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급매물 가격이기 때문에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급매물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왜 엉터리일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인 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5만호, 2007년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 분당 서현동 108㎡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일종의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동산 폭등기에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됐듯이 부동산 폭락기에도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최소 30~4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급매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일부 엉터리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방에서 클릭 한 번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거래 회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주택 통계상으로는 이 같은 집값 하락을 바로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가격을 실제 거래가격이라고 본다면 현재의 급매가격은 정상적인 시세라고 봐야 한다. 집값 거품을 아무리 유지하고 싶은 강부자나 사기꾼 전문가들이 아무리 부인을 해봐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들도 그같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집값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고, 시차를 두고 부동산 통계에도 그 같은 시세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 버블의 붕괴를 한사코 부인하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 결국 나중에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국내의 엉터리들은 반성문을 쓸 염치나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by 선대인 2008. 12. 5. 09:18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며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안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발언이 전해져 논란을 낳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이 대통령의 주식이나 펀드 권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융위기설을 부인하면서 “나는 직접투자를 못하지만 간접투자상품(펀드)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10월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는 “분명한 것은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헛소리에 길게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낮술에 취한 취객의 헛소리에 맨 정신으로 대구하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만은 지적하고 싶다.


우선, 경제에 대한 그의 저열한 인식이다. 그의 거듭되는 발언이나 행태를 보고 있으면 그가 생각하는 경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며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경제가 아니다. ‘주가 3000간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가가 올라가면 경제 전반이 좋아진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가는 일정하게 그 나라 경제상황을 반영하지만 왜곡이 심하다. 다른 모든 분야가 다 죽을 쒀도 일부 블루칩 종목들만 활황이어도 주가는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인식에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주가 오르고, 집값 오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인식밖에 눈에 띠지 않는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사업 등으로 강북 집값을 띄워 표를 긁어모았으니 그 근성이 어디 갈까 싶다. 하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자기와 주변의 삶이 온통 부동산 투기와 한탕 심리로 점철돼 있고, 온갖 편법과 사기 행위로 범벅이 돼 있으니 그 수준에서 무엇이 보이겠는가?


또 한 가지는 그가 국민들을 주가를 떠받치는 호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발언을 잘 살펴보면 건설사나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때는 국민들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정부 합동으로 건설사와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대책을 발표하던 10월21일 국무회의에선 “총괄적으로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10월 27일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경기부양책으로 점철돼 있는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했다. 또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선 “우리는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의 입구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은 나흘 뒤에 정부는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무리한 과욕과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나 ‘강부자’들을 돕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때는 그는 스스로 위기설을 강조했다. 건설사나 강부자 지원을 합리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일반 국민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다르다. 일반 국민을 향해 나오는 그의 메시지는 ‘위기는 없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주식을 사라’는 식이다. 한 마디로 국민을 호구로 알지 않는 한 이렇게 순식간에 표변하며 정반대 방향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던지지는 못한다. 나는 이런 발언들이 나름대로 매우 계산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선의로 생각해도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일부 국민들을 순간적으로 좀 현혹시켜서라도 그들의 쌈짓돈으로 주가를 떠받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주가를 떠받치면 누가 좋아지는가? 결국 주식시장에 투자를 많이 한 사람이 상대적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과거 일본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연기금을 동원해 대대적 주가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그가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믿는다면 대규모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주가가 실물 경기에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1년 이내에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이번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불과 1,2년이면 극복할 수 있는 경제 위기를 위해 왜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가며 과욕을 부린 건설사 및 부동산 투자자들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가?


지금의 사태를 요약해보자. 2000년대 이후 엄청난 부동산 거품으로 상대적 부유층은 엄청난 자산 가치의 증가를 맛보았다. 이 같은 부동산 거품은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부를 상류층으로 전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부풀어 오른 주가 거품도 일정하게는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거품이 꺼지려 하자 정부는 온갖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연기금으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사용되는 예산과 연기금에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돈이 들어가 있다. 이 돈들을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 상대적 부자들의 집값과 주가를 떠받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부 순진한 국민들의 쌈짓돈까지 털어 주식에 돈을 넣어 주가를 떠받치라고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한마디로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동풍이겠지만,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주식 매입을 권장하겠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자신의 말을 믿고 주식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1년 후 시점에서 투자 손실을 볼 경우 선착순으로 자신의 보유 재산을 팔아서 손실 보전을 해주겠다는 각서를 쓰라. 대통령 취임 전 약속했던 재산 헌납 약속을 앞으로도 이행할 뜻이 없는 것 같으니 차라리 이런 데 돈을 써도 좋지 않겠나?


둘째, 당신과 당신 가족, 당신을 따르는 청와대 직원부터 대대적으로 간접상품 가입이라도 하라. 그리고, 그렇게 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라. ‘지금 주식 투자하면 1년 안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신과 자신 가족들부터 대대적으로 펀드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 또 그렇게 자신이 강하게 믿는 바를 자기 휘하의 청와대 직원부터 설득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되풀이해가며 권해서는 안 된다.


셋째, 그리고 만약 지금 주식 투자해서 1년 이내에 주식 부자가 되지 못한다면 유언비어 유포죄로 조사를 받을 것임을 다짐해야 한다. 미네르바 등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주가나 부동산 가격을 예측한 것을 두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며 수사까지 고려한다고 했던 정부다. 그러면 대통령부터 잘못된 예측을 했을 때에는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이미 이 대통령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수사 대상에 오를 만한 충분한 전력이 있다.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주가가 내년까지 3000은 간다. 제대로 되면 5000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주가는 1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굳이 지금까지 예측의 정확성을 따져본다면 이대통령보다 미네르바나 다른 네티즌들이 훨씬 높다. 솔직히 이대통령처럼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주변에서 보지를 못했다. ‘747공약’부터 시작해 한 마디로 말끝마다 허황된 발언들뿐이기 때문이다. 백주대낮 취객의 헛소리보다 못한 대통령의 말에 이제 신물이 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이 소름끼칠 뿐이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28. 09:31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신재생 에너지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며 "지금이야말로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할 때"라고 역설했다고 하네요. "지금이야말로 주식에 투자할 때"라고 헛소리하는 대통령과는 정말 비교가 되네요. 개발연대의 과거 회귀적인 '삽질경제학'에 심취한 한국의 대통령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서도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실천하는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정말 대비가 되네요. 

