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무한 펌질을 적극, 아니 간절히 권장합니다.



나는 노무현정부에도 꽤 비판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후보가 이명박정부는 제쳐두고 이미 철 지난 노무현정부 심판을 부르짖는 것은 내 양심상 눈 뜨고 볼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정부는 기득권만능정부이자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불량정부였다. 특히 ‘경제대통령’을 내세웠지만, ‘경제파탄대통령’이었다. 부동산과 비정규직 등 민생경제에서 노무현정부가 비판 받을 부분 많지만, 적어도 이명박정부와 동급에 놓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두 정부 사이의 각종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이명박정부의 경제실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리해 보았다. 최대한 일반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순화된 도표를 사용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했을 때 경제 안팎의 복잡다단한 측면을 놓칠 수 있다. 또한 경제라는 것을 정권별로 무 자르듯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같은 단순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니 양해 바란다.

1. 사상 최악의 저성장: 정권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김대중정부 5.0%, 노무현정부 4.3%, 이명박정부 3.0%(2012년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반영)다. 물론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도 있었지만, 김대중정부는 IMF 외환위기사태, 노무현정부는 2003년 카드채 사태 등을 겪었다. 더구나 이명박정부는 김대중-노무현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자신은 평균 7%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했던 정부 아닌가. 이런 정부가 자신의 공약을 반토막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물론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의 기조적 하락 등을 핑계로 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눈 앞에 닥쳐오는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경제 운용능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결국 사기성 공약이었다는 고백 아니겠는가.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2. 저성장 속 고물가: 이명박정부 들어서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노무현정부 평균 물가 상승률은 2.9%였는데, 이명박정부는 3.6%였다. 물가가 덜 오른 것처럼 조작에 가까운 물가지수 개편을 하고서도 2009년엔 4.6%, 2011년엔 4.0%나 올랐다. 전세계적 양적완화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부동산부자나 수출대기업, 건설업계 등에 유리한 인위적 저금리와 막대한 공공부양책으로 돈을 풀고, 인위적 고환율로 수입물가를 치솟게 한 탓이 컸다. 그 결과 수출대기업 등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서민들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시달렸다.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3. 극심한 전세난: 서민들 주거난을 반영하는 전세가격은 어떤가. 노무현정부 전반기 때는 부동산 가격 통제에는성공하지 못했으나 서민들 주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전세값은 비교적 안정시켰다. 전국 기준으로 노무현정부 5년 동안 전세가격지수는 3.5만큼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 증가폭은 무려 24.5나 됐다. 집값이 올라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어 서러운 무주택서민들이 전세값 마저 올라 서러움에 시달리게 했다. 이명박정부가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다 보니 전세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등 불똥이 튄 때문이었다. 참고로, 박근혜후보는 노무현정부 시기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판한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비판할 여지가 많지만, 그나마 부동산 안정을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정부를 뉴타운사업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 등으로 끊임 없이 흔들어댄 게 새누리당 아니었나. 적반하장이다.



주)국민은행 전세가격지수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4. 정체된 가계소득: 서민들이 고물가와 전세난에 시달리는 동안 가계소득이라도 늘었을까. 아니다. 노무현정부(비교의 형평상 초기 4년만 계산) 때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계소득이 19.9만원 늘었는데, 이명박정부에서는 고작 10.7만원 늘었다. 이건 약과다.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가계소득에서 지출을 뺀 개념인 가계수지를 보면 노무현정부 때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5년 동안 8.5만원 늘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9, 2010년에는 뒷걸음질쳤고, 2011년이 돼서야 겨우 노무현정부 말인 2007년보다 겨우 1.6만원 늘어난 수준이 됐다.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는 이명박정부 시기 악화됐다가 이제야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및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5. 한층 악화된 실업난과 청년 취업난: 이렇게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가계수지가 악화된 데는 지속적인 고용 불안과 실업난이 자리잡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끊임없는 실업난에 시달렸고, 이 문제에 관한 한 노무현정부도 크게 내세울 게 없기는 하다. 정부의 수치놀음에 가까운 공식 실업률이 아니라 선대인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상 실업자나 18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들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집계해 보았다. 그 결과 체감실업률은 계절별로 진폭이 크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11~14%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는 노무현정부 후반기에 악화됐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더 한층 악화됐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때는 청년들 취업난이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20대, 특히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이 정부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짓밟아 버린 정권이었다.



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6. 고환율로 재벌 퍼주기와 약화된 대외 구매력: 이명박정부는 수출대기업들 위주의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면서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정책을 썼다. 노무현정부 말에 9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을 1100원대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해서 2009년 이후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대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막대한 추가 이익을 올리는 등 엄청난 환율효과를 맛보았다. 2012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8조 1247억원)에 미친 환율효과는 가정에 따라 2.37조원에서 3.6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국민들의 달러 환산 소득, 즉 대외 구매력 관점의 소득은 크게 떨어졌다.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1632달러였는데, 두 해 연속 뒷걸음질치다가 2011년에야 겨우 2만2489달러로 올라왔다. 억지 고환율 유지책만 쓰지 않았어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환율효과로 수입인플레를 촉발해 국내 물가를 치솟게 해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음은 물론이다.



주) 삼성전자 각 분기별 사업보고서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 작성



7. 양질 모두 악화된 가계부채: 가계부채 문제도 이명박정부 들어 훨씬 악화됐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213.9조원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4년3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무려 272.1조원이나 된다. 이명박정부가 상대적으로 부동산 침체기인데도 더 짧은 시기에 더 많은 가계부채를 늘린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시기에 이명박정부가 오히려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을 쓰며 거품을 키우고 억지로 빚 내서 집을 사게 한 탓이 크다. 그렇게 해서 하우스푸어들이 잔뜩 양산됐다.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의 질도 크게 악화시켰다. 노무현정부 때는 상대적으로 1금융권 위주의 저금리 대출 위주로 늘어났으나, 이명박정부는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 고금리 악성 대출을 크게 늘렸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에 국한돼 있던 부채문제를 지방까지 확산시켰다. 이명박정부야말로 온 국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정부였다.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8. 급증한 공공부채: 공공부채는 또 어떤가. 이명박정부는 대규모토건사업을 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정부채무 증가액은 크지 않았다고 떠벌린다. 실제로 정부채무 증가액을 보면 일견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이는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 예산으로 시행했어야 할 4대강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자원공사의 부채로 집행하는 식이다. 그 결과 공기업부채가 노무현정부 시기의 두 배 가량인 258.4조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늘어난 부채를 생산적인 투자에 쓴 것도 아니다. 4대강 사업과 애물단지가 된 경인운하사업 등 각종 낭비성 토건사업에 탕진했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때에 비해 공공부문 건설사업 발주액이 30%나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는 것이다. LH공사 부채가 이 정부 출범 초 65조원 수준에서 두 배 늘어나 130조원을 넘긴 게 대표적 사례다.



