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방송사 기자를 만났는데, 최근 "집값 바닥론" 보도를 하라는 주문이 윗선에서 내려왔다고 하네요. 그 윗선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집단적으로 서민들 등쳐먹는데 총력전을 벌이는, 대단한 나라라는 건 분명하군요.

 

이러니 "집값 바닥"의 징후가 사실상 거의 없는데도 집값 바닥론이 난무하고 있는 겁니다. 집값 거품보다 "집값 바닥론" 거품이 더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네요. 하지만 그 언론보도의 거품 이면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아래 기사가 잘 보여줍니다. (일일이 제가 자세하게 설명드리고 싶지만, 요즘 제가 일이 많아 그나마 정직한 기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주택시장 살아났다고? 거래는 왜 줄었지?"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20515192926183&outlink=1


실제 주택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집값 상승을 염원(?)하는 건설업체들이 집단환각에 빠져 아래 기사의 표현처럼 " 수도권 주택경기가 올해 들면서 회복세가 뚜렷해졌다고" 보고 분양물량을 마구 쏟아낼 계획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아파트 분양 광고 유치에 목 마른 언론사들과 정권에 장악된 방송이 "빚 내서 집 사라" 선동해도 결국 대규모 미분양 물량만 더 쌓아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 "빅6" 건설사 7만8577가구 쏟아낸다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211171811233.daum

 

건설업체들이 이러는 데는 그동안 정부 부양책과 언론의 선동보도로 근근이 버텨왔으나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때문입니다. 아래 인용한 기사에서 그 동안 감춰오던 손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단계에 온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건설사 ‘빅 배스’ 착수… 줄줄이 어닝쇼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1001071724272002

 

올해 정도까지 어떤 수를 쓰든 민간 주택시장이 살아주지 않으면 건설업체들은 살아날 방법이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집 사라"고 엄호사격을 하고 증권업계는 지금 현재 영업실적은 안 좋지만, 집값 회복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테니 "건설주 사라"고 외치고 있는 겁니다. 광고 수입 급감한 신문사들이나 주식거래량이 3분의 1토막난 증권사들이나 쫄쫄 굶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먹고 살아남기 위해 일반가계들을 속이려 합니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만들어낸 이런 엉터리 주장들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스스로 자신들도 간절히 믿게되는 현상, 즉 집단 환각에 빠져듭니다. 물론 이들 세력이 워낙 막강하니 이들의 집단환각이 일시적으로는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말해 줄 것입니다.

 

다만, 걱정은 일반가계들입니다. 온갖 언론들을 동원해 부동산기득권세력을 거짓말을 합창하면 진실로 둔갑해버리는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속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니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속지 마시고 제발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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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2. 12. 11:09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인 2,3월 약 2만 5천호 가량 대규모 분양 물량을 떠넘기려고 언론이 혈안이 돼 있네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이 대목에 분양 광고를 잘 유치해야 신문사들도 먹고 살거든요. 하지만 여기에 걸려들어 빚 내서 집 사는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확률 거의 100%라고 장담합니다.

 

최근 상황 보면 2009년 5~10월의 한국 부동산시장이나 1994년 일본 부동산시장 데자뷰 같습니다. 2008년 말 부동산시장이 와장창 깨진 뒤  이명박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와 DTI규제 해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해제 등 온갖 부양책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에 편승해 그 동안 미뤄왔던 아파트 분양을 대규모로 실시하죠. 그 때 많은 분들이 아파트 분양을 받았지만, 결국 대부분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죠.

 

지금 벌어지는 모습은 박근혜판 2009년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지난해 그토록 부동산 대책 내놓으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용 쓴 것도 바로 건설업체들 분양 해결사를 자처한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건설업계의 민원이 굉장히 많이 반영됐고, 실제로 많은 세제 혜택 등이 모두 신규 분양 받는 경우에 적용됐죠.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면 2009년처럼 주택시장을 밀어올릴 힘이 없습니다. '공기업 부채 감축'을 위한 '공기업 개혁' 코스프레에서 알 수 있듯이 동원할 수 있는 공공재원도 소진됐고, 빚 내서 집을 사줄 가계도 거의 고갈된 상태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1994년의 일본과 더 닮아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1991년 일본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뒤 일본정부의 대규모 토건부양책 등 '재정호흡기'로 건설업체들을 좀비처럼 연명하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채무가 급증하고 효과도 없자, 이번에는 각종 금융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가계를 재물로 삼아 주택 분양을 받게 합니다. 몇 년 간 분양 물량을 쌓아뒀던 일본 건설업계도 물량을 잔뜩 쏟아내 '물량 버블'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고점 때 비해 분양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제는 집값이 더 안 떨어지니 집을 사둘 때다" 이런 선동이 넘쳐났죠. 하지만 결과는 그 당시 무리하게 집을 샀던 사람들 대다수가 '하우스푸어'가 됐습니다. 그리고 집값은 그 당시 분양 가격에서 다시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고요. 

