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찬성론자 가운데 국제선 탈 때 인천공항 가서 갈아타는 불편함을 근거로 듭니다. 공항 새로 짓는다고 국제선이 생기질 않습니다. 배후 도시 경제규모가 커서 승객 수요가 있어야 국제선 취항 수요가 생깁니다. 왜곡하지 마시길


신공항 찬성론자 중에는 또 기존의 지방공항과는 사정이 다를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조금은 낫겠죠. 아직 김해공항 승객과 물동량 처리 능력의 절반밖에 못 채웁니다. 그런데 신공항이 지금 왜 필요하죠?


해당 지역 정치인과 토호세력은 신공항이 엄청난 지역경제 발전 효과 가져다 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들어선 인천 경제가 계속 가라앉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런 시설 유치로 경제발전된다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결국 동남권 신공항 들어서서 좋은 사람은 지역 정치인과 토호세력, 건설업계뿐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효과 충분하지 않은 사업에 국민 세금 낭비하게 되는 꼴. 왜 국민세금으로 소수 지역 기득권자들 배불리는 사업을 해야 하나요?

 

사업성 없더라도 지역균형발전 위해 신공항 건설 필요하다고요? 언제까지 사업성 없는 토건사업 벌일 겁니까? 같은 돈으로 지역 문화, 교육 인프라에 투자해달라고 하세요. 지식정보화시대에 언제까지 삽질할 겁니까? 각 지역에 유령공항 생겼다고 지역발전 됐나요?

 

신공항 들어서면 경제발전 된다는 분들. 인천공항이 그렇게 큰데도 왜 인천 송도의 첨단산업 및 신항 건설 사업이나 영종지구의 복합 물류, 관광, 레저 사업, 그리고 청라지구의 국제금융 및 업무단지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죽쑤고 있는지 생각 해보시길요!

 

 

세금혁명당 페이지 www.fb.com/taxre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4. 1. 10:25

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주범이 실은 정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번 대책 내용은 크게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주택 취득세 절반 감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DTI 규제 부활은 잘 뜯어보면 규제 부활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자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을 예전보다 15% 포인트 이상 늘려주기로 했다. 대출 상환 방식만 바꾸면 대출한도를 오히려 총소득 대비 40~60%에서 55~75% 가량 늘려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DTI규제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다.

 

DTI규제는 금융소비자들을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로부터 보호하는 기본적인 보호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8.29대책에서 올해 3월까지 DTI규제를 풀어 오히려 가계부채 급증을 유도했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가계부채를 동원해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자 현 정부는 예정대로 DTI규제를 다시 묶는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자에 대해서는 DTI 한도를 늘려준 것이다. 소득의 40~60%를 빚으로 내는 가계가 정상적 가계생활을 할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데,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그 비율을 55~75%까지 늘려도 된다는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취득세 감면 조치도 어처구니 없다. 이미 87조원 규모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무리한 토건부양책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적 채무가 2009년 이후 41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더구나 지금도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지방세수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수도권 지자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획재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부동산 보유세를 함께 올리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고, 재산세도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집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를 지원해주는 대책일 뿐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택 분양가가 높아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서도 지난해 수도권 입주 아파트의 28%가 빈집으로 추산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디밀었다. 지금도 집값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 빚을 내서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수요가 고갈돼 있는데 얼마나 분양가를 더 올려받아야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이 같은 대책들로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도 어렵다. 왜 그런지 부동산 시장 흐름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지난해 8.29대책 이후 약 4개월 가량의 부동산 약반등 랠리는 이미 마무리되고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현재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발표하는  가격지수는 사실상 매도호가 위주의 조작에 가까워 신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주택 가격지수가 하락할 경우 그 방향만은 대체로 맞다고 할 수 있는데 부동산 114 등 모든 부동산정보업체의 서울지역 가격 지수가 이미 하락으로 반전한 상태다.

 

따라서 길게 보면,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8년 중반 (버블세븐은 2006년말) 고점을 찍고 대세하락중이라고 할 수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2008년말 20% 가량 1차 하락후 1차 반등기 (2009.1~9월)에 15% 반등한 뒤 2차하락기(2009.10~2010.8)에 11% 가량 하락했다. 이어 지난해 8.29대책 이후 1개월 후인 2010년 10월부터 이어진 2차 반등 폭은 올해 2월까지 2.5% 정도에 불과해 반등폭이 매우 미미했다. 이미 정부의 온갖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반등 에너지가 고갈돼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DTI규제 부활 시점이 다가오기 전부터 이미 DTI규제 해제 효과가 거의 소진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이미 단기 고점을 찍고 다시 재하락중이다.

