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유명한 아시아경제 전문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009년 7월 27일(미국 시간 26일) ‘급속한 회복 신호 자체가 버블이다(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 칼럼은 한국과 중국을 주로 예로 들며 아시아 경제가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일시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조기 회복론에 들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경고였다. 필자 또한 그의 칼럼 내용에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 칼럼 내용을 거의 정반대 내용처럼 소개했다. 그가 본론 전개에 앞서 칼럼 도입부에 겉으로 한국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짧게 언급한 것을 마치 칼럼 내용의 핵심인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특히 페섹은 칼럼 첫 줄을 ‘한국의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칼럼 전반의 내용을 고려하면 약간은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의 상당수 언론들은 이 문장을 따서 ‘한국경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등의 제목 아래 페섹의 지적과는 정반대로 그가 마치 한국경제에 대해 굉장히 호평한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아예 원문 내용을 바꿔 날조를 해버린 것이다.

 

 (*사실 이 글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페섹의 칼럼 원문을 읽어보는 게 좋지만, 너무 길어질까봐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다만 페섹의 칼럼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바란다. 현재 한국 및 아시아경제 상황을 잘 알려주는 좋은 칼럼이다. 칼럼의 번역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필자가 번역한 전문을 볼 수 있다. )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110&sid=awbeFpo0K1kw (칼럼 원문)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pesek (번역 전문)

 

이제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과 왜곡 과정을 보기 위해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시간순으로 살펴보았다. 


페섹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연합뉴스)

블룸버그 “한국에 경의를...아시아 버블 우려”(매일경제)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문화일보)

아시아경제통 페섹 “한국 빠른 경제회복세에 경의”(파이낸셜 뉴스)

블룸버그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프레시안)

“한국경제 회복세 경의를 표한다”(서울경제)

페섹 “한국 빠른 회복에 경의”(한국경제)

페섹 “韓 놀라운 성장에 경의를”(머니투데이)

“한국의 빠른 경제 회복에 경의”(세계일보)

“한국 경제 회복세에 경의를 표합니다”(중앙일보)

“한국 경제, 빠른 회복 가능”(조선일보)

페섹이 한국에 모자 벗고 경의 표한 이유는?(머니투데이)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서울경제)


이를 보면 알겠지만, 페섹의 칼럼내용을 가장 먼저 기사화한 것은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들이 그날 보도할 주요 뉴스들을 선별할 때 참고가 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의제 설정 기능이 상당히 강하다. 연합뉴스 보도가 네이버에 뜬 뒤 24분 후에 뜬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제목부터 기사 내용까지 거의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있다. (참고로, 한국 언론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끼고 나서 자사 기자들의 이름을 달아 자사가 직접 보도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표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경우라면 기사 작성자가 당장 해고될 정도의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오히려 데스크들이 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언론이 최소한의 보도 윤리조차 지키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페섹이 현상을 설명한 뒤 비판적 시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마치 칭찬하는 톤으로 바꿔 소개한 것이다. 또한 한국과 아시아를 분리해 페섹이 한국은 칭찬하면서도 아시아에 대해서는 버블을 우려한다는 식으로 교묘히 기사를 작성했다. 그래도 연합뉴스는 이후 이어지는 후속보도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래도 제목에서 ‘아시아 버블 우려’라는 표현도 넣고, 내용에서도 페섹의 경고를 상당 부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보도부터는 거의 날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한다. 문화일보 보도를 보면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제목 아래 ‘미 칼럼니스트 페섹 극찬’이라는 부제까지 달아놓았다. 또 “미국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 현상을 우려했다”는 부분은 아예 빼버렸다. 그리고 페섹의 경고는 마지막에 두 문장으로 짧게 처리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문화일보도 사세나 발행 부수에 비해서는 의제 설정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대부분 조간신문이나 방송사들이 지면이나 뉴스 제작시 석간인 문화일보를 참고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일보 보도 이후 거의 모든 언론들은 문화일보와 비슷한 톤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머니투데이가 운영하는 케이블방송인 MTN은 아예 ‘페섹이 극찬했다’고 표현했고, 조선일보는 “27일 나라 안팎에서 한국경제에 관한 '굿 뉴스'가 쏟아졌다”고 소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7월29일 사설에서 ‘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위기 극복 성과’라는 사설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극복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며 페섹을 인용했다. 심지어 이 사설은 “페섹의 평가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우리 경제에 대해 강한 비관론을 펴왔기 때문이다”라며 마치 그가 전향이라도 한 양 소개했다. 매일경제도 7월 29일 ‘아예 정치인을 수입해볼까’라는 칼럼에서 페섹을 인용한 뒤 “(한국경제가) 이런 칭찬을 들을 법도 하다”고 되풀이했다. 조선일보는 7월30일 다시 ‘라이언 일병과 출구전략’이라는 외부필자의 시론을 통해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대처와 경기부양으로 2분기 성장률이 2.3%(전기대비)를 기록할 정도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호평을 한 것”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반복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 여당들도 그 같은 왜곡보도를 인용해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언론 보도 다음날인 7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지독한 이명박 정부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곳곳에서 실물경제회복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과 관련해서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페섹의 칼럼을 근거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틀 뒤인 7월 30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상조...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라는 기사체 형식의 정책정보를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올리면서 “나라 안팎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칭찬이 쏟아졌다”며 언론 보도내용을 인용했다. 