아래는 뉴욕타임스의 관련 사설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November 27, 2008

Editorial

 

Save the Economy, and the Planet

 

 

Environment ministers preparing for next week’s talks on global warming in Poznan, Poland, have been sounding decidedly downbeat. From Paris to Beijing, the refrain is the same: This is no time to pursue ambitious plans to stop global warming. We can’t deal with a financial crisis and reduce emissions at the same time.

 

There is a very different message coming from this country. President-elect Barack Obama is arguing that there is no better time than the present to invest heavily in clean energy technologies. Such investment, he says, would confront the threat of unchecked warming, reduce the country’s dependence on foreign oil and help revive the American economy.

 

Call it what you will: a climate policy wrapped inside an energy policy wrapped inside an economic policy. By any name, it is a radical shift from the defeatism and denial that marked President Bush’s eight years in office. If Mr. Obama follows through on his commitments, this country will at last provide the global leadership that is essential for addressing the dangers of climate change.

 

In his first six months in office, Mr. Bush reneged on a campaign promise to regulate carbon dioxide and walked away from the Kyoto Protocol, a modest first effort to control global greenhouse gas emissions.

 

Still two months from the White House, Mr. Obama has convincingly reaffirmed his main climate related promises.

 

One is to impose (Congress willing) a mandatory cap on emissions aimed at reducing America’s output of greenhouses gas by 80 percent by midcentury. According to mainstream scientists, that is the minimum necessary to stabilize atmospheric concentrations of carbon dioxide and avoid the worst consequences of global warming. Mr. Obama’s second pledge is to invest $15 billion a year to build a clean economy that cuts fuel costs and creates thousands of green jobs. That includes investments in solar power, wind power, clean coal (plants capable of capturing and storing carbon emissions) and, as part of any bailout, helping Detroit retool assembly lines to build a new generation of more fuel-efficient vehicles.

 

Mr. Obama has surrounded himself with like-minded people who have spent years immersed in the complexities of energy policy.

 

His transition chief, John Podesta, was an early advocate of assisting the automakers and of finding low-carbon alternatives to gasoline. Peter Orszag, his choice to run the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where environmental initiatives went to die during the Bush years) is an expert on cap-and-trade programs to limit industrial emissions of greenhouse gases.

 

Success is not guaranteed. Last year, a far more modest climate-change bill fell well short of a simple majority in the Senate. At least on the surface, it seems counterintuitive to impose new regulations (and, in the short term anyway, higher energy costs) on a struggling economy. Mr. Obama will need all his oratorical power to make the opposite case.

 

The historical landscape from Richard Nixon onward is littered with bold and unfulfilled promises to wean the nation from fossil fuels, especially import!ed oil. What is different now is the need to deal with the clear and present threat of global warming. What is also different is that the country has elected a president who believes that meeting the challenge of climate change is essential to the health of the planet and to America’s economic future.


by 선대인 2008. 11. 28. 09:23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대세하락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대세하락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듯 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급 상황으로 볼 때 소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띠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수도권에서 중대형 공급은 대폭 늘어난 반면, 서민들과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은 공급이 지난 몇 년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본론에 앞서 평형별 공급 물량 변화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1~2003년 집값 폭등기에 중대형 평수 위주로 집값이 오르자 대부분 언론에서는 중대형 평수의 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떠들어댔다. 실제로 중대형 평형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중대형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이 사재기를 한 탓도 컸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중대형 평형을 지어댔다. 이후 이뤄진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2007년말 펴낸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저가 소형주택 확보방안’에 따르면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 비중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2002년의 경우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전체 서울지역 주택 건설 비중의 64.6%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21.3%로 대폭 줄었다. 반면 아파트 건설 비중은 2002년 32.4%였으나, 2006년에는 76.5%나 됐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었다. 2003년 이후 지어진 수도권 아파트도 중대형 평형이 대세였다. 이 흐름을 가장 강하게 탔던 경기도 용인이 전국에서 아파트 평균 면적이 가장 큰 도시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대량으로 분양됐던 중대형 평수의 입주물량이 쏟아진 서울 잠실재건축 단지나 용인 등 경부축의 중대형 평형이 죽을 쑤는 것도 이런 수급 측면이 강하다. 이렇게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이 지역은 심각한 역전세난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주로 서민들이 사는 중소형 평형의 공급은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이 상승한 것이나 최근에도 강북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세난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2007년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가량의 소형 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 주택은 1만4000여 호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철거될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해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강북 중소형 평형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띨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뉴타운 사업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지역의 집값은 추가 매수세가 없자 8월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겪고 있다. 다만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전월세난은 계속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인 뉴타운이 가져온 폐해인 셈이다.

 

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생각해봐도 중소형 평형의 동반 폭락은 불가피하다. 왜 그럴까? 중대형 가격이 떨어지면 중소형의 가장 큰 대체제는 가격이 싼 중대형이 된다. 예를 들어, 공급이 많은 32평형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공급이 적은 24평형 수준에 근접한다고 해보자. 24평형 수요자들이 조금씩 32평형 수요층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나면 예를 들어, 32평형까지는 떨어지고, 24평형부터는 안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형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집값 하락 과정에서 약간의 제동장치 역할은 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도 대세 하락의 자장은 못 벗어날 것이다. 지금은 집값 하락 초기단계라 평형별로 상대적 강세-약세가 나눠지는데,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모든 평형에서 집값이 하향 수렴하게 될 것이다. 단순화해 본다면 이런 식이다.