 

결국 정부가 DTI규제를 해제해 막대한 가계부채를 기반으로 한 투기를 유도했으나 그 상승세가 4개월 가량 지속됐고 반등폭도 2.5% 정도로 미미한 상태에서 일단락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8.29대책 이후 가계부채만 폭증시키고 금리 인상으로 버블을 더욱 키운 셈이 됐다. 그런데 또 다시 현 정부는 이미 가계부채 폭증으로 더 이상 빚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 이르고서도 꺼져가는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불러일으키겠다며 취득세 감면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부양책은 긴 역사에서 뚜렷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처럼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대책이 버젓이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가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말로는 서민을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늘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다주택 투기자 등 기득권 업계와 계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거품을 빼야 할 시기에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우는 위험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 이런 정부에게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태에서 질주하는 버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정부에 기대기보다 가계들은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자구책이란 정부와 언론이 부채를 늘리라고 권하더라도 그 권유에 응하지 말아야 하며 과도한 부채를 진 가구는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열심히 가계부채 다이어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가 오면 난폭 운전을 한 버스 운전사에게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이미 가뜩이나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부채를 더 늘리라고 부추기고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해온 건설업계와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들도 반드시 대중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http://on.fb.me/eou2PZ 에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트위터에서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하셔도 좋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30. 08:56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논란이 많습니다만, 애초부터 경제성 없는 것을 토건족 탐욕과 정치적 욕심 때문에 추진한 게 문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실컷 재미봤다가 정작 실행 단계에서 영남표 갈라질까봐 포기하는 실태를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정부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같은 사기에 휘둘려야 하는 영남권 주민들을 포함한 이 나라 국민들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동남권 신공항은 지금이라도 백지화된 게 다행입니다.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데 적극적인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동남권 신공항 두 곳의 비용편익비율은 0.73(밀양), 가덕도(0.70) 입니다. 쉽게 말해 투입한 비용에 비해 본전도 못 뽑는 장사라는 얘기입니다. 그 공항을 유치한 지역들에는 대규모 세금이 투입돼 당장은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국민경제 전체로는 하지 말아야 할 투자라는 겁니다. 그런데 두 지역의 토호세력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라고 아귀다툼했고, 지역언론들은 마치 동남권 신공항만이 살 길인 것처럼 지역민들을 선동했죠. 하지만 그런 사업들로 건설업계와 지역 정치인들이 생색내고, 지역 언론사들의 광고 수입이 느는 동안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과정과 백지화 과정이 씁쓸하지만 결국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는 사업이 맞습니다.

 

사실 지금도 전국 각지에 각종 지역 개발 명목으로 유치한 지방공항들이 ‘유령공항’으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동남권 신공항이 개항할 때 이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대규모 신공항을 지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경영실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저의 책 <프리라이더> 1권에 수록한 내용 일부입니다.

********************************************************

 

<도표1>

(주) 한국공항공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대구 -19.8억원, 울산 -56.2억원, 청주 -58.8억원, 양양 -72.1억원, 무안 -68.2억원, 광주 -14.2억원, 여수 -73.0억원, 사천 -28.5억원, 포항 -55.4억원, 군산 -20.2억원, 원주 -13.9억원.

 

2009년 11개 지방공항의 적자 현황이다. 이들 공항의 적자 총액은 480억원. 이 가운데 겨우 800만원의 항공수익을 올린 양양공항을 포함해 6개 공항은 2009년 연간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항공수익을 올렸다. 반면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공항 14개 가운데 흑자를 남기고 있는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공항 단 세 곳뿐이다. 이외에도 386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2년말 완공됐던 경북 예천공항은 문을 연지 1년 반 만인 2004년 폐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앞서 신규 공항이 개항됐다는 이유로 속초, 강릉, 목포공항도 폐쇄돼 군용으로 쓰이고 있다. 총사업비 1317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다 짓고 나서도 항공수요가 없어 비행훈련원과 영화 촬영의 무대로 쓰이고 있다. 영화 세트장 치고는 너무 비싼 세트장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또 다른 지방공항들이 아직도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1450억원이 들어가는 김제공항의 경우 476억원을 들여 건설부지를 이미 매입한 상태지만 수요 부족 문제로 공사 진척이 어렵다. 공항을 짓는데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이미 지어진 공항을 놀릴 수 없으니 공항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또 이런 저런 거액의 혈세를 투입한다. 예를 들어, 양양공항의 경우 시설이 미비해 이용 승객이 적다는 핑계로 비행장시설 및 터미널시설 확장공사를 통해 최초 사업비 1800억원보다 1767억원을 더 투입해 모두 3567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항공수요는 해가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4월 개항이후 2010년까지 양양공항의 누적 적자액은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각 공항별 건설 및 증설 사업비만 모두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짓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방공항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게 문제다. 만약 2009년 수준의 11개 지방공항 적자가 계속된다고 본다면 10년마다 약 5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지방공항 적자는 한국공항공사가 다른 세 개 흑자 노선의 수입으로 메우게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우 낙관적으로 봐준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지방공항들의 항공수요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14년 계획대로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송정간 182.2㎞ 구간이 개통되면 항공수요 감소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 뻔하다.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선 항공수요는 2004년 4월 KTX 1단계 개통을 전후해 연간 2100만명 수준에서 17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경부선 및 호남선 KTX 2단계 개통이 완료되면 국내선 항공수요는 한 계단 더 떨어질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대체제 관계에 있는 국내공항과 KTX의 이동시간 및 운임을 고려할 때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도표2> 