한 마디로 언론이 거의 날조에 가까운 왜곡보도를 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근거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도 없다.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격이니 바보천치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부 여당이 이 정도 수준이니 너무 (비)웃기다 못해 서글퍼질 정도다. 만약 페섹이 한국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국, 중국 등 아시아경제에 대한 경고를 ‘찬사’로 알아듣는 한국의 주류 언론과 정부 여당을 보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한국 정부 당국과 여당의 한심한 수준을 알고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국내 언론들의 조작왜곡보도와 정부 여당의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칼럼 내용을 ‘정직하게’ 소개한 언론사는 프레시안뿐이었다. 프레시안은 “빠른 회복 신호, 그 자체가 거품”이라며 페섹의 칼럼 제목을 그대로 기사 제목으로 썼고 기사 내용도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해 보도했다. 또한 한국 언론들의 날조 보도가 이어지자 기가 막혔던지 프레시안은 ‘외신 왜곡...미디어법이 우려되는 실제 사례’라는 제목으로 페섹의 칼럼과 문화일보 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정말 한국경제가 엄청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냉엄한 현실도 모른 채 기득권 언론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젖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어! 이러다 2000되나?’(머니투데이 8월4일자), ‘1년전 MB말 듣고 주식 샀더라면 부자됐을 텐데’(뉴데일리 8월4일자) 등의 주식 투자를 선동하는 듯한 보도를 하면서도 페섹의 칼럼 내용을 자기들 멋대로 끌어다 댔다. 

도대체 외신 기사 내용마저 정반대로 왜곡하는 이런 파렴치한 언론들을 정상적인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자신들을 욕하는 줄도 모르고 칭찬으로 알아듣는 한심한 정부 당국에 의지해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비아냥거리는 톤의 칭찬을 극찬으로 바꿔놓는 한국 언론의 상상력에, 자신들을 비판하는 칼럼조차 찬사로 새기는 한국 정부의 포용력에 경의를 표한다. 잠깐, 이마저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겠지.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8. 6. 09:22

긴 말 드리지 않겠습니다. 5월 미분양 물량에 관한 아래 두 개 기사를 읽어보기만 하면 첫번째 기사가 얼마나 왜곡된 보도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미분양, 불티나게 팔렸다"는 게 정확한 제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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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all&sub_type=&docid=MD20090703110112722&section=recent&limit=20&t__nil_estate=news&nil_id=3

미분양 "불티나게 팔렸다"...1만1918가구 줄어 아시아경제 | 입력 2009.07.03 11:01

미분양 주택이 한달새 1만가구 이상 줄어들었다.

국토해양부는 5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이 15만1938가구로 전월에 비해 1만1918가구 줄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은 1812가구 줄어든 2만7344가구였으며 지방은 1만106가구 줄어든 12만4594가구였다.

지방에서는 광주에서 전월대비 24.8%(2819가구) 줄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경남 -16.3%(2355가구) △울산 -12.0%(1093가구) 등 3개 지역이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또 △부산-8.0%(1188가구) △충북 -7.9%(582가구) △서울 -6.9%(159가구) △인천 -6.5%(141가구) △경기 -6.1%(1512가구) 등지에서도 미분양이 많이 팔려나갔다.

이에비해 전남 5.7%(355가구), 경북 0.4%(58가구) 등 2개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났다.