 

중대형 공급 과잉/중소형 공급 부족--->중대형 가격 하락/중소형 상대적 강세--->값이 내린 중대형으로 중소형 수요자 이동--->중소형 수요 감소--->중소형 가격 동반 하락

 

하지만 수급상황만으로 현재 부동산시장을 해석하는 것은 상황을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 사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 버블로 인해 한껏 부풀었다가 빠른 속도로 투기 버블이 해소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 버블이 해소되는 관점에서 현재의 같은 현상을 달리 설명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승천하다 하강하는 용을 생각해보면 된다. 오를 때는 용머리(예를 들어, 강남 등 버블세븐)부터 오르고 이어 가장 변두리 지역(예를 들어, 강북의 소외지역)이 가장 늦게 오른다. 하늘로 승천한 용이 턴할 때는 어떻게 될까? 역시 용머리부터 내려온다. 용머리가 내려오는 동안에도 용꼬리는 여전히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용머리가 충분히 내려온 어느 순간 용꼬리도 떨어지게 돼 있다. 요약하자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결국 용머리(핵심지역/블루칩 주택)의 가격이 기준이 되며 이 방향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이는 투기적 속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그렇다. 투자적 관점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았던 핵심 지역-핵심 평형에서 가격이 급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 1억원에서 1억원 더 오를 때는 투자수익률이 100%이지만, 10억원에서 1억원이 더 올라봐야 투자수익률이 10%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 더 이상은 투자 매력이 사라지므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차순위 지역-평형 등으로 옮겨간다. 이런 식으로 가장 소외됐던 지역과 평형이 마지막으로 오른다. 투기 불꽃이 꺼지기 전 마지막 타오르는 불꽃인 셈이다.

 

투기 대상 지역이 이동하는 가운데 버블의 핵심 지역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정체를 빚다가 더 이상 과다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매물을 내놓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투매가 일어나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비핵심지역의 집값 기준점은 핵심지역의 가격이므로 기준점에 비해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핵심지역까지 가격 하락 현상이 번져가게 된다. 용머리에 이어 용꼬리까지 완전히 하강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투기 버블의 붕괴로 용머리(=버블세븐)가 떨어진데 이어 용꼬리(강북 중소형)까지 완전히 하강국면에 진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도쿄 오사카 등 도심의 핵심 업무지역부터 집값이 상승해서 전국적으로 퍼져갔다가 내릴 때도 도쿄, 오사카 등 6대 도시부터 떨어졌다. 이들 6대 도시의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90~91년에도 비핵심지역의 일부 지역들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91년 초반까지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조금씩이나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91년 중반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어 이같은 현상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나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10대 도시에서는 138% 상승했지만, 20대 도시로 확대하면 104%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떨어질 때도 10대 도시의 하락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말 현재 10대 도시에서는 고점 대비 22% 떨어졌고, 20대 도시는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 시기는 이처럼 버블 붕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는 현상에 더해 앞서 설명한 평형별 공급물량의 변동이 시장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형의 공급 부족 현상 때문에 약간 지연됐을 뿐 용꼬리가 용머리에 따라붙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중대형 집값이 폭락하면 시차가 있겠지만 결국 중소형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중소형 공급 물량이 부족하니 중소형은 앞으로 계속 강세를 띨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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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올려주신 여러 댓글들을 읽고 첨언합니다. 이 글은 현재 상태의 집값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부수적으로 중대형과 중소형 집값을 전망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일어나는 패턴을 설명한 것일 뿐 엄밀한 분석을 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더 궁금증이 있는 분들은 이 블로그의 '임박한 부동산 파국'에 있는 글들을 참조하시면 좀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글쓴이가 집이 있느니 마니 저열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분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태도야말로 매우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인 부동산 문제를 자신에게 득실이 되는지만 따지는, 유치한 소아적 관점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입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25. 13:23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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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049858)에서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통계가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가격 통계는 어떨까? 이들 업체들이 주택가격 통계 작성 방법론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은행 통계 조사처럼 전국의 아파트 가운데 표본을 뽑은 뒤 업무계약을 맺은 현지 중개업소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주간 및 월간 변동률을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업체들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주택가격 통계를 작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들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 시세는 많은 경우 중개업소들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화해본 한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있을 경우에는 거래 가격을 인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느냐?고 묻자 나름대로 자체 기준이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뤄볼 때,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세 통계가 작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현 시장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가격을 통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 원으로 잡혀 있다.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시세 검증팀을 가동해 중개업소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거나, 시세와 현저하게 다른 가격이 보고될 경우 검증에 나선다고는 한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얼마나 많은 시세검증을 할지도 미지수이고, 실제 시세검증을 한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는 가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국토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 자료는 어떨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웹사이트에는 11월 17일 현재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별로 실거래가 자료가 올라와 있다. 실거래가 자료는 실제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례들만 선별해 올리는 것이므로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지 2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지수 통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거래 실적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그나마 최근 시장상황에 근접한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도 여러 면에서 최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토부는 “공개되는 아파트 실거래 자료는 적정성 검증을 거친 자료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부동산 폭등기에 매도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래 당사자간에 실제 가격보다 낮춰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다운 계약’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집값 추이를 통해 도출된 기준가격에서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하고, 부적정한 실거래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한국감정원에 현장조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정 가격으로 판단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기존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보다 10%이상 낮은 가격은 부적정 가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집값 폭등기에는 일정한 합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정상적인 집값 하락 추세를 반영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집값이 하락하고, 소위 초급급매물까지 속출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기존 거래가격보다 10% 이하로 체결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거래 가격은 지연된 가격 정보라는 점에서도 지금 같은 주택가격 급락기에는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을 매수한 계약자는 매매일자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신고된 실거래 가격 데이터들은 서울을 예로 들면, 관할 구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취합한 뒤 국토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올라간다. 결국 매매 계약자의 신고와 행정상의 취합 및 보고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지연된 정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거래가격이 몇 달 전 가격인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국토부 실거래가도 현장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일 뿐 시장 거래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삼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가격 추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주택가격 통계가 공공부문에서든, 민간부문에서든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로만 따져도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국민 경제 전체의 부작용과 폐해를 뚜렷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부동산 가격통계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가격 통계가 없으면 부동산 폭등기나 폭락기에 집값의 구체적인 양상과 투기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잘못된 대응이나 늑장대응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이 가시화됐던 2005년 노무현정부의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2%밖에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노무현정부 말기에도 부동산거품이 발생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한정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현 이명박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택가격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월 21일 발표한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국민은행 통계가 아닌, 출처 불명의 부동산가격 자료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실제 가격은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15~20% 하락했다며 역시 출처 불명의 몇 개 아파트 거래 사례를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강남권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06년말 고점 대비 15~20% 수준 크게 하락

 

 