(주)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by 선대인 2011. 3. 29. 09:24

제가 ‘나무를 심은 사람’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이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갓 대학에 복학한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회 개혁에 대한 열망은 강했으나 여느 대학생들처럼 요지부동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고 있던 때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속으로 되뇌어보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의 젊은 후배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취직 걱정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히 증폭돼 있던 시기였습니다. 학교 기숙사 뒤에 있던 무악산에 올라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접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 문호 장 지오노의 동명 소설을 아름다운 파스텔 톤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지아르 부피에의 삶이 당시의 제 가슴을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엘지아르 부피에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산촌 여행길에서 소설 속 화자가 만난 노인입니다. 그는 날선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무지에서 매일 도토리를 파종하고 있습니다. 당시 55세였던 엘지아르 부피에는 아내와 아들을 여의고 황무지에 들어와 양을 치면서 도토리를 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황무지의 계곡에 사는 주민들은 환경의 영향 때문에 심성이 사나웠으며 서로 으르렁댔습니다. 부피에는 아무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황무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하는 일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치 구도자같은 그의 성실한 노동은 계속됐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조차도 그의 수고로운 노력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면서 그의 노력은 조금씩 기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뿌린 씨앗들은 울창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메말랐던 계곡에 다시 물이 흘렀고 새들이 깃들었습니다. 모진 칼바람이 멈추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던 마을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변했습니다. 아귀다툼 소리가 그치지 않던 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황무지였던 그 곳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는 과정이 사람들에게는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가 보잘것없는 한 촌로의 한없이 조용하면서도 부지런한 손길에서 비롯됐음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삭막한 황무지처럼 느낄지도 모릅니다. 소리쳐도 메아리 없는 황무지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무력감을 느낍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아. 나서 봐야 나만 손해야’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향해 난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급니다. 가끔은 용기를 내보지만, 변화를 낙관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분명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모순과 질곡에도 불구하고 부피에가 마주한 황무지보다는 훨씬 더 좋은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당장은 상식 이하의 불량정부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만, 그 같은 현실 때문에 다른 세상을 꿈꾸는 기운과 에너지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부피에가 마주했을 황무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더구나 부피에는 아내와 아들을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사람입니다. 황무지에도, 그의 마음 속에서도 늘 스산한 바람이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부피에가 다른 모든 이들처럼 황무지의 현실을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다면 수십 년 후 울창한 숲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은 가능했을까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이 활개치며 국가의 자원을 농단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암담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주어진 것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도, 후대의 삶도 달라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키우고 싶은 나라가 돼가고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피땀 흘려 일군 이 나라가 점점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은 나라가 돼갈 때 우리는 한없는 서글픔과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나라를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여느 부모처럼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심는 한 그루의 나무가 당장은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결실을 안겨주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우리 당대에는 결실을 아예 맛볼 수 없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심은 나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풍성한 결실을 안겨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그런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부피에가 눈을 감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호소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재정구조개혁을 위한 한 그루 나무를 각자의 생활영역 속에서 심어가자고. 저는 지금 우리의 결의와 행동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제게 주는 교훈입니다.

 

장 지오노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데릭 백은 또 한 사람의 부피에입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표현을 패러디하자면, 그는 5년 반에 걸쳐 ‘이태리 장인처럼 직접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이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그는 한 쪽 눈을 실명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상영 이후 캐나다에서는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이 벌어져 2억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프레데릭 백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큰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뜻대로 ‘나무를 심은 사람’은 대학시절의 저에게 큰 위안과 격려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금혁명’을 출간하면서 저도 다른 분들께, 특히 이 땅의 젊은 후배님들께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상황이 암울해 보이지만 함께 묵묵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잘못된 현실을 바꾸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그 같은 노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저는 진정한 세금 혁명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 납세자들의 공동자금인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세금을 반칙의 제왕들인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의 배를 불리는데 지금처럼 쓰이도록 놔둘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위한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데 쓸 것이냐 결정할 기로에 서있습니다. 저는 물론 세금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진정한 세금 혁명으로 가는 조그만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제 대학시절 ‘사상의 은사’로 여겼던 리영희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분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대기를 감싼 잿빛 황사가 많이 옅어졌다고 믿습니다. 평생을 참 언론인, 참 지식인으로 사셨던 리영희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에 진실의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새벽까지 원고와 씨름하는 날들이 거듭될 때도 그 분이 남기신 말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책을 삼가 리영희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우리에게는 현실의 가려진 허위를 벗기는 이성의 빛과 공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가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출처: <우상과 이성>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권 <세금혁명: 세상을 바꾸는 최선의 돈>이 출간됐습니다. 또한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잇는 분들은 트위터에서 저(@kennedian3)를 팔로우하시거나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28. 05:24