국토부는 미분양 주택이 중도금 혜택이나 분양가 할인 등의 판촉마케팅에 힘입어 상당폭 팔려나가며 미분양주택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줄어든 물량 중 절반 정도는 지방 사업장의 분양승인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이 큰 광주와 경남, 울산 등지에서 분양에 나섰던 건설업체들이 분양승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후 미분양은 5만4141가구로 지난달보다 1476가구 늘어났다. 수도권에 2185가구의 준공후 미분양이 남아있으며 지방에는 5만1956가구가 남아있다.

◆5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031759465&code=920202

국토부 “5월 미분양 급감”… 내막 살펴보니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ㆍ“전국서 1만여가구 올 최대규모 감소” 발표

ㆍ불황에 지방 승인물량 취소탓…“숫자놀음”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올 들어 최대 감소폭을 보이면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는 “5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5만1938가구로, 전달보다 1만1918가구 줄었다”고 3일 밝혔다. 4월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 달 새 1만가구 넘게 줄어들면서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6월(14만7230가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은 1개월 새 1812가구가 줄었고, 지방은 1만106가구가 줄었다.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올 들어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3월 양도소득세 한시면제 혜택을 보기 위한 신고 물량이 급증해 사상 최고치(16만5641가구)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1개월 새 미분양 물량이 갑자기, 그것도 대량으로 줄어든 원인이다.

국토부는 5월 미분양이 감소한 것은 미분양주택 구입시 양도세를 한시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정부의 미분양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부동산시장도 점차 회복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이유도 일정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건설사들이 기존 분양승인 물량을 취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방 건설사들은 요즘 분양승인을 받았던 아파트에 대해 잇달아 승인 취소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분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5월 미분양주택 감소폭이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훨씬 컸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4월에 비해 2819가구가 줄어 미분양 감소폭이 가장 컸던 광주의 경우 건설사 구조조정에서 D등급을 받은 대주건설이 대거 분양 취소를 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어 경남 2355가구, 경기 1512가구, 부산 1188가구가 각각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의 이번 미분양 주택의 대폭 감소는 ‘수치 놀음’인 셈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는 더욱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 시장의 실제 분위기는 훨씬 엄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준공 후 미분양은 수도권 2185가구, 지방 5만1956가구 등 총 5만4141가구로 전달보다 1476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은 250가구가 줄었지만 지방에서 1726가구가 늘었다.

이는 수도권의 분양 시장에는 다소 온기가 돌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한겨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2만3192가구였다. 이어 대구(1만9851가구), 충남(1만7229가구), 경북(1만4929가구), 부산(1만3602가구), 경남(1만2124가구) 등의 순이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7. 4. 09:05


OECD가 30개 회원국의 2009년 1~4월 실업률을 집계한 결과 한국의 실업률은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기사가 오늘(6월 23일) 다음 탑 화면에 걸려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과 동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의 실업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OECD 30개 국가간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취업률이 63.9%로 OECD평균인 66.7%보다 낮은 한편 실업률 또한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처럼 실업률과 취업률이 함께 가장 낮게 나타난 결과,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32.9%로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또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으며,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다.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2>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2>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3>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4>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4>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체감실업률에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가사나 육아 종사자로 전환한 경우나 가족단위 자영업에 종사하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 등은 통계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과 군입대를 통한 실업완충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더 높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23. 08:56

 

어제 이동관 대변인이 MBC 경영진 퇴진을 공개 촉구했다는 발언 내용을 들어보니 기가 차더군요.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하죠. 이동관 대변인 발언을 자세하게 소개한 프레시안의 기사에서 MBC에 대한 발언 내용을 조중동으로 제가 바꿔봤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한 때 같은 신문사에서 일했다는 게 서글퍼지는군요. 프레시안 원문 기사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원문 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619111843

 

 

 

<제가 패러디한 기사>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조중동의 일관된 편파왜곡보도와 관련해 "선진 외국에서 이런 저질 편파 신문들이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왜곡보도가 계속됐다면 전국민이 열 번은 들고 일어나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사퇴했어야 했을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진국에서는 작은 오보도 사죄하는데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고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편파·왜곡보도를 수십 년 지속했다는 이에 대해 광고불매운동을 벌이는 국민을 범죄인 취급하고, 법무장관까지 나서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현 정부는 정부 출범 초부터 KBS와 YTN 등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 방송을 장악하고, 조중동 등 일부 기득권 신문을 위해 방송법까지 개악하려 하고 있다”며 “아고라에 글을 쓰던 한 네티즌을 ‘경제위기를 조장하고 환율을 폭등시켰다’며 수사까지 하고 이제 방송 시사프로그램의 정부 정책비판까지 일부 오보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을 동원해 탄압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게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어떤 나라에서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조중동 등 기득권신문의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 이는 음주운전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자기는 바로 간다고 하는데 옆에서 보면 비틀거리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라고도 했다.

