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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3배 이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여러 차례 개선책을 제시해왔다.
우선, 어제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국내의 교육비 지출 규모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1>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그러면 광고 카피처럼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적을까. 그것은 바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2>에서 1970년대 이후 건설산업의 부가가치가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시기에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늘어나 11~12%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90년대 말 IMF사태 직후 8%대까지 낮아졌다가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되면서 9%대로 상승하여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경제 시대에 비해 건설토목사업의 경기부양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는 매우 낮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핑계로 4대강 하천정비 사업 등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렸다.
이처럼 상당수가 불요불급한 예산인 토목건설 사업에 국가 자원이 과다 배분되면 그만큼 사회적으로 절실히 필요하거나 향후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곳에는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이 주가 되는 보건복지 예산이다.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비중 또한 굉장히 낮음을 설명했다.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지만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산모신생아도우미 사업 등 상당 부분의 예산사업을 오히려 줄였다. 낭비성 건설토목 사업에는 예산을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은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제 무분별하게 콘크리트에 퍼붓던 돈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는 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 시대이다.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문화, 복지 예산 등이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인적자원 예산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된 2007~2011년간 재정운용계획 상에서 인적자원개발 예산은 연 평균 5.5%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마련된 2008~2011년 재정운용계획에서는 같은 예산의 증가율이 4.9%로 하향 조정됐다.
지금처럼 콘크리트에 투자하느라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구조로는 선진경제를 이룰 수 없다. 산업연구원조차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책은 소득 증대와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이 2009년 5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산업부문별 배분구조와 소득 및 고용창출효과’ 자료에 따르면 공공행정/건설/교육보건의 3대 정부지출부문 가운데 교육보건 부문의 고용창출효과가 재정투입비 10억원당 35.1명으로 30.8명인 건설이나 30.3명인 공공행정 부문보다 크게 높았다. 참고로 소득창출효과(승수)에서도 교육보건은 1.62로 공공행정(1.61)이나 건설(1.4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출 1조원을 3대 부문에 배분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 또한 교육보건 부문(18.4~35.1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난 반면, 건설부문(15.7~30.8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경우 효과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책연구소조차 인정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투자해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는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대신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도서를 비치하고 좋은 문화 및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뛰어난 프로그램 진행자와 독서 지도사와 트레이너들도 고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딱딱한 사회가 아니라 아이들의 두뇌처럼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자녀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5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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