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통계청 및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9. 부자에겐 감세, 중산층서민에는 세금폭탄: 이명박정부는 2008년 감세정책을 실시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세 수입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3대 축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직접세인 소득세(-3.6%)와 법인세(5.2%)는 줄거나 거의 늘지 않았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57.4%)와 개별소비세(-1.8%)도 줄었다. 반면 간접세여서 상대적으로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부가가치세(20.0%), 유류세(21.9%, 정확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27.2%)는 대폭 늘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왕창 깎아주고 중산층과 서민들 세금을 대폭 올린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때 상위 20%의 세금 증가율은 63.7%였으나 이명박정부에서는 13.2%로 감소한 반면, 하위 20~40% 계층의 세금 증가율은 3.8%에서 65.7%로 크게 늘었다. 물론 절대액으로는 고소득층의 세금도 적지 않게 늘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한두 푼이 아쉬운 게 현실이다. 부자들 세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확연히 늘린 게 이명박정부다. 한마디로 중산층서민에게 세금폭탄을 퍼부어 못살게 군 것이 바로 이명박정부인 것이다.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10. 침체된 주식시장-주가 3000 약속도 반띵했다: 나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일자리와 소득이지 집값이나 주가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쨌거나 자칭 ‘경제대통령’ 이명박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복판이던 2009년 ‘내 임기 안에 주가가 3000간다’며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2012년 12월 13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2002를 찍었으나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이미 주식시장은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일부 재벌 대형주들을 제외하고는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다. 특히 2011년 중반부터는 아예 다른 대형주들도 주춤하거나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한 종목만 고공행진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횡보하거나 상승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낳고 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삼성전자 한 종목만 제외해도 종합주가지수는 12월 13일 현재 390.7포인트 정도 아래인 1612 수준이다. 이명박대통령은 주가 공약조차 ‘반띵’해서 실현한 것이다. 대형우량주에는 투자할 엄두도 못 내는 개미투자자가 체감하는 주식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을 걸은지 한참이다.




주)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결론: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이명박정부가 철저한 기득권 위주로 경제를 운용해 서민경제를 압살한 정부임이 명백히 드러난다. 이 같은 불량정부는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나 서민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나 심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정부와 같은 감세정책과 규제완화, 부동산 거품 부양 등 줄푸세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후보가 집권하는 것은 ‘이명박정부 시즌2’가 될 뿐이다. 당신이 상위 10% 안에 든다면 박근혜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권교체는 당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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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2. 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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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정부에도 꽤 비판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후보가 이명박정부는 제쳐두고 이미 철 지난 노무현정부 심판을 부르짖는 것은 내 양심상 눈 뜨고 볼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정부는 기득권만능정부이자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불량정부였다. 특히 ‘경제대통령’을 내세웠지만, ‘경제파탄대통령’이었다. 부동산과 비정규직 등 민생경제에서 노무현정부가 비판 받을 부분 많지만, 적어도 이명박정부와 동급에 놓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두 정부 사이의 각종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이명박정부의 경제실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리해 보았다. 최대한 일반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순화된 도표를 사용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했을 때 경제 안팎의 복잡다단한 측면을 놓칠 수 있다. 또한 경제라는 것을 정권별로 무 자르듯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같은 단순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니 양해 바란다.

1. 사상 최악의 저성장: 정권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김대중정부 5.0%, 노무현정부 4.3%, 이명박정부 3.0%(2012년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반영)다. 물론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도 있었지만, 김대중정부는 IMF 외환위기사태, 노무현정부는 2003년 카드채 사태 등을 겪었다. 더구나 이명박정부는 김대중-노무현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자신은 평균 7%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했던 정부 아닌가. 이런 정부가 자신의 공약을 반토막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물론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의 기조적 하락 등을 핑계로 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눈 앞에 닥쳐오는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경제 운용능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결국 사기성 공약이었다는 고백 아니겠는가.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2. 저성장 속 고물가: 이명박정부 들어서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노무현정부 평균 물가 상승률은 2.9%였는데, 이명박정부는 3.6%였다. 물가가 덜 오른 것처럼 조작에 가까운 물가지수 개편을 하고서도 2009년엔 4.6%, 2011년엔 4.0%나 올랐다. 전세계적 양적완화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부동산부자나 수출대기업, 건설업계 등에 유리한 인위적 저금리와 막대한 공공부양책으로 돈을 풀고, 인위적 고환율로 수입물가를 치솟게 한 탓이 컸다. 그 결과 수출대기업 등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서민들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시달렸다.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3. 극심한 전세난: 서민들 주거난을 반영하는 전세가격은 어떤가. 노무현정부 전반기 때는 부동산 가격 통제에는성공하지 못했으나 서민들 주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전세값은 비교적 안정시켰다. 전국 기준으로 노무현정부 5년 동안 전세가격지수는 3.5만큼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 증가폭은 무려 24.5나 됐다. 집값이 올라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어 서러운 무주택서민들이 전세값 마저 올라 서러움에 시달리게 했다. 이명박정부가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다 보니 전세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등 불똥이 튄 때문이었다. 참고로, 박근혜후보는 노무현정부 시기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판한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비판할 여지가 많지만, 그나마 부동산 안정을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정부를 뉴타운사업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 등으로 끊임 없이 흔들어댄 게 새누리당 아니었나. 적반하장이다.



주)국민은행 전세가격지수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4. 정체된 가계소득: 서민들이 고물가와 전세난에 시달리는 동안 가계소득이라도 늘었을까. 아니다. 노무현정부(비교의 형평상 초기 4년만 계산) 때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계소득이 19.9만원 늘었는데, 이명박정부에서는 고작 10.7만원 늘었다. 이건 약과다. 가계소득뿐만 아니라 가계소득에서 지출을 뺀 개념인 가계수지를 보면 노무현정부 때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5년 동안 8.5만원 늘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9, 2010년에는 뒷걸음질쳤고, 2011년이 돼서야 겨우 노무현정부 말인 2007년보다 겨우 1.6만원 늘어난 수준이 됐다.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는 이명박정부 시기 악화됐다가 이제야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및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5. 한층 악화된 실업난과 청년 취업난: 이렇게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가계수지가 악화된 데는 지속적인 고용 불안과 실업난이 자리잡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끊임없는 실업난에 시달렸고, 이 문제에 관한 한 노무현정부도 크게 내세울 게 없기는 하다. 정부의 수치놀음에 가까운 공식 실업률이 아니라 선대인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상 실업자나 18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들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집계해 보았다. 그 결과 체감실업률은 계절별로 진폭이 크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11~14%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는 노무현정부 후반기에 악화됐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더 한층 악화됐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때는 청년들 취업난이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20대, 특히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이 정부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짓밟아 버린 정권이었다.