 

언론인 출신인 이 대변인은 "전직 언론인으로서 (말하는데,) 이른바 재벌광고주에 영혼을 팔아 모든 사안에서 객관적 진실을 압사시키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조중동이) 반성, 사죄는커녕 언론탄압이라고 하는 것은 국면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대변인은 "언론사는 단순히 이익을 남기고 수지를 맞추는 차원을 넘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는 건 말끝마다 ‘공평무사’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면서 "(조중동의 경영진이) 그런 평가의 잣대에 어긋나는 경영진이라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 폐간운동을 벌이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언론사도 민간기업인데 광고영업을 위해 광고주들에 유리한 기사를 쓰고, 사양길에 접어든 사세를 죽이 맞는 정권에 기대 되살려 보려는 처지는 감안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조중동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조중동의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청와대는 전날도 조중동에 맹공을 가했지만 이날 발언은 수위가 더 높아진 것. 이 같은 공세가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20. 15:58

  

앞으로 기사를 보다가 왜곡이 좀 심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하나씩 퍼와서 실제와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게 하는 엉터리 언론보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의 해결도 어렵고, 선량한 일반인들이 너무나 많은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밝혀 실명비판을 하겠습니다. 꾸준히 이런 글을 띄워 기자들에게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시간이 나는대로 해볼 요량이니 간격은 일정치 않을 겁니다. 제가 전직 신문기자였고 또 부동산 문제가 제 전문분야인 만큼 이 같은 일을 할 적임자가 아닐까 판단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6월17일 발표한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대해 제가 보기에 가장 엉터리 왜곡보도가 심한 아시아경제의 기사와 이와 대비되는 이데일리 기사를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 11개월내 '최고' (아시아경제 황준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0514045&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topright=estatenews1

 

 

또한 실거래가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강남 개포 주공 1단지(3층)로 지난달 대비 6000만~7000만원이 오른 9억6000~9억7000만원인 것으로 신고됐다. 이어 서초동 반포 에이다이디 차관 아파트(2층)가 10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대비 최고 65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에서는 서울 도봉구 창동 상계 주공 17단지(10층)가 지난달 대비 400만원가량 상승한 1억31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는 서현 시범 우성아파트(10, 13층)가 6억1500만원~6억3500만원 사이에서 거래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5월의 실거래가가 오른 곳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5월 실거래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링크한 국토부 보도자료를 한 번 열어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ltm.go.kr/USR/N0201/m_71/dtl.jsp?id=155354605

 

오히려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내린 사례가 더 많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 패턴은 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가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으니 다시 호가 거품이 빠지면서 실거래가도 소폭이나마 내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이 단기에 급등한 탓에 서울 강남의 경우 거래량도 적정가 하한선 이하 거래량을 포함했는데도 지난달 대비 줄어든 것도 그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에 서울 강남 재건축 가격이 고점 가격을 회복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국토부 실거래가의 2006년 11월 가격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참고로, 보통 강남 집값이 상승한 뒤 주변지역으로 번져가며 상승했다가 집값이 내릴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5월 강남 실거래가는 내린 반면 다른 지역의 실거래가는 미미하지만 상승한 사례들이 꽤 있는 것은 강남 상승 여파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집값 상승의 진앙지였던 강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국면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과 같은 가격 급등세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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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인데, 훨씬 더 드라이하게 객관적인 보도를 한 기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위의 기사와는 제목부터 상당히 다른데 같은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포인트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제가 설명했지만, 지금의 시장 추이를 제대로 읽고 있다면 아래 기사처럼 강남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것을 포인트로 잡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집값 상승과 하락에 대해서도 비교적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대단히 깊이 있는 분석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 기사처럼 적어도 주어진 지면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자 노력은 해야하겠지요. 이 기사를 위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엉터리 왜곡보도가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강남 아파트 거래량 급감..전월대비 765건↓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2908658&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subright=estatenews4

