이라고 해놓았습니다. 언제나처럼 포장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지만 결국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임은 너무나 뻔한 것입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로 접어드니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이 온갖 핑계를 대가며 "건설업체들을 살리라"는 주문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는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대변인들을 내세워 DTI규제를 완화해서라도 주택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파렴치하면서도 한국경제를 점점 더 위기로 빠져들게 하는 위험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건설족들의 로비력은 대단해서 결국 정부가 지방부터 해서 주택시장 부양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미 토지주택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3조원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줬는데, 여기에서 추가로 미분양 물량을 더 사준다고 합니다. 지금 자영업자들과 제조중소기업들 가운데 어려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부동산 거품기에 무모한 경영 판단에 따라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분양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건설업체들을 도와줄 때는 어찌나 한없이 너그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체들 가운데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재고물량이 잔뜩 있다고 정부가 언제 대규모로 재고를 사준 적이 있습니까? 이처럼 건설업계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를 남발하면서 늘 '시장경제'를 외치고 있으니 가증스럽습니다. 이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기득권만능경제' '토건만능경제'일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부양책을 내놓다고 해서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주택시장에서 빚을 내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버려 추가로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억지 부양책을 쓴다고 현재 상황에서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정부로서도 어찌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억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이렇게 언제인가 꺼질 수밖에 없는 부동산 거품에 국가 재정을 탕진하고 일반 가계를 재물로 삼아 국민경제 전체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각설하고, 왜 지금 건설 부양책이 부적절한지 간단히 살펴봅시다.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부도업체 수는 오히려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체당 평균 수주액도 오히려 최근 몇 년 동안 더 높아졌습니다. 물론 지표상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 같은 지표들은 건설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지금 건설업계 위기는 건설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며, 오히려 정상적인 구조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그 화를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주) 대한건설협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건설업계 부양을 위해 언제까지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또 이런 부동산 부양책과 건설 부양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인합니다. 국토해양부조차 얼마 전 "집값 거품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데 왜 부양책을 쓰야 합니까.정말 집값 거품이 아무것도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은 왜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어서 버블 붕괴 가능성이 없다면 왜 건설사들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것입니까? 이 같은 행태들을 보고 있으면 현 정부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정부'이지 일반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부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으면 항상 핑계삼아 내놓는 표현이 '연착륙'입니다. 이에 대해 한 번 따져봅시다. 지금까지 나온 연착륙론은 사실은 집값 거품을 서서히 꺼트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착륙론이 구체적으로 주장한 내용들은 지금까지 부동산 경기 부양, 건축 규제 완화, 금리 인상 반대 등이었기 때문입니다. 말이 연착륙론이지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게 하는 정책 방향이었던 것입니다. 2003년경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상당수의 정치권 인사와 관료들, 재벌계 연구소, 금융기관, 건설업계가 이런 식의 연착륙론을 내세웠습니다. 이 주장은 특히 2003년 10.29대책 이후 2004년 상반기 집값이 약보합세로 접어들었을 때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2004년 하반기 당시 이헌재 재경-강동석 건교 라인이 10.29대책을 무력화하고, 적극적인 집값 부양책을 쓰게 됩니다. 이때도 그들은 ‘집값 연착륙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5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분당 등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은 다시 거세게 뛰어 올랐습니다.

 

만약 그때 ‘연착륙’을 명분으로 집값 부양책을 쓰지 않고 확실히 투기심리를 잡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습니까? 거품이 지금의 절반밖에 안 됐을 때니 지금처럼 거품 붕괴의 위기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연착륙’ 운운하며 집값 거품을 빼는 작업을 늦춘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2008년 말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위기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위기를 이제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던 것입니다. 2004년에 잡았으면 국가 전체로 2~3년 고생했으면 됐을 것을 지금은 최소 5~6년은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말 이후 정부가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쓴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가계부채가 지난 한 해에만 45조원이 늘어났습니다. '연착륙'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부동산 거품의 규모를 더 키워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미룰 수는 없습니다. 현 정권이 이런 식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거품 붕괴를 막으려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계속 거품만 커지고 향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품 붕괴를 더 큰 거품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카드채 사태 때 이런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카드 남발 문제가 처음 문제됐던 2001년 문제를 수습했더라면 2003년 카드대란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라도 막았다면 같은 해 11월 LG카드 붕괴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빼야 할 거품을 제때 빼지 못하고 엄청난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파국을 맞고 말았던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합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합니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제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에 집값 부양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합니다. 새시 업체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져 거래가 계속 침체되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집값은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여전히 너무 높습니다. 부동산 부자들을 핵심 정치기반으로 하면서 자신들부터가 부동산 부자들인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선동 언론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건설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지연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건설업계 구조조정 지연으로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피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거품 붕괴의 규모를 줄여 그나마 중장기적으로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또한 한국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삽질경제'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3. 11:27

