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이 단순한 인사말이 이처럼 깊은 사회적 울림을 주는 사회는 진정 안녕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렇게 안녕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지금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한 정권 차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최근 집권한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는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좀 더 긴 사회경제적 흐름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로 1980년대 후반까지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때 한국경제는 만성적인 고물가와 노동 탄압, 재벌 편중과 토건 중심 성장 등 문제점도 많았지만 고속성장을 통해 많은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는 가난했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도성장이 가져오는 경제적 혜택이 워낙 컸다. 대체로 경제 성장에 따라 일자리는 꾸준히 생겨났고, 가계소득도 해가 다르게 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가계소득이 매년 20~30%씩 늘어나는 게 다반사였다. 올해 연봉 5000만원이던 것이 내년에 6000만원이나 6500만원으로 늘어나는 식이었다. 유럽식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개념조차 희박했던 때였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로 대체로 많은 이들이 만족할 수 있던 시대였다. 물론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적 폭압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이 그 같은 공포와 불안감을 달래주었다.

 

이 같은 고도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한국경제는 상당히 안정된 시기를 구가했다.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여전히 6~8%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소득 격차는 사상 최저로 줄어들었다. 특히 1987년 이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투쟁의 성과가 임금 상승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형편도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7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여파로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무너졌고, 상시적인 정리해고가 일상화됐다. 기업의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도입됐던 일본식 종신고용제는 정착되기도 전에 무너졌다. 그렇다고 소수 상위 재벌들의 독식구조가 고착되면서 미국처럼 활발한 창업 및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뿌리부터 흔들리니 삶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은 늘지 않는데, 가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가계들이 사치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거듭된 정책 실패와 왜곡된 경제구조 때문이었다.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지 못해 주거비용이 올라갔고, 공교육이 무너져 사교육비가 늘어났고,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 담합구조가 고착돼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를 감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개념인 가계수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외환위기 이후 80% 가계의 삶이 뒷걸음쳤다. 양극화를 넘어 국민 대다수의 빈곤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식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있어 고용불안에 따른 생활수준 악화를 막아주거나 시장소득의 부족을 메워준 것도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가 큰 틀에서 조금씩 확충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OECD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 한층 증폭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4~5%대라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후에는 2%대를 기록하는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성장의 과실도 대부분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편중되고 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누적 경제성장률이 12%를 넘는데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가계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큰 것이 정상인데 정반대 현상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기록하는 동안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이 물가 부담과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는 만성 위기구조를 갖고 있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공공부채도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400조원 이상 더 늘어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녕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정도를 보여주는 단 하나의 지표가 있다면 자살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1983년에는 8.7명에 불과했고, 이 같은 자살자 수는 1991년에는 7.3명 수준까지 조금씩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부터 자살자 수는 꾸준히 늘기 시작하더니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18.4명까지 늘어났다. 외환위기 직후 이 수치가 좀 낮아지는가 싶더니 2002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반전했다. 그래도 노무현정부 후반에 살짝 떨어졌던 이 수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다시 껑충 뛰어올라 2011년에는 31.7명까지 늘어났다. 자살자 수가 가장 낮았던 1991년부터 따져보면 단 20년 만에 자살자 수가 네 배 이상 늘어나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자살률이 늘어나는 과정을 보면 민생경제가 붕괴하는 과정과 거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얼마나 고조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사회경제적 구조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을 연령대별로 들여다보자. 20대는 치열한 사교육 경쟁과 대학시절의 스펙 경쟁에 시달리지만 대학 졸업 시점에는 겨우 10명 가운데 4.5명 정도만이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조차 없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있고, ‘미친 등록금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빚을 진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가까스로 결혼해도 결혼 시작부터 허니문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0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고용불안 등 경제적 풍상을 온몸으로 겪은 수난의 세대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는 돈이 없어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맛봐야 했다. 30대 후반 가운데는 2005년 이후 뒤늦게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경우도 많다. 이 세대는 비정규직이 많고, 집값 폭등과 일자리 부족 등에 따른 생활고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현실화한 세대이기도 하다.