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6. 고환율로 재벌 퍼주기와 약화된 대외 구매력: 이명박정부는 수출대기업들 위주의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면서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정책을 썼다. 노무현정부 말에 9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을 1100원대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해서 2009년 이후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대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막대한 추가 이익을 올리는 등 엄청난 환율효과를 맛보았다. 2012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8조 1247억원)에 미친 환율효과는 가정에 따라 2.37조원에서 3.6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국민들의 달러 환산 소득, 즉 대외 구매력 관점의 소득은 크게 떨어졌다.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1632달러였는데, 두 해 연속 뒷걸음질치다가 2011년에야 겨우 2만2489달러로 올라왔다. 억지 고환율 유지책만 쓰지 않았어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환율효과로 수입인플레를 촉발해 국내 물가를 치솟게 해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음은 물론이다.



주) 삼성전자 각 분기별 사업보고서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 작성



7. 양질 모두 악화된 가계부채: 가계부채 문제도 이명박정부 들어 훨씬 악화됐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213.9조원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4년3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무려 272.1조원이나 된다. 이명박정부가 상대적으로 부동산 침체기인데도 더 짧은 시기에 더 많은 가계부채를 늘린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시기에 이명박정부가 오히려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을 쓰며 거품을 키우고 억지로 빚 내서 집을 사게 한 탓이 크다. 그렇게 해서 하우스푸어들이 잔뜩 양산됐다.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의 질도 크게 악화시켰다. 노무현정부 때는 상대적으로 1금융권 위주의 저금리 대출 위주로 늘어났으나, 이명박정부는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 고금리 악성 대출을 크게 늘렸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에 국한돼 있던 부채문제를 지방까지 확산시켰다. 이명박정부야말로 온 국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정부였다.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8. 급증한 공공부채: 공공부채는 또 어떤가. 이명박정부는 대규모토건사업을 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정부채무 증가액은 크지 않았다고 떠벌린다. 실제로 정부채무 증가액을 보면 일견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이는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 예산으로 시행했어야 할 4대강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자원공사의 부채로 집행하는 식이다. 그 결과 공기업부채가 노무현정부 시기의 두 배 가량인 258.4조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늘어난 부채를 생산적인 투자에 쓴 것도 아니다. 4대강 사업과 애물단지가 된 경인운하사업 등 각종 낭비성 토건사업에 탕진했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때에 비해 공공부문 건설사업 발주액이 30%나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는 것이다. LH공사 부채가 이 정부 출범 초 65조원 수준에서 두 배 늘어나 130조원을 넘긴 게 대표적 사례다.



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통계청 및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9. 부자에겐 감세, 중산층서민에는 세금폭탄: 이명박정부는 2008년 감세정책을 실시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세 수입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3대 축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직접세인 소득세(-3.6%)와 법인세(5.2%)는 줄거나 거의 늘지 않았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57.4%)와 개별소비세(-1.8%)도 줄었다. 반면 간접세여서 상대적으로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부가가치세(20.0%), 유류세(21.9%, 정확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27.2%)는 대폭 늘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왕창 깎아주고 중산층과 서민들 세금을 대폭 올린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때 상위 20%의 세금 증가율은 63.7%였으나 이명박정부에서는 13.2%로 감소한 반면, 하위 20~40% 계층의 세금 증가율은 3.8%에서 65.7%로 크게 늘었다. 물론 절대액으로는 고소득층의 세금도 적지 않게 늘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한두 푼이 아쉬운 게 현실이다. 부자들 세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확연히 늘린 게 이명박정부다. 한마디로 중산층서민에게 세금폭탄을 퍼부어 못살게 군 것이 바로 이명박정부인 것이다.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10. 침체된 주식시장-주가 3000 약속도 반띵했다: 나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일자리와 소득이지 집값이나 주가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쨌거나 자칭 ‘경제대통령’ 이명박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복판이던 2009년 ‘내 임기 안에 주가가 3000간다’며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2012년 12월 13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2002를 찍었으나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이미 주식시장은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일부 재벌 대형주들을 제외하고는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다. 특히 2011년 중반부터는 아예 다른 대형주들도 주춤하거나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한 종목만 고공행진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횡보하거나 상승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낳고 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삼성전자 한 종목만 제외해도 종합주가지수는 12월 13일 현재 390.7포인트 정도 아래인 1612 수준이다. 이명박대통령은 주가 공약조차 ‘반띵’해서 실현한 것이다. 대형우량주에는 투자할 엄두도 못 내는 개미투자자가 체감하는 주식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을 걸은지 한참이다.




주)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결론: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이명박정부가 철저한 기득권 위주로 경제를 운용해 서민경제를 압살한 정부임이 명백히 드러난다. 이 같은 불량정부는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나 서민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나 심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정부와 같은 감세정책과 규제완화, 부동산 거품 부양 등 줄푸세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후보가 집권하는 것은 ‘이명박정부 시즌2’가 될 뿐이다. 당신이 상위 10% 안에 든다면 박근혜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권교체는 당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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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2. 14. 16:16

서울시가 저희 연구소의 정책 건의를 수용하여 턴키담합 근절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3&aid=0002076585


이번 서울시의 방침은 국내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는 한편 예산을 절감하는데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서울시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및 다른 지자체, 공공기관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앞으로도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올바른 정책을 통해 국민경제와 시민들의 삶에 도움되는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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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1. 27. 10:06

바야흐로 짧게는 향후 5년, 길게는 향후 수십 년 한국 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대통령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중요한 국면을 앞두고 저는 대선 후보들이 향후 추구해야 할 구체적 정책기조와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짧은 글에서 모든 사안을 거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경제는 재벌과 토건세력 등 경제기득권에 대한 막대한 특혜와 이권을 온존하고 강화해온 결과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 따라 연구소는 대선후보들이 재벌 등 경제기득권에 주던 10대 특혜를 없애 이를 서민에게 10대 혜택으로 돌려줄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서민들의 부를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이전해온 거대한 부의 이전 시스템을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기득권 중심으로 펼쳐온 5대 정책기조를 서민을 위한 정책기조로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가 야권의 대선후보라면 아래와 같이 국민들에게 선언하겠습니다. 이 내용은 최근 제가 연구소 회원들에게 쓴 같은 제목의 대선정책 제언을 대선 후보 입장에서 축약한 것입니다. 지금 시대상황의 엄중함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최소한 이 정도 상상력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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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주던 10대 특혜를 없애 서민에게 10대 혜택으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기득권 중심으로 펼쳐온 5대 정책기조를 서민을 위한 기조로 전환하겠습니다.