 

 

(전략)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단지별로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2층)은 전달에 비해 1800만~3300만원 가량 떨어진 8억9500만원과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 개포주공1단지 51㎡형(5층)은 8억9500만원에 거래돼 전월에 비해 최고 55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반면 거래량이 증가한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다소 가격이 올랐다. 상계주공17단지 37㎡형(10층)은 전월에 비해 300만원 오른 1억3100만원에 거래됐고 노원구 월계 미륭아파트 52㎡형(7층)은 900만원 가량 오른 2억6000만원에 팔렸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8. 08:46

지난해말부터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 숱하게 발표됐다.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2.5만명), 미래산업청년리더 10만명 양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추가대책(3.4만명), 공공부문 청년인턴제(2.3만명), 사회적 일자리 확대(12.5만명) 등 사업 대상과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대책이 발표됐다. 또 가장 최근에는 28.9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의 일부로 정부가 3.5조원을 투입해 22만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5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시기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의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현 정부 일자리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이 처우 수준이 매우 열악한 임시직이라는 점이다. 아래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2009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요 일자리관련 사업은 연간 73만원( 6만원)~982만원( 82만원) 정도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통해 만들겠다는 일자리 또한 이와 대동소이하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확대, 숲가꾸기, 아이돌보미 사업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대, 학습보조 인턴교사, 대졸 미취업자, 조교 채용,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올해 계획했던 단기 일자리를 확대하는 한편, 2조원을 투입해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 40만 명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희망근로프로젝트를 새로 도입했다. 2009년 예산과 추경예산에 반영된 일자리들이 모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 전후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단기 일자리 사업들은 실제 집행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과 혼선을 낳고 있어 사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추경예산안에 반영된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실상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사전준비 없이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참여인원 수를 강제 할당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정말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선별하기보다는 참여자 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예컨대 우리 연구소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약 2,000명의 참여자 수를 할당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할당된 참여자 수를 채우지 못해 여러 차례 되풀이해 공고를 내고 관내 사회복지기관 등 관련 단체에 수시로 참가자 모집을 독촉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실상 비교적 충분한 재산과 여윳돈이 있는 노인들이 소일거리 삼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우리가 대상자가 되겠느냐며 반신반의했던 60대 부부가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단 돈 몇 푼이 아쉬운 기초생활 수급자 가운데는 이 같은 단기 일자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사업에 참여해 소득이 생기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이유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희망근로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진행하는 사업은 풀 깎기나 휴지 줍기, 광고 전단지 떼기, 도로나 광장 바닥에 붙은 껌 떼기, 단순 행정업무 보조 등 기존 공공근로 사업과 거의 다름이 없다. 기존 공공근로사업으로 하던 일을 추가로 하다 보니 실제 일거리가 많지 않아 지자체에서는 그다지 필요도 없는 허드렛일을 만들어내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 참가자를 지원받는 대상기관들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고양시 관내 한 사회복지관의 경우 약 100명 가량의 사업 참가자를 고양시로부터 할당 받았으나, 실제로는 인력들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6개월 이내의 단기 근로자들인데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아 지속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는 단순 행정업무 보조나 청소나 물품 배달 등 심부름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도 많지 않아 사업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하루 두세 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심지어 제대로 된 인력이 없다 보니 사업참가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추가로 시간만 빼앗기게 된다고 불평하는 사회복지관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은 비단 고양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도, 정말 혜택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진행하지도 못하는 전시행정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대규모 건설토목사업을 벌여 재벌 건설사들에 자금을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한 단기 일자리를 마구잡이로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토목사업이든 단기 일자리든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은 막대한 재정적자 남발로 질 낮은 단기 일자리를 대량으로 양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를 남발하면서까지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 없는 사람들에게 질 낮은 일자리를 갖게 해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만 낮추는 데 급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일자리 대책들이 반복되는 바람에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은 경제위기 한 복판에서도 3%대의 기적적인 수치를 나타내는 반면 체감 실업률은 13~15%를 오르내리는 기막힌 괴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 목적이 저소득 가계에 대한 소득 이전이라면 차라리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직접 생활비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일 정말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면 방과후교사 확대, 영유아 보육사업 지원, 노인장기요양사업 확대 등 어차피 사회적 수요가 있으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에서 지속성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고양시 관내 사회복지관의 한 직원은 “6개월짜리 단기 근로자 100명을 지원해주는 것보다 같은 예산으로 2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인력 10명만 지원해줘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복지 서비스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이도 저도 아닌 가운데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면서 실효는 거두지 못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전시행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 값은 헐값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부동산 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리는 시장의 자기조절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람 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야 중장기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이 증가하고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소득이 다시 내수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 노사민정 대타협을 발표한 직후부터 기업들은 대졸 초임을 대대적으로 깎아 내렸다. 정부는 오히려 이 같은 기업들의 조치를 일자리 나누기라며 독려하는 한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각종 단기 일자리 양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88만원짜리도 안 되는 6만원 짜리와 82만원 짜리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는 근시안적인 정부 대책과 사회적 평균임금을 깎기에 바쁜 대다수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 관행 때문에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지난해 4분기 단위노동비용이 -4.3%나 감소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사대상 OECD 27개국의 평균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같은 기간 2.9%나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위노동비용은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말하는데, 지난해 노동생산성이 4분기에 급격히 좋아진 게 아니라면 결국 임금이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한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대부분 국가들과 동떨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OECD 국가들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임금을 깎지 않는 반면 한국은 한편에서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단기 임시적으로 재고용 하는 대신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일자리 나누기가 일본이나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처럼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연대의식의 발로라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우리보다 더 보편화돼 있는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북유럽국가들 대다수가 지난해 4분기에 3% 이상의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사용자들이 경제위기를 틈타 사회적 평균임금을 대폭 삭감해 고통을 대부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기업의 잘못된 대처로 점점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고 건설 일용직과 속칭 알바와 같은 단기 임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서는 노동력의 질은 떨어지고 내수기반도 점점 취약해져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고 단기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값을 낮추고 사람 값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수기반을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전반적 활력을 높이는 길임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들이 과거의 특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6. 09:37

