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http://j.mp/dGfTM5  마지막 문단:

<시크릿 가든>의 작가도 밥과 김치가 없었던 최고은처럼 반지하방에서 사흘간 과자 한 봉지로 버틴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가난에서 탈출했지만 그의 성공이 그의 가난과 굶주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가 비운 자리를 다른 사람, 가령 최고은 같은 이가 물려받는다면 그의 예외적인 성공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만약 20대라면 실업자일 가능성이 높고, 중년이라 해도 비정규직이기 쉬우며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고, 늙는 것은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구원받는 길은 재벌2세의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는 한 세상은 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아래 <도표>에서 국내 자살자 수 추이를 보면,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급증하기 시작하여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에는 자살자수가 전년대비 2,600여명 가량이나 급증한 1,5413명에 이르렀습니다. 겉으로는 우울증이나 건강 악화, 가정내 불화, 성적 비관 등 다양한 이유로 나타나지만 결국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제대로 된 건전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실패하면서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인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입니다.


 

(주) 통계청자료로부터 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by 선대인 2011. 2. 17. 16:35

"재벌 2·3세 미화, '시크릿 가든' 문제 많다"
“탈불법적 방법으로 탈세하는 한국 재벌 2,3세들 드라마 통해 미화되는 건 큰 문제”




최근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를 출간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을 빗대 한국의 특권층들을 비판했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재벌 2, 3세들의 문제의식을 드라마에 좀 더 현실적으로 녹아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백화점 CEO이자 재벌 3세로 등장하는 현빈의 모습이 마치 현 한국 사회재벌들의 모습처럼 비춰지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경제 전문가인 선 부소장이 이처럼 ‘시크릿 가든’을 빗대 특권층을 비판한 이유는 바로 서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특권층 무임승차자 때문. ‘프리 라이더’는 단순한 의미로는 돈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무임승차자들을 일컫고 있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적으로는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가 쓴 저서 ‘프리 라이더’는 바로 한국의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선 부소장은 “실제 한국의 재벌 2, 3세들은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경영하면서 탈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세를 한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크릿 가든’에 빗대 “영혼의 바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이른바 역지사지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선의가 있는 드라마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재벌가와의 사랑을 통한 신데렐라식 전개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권층 무임 승차자들이 온갖 세금 탈루와 공적자금 유용 등 추악한 일들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각종 좋은 기사를 통해 미화되는 것. 즉 마취효과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이 책 속에서 지목한 대표적인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건희, 이재용 등 삼성 일가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0~2002년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했음에도 월 2만 내외의 건강보험료만 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2조원 이상의 탈세를 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선 부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포퓰리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오 시장을 보좌해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하면서 서울시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선 부소장은 “한강 르네상스, 서울 디자인이니 하면서 몇 조원을 쏟아 부었는데 시민들의 삶의 질이 과연 높아졌는지 의문”이라면서 “무상급식이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 예산이 20.6조원이고 재정 자립도가 전국 최고인데 무상급식에 필요한 7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동문회장이 회원들의 돈을 걷어 마치 자신의 돈처럼 펑펑 쓰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고자 책을 쓰게 됐다는 그는 “공공복지 수준이 OECD 꼴찌고 이른바 건설업 비중이 세계 최고인 ‘토건 포퓰리즘’인 상황에서 과연 우리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거둬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납세자들도 분명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세,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다. 정당하게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정직한 납세자들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by 선대인 2011. 2. 11. 13:02

홍익대 학생들이 '청소 용역비가 오르면 등록금이 오른다'는 논리로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의 파업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졸업해도 변변한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 치인 대학생들이 배려와 여유를 잃어버린 세태도 서글프지만 현재의 사학 재정구조 실태를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사립대의 재정구조를 한 번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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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수입의 20%에 불과한 반면 하버드대재단의 기금운용수입금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부 지원(15%)과 기부금(7%) 수입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경우도 총수입 가운데 학생 납부금(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2%에 불과한 반면 의료수입(17.0%)와 자산매각 수입(15.9%), 자산운용수입(9.5%), 기부금 수입(6.9%), 보조금 수입(7.2%) 등 다양한 수입원을 갖추고 있다.