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주범이 실은 정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번 대책 내용은 크게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주택 취득세 절반 감면, 분양가 상환제 폐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3.22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은 생략하겠다. 다만, 이 가운데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취득세 전쟁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정책 자체부터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87조원 규모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무리한 토건부양책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적 채무가 2009년 이후 41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더구나 기획재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부동산 보유세를 함께 올리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고, 재산세도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집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를 지원해주는 대책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방침을 둘러싸고 지자체가 강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4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취득세 감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실 지금도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판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지방세수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있다. 2000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 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원 가량 급증한 30.7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원으로 다시 4.2조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도표1> 지자체 총세입 및 지방세수입 내역별 현황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 31.2%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보조금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2>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현재는 취득세로 통합)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 수입은 더욱 감소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장기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말 이후 장기간 구조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지방 재정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한시 감면했던 취득세를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3.22 부동산 대책에서 다시 부활키로 했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재정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상태에서 재정 보전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것임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작 더 분노해야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일반 납세자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이런 가운데 3.22 부동산 대책은 또 다시 성실한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부동산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을 뜯고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립서비스만 요란한 정부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이 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다. 이 땅에 진정한 조세재정구조개혁, 즉 세금혁명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권 <세금혁명: 세상을 바꾸는 최선의 돈>이 출간됐습니다. 또한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잇는 분들은 트위터에서 저(@kennedian3)를 팔로우하시거나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25. 10:04

 

지금 20대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나는 이들 세대를 6무세대라고 부른다. 왜 6무세대인가? 원래 나는 이들 세대를 5무세대라고 불렀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내수는 계속 위축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대 청년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변변한 소득을 올릴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 자기의 집은커녕 좋은 방 한 칸 가지는 것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 집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도,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젊은 세대들이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아기를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운 세대가 돼버렸다. 부동산 거품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랑 욕구, 번식 욕구조차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18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86위일 정도로 기괴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 소득, 집, 사랑과 결혼, 아기 등 다섯 가지를 가질 수 없는 세대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5무세대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한 젊은 트친이 답글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6무세대입니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세대이니까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수천 개의 표창이 한꺼번에 날아와 내 가슴에 박힌 듯 마음이 아파왔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니. 하지만 정말 그랬다. 우리의 부모세대나 외환위기 이전 사회에 진출한 90년대 학번 이전 세대가 자라온 물질적 환경이 평균적으로 지금의 20대나 그 이후 세대보다 더 나빴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고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던 세대이고, 386세대는 엄혹한 군부독재 치하에서도 민주화의 기틀을 닦았던 세대이다. 그들은 오늘은 힘들어도 더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고, 당장 자신은 힘들어도 자신들의 자식들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세대이다.

 

그런데 지금의 20대 이하 세대는 그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편차가 매우 극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물질적 풍요함이 극에 이른 시대에 이들 세대가 집단적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들 세대들에 대해 “왜 너희들은 짱돌을 들지 못하느냐” 또는 “왜 486세대처럼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느냐”라고 질타하거나, 심지어 “너희들이 투표 안 한 탓이다”는 식의 힐난을 퍼붓기도 한다.

 

나는 이들 세대에게 그런 식으로 윽박지르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젊은 세대가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전투적 정치행동을 손쉽게 요구하는 것은 ‘꼰대스러운’ 기성세대의 표현일 뿐이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힘차게 약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데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청년세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다수의 당국자들이 가진 태도와 거의 다름없다.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홍익대 학생들이 학습권을 내세우며 이들의 파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나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홍대 학생들의 대응이 결코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4년 동안 열심히 데모하고도 졸업할 때 다양한 취직 기회를 가졌던 486세대의 대학생들이 가졌던 사회 연대의식을 이들에게 요구하기 쉽지 않다. 이들을 질타하기 전에 이들이 얼마나 각박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함께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가 지적하듯이 고려대 학생이던 김예슬씨가 ‘대학 없는 대학’을 자퇴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선언조차 할 여유가 없는 ‘보통대’ 또는 ‘지잡대’ 학생들이 대부분인 현실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현재의 20대의 잠재적 역량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6무세대’라는 표현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 즉 외적 조건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부정적 현실에 압도당한 20대의 한계와 무기력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의 주체적 역량을 살펴보면 매우 밝은 부분이 드러난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같은 젊은 세대들을 ‘C~G(creative, digital, educated, fashionable & fun, global)세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며(creative), 디지털과 인터넷 환경이 공기처럼 편안한 디지털(digital)세대이며, 그것이 상당히 획일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할지라도 역대 어떤 세대보다 평균적인 교육수준이 높은 교육받은(educated) 세대이다. 이들은 또한 시대적 유행에 민감하고 이를 즐거운 놀이로 승화할 수 있는 (fashionable & fun)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지금의 어떤 세대들보다 글로벌(global) 시대의 감수성과 경험을 가진 세대이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진아건축 부상훈 대표도 이들 세대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젊은 친구들을 가르쳐보면 대단하다. 그렇게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왔는데도 조금만 자극과 영감을 던져주면 정말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놓곤 한다. 이들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한국을 몰라보게 바꿀 수 있는 세대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단군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세대’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한 중진 정치인도 “젊은 친구들의 역량을 보면 국제무대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만한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며 “이들이 정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잘 될까봐 걱정”이라고 꽤 진지한 농담(?)을 내게 던진 적이 있다.

