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 쓰는 글입니다. 늦었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새해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서민들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올 한 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인사에서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한다. 말이야 좋다. 하지만 현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가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실제로 실행해온 일자리 창출 사업은 대부분 경인운하나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삽자루 일자리'이거나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50,60대 이상에게 용돈벌이를 하게 해주는 속칭 '알바'일자리 양산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부동산 거품을 일정하게 해소하고 있을 때 오히려 막대한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이후 거듭되는 내수 침체와 실업난, 비정규직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묶인 돈이 생산경제로 흐르지 않은데서 생겨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정부'라는 주장은 헛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필자가 현 정부의 '일자리 정부' 타령에 코웃음을 치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업률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이나 고용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제대로 일자리 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눈 뜬 장님격이 되기 십상이다.

 

오늘자 다음 탑 화면에 걸려 있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과 '사실상 실업률' 또는 '체감 실업률'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사실 정부 공식 실업률은 지난해 내내 3%대를 유지해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거의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20대의 60%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극심한 취업난과 실업난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코미디란 말인가.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1>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1>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2>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3>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3>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정부의 '일자리 정부' 타령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6. 10:00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라는 분은 참 독특한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토건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는데, 이 문제를 '전국민의 섹스량'과

연관짓는 것에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했네요. 

아래 기사의 제목은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인데, 제목이 선정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부제의 내용이 제가 좀더 관심 갖는 내용이고요.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
[인터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국언론, 토건경제와 유착고리 끊어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920

 

 

그리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영화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아이맥스로...

<스타워즈> <천공의 섬,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작은 거인>(더스틴 호프만 나오는 옛날 영화입니다), 그리고 좀더 최근에 나온 영화로는 <늑대와 춤을>, 그리고 가상 현실을 다룬 여러 영화들을 모두 짬뽕해놓은 듯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뛰어난 영화적 상상력과 SF영화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기술력과 잘 버무려져 황홀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더군요. 제가 원래 잘 만들어진 SF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바타> 얘기를 왜 우석훈 박사 기사 뒤에 붙이냐 하면 <아바타>에 나왔던 장면과 메시지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주거지를 거대한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장면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의 폭력적인 철거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또한 '나비'족이 사는 '영혼의 나무'에 융단폭격을 퍼부어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의 잔혹함이 자라나는 근원은 바로 돈에 대한 탐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폭력적 철거나 온갖 무분별한 개발 또한 바로 돈에 대한 탐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들이 겹쳐져서인지 '영혼의 나무'가 불타는 장면에서 그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폭력적으로 쫓겨나는 '나비'족의 모습이 용산 철거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SF영화들을 보면 우리는 인간과 외계인의 대결에서 마음 속으로 인간을 응원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인간이 아니라 '나비'족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나비'족은 외계 원주민이 아니라 침입자에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디언 원주민 부족이나 국내로 치자면 재개발 원주민처런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인간 대 외계인이 아니라 돈에 대한 탐욕으로 찌들어 인간성을 상실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폭력적인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 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원초적 인간'과의 대립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0년대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이 우리의 모습을 점점 폭력적인 인간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봅니다. 자신들이 빚을 내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그 이면에서 우리의 수많은 이웃들이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내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동산 거품 광풍은 '삽질경제 패러다임'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른바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이 되어 국토의 젖줄을 따라 대규모 콘크리트 토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자원이 강바닥에 쳐박히는 가운데 우리의 복지, 문화, 교육 인프라는 점점 빈약해지고, 부동산 거품으로 일반 가계의 삶은 불안해지며 젊은이들은 일자리는 줄고 집값은 뛰어 결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석훈 박사의 주장대로 섹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공동체를 지탱해나갈 미래의 구성원들이 태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요? 가슴이 아릿하게 저며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글을 끝맺자면, 저만의 상상 또는 해석일 수 있지만, <아바타>, 정말 단순히 SF효과 측면에서만 경이로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에 시간 되실 때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2. 21. 12:04

 

 우석훈 박사라는 분은 참 독특한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토건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는데, 이 문제를 '전국민의 섹스량'과

연관짓는 것에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했네요. 