 

<도표1> 하버드대와 게이오대의 총수입 내역


() 하버드대 및 게이오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반면 한국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사립대 전체 교비회계의 총수입 가운데 약 68%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입금 수입이 6%, 기부금 수입이 3% 정도에 불과한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대학 재정의 2/3 가량을 등록금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추세를 보더라도 총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반면 재단전입금 수입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립대학들은 2004년 이후 매년 전체 운영지출 예산의 10%가 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령에 따라 예산 혹은 추경 예산에 없는 적립금은 쌓을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언론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사립대 적립금의 거의 대부분이 교육부령을 무시하고 적립금을 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걷어들인 뒤 남는 돈을 학생들의 학비 감면 혜택 등으로 돌리지는 않고 각종 명목으로 적립금으로 쌓아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년 물가 상승이나 재정 부족 등을 호소하며 등록금을 가파르게 인상해온 것이다.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4년 운영지출대비10.0%에서 2008 13.4%까지 늘었다. 금액으로는 8,216억원에서 17,45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액수는 전체 사립대의 장학금 및 학비감면을 위한 지출의 약 75~88%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학생 지원에 사용했다면 장학금 및 학비감면에 모두 썼다면 학생들에게 혜택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사립대학들도 조금씩이나마 운영지출에서 장학금 및 학비감면 비중을 높여오고는 있으나 이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비율과 비교하면 그 상승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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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1> 국내 사립대학 수입 및 지출 현황


() 사립대학 회계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거꾸로 사립대들이 이들 여윳돈을 적립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하하는데 썼다면 2004년 이후 매년 6~7% 이상 올려온 대학 등록금을 전혀 인상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 사립대들이 필요한 예산을 훨씬 넘어서 과도하게 등록금을 걷어 각종 명목으로 적립하고 있으니 등록금 장사라는 비판이 전혀 무리가 아닌 셈이다.
 

더구나 이들 대학들이 적립한 내역을 살펴보면 건축기금 적립액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성격이 불분명한 기타기금 적립액이 두 번째로 많은 가운데 연구기금이나 장학기금, 퇴직기금 적립액은 거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건축기금 적립은 수도권의 대부분 사립대들이 교내 건물을 신축하거나 부동산개발 붐에 편승해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각종 세금감면 혜택 등을 끌어내 제2, 3캠퍼스 등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건축물 건립 자금 등을 명목으로 쌓아놓고 있다. 등록금 수입으로 마련한 적립금으로 학생 지원이나 연구기금으로 쓰기는커녕 직간접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립대들이 이처럼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데도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립대들이 무분별하게 적립금을 쌓는 관행부터 없애도록 해야 하며 현재 쌓아놓은 적립금을 등록금 인상률 억제와 연동하거나 학생 지원 등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토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립대들은 재단 전입금 수입을 늘리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사학 재단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방해 외부 기부금 비중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일부 사립대들은 사립대를 사유재산이라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고, 실제로 상당수 사립대의 재단이 일부 가문 중심의 족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족벌식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이들 재단을 사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지원 확대나 기업과 지역사회, 또는 뜻 있는 유지들의 기부를 호소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한 바 있듯이 미국의 하버드대나 일본의 게이오대 등도 실제로는 학생/학부모 및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재단이사로 올려 단순히 한 집안의 사유물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적 기관으로 자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사립대들이 사유재산 운운하면서 학벌 서열구조에 안주하면서 등록금장사에 매달리는 현실을 고치지 않고서는 이미 세계 최고인 한국의 등록금 수준을 낮출 길은 요원하다.

 

정부와 정치권, 사학재단들은 잘못된 고등교육 구조를 통해 일반 가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지게 하면서도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기는커녕 생색내기용으로 내놓은 취업후 상환제조차 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놀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등교육 시스템 또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의사와 역량을 갖춘 근본적 개혁세력이 부상하기를 기대한다.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1. 1. 19. 11:28

정부가 13일 내놓은 종합 물가관리 대책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관치 물가관리 대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정유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의 발언 가운데 “주유소 행태가 묘하다”고 말한 것은 소수 정유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도외시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기름값에 대한 발언은 일반 생활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적절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생활인들의 고통을 선제적으로 해소했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반성부터 했어야 한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아니더라도 그 동안 한국의 정유사들이 원유 가격이 오를 때는 민첩하게 많이 올리고,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는 찔끔 반영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꽤 있었다. 정말 그런지 우리 연구소 박명훈 일본경제센터장이 조사한 국내 각 정유사의 가격 자료를 종합해 확인해 보았다.