 

지금 한국 상황도 비슷합니다. 정부의 재정 여력 등이 모두 소진되자 각종 세제 혜택과 1%대 초저금리 모기지대출 등 각종 금융완화책으로 "빚 내서 집 사라"고 사탕발림하는 겁니다. 그 동안 쌓아놓았던 분양 물량 한꺼번에 털어내려니 별 생쇼를 다 하며 가계를 재물로 삼아 건설업계를 살리려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대우건설의 1조원대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건설업계는 손실과 부채 규모가 엄청납니다. 이들 모두가 좀비 상태에서 살아남으려 대규모 분양을 할 수밖에 없고, 가계를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겁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 또 대규모 미분양만 잔뜩 쌓일 겁니다. 그래도 혹하시는 분들 꽤 계실 겁니다. 경고의 목소리는 없고, 정권에 장악되고 자본에 매수된 언론들의 선동의 메아리만 울려퍼지니까요. 그래도 제발 그들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고비입니다. 이번 분양 시즌 끝나면 아마도 부동산시장이 매우 빠르게 다시 식을 겁니다. 제발 한 치 앞이라도 내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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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2. 11. 11:32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지금 부동산 찌라시들이 '집값 바닥'이라고 난리부르스인 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분양 광고 유치해야 하는 대목이거든요.

2월 분양물량, 14년만에 최대
http://land.naver.com/isale/isaleNewsTrendRead.nhn?artcl_tp_cd&page&atcl_seq=467

 

올해 2월 사상 최대 분양 앞두고 온갖 언론이 '집값 바닥'이니 바람잡고 있지만, 이게 현실에 가까운 기사입니다.

"호가만 2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죠. 실제 거래는 거의 없어요. 자꾸 오른다고 하니까 저희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니까요. 1월 실거래 결과가 집계되는 3월이면 알겠지만, 정말 거래는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로(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E공인중개소 대표)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12215434167023&outlink=1

 

 

박근혜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올해 집값이 살아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국토부 산하 국토연구원과 KDI 부동산 모니터링 보고서는 앞다퉈 "올해 집값이 오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데 국토연구원 원장인 김경환 서강대교수와 KDI 부동산모니터링보고서의 총책임자인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교수는 2002년 설립된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의 창립 멤버로 두 사람 다 이사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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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1. 23. 13:34

 

아래 기사 제목 가관이네요. 박근혜정부 코드 맞춘 정부 산하연구소 '희망사항'일 뿐, 올해 집값-거래량 모두 떨어질 겁니다. 참고로, 국토연구원 원장은 예전에 부동산투자사 이사로 있던 양반.

 

'문턱 낮춘' 정책-집값 바닥론...부동산 시장은 설렌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40115051707660&p=seoul



아래는 집단창작소설. 징후,호가, 문의, 분위기가 주된 표현인 기사. 거의 코미디 수준이군요. 겨우 팩트라는 게 취득세 감면 종료 후 최악의 거래절벽이었던 2013년 1분기와 비교해 늘었다는 것. 워낙 거래량이 부족할 때와 비교하니 비율로는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1월에도 거래절벽이 진행중입니다. 소설 중에서도 아주 하급 소설이네요.

 

응답하다, 주택시장..'부동산의 봄' 임박 징후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113112613033.daum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가 오늘(1월 15일) 끝납니다.

2014년 경제전망보고서,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제공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by 선대인 2014. 1. 15. 12:14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난리칠 것 없다. 우리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뻔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하고 있고, 다수 언론은 집값 바닥론을 선동하기에 바빴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이라고 떠들면서 한쪽에서는 빚 내서 집 사라고 유도하는 정부와 언론이 제 정신인가. 그들은 지금 가계부채가 왜 늘어나는지 정녕 모르는 것일까.