-소수 상류층만 배 불리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이 잘살도록 하겠습니다.

 

 

 

A.   조세와 재정 개혁: 기득권에 대한 과세를 늘리겠습니다. 재벌대기업 지원과 토건부양책으로 탕진하던 세금을 확실히 줄이겠습니다. 대신 보육과 교육, 복지, 문화, 생활체육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쓰겠습니다.

 

1. 현재 약 시세의 30~50% 수준에 불과한 단독주택과 대기업 보유 부동산의 과표를 현실화하고, 소득조사청을 설립해 법에 명시된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거두겠습니다. 이렇게 거둔 연간 약 20조원의 세금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거 취약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재원으로 사용해 전국민 주거안정망을 구축하겠습니다.

 

2. OECD국가들 대부분이 실시하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주주배당 소득을 강화하는 반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해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3조원) 지금 매우 낮게 책정된 배당금에 대한 세율도 버핏세의 취지에 맞게 대폭 올려 불로소득(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습니다.

 

3.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비과세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고 해고세를 신설해 걷은 7조원~11조원 가량의 세금으로 실업보험 확충과 자영업의 고용보조금 등으로 사용해 실업충격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4. OECD 평균 두 배에 이르는 토건사업예산을 임기 내에 대폭 줄여 보육, 아동수당, 고교무상 교육과 지방 거점국공립대 지원 등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하겠습니다. 2012년 현재 정부가 분류한 SOC사업 예산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토건시설형 사업을 모두 집계하면 약 40조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교통시설특별회계와 광역시설특별회계 등 토건사업의 자금줄인 특별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로 통합하는 한편 건설부패와 예산낭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턴키담합 등 입찰비리를 근절해 3년 안에 토건시설예산을 43% 가량 줄이겠습니다.( 17.5조원)

 

5.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가지만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R&D 예산 16조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여(4.9조원)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직원교육판로, 사업컨설팅 지원과 함께 신진학자와 대학생들의 연구 및 학자금 지원에 쓰겠습니다.

 

 

B.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질서 회복: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행위를 엄단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고 생활물가를 떨어뜨리겠습니다.

 

6. 독과점 대기업들의 담합을 철저히 분쇄하고 다양한 공공적 상품 가격을 투명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자동차, 통신료, 핸드폰, 가전, 유류, 도시가스료 등 생활물가를 떨어뜨리겠습니다.

 

7. 중소기업 업종 침범 대기업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1.5배 이상 중과하고 재벌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및 이로 발생한 대주주의 배당소득에 중과세해 중소기업과 자영업 육성 펀드를 조성하고 자영업 R&D센터를 건립, 운영하겠습니다.

 

8. 각종 입찰비리 등 건설부패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여기에서 생겨나는 비자금을 엄단해 추가로 거둔 세수( 2~3조원) 적정임금제 도입과 4대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전국 200만 건설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쓰겠습니다.

 

9.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전기료 부담을 지는 대기업들의 전기료를 합리적으로 올리는 대신 가정 전기료의 누진구조를 단순화하고 저소득층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일반 가정이 재벌대기업들의 전기료를 보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금 여력이 풍부한 제조대기업들이 저소득 취약계층의 전기료를 보조해주는 구조로 바꾸겠습니다.

 

10.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민간건설업체와 금융투자자본의 배만 불리던 민자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조세특례를 폐지하여 통행료 부담을 줄이는데 쓰겠습니다. 특히 임대형 민자사업은 최대한 줄여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범위 안에서 재정사업으로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민간제안형 민자사업은 폐지하겠습니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도 폐지하고 통행량 조사를 민자사업 추진 업체가 용역을 맡겨 사실상 조작하는 방식이 아닌 객관적인 통행량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C.   기득권 위주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 수출대기업이나 건설업계, 외국자본에 장악된 금융업체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 주택수요자, 금융소비자 등에 유리한 정책기조를 만들겠습니다.

 

11. 수출 일변도 경제에서 서민 중심으로 내수를 강화해 수출과 내수의 쌍발엔진으로 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떠받쳐 서민들이 물가 부담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정부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초점을 내수 살리기에 두고 대다수 중산층 서민들이 먹고 사는 포용적 성장구조를 만들겠습니다.

 

12. 낙수효과의 환상에 기대 피라미드의 위에서만 돈이 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라미드의 밑바닥이 탄탄해지는 분수효과를 실현하겠습니다 지난 4년반 동안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누적 경제성장률은 14%가 넘는데, 실질 가계소득은 6%밖에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대기업의 이익 증가가 아니라 가계의 소득 증가를 제1목표로 삼겠습니다.

 

13. 모피아와 토건족으로 상징되는 정경관유착 구조 속에서 국민보다는 해당 분야 사업자들을 우선하는 정책결정 과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을 착취하는 약탈적 금융관행을 해소하고 중소기업과 서민가계가 대우받는 금융정책을 실시하겠습니다. 건설업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일반가계들이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부동산과 주거정책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를 주거안정부와 국토관리청(해양업무는 농림수산부로 재흡수)으로 쪼개 저출산고령화 시대, 1인가구 증가 시대에 걸맞은 주거정책의 틀을 만들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정책기조를 기득권 위주에서 일반국민들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득권 위주로 형성된 낡은 경제패러다임을 깨지 못하면 지금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지 못합니다. 반드시 개혁을 완수해 기득권이 누리던 특혜는 없애고 국민 여러분이 충분한 혜택을 맛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2. 11. 8. 18:28
오늘 안철수후보측이 마련한 국민정책참여단에 연세대 의대 교수인 천근아 선생님과 함께 공동단장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소 갑작스럽게 내리게 된 결정이라 충분한 이해를 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가 안후보캠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철수후보캠프 내의 인사인 천근아 단장과는 달리 저는 캠프 밖의 외부 전문가로서 국민정책참여단이 당초 취지대로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후보캠프에 제가 참여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하고, 이 때문에 저를 오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번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선거는 소수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이 미래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국민들은 구경꾼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이자 정책의 출발점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안후보가 유권자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토론광장을 열어 주었습니다. 정경관 기득권 유착구조가 오래 지속돼온 한국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하는 데 익숙지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국민의 정책 제안은 좋은 정책의 금맥입니다. 이 금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후보가 멍석을 깔아준 기회를 잘 살려 유권자의 정책제언과 참여가 일상화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공동단장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민들의 정책 아이디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우리 삶을 바꿀 좋은 정책으로 탈바꿈시키는 보석연마사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정책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과 전문가그룹에 전달하는 ‘정책 통역사’ 역할도 하겠습니다.
여전히 힘세고 돈 많은 사람들에 비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키우는 확성기 역할도 할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일자리가 많아지고 정당한 소득이 느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하고 부모님들은 노후 걱정 없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제민주화 논의에 조금이나마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저는 형식적으로는 안후보라는 통로를 통해 서민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 같은 목소리를 문재인후보를 포함한 전체 정치권이 함께 받아 안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안후보가 깔아준 멍석이지만, 안후보의 정치적 입지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이 일이 안철수후보 캠프에서 상근하며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의 본업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물론 상당히 바빠지겠지만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 업데이트 및 다른 업무들에 차질 없도록 할 것입니다. 나꼽살 방송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방송에서 제가 맡게 된 역할을 공지하고 청취자들이 제 입장을 감안해서 청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정파나 후보에 편중된 주제선정이나 진행은 전혀 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국민정책참여단에 많은 제안을 주십시오. 힘 닿는 대로 그 제안들이 정책으로 실현되고 공론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2. 10. 17. 14:33

