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사측에서 지난 7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아나운서 6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를 단행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풍경을 다시 보고 있자니 전직 언론인으로서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지금 KBS의 후배들을 징계한 50~60대 간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BS 사원행동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최경영 기자가 자신의 책 <9 거짓말>에서 증언한 내용이 있다. 참고로, 최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회 수상해 기자로서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이고, KBS의 탐사보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점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기자는 우선 ‘국익’이나 ‘중립’ 또는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는 지를 분석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그 실체가 설령 ‘대운하’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이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용정부’라고 칭하면 설명 그 본질이 ‘권위주의적 기득권 옹호집단’에 가깝더라도 언론은 그저 ‘실용정부’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 재벌이라는 말 대신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국의 재벌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고 또 그 언론이 그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왜 ‘대량해고’ 또는 ‘대량감원’ ‘대규모 실직’이라는 단어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왜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이라는 용어들 가운데 파업할 때만 왜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서 ‘좌경’과 ‘집단이기’를 덧칠하는 행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또한 극소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한 기득권 신문들이 ‘서민경제파탄’이라고 매일 노래하던 기득권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입을 다무는 편파적 행태도 비판한다.

 

그러면 왜 언론들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기득권 위주의 보도를 지속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기자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기자 생활을 30년 넘게 한 50대 중반 이상의 언론인들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기자의 이 같은 주장은 주로 KBS 내부 사정을 특히 감안한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언론에서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젊은 기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필자가 다녔던 신문사에만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군소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광고와 ‘엿 바꿔 먹고’ 기자들에게 사실상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하는데, 이런 신문사의 기자들이 무슨 사명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KBS 내부의 사정은 조금 더 다르고, 심한 것 같다. “한국은 ‘중견언론인’일수록, 도는 ‘중견언론인’이 돼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집니다. (중략) 이분들은 초년병 시절에는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데스크나 부장으로 들어앉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했던 경험이 일천합니다. (중략)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써서 보도하는 것이 이분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젖어 있다 보니 이들 중견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탐사보도나 PD저널리즘이 거꾸로 객관 보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도물을 기획하는 것은 젊은 PD나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방송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자는 묻는다. “청와대나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자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견언론인들에 대한 최기자의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KBS MBC에는 현재의 50,60대 방송 언론인들이 1970~80년대 이후 어떤 보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증명하는 많은 자료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매우 미온적이라는 것. “그들이 진행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파렴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기자의 해석이다.

 

“과거, 정권의 ‘감시견’이기는커녕 ‘애완견’들이었던 이 50, 60대 방송인들이 우리 언론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이분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마치 자신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양 과거를 오도하는 현재의 작태입니다. 또 과거를 오도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젊은 기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폐단들입니다.(중략) 꼿꼿한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언론인은 1970~80년대에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조직에 순응한 기자들이 언론사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됐습니다. 기자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나 여당 정치인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언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자는 중견 언론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상업주의’로 인해 한국 언론의 뉴스가 점점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업주의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20여초, 불과 8~9문장과 인터뷰 1,2개로 구성된 방송 리포트에서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얻습니까? 쓰는 사람도 내 기사에는 정말 정보가 없다고 여길 때가 많은데,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무슨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신문은 방송 뉴스처럼 ‘팔릴 만한’ 동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니 언어로 분탕질을 합니다. 격한 용어와 선정적인 편집으로 독자를 현혹합니다.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처럼 이해관계에 깊이 오염된 언론 보도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있다. 한국 언론기자들이 증시상황을 보도할 때 몇몇 애널리스트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피상적 분석을 짜깁기한 뉴스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중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뉴스’를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다며 한국 언론의 날탕식, 선동식 보도를 질타한다.

 

‘백인남성 교수’에게 약하고, 정치부나 경제부든 이른바 권력과 돈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행태를 근거로 권력에 굴종하는 순치된 언론인들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언론사 사주의 이해관계와 쉽게 일하려는 기자들의 비()프로페셔널리즘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으로서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취재 시간, 인적 사원, 그리고 돈이 들지 않으면 권력을 감시하는 ‘비싼 뉴스’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기득권과 ‘등을 지는’ 행위에는 유무형의 압력도 뒤따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한국 언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가 해당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최경영 기자와 같은 기자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겸비한 새 세대 기자들이 이국 땅에서 ‘반강제 연수’를 하지 않고 한국 언론의 주류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중이 우매한 상태를 벗어난다면 한국 언론도, 이 나라도 조금은 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12. 18. 08:44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5. 09:24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4. 13:59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서 KBS사원행동의 핵심멤버로 일했던 최경영 기자가 얼마 전 <9시 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9년 미국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인 <뉴욕타임스> 데이빗 바스토우 기자의 ‘TV애널리스트의 이면, 국방부의 검은 손’에 관한 소개였다.