OECD가 30개 회원국의 2009년 2월 실업률이 2008년보다 1.7%포인트 오른 7.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이 2008년에 비해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데 비해 한국의 실업률은 3.5%로 매우 낮았다. 한국의 실업률은 네덜란드의 2.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과 동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의 실업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OECD 30개 국가간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취업률이 63.9%로 OECD평균인 66.7%보다 낮은 한편 실업률 또한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처럼 실업률과 취업률이 함께 가장 낮게 나타난 결과,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32.9%로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또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으며,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다.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2>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2>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3>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4>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4>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체감실업률에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가사나 육아 종사자로 전환한 경우나 가족단위 자영업에 종사하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 등은 통계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과 군입대를 통한 실업완충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더 높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by 선대인 2009. 6. 15. 09:13

한국의 출산율이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임이 며칠 전 다시 한 번 확인됐다.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대대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을 벌여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캠페인 정도로 높일 수 있을 정도의 문제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이렇게 기록적으로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커다란 문제가 누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사교육비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을 부담해야 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둘 이상 키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필자도 둘째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다 둘째 아이를 첫 아이 출산 후 6년만에 낳았을 정도다. 또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후진적인 기업문화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또 출산 및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가부장적 사회분위기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한국 사회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지 않고 캠페인을 벌이거나 다둥이에 대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증요법식으로는 결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래에서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도표를 통해 다시 간략히 보도록 하자.

 

우선, 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의 경우 이미 1980년대초부터 출산율이 인구 자연대체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진 뒤 2000년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자연대체율 전후 수준에서 출산율 감소가 완만해지는 데 비해 한국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몇 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문제다. , 한국의 출산율 감소 지속은 아이 출산과 보육에 관해 사회경제적 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 구조적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정의 경제력 측면에서 보자. 우선, 집값이 너무나 높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해 치솟았을 정도로 과도한 상태다.



                     () 한국은행 및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한 OECD 국가간 교육비 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번에는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추이를 보자.