아래 기사의 제목은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인데, 제목이 선정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부제의 내용이 제가 좀더 관심 갖는 내용이고요.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
[인터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국언론, 토건경제와 유착고리 끊어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920

 

 

그리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영화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아이맥스에서...

<스타워즈> <천공의 섬,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작은 거인>(더스틴 호프만 나오는 옛날 영화입니다), 그리고 좀더 최근에 나온 영화로는 <늑대와 춤을>, 그리고 가상 현실을 다룬 여러 영화들을 모두 짬뽕해놓은 듯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뛰어난 영화적 상상력과 SF영화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기술력과 잘 버무려져 황홀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더군요. 제가 원래 잘 만들어진 SF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바타> 얘기를 우석훈 박사 기사 뒤에 붙이냐 하면 <아바타>에 나왔던 장면과 메시지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주거지를 거대한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장면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의 폭력적인 철거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또한 '나비'족이 사는 '영혼의 나무'에 융단폭격을 퍼부어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의 잔혹함이 자라나는 근원은 바로 돈에 대한 탐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폭력적 철거나 온갖 무분별한 개발 또한 바로 돈에 대한 탐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들이 겹쳐져서인지 '영혼의 나무'가 불타는 장면에서 그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폭력적으로 쫓겨나는 '나비'족의 모습이 용산 철거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SF영화들을 보면 우리는 인간과 외계인의 대결에서 마음 속으로 인간을 응원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인간이 아니라 '나비'족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나비'족은 외계 원주민이 아니라 침입자에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디언 원주민 부족이나 국내로 치자면 재개발 원주민처런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인간 대 외계인이 아니라 돈에 대한 탐욕으로 찌들어 인간을 살상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폭력적인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 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진짜 인간'과의 대립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0년대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이 우리의 모습을 점점 폭력적인 인간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봅니다. 자신들이 빚을 내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도록 하기 위해 그 이면에서 우리의 수많은 불우한 이웃들이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내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동산 거품 광풍은 '삽질경제 패러다임'의 정점을 향해 내닫고 있습니다. 이른바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이 되어 국토의 젖줄을 따라 대규모 콘크리트 토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자원이 강바닥에 쳐박히는 가운데 우리의 복지, 문화, 교육 인프라는 점점 빈약해지고, 부동산 거품으로 일반 가계의 삶은 불안해지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는 줄고 집값은 뛰어 결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석훈 박사의 주장대로 섹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공동체를 지탱해나갈 미래의 구성원들이 태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요? 가슴이 아픕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글을 끝맺자면, 저만의 상상 또는 해석일 수 있지만, <아바타>, 정말 단순히 SF효과 측면에서만 경이로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에 시간 되실 때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2. 21. 11:35

철도노조가 8일만에 파업을 풀었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은 변함이 없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 7일 째인 2일 직접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서민 불편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업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철도노조를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또 여러 논점 모두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철도 적자 누적을 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 근거로 삼는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철도 적자 누적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를 마치 노조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이 때문에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왜 그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에게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도록 한 사례이다. 올해 9 4일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를 건설한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함께 인천공항철도를 12,04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동안 인천공항철도 1단계 구간의 수송량이 당초 교통수요예측의 6~7% 수준에 불과해 정부는 이미 개통 첫해인 2007 1,040억원을 보전해준데 이어 2008년에는 1,666억원을 운임수입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당초 시설 운영자의 운영수입이 당초 교통수요 예측치를 기준으로 한 수입액의 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개통 후 30년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한 사업에서만 연평균 4,610억원, 30년간 13.8조원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천공항철도 사업이 혈세먹는 하마로 불리며 언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자 정부는 인천공항철도의 민자투자자 지분 88.8%를 코레일이 12,045억원에 사들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재정지원 부담을 6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선전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의 총 사업비는 31,375억원이다. 이 가운데는 7,631억원의 국고 지원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로 민자 투자자들은 23,744억원의 돈을 댔을 뿐이다. 따라서 공사에 대한 국고지원비를 포함하면 정부 주장에 따르더라도 모두 74,631억원의 재정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참여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민자사업에서 공사비를 훨씬 더 부풀려 시공비를 책정해 전체 사업비의 4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전체 사업비의 약 40%에 이르는 1 2,000억원의 수익을 시공과정에서 올렸고, 정부 보조금과 코레일 매각대금 14,750억여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26,750억여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당초 정부는 공항철도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마치 재정부담이 거의 없는 것처럼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애초부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엉터리로 추진한 탓에 오히려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고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감추고 재정부담을 눈속임하기 위해코레일에 떠넘기는 편법을 또다시 동원했다. <도표>를 보면 코레일은 2006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07년부터 가까스로 순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해 2009년에는 약 6.9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인수금 등을 포함해 2012년까지 차입금이 9.4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도표> 한국철도공사의 재무구조