바스토우기자는 TV에 객관적인 군사평론가로 소개되는 퇴역 장성 수십여명이 실은 이라크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의 임원이거나 로비스트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한다. 바스토우 기자는 또한 이들이 CNN, MSNBC, FOX 등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에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한 곳이 미국 국방부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최기자는 “바스토우 기자의 탐사보도는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 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기자는 이어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민간 부동산컨설팅 업체의 임직원들은 모두 부동산 업황의 이해당사자들"이라며 "TV 또는 신문에 등장하는 상당수 부동산 관련학 교수들도 간접적으로 시행사 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연관돼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언론은 전문가를 필진이나 토론 패널로 쓰기 전에 이력을 철저히 검증해서 꼭 (해당 전문가의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제2의 명함’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평소 필자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자는 그 동안 기자나 PD, 토론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같은 요청을 숱하게 되풀이했다. 적어도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같은 단체들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설’과 같은 수식어만 달아줘도 사람들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이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것임은 너무나도 뻔한데도 각종 TV토론이나 기사 등에서는 마치 이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포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관들을 국책연구소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들이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을 맨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들에야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아파트 분양광고에 그다지 민감할 이유가 없는 방송이나 일부 신문조차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가 기울었는데도 온갖 엉터리 논리로 “집값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부추겼던 사람들이 여전히 ‘객관적인 전문가’로서 TV화면과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 인수위 시절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 영업에 이용해 물의를 빚었던 인사가 MBC와 KBS, 매일경제신문 같은 곳에서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전문가들이 최근 ‘집값 바닥론’을 다시 외치고 있다. 서울의 9월 아파트 거래량이 이사철 요인 때문에 8월에 비해 6% 가량 늘었지만 한창 때 거래량의 9분의 1 수준으로 구조적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기준 미분양이 줄었다지만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미분양은 연초 2.6만호에서 가장 최근치인 8월에 2.8만호로 늘었다. 악성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은 같은 기간 3631호에서 6806호로 두 배 가량 급증했다. 지방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해 2008년말 경제위기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도 8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가지수로도 수도권 집값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구조적 추세가 바뀐 것이 없는데도 집값 바닥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값이 뛰는 쪽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말이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0. 29. 09:09

경기도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를 둘러싸고 김문수 지사와 손학규 대표가 핑퐁게임. 2004노무현 정부 때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추진했고, 이 때문에 개발업자들 골프장 짓는다고 난리였죠. 또 각 지자체들은 세수 늘린다며 골프장 유치에 열을 올렸죠

 

당연, 서울 가장 가까운 경기도도 골프장 유치와 인허가에 적극적. 꼭 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더라도 개발업자들과 끼고 도는 기초 지자체 관료들과 도의회 등이 골프장 유치에 열을 올렸죠. 손학규지사 시절부터 골프장인허가 무더기 검토된 게 사실

 

하지만 그렇게 검토되고 추진했다 하더라도 김문수지사가 충분한 의지 있었다면 중단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명박을 능가하는 막개발론자인 김문수가 그것을 막았을 리 없죠. 도대체 환경노동위 출신인 양반이 환경과 노동에는 담을 쌓고 지내니....

 

더 큰 문제는 당시 중앙 정부. 당시 이헌재 재경장관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추진했고, 박병원 차관보는 "골프장 무더기로 지으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이라고 펌프질했죠. 당시 추진된 기업도시에 관광레저형복합도시는 모두 대규모 골프장 짓는 게 포함

 

당시 건교부는 골프장 부족하다고 골프 인구를 3~4배씩 뻥튀기. 골프장 건설 인허가에 관한 규제들 상당 부분 풀어줬죠. 이게 규제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상징처럼 추진. 토건경제라는 측면에서는 한 번도 정권 교체된 적 없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

 

당시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로 경제 살린다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설레발칠 때 제가 미디어다음 기자로 6~7회에 걸쳐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문제에 대해 시리즈로 비판했죠. 그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 당시 골프장에 대해 무슨 제동을 걸었나요?

 

김문수 지사 골프장 인허가 문제 제기한 김진애 의원님의 충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 차원에서 지금의 민주당 결코 떳떳하지 않습니다. 온갖 제도적 특혜로 범벅된 기업도시라는 황당한 개발제도 만들고,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추진하고,

 

이명박이 뉴타운으로 뜨자 초당적으로 '뉴타운 특별법' 추진한 열린우리당 시절, 지금의 민주당 통절히 반성하기를 바랍니다. 온갖 토건개발사업과 부동산 막개발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아무런 반성 없으면 무엇으로 변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요?