<도표> OECD 사회지출 비중 및 한국의 기초생활보장 지급 실적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과 일본은 GDP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를 넘고 있으며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여 보건복지 예산의 비중을 한 단계 올렸다고는 하지만 2005년 현재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OECD국 평균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한 OECD국가로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사회지출 비중을 전체 예산의 11.2%에서 18.6%로 빠르게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와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한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지출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은 적극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투자적 개념의 복지 인프라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이처럼 교육과 보육 등 복지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정부가 돈을 마구잡이로 퍼부어대는 곳이 있다. 바로 건설토목 사업이다.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리고 있다. 당초 14조원에서 출발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22조원으로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고, 정치인들이 과시용 지역 예산으로 가장 선호하는 도로 예산은 올해 모두 94,942억 원이나 편성됐다. 이들 도로 예산 가운데 음성~충주고속도로, 충주~제천고속도로, 동해~삼척고속도로, 상주~영덕고속도로 등은 2007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모두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된 사업이었다.

 

한마디로 불요불급한 건설토목 예산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캠페인 행사도 아마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잡힐 것이니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막대한 재원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또 저출산 문제를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의 과제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각종 사회경제적 제도와 시스템을 잘 디자인하면 큰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 단지의 공동체 기능을 강화하는 공간구조를 만들어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각 아파트 단지의 1층을 단지 안의 공공용도에 사용할 수 있게 해보라. 예를 들어, 1층에 전라도 순천시에서 하는 것과 같은 ‘작은 도서관’,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생들이 초중등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공부방, 그리고 공공이 지원하는 ‘공공보육센터’,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플레이룸’, 생일잔치 등 각종 행사를 하거나 부모들간 다과회를 할 수 있는 공동 공간(common room) 등만 만들어도 각종 보육 및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접할 수 있고, 쇼핑센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플레이룸에서 마음껏 유아들이 놀 수 있다. 혼자 집 안에 갇혀 있던 산모와 유아들이 다른 부모와 아이들과 교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산모 우울증도 벗어나고 아이들도 사회성 있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다. 생일잔치 등 행사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아이들의 보육비용과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 1층에 공동 공간이 들어서는 만큼만 용적률을 올려주면 건축비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해 공공이 각종 토목사업에 들어가는 재정의 아주 조금만 지원해줘도 아파트 단지 공간에서 다양한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는 한편 각종 보육 및 교육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공동주택 단지에 이처럼 과거 전통사회의 마을과 같은 공동체 기능만 만들어주고 적극 활용하면 보육 및 교육에 따르는 각종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각종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출산과 육아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구조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아이 많이 낳으라고 백날 캠페인을 벌이고 다둥이에 대한 일회성 장려금을 준다고 해봐야 출산율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처럼 집값 거품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1. 11:31



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한국이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한다. 이번 주제는 
노동(Labor) 상황에 대한 실태 비교다.


먼저
, 아래 <도표1>에서 주요국별 취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취업률은 1980 59.2%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IMF외환위기 충격을 겪은 1998-1999년 주춤하다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전체 취업률은 63.9% OECD 평균인 66.7%보다 2.8%포인트 낮다. 특히 일본의 70.7%, 미국의 71.8%에 비해 한국의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2007년 기준 74.7% OECD 평균인 72.5%보다 높다. 하지만, 여성 취업률은 53.2% OECD 평균인 58.3%보다 상당히 낮다.

 

               <도표1> OECD 전체 및 성별 취업률 추이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처럼 한국의 취업률은 남녀 모두 OECD 평균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취업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성의 학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가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의 상당부분을 여성이 차지하고 평균임금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질적인 면에서 여성의 취업 사정은 OECD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연령별 취업률을 비교해보면, 아래 <도표2>에서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량를 차지하는 15~24세 청년 취업률은 한국이 25.7% OECD 30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 43.5%보다 거의 2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 상당수의 선진국이 50% 대 이상의 높은 청년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로 사회 진출 연령이 늦어지는 탓도 있지만, 일자리부족 때문에 휴학하거나 학업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OECD 연령대별 취업률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또 전체 취업자수의 80~85% 가량을 차지하는 25~54세의 취업률 역시 한국이 74%30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인 79.1%보다도 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80% 전후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까이를 차지하는 55~64세의 은퇴 직전 연령대의 취업률은 한국이 2007년 기준 60.6% OECD 평균인 44.7%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한국과 비슷한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기 취업률과는 반대로 아래 <도표3>에서 실업률을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취업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데 반해 실업률은 반대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실업 통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통계지표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도표3> OECD 실업률 및 노동시간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불황의 여파로 한국의 실업률도 4%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07년에는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 실업난과 고용 불안을 반영하는 조어가 유행하는 현실이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이 매우 낮은 한국이 OECD 평균 실업률이 5.6%이고, 프랑스, 독일 등이 8%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3%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신뢰도가 낮은 잘못된 통계로 고용대책 운운한다는 자체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기만술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실업통계를 보면 한국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천국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OECD 평균보다 취업률이 훨씬 낮은 한국이 실업률도 상당히 낮다는 것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노동가능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를 뺀 것으로 정의된다. <도표3>에서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2.9%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모두 20% 이내이고 영국, 미국,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도 25% 이내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폴란드, 멕시코, 헝가리, 터키 등 대체로 구공산권이었던 동유럽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이다.