대치동 A아파트(31평형) : ('06.12)11.0억원 → (‘08.9)8.9억원, 분당 B아파트 : ('06.10)7.5억원 → ('08.9)6.0억원, 용인 C아파트 : (’06.12)5.5억원 → (‘08.8)4.4억원

 

(10.21대책 발표 자료 1쪽)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생겨난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의 집값 폭락세가 잘 드러난 자료를 써야 하겠는데, 국민은행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인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공인하는 통계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갖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코미디 수준의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공인한 통계도 버리는 정부가 국민은행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 인용문구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부동산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역적인 차이에서 실거래가와 통계의 괴리가 있겠지만 그것만 보고 전반적인 대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10월15일자)

 

국토부는 "정부 통계는 전체 주택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다"면서 "실거래가는 급매물 가격이어서 전체 주택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1월 5일자)

 

 

이렇게 언론에 답변하면서 자신들이 급할 때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사설 정보업체의 통계까지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렴치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동산 가격 통계뿐만 아니다. 주택보급률 통계나 미분양아파트 물량, 주택 규모별 멸실 주택 수 등 기본적인 주택 관련 통계가 매우 부실하거나 신뢰도가 낮다. 이러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보급해야 할지, 어떤 평수의 주택을 더 공급하고 덜 해야 할지 등 제대로 된 주택정책상의 대응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니 미분양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를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느닷없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 수준으로 10년 동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 어디를 읽어봐도 왜 연간 50만호의 주택공급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이처럼 제대로 된 주택 관련 통계도 정비하지 않은 채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우왕좌왕 쏟아내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9. 09:53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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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나 부동산 114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용인 지역에서 8억 원을 호가했던 148 형은 현장에서는 52,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 분당신도시 현동 한 아파트 108형도 2006 7억 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49,0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강남재건축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2006년 말 12억 원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8억 원선마저 무너진 7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이들 아파트들을 매수하려고 하면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보다 고가 주택의 경우 수천 만원에서 최고 1억 원 정도까지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들 지역의 집값이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통계상으로는 이들 지역 집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아래 <도표1>을 보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현재의 각종 주택가격 통계 작성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 112.5만호, 2007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
, 분당 서현동 108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일종의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동산 폭등기에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됐듯이 부동산 폭락기에도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이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지정 및 해제에 사용되는 국민은행 주택 가격 지수를 살펴보자.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19,000여개의 표본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표본 주택들의 가격을 월 단위로 산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은 중개업소들이 시장에서 실제 부동산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국민은행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실제 거래가 성립된 가격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중개업소들이 가장 최근에 거래가 일어났던 과거 가격을 변함 없이 신고하거나 아예 중개업소가 생각하는 예상 거래가격 또는 호가를 불러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올려 놓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아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이 같은 거래가격의 왜곡은 최근처럼 주택거래 물량이 줄어들 때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활황기에 거래 물량이 늘어 20%가 거래됐다면 이 경우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이 커지는 데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시장 거래 가격에 비춰 가격을 가늠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같은 불황기에 거래 물량이 확 줄어 거래량이 전체 주택 물량의 10%정도로 떨어졌다고 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은 낮아지고 실제 시장거래 가격을 반영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업무계약을 맺은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거래 사례가 드문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 가능한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신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한 아파트 32평형 경우 국민은행 시세는 하한가가 43,750만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 매물 가운데는 38,000만원에 나와 있다. 물론 실제로 이 아파트를 사려면 현재 상황에서 1,000~2,000만원 정도는 쉽게 깎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시세와는 적게 잡아도 13% 이상의 괴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24평형은 24,000만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의 하한가는 31,000만원으로 돼 있다. 현장 시세가 국민은행 시세보다 약 7,000만원(22.5%) 더 싼 것이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급매 물건 가격이 65,000만원이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최근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실거래 가격의 괴리가 너무 과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민은행은 중개업소의 신고가격이 실제 시장 거래가격에 근접했는지 여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거의 그대로 인정한다. 기준 시세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현장 실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국민은행의 현장 실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개업소들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신규주택과 기존주택의 거래를 구분하지 않는 것도 가격 통계상의 왜곡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신규주택은 전국에서 매년 40만호 가량 꾸준히 공급돼 왔다. 위에 언급한 2006, 2007년 전체 주택 거래 물량을 기준으로 할 때 매년 주택 거래 물량의 40%에 이른다. 신규 분양 물량이 모두 거래되지 않고 일부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는다고 해도 매년 주택 거래의 30% 이상이 신규 분양 물량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분양물량이 주택 통계상에서 대규모로 반영되게 될 경우 기존에 형성된 주택 가격의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행진이 계속돼온 상황에서는 신규물량 효과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물론 국민은행이나 부동산정보 업체들은 이 같은 신규 물량 효과를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거친 뒤 표본으로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주택지수 통계상에서는 신규분양 물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본으로 포함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신규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고분양가의 영향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신규분양 물량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이 같은 가격상승이 신규분양 물량 공급에 따른 통계 왜곡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원칙도 없이 갑자기 주택가격 통계에 반영된 이 같은 신규 물량의 고분양가가 실제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왜곡할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신규 물량에 의한 주택가격 왜곡 효과는 최근처럼 거래량이 급속히 줄어든 가운데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주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업체들이 여전히 고분양가에 분양하는 물량이 많다면 해당 지역 전체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덜 하락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주택 침체기에는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신규 분양물량이 일정 시점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택 통계에 반영될 경우 그만큼 실제 주택 거래가격과 통계상의 괴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3. 16:25

최근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온갖 명목을 갖다 붙이지만 한 마디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이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괜찮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려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한국 경제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이제는 활용 가능한 모든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구조를 볼 때 현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도 버블 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그동안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의 집값은 정부의 부양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 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외화 및 원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겪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대출 제한에서 그치지 않고 대출 회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은 버블 붕괴의 시장 압력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단지 붕괴의 시간을 약간 지연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부작용만 있을 뿐이다. 집값 거품 붕괴를 부르는 시장 압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기인 92~95년 동안 무려 70조엔이 넘는 각종 경기 부양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현재 우리 돈 가치로 1000조원이 넘는 예산을 경기 부양에 투입한 것이다. 일본의 경기 부양대책도 일본 토건족들의 요구에 의해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 및 토건 사업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극심한 버블 붕괴의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이 92~94년 3년 동안 0%대의 실질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이 그 증거다.