 

사실 한 중진 정치인의 걱정 아닌 걱정이 정말 터무니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가 201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그룹의 한국계 멤버 J 스플리프(정재원)과 프로그레스(노지환) 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2010년 중국계와 일본계 멤버와 팀을 이뤄 ‘Like a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표현을 빌자면, “주 8일, 하루 25시간을 자유로이 즐기며” “한식, 한국 술 등 우리 모두가 이야기하고 즐기는 것들을 그냥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미국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각각 8개월과 7살 때 미국에 건너가 미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 음악인들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기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런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열악한 현실 때문에 우리 젊은 세대의 잠재력이 폄하되고 있지만, 이들의 잠재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토건개발경제를 끝내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말랑말랑한 두뇌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번 주장한 바와 같이 고교 및 대학 의무교육 확대 방안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C~G세대’가 가진 잠재력을 억압하고 ‘6무세대’로 머물러 있게 하는 기득권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그것이 이들의 부모이자 선배로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15. 10:28

 

세금: 다른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돈


지난해 8월1일 동작대교에서 19세 소녀가 투신했다. “고시원비도 밀리고 너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이혼한 부모와 헤어져 혼자 살던 소녀는 고교 졸업 후 식당일을 했다. 소녀가 투신한 지 한 달여 지난 9월6일엔 여의도 공원에서 50대 남성이 나무에 목을 맸다. 그 자리엔 빈 소주병 하나, 그리고 유서 넉 장이 있었다. 한동안 날품을 팔지 못한 그는 유서에 자신이 죽으면 장애아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엿새째 되던 날 창원 마창대교에서 40대 남성이 난간을 붙잡고 버티던 11살짜리 아들을 떠밀었다. 곧 그도 뛰어내렸다.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대리운전으로 살아온 날의 끝이었다. 다시 한 달쯤 지난 10월19일 전주의 한 주택에서 30대 주부와 두 아이가 살해됐다. 남편은 집 가까운 곳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2개월 전 실직했고 월세와 아이들의 학원비가 밀려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나흘째 되는 날 서울 하월곡동 지하방. 60대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연탄을 피워 자살했다. 그로부터 아흐레 뒤 평택 주택가 차안에서 30대 남성이 자살했다. 쌍용차 구조조정 때 희망퇴직했던 이다. 안산·거제를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아내는 떠났다. 그에겐 어린 두 아이가 남았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안양의 한 월셋방. 가스가 끊겼고 수건이 얼어붙어 있었다.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은 없었다. 그곳에 젊은 여성의 주검이 있었다.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 놓은 지 며칠 지난 뒤의 일이다. 다시 열흘이 흘러 강릉의 한 원룸. 대학생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었다. 방에는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 있었다.


(중략)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경향신문 2월 17일자, ‘[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중에서)


외환위기 전 5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2009년에는 1만 5413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급증하는 자살자 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인용한 칼럼에서 거론된 이웃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걸까요? 2025년경 조세재정구조개혁과 그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다른 세상’ 대한민국이었더라면 이 분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분들이 그런 세상에 살아있다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느낄지 한 번 상상해봅시다.


19세 소녀

저는 부모님 없이 혼자 살지만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헤어져 살았는데, 저 같은 학생은 생활보조금으로 매월 기본적으로 약 30만원을 받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헤어져 살고 변변한 소득도 없어서 또래 친구들보다 15만원을 더 받아 매월 45만원을 받습니다. 또한 매월 30만 원 가량의 주택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지금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는데 정부의 청소년 직업훈련지원 혜택을 받아 월 10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질 때 고심을 많이 했지만 2~3년 열심히 일하고 나면 저도 얼마든지 네일아트 전문가로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요.  


여의도 50대 남성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월 60만원 정도 됩니다. 또 제가 데리고 있는 장애아 두 명에 대해 한 명당 아동수당이 매월 20만원씩, 장애수당이 20만원씩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매월 날품을 팔아서 1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죠. 빠듯하지만 240만원으로 세 가족이 그럭저럭 생활을 꾸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용 공공임대주택에서 월 20만 원 정도로 살 수 있고, 아이들은 장애아를 위한 별도의 특수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요? 그런 거 생각도 안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게 저와 아이들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왜합니까?


창원 40대 남성

몇 년 전 아내가 위암에 걸려 세상을 먼저 떠나는 바람에 실의에 잠겼고, 홀로 남은 아이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암 치료를 하면서도 중병질환 보험료 상한선인 400만원까지만 내면 돼 가계 생활이 크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10여 년 전이었으면 아내 치료비만으로 억대의 돈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경제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에 아이 아동수당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하던 대리운전 일을 접고 늘어난 노인요양기관에서 노인요양사로 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노인 분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는 것을 돕는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거죠.


