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계청 발표 내용대로 2011년 이후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재개발사업과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약 160만 호의 막대한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은 이전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1305)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위에 언급한 물량에 더해 민간 부지에서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면 약 200만호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공급량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집계한 내용은 이미 주택을 철거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미 전국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에 이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과잉 공급 여파로 빈 집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갑작스레 그린벨트를 풀고 가뜩이나 말썽많은 뉴타운을 26개나 추가 지정해 연간 50만호씩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너무나 뻔히 드러나는 무식한 짓을 계속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예산으로 돈을 퍼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서민 경기 부양은 핑계일 뿐 현 정권 자신들과 지지층의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일뿐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수요 대비 막대한 공급 초과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속 분양주택 일변도의 공급을 부르짖는 건설족들의 최근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급이 줄어들면 2~3년 후 공급이 부족해지니 지금부터 미리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된 주택 물량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자연스레 조절되는 것인데, 이마저 부인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다만 90년대 초에도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 여파로 뒤늦게 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는데만 적게 잡아도 3~4년은 걸렸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둘째 논리는,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주택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째 논리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인데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업자들과 언론, 심지어 '강부자정권'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내에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좀더 많아서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고, 기득권 위주의 목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된다면 그런 엉터리 논리는 발을 못 붙일 텐데요.

 

소위 ‘1인 가구 증가--->분양 주택 공급’이라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모두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것을 전제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책에서 짧지만 살짝 언급한 바가 있긴 합니다. 즉, 기성 언론들이 늘어나는 1인 가구가 모두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 미스/미스터’인 것으로 포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여론조작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1인 세대들이 '골드 미스족'일까요?

 

아래 도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인가구의 소득이 2인가구 이상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눈에 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합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0%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제일기획같은 재벌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환상일뿐 절대 현실이 아닙니다.

 

 <도표> '서울시내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

 

출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오히려 1인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연령대별 인구를 보면 30대 미만과 60대 이상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 등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구들은 앞으로 공급될 일반 분양주택의 수요층들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니다.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1인가구 비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이들 가구는 대부분 임대주택 생활자들입니다.

이들 가구들의 주거 문제는 대규모 분양주택 공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도 지금 같은 중대형 주택 위주로는 더더욱 안 되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자,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수도권의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 인구는 없습니다.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를 1인가구 증가로 합리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고, 조작에 가깝습니다.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은 없이, 아파트 분양가 폭리로 국민들 등쳐먹을 욕심에 엉뚱한 다리 긁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건설족들의 요구에 오히려 편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으로 있는 정권에 뭘 바라겠습니까마는.

 

그리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합니다. 제가 수급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그동안 건설족들이 하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니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이지, 전적으로 수급상황이 주택 가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변화하는 인구추이나 세대분화,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떻게 주택정책을 가져가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인구 과밀로 인한 교통 체증과 기반시설의 과부하가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원칙을 토대로 주택 보급율이 선진국 수준인 115~120%까지 이를 때까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방법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공공택지를 개발해 민간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분양 주택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건설업체들이 땅장사와 집장사로 폭리를 취학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저렴하면서 양질의 공공장기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을 비대화하지 않는 방안을 우리 연구소는 갖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 추이와 공급 물량, 이에 따른 주택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시평>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3.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