 

정부의 연착륙론으로 포장된 부양책이야말로 실은 가계부채를 계속 늘려온 주범이자, 길게 보면 경착륙 대책이었다. 실제로 연착륙을 지속한 결과 가계부채는 얼마나 증가했을까.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9961분기 147.7조원에서 2013년말 현재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투기 억제잭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처음 연착륙론이 나왔던 20041분기의 가계부채는 470조원이었다. 그 때에 비해 가계부채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침체기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가팔라졌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292조원 증가했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부동산 침체기였던 이명박정부에서 더 많은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집을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빚을 내 집을 사게 만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이 같은 추세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아니, 이제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한다는 그럴듯한 표현을 사용하지만 결국 세입자들까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4.1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20132분기에 가계부채 16.9조원이 늘어난 것이나 8.28대책 이후 지난해 10~12월에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연착륙대책이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실은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폭탄 돌리기대책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주장대로 집을 살 수 있는 유효수요층이 금융규제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도 알 수 있다. 정말 구매력 있는 유효수요층이 많다면 거래량이 크게 늘지도 않았는데,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겠는가.

 

이처럼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정상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긴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은 줄었어도 주택 거래당 부채 크기는 더 커진 것이다. 바로 연착륙론이라는 미명 아래 부동산 부양책을 지속한 결과인 것이다. 둘째,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편중 경제 심화로 가계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들이 빚을 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때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고 가계소득이 꾸준히 성장했다. 이명박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8% 수준으로 낮아졌다. 더구나 실질 가계소득은 대기업 편중 성장과 고물가부담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누적 경제성장률이 12%를 넘지만 가계가처분소득 성장률은 7.5%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같은 기간 동안 30% 가량 급증했으니 절대액뿐만 아니라 상대적 부담 측면에서도 가계부채는 훨씬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가계부채의 절대액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대비 상대적 크기도 훨씬 커졌다. 한미일 3국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부문 가계부채 비율 추이를 살펴보자. 2008133.7%에서 올해 1분기 현재 107.3% 수준까지 내려온 미국의 경우 주택 거품의 배경이 됐던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한국은 145.7% 수준에서 163.8% 수준까지 오히려 이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더구나 2004년 이 비율이 122.1%였던 것에 비하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채비율 163.8%는 이미 부동산거품이 꺼진 미국이나 남유럽국가들을 모두 포함한 OECD국가 평균 130%대보다 훨씬 높다. 대다수 국가가 경제위기를 맞아 공공부채는 늘리더라도 가계부채는 다이어트를 유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심산으로 공공부채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를 계속 늘리는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계속 늘게 되면 박근혜정부 임기 말인 2017년에는 약 1218조원에 이르게 된다. 부채 비율은 180% 수준에 육박할 수도 있다. 가계가 버는 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9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계부채 문제는 1000조원이라는 양적 문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악화돼 있다는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특히 2008년 이후 가계부채 문제는 질적으로도 더욱 악화됐다.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대출금리가 높은 악성 부채가 늘어났다. 또한 부산, 대전 등 지방 부동산까지 가격이 부풀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리금을 함께 내거나 일시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풍선의 바람구멍처럼 이자만 조금 내다가 원리금을 내는 시기가 도래하면 부담이 풍선 몸통처럼 확 커진다고 해서 이를 풍선식 대출(balloon payment)이라고 한다. 이 같은 풍선식 대출 구조는 미국 대공황을 불렀던 금융상품 구조여서 미국에서는 이후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선분양제와 맞물려 3~5년간의 거치기간을 가진 주택대출 상품이 오히려 일반화돼 주택투기의 진폭을 키우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당장의 집값 급락을 막겠다고 2008년부터 거치기간 연장을 5년째 실시하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70% 이상의 주택대출 가계가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이 부담조차 견디지 못해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가라앉은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최소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1000조원 수준에서 130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대출액은 415조원 수준이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15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또한 가계부채는 아니지만,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훨씬 더 많다. 금융권 전체의 기업 및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및 PF대출 잔액 등을 포함하면 전체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700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다시 전세금 규모를 더하면 곧바로 부동산 관련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미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도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생애 첫 주택구입자와 전세입자까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유도하고 있다. 그것이 마치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선심 쓰듯이 말이다. 사실은 저명한 경제학자인 라구람라잔(현재 인도은행 총재)폴트라인에서 소득이 안 되는 가계에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포퓰리즘 대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OECD국가들 가운데 복지 지출 비중이 가장 낮은 수준인 한국에 대해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떠드는 기득권 언론들 가운데 정부의 비 내서 집 사라대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언론은 단 하나도 없다. 이 정도면 부동산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에만 혈안이 돼 정신이 나간 정부요, 언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지금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 고부채 가구들 중심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만기 대출액을 분할해 거품을 빼나가면서도 시스템 차원의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펌랜딩(firm landing), 즉 견착륙 대책이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연착륙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경착륙 가능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을 받더라도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은 펌 랜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다. 그나마 펌 랜딩의 기회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토건족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동산이 착륙해야 할 공항의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것도 가계부채라는 아주 위험한 폭탄을 연료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비상착륙 말고는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학자 최윤식소장이 저서 <2030 대담한 미래>라는 책에서 쓴 구절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위기는 대부분 오래 전에 시작되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악화되지만, 겉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터져 나온 후에는 어떤 정책을 시도해도 막을 수 없다.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타이밍을 이미 놓쳤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 1월 15일까지