저도 바빠서 다 챙겨보지는 못하는데 요즘 경향신문에서 '주거의 사회학'이라는 기획특집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몇 편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기사들과는 달리 주거문제에 대한 상당히 제대로 된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인용하는 기사에서는 경향신문을 포함해 신문들의 보도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네요. (참고로, 제 코멘트도 몇 차례 인용돼 있습니다. ^^;) 그런데, 기사 가운데 부동산 광고 비율이 11~12%로 잡은 것은 1998년부터 잡고 딱히 부동산광고로 잡히지 않는 그룹 차원의 전략 광고 등이 빠져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부동산 버블기가 극에 이른 시점에는 일부 신문의 경우 30% 수준까지 갔습니다. 관련해서 아파트 광고에 대한 분석기사도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심층취재로 주거문제를 나름대로 깊이있게 접근하고 있는 경향신문에 격려를 보냅니다. 이런 보도들이 많아져야 경향신문이 다른 신문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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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21809345&code=210000

 

 

[주거의 사회학]광고 속 아파트는 언제나 ‘궁전 같은 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21811455&code=210000&s_code=af091


by 선대인 2010. 4. 22. 20:27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30대 기업이 늘린 고용 인원이 겨우 2667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맞아 현 정부는 대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고용확대를 주문했지만 성과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위기 전에 비해 평균 30~40%가량 치솟았던 원달러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원달러 효과는 사실상 온 국민이 수입품을 비싸게 사주는 대가로 국내 대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마치 엄청난 투자를 벌이고, 대대적인 고용을 할 것처럼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글에서 재벌들을 도덕적으로 무작정 비난할 뜻은 없다. 다만 정부 정책 측면에서 현 정부의 '친재벌' 위주의정책으로는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를 핵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고용구조와 경제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는 2000년대 내내 지속돼온 부동산 거품 때문에 땅값은 금값이 된 반면, 사람값은 헐값이 된지 오래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춰가며 수지를 맞추기 어렵고 벤처기업은 제대로 싹을 틔우기도 전에 대기업들에게 잠식당하기 일쑤다. 대기업들도 국내 사업 전개가 어려워지면서 앞다투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사업 환경과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재벌에게 계속 특혜를 주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을 내놓는다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왜 대기업 일자리가 늘지 않는지를 기업 규모별 국내 고용 구조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및 종사사 수 추이를 살펴보자.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산업의 경우 종사자 수 4명 이하와 9명 이하의 영세자영업 수준의 사업체수만 급증하고 있을 뿐 그 이상 규모의 사업체 수는 경제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로 좁혀보아도 사정은 비슷해서 4인 이하와 9인 이하 사업체만 비교적 늘고 있을 뿐 종업원 10인 이상의 사업체 수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도표1> 전산업 및 제조업의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수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종사자 규모 300인 이상 사업체 수의 변동을 나타낸 별도의 도표를 보자. 먼저 전산업의 300인 이상 중견기업 이상 사업체수 추이를 보면, 종사자 300~499명 사업체 수는 1990년대 이후 1,200~1,400개 수준에 머물다가 2006년 이후 조금 늘어 2008년 1,600개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종사사수 5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거의 늘지 않아 여전히 1990년대 중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범위를 제조업으로 좁혀서 들여다 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종사자 수 300명/500명/1000명 이상 대규모 제조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산업의 300-499명 사업체수는 2006년부터 400개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제조 대기업의 300-499명 사업체 수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0개 가량 감소한 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로부터 제조 대기업이 줄고 비제조 서비스업의 300-499명 사업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조 대기업의 지속적인 감소는 국내 경제가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중소벤처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편 기존 사업체가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고용 규모가 크고 일자리의 질이나 임금 수준이 비교적 양호한 대규모 사업장이 정체 상태이거나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도표2>에 나타난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전산업의 경우를 보면 인구 및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종사자수 300명 미만의 사업체 종사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종사자 수 300명 이상 대기업의 종사자수는 시간이 지나도 늘지 않고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전산업의 경우, 300명 이하 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1993년 79%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88%까지 치솟은 뒤 2008년까지 소폭 낮아지고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수는 1993년 12%를 상회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전직하해 2001년 4.9% 수준까지 떨어진 뒤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나 2008년 기준으로 여전히 6.