 

흔히 486세대로 불리는 40대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직장에서는 중견간부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고, 상대적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세대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 적극 가담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도 많고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극심한 승진경쟁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승진경쟁에서 낙오하면 50대 초반에 조기은퇴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현재 50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안한 세대가 돼가고 있다. 50대 초반에 정규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직해 소득이 끊기는데 평균 30년 이상의 긴 노후가 남아 있다. 대체로 대학생 연령대인 자녀와 부모 부양 부담 때문에 돈은 한창 들어가야 할 시기다. 하지만 변변한 직장에 재취업하기란 쉽지 않고 노후준비는 거의 돼있지 않는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10년 이상 남게 된다. 일자리는 쫓겨나고 소득은 끊겼는데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없으니 50대가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자리든, 소득이든, 복지든 모든 차원의 공백을 일시에 맛보게 돼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을 맛보게 되는 게 바로 50대다. 특히 2011년부터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퇴직하게 되면서 현재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50대는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는데 50대의 불안감이 표출된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 표출의 방향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이미 60대 이상 노령세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50대에서 악화되기 시작한 이런 문제들이 60대 이상이 되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게 된다. 특히 건강 악화 등에 시달리지만 빈약한 복지인프라는 우리 노인들의 삶을 비참한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60대 이상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980년대 15명 수준에서 이제는 80명을 넘기고 있다. 한국은 전반적인 소득 빈곤율도 높은데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이처럼 우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극도의 불안감을 갖게 됐다. 이렇게 불안감이 커진 데는 이 나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다수 사람들이 살기 힘든 불량사회이자 나쁜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과거 일본식의 종신고용제와 같은 안정된 일자리도, 미국식의 활발한 산업생태계도, 북유럽식의 탄탄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도 없다.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와 마을공동체의 상부상조의 미덕도 사라진지 오래다. 당장 내 한 몸 먹고 살기 힘든 판에 가족도, 공동체를 돌보는 것도 점점 사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근본적 개혁을 하기는커녕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와 공공부채를 막대하게 늘리면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한국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을 지연시켰다. 친재벌 정책과 4대강사업, 경인운하 사업과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으로 노후 복지와우리 젋은이들의 교육에 투자할 소중한 자원들을 낭비했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은 집권세력의 부정부패는 심각했다. 이런데도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도 크게 고통받았는데, 박근혜정부 또한 다를 게 없다. 어떤 면에서는 한 술 더 떠는 느낌이다.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 민주화복지 강화니 하는 것은 이미 사기성 헛공약이라는 게 드러났다. 기초연금은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자들이 길게 봤을 때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는 취득세 깎아주는 일에는 얼마나 적극적인가.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에 쓸 수 있는 24천억원을 날려 버렸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가계부채를 동원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세입자들까지 물귀신처럼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여 제물로 삼고 있다. 일부 부동산 기득권세력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왜 온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나?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천공항철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코레일에게 떠맡기고 장밋빛 환상 아래 추진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 등 정책 실패에 따라 부채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리고도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알짜배기 KTX노선을 넘겨주는 것을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실행하려 하고 있다. 뻔히 돈 될 수 있는 독점사업 노선을 넘겨주는 것은 경쟁 촉진이 아니라 특혜 제공일 뿐이다. 이미 몇 개 철도 노선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사유화(privatization)의 사전단계가 아니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이 안녕할 수 있는가. 박근혜정부,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만 안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정권도 안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국민을 안녕하지 못하는 정권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전체 서점 종합 12위까지 올랐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대다수 언론이 '집값 바닥론'을 떠들고 있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평소 제 메시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 책 안 보셔도 됩니다. 다만, 제 경고의 목소리를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50, 60대 분들을 위주의 주변분들에게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분들이 변화 양상을 알지 못하면 노후 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고, 부동산정책의 구조적 전환도 지연되니까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by 선대인 2013. 12. 19. 11:38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개혁과 관련한 발표를 보면 한마디로 사태 왜곡과 책임 전가의 극치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의 공기업 금융부채는 2007338.9조원에서 2012년 말 582.0조원으로 약 243.1조원 가량 늘어났다. 2002~2007년 공기업 부채 증가액이 135.7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정부 때보다 이명박정부 시기서 급증한 공기업부채의 대부분은 정권차원의 과시용 사업 추진과 국책사업 실패,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 등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가 2007년말 66.9조원에서 138.1조원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개발사업 등에 무리하게 동원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전체 22조원 규모의 4대강사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 떠맡은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그 과정에서만 8조원 가량 늘어난 것 역시 대표적 사례다.