 

뒤늦었지만 삽질패러다임을 넘어야 할 때 한국사회는 '건설족의 수괴'를 대통령으로 맞이해 가장 열심히 삽질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선진경제'를 외치면서.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정권은 부디 삽질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비전과 문제해결역량을 갖춘 정권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삽질패러다임을 극복하는 첫걸음은 바로 부동산 거품 빼기라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온갖 핑계를 대가며 토건업자들 배 불리는데 돈을 쓰지 않고, 일반 국민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에 제대로 돈을 써야 합니다. 쓸데없는 개발정책에 돈 쓰지 않으면 우리도 핀란드식 무상의무교육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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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16. 09:06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열린다.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8,9월 연속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한 뒤 이번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한국은행은, 더 나아가 한국경제는 매우 곤혹스러운 물가-금리-환율의 삼각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생활물가 급등과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이 점점 가중되고 있는 한편 미중일간 환율전쟁 여파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그 동안 현상적인 GDP 고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여전히 일부 수출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민간 경기가 취약한 상황에서 민간 경기 위축을 부를 수 있고, 정부가 말은 하지 않지만 가뜩이나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더구나 이미 외국자본이 잔뜩 쏟아져 들어온 증시-채권시장의 외국자본 유입을 가속화해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울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물가 현황부터 살펴보자. 익히 알다시피 최근 채소값 등 식품 물가의 상승 등으로 일반가계의 부담감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신선식품류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5.5%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로 거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선채소류는 84.5%나 상승해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극도에 이르는 주원인이 됐다.

 

이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생활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로 3.6%, 생활물가지수는 4.1%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물가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9% 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올해 4월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관리목표가 2.0~4.0%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 수준이 관리 목표치를 조만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관리 목표치였던 2.5~3.5% 범위는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도표1> 각종 소비자물가 현황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더구나 연간 물가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3.8%가량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이미 4.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환율 폭등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한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5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물론 근원물가 지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2008년의 경우에는 10월 이후 경기 급락세가 확산되면서 수요 위축으로 자연스럽게 물가상승세가 꺾였으나, 올해 상황은 정반대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 원달러 환율 강세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있지만 현 정부 전망처럼 경기 회복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물가상승 가능성을 유동성 측면에서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시중 유동성의 증감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상승 또는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유동성 공급확대를 목적으로 본원통화를 큰 폭으로 늘리기 시작해 경기 급락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본원통화 급증에도 불구하고 협의통화인 M1 정도만이 따라 움직일 뿐 M2(광의통화) Lf(금융기관 유동성)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본원통화 공급 확대 등 유동성 공급확대가 민간부문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통화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의 관계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소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추이와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M2의 증가폭은 2008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2보다 좀더 경제 전반의 유동성과 전반적인 향후 물가 수준 추이를 가늠하는데 연관성이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Lf 추이를 보면 이미 2009년 초부터 증가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점진적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9월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의 폭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시중 유동성 증가를 통한 잠재적 상승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물가와 시중 유동성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분명히 인상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및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환율전쟁으로 원화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원화 강세 현상을 가속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민간의 경기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게 한은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 운영은 특정 부분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총체적 입장에서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수출대기업을 위해 국내 소비자들과 수입기업, 중간 생산업체들이 보는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

 

<도표2>에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수출물가 추이를 보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수출물가는 원화기준으로는 소폭 상승했지만,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달러기준으로는 오히려 내렸다. 이른바 환율효과가 수출물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화 환율 하락을 달러 수출단가 하락에 반영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효과는 수입업체와 외국 원자재를 쓰는 중간가공업체, 그리고 일반 가계들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으로 수입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미 2008년 이후 지속돼온 고환율 상황으로 인해 원화기준 수입물가가 매우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높은 수입물가에 비하면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는 놀라울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물가 단계에서 수입물가의 충격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이 놀라운 생산성 향상을 보였거나, 그게 아니라면 물가 통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단기간에 그런 충격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통계 부실 때문이든, 국내기업들이 가격인상 대신에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가격인상을 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을 수입업체와 생산자, 소비자 등이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자의 경우에도 가공단계별로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순으로 단계별로 환율 급등에 의한 물가상승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각종 물가지수 추이 및 시장금리 현황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꺼려한다면 이는 민생경제보다는 여전히 수출대기업에게 수출보조금을 주어 가격경쟁력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대기업은 기술과 생산성 향상에 의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환율 인상 등 단기적인 미봉책에 의존해오다 보니 조그만 외부 환경 변화나 충격에도 휘청거리게 된다. 경기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언제까지나 일반국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대기업을 지원해줄 수는 없다.