 

더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과도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 전체적인 피해를 키울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의 책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에 따르면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91년 604만명에서 96년에는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네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래의 <도표1>에서 일반건설업체 수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1995년 2,958개였던 업체 수는 199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2년에는 12,643개에 이르렀다. 2003년 이후 건설업체 수는 1만3000개 전후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부양’을 한다는 것은 부동산 거품기 동안 급격히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예산으로 모두 먹여 살리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건설사들이 위기론을 떠들어대는 가운데도 건설업계 전체의 부도율은 1.3% 정도인데, 이는 5~7%대의 부도율을 보였던 90년대 중반보다도 훨씬 낮은 비율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연착륙론’을 부르짖는다. 필자도 가능하다면 한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필자가 원하고 정부 당국자가 원한다고 한들 이미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악성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던 탓에 연착륙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 정부의 대책을 보라. 연착륙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그동안 부동산 거품기에 온갖 폭리를 취했던 건설업계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을 올렸던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 부양책을 펼칠 뿐이다. 그들 가운데 자신들의 잘못된 경영판단과 무리한 사업 욕심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회초리를 맞은 곳이 어디 있는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미분양 물량 급증 등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설업체들에 대해서는 경영상의 자구 노력을 우선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건설업계 전체로 볼 때는 부동산 버블 시기에 한껏 팽창했던 주택 시장이 위축된다면 그에 맞춰 일정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지 않고 정부가 예산으로 먹여살리겠다는 것은 개발주의 시대 당시의 관 주도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정책 실패와 건설업체들의 잘못된 분양 전략이 빚어낸 건설업체의 위기를 국민 세금으로 도와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정부가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진짜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의 복지에 골몰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따라서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한국경제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근본적 체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부는 단기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장래 돌아올 한국경제의 충격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일뿐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 경제가 글로벌 투자은행들마저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인가? 미국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나서야 구제금융종합대책을 만들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시장경제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이 큰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 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을 통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기보다는 자산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주택이 거래되도록 해 집값이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정부에 집값 부양대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한다. 샤시 업자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지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부실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하는 것이 일본의 사례처럼 중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업계와 한국 경제 전반에 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건설업계 복지’에 퍼붓는 예산들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뒤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주는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도 정부가 필요한 부양책을 쓰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1%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을 위해서 부양책을 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은 지금 경제위기로 힘겨워 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이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안에서 변도 치우지 못하고 사는 빈민들이 수두룩하다. 왜 그런 저소득층에는 땡전 한푼 지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며, 공항이며, 아파트를 짓는데 수십, 수백조원의 예산을 써대려 하는가? 그처럼 막대하게 벌린 대규모 건축 및 토목사업의 유지 보수비 때문에 버블 붕괴기에 일본의 숱한 지방정부들이 파산한 사례를 모르는가? 왜 당장 돈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은 외면하고 실현된 적이 없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신화'를 들먹이며 부동산 부자와 건설업체 복지에만 정신이 없는가?

 

경고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쓰는 건설경기부양책은 한국경제를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또한 겉으로는 공익으로 포장하면서 철저히 자신들과 자신들의 핵심 지지기반의 사익을 추구하다가 정권을 잃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토론방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1. 09:51

지난 3일 발표된 소위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부동산 대책 가운데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향후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맞춰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부 대책 이후 나온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재건축 단지에서만 호가 위주로 약간의 반등 조짐이 있고, 다른 지역은 여전히 침체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재건축 단지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회수됐고,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올라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따라붙는 매수세는 현재까지는 크게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 가운데 주택투기지역 해제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전매제한 완화, 지방 미분양 세제 지원 등은 이미 발표된 사항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 발표했거나 이미 예상된 것이어서 현재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미 시장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평정’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소형평형 의무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까지 허용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책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기존 조건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 대상지들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직접적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지역에 제한된 조치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 폭등의 진앙지가 돼왔고, 집값 추세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심리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효과라고 해봐야 매우 한정적일 것입니다. 우선, 위에서 본 것처럼 재건축 단지의 호가는 올라가지만 매수세가 없어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내외 거시경제의 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아마 매수세는 앞으로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과도한 이자 부담에 급매물을 내놓았던 가계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제가 최근 본 기사 가운데는 9억몇천만원에 은마아파트 매물을 내놨다가 정부 발표 이후 호가를 10억원으로 올린 사례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사례의 가계가 진 빚이 8억2000만원이었습니다. 이런 가계의 경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정부 발표에 따른 재건축단지의 수익성 증가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놨습니다. 아래에 링크한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매우 크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완화 수익성` 시뮬레이션 해보니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110442481&type=&nid=&sid=0103&page=1

 

이 기사는 한 재개발 재건축 컨설팅 업체에 맡겨 은마아파트의 사업성을 계산하게 한 결과 단지 전체로 약 2조2000억원, 조합원 가구당 5억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뒷부분을 잘 보면 실제 개발이익은 여기에 턱도 없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음을 ‘자백’하고 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2013년까지 연간 6%의 시세 상승을 전제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집값은 상당기간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데, 6%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년 6%가 상승한다고 가정한 것은 이율로 따지면 복리 개념입니다. 즉, 2009년부터 5년동안 33.8%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같은 집값 상승이 가능할까요? 국내외 경제 환경은 고사하고 당장 국지적으로 보더라도 잠실, 서초구, 강동구 재건축, 송파 위례신도시 등에서 중대형 물량이 계속 쏟아지게 됩니다. 이들 지역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 인근 지역은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단지들과 시장 영역이 대체로 겹치는 부동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치동 재건축단지들도 이들 주변 지역의 가격 약세에 매우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성을 따지는 기준점은 바로 인근 지역 시세이기 때문에 인근 시세가 내려가면 사업성이 떨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이 아예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은마아파트는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 실제로 사업기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쓰고 있지만, 아예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태도입니다. 어찌보면 좀 정치적인 관점의 분석일 수 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적률 280%까지 적용받아 빽빽하게 들어선 강남의 기존 재건축 아파트들이 한강변 도시 스카이라인이나 도시 주거 환경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용적률을 다시 그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용적률 적용 권한을 무시한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같은 당 출신 대통령이 상왕처럼 버티고 있어 겉으로 큰 소리는 못내고 있지만, 결코 국토부 발표 내용대로 순순히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이번 대책 발표 전에도 국토부는 서울시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토부도 실무선에서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 때문에 마지못해 거의 일방적으로 발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렇기에 재건축 규제 완화에 관한 국토부 발표 내용도 두 문장으로 큰 틀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 연말과 내년 초 도정법 개정을 앞두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실무자들간에 벌이는 구체적인 조율 과정에서는 용적률이나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 등의 측면에서 서울시 의견이 상당 수준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재건축 단지의 수익성이 지금 시중에서 기대하는만큼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서울시의 상황을 비교적 잘 정리한 기사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3대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재건축

