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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와 함께 국내 증시도 폭락과 폭등을 경험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그와 함께 2009년 상반기 이후 하향 안정화돼오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그 동안 수많은 자료를 연구, 발표해온 바 있지만, 여기에서는 국제수지표상의 일부 지표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 <도표1>에서 국제수지 분기별 추이에서 자본수지 추이를 보자. 2006년부터 국내 시중은행 등이 부동산대출 자금마련을 위해 단기외채 차입을 크게 늘림에 따라 자본수지 흑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은행 등이 외화차입 상환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은행이 대신 외화를 금융기관에 지원해주는 식으로 외화차입 상환에 나서게 되었고 그로 인해 큰 폭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불과 몇 개월 후의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채 출범하자마자 어리석게도 고환율 정책을 실시했던 것이다. 2009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다시 유입됨에 따라 자본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보였다.
<도표1>
그런데 자본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증권투자 유입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아래 <도표2>를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자본의 국내 증권투자를 나타내는 증권투자 부채는 금융시장개방이 급격히 진행된 1990년대 초중반 급증한 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다가 2003년에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에는 80.5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다시 303.8억 달러까지 급증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외국인들의 증권 매도가 러시를 이루면서 -258.9억달러까지 유출됐다. 하지만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기 시작한 2009년 1분기 이후 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급증하면서 2009년에는 493.8억달러로 사상 최고의 유입이 이뤄졌다.
이처럼 지난 한 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입된 증권투자에 대해서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2009년 자본수지 264.5억달러를 두 배 가량 상회하는 수치로 단기적으로는 2009년 1분기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주식시장이 2008년 폭락 이후 2009년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도 환율효과에 따른 국내 수출대기업들의 주식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과도한 상승을 부추긴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투자의 성격상 증권투자로 유입된 자본은 주로 주식시장 등에서 자본 차익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일시에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또 다시 금융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급속한 탈출러시로 언제든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을 뒤흔들어 환율 폭등과 증시 폭락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로 나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단기 급등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3>에서 KOSPI지수와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봐도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 2007년 하반기 이후 막대한 물량을 순매도하면서 KOSPI주가가 정점을 찍고 폭락한 반면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급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외국인의 거액 순매수가 동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2007년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순매수 추이에 따라 요동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이 대외 경제의 돌발 상황에 따라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한국 증시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 등에서 남유럽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주가 조정’ 정도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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