 

기준금리 인상을 말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욱 침체하게 만들 가능성을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대출 수요가 준 은행들이 보유 자금으로 국공채 등을 대거 매입하는 바람에 정작 시장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시중 자금수요가 없어서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경기부양보다도 당장의 서민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현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10조원 규모의 예산편성을 하면서 내년성장률도 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GDP 분기별 성장률이 7~8% 수준을 기록하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채소파동이 아니라도 이미 일반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2008년 말의 경제위기 전후로 거의 배 이상 올랐다. 채소파동을 계기로 생선과 일반 소비재 등 다른 물가들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 가중과 부동산 거품의 점진적 해소 필요성이라는 국민경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갈 필요가 있다. 현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 조절 실패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물가 안정이 정권 유지에 직결되는 중요한 민생과제임을 깨닫기 바란다.

 


by 선대인 2010. 10. 12. 09:23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건에 이은 이재오 특임장관 조카의 특채 의혹, 현역장성 아들들의 ‘편한 부대’ ‘꽃보직’ 배정 비율이 높다는 국정감사 자료, 소수 과점업체에 의한 치킨 가격 담합 의혹,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휴대폰 소매시장에 대한 요금인가제 유지로 가격경쟁 봉쇄, 서울 일부 사립초등학교의 불법 정원외 입학 장사.

 

  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거나 자신들의 손실을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인 ‘을’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며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이를 시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법원 등 사법시스템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그 중 사립대들은 국공립대학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 장사’를 벌인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초중고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승자독식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딸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구조다.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남발한 것이 모두 이런 조치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체어를 타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가거나 사면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이들이 핍박받는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다.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턴키입찰 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싹쓸이하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 이렇게 해서 턴키로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하는 동안 지하철 9호선 2단계 턴키발주공사에서 건설업체간 가격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낄 수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사업 전반에서 이런 담합구조만 분쇄해도 한 해 수십조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교육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비대한 사교육에 의한 ‘승자독식구조’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1조5000억원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국정화두로 내세웠다. 무슨 국정화두가 시시때때로 바뀌는지 모르겠지만, 목표야 좋다. 하지만,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시장통에서 ‘오뎅쇼’, 방송에서 ‘눈물찔끔쇼’를 해봐야 불공정한 사회가 공정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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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8. 09:36
제목 그대로입니다. 추석 연휴에 읽을만한 추리소설을 트위터 사용자들(주로 저의 팔로워들이겠죠^^)께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추천받은 추리소설 목록입니다. 최대한 담는다고 담았지만, 어제 오늘 제 타임라인이 너무 붐볐던 관계로 빠진 목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께는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1차로 제목만 트윗한 적 있는데, 1차 트윗 목록은 맨 아래쪽에 따로 소개했습니다.(중복되는 책들 있지만, 참고하시라고ㅎㅎㅎ) 추석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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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byun: @kennedian3 어느날 평생 기르던 콧수염을 아내도 놀랠킬겸 재미삼아 깍았는데 아무도 그가 애초에 콧수염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살인을 주제로한 고전적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못지않은 긴박함과 스피드. 임마누엘 카레르의 "콧수염" 추천합니다^.^

Finkrider: @kennedian3 약간 정통 추리에서 벗어났지만 하드보일드 물 중에 몰타의 매 추천합니다 ㅋ 그리고 읽기 편한 윌리암 아이리시두요 ㅋ 공포의 검은 커튼 재밌습니다 ㅎㅎ

travis0722: Y의비극 추천합니다 ^^

sykim81: 나이들어 다시 읽어보니 셜록홈즈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까운 듯 합니다 RT @Royalpark: @kennedian3 셜록홈즈는 추리가 너무 단순하므로, 크리스티의 작품이 좋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Jin_il: 앨러리 퀸의 Y의비극

@Royalpark: @kennedian3 셜록홈즈는 추리가 너무 단순하므로, 크리스티의 작품이 좋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Youbohae: @kennedian3 추리소설 추천 : 출판사;발해 그후; : 코피리 연가

ByungikKim: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neopsyche: 엘러리 퀸의 그리스관의 비밀 추천합니다. 열흘 간의 불가사의도 재미있구요

adrock83: 앨러리 퀸의 이집트십자가의 비밀을 보시죠

tkbyun: @kennedian3 제가 나름 추리소설 광인데요?^^ 고전이라 불리는 윌리엄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히가시노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그리고 추리소설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엠마누엘 카레르의 "콧수염 강추합니다. 셋 중에 하나 꼽자면 콧수염ㅋ

sangchulmoon: @kennedian3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윌리엄 아이리시가 쓴 &apos;환상의 여인&apos; 정말 강추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apos;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pos;와 더불어 최고의 추리 소설로 꼽히죠.

lifa93: 뭐니뭐니해도 푸코의 추

shabang_kim: @kennedian3 지난 여름에 인상적인 추리소설 두권을 읽었는데요, 하나는 김내성 추리걸작선 연문기담, 백사도 였고 다른 하나는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 입니다. 후자를 추천하는데요, 서늘한 인간심리를 뼈속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dearwony: @kennedian3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도 추리소설이라고 주장해봅니다.

