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인 2,3월 약 2만 5천호 가량 대규모 분양 물량을 떠넘기려고 언론이 혈안이 돼 있네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이 대목에 분양 광고를 잘 유치해야 신문사들도 먹고 살거든요. 하지만 여기에 걸려들어 빚 내서 집 사는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확률 거의 100%라고 장담합니다.
최근 상황 보면 2009년 5~10월의 한국 부동산시장이나 1994년 일본 부동산시장 데자뷰 같습니다. 2008년 말 부동산시장이 와장창 깨진 뒤 이명박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와 DTI규제 해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해제 등 온갖 부양책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에 편승해 그 동안 미뤄왔던 아파트 분양을 대규모로 실시하죠. 그 때 많은 분들이 아파트 분양을 받았지만, 결국 대부분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죠.
지금 벌어지는 모습은 박근혜판 2009년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지난해 그토록 부동산 대책 내놓으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용 쓴 것도 바로 건설업체들 분양 해결사를 자처한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건설업계의 민원이 굉장히 많이 반영됐고, 실제로 많은 세제 혜택 등이 모두 신규 분양 받는 경우에 적용됐죠.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면 2009년처럼 주택시장을 밀어올릴 힘이 없습니다. '공기업 부채 감축'을 위한 '공기업 개혁' 코스프레에서 알 수 있듯이 동원할 수 있는 공공재원도 소진됐고, 빚 내서 집을 사줄 가계도 거의 고갈된 상태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1994년의 일본과 더 닮아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1991년 일본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뒤 일본정부의 대규모 토건부양책 등 '재정호흡기'로 건설업체들을 좀비처럼 연명하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채무가 급증하고 효과도 없자, 이번에는 각종 금융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가계를 재물로 삼아 주택 분양을 받게 합니다. 몇 년 간 분양 물량을 쌓아뒀던 일본 건설업계도 물량을 잔뜩 쏟아내 '물량 버블'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고점 때 비해 분양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제는 집값이 더 안 떨어지니 집을 사둘 때다" 이런 선동이 넘쳐났죠. 하지만 결과는 그 당시 무리하게 집을 샀던 사람들 대다수가 '하우스푸어'가 됐습니다. 그리고 집값은 그 당시 분양 가격에서 다시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고요.
지금 한국 상황도 비슷합니다. 정부의 재정 여력 등이 모두 소진되자 각종 세제 혜택과 1%대 초저금리 모기지대출 등 각종 금융완화책으로 "빚 내서 집 사라"고 사탕발림하는 겁니다. 그 동안 쌓아놓았던 분양 물량 한꺼번에 털어내려니 별 생쇼를 다 하며 가계를 재물로 삼아 건설업계를 살리려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대우건설의 1조원대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건설업계는 손실과 부채 규모가 엄청납니다. 이들 모두가 좀비 상태에서 살아남으려 대규모 분양을 할 수밖에 없고, 가계를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겁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 또 대규모 미분양만 잔뜩 쌓일 겁니다. 그래도 혹하시는 분들 꽤 계실 겁니다. 경고의 목소리는 없고, 정권에 장악되고 자본에 매수된 언론들의 선동의 메아리만 울려퍼지니까요. 그래도 제발 그들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 고비입니다. 이번 분양 시즌 끝나면 아마도 부동산시장이 매우 빠르게 다시 식을 겁니다. 제발 한 치 앞이라도 내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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