 

문재인 대선 후보가 어제 노무현정부가 재벌개혁에 실패한데 대해 참여정부의 역량 부족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재벌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여러 방안들이 발표됐기에 각론 하나하나에 대해 세세히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체로 이 방안들만 잘 실천해도 재벌들의 횡포와 경제력 집중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재벌이나 건설업계와 유착했거나 그들에게 휘둘렸던 고위 전직 관료들이 자문단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후보가 정말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면 이 같은 전직 관료들을 과감히 내쳐야 한다. 이건 꼭 문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후보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내가 진행에 참여하는 나꼽살방송을 통해 그동안 기성 언론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또는 토건족)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모피아란 기획재정부나 그 전신인 재정경제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나 퇴임 후 낙하산이나 정치인 등으로 변신해 재벌업계 및 금융기관 등과 유착해 이들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부의 영문 머릿글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보면 된다. 토건마피아는 모피아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건설 및 부동산업계와 유착해 불요불급한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무능하고 부패하며 시대착오적인 관료 체제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때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으로서 칭송받던 한국 관료체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지금도 한국의 관료들 개개인은 똑똑하다. 하지만 시스템으로서는 매우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알다시피 한국 관료 시스템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져온 고시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고시체제는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이 주가 되던 시대에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체제는 기술집약적인 경제패러다임과 지식정보화 및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적합한 체제다. 더구나 민간 부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문화되고 있는데, 고시체제로는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물론 개발연대 초기에는 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정책 집행권과 자원 배분권을 가진 관료들의 힘이 막강했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관료로 몰렸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로는 민간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관료들은 큰 틀에서 과거 개발연대의 경제정책과 관행의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은 개발연대 시절 독재 권력에 굴종하며 스스로 정책을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구조를 갖출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사후 평가나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고 군대식으로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를 지탱해온 것이 고시 기수에 따른 서열식 승진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시체제 하의 관료들에게 나타나는 전문성 부족은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되었다. 김영삼정부 당시 급변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외환위기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 카드 빚 사태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관료들의 전문성 부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관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이익집단이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관료 독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 대다수의 진정한 뜻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게 된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FTA의 추진 과정부터 국회 비준까지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 그룹과 국민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사실상 김현종 전 외교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 관료들과 이들의 판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만이 진로를 좌우했을 뿐이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라고는 하지만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 권한과 전통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 관료 독재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과 예산안의 95%는 결국 행정부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사실상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FTA는 최근 국민의 눈에 도드라진 사례일 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내 관료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관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해오면서 막대한 권한을 배경으로 재벌 기업 및 토건산업 등과 유착해왔다. 이들은 퇴직 후 산하 공기업 또는 민간 기업에 취업한 뒤 몇 년간 연봉 수억 원씩을 챙기며 현직에 있을 당시의 상대적 박봉을 일거에 만회한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경제 관련 부처 국장의 2~3년 후 직장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산하 금융기관이나 개발공기업, 각종 관련 재벌 기업, 금융업협회나 건설업협회 등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들이 이해관계에 초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미 그들의 숱한 선배와 동료들이 그들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기업들에 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그들이 겉으로는 국민과 서민을 외치면서도 늘 그들의 ‘1차 고객인 금융기관, 건설업계, 정유업계, 정보통신업계 등 공급자들을, 그것도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정책을 펼쳐온 것도 바로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각종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소비자인 국민들을 위하기보다는 늘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 위주로 집행되어왔던 것이다. 그 때문에 민간건설업체의 미분양 물량을 세금으로 매입해주고 다주택투기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게 하는 선분양제와 아파트 전매 같은 정책들을 허용해온 것이다. 또한 카드 빚 사태를 초래한 각종 재벌계 카드사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준 반면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에 편승한 무분별한 대출 관행을 방조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DTI 규제와 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조차 허무는 것도 바로 그런 관성에서 나온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등 수많은 민자 사업을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막대한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도 이 같은 유착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대착오적인 정부조직과 관료 시스템이 연명하기 위해 계속 시대적 소명이 다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유령 공항과 텅 빈 도로 등 사업성이 없는 온갖 개발 사업들을 곳곳에서 목도할 수밖에 없다. LH공사나 수자원공사 등 시대적 소명을 다한 공기업들이 막대한 공공 부채를 쌓아놓고 막가파식 토건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로 상징되는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지 않으면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건전한 경제정책 수립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이들 낡은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은 바로 모피아와 토건족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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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2. 10:46

 

수치놀음에 가까운 3%대 공식 실업률을 내세우면서 '고용대박'이라고 너스레 떨지만 사실상의 실업자들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1~15%대를 넘나든다. 비슷한 범주로는 사상 최악의 실업난 겪고 있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

 

 

이렇게 고용이 불안하고 물가가 오르니 실질 가계소득은 거의 정체 상태. 이명박정부 들어 2008~2011년 누적 경제성장률이 13% 이상인데, 그 사이 실질 가계소득은 5% 정도 성장.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일자리와 소득은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빚으로 메워서 성장. 2008~2011년 동안 공공부문과 가계부문의 부채 증가율이 연 평균 13% 수준. 연 평균 3.2% 수준 성장률 기록했는데, 공공과 가계 부채 안 늘렸으면 마이너스 성장 지속했을 것.

