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가지 대못’ 뽑힌 부동산시장 전망은?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103060104921.daum
1월 3일자로 나온 세계일보 기사다. 기사 첫 머리에는 “전문가들은 작년 계사년 뱀띠해엔 부동산시장이 뱀처럼 느리게 회복됐다면, 올 갑오(甲午)년 말띠해에는 달리는 속도가 빠른 '말(馬)'처럼 시장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정도면 기사가 아니라 문학상을 줘도 되겠다. 장르는 판타지소설로 말이다. 도대체 띠가 부동산가격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런 표현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
사람들 이목을 끌자고 재미있게 표현한 거라고 애교로 봐주겠다. 그렇다고 해서 취득세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까지 폐지됐다고 부동산시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세 가지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부동산시장이 ‘말처럼 뛰어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동안 기득권 언론들은 8.28대책 이후 다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이 통과되지 않아 그렇다’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 8.28대책 이후 언론들이 ‘집값 바닥론’ 군불을 때던 두 달 여 전에 2009년 이후 계속돼온 언론보도패턴이 또 다시 되풀이될 거라고 말한 바 있다. : 부동산 대책→집값 꿈틀→집값 바닥론→집값 재하락→"정부정치권이 필요한 조치 안 해서 부동산 무너진다"→"새 대책 내놔라" →정부 새 대책.
그래서 나는 정책적 당위성 측면에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차라리 빨리 그들 법안들을 통과시키기를 바랐다. 어차피 통과될 법안들이라면 빨리 통과돼 부동산시장이 더 이상 반등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득권언론들의 선동주장에 편승해 부동산 기득권세력이 요구한 안들이 정부여당의 힘으로 모두 관철됐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부동산 대책들로도 현재의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2~3개월 정도 지나면 이 같은 대책으로도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동산시장 가격은 지속적으로 미끄러질 것이다. 사실, 이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몇 가지 입법조치가 안 돼 주택시장이 침체인가? 그럼 지금보다 세금이 더 높았고, 더 많은 부동산 규제가 도입됐던 노무현정부 때는 왜 폭등했나? 그 동안 이 몇 가지 부동산 입법이 안 돼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것 같으면 주택시장은 이명박정부 이래로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살아났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취득세 인하 효과는 거래 활성화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그림1>을 참고로 간략히 살펴보자. 올해 4.1부동산대책에서 취득세 감면을 실시한 뒤 잠시 급증했던 주택 거래량은 감면이 종료되고 나자 거래절벽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량이 조금 회복되다가 정부 8.28대책이 나온 뒤 다시 일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11월부터 거래량이 꺾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12월의 전국 주택거래량은 나오지 않아 12월 주택거래량이 집계된 서울 주택거래량을 봐도 거래량이 더 늘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1>의 위의 그래프에서 취득세 감면기간 전후 4개월의 거래량을 나타낸 수정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거래량 증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다.
<그림1>
주) 온나라통합부동산정보포털과 서울부동산광장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더구나 11월에 정부여당이 취득세 영구 인하 소급 적용 시기를 8.28대책 시점으로 확정해줬는데도 이후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등의 기한이 지난해 12월에 종료됐는데 막달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미 더 이상 수요가 고갈되다시피 했는데도, 억지로 마른 수건 쥐어짜기를 해서 대책이 나온 직후 일시적으로 거래가 조금 늘었지만 이제는 그나마도 거의 소진돼 버린 것이다. 없는 수요일 망정 향후 1~2년에 나눠서 일어날 거래량을 억지로 2013년에 당겨 써버린 바람에 올해부터는 거래가 더욱 위축될 공산만 높아졌다.
수직 증축리모델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연구소가 수직증축리모델링의 사업성을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분석해 보고서를 낸 바 있지만, 결론만 소개하면 이렇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대부분은 사업성이 떨어진다. 지면 관계로 자세히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연구소가 한 신문에 소개된 안양시 평촌동 A아파트 전용면적 58m²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었다. 이보다 넓은 아파트일수록 분담금은 더 커져 대형 아파트의 경우 2억~3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리모델링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시세 차익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4500여만 원에 불과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린다고 생각하면 시세차익은 없이 분담금 비용만 커질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비용과 예상 차익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할 것이다.
양도세 중과폐지는 더더욱 아무런 효과가 없다. 양도세 중과제도는 노무현정부 때 제정됐으나 이명박정부 이래로 계속 적용이 유예됐다가 이번에 폐지된 것이다.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었던 제도가 ‘그냥 없던 일’로 하기로 한 셈인데 이게 무슨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양도세 중과 폐지 때문에 집값이 오를 거라면 그 동안 적용되지 않았을 때는 왜 집값이 안 올랐나? 또한 집값이 오를 기미도 없는데 양도세 중과폐지를 해본들 양도차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무슨 약발이 있겠는가? 결국 이는 이번에 함께 실시한 단기 보유 양도세율을 인하해 준 것과 결합해 다주택 투기자들이 사실상 투기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게 해준 것뿐이다. 하지만 이미 다주택 투기도 사람들이 사람들이 따라와 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수요가 고갈돼 버린 마당에 투기 거품을 만들려 해봐야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이미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고꾸라지자 지방으로 건너간 투기세력도 이제 대구에서 정점을 찍고 끝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기득권 세력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지푸라기 잡는다고 물에서 나올 수 있나? 결국 무너지는 부동산 거품은 떠받치지 못한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연착륙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경착륙 가능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을 받더라도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은 펌 랜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다. 그나마 펌 랜딩의 기회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토건족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동산이 착륙해야 할 공항의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것도 가계부채라는 아주 위험한 폭탄을 연료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비상착륙 말고는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점점 가까이 몰려오는 경제 참사의 먹구름 앞에서 나는 계속 강한 경고음을 울릴 수밖에 없다. 기적적으로 날씨가 맑아지기를 바라면서 연착륙에만 집착하는 기장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사태를 직시하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기장에게 ‘더 늦기 전에 펌 랜딩을 시도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 1월 15일까지. <2014년 경제전망보고서>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제공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