전주의 30대 가족

저는 두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저 말고도 인력의 20% 정도가 함께 퇴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6개월 전부터 회사로부터 제가 하던 일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직장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정부의 연계된 전직훈련 프로그램도 무료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직하더라도 6개월 동안은 취업 당시의 약 80%, 그 후 추가 12개월 동안은 60%의 생활유지수당을 받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직훈련 과정에서 몇 군데 관련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아마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 아동수당도 있으니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환경식단으로 의무급식을 하고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따로 돈 들일이 크게 없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학원에 따로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드뭅니다. 제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힘을 내야겠어요.


60대 부부

사실 빠듯하기는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수당 80만원으로 어느 정도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데다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이 나오니 주거비 부담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줄어든 주거비 부담 덕에 모을 수 있었던 몇 천만원의 저축을 헐어 조금씩 쓰기도 합니다. 겨울 3개월 동안에는 에너지 수당이 30만원씩 별도로 나오니 난방비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저희 부부는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노인질환에 대한 의료 보장성 강화와 저희 같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혜택 덕분으로 의료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각종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국공립 문화시설도 무료로 이용하며 여가생활을 보냅니다. 가끔 거동이 불편할 때는 가사도우미를 신청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2018년 단행된 국민연금 개혁으로 이전에 은퇴한 노후세대만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식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릉의 대학생

저는 국립대학인 ‘한국3대학’을 등록금 한 푼 안 내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저소득층 학생생활보조금으로 매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고, 한 학기 30만원 정도면 정부가 건립을 지원한 학교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당연히 등록금 부담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하는 학생들도 거의 사라졌고요. 대신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더 열심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우리 대학 동문들이 지역에 설립한 바이오벤처 회사에 취직할 예정입니다. 저희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5년 전 설립한 그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직원들 채용이 늘고 있거든요. 정부의 지원으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돼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이 생겨나서 활발한 경제생태계가 꾸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백’이나 ‘청년실신’ ‘알부자족’ 같은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득한 상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상태에 이른 나라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저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부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위해 국민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면 얼마든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도 달라집니다. 그것은 안타깝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인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입니다.







by 선대인 2011. 3. 9. 09:15

며칠 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소속의 학자 한 분이 프레시안과의 좌담인터뷰에서 제 주장을 왜곡하면서 논평했습니다. 생산적인 논쟁은 상대방 주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과 그 분 주장을 기사로 읽은 분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짧게 해명합니다.

 

저는 <프리라이더>에서 올바른 조세재정구조개혁을 통해 5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고 50조원의 낭비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제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니 10년 정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현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인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주장이라고 저 스스로도 생각합니다. 사실 10년 안에 이 같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하는 것도 근본적인 개혁세력이 나와 전력을 다해 추진해도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학자 분은 이 같은 제 주장을 제가 10년 동안 복지는 손 놓고 있자는 주장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제가 <프리라이더> 전반에서 국내 복지 인프라 취약에 대해 우려하고 저출산고령화 충격 본격화되는 2020년 이전에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복지 확충 및 관련한 정책,제도 개혁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왜 그렇게 이해하시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그 분은 제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과세를 다른 선진국처럼 정상화하고 각종 부패와 비자금 조성 등을 매개로 일어나는 광범위한 탈세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결국 증세하자는 이야기 아니냐며 제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조세 정의를 바로세우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은 등한시한 채 세목을 신설하거나 각종 세율을 인상해 증세하자는 증세론을 동일시하는 그 분의 단순화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분은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 걷는 것도 매우 어려웠는데, 부동산 보유세를 더 걷자는 제 주장이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 물론 저도 어렵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는 디자인이 잘못돼 부동산 투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측면이 강해 이른바 세금폭탄 프레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라이더>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세 재정구조개혁의 전반적 틀을 이해하고 국민적 동의와 설득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이 분은 부동산 보유세 더 걷는 것은 어려워 현실성이 없다면서 보편적 복지를 위해 국민에게 직접세 100조원을 더 걷는 것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의문이네요. 설사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충격으로 인한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지출의 급증, 이미 현 정부 들어 45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생산경제 영역을 중심으로 100조원을 더 걷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 더구나 그 분 주장대로라면 10년에 걸쳐서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지체없이 100조원을 더 걷는 구조로 만들자는 것인데, 제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면서 그 같은 방안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요?

 

사실 제가 <프리라이더>에서 제기하는 주장은 복지 재원 마련 차원에서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과세 구조와 재정지출 측면에서 근원적인 형평성이 무너져 있으며, 70년대 개발연대 때 형성된 시대착오적인 조세재정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그런 점에서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은 복지 재원 마련과 별도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직접세 100조원을 거두면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부동산 보유세를 안 거둬도 된다는 얘기인지, 각종 턴키담합을 통해 매년 벌어지는 엄청난 건설업체 퍼주기 관행을 개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지 의문입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와 같은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의 국민들이 높은 세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투명한 소득 파악을 바탕으로 한 공평한 과세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재정지출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자면서 왜 올바른 조세재정구조개혁은 등한시하는지 의문입니다. 