 ()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한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엄청나게 퍼주면서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기업에는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또한 장애인과 노인, 유공자에 대한 운임 할인제와 벽지 노선 서비스 등에 대해 철도공사에 보상하는 비용도 2005~2008년 동안 3104억원이나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이처럼 엄청난 정책실패를 통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끼치고 공기업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작태를 자행하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또한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현재까지 철도공사의 적자 누적에는 철도공사의 방만한 경영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도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일은 경찰청장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 경영인을 기용하고 독립적인 외부 감사를 활용해 한국철도공사의 방만함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런 일은 선행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이 나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은 자가당착이다.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정부가 먼저 자신들의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을 한국철도공사에 떠넘겨 적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 대해 먼저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문책 또한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2. 4. 08:54

 

 민주당 소속 이석현 의원이 4대강 정비 사업에 상위 6개 재벌 건설사들이 가격 담합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8일 폭로했다. 이석현 의원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상위 6개 건설업체들은 올해 5~6월에 서울시내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4대강 턴키 1차 사업(15개 공구)에 대한 나눠먹기식 담합을 논의하고 대부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건설업체들은 절대 그런 일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은 담합 양상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이석현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상위 6개 재벌건설업체들에게 공사의 대부분이 낙찰됐다는 점, ‘나눠먹기 담합을 위해 형식상 2~3개 업체들만 돌아가며 입찰에 참여한다는 점, 그리고 낙찰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점 등이 이 같은 담합 의혹을 매우 짙게 드러내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출처: 민주당 이석현 의원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재인용

 

사실 이 같은 담합의 가능성에 대해 필자는 그 동안 언론 기고와 최근 출간한 책 위험한 경제학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이 의원의 폭로도 사실 전혀 놀랍지 않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온갖 부패의 온상이 되는 턴키담합 구조의 한 작은 편린이 겨우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느낄 뿐이다.

 

상위 6, 좀더 범위를 넓히면 상위 10개 재벌건설업체들의 턴키 담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경제사회를 병들게 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 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 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국내에서 턴키 담합은 60~70원에 할 수 있는 공공발주 공사를 95원 가량에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100원 짜리 사업을 발주하면 이 가운데 30원은 담합 때문에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퍼주게 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가장 덩치가 큰 상위 6~10개 건설업체에 말이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거의 모두 그렇다.

 