 

지금 파업중인 코레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의 부채는 20075.95조원에서 20136월 현재 17.6조원까지 늘어났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천공항철도가 당초 예측 교통량에 한참 못 미쳐 대규모 적자가 나자 코레일은 12천억 원 부채를 끌어와 이를 인수해야 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에는 예상사업비의 5배에 이르는 18.4조원이 들어갔다. 이 역시 예측 오류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노선 변경 등이 뒤얽힌 결과였다. 이 사업은 결국 코레일에게 약 45천억원의 부채를 지웠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무리하게 참여했다가 부채는 더 급증했다.

 

 

실제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자료에서도 2007~2011년까지 철도공사 금융부채 순증가액 38,456억원의 가운데 4분의 3에 이르는 74.2%는 정부정책과 요금통제가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었다. 여기에 철도시설관리공단에 납부해야 하는 선로 사용료가 연간 6천억원이 있고,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서 적자 노선을 운영하거나 노인과 장애인 등의 무임 또는 요금할인으로보게 되는 손해를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PSO 보상금 역시 손해액에 비해서 낮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지급하고 있지도 않는 실정이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코레일이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PSO 미보상액 규모는 총 5,798억원으로한 해 1천억 원이 미보상액으로 남아 있다.

 

이밖에 이명박정부 아래에서 무리하게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해 역시 부채가 급증한 에너지공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급증한 공기업 부채 대부분은 정권 차원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정책 실패, 정부 수족처럼 움직여온 공기업 경영진들의 무소신과 무능이 어우러진 것이다. 전문성은 없고, 탐욕으로만 넘쳐나는 낙하산인사들의 부정부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지는 집권자나 정부 관료 단 한 사람도 없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숱한 비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찰 수사도 없다. 더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은 기득권세력의 행태다. 정부와 기득권 언론들은 공기업 부채 급증을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강성노조와 이들의 요구에 따른 후한 복지후생 때문인 듯이 몰고 가고 있다. 일부 그런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그것은 매우 부차적이고 후순위의 문제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현실을 근거로 사유화(privatization)를 부르짖고 있다. ‘주인이 없어서 방만한 경영을 하는 것이니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리다한 마디로 정말 기득권 본색이다. 10년 동안 세계 최우수공항으로 손꼽히는 인천공항공사도 주인이 없기는 매 한 가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경쟁? 예를 들어, 수서발 KTX노선을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 경쟁시키면 경쟁 효과로 경영이 효율화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어느 미친 기업이 똑같은 사업 영역에 자회사를 만들어 경쟁하는가? 더구나 가만히 있어도 누구나 돈 될 줄 아는 알짜배기 KTX노선을 떼주고서 경쟁시키면 그게 경쟁 효과 때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논리가 기득권 언론들의 지면을 통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자 하거나 국민이 편한 올바른 개혁 등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지금 한국 사회는 몇 가지 땜질식 개혁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기득권의 탐욕이 극에 이를수록 그것이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마라.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전체 서점 종합 12위까지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에 부동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은 분들께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보답의 뜻으로 12월 18일 저녁 7시반 종로플레이스 지하1층에서 치맥 간담회를 엽니다. 관심 있는 분들 편한 마음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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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7. 09:28