52gonggam: @kennedian3 추리소설에 최고봉은 단연 셜록홈즈가 아닐까요?

@Limpbest: @kennedian3 &apos;둘중에 누구가 그녀를 죽였다 추천합니다. 일본추리소설인데 길지도 않고

@kempforever: @kennedian3 요즘은 셜록홈즈 문고판도 나오더라구요.. 덕분에 다시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최고라고 꼽는 추리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최고지요.. ^^

mioDoEco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코, <얼간이> 미야베 미유키 추천이오. 재미나서 책장이 금방 넘어가요

serenajonga @kennedian3 화차, 나는 지갑이다

freeofex @kennedian3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모험> 시리즈나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들도 추천드립니다.

bluewolfchung @kennedian3 크리스티의 커튼 추천합니다.

freeofex @kennedian3 앨러리퀸의 후기 명작인 라이츠빌 시리즈도 추천합니다. <재앙의 거리>부터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tinimoon99 @kennedian3 추리? 스릴러? 하튼 골든 슬럼버 추천합니다 영화도 나왔는데 못봐서 모르겠고 원작소설은 정말 재밌게 봤어요

siesta16 @kennedian3 같은 작가의 <죽은자와의 결혼> 재미있게 봤어요. 이건 추리부분보다는 로맨스 쪽에 집중해서 봤지요.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로맨스에 가깝더라고요

shabang_kim @kennedian3 제가 두권(두권은 연작) 추천드렸는데...ㅠ 김내성 걸작선과 기리노 나쓰오 "잔학기"

manduyang @kennedian3 쥐덫, 브라운 신부 시리즈,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미야베 미유키의 모든 작품(특히 '모방범' '화차')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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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추리소설 정리(1): 이집트십자가의 비밀, 그리스관의 비밀, 열흘간의 불가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사건, 장미의 이름, 니미츠 클래스, 용의자X의 헌신,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경성탐정록, 둘 중에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셜록홈즈

 

by 선대인 2010. 9. 17. 17:27

정부나 국책연구소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체로 6%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올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환산 6%, 지난해 동기 대비로 7.6%를 기록했으니 크게 어긋날 전망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전망치는 G20회의 참가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표로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747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닌 것처럼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환율효과와 공공부채 증가 때문이다. 먼저 환율효과를 따져보면, 올들어 한국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급격한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급성장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덕분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경제위기 전에는 달러당 900원대 초반이었다가 11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처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 900원대에서 700원대까지 갔다면 지금 한국의 수출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900원대로 현상유지가 됐더라도 삼성전자 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공공부채 증가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국채와 비금융 공기업채를 합한 국공채 발행은 200조원 가량 급증했다. 정부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빚을 끌어다 쓴 것이다. 각종 PF사업이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나 4대강사업에 동원된 수자원공사가 합쳐서 50조원 가량의 채권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국공채 발행이 적지 않았지만, 이명박정부처럼 이렇게 마구잡이로 빚을 늘리지는 않았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가 세계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 이어 OECD 2위 수준이다. 재정부양책만 따져서 그런데,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 부양책 규모는 세계 1위일 것이다. 

 

이처럼 지금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민간 자력이 아닌 환율효과와 공공부문 부채로 빚어낸 것이다. 200조원은 GDP 규모의 20% 수준이다. 단순화하자면 200조원을 길거리에 그냥 뿌려도 지금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이 최소 20%는 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올해를 제외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막대한 빚으로 생색낸 뒤 빚잔치를 할 시점이 되면 한국경제는 매우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속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G20회의 개최를 두고 “전세계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성공경험을 배우러 오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회원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연례성 회의를 일찍 유치한 것을 두고 ‘국격’ 운운하며 우쭐대는 것은 꼴불견이다. 비유하자면, 이미 수억원의 빚을 진 가계가 부채 다이어트는 전혀 안하고 수억원의 빚을 더 끌어와 몇 년 더 흥청망청하는 것을 자랑하는 꼴이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경제연구소는 G20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중장기적으로 24조원 이상이라며 정부를 한껏 추어주는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24조면 경제성장률을 2%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정말 그런 효과가 있다면 각 정권은 요란하게 다른 경제정책 할 필요 없이 이런 행사만 유치하면 된다. 매년 두세 건만 유치하면 경제가 4%, 6% 추가 성장할 테니 모든 경제부처를 폐지하고 ‘국제회의유치부’만 두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G20회의를 개최한 미국 피츠버그의 지역경제라도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자칭 대한민국 최고 연구소라는 곳에서 버젓이 내놓고 상당수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니 떼거리로 꼴불견이다. ‘빚쟁이 대통령’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으로 포장되는데는 이런 한심한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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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17. 10:15