<2014년 경제전망보고서>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제공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서울(1월23일), 대구/부산(1월25일) 무료 강연

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2710

by 선대인 2014. 1. 10. 11:05

‘3가지 대못뽑힌 부동산시장 전망은?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103060104921.daum

 

1월 3일자로 나온 세계일보 기사다. 기사 첫 머리에는 전문가들은 작년 계사년 뱀띠해엔 부동산시장이 뱀처럼 느리게 회복됐다면, 올 갑오(甲午)년 말띠해에는 달리는 속도가 빠른 '()'처럼 시장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정도면 기사가 아니라 문학상을 줘도 되겠다. 장르는 판타지소설로 말이다. 도대체 띠가 부동산가격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런 표현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

 

사람들 이목을 끌자고 재미있게 표현한 거라고 애교로 봐주겠다. 그렇다고 해서 취득세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까지 폐지됐다고 부동산시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세 가지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부동산시장이 말처럼 뛰어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동안 기득권 언론들은 8.28대책 이후 다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이 통과되지 않아 그렇다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 8.28대책 이후 언론들이 집값 바닥론군불을 때던 두 달 여 전에 2009년 이후 계속돼온 언론보도패턴이 또 다시 되풀이될 거라고 말한 바 있다. : 부동산 대책집값 꿈틀집값 바닥론집값 재하락"정부정치권이 필요한 조치 안 해서 부동산 무너진다""새 대책 내놔라" 정부 새 대책.

 

그래서 나는 정책적 당위성 측면에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차라리 빨리 그들 법안들을 통과시키기를 바랐다. 어차피 통과될 법안들이라면 빨리 통과돼 부동산시장이 더 이상 반등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득권언론들의 선동주장에 편승해 부동산 기득권세력이 요구한 안들이 정부여당의 힘으로 모두 관철됐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부동산 대책들로도 현재의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2~3개월 정도 지나면 이 같은 대책으로도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동산시장 가격은 지속적으로 미끄러질 것이다. 사실, 이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몇 가지 입법조치가 안 돼 주택시장이 침체인가? 그럼 지금보다 세금이 더 높았고, 더 많은 부동산 규제가 도입됐던 노무현정부 때는 왜 폭등했나? 그 동안 이 몇 가지 부동산 입법이 안 돼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것 같으면 주택시장은 이명박정부 이래로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살아났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취득세 인하 효과는 거래 활성화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그림1>을 참고로 간략히 살펴보자. 올해 4.1부동산대책에서 취득세 감면을 실시한 뒤 잠시 급증했던 주택 거래량은 감면이 종료되고 나자 거래절벽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량이 조금 회복되다가 정부 8.28대책이 나온 뒤 다시 일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11월부터 거래량이 꺾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12월의 전국 주택거래량은 나오지 않아 12월 주택거래량이 집계된 서울 주택거래량을 봐도 거래량이 더 늘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1>의 위의 그래프에서 취득세 감면기간 전후 4개월의 거래량을 나타낸 수정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거래량 증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다.