 

본론에 앞서 한국의 석유산업 구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의 석유산업은 당초 정유 5개사였으나 한화에너지가 현대정유를 거쳐 SK에 인수됨에 따라 현재는 4사 체제로 되어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보면 SK인천정유와 합병한 SK에너지가 33%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GS칼텍스가 30% 그리고 S-Oil과 현대오일뱅크가 10%대 전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즉, 한국 내수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약 90%를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별 제품별 판매 동향을 보면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출과 내수 판매량 모두가 감소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08년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SK인천정유(구 현대정유)가 합병되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유회사 역시 일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내수 및 수출 판매량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판매량 감소 내지는 정체를 가격인상과 원화 환율 상승 효과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늘려오고 있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경유와 나프타 가격은 원유가격이 오르면 그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지만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그 보다 소폭으로 가격을 내려 이익을 늘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석유업계가 판매량은 크게 변화가 없는 가운데 유가 변동을 이용한 가격인상 및 인하 폭 조절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사실을 살펴보자. 아래 <도표>는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한 2007년-2009년의 국제유가와 한국 석유제품 내수 및 수출 판매가격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이 도표에서 2008년에 유가는 전년대비 3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 석유업체들은 내수 판매가격을 경유는 전년대비 53.1%나 인상해 유가 상승률보다 18.5%나 더 높였다. 벙커유 가격도 2008년 51.1% 인상해 유가 상승률보다 16.5% 더 높였다.

 

  
▲ <도표> 원유가격 및 한국 주요 석유제품 가격변동 (주) 각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업체별 가격 변동률의 평균치임.

한편 경유의 수출판매 가격은 2008년에 5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내수 판매가격 증가와 거의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에 원/달러 환율이 전년대비 18.9%나 상승한 점을 차감하면 실제로는 33.9%로 사실상 유가상승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2009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유가가 전년대비 -36.7%나 급락했다. 이에 비해 경유 내수 판매가격은 전년대비 -25.4% 인하에 그쳤다. 즉 11.3%나 덜 인하한 것이다. 반면 경유 수출가격은 전년대비 -33.5% 하락해 유가 하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원/달러 환율이 전년대비 15.8%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경유 수출가격은 전년대비 -49.3%나 하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원/달러 환율 상승이 없었더라면 석유제품 수출은 대폭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 이상으로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만큼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런 행위는 업계 전체의 불공정 담합 행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매우 큰데, 2008년 1%였던 관세는 2009년 3%로 올라 L당 11원 정도의 가격인상 효과를 냈고, 2008년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이 작용했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금 요인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2008년과 최근 상황을 고려해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며 환율도 당시 강만수경제팀의 인위적인 고환율 유도와 금융위기로 달러당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에 환율도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유가는 2008년 당시보다 더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기업 정유업체들의 독과점 담합 때문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정부가 조세저항 없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기름값에 단위당 부동산 자산에 부과하는 과세액의 수십 배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과세 현실은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핑계로 담합을 통한 높은 기름값으로 생활인들을 울리는 행태 또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은 '기름값 적정성'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돼 이들 업체간 담합을 철저히 분쇄하도록 해야 한다. '기름값이 이상하다'는 불만은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출간 기념으로 이름 별난 두 남자 조국과 선대인이, 대한민국 청춘들을 부릅니다. 21일(금) 저녁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신청은 여기에서 http://thebf.tistory.com/301

 

 