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고용의 약 87%를 종사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6%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도표2> 전산업 및 제조업의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제조업으로 범위를 좁혀 보아도 비슷하다. 300명 미만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대체로 증가하고 있지만, 1,000명 이상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300명 미만 제조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도 1993년 66% 수준에서 2001년까지 80% 수준에 이른 뒤 횡보를 하고 있다. 반면 1,000명 이상 제조대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같은 기간 23% 수준에서 11% 수준으로 떨어진 뒤 12.5% 전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는 반면 영세한 중소사업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일자리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양적, 질적 차원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의 전문화,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변호사, 의사, 한의사, 회계사, 금융전문가 등 관련 직업도 늘고는 있으나 이 같은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고 있으며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정규직이나 단기 일자리, 저부가가치 저임금 일자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고임금인 대규모 사업체는 2000년대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장의 종사자 수도 전체 고용자 가운데 5~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경쟁력 약화와 중국 및 동남아 등 해외 이전으로 대규모 사업장이 계속 줄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방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일자리가 줄고 있고 인천과 경기도의 일자리 증가도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50대 및 60대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후 생활을 뒷받침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신규 일자리 창출의 부족으로 20대 등 청년층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일자리의 양과 질이 함께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체 규모별로, 근로형태별로, 성별로 임금 격차가 커지는 등 임금의 양극화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고용 및 임금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정부의 고용정책 및 노동정책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한국경제 전반에서 안정적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00년대 이후 부동산 버블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 및 생산경제의 위축,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가계의 금융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각종 지원책 및 재벌 독과점 구조의 방치로 인한 벤처기업들의 고사, 가뜩이나 인구와 자원 감소에 시달리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 정책,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하지 못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정책 등이 점점 일자리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 유지할 수 있는 경제구조와 환경을 구축하기는커녕 이를 오히려 훼손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적자재정 투입과 몇 가지 대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처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각종 부동산규제 완화, 대규모 토목사업 전개 등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이미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당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체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질 낮은 단기 일자리만 창출될 뿐이며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과 시간을 소진하고 있는 셈이 된다. 또한 여전히 고환율 떠받치기와 각종 수출대기업 위주의 R&D 편성, 임금 억제 등을 통해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여야 합의로 추진해온 세종시 사업을 무산시키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이미 경제 전체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역주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가뜩이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데도 정부 스스로가 나서 ‘100만 해고대란설’ 등을 유포하면서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악을 시도하거나 희망근로사업 등을 통해 의미 없는 단기 일자리 양산에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 놓지 않고서 정권 홍보를 위한 전시적 고용대책을 나열하는 식으로는 구호만 요란할 뿐 예산과 인력만 다시 낭비하게 될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6. 11:13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이른바 '부동산 버블 논란'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들을 보면 저 말고 또 다른 '선대인'이란 사람이 있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물론 제가 분신술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저의 복제인간이 있을 리도 없으니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의문을 가지느냐 하면 저는 전혀 기자들의 코멘트 요청에 응한 적이 없는데 여러 기사에서 제 이름이 버젓이 인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기사가 지난주 '위클리 경향'에서 작성해 한 동안 다음의 뉴스 탑 화면에 노출됐던 아래 기사들입니다.