 

<그림1>

 

주) 온나라통합부동산정보포털과 서울부동산광장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더구나 11월에 정부여당이 취득세 영구 인하 소급 적용 시기를 8.28대책 시점으로 확정해줬는데도 이후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등의 기한이 지난해 12월에 종료됐는데 막달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미 더 이상 수요가 고갈되다시피 했는데도, 억지로 마른 수건 쥐어짜기를 해서 대책이 나온 직후 일시적으로 거래가 조금 늘었지만 이제는 그나마도 거의 소진돼 버린 것이다. 없는 수요일 망정 향후 1~2년에 나눠서 일어날 거래량을 억지로 2013년에 당겨 써버린 바람에 올해부터는 거래가 더욱 위축될 공산만 높아졌다.

 

수직 증축리모델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연구소가 수직증축리모델링의 사업성을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분석해 보고서를 낸 바 있지만, 결론만 소개하면 이렇다. 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대부분은 사업성이 떨어진다. 지면 관계로 자세히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연구소가 한 신문에 소개된 안양시 평촌동 A아파트 전용면적 58m²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었다. 이보다 넓은 아파트일수록 분담금은 더 커져 대형 아파트의 경우 2~3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리모델링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시세 차익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4500여만 원에 불과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린다고 생각하면 시세차익은 없이 분담금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비용과 예상 차익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할 것이다.

 

양도세 중과폐지는 더더욱 아무런 효과가 없다. 양도세 중과제도는 노무현정부 때 제정됐으나 이명박정부 이래로 계속 적용이 유예됐다가 이번에 폐지된 것이다.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었던 제도가 그냥 없던 일로 하기로 한 셈인데 이게 무슨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양도세 중과 폐지 때문에 집값이 오를 거라면 그 동안 적용되지 않았을 때는 왜 집값이 안 올랐나? 또한 집값이 오를 기미도 없는데 양도세 중과폐지를 해본들 양도차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무슨 약발이 있겠는가? 결국 이는 이번에 함께 실시한 단기 보유 양도세율을 인하해 준 것과 결합해 다주택 투기자들이 사실상 투기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게 해준 것뿐이다. 하지만 이미 다주택 투기도 사람들이 사람들이 따라와 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수요가 고갈돼 버린 마당에 투기 거품을 만들려 해봐야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이미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고꾸라지자 지방으로 건너간 투기세력도 이제 대구에서 정점을 찍고 끝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기득권 세력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지푸라기 잡는다고 물에서 나올 수 있나? 결국 무너지는 부동산 거품은 떠받치지 못한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연착륙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경착륙 가능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을 받더라도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은 펌 랜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다. 그나마 펌 랜딩의 기회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토건족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동산이 착륙해야 할 공항의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것도 가계부채라는 아주 위험한 폭탄을 연료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비상착륙 말고는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점점 가까이 몰려오는 경제 참사의 먹구름 앞에서 나는 계속 강한 경고음을 울릴 수밖에 없다. 기적적으로 날씨가 맑아지기를 바라면서 연착륙에만 집착하는 기장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사태를 직시하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기장에게 더 늦기 전에 펌 랜딩을 시도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 1월 15일까지. <2014년 경제전망보고서>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제공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by 선대인 2014. 1. 3. 14:21

"저소득층 빚 내서 집 살 때 고소득층은 현금 챙겼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3298&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오마이뉴스 인터뷰. 저더러 화재경보기라네요. 이 표현 좋네요^^ 과거 조선일보는 '집값 떨어질 때까지 제사 지내는 인디언제사장'이라고 하더군요. 나 원 참.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by 선대인 2014. 1. 3. 12:20

 

<선대인, 미친 부동샅을 말하다> 출간 기념 서울(1월 23일), 대구/부산(1월 25일) 무료 강연 합니다. 취득세 인하에 수직증축리모델링에 양도세 중과폐지까지 토건족들이 원하는 건 다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2~3개월만 지나면 약발 없음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언론의 '집값 바닥론' 선동보도와는 달리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만, 책값이 부담스럽다는 분들은 이 날 무료 강연에라도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론 보도에 혹하는 주위 분들께도 널리 알려 주세요. 아래 링크 게시판에 신청 댓글만 달면 됩니다.  


http://ch.yes24.com/Culture/SalonEvent/2710?Gcode=000_003_3

by 선대인 2014. 1. 2. 15:29

 