오늘 아침 아이 학교 태워다주고 오면서 아이폰으로 찍은 설경 사진들입니다. 바쁘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by 선대인 2013. 12. 13. 11:36

 

 

오늘 아침 아내로부터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 이범희 교장 비롯한 그 학교 선생님들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2010년 신생 고등학교로 용인지역 28개 고등학교 가운데 입학성적이 28등이었고 한 반의 3분의 2 가량이 담배를 피울 정도로 '문제아'들이 넘쳐나던 학교였답니다. 그런데 그런 아아이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큰 변화를 이뤄낸 사례를 들으면서 감동하게 되네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아침마다 밝은 인사로 맞는 교장선생님, 학교에 짱 먹는 아이가 알바하는 치킨집에 가서 시급을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그 아이가 배달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함께 배달을 다녀온 선생님, 담배 피다가 걸리는 아이들과 함께 몇 시간이고 같이 운동장을 돌고,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는 선생님. 1학년 때 한 반의 거의 대부분이 잠을 자던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애정과 관심에 스스로 공부 의욕과 삶의 목표를 찾았고 아이들 중 상당수가 흔히 말하는 명문대까지 진학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입학식 때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너희들 모두는 이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다. 너희들 가운데 단 한 아이의 손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 3년 후인 올해 첫 졸업식 때 아이들은 가시를 뗀 장미꽃을 선생님들에게 드리며 그랬다고 하네요. "우리가 입학할 때 우리는 가시가 잔뜩 달린 존재였는데, 선생님들의 사랑이 그 가시를 없애주었다." 그 얘기를 전해듣는데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다 나더군요. 

물론 무한 입시 경쟁을 조장하는 교육제도와 사교육으로 내모는 부실한 공교육 등 잘못된 구조의 문제 크지만, 한편으로는 이 세상 학교들에 그런 선생님들이 넘쳐난다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밝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을 바꾸는 것은 징계와 처벌,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사랑, 존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합니다. 

기사 검색을 해봐도 아내에게 전해들은 감동적인 내용들은 잘 안 나오는데, 그나마 아래 기사가 가장 자세한 듯 하네요.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997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니퍼소프트 이원영대표나 이범희 선생님 같은 분들처럼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분들을 매주 공개인터뷰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팟캐스트를 해보면 어떨까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모범 사례가 이 나라에 좀 더 널리 퍼진다면, 이 나라가 조금씩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 암울한 시기에도 우리에게는 희망의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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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7. 13:04

 

우리는 종종 통계와 현실 사이에 놓인 괴리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예를 들어서, 2013년 들어서 물가는 디플레이션이 걱정될 정도로 극히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몇 만원으로는 장도 볼 수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기저효과(base effect)’’다.


기저효과는 착시효과와 비슷하다. 위 그림은 여섯 개의 원에 둘러싸인 가운데 원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 그림 중에서 어느 쪽의 가운데 원이 더 큰가? 우리의 눈에는 자연스럽게 왼쪽의 가운데 원이 더 크게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많은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두 원의 크기는 같다. 주위에 작은 원들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고, 주위에 큰 원들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는 착시 현상인 것이다.

기저 효과도 착시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13년의 경제 성장률이 3.0%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2012년의 성장률이 4.0%였다면 상대적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2012년의 성장률이 2.0%이었다면 올해 우리 경제는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서, 현상을 평가할 때 비교 기준점이 어디인지에 따라서 똑 같은 현상도 다르게 보이는 것을 기저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1>에서 상품수출액 추이를 실제 사례로 살펴보자. <그림1>의 위쪽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상품수출액은 2010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나 2011년 말부터는 거의 정체 상태에 접어들어 이후로는 거의 증가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큰 흐름에서 상품수출액이 4500억 달러 수준에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일변도 경제를 추구해온 한국경제가 이처럼 장기간 수출 정체를 빚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위험한 신호다. 그런데 이처럼 수출 정체를 빚고 있지만, 전년 동기대비로 수출 증가율을 나타내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3년 8월의 수출 증가율은 7.75%로 꽤 양호한 실적을 나타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교 기준점이 되는 2012년 8월의 수출 증가율이 -5.97%를 기록할 정도로 나빴던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즉,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그림1>

