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라는 분은 참 독특한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토건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는데, 이 문제를 '전국민의 섹스량'과

연관짓는 것에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했네요. 

아래 기사의 제목은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인데, 제목이 선정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부제의 내용이 제가 좀더 관심 갖는 내용이고요.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섹스 많이 하는 나라 만들자"
[인터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한국언론, 토건경제와 유착고리 끊어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920

 

 

그리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영화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아이맥스로...

<스타워즈> <천공의 섬,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작은 거인>(더스틴 호프만 나오는 옛날 영화입니다), 그리고 좀더 최근에 나온 영화로는 <늑대와 춤을>, 그리고 가상 현실을 다룬 여러 영화들을 모두 짬뽕해놓은 듯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뛰어난 영화적 상상력과 SF영화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기술력과 잘 버무려져 황홀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더군요. 제가 원래 잘 만들어진 SF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바타> 얘기를 왜 우석훈 박사 기사 뒤에 붙이냐 하면 <아바타>에 나왔던 장면과 메시지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의 주거지를 거대한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장면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의 폭력적인 철거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또한 '나비'족이 사는 '영혼의 나무'에 융단폭격을 퍼부어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의 잔혹함이 자라나는 근원은 바로 돈에 대한 탐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폭력적 철거나 온갖 무분별한 개발 또한 바로 돈에 대한 탐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생각들이 겹쳐져서인지 '영혼의 나무'가 불타는 장면에서 그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폭력적으로 쫓겨나는 '나비'족의 모습이 용산 철거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SF영화들을 보면 우리는 인간과 외계인의 대결에서 마음 속으로 인간을 응원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인간이 아니라 '나비'족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나비'족은 외계 원주민이 아니라 침입자에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디언 원주민 부족이나 국내로 치자면 재개발 원주민처런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인간 대 외계인이 아니라 돈에 대한 탐욕으로 찌들어 인간성을 상실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폭력적인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 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원초적 인간'과의 대립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0년대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이 우리의 모습을 점점 폭력적인 인간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봅니다. 자신들이 빚을 내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그 이면에서 우리의 수많은 이웃들이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내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동산 거품 광풍은 '삽질경제 패러다임'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른바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이 되어 국토의 젖줄을 따라 대규모 콘크리트 토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자원이 강바닥에 쳐박히는 가운데 우리의 복지, 문화, 교육 인프라는 점점 빈약해지고, 부동산 거품으로 일반 가계의 삶은 불안해지며 젊은이들은 일자리는 줄고 집값은 뛰어 결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석훈 박사의 주장대로 섹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공동체를 지탱해나갈 미래의 구성원들이 태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요? 가슴이 아릿하게 저며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글을 끝맺자면, 저만의 상상 또는 해석일 수 있지만, <아바타>, 정말 단순히 SF효과 측면에서만 경이로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에 시간 되실 때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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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2. 21.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