필자는 한때 신문기자였다. 그것도 이른바 족벌신문으로 불리는 한 신문사의 기자였다. 입사 때는 필자도 정의의 필봉을 휘두르겠다는 푸르른 열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언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은 고사하고 언젠가부터 필자의 뇌수가 녹아 내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압사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황급히 탈출한 것이 2002 5. 입사 6년만이었다. 그 뒤로 필자는 지금은 없어진 미디어다음 취재팀에서 일하며 신문산업 밖에서 미디어 환경의 급변을 지켜봤다. 또 지금은 저자로서, 취재원으로서 많은 언론 종사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한국 언론의 구조적 병폐와 문제점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부동산 문제에 천착하게 된 한 계기도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 한국 언론의 낯뜨거운 선동보도를 정화해보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글을 쓰면서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경제 정책에 관해 기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다.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라고 할 수밖에 없는 저질 경제신문과 조선일보 등 일부 기득권 신문들의 선동보도 또는 왜곡보도는 말할 것도 없다. 경향이나 한겨레, 문화방송 등의 기사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지난해 출간했던 <위험한 경제학>에서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여론을 어떻게 비틀고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오판을 유도하는지에 대해 꽤 자세히 설명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보통 취재원들은 향후 언론 노출을 위해서라도 언론에 대한 정면 비판은 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태도가 불쾌하거나 적잖이 당혹스러운 언론인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언제까지는 한솥밥 먹던 기자 출신이니 더더욱 그런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필자는 못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얼굴 한 번 더 비치고, 신문에 이름 한 번 더 내는 것에 목을 매는 경우와 대비되니 오만하게까지 비치는 모양이다. 필자는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부동산 부양책에 대해서도 매우 강하게 비판하는 편이라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언론에서는 필자를 기피하거나 틈만 나면 공격하려는 기세가 역력하다.

 

필자도 그런 언론사의 기피증이나 불쾌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한국 언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건강한 긴장관계라고 믿고 있다. 언론이 그 정도 긴장관계가 부담스럽다면 거꾸로 한국 언론이 취재원과 얼마나 유착돼 있는지, 또는 한국의 언론인들이 얼마나 편하게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물론 필자는 강하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올바른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칭찬과 호평을 아끼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칭찬할 일보다는 비판할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시간과 여력이 안돼 그냥 지나갔을 뿐 비판해야 할 언론 보도는 매우 많다. 한국 언론은 왜곡된 사회경제구조를 반영하듯 매우 일그러져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 같은 필자의 판단은 필자만의 착각은 아닌 듯 하다. 대중과 언론학자들을 막론하고 방송과 신문 등 기존 매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불신은 실제로 구독률이나 열독률, 시청률이나 신뢰도 저하 등 각종 지표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들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몰상식하며 이해관계에 오염된 보도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를 꿰뚫어보는 방법에 관한 별도의 책을 쓰고 싶은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급한 주제들에 밀려 선뜻  그 뜻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그런 급한 마음을 달래주듯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이 출간됐다. <9 거짓말>(시사인북). ‘KBS 사원행동의 핵심멤버였던 최경영 기자가 저자다. 최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회 수상해 기자로서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이고, KBS의 탐사보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점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기자는 각 장을 한국 언론의 몰상식과 워렌 버핏의 상식을 대비해가며 한국 언론이 얼마나 상식과 정도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극히 자본주의적 인생을 산, 그래서 세상의 그 누구도 빨갱이라고는 하지 못할 세계 최고의 자본가의 상식과 철학을 통해 우리 사회 언론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비 효과를 노린 구성인 셈인데, 이런 시도는 실패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언론이 가장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고, 대중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영역이 경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국익이나 중립또는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는 지를 분석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그 실체가 설령 대운하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이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용정부라고 칭하면 설명 그 본질이 권위주의적 기득권 옹호집단에 가깝더라도 언론은 그저 실용정부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 재벌이라는 말 대신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국의 재벌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고 또 그 언론이 그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왜 대량해고또는 대량감원’ ‘대규모 실직이라는 단어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이라는 용어들 가운데 파업할 때만 왜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서 좌경집단이기를 덧칠하는 행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또한 극소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한 기득권 신문들이 서민경제파탄이라고 매일 노래하던 기득권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입을 다무는 편파적 행태도 비판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보금자리 주택반값 아파트’ ‘친서민 주택정책라고 선전하는 국토부의 주장을 언론이 그대로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줄이고, 최소 3,4억씩 가는 분양용, 투자용 주택을 마구 지어대는, 그리고 주변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강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미 시세수준 아파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기자들은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가.