by 선대인 2011. 1. 15. 09:39

연초부터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산되고 공공요금 인상 요인 등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13일 청와대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관치경제 시절의 물가 억제 대책 위주의 임시방편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 국내 상당수 경제전문기관이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증가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물가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물가 대책은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듯 땜질 처방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물가억제 종합대책을 쓰는 대신 기준금리 인상은 늦출 것으로 생각했는데 약간은 의외의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묻지마 성장 집착증에 사로잡힌 현 정부조차도 그만큼 고환율, 유동성급증, 저금리 방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뒷북이라도 열심히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기준금리 인상 극약처방 동원'이라는 식의 제목을 뽑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극약 처방'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히 했어야 할 것을 질질 끌다 뒷북 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언론보도들은 현 정부와 한은의 명백한 정책 실기를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 같은 정부의 정책실패 누적으로 소비자물가는 계속 불안한 양상을 보여왔다. <도표1>을 통해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지난해 9월 신선식품류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45.5%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로 거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정부의 뒤늦은 대책으로 다소 진정되기는 했으나 지난해 12월말 현재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33.8%나 높은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만성적인 고물가 상태에 접어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집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가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이후 주택 가격이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상승세가 떨어졌으나 정부가 지난해 8.29 대책에서 DTI규제 등을 해제하는 등의 조치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최근으로 올수록 전세가 상승률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가계에 큰 영향을 주는 주거비용과 식료품 비용이 뛰고 있어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표1> 각종 소비자물가 현황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2~4%)의 상한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부의 단기 억제책으로 다시 주춤했으나 지난달 3.5%까지 뛰는 등 다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중점 관리하라고 지시했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 4.8%까지 올랐다가 11 3.6%로 떨어졌으나 지난달 3.9%까지 뜀박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까지 올라와 물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연간 물가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3.5%, 생활물가지수는 3.9%에 이르러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의 상한에 육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별다른 이유 없이 물가관리 목표 범위를 확대 수정하기 전에는 물가관리 목표치가 2.5~3.5%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미 한국은행의 물가관리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실상 물가관리에 실패한 가운데 정부가 13일 내놓은 대책들의 내용은 대학 등록금 동결, 공공요금 인상 억제, 식료품 가격 인상 시기 분산, 기업들의 불공정 및 담합 행위 조사 등이었다. 특히 이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거론하자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무처장 직속의 물가대책반을 구성해 물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처하겠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분쇄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은 접어두고 기업들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물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니 70~80년대 관치 경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들도 제각기 각종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대책을 내놓는 등 전 부처가 갑자기 물가잡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한 물가상승 압력을 생각할 때 한은이 이미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인상했어야 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무조건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 관리를 희생해 현 정부의 성장 기조를 추종하다 보니 대신 공정위가 '물가관리부처'가 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단속에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물가 불안은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인한 수요 증가의 측면도 있지만 고물가 구조가 지속되는 근원은 지속되는 저금리와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 부동산 가격 거품 떠받치기, 치킨에서부터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과 담합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 전후로 추정되는 성장에 올해에도 5%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에서 억제하겠다는 목표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어 이 같은 물가 상승 압력을 일으키는 환율, 금리, 부동산 가격 등에 대한 조정을 유도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도외시한 채 행정력을 동원한 찍어 누르기식 시대착오적 물가억제 대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쓰고 있는 물가억제 대책 가운데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요금은 정부 산하 관련 공기업들을 통해 정부가 가장 손쉽게 찍어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단기적으로는 억제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할 경우 온갖 무리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현 정부 들어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부채로 허덕이는 가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대체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부 재정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결국 공공요금을 상당폭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의 물가 인상 압력을 저금리와 고환율,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조정해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당장 고성장 생색내기 욕심에 빠져 찍어 누르기식 단기 공공요금 억제책 등으로 대응한다고 해봐야 오래 지탱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관련 공기업들의 요금인상 요구를 거부하면 결국 정부 재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된다. 그런데 정부 재정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원천이라는 점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도 현 정부는 근원적 대책을 쓰기보다는 단기 미봉책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두더지게임 하듯이 자장면 값이나 치킨 값 같은 것만 잡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부동산 가격을 낮춰야 한다.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비용만 낮춰도 국내 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해 환율효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인플레를 유발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인위적 환율 떠받치기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물가억제에 나서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만두고 국내 각 부문별로 난무하는 재벌기업의 독과점과 담합 행위를 철저히 분쇄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현실화하는 것도 더 늦출 수 없다. 이처럼 경제구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원적 대책을 쓰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미봉책만 써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평생 내가 내게 되는 세금 5억원이 제대로 걷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1. 1. 14. 09:22

  최근의 물가 오름세와 관련해 토요일인 8일 MBC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최근 고물가 상황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1.먼저 이 같은 물가 급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죠. 외부변수와 국내요인 어떤 것들이 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세계적인 원자재값 급등현상 및 국제원유가 고공행진이나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한 점 등 외부적 요인들의 영향도 있을 수 있고 또 경기 회복기에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이 높아져 수요가 왕성하여 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은 외부적인 요인이나 일정한 경기회복세를 반영한 물가 상승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물가 상승의 원인은 유가나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 외에도 지나치게 높은 환율, 잘못된 금리정책, 과다한 공적부채, 독과점적 시장구조 등 대부분이 국내 정책 실패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며 환율도 달러당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대에 환율도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유가는 2008년의 배럴당 140달러를 넘는 때보다 더 오르는 모습입니다. 이는 대기업들의 독과점 담합 때문인데, 정부 정치권에서 근본구조를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집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가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이후 주택 가격이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상승세가 떨어졌으나 정부가 지난해 8.29 대책에서 DTI규제 등을 해제하는 등의 조치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최근으로 올수록 전세가 상승률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대표적. 그런가 하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공기업 등 공적부문의 부채는 4대강사업이네 뭐네 하면서 온갖 사기적 토건사업을 질러대는 바람에 총 450조원(기은과 산은 포함시 520조원) 가량이나 폭증했습니다. 이처럼 공적부문의 채무가 폭증하자 정부와 공기업들의 지급이자 부담도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이자를 갚기 어렵게 되자, 일제히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을 올렸습니다.


