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8일만에 파업을 풀었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은 변함이 없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 7일 째인 2일 직접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서민 불편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업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철도노조를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또 여러 논점 모두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철도 적자 누적을 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 근거로 삼는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철도 적자 누적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를 마치 노조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이 때문에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왜 그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에게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도록 한 사례이다. 올해 9 4일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를 건설한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함께 인천공항철도를 12,04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동안 인천공항철도 1단계 구간의 수송량이 당초 교통수요예측의 6~7% 수준에 불과해 정부는 이미 개통 첫해인 2007 1,040억원을 보전해준데 이어 2008년에는 1,666억원을 운임수입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당초 시설 운영자의 운영수입이 당초 교통수요 예측치를 기준으로 한 수입액의 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개통 후 30년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한 사업에서만 연평균 4,610억원, 30년간 13.8조원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천공항철도 사업이 혈세먹는 하마로 불리며 언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자 정부는 인천공항철도의 민자투자자 지분 88.8%를 코레일이 12,045억원에 사들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재정지원 부담을 6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선전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의 총 사업비는 31,375억원이다. 이 가운데는 7,631억원의 국고 지원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로 민자 투자자들은 23,744억원의 돈을 댔을 뿐이다. 따라서 공사에 대한 국고지원비를 포함하면 정부 주장에 따르더라도 모두 74,631억원의 재정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참여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민자사업에서 공사비를 훨씬 더 부풀려 시공비를 책정해 전체 사업비의 4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전체 사업비의 약 40%에 이르는 1 2,000억원의 수익을 시공과정에서 올렸고, 정부 보조금과 코레일 매각대금 14,750억여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26,750억여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당초 정부는 공항철도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마치 재정부담이 거의 없는 것처럼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애초부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엉터리로 추진한 탓에 오히려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고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감추고 재정부담을 눈속임하기 위해코레일에 떠넘기는 편법을 또다시 동원했다. <도표>를 보면 코레일은 2006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07년부터 가까스로 순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장단기 차입금이 급증해 2009년에는 약 6.9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인수금 등을 포함해 2012년까지 차입금이 9.4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도표> 한국철도공사의 재무구조

 ()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한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엄청나게 퍼주면서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기업에는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또한 장애인과 노인, 유공자에 대한 운임 할인제와 벽지 노선 서비스 등에 대해 철도공사에 보상하는 비용도 2005~2008년 동안 3104억원이나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이처럼 엄청난 정책실패를 통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끼치고 공기업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작태를 자행하면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또한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현재까지 철도공사의 적자 누적에는 철도공사의 방만한 경영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도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일은 경찰청장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 경영인을 기용하고 독립적인 외부 감사를 활용해 한국철도공사의 방만함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런 일은 선행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이 나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은 자가당착이다. 철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정부가 먼저 자신들의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을 한국철도공사에 떠넘겨 적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 대해 먼저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문책 또한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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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2. 4.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