 

[특집]아파트, 더 이상 신화는 없다?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003242117321&pt=nv

 

[특집]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로워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003242116261&pt=nv

 

이 두 기사에는 제 의견이 상당히 길게 인용돼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기사가 나가기 전 이 기사를 쓴 담당 기자와 인터뷰는커녕 전화 통화 한 차례 한 적이 없습니다다음탑에 이 기사가 노출된 뒤 제가 경위를 물어보기 위해 '위클리 경향' 측에 전화해 메모를 남겼으나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다시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직접 전화해 경위를 물어봤습니다담당 기자는 제가 얼마 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담당 기자는 제게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말해 더 이상 길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참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가 방송 인터뷰를 하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이나 제 블로그, 다음 아고라 등에 글을 쓰거나 여력이 될 때 일간지나 잡지 등에 기고한 것은 공중(公衆)을 향해 제가 공개 발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얼마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발언들을 인용할 때는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렇게 인용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취재원과 직접 통화해 그 발언을 인용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그 발언의 진의와 맥락을 물어본 뒤 인용해야 좀더 정확하게 발언을 인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글이나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직접 통화하거나 인터뷰한 것처럼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것은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해당 매체에 인터뷰나 코멘트를 하지 않았는데, 마치 직접 제가 그 매체를 통해 제 의견을 밝힌 것처럼 독자들이 오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기사마다 기사의 전개 방향이나 맥락에 따라 같은 코멘트도 달리 전달될 수 있는데, 제 진의와 상관 없이 제 발언이 독자들에게 잘못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피해를 입힌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클리 경향의 담당 기자가 쓴 '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로워'라는 기사도 제가 평소 주장하는 내용과는 정반대의 제목으로 보도된 것입니다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부동산 투기 선동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이 언제부터 서민들을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더 어렵다는 식으로 협박성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의도는 서민들을 핑계로 삼아 정부로 하여금 부동산 부양책, 건설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떼쓰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만성적인 내수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늘지 않고 한국 경제의 건전한 구조가 훼손돼왔습니다. 또한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위치는 더욱 약화했고, 자산 양극화는 극대화돼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이 커졌습니다. 그 여파로 우리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반면 집값은 너무 높아 시집장가를 못 가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의 폐해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이 누적되고 있기에 부동산 거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마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부자가 아니라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민들을 세뇌시키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안 보고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서민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피해를 보고 내려도 피해를 본다는 것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동산 거품 때문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틀이 서민들에게 굉장히 잘못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항상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행태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롭다는 주장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가장 기만적으로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주장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해도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현 정부가 쏟아 부은 부양 예산의 3분의 1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써도 서민들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가계들이 빚을 내서 계속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게 만들고,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들어간 돈으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토건사업을 벌이니 서민들이 힘든 것입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가계 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도덕적 해이와 탐욕에 빠져 무리한 사업을 펼치다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구해주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빚을 내서 집을 사줘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런데도 이른바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경향신문사의 계열 주간지가 사실은 가장 반서민적인 결론의 기사를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 제 주장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류의 기사를 가장 경계합니다. 그런데 제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이런 기사가 제가 전혀 모르는 채 제 발언을 마음대로 인용해 보도된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단독 인터뷰나 기고 등으로 저희 의견을 왜곡 없이 피력할 수 있거나심층 기획프로그램처럼 제작 과정에서 저희 연구소와 충분히 상의한 후 진행한 경우가 아니면 코멘트를 잘 하지 않습니다. 물론 몇 차례 보도나 의견 교환을 통해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락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예외일 뿐입니다.  

 

위의 '위클리 경향' 기사 말고도  3 26일자로 보도된 머니투데이의 '부동산 시장 진짜 대세하락인가'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32518553628765&outlink=1

 