 

복지학자인 그 분이 한국사회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획기적인 복지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 하지만 복지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법론에 관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복지 분야 전문가일지는 몰라도 한국의 조세 재정 구조에 대해 얼마나 폭넓고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신이 잘 모르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한 주장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학자의 태도도 아니며, 생산적인 논쟁을 하기 위한 태도도 아닙니다.

 

곁들여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 보편적 복지에 동의하고 증세를 거론하며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자고 주장할수록 선명한 진보로 여겨지는 상황이 됐는지 의문입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중요한 것은 쉽게 말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잘먹고 잘살수 있는 사회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 일반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품을 빼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구조를 만들고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복지 확충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복지 확충만으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복지만능론은 환상일 뿐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쪽에서는 지금 당장은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의 동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 재원 마련 등 구체적 전략이 빠진 보편 복지 비전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요? 정말 비전을 잘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면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각종 진보매체들을 통해 보편적 복지 주장에 관해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소개됐는데도 왜 국민들의 반응이 미온적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떠들어댔는데도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오세훈시장의 지지율은 오르는데 보편 복지부유세를 부르짖는 야권의 주자는 지지율에 전혀 변화가 없는지, 백지연의 끝장토론 결과 시청자 패널 다수의 동의보다는 반대가 우세했는지도 새겨봐야 할 겁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학자분을 비롯해 복지 문제에 고민이 많은 다른 분들께 호소드리고싶습니다. 제발 다른 나라의 모델에서 출발하지 말고 국내 사회경제의 구체적 현실과 맥락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으십시오.

 

by 선대인 2011. 3. 8. 08:13

지난주 우리 연구소가 기업회원들에게 발송하는 <경제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분석. 자세히 소개할 수 없으나 저축은행의 부실 정도가 매우 심각. 사실상 총체적 부실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

 

금융위원회에서는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더 이상 없다는 식으로 막고 있으나,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상당수가 추가 파산 위험을 안고 있음. 이미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저축은행을 이 같은 부실의 심각성을 알고 있어 인수대상으로도 고려하지 않고 있음.

 

우리 연구소의 분석 내용은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음. 단적으로, 금융위에서 부산,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발표하기 이전에 이미 우리 보고서에서 두 저축은행을 포함해 수십 개 저축은행의 파산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

 

현재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은 금감원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로 판단되며 거래에서 매우 신중을 기하시길 바람. 특히 저축은행들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있다는 간접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음

 

따라서 저축은행과 거래할 때 절대 예금자보호한도를 넘지 말도록 해야 하며, 급한 돈이 묶이지 않도록 해야. 또한 고금리를 제시한다고 해서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음. 그만큼 해당 저축은행의 사정이 다급하다는 것을 반증.

 

물론 저축은행 가운데 사전 리스크 관리를 잘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저축은행도 수십 군데 있음.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금방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음. 과감한 구조개혁 필요하지만 정부는 덮고 가기로 일관하고 있죠.

 

이런 내용 공개할까 많이 고민했지만, 정부가 쉬쉬하며 덮고 가기로 일관하는 반면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 거의 제공하지 않아 원론적으로나마 경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물론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해 놓은 것을 당장 인출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 같은 위험성에 대비하라는 뜻에서 알려드립니다.

 

더불어 http://bit.ly/fLPqDN 위기의 건설사①]"분양하면 빨리 망하고, 안 하면 천천히 망하고" 이 기사와 저축은행 연쇄 도산 사태, 이것이 일부 언론에서 떠드는 '집값 바닥론'과 잘 매치되시나요? 절대 무리하게 빚 내서 집 사지 마세요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2. 22. 11:32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회원이신 '엘자'님께서 <경제현안>방에 올리신 글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는 마음에서 소개합니다.

**************************************************************

 

 

 

외환은행직원들, 하나금융을 말리기 위해 나왔다고 합니다.

 

 

론스타, 먹튀하면 어쩌나? 이게 지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제돈도 없이 국제 투기자금을 빌려다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은 IMF 때도 구제금융 없이 경영정상화를 한 결과 년 수익 9천억원의 흑자기업이 됐습니다.

 

그런데 외환은행의 최대주주로 있는 론스타가 이번에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파는 것도 좋고 떠나려는 것도 좋습니다. 얻은 이익에 준하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정부는 또 당연한

권리로서 세금을 받아낸다면 뭔 일, 뭔 문제가 있겠습니까. 제대로만 하면요.

 

 그러나 이게 그리 간단치가 습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의 지도도 없이

론스타측과 이면 합의를 하고 나서 '우리가 인수합네!'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버린 것입니다.

