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YTN 보도국의 현직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YTN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우려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김기자는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라고 개탄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MBC노조와 YTN노조, 그리고 KBS의 사원행동 등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언론노조 관계자 및 해고된 언론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린달님입니다.
저희 YTN의 낙하산 반대 투쟁이 180일을 넘었습니다. 이제 정말 중대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YTN의 재승인을 '노사문제'로 보류한 이후로 , 또 저희가 매일 아침 벌이고
있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집회가 법원에서 가처분 금지신청을 당한 이후로 이래저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처분으로 실제 출근 저지를 할 수는 없었고 (할 경우에 노조에 건당 천만 원,
개인은 백만 원씩을 변상하라는 처분이 내려졌죠.) 구본홍 물러가라는 구호만 외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정부에서 재승인 문제를 가지고 직접 협박에 나서니, 당연히 저희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을 한 적도, 단 일분 일초도 방송을 멈춘 적도 없는데 심의 요건에도 없는 노사문제라는 걸 빌미로
재승인 보류를 하겠다고 하니 정말 회사 문닫게 하려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구성원들을 엄습했고,
계속 공격적인 투쟁만 하는 게 옳냐는 의견도 많이 나와서 노조는 '보도국장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회사가 없어지면 모두 다 무용지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직무대행이 보도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보도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컨트롤이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보도국장 선거를 하고 보도국
구성원이 뽑은 보도국장이 사측과 노측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사장 인사명령도 뭐도 다 거부하고 있지만 국장이 가운데에서 인사 거부등을 재명령해서
노조원들은 이를 따라주고 완충지대가 되어주면 노사 양측은 일단 휴전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노조는 이렇게 되려면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YTN의 보도국장 선거는 직선제와 임명제를 절충한 형식입니다. 후보중 1,2,3등이 표수로 결정되면, 사장은
이 중 한명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권한을 갖습니다. 보도국 구성원들은 1,2,3 등 안에 누가 들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누가 얻었는지 등수는 알 수 없습니다. 노조위원장과 개표위원만이
알지만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게 단서입니다. 그래서 '민의를 따르라'는 단서를 붙였던 거구요.
하여튼, 사측은 이래 저래 튕기다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네 명이 출마해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김 모 , 정 모, 강 모씨 간부가 최종 순위 안에 들었고. 사장은 정 모씨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 모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되는 간부입니다.
정 모 강 모는 사장측 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민의'를 공개했습니다.
2등, 3등, 4등의 표를 모두 합쳐도 김 모 부장이 얻은 표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요. 김 모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사장은 거의 지지도 얻지 못한 인물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셈입니다.
대체 이럴거면 뭐하려고 보도국장 선거 했는지, 노조는 사장이 '민의 반영'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어겼다고 비난하고, 사장은 '일이삼등 중에 한명 뽑았으니 민의 반영한거다'라고 합니다. 뭐, 원칙상으로
4 등을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을 임명했더라면 정말 노사는 일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을 지 모릅니다.
그런 뻔히 보이는 쉬운 길을 두고 많은 보도국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재승인 재심사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저는 이 정권이 YTN을 문닫게 하려는 게
아닐까, 낙하산 사장은 '먹튀' 전략을 쓰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조 집행부는 금요일 저녁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사측은 오늘 낮 12시까지 농성을
풀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고요.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진 바 있으니 공권력 투입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사장실 점거가 합법적인 행동이라고는 강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사측과 이 정권은 결국 기자들에게
'벼랑끝 전술'을 택하라고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조 집행부중 일부는 구속될
것으로 저희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권력 투입 시점은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새벽으로 보는데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임명되는 경찰청장도 YTN 사태를 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3명은 해임되고 파면됐습니다. 파면되면 더 힘듭니다. 해임은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파면은 아예 못받거나 반만 받는다고 합니다.
MBC는 다음 달에 미디어법 통과시켜서 민영화하려고 하겠죠.
저도 어린 딸 둔 애엄마인데, 정말 사법처리되어도 괜찮은지 앞에 나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