 

2008년 이후 실시한 부자감세의 대표작은 역시 법인세 인하. 이미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 가진 나라에서 경제위기 핑계대면서 세계에서 네번째로 만이 법인세율 인하. 그것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이런데도 다른 OECD국가들 법인세 내리고 있으니 더 내려야 한다니.

 

 

 

이런 부자감세의 이면은 바로 서민증세. 2008년 이전까지 상위 20% 고소득층(5분위) 조세부담 증가율이 대체로 높았는데, 감세정책 이후로는 저소득층인 하위 20~40%(2분위) 조세부담 증가율이 급증했다. 한때 분기별 증가율이 55.6%, 48.3%를 기록. 부자들 세금 깎고 서민들 세금 늘리면서 '친서민정부'라고? 이런 정부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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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0. 12:02

나는 안철수후보의 출마가 반갑고 고맙다. 시대착오적 정권의 확장 가능성을 줄이고,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안후보 곁에 나타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존재는 찜찜하다. 안후보 캠프 안에 개혁적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잘 안다. 이 전 부총리 한 사람만을 두고 성급히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 전 부총리를 단순히 낡은 인물로 낙인찍고 폄하할 생각도 없다. 그가 최근 저서나 인터뷰에서 40대 중심세대론과 공정 경쟁, 토건국가 극복 등에 관해 꽤 전향적 제안을 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또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이 전 부총리 한 사람이 안후보 정책을 좌우할 수 없다는 얘기도 대체로 수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경보를 울릴 수밖에 없다.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당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았고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노무현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겸임)을 지낸 인사다. 그의 공과가 다 있지만 그가 주요 직책을 맡은 기간 동안 외국자본의 입김은 거세졌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심화했으며 부동산거품은 부풀었고 소득격차는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무현정부의 과()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라고 지적한 안후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 집권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폭발 위기에 대비해 위기관리 경험을 활용할 생각이라는 말도 들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이 전 부총리와 안후보의 공통된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가계부채 문제는 지금 선제적으로 터뜨려 해결해야 한다는 이 전 부총리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의구심이 생긴다. 노무현정부 시기 부동산 거품을 키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전 부총리가 기용된 2004년 초는 2003년 발표된 10.29대책 등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카드채 버블 붕괴와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침체로 건설업계와 금융권이 함께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이에 2004년 하반기부터 이 전 부총리는 당시 강동석 건교부장관과 함께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판 뉴딜등 적극적인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2005년 초 판교발 로또열풍을 계기로 부동산 2차 폭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정책 효과는 장단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전 부총리의 단기적 연착륙 대책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착륙을 조장하는 정책이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왔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470조원 대에서 920조원대로 갑절 가량 늘어났다. 그런 사람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더구나 대다수 서민들이 여전히 높은 집값에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부동산 값은 올려도 안 되지만 떨어뜨려도 안 된다는 사람을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직 관료가 장관 등으로 되돌아오는 ()노병사(老兵士)’의 문제다. 관료와 규제 대상 기업 간의 유착이 국내 경제정책과 제도를 왜곡하는 양상은 이미 심각하다. 그 같은 유착의 접합점이 금융권이나 건설업계, 산하 기관 등의 전직 관료들이다. 그런데 이미 퇴임한 관료가 다시 장관 등 요직으로 올 수 있다면 현직 관료들의 전관예우는 더 한층 심해질 것이다. 이미 이명박정부의 강만수 전 장관 기용으로 그 폐해는 매우 커졌다. 이 전 부총리는 지금 공직을 다시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기용되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다. 설사 공직에 기용되지 않고 자문 역할에 그친다 해도 그의 존재감이 공직사회와 대중에게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이미 트위터에서는 우려가 분출하고 있다. 이헌재, 이미 안후보와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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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9. 24. 09:28

나꼽살 금주 3회는 박정희 경제의 명암을 다루었습니다.나꼽살 금주 3회에서 다루려고 메모했던 내용과 간단한 그림들 소개합니다.

1. 박정희 정권의 탄생과정과 한계:

이미 전후 복구 후 4.19혁명 직후 들어섰던 장면정권 때 수립한 경제계획을 토대로 박정희 군부정권이 수립한 것이었다. 당시 경제계획은 사회주의와 케인지언적 경제 패러다임에서 상당수 나라에서 실시하던 것이었다. 정통성 확보와 북한과의 체제 경쟁 위해 경제성장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말까지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을 앞서지 못했고, 외국에서 한반도의 기적은 북한의 급속한 전후복구와 성장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그나마 경제성장한 것도 군바리식 독재와 한정된 자원을 소수 기업들에게 배분하는 식으로 이뤄져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2. 박정희 경제에서 유일하게 성과라면 상대적 고성장. 그런데 고성장이 박정희만의 성과물이었나?

-박정희의 수출중심, 유치산업 보호전략 등의 선택은 당시 상황에서 일반적인 선택이었지 특별히 뛰어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종필-오히라의 굴욕적 협상 통해 받은 일제 배상금과 월남전쟁 특수로 인한 외화벌이로 종잣돈 축적, 반공전진기지로서 시장개방 통한 미국의 지원, 석유파동에 뒤이은 중동건설특수 등의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앞선 일본모델을 쫓아가는 후발주자의 이점과 국제분업구조 속에서 일본의 하청 계열화--->일본 부품산업 및 기술 의존 구조 형성이 현재도 매년 200억달러에 이르는 대일 적자를 지속하는 근원이 됐다.

3. 다른 동아시아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일본, 대만, 싱가폴, 홍콩, 중국 등과 비교할 때 일본은 더 높은 수준의 경제 달성. 대만은 훨씬 중소기업 위주, 싱가폴은 정치는 독재에 가깝지만 훨씬 생활 수준 높고 높은 소득수준. 홍콩도 비슷. 중국은 출발은 늦었지만 한국과 비슷한 궤적 그리며 성장중이다.

4. 박정희 정권은 무엇보다 김재규의 총탄에 맞기 전 경제로 무너진 정권이었다. 한국경제에서 마이너스 성장한 건 단 두 번.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그 중 한 번은 1980-1.9%. 이미 1979년 제 2차 석유파동으로 고물가로 서민경제난 심각해지며 유신경제도 한계에 이른 상태였다.

5. 박정희정권 때의 빈부격차: 1972년 유신 이전, 중공업화학공업 전환 이전에는 경공업-노동집약 통해 낙수효과가 어느 정도 발생. 1972년 이후에는 재벌 집중도 심화와 일본 산업모델 물려받은 중후장대형 설비투자로 성장했고 낙수효과가 현저히 약화됐다. 빈부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찾기 어렵지만, 1953년부터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195938.6%에 이르렀던 것이 박정희정권 초반에는 28~30% 수준까지 하락. 이후 1969년에 겨우 38.7% 수준 회복했고, 이후 1975년까지 39.6% 수준으로 거의 제자리걸음했다.