이 기사를 작성한 세 명의 기자 가운데 단 한 명과도 저는 통화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직접 말한 것처럼 인용돼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가운데 한 사람과  연초에 인터뷰 한 적이 있고, 비교적 인터뷰 기사를 잘 정리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이 기사를 위해 따로 통화 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스포츠 칸이라는 매체가 보도한 '부동산 폭락, 예견된 재앙인가 섣부른 기우인가'라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고라와 우리 포럼,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한 듯 한데,  <위험한 경제학> 저자의 글이라고는 돼 있지만 출처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003241839383&sec_id=560101&pt=nv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매경이코노미, 서울경제 등 저와 인터뷰도 한 번 하지 않고 제가 직접 해당 매체를 상대로 발언한 것처럼 쓴 기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매경이코노미의 경우 필자가 응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는데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것처럼 인용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제 주장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어 버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책의 서로 다른 부분에 쓰여진 두 문장을 이어서 제 코멘트를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제가 정말 보도되기를 원하지 않는 맥락이나 포맷으로 기사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이른바 '폭등론자'와 맞세우는 식인데, 저를 '폭락론자' '비관론자'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입니다.

 

한편 동아일보의 경우에는 제가 비보도를 전제로 사안을 설명한 뒤 익명처리를 해서라도 보도하지 말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는데도, 보도를 했습니다. 더구나 필자가 ‘함구했다’는 표현을 써서 마치 필자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조선일보의 경우도 필자의 주장을 왜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필자의 책 <위험한 경제학> 1,2권이 나온 뒤 조선일보는 폭락설에서 폭등설까지널뛰는 한국 부동산 시장 전망이라는 기사에서 제 주장을 마음대로 왜곡해서 소개하면서 사이비 종말론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왜곡 내용 두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미 국내 집값은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핵심 지역의 경우 이미 20% 이상 하락해 있고, 경우에 따라 5년 이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주택 가격 기준으로는 반토막날 수도 있다'="조만간 반토막"(조선일보의 보도)

 

'지금의 집값 반등세는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장기 대세 하락기에서 나타나는 마지막 반등일 가능성이 높으니 언론의 선동 보도에 휘둘려 무주택 가계들이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집을 팔 마지막 기회"(조선일보의 보도)

 

다른 한 건설산업 전문가의 증언도 이 같은 행태가 저만의 경우가 아닐 것임을 짐작케 합니다그 전문가의 경우 한 메이저 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가 3년 후쯤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정작 해당 기자는 "3년간은 집값이 오를 테니 집을 사도 좋다"는 식으로 그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 전문가는 해당 기자와 전화 인터뷰는 했지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었다화가 났지만, 약자이다 보니 참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언론은 각종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매개로 이미 심각하게 타락해 있지만, 그 구성원인 기자들도 최소한의 기자윤리와 기사 작성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그러면서도 마치 기사에 인용해 주는 것을 마치 취재원을 '띄워준다' 착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제가 원하지 않는 맥락 속에서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 발언이 소개되면 오히려 저나 저희 연구소에 피해가 오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이들 가운데는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자주 노출되기 위해 기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와 저희 연구소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의 정보 환경이 정보의 생산, 유통, 수용 전 과정에서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보니 왜곡된 정보가 미칠 악영향을 생각해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저희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연구소의 주장을 가급적 왜곡 없이 전할 수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왜곡 없이 저희 연구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런 기회는 진보, 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고 위에 거론한 방식대로 우리 연구소가 인용되는 것은 우리 연구소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와 해당 언론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저희 연구소가 이용당하는 것일 뿐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저와 우리 연구소의 이름을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엄중히 대응하겠습니다. 많은 취재원들이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저라도 이런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무단으로 저나 저희 연구소의 코멘트를 인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실명으로 해당 기자를 밝혀 회원이 이미 75000명이 넘는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과 아고라. 제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하겠습니다최대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되풀이 게재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자들의 이런 무책임하고 잘못된 행태는 지적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기 전에 기자들은 자신들의 기사 작성 과정상의 문제점을 자각해 환골탈태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금까지 거론한 것처럼 한국 언론의 문제가 아파트 분양 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자로서 기본 자질과 윤리를 갖추지 못한 기자들의 행태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엉터리 왜곡보도와 기자들의 무례한 취재원 응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한국 신문업계 전체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한국 언론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한국 언론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만큼이나 강한 애착을 느끼는 전직 신문기자로서 드리는 충고이자 경고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1. 10:11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분양 매입 물량이라고 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준공뒤 미분양 매입

 

2008    5028가구

2009    1317가구

2010    미정(사업은 추진하는데, 아직 물량이 미정이라고 함)

 

 

대한주택보증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시기           사업장수    매입가구    매입액(억원)

2008.11~12      25               3390        4173

2009.1~3         24               4335        6277

2009.4~7         11               2503        4391

2009.9~12        16               3184       5375

합계                76              13412      20216

 

 

2008년 이후 지금까지 LH공사와 대한주택보증에서 모두 19757호나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는군요.