2.사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그러니까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오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도 오랜 시간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왔고요.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 이렇게 발표했는데요. 저금리 고환율 기조의 통화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경제위기 전 기준금리가 5.25%이던 것을 2.0%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두 차례 올려 현재 2.5%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행의 통화 공급 확대와 정부의 대규모 공공부채를 통한 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사용해서 성실히 저축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려서 부채를 지고 투기한 사람은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됩니다. 2008년 말과 같은 경제위기 때야 비상조치로 금리를 낮춘다 하더라도 정부 주장대로 경기회복세가 견조하다면 이 같은 비상조치는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하는데, 정상화의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이 같은 저금리가 물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현재 수준보다 기준금리를 이미 더 올렸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가 물가 앙등이 계속되니 이제야 통화당국이 부랴부랴 통화정책 변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올해도 성장위주 정책을 공언한 상태이고 한국은행의 정책 자율성이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당장 1월에 기준금리를 올릴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물가관리 대책을 내놓는 게 13일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운영위원회 날짜와 겹칩니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를 잡을 테니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좀 더 미루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듯합니다.



3.정부는 올해도 목표 경제성장률을 5%로 잡으며 경제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물가는 3% 수준으로 억제해 경제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계획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불가능하진 않지만 두 가지 과제가 상충되는 과제인데다 이미 물가 인상 압력이 매우 강한 상태여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억지로 달성하려 한다면 매우 무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 전체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5% 올랐습니다.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가 지난해 초 이유도 없이 바뀌어 2~4%이지만, 바뀌기 전에는 2.5~3.5%였습니다. 바뀌기 전 목표치의 상한을 친 것입니다. 이미 한은이 물가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신체에 비유하자면 몸에 열이 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열이 더 오르기 전에 물가 인상을 막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계속 성장 지상주의에 빠져서 기준금리는 낮은 상태로 묶어두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동원한 70,80년대식 물가 억제 정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단기 미봉책일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물가 안정세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계속 임시미봉책으로 다스리면 결국 몸에 심각한 탈이 나게 돼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경제발전의 양적 지표라면, 물가는 질적 지표입니다. 저는 올해 정부의 5% 대 성장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물가 안정을 희생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물가 앙등으로 서민들에게 계속 고통을 안긴다면 그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4.물가 동향을 살펴보면요. 지난해에는 배추를 비롯한 채소값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연말에는 휘발율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요. 올 들어서는 특히 설탕과 세제, 밀가루 등 생필품 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요. 앞으로 어떤 품목들이 물가 인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공공요금 인상이 매우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스공사, 철도공사, 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부채가 두 배 이상 늘어나 있습니다. 사실상 각 공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률 끌어올리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대신 공기업들 요금 인상을 억누르는 한편 각종 무리한 개발사업에 동원되거나 억지로 인상을 하지 않은 탓입니다.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부채로 허덕이는 가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대체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부 재정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결국 공공요금을 상당폭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의 물가 인상 압력을 저금리와 고환율,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조정해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당장 고성장 생색내기 욕심에 빠져 찍어 누르기식 단기 공공요금 억제책 등으로 대응한다고 해봐야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관련 공기업들의 요금인상 요구를 거부하면 결국 정부 재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 재정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원천이라는 점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도 현 정부는 근원적 대책을 쓰기보다는 단기 미봉책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5.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공정위가 조직을 물가감시 중심체제로 개편하고 국토부와 교육과학기술부도 물가 감시에 동참한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물가 전망 어떻습니까.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거론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무처장 직속의 물가대책반을 구성해 물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처하겠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분쇄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은 접어두고 기업들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물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니 70~80년대 관치 경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들도 제각기 각종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대책을 내놓는 등 전 부처가 갑자기 물가잡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한 물가상승 압력을 생각할 때 한은이 이미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인상했어야 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무조건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 관리를 희생해 현 정부의 성장 기조를 추종하다 보니 대신 공정위가 '물가관리부처'가 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단속에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두더지게임 하듯이 자장면 값이나 치킨 값 같은 것만 잡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부동산 가격을 낮춰야 한다.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비용만 낮춰도 국내 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해 환율효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인플레를 유발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인위적 환율 떠받치기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물가억제에 나서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만두고 국내 각 부문별로 난무하는 재벌기업의 독과점과 담합 행위를 철저히 분쇄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현실화하는 것도 더 늦출 수 없다. 이처럼 경제구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원적 대책을 쓰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미봉책만 써서는 효과도 없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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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 아이들의 고픈 배를 채우지는 못하고 '형님'과 건설족들의 배를 불리는데 쓰이는 현실에 분개하고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납세자혁명'을 모색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1. 10. 09:14

요즘 함바집이 시끄럽죠? 경찰청장에 이어 현직 차관급, 공기업 사장 실명까지 이제 기사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http://j.mp/gURH5o