 

 

 
최근 발표된 2013년 10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10월에 비해서 0.7% 상승률로 14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것 역시도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태풍 피해 때문에 물가가 급등한 시점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계산하다 보니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물가 불안을 자극했던 농산물가격은 올해 10월에는 10.6%나 하락하면서 물가 안정세를 주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착시현상을 그대로 전달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보도된 9월 주택 거래량에 관한 기사를 들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8.28대책을 내놓은 뒤 9월 주택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고, 언론들도 이를 거의 그대로 받아 ‘수도권 주택 거래량 81% 증가’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림2>의 위쪽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2006년 말 이후 일시적 등락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에서 구조적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9월의 2만 6766호의 거래량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 거래량이었다. 하지만 9월의 거래량은 4.1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취득세감면 혜택이 주어진 6월 이후 찾아온 7,8월의 거래절벽 상태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늘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9월의 거래량을 거래절벽 상태에 가까운 8월 거래량을 기준으로 증가율을 구해보면 <그림2>의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81%로 나타난다. 주택거래량이 바닥을 기고 있는 큰 흐름을 도외시한 채 지난 달 대비 증가율로만 나타내면 상당히 큰 폭의 거래 증가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림2>

 


 
이처럼 기저효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엉터리 정보와 언론 보도가 이 나라에서는 난무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와 관련된 수치나 통계가 발표될 때 좀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국면을 보여주지 않고 기저효과에 따른 변화를 침소봉대하는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수치와 통계의 상대적 변화가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기저효과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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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1. 19. 10:27

어떤 문제에 대해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제가 다루지 않은 주제에서 제가 아는 좋은 책이 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으로 다룬 주제들일 경우에는 난감해집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권할 책들이 많으면 좋은데, 안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시장 흐름에 대해 건설업체들이나 부동산업계 입장이 아닌 일반가계 관점에서 정직하고, 쉽게 쓴 책은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조세재정 문제도 제가 경제기득권들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흔히 복지-증세론자들로 불리는 분들과는 생각이 꽤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주제들에 대해서는 딱 제 마음에 들게 권하고 싶은 책은 결국 제 책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느꼈기에 사람들의 욕구를 제가 채운다는 생각으로 책을 쓴 거고요.

 

그런데 자기 책을 추천하는 게 스스로 면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런저런 오해를 받게 될까봐 꺼려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스스로 너무 잘 난 척 한다, 그리고 책으로 돈벌이 하느냐, 이런 오해들 말입니다. 특히 트위터의 짧은 단문을 통할 때는 그런 오해가 더 자주 발생하는 듯 하고요. 그래서 그 오해들에 대해 짧게 한 번 설명드리고 갈까 합니다.

 

먼저 첫 번째 오해. 부동산문제도 그렇고, 세금문제도 그렇고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잘못된 정보들이 이 땅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들을 정화하려고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합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발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책들을 무기로 삼아 사회적 이슈와 의제를 만들고, 부동산 기득권 세력이나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대상으로 분투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신물이 나도록 떠들었다고 생각하는데도, 부동산문제 같은 데서 여전히 이해관계에 물든 기득권언론들의 정보에 휘둘리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무리하게 빚내 집 사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분들을 보면 사정이 안타깝고,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여전히 겁 없이 빚 내서 집 사려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소 수천만원, 수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제 책 한 권만 정독해 보셔도 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을 텐데, 왜 그런 비용과 노력도 들이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물론 이런 마음 자체가 잘난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말이 진리이니 내 말을 따르라, 이런 자세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엔 위험한 투자를 하려는 분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할 수는 없으니 책으로 쓴 것이고, 그 책들을 못 읽어보신 분들께는 읽어보시라고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도 집 살지 말지 물어보시는 트위터 친구분들 계셔서, 답답한 마음에 제발 제 책 좀 읽고 공부 좀 하라고 했다가 일부 트친께 욕 좀 먹었습니다. 분명 그날 제 화법에 문제가 있었지만, 140자 단문으로는 제 뜻이나 마음을 오롯이 전달하기 힘든 부분도 있더군요. 어쨌든 그런 뜻이었으니 양해 바랍니다.