부동산업자들이 제 주장 흠집내기 위해 제일 많이 써먹는 레파토리가 제가 10년 전부터 부동산 폭락을 주장해왔다는 것. 2007년 여름 귀국해 2008년 하반기 첫 부동산 전망서 냈는데, 어떻게 10년 동안 폭락을 주장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후 2008년말 실제로 부동산 폭락했고, 이후 제가 예측한대로 장기 대세하락 흐름 들어갔고요. 그 동안 부동산업계나 기득권 언론의 '집값 바닥론'을 믿은 사람들은 숱하게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지만, 제 경고를 듣고 무리한 빚을 안 져 큰 부담 덜었다며 저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제 책 읽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제 주장은 지금 정부 부양책이야말로 오히려 경착륙이나 일본식 장기침체 부르니 그 전에 거품 빼고 펌랜딩(firm-landing)하게 하자는 것. 그런데 제가 폭락은 필연이고, 오히려 부동산 폭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들은 왜곡하죠.

그리고 제 주장에 비판만 있고, 대안이 없다고 왜곡합니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를 비롯해 제 책 읽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제 책에 대안이 없던가요? 저는 늘 책의 마지막에 대안편을 따로 정리해서 씁니다. 그런데도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지어냅니다.

제가 늘 대안을 제시했다고 하면 정부정치권이 실행 못할 대안은 대안이 아니라는 식으로 또 꼬투리를 잡습니다. 참 이 양반들이야말로 집요합니다. 그러면 지금 정부정치권의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 돼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그에 맞춰 대안을 내지, 옳다고 생각지도 않는데 정부정치권에 영합하는 대안을 내야 할까요?

 

사실 이런 정도는 양반이고 법적으로 대응할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책 팔아서 선대인이 어디 어디에 집을 샀네' 이런 식으로 훨씬 더 비열한 루머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입니다. 특히 뒤늦게 알았는데, 제 집 주소를 알아내 선대인이 앞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집을 사서 시세 차익을 얼마나 봤니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이 글의 작성자와 이 글을 퍼나른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름이 알려지니 치르는 대가 정도로 생각하고 참았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느낌이 드네요.

 

 

부동산업자들이 그러는 거야 자신들 밥줄이 달린 문제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들이 만든 허위사실이나 왜곡이 퍼져 정작 제 얘기를 들어야 하는 분들이 저를 오해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 분들조차 오히려 이런 허위사실들을 확대재생산하고 제 주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티(?)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이런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부분은 적극 대응할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부동산카페 등에서 저에 대한 허위사실이 버젓이 게재돼 있는 것을 보신 분들은 그 카페에 이 글을 좀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그 이후에도 삭제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제가 일괄적으로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는 점을 알려 주십시오.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 오해받는 건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동보도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한 분에게라도 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저라는 사람의 공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고, 따라서 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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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27. 10:56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환율폭등 및 주택가격 급락, 이에 따른 금융권 위기 등이 겹치면서 한때 그 같은 우려가 증폭된 적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잊혀 졌던 이 질문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부동산 거품과 이와 연계된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경제전문가들 상당수가 부동산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현재 유럽의 부채위기도 결국 비슷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비슷한 위기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이 급격한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는 언론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계부채 폭탄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가계부채는 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으로 20001분기 222.2조원에서 20133분기에 990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13년 여 만에 가계신용이 768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가계부채 문제는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290조원이나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를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시켰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금리 부담이 큰 가계부채를 늘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켰다. 특히 카드할부구매액은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 47조원을 훌쩍 넘어 54조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빚을 빚으로 돌려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수도권을 넘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이 같은 가계부채 수준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개인 금융부채를 개인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에 164%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같은 비율 131%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더구나 미국은 이 비율을 107% 이하로 낮추는 등 대다수 나라들이 가계부채 다이어트에 나선 사이 한국은 금융위기 전 145% 수준이던 이 비율을 더욱 높여놓은 상태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부동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최소 600조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20133분기 기준 990조원 수준에서 129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담보대출액은 410조 원 수준이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10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399조원 외에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은행권 207조원을 포함해 전체 금융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33.4조원에 이른다. 또한 건설업체들의 주택건설사업 등에 대출된 PF대출 잔액이 금융권 전체로 약 46.7조 원 가량 된다. 이 세 가지만 따져도 현재 부동산 관련 대출은 679.1조원에 이른다.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이 정도에 이른다는 뜻이다. 기업의 시설자금 대출 일부 등 사실상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 된다고 봐야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동산 대출이나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조건들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복잡하게 얽힌 금융파생상품이 도미노처럼 부실해지면서 초대형 금융사고로 비화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금융파생상품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볼 수 있는 근거다.