http://www.fnnews.com/view?ra=Sent0501m_View&corp=fnnews&arcid=0921473301&cDateYear=2008&cDateMonth=11&cDateDay=04

   

이대통령과 오시장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밖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없어서 그렇지 서울시의 실제 입장은 기사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완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쓰고 보니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 분석에 관한 글처럼 돼버렸군요. 사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비판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건축 비율 사실상 축소는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의 대규모 지정, 개발에 따른 동시다발적 중소형 주택 철거로 서민 주거난을 불러온 이명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추진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또한 2003년 이후 중대형 투기 붐 때문에 중대형 물량만 공급되는 과정에서 지금 중대형 아파트들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중대형 공급물량을 더 늘리겠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중에 동상에 걸리든 말든 당장 언발에 오줌을 눠 잠시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 된다는 식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그렇게 떠받치고 싶은 ‘강부자’들의 집값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일단 강부자들이 거품 폭탄을 선량한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탈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서는 경제 위기를 막는다는 명목에서 나온 이 같은 무분별한 부동산 부양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피해의 총량을 더 키우게 된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제 정부가 좌충우돌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내놓는 정책들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비판하는 것도 신물이 날 정도입니다. 엉터리로 내지르는 정책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런 저런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한다는 것도 솔직히 피곤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필요한 비판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겠요.


by 선대인 2008. 11. 7. 10:31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는 동안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우선, 기뻤습니다. ‘이민자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많은 소수 인종에게는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인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던 현실의 육중한 철벽이 도도한 민심의 물결에 일거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드높은 이상이, ‘담대한 희망(Audacious hope)’이, 숭고한 기대가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실이 기뻤습니다. 단순히 기쁨 정도가 아니라 등골을 따라 전율이 찌르르 흐르는 듯한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는 인종과 국적의 굴레를 떠나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에서 오랜 인류의 편견과 인식의 족쇄를 깨뜨리는 쾌거라는 점에서 기뻤습니다.



한편 부러웠습니다. 미국이라는 그 거대한 나라가, 그 나라의 유권자들이 집단으로서 뿜어내는 역동성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무슨 친미주의자라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제가 느낀 미국은 단점도 많은 나라였지만,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그 장점 가운데 첫 번째는 전문 역량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의 보스턴에서, 그것도 2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보낸 것으로 미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만져본 코끼리 다리만으로도 미국이 결코 그냥 운이 좋아서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수준이 한국의 대학들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탐욕에 오도된 많은 엘리트들도 있지만,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또 다른 많은 엘리트들의 도덕적, 지적 수준은 정말 우리와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이에 더해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모여 살면서 마찰과 불협화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같은 다양성에서 싹트는 새로운 변화를 향한 역동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돼 있고, 그 충격을 가장 크게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회가 가진 역량과 다양성에서 나오는 이 역동성이 결합한다면, 미국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도 바로 그 같은 에너지가 분출하는 한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한편 서글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이번에 오바마가 선거 캠페인 내내 내건 구호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The change we can believe in)’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의 당선 기념 연설에서 지지자들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말도 바로 ‘Yes, we can!'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떤가요? 서민을 위한 과감한 개혁을 시대적 사명으로 출범했던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지친 우리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는 시대착오적인 퇴물이자 건설족의 수괴일 뿐입니다. 그 스스로는 오바마와 비전을 공유한다고 낮술에 취한 취객처럼 헛소리를 외쳐대지만 우리는 그에게서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의 임기가 빨리 끝나주기만을 간절히 학수고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지 10개월 만에 대한민국은 온갖 풍상을 겪고 서민들은 엄동설한의 냉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되는 엉터리 정책과 노골적인 기득권 챙기기에 한국 경제는 끝도 없이 위기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되새길 때 이명박 대통령은 ‘상위 1%의, 상위 1%에 의한, 상위 1%만을 위한 불량국가’를 실현하느라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처럼 극명히 대비되는 현실에 서글픔을 넘어 분노마저 느낍니다.



또 한편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정부가 물러간다고 한들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인가요?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제대로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입니다. 만약 현 정권이 물러난다고 해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역량 있는 정치세력이 있는 것인가요? 아무런 자기 정체성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 역량도 갖추지 못한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입니까?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운명을 맡길 수 있습니까? 아니면 똑같이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편협한 세력다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한 민주노동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감과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 무기력감 때문에 마지막으로 드는 감정은 결연한 책무감 같은 것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평한 게임의 룰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오늘 오바마의 당선은 오바마 혼자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입니다. 그러한 기적을 한국에서 만들어내는데 저도 제가 처한 자리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된 심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그 변화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양대 정당의 최종 후보였던 오바마 당선자와 맥케인 상원의원은 각각 자당의 주류 정치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인물들입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강력한 당내 경쟁자이자 전통적 민주당의 주류 이념을 대변했던 힐러리를 따돌리고 당내 경선에 이긴 뒤 본선까지 이겼습니다. 워싱턴의 양대 정당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와 이념적 틀에 갇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할 때 무당파(Independent)적 성향이 강한 오바마는 유권자들에게 기존 정치권의 변화와 미국의 변화를 역설하며 오늘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우리도 자기들만의 울타리에 갇힌 썩은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벗어나 국민의 눈 높이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또한 오바마는 47세의 젊은 대통령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과 같은 60,70대의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입니다. 이 젊은 세대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젊은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비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 앞서 왜 그들이 정치적 무기력과 무관심에 빠지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몇 십년내에 볼 수 없었던 사상 최대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무엇이 정치적 무기력증과 무관심에 젖어 있던 미국민들을 투표소로 끌어냈을까요? 그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희망을 찾는다면 결코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존재로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은 그동안 부모 세대와 기득권의 게임의 룰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그들의 미래를 열어준다면 얼마든지 세계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시대적 감수성과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입니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십시오.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참고로, 4일자 뉴욕타임스에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자 명칼럼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칼럼 ‘Finishing Our Work’을 옮겨 봅니다. 프리드먼이 평소에도 좋은 칼럼을 많이 쓰지만 오늘 칼럼은 정말 명칼럼입니다. 밑줄 그은 부분은 제가 공감하거나 인상 깊게 느낀 대목들이고, 군데군데 괄호 안에 제 생각을 조금 넣었습니다. 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 제가 번역까지 해서 올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혹 필요하다면 내일 오후에라도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아니면 여력이 되시는 분들이 릴레이 댓글로 문단별로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는 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By THOMAS L. FRIEDMAN