그런데 턴키 입찰 공사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4대강 턴키 1차 사업의 발주 규모만 해도 약 4조원 규모다. 4조원 가운데 약 30% 1 2000억원이 재벌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낭비된다는 말이다. 12000억원이 어떤 돈인가. 우리의 굶주리는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 예산 수십 억원은 인정사정 없이 깎아대는 나리들이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눈 먼 돈이 넘쳐나니 재벌건설업체들도 턴키사업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입찰 평가시 가격 부문에서는 철저히 담합하면서도 설계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천명에 이르는 설계심사위원들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이용석 교수의 금호건설 1000만원 상품권 로비 폭로로 그 실태의 빙산의 일각 가운데 일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부패와 예산낭비의 실태가 드러나도 정부와 정치권은 그때만 모면하자는 식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이 엄청난 예산 낭비와 부패 고리를 지탱하는 기득권 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일부 기득권 신문들과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방송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광고 매출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어 재벌건설업체들의 부동산 분양 광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다 방송진출이라는 선물을 하사받은 마당에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을 어떻게 까대겠는가. 좌우 이념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이런 엄청난 부패와 예산낭비에 눈감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실 이들 정부나 정치권, 언론 모두에 앞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턴키입찰 담합 구조의 비밀을 모르겠는가. 전혀 그럴 리 없다. 오히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사업을 남발해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현금다발을 푸짐하게 안겨준 전력이 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주장을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이번 4대강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이보다 먼저 착공한 경인운하사업, 새만금사업, 호남고속철도,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분류되는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진행되고 있다. 고분양가 사태를 불러왔던 은평뉴타운에 이어 현 정부가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대폭 줄여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잔뜩 짓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도 턴키 방식으로 추진중이다. (옆으로 얘기가 새지만 이렇게 턴키 방식으로 짓는다면서 이 정부는 반값 아파트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낯이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세곡, 우면 등의 주변 강남 집값이 워낙 비싸니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지만 사실은 매우 고비용구조로 짓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 구조라면 공사비가 늘어나 분양가는 앞으로 계속 뛸 것이고 몇 년후 집값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입주 시점에도 반값 아파트라고 떠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같은 턴키 입찰 공사의 남발로 필자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중앙 및 지방 정부 예산 가운데 수십조원이 낭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경제강국이니 ‘4대강 살리기니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건설업계 출신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세금으로 재벌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건설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당신 호주머니에서 빼내간 돈들이 우리 아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데 사용되지는 않고 2000년대 내내 고분양가 거품 파티를 벌여온 재벌건설업체들의 배를 더욱 불리는데 사용된다고 생각해보라. 이게 건설족의 나라이지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민간에서는 고분양가 거품으로, 공공발주사업에서는 예산 퍼주기로 말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1. 10. 13:25

 

 

우리 연구소가 유료회원들께 발송하는 <경제시평>자료의  '시사경제'에서는 지난주부터 "언론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 배경" 2회 연재로 게재하고 있습니다주 내용은 언론 특히 신문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의 배경에는 경영실적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언론들이 자신들의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시장의 실제와는 다른 조작된 보도를 남발하여 일반인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엉터리 조작보도로 인해 일반인들이 손해를 보든 말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중동 등 일부 언론들이 왜 미디어법에 목매다는지 그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초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종합편성방송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들 보수신문들은 재벌그룹들에게 자신들의 종합편성방송사업에 투자하라고 닥달하고 있으며 심지어 동아일보가 가수 조영남에게 투자를 채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중동의 유가지 구독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격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유료구독 계층의 대부분이 고령층입니다. 계속되는 구독부수 격감과 독자 고령화로 광고 효과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근거없는 고액의 광고단가로 효과없는 광고를 실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사경제'"언론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 배경" 내용 중에서.........

 

중앙일보의 매출액은 2002 4,17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3,056억원으로 줄어 -1,118억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의 매출액도 1,267억원(연환산 2,535억원)으로 연환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21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에 -213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2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한해 동안의 영업손실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97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395억원의 대폭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신문구독료18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료 구독부수는 35.5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경품 8만원에 연간 신문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유료 구독부수는 최대 6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가 대략 20만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개인이 돈을 내고 구독하는 유료 구독부수는 15만부에서 최대 44만부 정도에 불과한 상태로 보인다. 그야말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문의 몰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2002 4,817억원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여 지난해 3,722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액이 6년 만에 -1,095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조선일보도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 매출이 동일하게 감소했다고 가정하면 대략 연환산 3,087억원으로 전년대비 -635억원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작년에 1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는 달리 작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조선일보의 유동성 및 비유동성 투자자산이 2,23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5% 이자만을 계산해도 이자수익만 110억원을 넘는다. 실제로 신문사업에서는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21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유가 구독부수를 계산해보면 41만부 가량에 불과하다. 연간 구독료를 10만원으로 잡아도 74만부에 불과하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 20만부를 제외하면 개인 구독부수는 21만부에서 최대 5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역시 매출액은 2002 3,749억 원에서 지난해 2,659억원까지 줄었다. 6년만에 -1,09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올해에는 2,200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459억원의 매출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48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 연간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25만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연간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간주해도 44만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개인 유료구독자는 5만부에서 최대 24만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1999 7,648억원에 이르던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4,156억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매각으로 매년 발생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4년 동아일보가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 문화센터 부지를 팔아 장부상으로는 약 46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자산매각으로 언제까지 매년 막대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참고로, 위험한 경제학의 내용들은 평소 제가 아고라에 써온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일인이 쓴 글인데 그 형식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면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물론 책 출간을 위해 별도로 쓴 원고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아고라나 우리 연구소포럼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굳이 사서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아직 제 생각을 잘 모르는 분들이나,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 아래 제 생각의 맥락을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25. 09:48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3배 이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여러 차례 개선책을 제시해왔다.