6. 박정희경제의 과오1-만성적인 물가 폭등 시대: 한국은행 통계상 1966년 이후 10% 이하 물사상승률은 19733.2% 한 번 뿐임. 대부분 시기 동안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1차 석유파동 일어난 25% 전후,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에는 20% 수준이었다. 지금 이 같은 고물가를 견딜 일반 가계가 있겠는가.

7. 박정희경제의 과오2-재벌 중심적 성장과 부패 경제. 이건 더 말할 나위 없다. 한정된 자원을 재벌들에게 특혜사업으로 나눠주고 정치자금을 받은 정경유착과 재벌중심적 성장은 한국경제를 지금도 옥죄는 원죄처럼 작용한다.

8. 박정희경제의 과오3-수출 의존형 성장: 내수 경시하고 소비자 혜택보다 공급자 중심경제 구조. 수출 지원 위해 1960년대 200원대이던 환율이 1972400원대, 1975~1979까지 484원으로 고정환율제. 국내 가계의 대외 구매력 약화와 물가 폭등 등 가계를 제물로 성장하는 방식. 교역의존도197036.7%에서 1979년도 59.0%까지 급상승.

9.박정희경제의 과오4-토건/부동산 패러다임 성장과 환경 파괴. 재벌과 함께 개발 공기업들을 양대 축으로 성장. 군대의 속도전식 토건개발사업. 1970년대 후반의 부동산 폭등과 복부인.

10. 박정희경제의 과오5-노동억압/배제적 성장. 노조탄압, 노동권 무시, 저임금 장시간 강제노동, 전태일 열사사건

11. 왜 이런데도 박정희가 '경제대통령' 모델이 됐나? 보릿고개 시절에서 경제적 궁핍을 탈출한데 대한 인상적 효과와 조선일보 등 언론들의 박정희 띄우기 보도. 고도성장기를 경험했던 50대 이상 세대가 외환위기 거치며 겪게 된 불안에 대한 과거 미화와 향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의 민생경제 개선 실패 등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후 한국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경로의존 효과가 너무 크다. 그리고 그 당시에나 그나마 통했던 방법이지 이미 그 같은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시대착오적 방식이다.

결론: 지난 대선에서 박정희식 경제 대통령 신화에 젖어 많은 이들이 이명박을 선택했다. 이명박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창의경제 시대에 4대강사업을 중심으로 한 토건경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올인한 부동산 거품 경제, 친재벌 경제, 인위적 고환율을 바탕으로 한 수출의존 확대 등 박정희의 경제방식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런데 그 결과 지금 한국경제가 건전해지고, 민생경제가 살아났는가? 박정희경제 모델은 이제는 폐기해야 할 시대착오적 유물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여전히 박정희 향수에 젖어 대선주자를 선택한다면 민생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점을 장담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2. 9. 12. 09:54

어제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의 패소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맹추격자 (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에 이른 증거이자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에서 같은 관점의 기사가 실렸더군요. (중앙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사설을 실었는데 삼성을 옹호하는 톤이 너무 강해 생략합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48889.html


올초 이와 관련해 <문제는 경제다>에서 제가 자세하게 쓴 적이 있습니다. 관련한 원고 부분을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나라나 기업이 따라잡기 전략을 쓸 때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더 잘 하면 된다. 이런 건 한국이 잘 해왔다. 현대는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이면서도 싼 자동차시장에서 도요타를 물리쳤다. 한국의 조선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남들이 앞선 궤적을 남길 때만 작동한다. 이제 선두그룹에 진입해서 따라갈 궤적이 없어졌다. 그러면 이제 남들의 성공 사례를 개선하기보다는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워야 하고, 혁신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모델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모범 사례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1년 11월 12일자에 실린 ‘정상에 도달했을 때 뭘 해야 하나?’라는 기사의 일부다. 한국경제가 정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인용한 내용의 지적만큼은 정확하다. 한국경제를 주도해온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그룹들이 더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말이다. 기사의 지적처럼 지금까지 삼성이나 현대는 ‘맹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아주 뛰어난 기업들이었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다른 선진기업들이 만들던 제품을 치밀하게 연구해 더 잘 만드는 전략을 썼고, 그 결과 해당 분야에서 정상급 플레이어가 됐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이 필요한 때 혁신에 뒤쳐져 몰락의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가 파산의 갈림길에 서게 된 코닥이다. 코닥은 1881년 창업 이래 필름과 사진기술의 대표기업이었지만 파산 보호신청을 하게 됐다. 한 때 미국 필름시장의 90%를 석권했지만 급속한 디지털화로 무너졌다. 문제는 코닥이 이 같은 디지털화의 흐름을 전혀 모른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고, 1981년 사내 보고서는 디지털카메라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2003년부터는 더는 필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디지털화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산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미래의 변화를 알면서도 당장의 수익모델이 잘 작동하기에 거기에 집착한 것이 하나다. 새로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부서의 권한이 약해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도 이유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서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하지 못해 사라졌고, 애플과 구글 등에 밀려 리서치인모션(RIM)과 야후 등이 같은 처지로 내몰린 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삼성이나 현대 등 한국의 재벌기업들도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같은 사실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응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생활감각을 읽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애플의 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함께 당한 일이니 그렇다 치자. 그 다음이 문제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출시가 잇따르자 구글은 자사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제조해달라고 맨 먼저 삼성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은 처음에 이 제안을 뿌리쳤다.