함바집이 그냥 함바집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건설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래서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그 같은 부패를 통해 어떻게 낭비되게 되는지까지 짚어봐야 합니다. 사실 지금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제 트위터 친구분인 @U_Eunsang 님이 함바집의 실태를 설명한 시리즈 트윗을 하시고 제게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셔서 트윗을 정리해봤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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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 사설에 함바 비리에 대하여 ‘임시 식당’ ‘서민형 업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부분부터 짚어야겠다. ‘함바’의 정의는 건설 근로자의 임시 식당으로 단기간( 3~5)운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첫째, 공사 규모에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다. 둘째, 사업자 면허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셋째, 일반식당보다 마진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인권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넷째, 식사 이외에 값싼 간식으로 부수입을 또 올리고 있다. 그래서, 시쳇말로 함바 운영권은 대기업 임원빽으로도 못 딴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식당 사장이지만 그들은 고급차를 몰며 고위 임원들만 상대하게 된다. 첫째 얘기한대로 큰 현장들은 하루 출력 인원이 수천명에 달해 하루 매출을 수천만원대에서 억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한데다가 이익율은 높고, 현금이기 때문에 검은 돈을 양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단순히 ‘경찰 청장이 그 식당에서까지 쳐먹니?’ 하고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그냥 ‘너절한 함바집 비리’로 폄하한다면, 이 비리는 우리나라 건설문화에 지속적으로 퍼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검은 돈이 어떤 이권에 쓰이는지? 구조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건설로 경기부양을 하는 나라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1. 1. 8. 08:59
 

제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독일 나치에 맞섰던 93세의 프랑스 노인이 출간한 책 ‘분노하라(Indignez vous!)’가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초판 8000부가 출간된 이후 석달 새 무려 60만권이 팔려나가며 프랑스에서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고 것이다. 국내 언론에 소개된 그 책의 일부만 읽어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분노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은 귀중한 선물이며 분노할 것에 분노할 때 당신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의 일부가 된다. 그 흐름이 우리를 더 많은 정의와 자유로 인도한다. 그 자유는 여우가 닭장 속에서나 맘껏 누리는 자유가 아니다." (‘분노하라!’ 프랑스 뒤흔든 ‘30쪽의 외침’. 한겨레신문 1월 4일자)


“오늘날 분개해야 할 이유가 덜 분명해졌고 이 세상이 더욱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다. 누가 명령을 내리고 누가 결정을 하는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모든 종류의 흐름을 구별한다는 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 그러나 이 세상에는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보기 위해선 잘 바라보고 찾아야 한다. 난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찾아보시오, 분명히 찾을 것이오.' 가장 나쁜 태도는 무관심이다. '무슨 방법이 없잖아, 나 혼자 알아서 처리해야지 뭐.' 당신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를 잃고 있는데, 그것은 분개하는 능력과 그 결과로 이어지는 앙가주망(참여)이다."(93세 노인의 분노, 프랑스를 사로잡다. 오마이뉴스 1월 6일자)


그러면 우리는 분개할 현실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분개할 현실은 프랑스보다 우리가 훨씬 더 많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대북 문제 등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패러다임과 게임 규칙을 우리는 확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됐다. 조금만 살펴봐도 이를 보여주는 온갖 악성 지표들로 가득하다.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수준, 극심한 청년실업, 자살률 급증과 출산율 급감,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OECD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공공도서관 수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 등 공적사회복지지출 비용 OECD국가 3분의 1 수준,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등등 조금만 훑어봐도 정말 일반 서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다.


이런 엽기적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에 빠져들게 했다. 엽기적 현실에 따른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2007년 대선 결과에 대해 “배가 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진 격”이라고 통탄한 적이 있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비정규직 비율 55%, 청년 실업 200만, 출산율 바닥, 자살율과 근로시간, 산재사고 OECD 최고라는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을 생각할 때 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솔직히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된 형태로 말이다. 사실 현 정부는 아마추어도 이만저만한 아마추어가 아니며,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점에서 사기꾼 기질이 유전자에 각인된 정부라고 본다. 이들을 단순히 ‘실용정부’나 중도 우파 정부라고 본다면 그것은 오해요, 착각이다. 