우선, 어제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국내의 교육비 지출 규모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1>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그러면 광고 카피처럼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적을까. 그것은 바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2>에서 1970년대 이후 건설산업의 부가가치가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시기에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늘어나 11~12%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90년대 말 IMF사태 직후 8%대까지 낮아졌다가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되면서 9%대로 상승하여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경제 시대에 비해 건설토목사업의 경기부양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는 매우 낮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핑계로 4대강 하천정비 사업 등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렸다.


이처럼 상당수가 불요불급한 예산인 토목건설 사업에 국가 자원이 과다 배분되면 그만큼 사회적으로 절실히 필요하거나 향후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곳에는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이 주가 되는 보건복지 예산이다.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비중 또한 굉장히 낮음을 설명했다.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지만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산모신생아도우미 사업 등 상당 부분의 예산사업을 오히려 줄였다. 낭비성 건설토목 사업에는 예산을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은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제 무분별하게 콘크리트에 퍼붓던 돈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는 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 시대이다.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문화, 복지 예산 등이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인적자원 예산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된 2007~2011년간 재정운용계획 상에서 인적자원개발 예산은 연 평균 5.5%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마련된 2008~2011년 재정운용계획에서는 같은 예산의 증가율이 4.9%로 하향 조정됐다.


지금처럼 콘크리트에 투자하느라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구조로는 선진경제를 이룰 수 없다. 산업연구원조차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책은 소득 증대와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이 2009년 5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산업부문별 배분구조와 소득 및 고용창출효과’ 자료에 따르면 공공행정/건설/교육보건의 3대 정부지출부문 가운데 교육보건 부문의 고용창출효과가 재정투입비 10억원당 35.1명으로 30.8명인 건설이나 30.3명인 공공행정 부문보다 크게 높았다. 참고로 소득창출효과(승수)에서도 교육보건은 1.62로 공공행정(1.61)이나 건설(1.4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출 1조원을 3대 부문에 배분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 또한 교육보건 부문(18.4~35.1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난 반면, 건설부문(15.7~30.8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경우 효과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책연구소조차 인정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투자해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는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대신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도서를 비치하고 좋은 문화 및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뛰어난 프로그램 진행자와 독서 지도사와 트레이너들도 고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딱딱한 사회가 아니라 아이들의 두뇌처럼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자녀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5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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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9. 09:20

금호건설 관계자가 평가위원에게 1000만원을 상품권으로 준 것을 해당 평가위원이었던 교수가 폭로한 것을 계기로 턴키입찰 비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왜 이 같은 턴키 입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물론 턴키 입찰 공사는 상위 6개, 좀더 넓게 잡으면 상위 10개 재벌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입찰방식이다. 한 마디로 노나는 공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엄청난 폭리를 취하도록 방치하는 공공발주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떡고물이 있는 곳에는 벌레가 꼬이는 법이다. 상위 재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막대한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보니 치열한 탈법, 불법 로비가 펼쳐지고 있다.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사건에서는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12,500만 원의 뇌물이 설계적격심의위원회 평가위원들에게 건네졌다는 게 검찰의 공소 내용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내용은 실제 이뤄진 탈법, 불법 로비 양상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것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로비전 실태가 과거에 일부 드러난 적도 있다. 2003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군장성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한 H건설 간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사내 문서를 보자. 공공부문 입찰업무 분석이라는 문서의 턴키입찰 심의위원 선정방식 개정 현황 및 당사업본부 대응전략이라는 항목에는 구체적인 로비 지침이 정리돼 있다. 기존 학계위원 관리체계를 중심으로 다른 직종의 심의위원까지 담당 지역별로 배분하되,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업계의 경우 공사 수행과 관련해 직접 또는 과거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 로비의 과정에 대해 밀접한 관계 형성 후 심의위원 선정대상 범위 유도→기초확정명단 입수 등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접촉→입찰진행기간 중심의 주관부서와의 관계를 더 밀착관리 등으로 단계별로 언급해놓았다. 턴키공사 수주를 위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얼마나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는 지를 보여주는 문건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패 및 비리 구조를 온존 시키는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공정위의 과징금은 이들이 담합해 경쟁을 제한해서 버는 폭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담합을 해서 버는 액수보다 훨씬 적다면 입찰담합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 건 하면 엄청난 부당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심사위원들을 향한, 불법도 불사하는 로비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담합을 해도 적발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앞에서 본 지하철 9호선 1단계 공사 가운데, 911공구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가격이 불과 6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담합이 아니고서는 1,300억 원대 공사에서 입찰가격 차이가 0.00005%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담합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도 이 업체들은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았다.