 

두번째 오해. 제가 저자이기도 하니 책장사한다는 건 오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생활비의 일정 부분을 책 인세로 충당하는 입장에서 제 책이 잘 팔리기를 바라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먹고 살려고 곡학아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지금 연구소도 일반인들의 정성어린 구독회비로 꾸리는 것도 바로 이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제적 고려를 떠나더라도 한편으로는 책이 잘 팔려야 제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으니 저도 제 책이 잘 팔리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책 판매는 길어도 두 달 안에 대략 판가름납니다. 특히 제 책처럼 시사성이 강한 책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책을 열심히 만들어준 편집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기간에는 저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지나면 책 홍보한다고 책이 더 잘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인세 수입에도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책을 써보신 분들이나 출판업계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이런 기간에 추천하는 건 딴 뜻이 아니라 제 책이 정말 도움될 것 같다는 생각에 추천 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제 책을 추천하더라도 너무 고깝게는 안 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책을 꼭 사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좋고, 지인에게 빌려 보셔도 좋습니다. 무조건 제 책 많이 봐주시면 저야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출판사와의 계약 문제가 없는 제 책 세금혁명 원고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꼭 체계적으로 주제를 팔 생각이 아니면 제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 등만 챙겨보셔도 좋습니다.  

 

제가 늘 만연체라 짧게 쓰겠다고 생각한 글이 또 길어졌네요. 이제 그만 줄이겠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생활의 경제학> 특강 광고는 좀 하겠습니다^^ 지난 7월에 이 특강에 참석한 분들 반응이 너무 좋았고, 좀 더 많은 분들이 듣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번에 강연의 내실을 더 다져 판을 좀 키웠습니다. 먼저 들으신 분들이 가계경제를 꾸리는 데도, 인생을 설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저도 정말 도움되는 강연이라 믿기에 자신 있게 추천(=광고ㅋㅋ)드리니 시간 되는 분들은 꼭 한 번 참석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하세요!

 

http://www.sdinomics.com/community/bbs_view.html?bbs_id=notice&idx=49&pg=1

 

 

 

 

 

by 선대인 2013. 8. 12. 13:48

 

오늘 조선비즈에 이런 제목의 칼럼성 기사가 났다. (가정경제나 정신세계에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아 링크는 생략)

 

 

"펀드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中위험 상품·은퇴 펀드, 이 셋을 주목하라"

 

 

