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이석현 의원이 4대강 정비 사업에 상위 6개 재벌 건설사들이 가격 담합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8일 폭로했다. 이석현 의원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상위 6개 건설업체들은 올해 5~6월에 서울시내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4대강 턴키 1차 사업(15개 공구)에 대한 나눠먹기식 담합을 논의하고 대부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건설업체들은 절대 그런 일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은 담합 양상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이석현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상위 6개 재벌건설업체들에게 공사의 대부분이 낙찰됐다는 점, ‘나눠먹기 담합을 위해 형식상 2~3개 업체들만 돌아가며 입찰에 참여한다는 점, 그리고 낙찰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점 등이 이 같은 담합 의혹을 매우 짙게 드러내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출처: 민주당 이석현 의원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재인용

 

사실 이 같은 담합의 가능성에 대해 필자는 그 동안 언론 기고와 최근 출간한 책 위험한 경제학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이 의원의 폭로도 사실 전혀 놀랍지 않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온갖 부패의 온상이 되는 턴키담합 구조의 한 작은 편린이 겨우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느낄 뿐이다.

 

상위 6, 좀더 범위를 넓히면 상위 10개 재벌건설업체들의 턴키 담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경제사회를 병들게 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 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 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국내에서 턴키 담합은 60~70원에 할 수 있는 공공발주 공사를 95원 가량에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100원 짜리 사업을 발주하면 이 가운데 30원은 담합 때문에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퍼주게 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가장 덩치가 큰 상위 6~10개 건설업체에 말이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거의 모두 그렇다.

 

그런데 턴키 입찰 공사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4대강 턴키 1차 사업의 발주 규모만 해도 약 4조원 규모다. 4조원 가운데 약 30% 1 2000억원이 재벌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낭비된다는 말이다. 12000억원이 어떤 돈인가. 우리의 굶주리는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 예산 수십 억원은 인정사정 없이 깎아대는 나리들이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눈 먼 돈이 넘쳐나니 재벌건설업체들도 턴키사업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입찰 평가시 가격 부문에서는 철저히 담합하면서도 설계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천명에 이르는 설계심사위원들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이용석 교수의 금호건설 1000만원 상품권 로비 폭로로 그 실태의 빙산의 일각 가운데 일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부패와 예산낭비의 실태가 드러나도 정부와 정치권은 그때만 모면하자는 식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이 엄청난 예산 낭비와 부패 고리를 지탱하는 기득권 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일부 기득권 신문들과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방송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광고 매출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어 재벌건설업체들의 부동산 분양 광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다 방송진출이라는 선물을 하사받은 마당에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을 어떻게 까대겠는가. 좌우 이념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이런 엄청난 부패와 예산낭비에 눈감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실 이들 정부나 정치권, 언론 모두에 앞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턴키입찰 담합 구조의 비밀을 모르겠는가. 전혀 그럴 리 없다. 오히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사업을 남발해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현금다발을 푸짐하게 안겨준 전력이 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주장을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이번 4대강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이보다 먼저 착공한 경인운하사업, 새만금사업, 호남고속철도,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분류되는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진행되고 있다. 고분양가 사태를 불러왔던 은평뉴타운에 이어 현 정부가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대폭 줄여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잔뜩 짓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도 턴키 방식으로 추진중이다. (옆으로 얘기가 새지만 이렇게 턴키 방식으로 짓는다면서 이 정부는 반값 아파트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낯이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세곡, 우면 등의 주변 강남 집값이 워낙 비싸니 상대적으로 싸 보일 뿐이지만 사실은 매우 고비용구조로 짓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 구조라면 공사비가 늘어나 분양가는 앞으로 계속 뛸 것이고 몇 년후 집값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입주 시점에도 반값 아파트라고 떠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같은 턴키 입찰 공사의 남발로 필자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중앙 및 지방 정부 예산 가운데 수십조원이 낭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경제강국이니 ‘4대강 살리기니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건설업계 출신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세금으로 재벌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건설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당신 호주머니에서 빼내간 돈들이 우리 아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데 사용되지는 않고 2000년대 내내 고분양가 거품 파티를 벌여온 재벌건설업체들의 배를 더욱 불리는데 사용된다고 생각해보라. 이게 건설족의 나라이지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민간에서는 고분양가 거품으로, 공공발주사업에서는 예산 퍼주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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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1. 10. 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