이도 불법인데 매각대금을 훨씬 축소해서 발표하고, 인수할 돈도 부족하여 약 3조원 가량을

빚내서 한답니다. 것도 년 15%나 하는 초 고리 국제 투기자금을 빌려다가 인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론스타가 맘대로 먹튀하도록 방관한다면 과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투기자본을 끌어다가 턱없이 비싼 금액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을 방치한다면 또

금융감독원이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이를 묻고 싶을 뿐이고 염려를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외환은행 직원이 말하네요. 론스타가 뭐가 무서워서 정부역할을 제대로 안하려는가고요?

그럼 누가 무서운데요? 하고 되물었지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 무섭고

뇌가 한쪽으로만 굳어진 인간들이 무섭지요.

그 인간들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으니 더 무섭다는 것이고요.

이 무서움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을 한없이 해쳐서 나라를 거덜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런지요.

우리나라 이런 식으로 국제 호구가 되어 수년 간 죽을 쑤게 되면 정말 거덜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뇌가 굳어진 사람들이 누군데요?"

"대통령부터죠. 건설회사 십장 노릇하면서 노가다 닥달해서 쥐어짜던 버릇 있잖습니까?"

 

시체말로 '제 버릇 개 못준다.' 이거예요. 나라 경영도 순 이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회사의 이윤을 내기 위해서라면 노조탄압과 노조 와해공작은 물론 하청업자나 노동자들을 상대로

쥐어짜기, 공사대금 속이기, 비자금 조성하기 등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하여 사익을 추구하던 버릇으로

나라 일을 사사롭게 처리한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입니다. 머슴인 주제에 국민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공포정치를

하고, 정치는 노동자 십장 수준으로 하니 나라가 잘 될리 없고 국민이 편한 날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번엔 MB  하고 짜고서 한 건 하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1월 16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다는 발표가 있었죠. 그때부터

외환은행직원들은 근무시간을 피해서 이 엄동설한에 하나금융과 론스타 짓거리를 그리고 이를 방조할

지도 모르는 정부의 부당함에 대해서 거리홍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금융 김승유회장이 MB하고 동기동창이라고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나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났나요?'

아예 드러내놓고 인수자금도 부족하고 경영도 그리 잘 하지 못한 주제에 게다가

외평채 12억불 빚도 못 갚은 주제에 외환은행을 삼키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킬 입 있고, 삼킬 능력 되면 삼키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그러세요?"

하고 당연한 듯이 물어보는데 그게 아니라네요.

"저희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외환은행의 직원들 말도 들어보세요!" 하는 거예요.

 

첫째,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외환은행의 1/3밖에 안되는 은행이고

둘째, 2008년 금융위기 때 12억불의 정부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한 외평채를 갚지 못하고 있고 

세째,  이런 은행이 국제 투기자본을 들여와 빚내서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이고

네째, 하나금융은 제대로 된 실사도 한번 하지 않은채 론스타와 굴욕적인 이면합의를 했습니다.

 

외환은행이라는 우량은행을 자체 빚이 12억달러고 또 인수금마져 고리채로 얻어야 하는 불량은행인

하나금융이 인수하는 것이 뭔 대수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금융은 고리채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보존해주기위해서는 또 어떤 무리수를 둘지 모릅니다. 이는 법으로 금지된 가장 악질적인 차입매수

(Leveraged Buy Out)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면 다 로맨스인가 봅니다.

 

금융감독원은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합니다. 하나금융이 제 돈도 없으면서 또다시 국제 투기자본인 사모펀드

에서 살인적인 연 15%의 비싼 이자를 차입해다가 어거지 인수를 해서 론그타만 먹튀하도록 방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우리 국민이 힘이 없는 것 같아도 뭉치면 힘이 생깁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이 엄동설한에 거리 홍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권과 짜고 치는 고스톱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의 동기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안하무인식으로 밀어부치는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의 막무가내식 차입경영을 막으려는데 있습니다.

 

외환은행의 역사는 벌써 43년에 접어듭니다.

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역사 나아가서는 해외에서 일군 지점망이며 내실있는 흑자경영 기조가

제 돈도 없으면서 빚내서 인수한 하나금융으로 인해서 산채로 깍데기 벗김을 당하면 안되겠습니다.

 

빚내서 내지르는 하나금융, 것도 국제 투기자본인 론스타 편에서만 좋을 대로 다해주고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은

투기자본과 주주들의 이익 보존을 위해서 건실한 외환은행을 산채로 홀라당 벗겨먹고 쓰러질까 염려됩니다. 이러

다가 다 죽습니다. 흑자경영하던 외환은행도 죽고, 이자 빚 갚다가 하나은행도 죽습니다. 따라서 두 은행의 가족들도

온전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급할 수록 돌아가는 정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정신을 살려야 합니다.

정부가 안 하면 그 역할을 국민이라도 나서서 해야 합니다.

 

탱큐 엘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우리가 내는 세금 공평하게 걷히고 있는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 일독해보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1. 2. 19.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