 

책 내용 가운데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9년 미국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인 <뉴욕타임스> 데이빗 바스토우 기자의 ‘TV애널리스트의 이면, 국방부의 검은 손에 관한 소개. 바스토우기자는 TV에 객관적인 군사평론가로 소개되는 퇴역 장성 수십여명이 사실은 이라크전으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의 임원이거나 하청업체 사장, 또는 로비스트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한다. 바스토우 기자는 또한 이들이 CNN, MSNBC, FOX 등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에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한 곳이 다름 아닌 미국 국방부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최기자는 바스토우 기자의 탐사보도는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교묘하게 숨겨져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어떻습니까?(중략)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민간 부동산컨설팅 업체의 임직원들은 모두 부동산 업황의 이해당사자들입니다. TV 또는 신문에 등장하는 상당수 부동산 관련학 교수들도 간접적으로 시행사 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연관돼 잇습니다. 심지어 언론에 등장하는 부동산 관련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직접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거나 심지어는 땅장사, 빌딩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3 <특별기획 한국 사회를 말한다>를 만들면서 부동산 시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 소재의 명문대학 교수 3,4명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서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히 자신들만의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중략)

객관적 전문가또는 학자나 교수로 공공 매체인 언론에 등장할 때는 최소한 자신들의 현재 부동산 투자 사업과 컨설팅을 부업 또는 본업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또 언론은 전문가를 필진이나 토론 패널로 쓰기 전에, 이력을 철저히 검증해서 곡 2의 명함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잇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는 2의 명함을 통해 그 전문가나 교수가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그들의 말을 가감해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언론이 독자라 시청자에게 하는 공익적 서비스입니다.”

 

평소 필자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적이다. 필자는 그동안 기자나 PD, 토론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최기자가 주장한 내용을 숱하게 요청해왔다. 적어도 건설업계에서 설립한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같은 단체들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 ‘대한주택협회 부설과 같은 수식어만 달아줘도 사람들의 판단은 일정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것임은 너무나도 뻔한데도 각종 TV토론이나 기사 등에서는 마치 이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포장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알면서도 그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정말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하기는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 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 찌라시 신문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아파트 분양광고에 민감할 이유가 없는 방송이나 일부 신문조차 똑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를 떠나 문제의식의 마비현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정론지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와 같은 역할을 이 나라의 주류 언론이라는 조중동이 해줄 것이라고는 당초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그 같은 역할을 일부 해주던 프로그램들이 MBC <PD수첩>이나 KBS의 일부 시사프로그램이었다. 특히 2년 여전 KBS 시사기획 쌈에서는 이들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부동산정보업체 종사자,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족들의 이데올로그들의 이해관계와 정부-언론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적이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한 이후 시사기획 쌈은 시사기획 텐이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후 그다지 의미 있는 방송을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가 기울었고, 계속 집값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했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객관적인 전문가로서 우리의 TV화면과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 인수위 당시 인수위에서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 영업에 이용해 검찰조사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던 고종완씨 같은 인사를 최근 MBC KBS 같은 방송들은 사회적으로 복권시켰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자. 최기자의 비판은 이어진다. “한국의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에게파업은 항상 국가경제에 치명타이지만, ‘구조조정즉 대량해고는 기업의 회생과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반면 파업을 하면 일주일에 손실액이 수조원에 이르러 국가 경제에 심각한 내상을 입한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그러나 삼성과 현대그룹의 총수 이건희나 정몽구씨가 수조 원을 탈루하고 탈세와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 전문가들의 논리는 정반대가 됩니다. ‘주인 없는삼성과 현대의 경영을 걱정하며 국가경제가 추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엄상릉 부립니다. 직장인은 종종 수천명 정도씩은 잘려줘야 국가경제가 살아나고, 반대로 수천억원을 탈세한 사람은 대충 재판받고, 빨리 사면 받아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

 