매입에 사용한 자금은 모두 3조원 정도로 추정되는군요.

민간업체의 팔다 남은 재고 물량을 3조원 어치나 사주는 특혜를 주는 정부가 말끝마다 '시장경제'를 외치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31. 08:15

주택공급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공영개발택지에서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공공택지-공공주택) 장기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처럼 이미 민간이 하고 있는 것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활용 중심의 임대주택이 아닌 매매용 분양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은 여전히 정부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밖에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서는 보금자리 주택처럼 분양용 주택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서민들의 주거난을 겪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무현 정부 때 추진한 국민임대주택이나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장기전세 주택의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없다는 점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임대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고 대신 분양용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16,908가구로 전년 대비 20.5%나 줄었다. 또한 2009년의 목표치는 2008년보다 더 줄어든 10.6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갖가지 부동산 부양책을 써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장기적 도시균형발전을 무시한 채 그린벨트를 풀어 막대한 예산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있을 수 없다.

 

 

                 ()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보금자리 주택의 구체적인 추진 방법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전용면적 85㎡형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3.3㎡당 1,150만원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근 서울 강남 지역의 3.3㎡당 주택가격에 비해서는 반값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한다는 점에서 실제 원가 구조를 따져보면 매우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정부가 책정하겠다고 하는 분양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보금자리 주택을 앞당겨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주택공급 시기를 당기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판교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초기에는 분양가를 3.3㎡당 800~900만원 수준으로 거론했지만, 결국 투기가 일어나 대상지의 땅값이 뛰면서 1,200만원 대까지 상승한 전례가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명목으로 설계 및 시공 동시 입찰 방식인 턴키 입찰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턴키 입찰 방식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별도의 설계 발주에 걸리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또한 실제로는 턴키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공사의 시범사업을 통해 아파트 건설 기간을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기법을 이용해 종래 26~30개월 정도이던 아파트 건설기간을 20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한 전례가 있다.

 

이미 이런 사례를 가지고도 그런 방안을 활용하지 않고, 턴키 입찰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해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것처럼 턴키 입찰은 상위 10개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기정사실화해 비슷한 품질의 아파트를 짓는데 30% 정도의 예산을 건설업체들에게 더 얹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매우 '고비용 아파트'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방식은 향후 정부가 현재 발표한 분양가보다 실제 분양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전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 직후 강북 표심을 잡기 위해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한 시범 뉴타운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신의 시장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 사업 추진 속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은평뉴타운을 시범사업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에도 시장 임기 내에 사업 진척을 가시화하려다 보니 원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토지 보상비를 매우 후하게 집행했다. 이렇게 해서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 가량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또한 사업기간을 줄이고 재벌급 건설업체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목 아래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임기 초기인 2006년 가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을 오히려 들썩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당시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3.3 700~800만원이던 시세가 불과 몇 달 만에 1,200~1,3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수도권 주택시장은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현재 매우 높게 형성돼 있는 강남 인근 지역 집값도 입주 시점인 2~3년 후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청약자들이 기대하는 '로또' 당첨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선전하는 '반값 아파트'가 사실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사기술임이 영락없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가장 크게 가중시킨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서울시 전체 시가지 면적의 약 7.5%에 이르는 33개 뉴타운 지역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한꺼번에 지정한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197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각종 재개발 사업 면적의 1.5배를 넘는 면적이었다. 이 정도로 드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뉴타운으로 지정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의 발생으로 서민 주거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무더기 뉴타운 지정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도록 하고 뉴타운 원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같은 과오를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을 높여준 결과 뉴타운 이주 수요에 더해 재건축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임대 및 중소형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대폭 낮춰 서민주택 공급 비중을 크게 낮췄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말로는 늘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오히려 반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있기에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여러 정책 분야 중에서도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6.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