이들은 과격한 ‘우파 기득권 혁명세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과 지지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관철시키고 마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촛불시위 이후 자신들 세력을 결집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하고, 미네르바 등 네티즌 논객을 구속하고 용산참화의 희생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테러리스트 진압하듯 물리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이들은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구부리는 경향이 여전하다.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2010년 마지막 날 ‘조중동매연’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지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보수 일색이라 여론의 편향성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이들은 단순히 보수신문이 아니라 재벌광고주들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기득권 언론들일 뿐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아온 이들 언론이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이 나라를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처럼 만들겠다는 기득권세력들의 기획이 노골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더구나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납세하는 사람만 ‘봉’이 되는 현실은 어떤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원에 이fms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조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조~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  저소득층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왜 현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이 근원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기득권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만 쥐어짜는 불공평한 조세구조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분개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기력감을 많이 느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필자도 눈물을 흘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마저 비운에 가야 하는 이 땅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울었다. 필자는 그를 많이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타파 등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과 열의는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의 말과는 달리 건설족 관료들에게 임기 내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짓고 분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층에 버림받고 결국 정권까지 놓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정권 치하에 살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공동체의 토양이 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외쳤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4대강사업’이라는 토건개발사업 말고는 아무런 미래에 대한 비전도 아이디어도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이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의 우위 속에서도 ‘진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과거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이를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명박 정부보다는 낫다’ ‘그래도 현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당장은 민주당을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정도로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박근혜와 일곱 난쟁이 현상’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가 와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게 역사를 퇴보시킨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민주당 등 야권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일반 가계의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비전과 역량 없이 뭉쳐서 이기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인가. 지금 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성 야권의 상당수는 정책역량 업그레이드보다는 여전히 지난해 지방선거와 같은 선거구도를 만들면 승리하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민생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 없이 정권교체만 하면 서민들의 삶이 자동적으로 개선되는 것인가.


필자는 현 정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쓰레기같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분명 야당의 역할이지만,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유권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비전과 솔루션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야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지금 두가지 핵심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 들어 퇴보한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과제가 하나라면 집값 거품과 사교육비 부담 등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다. 현 야권이 집권하면 첫번째 과제는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두번째 과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유권자들은 이 물음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권을 이렇게 형편 없는 정부에 빼앗기고 나서도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한 번 물어보자.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현 정부가 물러간다고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있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하지만 그렇기에 무기력감과 동시에 결연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 나라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은 당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자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40대 전반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47세에 당선된 젊은 대통령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60,70대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그들의 과오와 탐욕 때문에 젊은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 젋은이들의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며 손만 빨고 있어야 한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마구잡이로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벌인 결과 2009년 이후 410조원의 공공부채가 증가했다. 이전 10년간 늘어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액수로 이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빚쟁이 대통령’으로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경제대통령’이라고 온갖 너스레를 다 떨고 있다. 막대하게 늘어난 이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는 결국 미래세대를 위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재원을 모두 현재 기득권들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당겨쓰는 것이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필자가 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할 생각이 없다. 필자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필자의 부모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 전체가 바보 취급당하며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동시대인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정치를 멀리하지 마라. 정치는 더러운 것, 사기치는 것, 뻔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필자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하는 동안 느꼈던 문화적 충격가운데 하나는 ‘정치는 고귀한 책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는 개인이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공봉사(public service)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케네디스쿨의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공중을 위한 봉사가 늘 정치일 필요는 없다. 몸담은 곳이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정부든, 또는 기업이든 공중을 위한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꾸로 그것이 정치라고 해서 피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사이코나 철면피, 또는 강심장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제발 버려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만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을 더욱 조장한다.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회피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의 한국 정치는 온갖 적폐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의 수준은 더욱 더 떨어진다.


필자가 기자로서 지켜본 정치판 인력(=정치인과 그 보좌진 및 정치인 지망생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도덕성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매우 능력 있고, 뛰어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더럽고 낡은 기성 정치판에 좀 더 잘 적응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를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맡겨놓는가.


한 번 생각해보라. 자신의 각종 생색내기식 개발사업에는 매년 수조원씩 쓰면서도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예산 700억원이 아깝다며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르짖는 오세훈 서울시장만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떼잡이들’이라는 폭언을 퍼붓는 반면 1200억원 짜리 호화 구청사를 턴키로 발주해 건설업자들에게 퍼주었던 지난 용산구청장보다 서민들을 배려하지 못하겠는가. 입법권은 정부가 만들어온 법을 대신 발의하거나 당론에 따른 거수기 투표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예산심의권은 지난해말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봤듯이 지역구 개발사업 따내는 권한 정도로만 생각하며, 때 되면 권력의 향배를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며 패거리 짓는 다수의 국회의원들보다 당신이 못할 것이 무언가. 우리가 낸 소중한 세금이 왜 겨울방학 동안 결식아동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고  이 땅의 영유아들에 대한 예방접종 기회를 확대하는데 쓰는 대신 ‘형님’과 ‘안주인’ 예산 챙기는데만 혈안이 된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못할 것이 뭔가. 전례 없는 경기 침체 와중에 87조원의 부자감세에다 4대강 바닥에 24조원의 혈세와 공공부채를 쏟아 붓고 이 돈을 뽑아내기 위해 4대강 주변을 ‘부동산 투기 특별구역’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명박 대통령만큼 기득권 편향적일 수 있겠는가. 왜 시대착오적인 ‘올드보이’들이 마르고 닳도록 권력을 누리면서 이 나라를 퇴행의 늪으로 빠지도록 놔두는가.