그러자 구글은 대만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HTC에 이를 맡겼고, HTC는 ‘넥서스원’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뒤늦게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물론 이 같은 대응은 애플의 혁신에 밀려난 노키아나 RIM, LG전자 등에 비하면 그나마 빠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업계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HTC에 비하면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과 HTC의 대응이 왜 다른 것일까. 이는 삼성전자와 HTC의 태생과 연관돼 있다. HTC는 약 15년 전인 1997년 설립 당시에는 신생 중소제조업체에 불과했다. HTC는 처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포켓PC를 주문받아 납품하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과 PDA, 네비게이션으로 확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기술혁신 기업으로 유명해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최초의 직관적 터치스크린 구현’ 등 최초로 만든 제품이 10여 가지를 넘는다. 이런 식으로 기술 축적을 지속하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제품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과 달리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차별화했다. 삼성전자가 뿌리친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런 흐름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HTC는 미국시장에서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던 AT&T를 제외한 주요 3사에 모두 스마트폰을 납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 HTC의 시가 총액은 2011년 들어 빠르게 몰락하는 노키아와 RIM을 제치고 40조원에 이를 정도로 쾌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HTC가 이렇게 고속성장한 비결은 바로 주문생산업체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적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로서 출발할 때부터 생존을 위해 부단히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기술혁신과 사업모델 혁신을 거듭하는 DNA가 살아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어떨까.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의 조직 관리 체계는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이건희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오너 지시 및 관리구조라는 측면과도 연관돼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구조본의 눈치를 보면서 독립적 의사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 인텔에서 펜티엄4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팀을 이끌었다가 삼성전자에 스카웃된 신용인 박사도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문화, 현업 담당자가 자율권을 갖기 힘든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공장 한 곳을 방문했을 때였다. 담당 임원이 최근 공정 한 부분의 처리 시간을 70% 개선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했다. 그런데 부연설명을 들어보니, 얼마 전 윤종용 부회장이 방문했을 때 지적받아서 개선 방식을 찾은 결과라고 했다. 70%씩이나 개선할 정도라면 윤 부회장이 지적하기 훨씬 전에 현장 임원들이 알아서 개선했어야 할 터이다. 지시를 받기 전에는 알아서 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례다."

신박사의 지적처럼 삼성이 앞으로 ‘지나친 통제로 억눌려 있는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문화를 마련하는데 실패한다면, 삼성의 미래 역시 밝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삼성의 대응은 여전히 낡은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삼성은 애플 제품들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외형 디자인 및 아이콘 배열방식부터 심지어 아이패트 스마트커버와 거의 비슷한 모습의 갤럭시탭용 스마트케이스까지 ‘베끼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과 각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데, 법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맹추격자 전략에서 나오는 전형적 대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당장 맞불은 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선도적 기기 사용자들로부터 삼성의 이미지는 아류로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 같은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애플과의 관계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애플이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삼성전자 대신 다른 제조사들을 물색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음 칩 생산 업체를 대만의 TSMC로 옮기려 하고 메모리 또한 일본 도시바에 일부 주문량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 차세대 전략사업을 개발하는 방식도 그렇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이재용 사장이 총괄하는 팀에서 이 같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새로운 개발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데 힘을 실어주는 방식은 좋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기업 내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줄 때 창의성은 더욱 잘 발휘된다. 일부 유능한 인력을 배치해 아이디어를 짜내도록 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 혁신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돈을 대는 조그만 여러 개의 신사업팀들을 꾸려 자체적으로 벤처처럼 계속 혁신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또한 신박사가 인용된 기사에서 주장한 바 있듯이 관리직 코스와 달리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 코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이 같은 ‘맹추격 전략’의 문제점은 꼭 삼성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대다수 기업이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삼성의 기업 관리 및 운영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는 지속적 혁신에 유리한 모델이 아니다. 더구나 재벌 3,4세로 넘어가면서 어려운 사업여건에서 한 걸음 더 내딛으려는 기업가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계열사 품 안에서 안주하려는 자세로 이들 기업들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편안하게 푼돈은 벌지 모르지만,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중국이나 대만의 업체들에게 밀려날지도 모른다.

‘맹추격 전략’은 국가 전략 측면에서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크게 보면 왜곡된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1960~1990중반) 에 더해 미국식 모델(1990중반 이후 현재)을 엉터리로 모방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 모방하기는 했으되 일본이나 미국 모델의 장단점을 제대로 소화해 국내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들 모델을 재벌대기업 등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만 모방해온 경우가 적지 않다. 개발연대 시절의 노동 배제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외환위기 이후 재기기회(second chance)와 활발한 창업 생태계가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정리해고 등을 단행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반칙, 부패, 노동억압, 재벌독점, 토건경제, 극단적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들을 양산해왔다. 이 같은 문제들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구체적 현실을 고려치 않은 형식적 모방 전략으로 기울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를 들면, 증세 논의가 대표적이다. 만연한 부정부패 구조와 부동산과 주식 등에서 생겨나는 자본이득에 대한 빈약한 과세 등과 같은 현실의 조세재정구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세재정전략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증세에 앞서 조세정의를 바로세우는 정세(正稅)와 과도한 토건사업과 재벌지원 등 잘못된 재정지출을 합리화하는 전세(轉稅)의 과제가 더 중요하고 우선적 과제다. 그런데 야권 일부에서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며 국내의 조세 및 재정 현실이나 저출산고령화 등 향후 닥칠 사회경제적 도전 과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복지국가처럼 세금을 걷고 쓰자는 식의 주장을 내놓는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북유럽 복지국가가 참고할 매우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현실 여건을 무시한 채 북유럽국가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구가 못지 않게 지하경제 규모가 매우 크고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소득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자본 이득에 대한 소득 파악은 거의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북유럽국가들 수준의 소득세를 걷자고 하면 그것은 크게 보면 ‘유리알 지갑’ 인생들의 세금 부담만 일방적으로 더 높아지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또한 복지 전달체계나 공공사업입찰제도 등 재정이 지출되는 ‘수도관’을 고치지 않고 낡은 채로 그대로 두면 재정은 재정대로 탕진하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거나 녹을 벗겨내는 작업들이 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사실 한국의 사회경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만병통치약과 같은 모델이나 정책은 없다. 더구나 과거처럼 다른 나라의 성장전략을 어설프게 베끼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유럽국가들이든 다른 나라의 경험들은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선례로서 참고하면 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해서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초중등 과정의 교육을 칭찬하는 것은 미국 교육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초중등 과정의 개혁을 위해 사용하는 사례일 뿐이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초중등 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논외로 하자.) 이는 고등교육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자국의 초중등 교육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반대로 한국은 매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과정에서 학생들의 성적은 대체로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고등교육 과정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교육개혁에서 대학교육의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사실 사생결단식 입시경쟁과 과도한 사교육 등 초중등 교육과정의 문제점도 정작 경쟁무풍지대에 놓여 있는 대학서열체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대학개혁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교육개혁 한 가지를 보더라도 국내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구체적 해법과 전략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성공했던 요인이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하다. 다시 교육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표준화된 대량생산 시대에 어느 정도 통했던 한국의 획일적 입시교육이 앞으로도 통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듯이 한국의 교육제도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 시대에 결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게 교육제도 또한 바꿔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 흐름에 발맞추는 한편 앞서 지적한 한국경제의 구체적 문제들을 해결할 정책과 제도들을 꾸준히 정착시켜 나갈 때 세계가 부러워할 수 있는 ‘한국식 모델’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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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8. 28.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