And so it came to pass that on Nov. 4, 2008, shortly after 11 p.m. Eastern time, the American Civil War ended, as a black man — Barack Hussein Obama — won enough electoral votes to becom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 civil war that, in many ways, began at Bull Run, Virginia, on July 21, 1861, ended 147 years later via a ballot box in the very same state. For nothing more symbolically illustrated the final chapter of America’s Civil War than the fact that the Commonwealth of Virginia — the state that once exalted slavery and whose secession from the Union in 1861 gave the Confederacy both strategic weight and its commanding general — voted Democratic, thus assuring that Barack Obama would become the 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is moment was necessary, for despite a century of civil rights legislation, judicial interventions and social activism — despite Brown v. Board of Education, Martin Luther King’s I-have-a-dream crusade and the 1964 Civil Rights Act — the Civil War could never truly be said to have ended until America’s white majority actually elected an African-American as president.


That is what happened Tuesday night and that is why we awake this morning to a different country. The struggle for equal rights is far from over, but we start afresh now from a whole new baseline. Let every child and every citizen and every new immigrant know that from this day forward everything really is possible in America.


How did Obama pull it off? To be sure, it probably took a once-in-a-century economic crisis to get enough white people to vote for a black man. And to be sure, Obama’s better organization, calm manner, mellifluous speaking style and unthreatening message of “change” all served him well.


But there also may have been something of a “Buffett effect” that countered the supposed “Bradley effect” — white voters telling pollsters they’d vote for Obama but then voting for the white guy. The Buffett effect was just the opposite. It was white conservatives telling the guys in the men’s grill at the country club that they were voting for John McCain, but then quietly going into the booth and voting for Obama, even though they knew it would mean higher taxes.(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지라도 오바마를 선택한 백인 보수주의자들과 자신들의 집값을 올려주고 종부세를 줄여줄 대통령을 뽑은 부동산 부자들의 선명한 대비가 떠오르네요)


Why? Some did it because they sensed how inspired and hopeful their kids were about an Obama presidency, and they not only didn’t want to dash those hopes, they secretly wanted to share them.(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자녀들의 희망을 공유하고 싶어한 부모 세대라니, 감동적입니다. 극심한 세대간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 마음이 아픕니다.) Others intuitively embraced Warren Buffett’s view that if you are rich and successful today, it is first and foremost because you were lucky enough to be born in America at this time — and never forget that. So, we need to get back to fixing our country — we need a president who can unify us for nation-building at home.


And somewhere they also knew that after the abysmal performance of the Bush team, there had to be consequences for the Republican Party. Electing McCain now would have, in some way, meant rewarding incompetence. It would have made a mockery of accountability in government and unleashed a wave of cynicism in America that would have been deeply corrosive.


Obama will always be our first black president. But can he be one of our few great presidents? He is going to have his chance because our greatest presidents are those who assumed the office at some of our darkest hours and at the bottom of some of our deepest holes.


“Taking office at a time of crisis doesn’t guarantee greatness, but it can be an occasion for it,” argued the Harvard University political philosopher Michael Sandel. “That was certainly the case with Lincoln, F.D.R. and Truman.” Part of F.D.R.’s greatness, though, “was that he gradually wove a new governing political philosophy — the New Deal — out of the rubble and political disarray of the economic depression he inherited.” Obama will need to do the same, but these things take time.


“F.D.R. did not run on the New Deal in 1932,” said Sandel. “He ran on balancing the budget. Like Obama, he did not take office with a clearly articulated governing philosophy. He arrived with a confident, activist spirit and experimented. Not until 1936 did we have a presidential campaign about the New Deal. What Obama’s equivalent will be, even he doesn’t know. It will emerge as he grapples with the economy, energy and America’s role in the world. These challenges are so great that he will only succeed if he is able to articulate a new politics of the common good.”


Bush & Co. did not believe that government could be an instrument of the common good. They neutered their cabinet secretaries and appointed hacks to big jobs. For them, pursuit of the common good was all about pursuit of individual self-interest. Voters rebelled against that. But there was also a rebellion against a traditional Democratic version of the common good — that it is simply the sum of all interest groups clamoring for their share.(부시와 그 동료들 대신 이명박과 졸개들이라는 말을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In this election, the American public rejected these narrow notions of the common good,” argued Sandel. “Most people now accept that unfettered markets don’t serve the public good. Markets generate abundance, but they can also breed excessive insecurity and risk. Even before the financial meltdown, we’ve seen a massive shift of risk from corporations to the individual. Obama will have to reinvent government as an instrument of the common good — to regulate markets, to protect citizens against the risks of unemployment and ill health, to invest in energy independence.”


But a new politics of the common good can’t be only about government and markets. “It must also be about a new patriotism — about what it means to be a citizen,” said Sandel. “This is the deepest chord Obama’s campaign evoked. The biggest applause line in his stump speech was the one that said every American will have a chance to go to college provided he or she performs a period of national service — in the military, in the Peace Corps or in the community. Obama’s campaign tapped a dormant civic idealism, a hunger among Americans to serve a cause greater than themselves, a yearning to be citizens again.”(오바마의 선거캠페인이 잠자고 있던 미국민들의 공민(公民)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일깨웠다는 지적은 정말 마음에 와닿습니다.)