 

남녀간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큰 편차를 보인다. 한국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1.6% OECD평균인 18.6%에 비해 약 3%포인트 높지만, 한국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OECD평균인 36.6%보다 7.6%포인트나 높아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전업주부 비중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고용 통계의 문제점은 위 <도표3>에서 전체 실업자 가운데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을 살펴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실업자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실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취업의사를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자동 분류되든지 아니면 자영업자나 가족내 고용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내에 곧바로 재취업되는 것으로 간주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과 실업률의 모순은 연간 평균노동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2,316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1998년에 비해 주5일제 도입과 시간제고용 등의 증가로 평균노동시간이 180시간 줄었지만 OECD 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과로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은 OECD국가 평균인 1,768시간보다 연간 무려 548시간이나 더 많은 것이며, 자신들을 일벌레라고 자조하는 일본의 1,785시간과 미국의 1,794시간 등에 비해서도 5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이 OECD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은 고용을 되도록 줄이면서 초과근무로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잘못된 고용정책과 잘못된 기업문화 등 한국의 전근대적인 주인-머슴론의 고용 풍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하에 가장 먼저 인력감축과 급여삭감을 해버리는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들의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제일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나며 사람이 제일 먼저 똥값이 되는 경제인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람을 제일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왜곡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가능한 한 적게 고용하여 장시간 쥐어짜는 식으로 과다한 일을 시키는 고용구조에서는 근로자들이 현장지식이나 전문적 지식을 축적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다. 배우지 못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세계 경제가 지식정보화 사회, 창의 경제로 전환해가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잘못된 고용문화로는 절대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1인당 GDP 대비 OECD 각국의 1인당 GDP 비율과 미국의 노동활용 효과 대비 OECD 각국의 노동활용 효과 비율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도표4>에서 2007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 100으로 할 경우 OECD 1인당 평균 GDP 72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55로 나타나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의 노동자 1인을 활용할 경우의 효과를 100으로 할 경우 OECD 평균 역시 72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42로 나타나 노동자 1인의 활용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표4> 미국의 노동생산성 대비 OECD 각국의 노동생산성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는 한국경제가 OECD 선진국과는 달리 노동을 고부가 가치화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경제로 아직 전환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한국경제는 노동력의 최소 고용과 과로 노동으로 양적 성장을 하는 개도국 수준의 성장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하는 고부가 지식노동집약형의 첨단경제 구조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노동 및 고용 구조가 이처럼 고부가 지식집약형 경제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발연대의 족쇄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경제의 도약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개발연대의 구태를 반복하고, 국리민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21세기 패러다임에 걸맞은 사회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마련하기는커녕 여전히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문제점들이 반복돼 지금 일반 서민들은 희망을 잃고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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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5. 6. 08:53

 

경인운하 공사가 착공식도 없이 시작됐다. 경인운하 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측은 얼마 전 경인운하 관련 공청회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자물쇠 공청회’를 연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처럼 뚝딱 3개월만에 해치웠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것처럼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모르겠다. 마치 부잣집 담을 넘는 ‘밤손님’의 행태처럼 느껴진다. 


지난달에는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추정 사업비보다 38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획재정부의 내부보고서 내용이 보도됐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비율이 1이하로 떨어져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거리인 곳에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운하를 판다는 사업에 애초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한심스러운 일이다. 


거꾸로 어떻게든 경인운하 사업을 하기로 작정한 ‘불도저 정부’에게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이 같은 토건사업을 통해 현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지, 그리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현재 예정된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의 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의 약 30% 정도인 4000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경인운하사업을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짧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 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 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주장을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경인운하사업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재벌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세금으로 재벌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건설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이면을 들키지 않으려니 사업 추진 과정이 밤손님 행태를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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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25.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