 

검찰이나 법원의 처벌 의지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검찰의 공소 형량이나 벌금 자체가 낮은데 재판부는 이마저도 제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지하철 7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 대해 당시 담당 재판부는 업체들간 담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경쟁업체들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철 7호선의 경우는 약과다. 동남권 유통단지 입찰 관련 1심 재판부는 2008 5 27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혐의자 28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의 주체는 발주자와 발주자의 사용인이거나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과 같은 정도로 건설산업에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인이지만 평가위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무죄 선고의 이유였다.

 

대통령의 특별사면 남발도 이 같은 부패 구조의 고착화를 조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 업체 등 2006 8월 이전에 이뤄진 입찰 담합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발주기관인 행정기관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행정관청은 입낙찰 과정에서 담합이나 뇌물 수수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영업정지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처분을 취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상에는 행정기관이 1년 이내의 기간 안에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상에는 부정당업체에 대해 최고 2년까지 해당 행정기관의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대형 건설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소위 대부분 피라미 업체들이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업체들은 아예 드러내놓고 담합과 불법 로비를 저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우건설은 사천시청 신축공사와 아산시, 김해시 하수관거정비 민자유치사업,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등에서 모두 담합 혐의로 적발됐다.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지하철 9호선 1단계에서 담합혐의로 적발된 현대산업개발이나 두산건설,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에서 담합혐의로 적발된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6개사, 동남권 유통단지 입찰 공사에서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대부분 상위 재벌 업체들이 되풀이해 담합을 저질러 공정위에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은 부당이득에 비해 매우 가벼운 제재를 받고, 지하철 9호선 2단계와 용산 종합행정타운 사업까지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상위 재벌 건설사들에게는 법은 있으나마나 한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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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8. 8. 09:06