필자가 아내 때문에 2년 전쯤 보게 된 드라마 ‘시티홀’에서 작은 지방도시의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바로 진짜 정치인이다. 거대한 건설토목사업에 헛돈 쓰지 않고, 작더라도 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신미래가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다. 정치술수에 닳아빠지고 지역 토호들과 유착된 정치인보다는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장 커피 타던 30대 젊은 여성이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검은 돈을 받지 않고, 중앙권력에 줄서지 않으며, 서민들의 민생고를 더 잘 해결해주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점점 전문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 인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안타깝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갖추고 도덕성과 전문 역량으로 뭉친 인재들이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때 한국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왜 썩어빠진 낡은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고서 그들이 우리 뜻대로 안 한다고 욕 하는가. 이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삼아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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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 출간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 아이들의 고픈 배를 채우지는 못하고 '형님'과 건설족들의 배를 불리는데 쓰이는 현실에 분개하고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납세자혁명'을 모색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1. 1. 7. 09:09

조중동매 종편사 선정은 2012년 대비한 현 정부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다만, 현재 광고시장 규모로 볼 때 4개사 모두 살아남기 불가능. 조중동매는 KBS 수신료 인상 통한 KBS광고 물량 전환, 황금채널 배정 등 특혜 요구할 듯.

 

다만 각종 특혜를 주더라도 조중동매 가운데 1,2개사 정도는 몰라도 모두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2012년에 정권교체 등으로 특혜적 조치들을 철회할 경우는 조중동매 몰락 한꺼번에 앞당길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군요.

 

만약 광고물량이 한정된 가운데 4개 종편사의 직접광고영업 등이 허용돼 한정된 광고 수주를 위한 친재벌적 보도 및 선정적 보도 등이 횡행할 경우 언론사들의 (주로 재벌대기업들의) 광고 종속 효과가 훨씬 커질 가능성 높아 보입니다.

 

조중동매 종편의 폭스TV, 또는 국가 전체의 베를루스코니 치하 이탈리아화를 막기 위한 국민적 노력 필요. 이 때문에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갖는 의미 한층 절실. 2012년 집권하려는 정치세력은 종편 특혜 막으려는 의지 굳건히 하시길 

 

첨언: 저는 조중동매한 기자들 미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중동매한이 한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부정적. 이들이 건전한 보수신문으로 거듭난다면 얼마든지 환영. 하지만 광고에 영혼 팔며 국민들 부담으로 온갖 특혜 반칙 저지르는 행태 비판할 수밖에

 

종편 문제는 향후 조치에 따라 우리의 미디어환경, 정보환경을 바꿀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므로 충분한 관심 필요합니다. 많은 관심들 기울여 주시길요.

by 선대인 2011. 1. 3. 08:17

 

 

2010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잠정 발표. 1인가구 222(2000)--->317(2005)--->403(2010). 1인가구 증가속도 다른 나라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고, 1인가구 3분의 2는 저소득 노처녀노총각 그룹과 독거 노인들입니다

 

인구증가율 3.4%(2000)--->2.5%(2005)--->2.0%(2010)로 통계청 지금까지 추계보다 훨씬 더 빨리 인구 증가율 둔화. 인구 감소도 통계청 추계보다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 높다는 얘기.

 

1인가구 급증은 극심한 실업난과 급속한 고령화 반영. 또한 지금도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이고, 인구감소가 일어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추계되는데, 현실에서는 그 같은 추계치보다 더 빨리 진행. 인구위기가 부를 충격 걱정입니다.

 

몇 년 후부터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매우 가파르게 일어나게 일어나게 될 겁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경제 위축효과와 복지부담 급증이라는 이중 충격을 해소할 전략적 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부동산 거품에서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충격에 대비히 길게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정부 정치권 노력 절실한데, 4대강 사업 강행과 반대에 에너지 낭비해야 하는 현실 안타깝습니다. 이미 사상 최악인 현 정부는 기대난망이니 2012년 집권할 정부가 마지막 기회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2012년 대선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좋은 정치세력을 고르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 충격, 인구충격에 대응 역량 갖춘 정치적 선택지가 나와야 합니다. 여야의 정책적 환골탈태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30.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