None of this will be easy. But my gut tells me that of all the changes that will be ushered in by an Obama presidency, breaking with our racial past may turn out to be the least of them. There is just so much work to be done. The Civil War is over. Let reconstruction begin.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정치/안보문제'란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7. 10:22

YTN 보도국 뉴스2팀에서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최근 YTN사태 100일을 맞은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YTN 사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좀더 폭넓은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글 마지막에 있는 동영상도 꼭 보시길 바라고요. YTN노조, 더 나아가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모든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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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을 맞는 우리들의 자세

  
 안녕하세요, 어린달님  김수진입니다.  석 달 쯤 전, 여름의 일입니다.

 "너무 앞에 나서지 마라."

 "괜찮아요. 저는 앞에 나서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 회사 사람들은 다 똑같은 생각이라 누구만 앞에 나서고 그런 것도 아니에요. 다 같이 해요 그리고.. 그런 거 무서웠으면 기자 하지도 않았어요. 입바른 소리 하라고 된 게 이 직업인데... 그런 거 무서우면 그냥 일반 회사 다녀야지"

 "그런 소리 마라. 옛날에 동아일보 사태 때 해직 기자들이 오랫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 너는 어려서 모르지만..."

 석 달 후, 저희 아버지의 걱정처럼, 33명이 징계를 당하고, 그중 6명은 해임을
당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앞에 나서지' 못했는지 징계도 정직도 감봉도 경고도 받지 못한
'살아 남은 자'가 됐습니다. '살아 남은 자'들은 분노에 울부짖었지만, '죽은 자'들은 오히려 "우리 때문에 무릎을 꺾는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우리를 다독였습니다. 우리는 당장 간부급 선배들의 각성을 촉구하던 단식을 걷어치우고 다시 '블랙 투쟁'에 나섰습니다. (보셨죠? 앵커와 기자들이 검은 옷으로 조의와 항의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징계 이후 국정감사에서 손에 피를 묻힌 '자칭 사장' 구본홍과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출석해 증언하며 이슈가 됐습니다. 구본홍씨는 편의에 따라 기억이 나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다며 스스로가 언론사 사장이 될 자격도 없고 그럴만한 정신 건강도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YTN 발전에 눈꼽만큼도 기여한 적 없는 사람이 YTN을 피땀흘려 만들고 키운 유능한 기자 33명을 징계하고 해고한 데 대해서는 '무자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해직 사태 이후에도 구씨는 단 며칠만 출근하는 척을 하다가 늘 그렇듯 노조의 저지로 회사에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계절이 됐고, 우리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100일을 맞았습니다. 이제는 농성 천막에 앉아있으면 찬 기운이 바닥에서 술술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100일을 맞는 저희들의 자세는 투쟁 1일째와 다름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 자리 숫자를 보면서 기가 막히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좀 지칠 때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가 '투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다며 목에 힘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자라는(혹은 촬영기자라는,
기술감독이라는, 회계담당,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이고, 생활인이고,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이걸로 녹을 먹으니 그만한 값을 시청자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방송, 바른 보도가 저희가 생산하는 '정품'입니다. 저희는 그저 처음과 똑같이,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독립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합니다. '불량 뉴스, 짝퉁 뉴스'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하는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고 '불량률 0'에 도전해야죠. 저희만 이런 노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직업인으로 생활인으로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요? 이 싸움은 언론사 종사자로서 당연히 저희가 해야할 의무일 지 모릅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상황이면 그럴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특정인의 선거 캠프 참모로 일한 정치인은 언론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의 싸움이 천 일이 되더라도  만 일이 되더라도, 그리고 구본홍씨가 사퇴하더라도 YTN이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라고,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본홍씨가 언제 사퇴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오더라도 저희는 늘 공정방송을 해야 하고 그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되었던 보도의 독립성에 손을 대려는 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떤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YTN은 이른바 '좌편향'이라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수 언론사든, 진보 언론사든, 중도 언론사든,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대선 캠프 특보 출신 정치인은 사장으로 받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상식만으로도
구씨는 YTN의 사장일 수 없지만, 저희가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겪은 구씨는 도덕적으로도 큰 흠결이 있어 언론사 사장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구씨가 회사대신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집무실로 애용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펑펑 쓴 돈이 석달간 노조가 밝혀낸 것만  4500만원인데, 회사는 '그게 아니고 3800만원'이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했습니다. --; 
  
백 번 양보해 3800만원이라도 해도, 외환위기 때 6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아가면서도 회사를 살렸고, 10년 동안 돈이 없어서 오디오맨도 없이 취재기자가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취재했던, 송출비 30만원이 지금도 아까워서 촬영 테이프를 들고 달리는 YTN 직원들로써는 피를 토할 일입니다.

YTN이 안정적으로 흑자를 낸 것도 불과 최근 몇 년의 일인데, 사원들의 연봉보다도 많은 돈을, 사장 인정도 받지 못하는 자가, 회사에 뼈빠지게 일해 돈 벌어다 주는 사람들의 목을 잘라가며 호텔에서 물 쓰듯 쓰다니 정말 용서가 안됩니다. 참고로 팀원들이 징계받아 제작이 중단된 돌발영상만 해도 광고수입이 억대에 이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YTN 입구를 지키며 구본홍씨보고 '돌아가라'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는 살아남은 죄를 가진 자이기에 징계받은 동료와 선배들에게 늘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그들이 없으면 저도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결코 그들이  홀로 고통받게 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백일을 맞는 25일 0시까지 출근저지 투쟁 100일을 맞아서 저희가 문화제를 엽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회사 그래픽팀 사우 서정호씨가 100일을 기록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배경음악은 김창기의 '여섯개의 넥타이로 살아남은 자의 노래'인데, 이 노래 가사의 일부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은 너에게 꼭 약속해 줄께

  너무 예쁜 우리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이마에 다짐할께 
  
  너무 예쁜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빠가 되겠다고

  너의 입술에 다짐할께


    뮤직비디오 '우리는 왜 눈물을 흘려야 하나'

by 선대인 2008. 10. 24.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