금호건설 관계자가 평가위원에게 1000만원을 상품권으로 준 것을 해당 평가위원이었던 교수가 폭로했습니다.  그 교수에 따르면 자신에게 상품권을 건네준 관계자는 "회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사례하는 액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것(1천만 원)은 1차분이고, 다음주에 상무가 직접 와서 나머지 액수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군요. 아마 나중에 수천만원은 더 주겠죠. 그리고 금호건설이 이 평가위원에게만 줬을까요. 모든 평가위원들에게 줬을 것입니다. 그리고 업체들은 사후뿐만 아니라 사전 관리도 하는데, 금호건설뿐만 아니라 같이 경쟁했던 다른 입찰 참가업체도 사전 로비를 했을 것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이 같은 평가위원들 수는 서울시의 예상 명단 1800명, 국토해양부 예상 명단 3000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좀 규모 있다는 건설업체들은 이들 평가위원들 거의 전부를 평소에 각종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쓰이는 로비자금(사실상 뇌물액)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결국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 중에서도 일각일 뿐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설명한대로 재벌 건설업체들이 독식하는 턴키입찰 공사들은 이런 로비전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판입니다. 공사 한 건 따면 재벌업체들 입장에서는 큰 공사의 경우 가만 앉아서 1000억원 정도가 남으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 연구소가 있는 일산에 지어지는 제2킨텍스의 경우 3500억원짜리 공사인데, 이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은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만히 앉아서 먹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각종 공사로 엄청나게 퍼주고 있는데 건설업체들이 가만 있겠습니까. 온갖 로비를 다 펼칠 수밖에요. 그런데 이런 사례가 적발돼봐야 처벌이라도 제대로 이뤄지나요. 서울 지하철 7호선 턴키공사에서 담합사실이 적발됐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면으로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갔지요. 서울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공사의 경우에도 평가위원들이 건설업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례가 적발돼 검찰이 기소했지만(아주 가볍게), 그 마저도 법원이 '평가위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이런 뇌물 수수 업체들에 대해 부정당행위 업체로 입찰참가제한이나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핑계를 대면서요. 이렇게 버젓이 금품이 오가는데도 아무런 행정적 제재도, 사법적 처벌도 받지 못하니 건설업체들이 이런 부패관행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오히려 현 정부는 경인운하, 4대강, 보금자리주택, 새만금사업 등 온갖 사업을 턴키로 발주해 이런 판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 벌어지는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들 진행 과정에서 엄청난 뇌물 수수가 이뤄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만연한 부패를 그냥 방치하고 있으니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엄청난 고분양가 거품으로, 공공 부문에서는 엄청난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건설업계의 부패와 공공사업 발주 시스템만 손보아도 매년 수십조원의 혈세를 아끼고, 부동산 거품을 빼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건설업체-정부 관료-정치인들로 이뤄진 '철의 삼각동맹'들은 이를 고칠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자금줄이 여기에서 나오니까요. 물론 대부분의 평가위원들이라고 하는 건설토목 관련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위의 평가위원만 돈 받았겠습니까. 지금껏 거의 모든 입찰건에서 대부분 평가위원들이 돈 받아쳐먹고 입 다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국민의 고혈을 짜내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금력을 키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같은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은 절대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이 같은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는 것을 제 일생 일대의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래는 관련 내용을 보도한 뷰스앤뉴스 기사입니다. 참고바랍니다.

 

금호건설, '양심 교수'에게 세게 걸렸다!
입찰심사 교수에 돈 건넨 사실 드러나자 "영업팀장 개인돈"
2009-08-05 16:27:54 의견보내기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경기도 교하신도시 센터 공사의 입찰 심사를 맡은 교수에게 금호건설이 거액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파주시와 조달청이 발주한 이 공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 Y대 공대 이 모(59) 교수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금호건설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는 1천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번 공사는 추정 수주액이 560억원 상당으로 금호건설을 비롯해 국내 대형 건설업체 3곳가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인 결과, 지난달 17일 심의회에서 금호건설이 공사권을 따낼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최종 낙찰을 받은 금호건설의 한 영업 팀장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교수 연구실로 찾아와 "교수님 덕분에 점수 차가 좀 나서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준비했다"며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00장을 건내줬다고 폭로했다.

녹취에 따르면 금호건설 팀장은 이 교수에게 "회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사례하는 액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것(1천만 원)은 1차분이고, 다음주에 상무가 직접 와서 나머지 액수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뒤 "국내 건설업계는 실력이 아니라 로비를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시공사가 선정되는 풍토가 있고 적발되더라도 처벌 강도가 낮다. 이런 관행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에 담당 직원과의 대화를 녹취했고 상품권도 받아뒀다"며 "오늘 오후 검찰에 관련 사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호건설 측은 상품권을 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영업팀장 개인 돈으로 사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파주시는 파문이 일자, 금호건설에 대한 발주를 취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오너들의 '형제의 난'으로 어지러운 금호그룹 산하 금호건설이 이번엔 양심교수에게 호되게 걸린 양상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8. 7. 09:10
 


*한국 언론들이 어떻게 이 기사를 날조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원문을 소개한다. 번역은 필자가 직접 했는데, 대부분 직역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분적으로 의역도 했다. 괄호 안의 내용도 필자가 넣었다.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110&sid=awbeFpo0K1kw (칼럼 원문)
 




한국의 관료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 거의 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경기를 확장시키는 한국의 능력은 아시아 지역에서 오랜만에 듣는 가장 좋은 소식 중 하나다. 1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가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는 역경을 이기고 잘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최소한 지금 당장은 그렇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두 가지 이유에서 자족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정부 재정 지출 증가와 저금리는 당장에는 좋은 일이지만, 세계적인 수요 회복을 대체할 수는 없다.