부정과 부패, 배임과 탈세 그리고 반칙과 위선의 결정체들을 옹호하는 이른바 전문가와 상당수 언론들의 몰상식에 비해 워렌 버핏의 상식은 어떤가. 워렌 버핏은 “2003년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회사가 내는 세금의 액수가 지난 수십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삼는다. 그 해 버크셔 헤더웨이가 낸 세금 33억 달러( 4조원)는 그해 기준 미국 전체 기업이 연방정부에 낸 법인세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최기자의 말마따나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부동산 회사의 관리원으로 위장 취업시키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던 한국의 대통령이나, 그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적으로 수조원을 탈루한 악질적 범죄를 말끔히 사면받은 한국의 재벌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벅찬 기이한정신세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언론들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기득권 위주의 보도를 지속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기자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기자 생활을 30년 넘게 한 50대 중반 이상의 언론인들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기자의 이 같은 주장은 주로 KBS 내부 사정을 특히 감안한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언론에서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젊은 기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필자가 다녔던 신문사에만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군소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광고와 엿 바꿔 먹고기자들에게 사실상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하는데, 이런 신문사의 기자들이 무슨 사명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KBS 내부의 사정은 조금 더 다르고, 심한 것 같다. “한국은 중견언론인일수록, 도는 중견언론인이 돼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집니다. (중략) 이분들은 초년병 시절에는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데스크나 부장으로 들어앉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했던 경험이 일천합니다. (중략)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써서 보도하는 것이 이분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젖어 있다 보니 이들 중견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탐사보도나 PD저널리즘이 거꾸로 객관 보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도물을 기획하는 것은 젊은 PD나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방송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자는 묻는다. “청와대나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자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견언론인들에 대한 최기자의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KBS MBC에는 현재의 50,60대 방송 언론인들이 1970~80년대 이후 어떤 보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증명하는 많은 자료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매우 미온적이라는 것. “그들이 진행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파렴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기자의 해석이다.

 

과거, 정권의 감시견이기는커녕 애완견들이었던 이 50, 60대 방송인들이 우리 언론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이분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마치 자신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양 과거를 오도하는 현재의 작태입니다. 또 과거를 오도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젊은 기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폐단들입니다.(중략) 꼿꼿한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언론인은 1970~80년대에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조직에 순응한 기자들이 언론사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됐습니다. 기자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나 여당 정치인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언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자는 중견 언론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상업주의로 인해 한국 언론의 뉴스가 점점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업주의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20여초, 불과 8~9문장과 인터뷰 1,2개로 구성된 방송 리포트에서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얻습니까? 쓰는 사람도 내 기사에는 정말 정보가 없다고 여길 때가 많은데,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무슨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신문은 방송 뉴스처럼 팔릴 만한동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니 언어로 분탕질을 합니다. 격한 용어와 선정적인 편집으로 독자를 현혹합니다.”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처럼 이해관계에 깊이 오염된 언론 보도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있다. 한국 언론기자들이 증시상황을 보도할 때 몇몇 애널리스트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피상적 분석을 짜깁기한 뉴스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중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뉴스를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다며 한국 언론의 날탕식, 선동식 보도를 질타한다.

 

백인남성 교수에게 약하고, 정치부나 경제부든 이른바 권력과 돈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행태를 근거로 권력에 굴종하는 순치된 언론인들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언론사 사주의 이해관계와 쉽게 일하려는 기자들의 비()프로페셔널리즘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으로서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취재 시간, 인적 사원, 그리고 돈이 들지 않으면 권력을 감시하는 비싼 뉴스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기득권과 등을 지는행위에는 유무형의 압력도 뒤따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한국 언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가 해당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동산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국토해양부에 적을 두고 건설업체들과 부동산정보업체들을 주요 취재원으로 삼는 부동산 담당 기자들을 만나보면 이른바 건설족들의 논리부동산을 재테크 차원에서 보는 시각에 절어 있음을 많이 느낀다. 그나마 금융기관, 한국은행, 금융위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현재의 부동산 문제가 경제위기에 관한 문제임을 훨씬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출입처의 자장이 얼마나 강한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부동산 담당기자들의 사례가 아닌가 한다.

 

서평이 너무 길어졌다. 결코 두껍지 않은 이 책 내용 가운데 소개할 내용은 더 많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줄여야 할 것 같다. 너무 자세히 소개하면 독자들이 이 책을 사보려는 유인이 떨어질 것이므로. 끝으로 한 구절만 소개하고 서평을 맺고자 한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최경영 기자와 같은 기자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겸비한 새 세대 기자들이 이국 땅에서 반강제 연수를 하지 않고 한국 언론의 주류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중이 우매한 상태를 벗어난다면 한국 언론도, 이 나라도 조금은 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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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15.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