 

반면 3~5년 정도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풍선식 대출(balloon payment)9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는 한국이 훨씬 위험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풍선식 대출은 옵션 ARM’이라고 불리는 일부 대출상품 외에는 거의 적용되지도 않았다. 이 같은 풍선식 대출은 미국 대공황기 이전에 성행했으나, 부동산 폭락을 부른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대공황기를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모기지대출은 보통 20% 이상의 선금(downpayment)을 내고 원리금을 오랜 기간에 걸쳐 균등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로 장기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구조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도 지금의 국내 대출구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다른 주요한 근거는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낮은 LTV 비율이다. LTV 비율은 주택 가격 대비 주택대출액의 비중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낮으면 집값이 하락해도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 금융권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특히 제1금융권의 급격한 시스템 붕괴 위험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TV비율이 낮다는 것은 금융권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만 일반가계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일반가계 입장에서 주택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전세 제도가 없고, 이로 인해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집을 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금도 분명히 계약만료 시에 주택 소유주가 세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방식의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만큼 전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부동산투기에 동원된 차입금이라고 봐야 한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은행에서 3억 원 대출을 받아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2억 원에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에 다시 3억 원을 대출받아 또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식으로 말이다. 이 경우 A는 은행대출 6억 원에 5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마련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대출 6억 원과 전세보증금 4억 원으로 5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산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합산한 일반가계의 주택차입 비율은 매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2008년말 경제위기 때 본 것처럼 주택가격이 급락하면 전세가격도 동반하락하게 된다. 만일 2년 후에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면 전세가격 하락분만큼 A는 추가로 은행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두 채의 담보가치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떨어졌으므로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A는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택가격은 연쇄적인 하락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미 이런 현상이 실제로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말(수도권 핵심지역) 또는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실거래가도 이미 15~2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 상당수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2008년 말 수준인 30~40% 가량 하락한 상태이다.

 

LTV 비율은 이미 상당 폭 떨어진 실거래가와는 달리 여전히 부동산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국민은행 가격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호가보다 상당히 더 떨어져 있는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의 LTV 비율은 더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MBC 수첩>팀의 의뢰로 경기도 파주시 한 아파트 933세대의 부채 실태를 분석해 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아파트의 경우 84.5%가 대출을 얻었고, 대출 받은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이 3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호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실거래가를 적용했을 때 LTV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LTV 비율 100%이상인 가구는 1.8%에서 15.1%로 급증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에 이르렀다. 이들 가구는 이미 깡통아파트인 셈이다.

 

더구나 금융권의 주택대출 만기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이 전체 주택대출의 76%에 이른다.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지만 정부와 금융권이 거치기간 연장을 통해 몇 년 째 이자만 내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상 최저금리에 대부분의 주택대출자들이 이자만 내는 상황에서도 부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수록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012년에 거치기간이 끝나는 일시상환 대출 규모는 55.9조원이고, 분할상환 규모는 19.6조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치기간을 계속 연장하게 되면 2015년에는 일시상환과 분할상환의 만기 도래액이 각각 두 배와 네 배로 커지게 된다. 그만큼 금융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증한 상태다. 경제위기 시 이 같은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게 된다. 또한 대외채무가 사상 최대로 급증한 상태여서 국내 금융권이 단기 외채 차입금 상환 압력에 직면할 경우에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처럼 어느 쪽에서 먼저 위기가 발생하든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진작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채 다이어트에 나섰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빚 갚기를 미루어왔다. 말로는 연착륙 대책이라고 포장했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부채 규모를 키워 경착륙을 부르는 대책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위기의 순간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아직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적인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폭탄 돌리기에 나선다면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알라딘 종합 3위, 전국출판인협회가 집계하는 전체 서점 종합으로는 12위까지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에 부동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은 분들께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상세 목차: http://www.sdinomics.com/data/blog/1515

 

 

 

 

by 선대인 2013. 12. 16.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