둘째, 방만한 정책들은 단지 경제회복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버블을 더 키울 뿐이다. 이는 향후 시장에서 발생할 문제들에 더욱더 경제를 취약하게 만든다.


2009년 2분기 한국이 전 분기 대비 2.3% 성장한 것은 동아시아 지역이 세계경제 위기에서 U자나 W자가 아닌 V자형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들어맞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바로 그런 전망을 했다. ADB는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들이 사라지더라도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은 팽창적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전망이 나는 우려스러운데, 중국은 딱 들어맞는 사례다. 홍콩에 있는 폭스-핏 켈턴의 아시아태평양 전략분석가 마크 매튜스는 중국을 ‘형성중에 있는 버블’이라고 불렀는데, 전혀 과장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자금들이 자산시장으로 잘못 흘러가고 있는데 이는 정책당국자들이 좋은 기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붐이 이는 중국의 자산시장에 관한 헤드라인 뉴스들은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는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시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한 장기적인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주가가 치솟는다고 해서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일 수는 없다. 증시 또한 부채로 조달한 방만한 재정 지출로 떠받쳐지고 있어서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반의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 경제들의 회복 조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발이 떨어질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찬사일 뿐이다. 그것은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단기적 처방일뿐 장기적 해법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성장인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자산거품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아시아에서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은 그 자체로 거품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A증시 상장을 추진중인) 중국건축은 중국 정부에 감사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이 회사가 지난주 상하이 증시에서 73억달러를 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16개월만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공모였는데, 그 같은 성공이 아시아 증시들이 아주 좋았던 한 주를 보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금요일(7월 24일)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2.2조 달러의 경기부양자금과 약세인 (원달러) 환율 덕을 본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아시아 지역의 진정한 경기 반등세에 반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 지출로 만들어진 경기 회복에 대한 환상에 반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세계 정부들이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지난 3월 9일 5년내 최저점에서 53%나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전세계 정부의) 대책들의 효과가 정점에서 내려가면 경기부양책에 중독된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마약주사를 제공할 충분한 지원자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 경기 후퇴 흐름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한 한국의 성공을 비방하는 것은 아니다. 8개월 전 트레이더들은 아시아 네 번째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이 막대한 부채로 (국가 부도가 난) 아이슬란드가 갔던 길을 가는 게 아닐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이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지 여부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미국의 소비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는 한 아시아의 전망은 불확실하다. 미국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는 한 아시아의 경기 전망은 불확실하다. 심지어 중국 대세상승론자인 싱가폴의 로저스 홀딩스 회장 짐 로저스조차 그들의 상대적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아시아 각국 경제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탈동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그런 점은 현재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속도에 대해 당신을 의아스럽게 할 것이다. 상하이 증시는 올해 85% 상승했다. 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83%, 인도 뭄바이 61%, 타이완 51%, 싱가폴 43%, 필리핀 마닐라 41%, 태국 방콕 40%, 홍콩 39%, 서울 35% 각각 상승했다


그런 움직임들은 왜 일본 도쿄 증시가 뒤처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품게 한다. 아마 올해 니케이 주가가 7.4% 상승한 것이 다른 증시들보다 더 잘 아시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각국 경제를 수출로부터 내수로 방향 전환할 필요성이 지금보다 더 큰 적은 없었다. 9000 이상으로 올라온 다우존스지수 또한 기본 셈법을 바꾸지 못한다. 치솟는 실업률과 정체된 임금소득이 가계들을 뒤흔듦에 따라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다섯 달만에 처음으로 이번 7월에 떨어졌다. 세계 경제위기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경제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과제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거기에 이르지 못했으며, 시장이 성층권(매우 높은 고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을 향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은 지상의 현실에 의해 지지되지 못할 것이다.



by 선대인 2009. 8. 6.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