펀드 대박 시절은 한참 전에 물 건너갔는데, 이제야 그걸 인정하는 기사를 쓰는 것도 한심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다시 이런 저런 재테크를 유혹하는 글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재테크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테크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재무+테크닉 또는 테크놀로지의 줄임말로 쓰였는데 재무 관리 기술또는 재산 증식 기술정도로 이해되는 말이다. 이 말이 1980년대부터 한국 사회에도 소개되기는 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비교적 고도성장을 구가했고, 많은 직장인들은 정규직으로 평생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알뜰하게 저축하고 집을 장만하고 정년이 되어 퇴직금을 받으면 노후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물론 한국은 외국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노동자 권리가 취약한 나라였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외환위기 전까지는 안정된 직장과 괜찮은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지는 나라였다. 그래서 굳이 표현하자면 당시 최고의 재테크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고용불안이 극심해졌다. 반면 사교육비가 치솟고 부동산 투기로 부채 이자 부담이 느는 등 가계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고용은 악화되고 지출은 늘고 수명 증가로 노후는 길어지는데 기댈 곳은 아무데도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직면했다. 유럽과 같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도 없고, 미국처럼 활발한 산업생태계도 없어 해고되면 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태가 됐다. 과거 일본식 종신고용을 흉내 내던 시절도 외환위기 이후 끝나버렸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이혼과 자살률이 급증하는 한편 가족간 유대도 급속도로 취약해졌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열심히 일만 해서는 생계를 꾸릴 수도, 편안한 노후를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은 재테크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재테크 열풍을 반영해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1999년 이후 대히트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닷컴열풍은 재테크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명확한 수익 구조조차 없으면서도 벤처’, ‘인터넷과 같은 타이틀을 붙인 사업계획서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수십 배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 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부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소위 대박 신화는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금으로, 펀드로 다양하게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재테크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처럼 무분별한 재테크 열풍이 불게 된 데에는 정부와 금융권 등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불안해진 사람들의 삶을 안정되게 하는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기는커녕 계속 재벌과 국제자본의 이익과 논리에 휘둘려 사람들을 무한경쟁에 시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에 속속 넘어간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및 건설업계, 부동산, 언론들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가계들에게 탐욕과 공포를 조장하면서 재테크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돈 따먹기 투쟁이 일상화된 사회가 됐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재테크 열풍은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 주었을까? 물론 누군가는 운 좋게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가. 많은 이들이 2000년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았고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주식시장에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었지만 십중팔구는 손해를 보거나 본전치기 정도에 그쳤다.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때 재테크는 대부분 참여자가 잘 살게 되는 플러스섬(plus-sum) 게임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따는 사람이 있는 만큼 잃는 사람이 생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재테크 게임의 결과는 모두가 잃게 되는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에 가깝다. 금융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투자시장은 다수의 손해를 바탕으로 소수만이 이익을 챙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재테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가짜 정보와 대박 환상에서 벗어나서 다시 착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좋은 재테크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기 바란다.

 

첫째, ‘안전한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투자도 손해를 볼 위험이 있으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투자자 자신에게 돌아온다. 최근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광고를 보면 마치 무조건 ○○%의 수익을 안겨줄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광고가 현실이 된다면 그 사업자는 광고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그 사업으로 돈을 모두 챙기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오피스텔이나 원룸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임대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그에 따른 투자손실은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더구나 2000년대 초중반처럼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두면 오르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양호했던 시대와는 달리 향후 세계는 저성장이 일반화되는 시대다. 이른바 전세계가 일본식 장기 침체나 저성장에 시달리게 된다는 일본화(Japanization)'라는 표현은 투자 수익보다는 투자 위험이 커지는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자신이 매우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과거처럼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둘째, 자신의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20, 30대조차도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주식 시황을 들여다보거나 거래를 하는 통에 회사에서 증권 관련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재테크는 업무 능력을 키우고 업무로 인정받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에 재테크에 에너지를 소모하다가는 자신의 일자리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키우면 길게 보면 더 안전하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은 소득을 버는 길이다.

 

셋째, 투자를 하더라도 대박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개인들을 등쳐먹으려는 집단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대박을 쫓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대박 정보, 대박 투자처라는 이름으로 엉터리 정보를 주고, 주가 작전 등의 희생양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대박 정보를 들었다면 왜 이런 좋은 정보가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올까?’ 하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보상하거나 은행 이자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훨씬 덜 속을 수 있다. 그 이상을 노린다면 투기 심리에 빠지게 되고 가짜 정보에 속아서 낭패를 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넷째, 부채와 낭비성 지출부터 줄여라. 일반 가계가 웬만한 투자를 해서는 부채 이자 이상의 돈을 벌기 어렵다. 따라서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많은 부채를 갖고 있다면 그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부채 다이어트가 스스로 어렵다면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나 지자체 등의 재무상담센터 등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벌어봤자 헛되이 쓴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특히 사교육비와 보험료 등을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깝다 학원비!><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과 같은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부채와 지출을 줄였다면 산업은행 저축상품과 같은 상대적 고이율 상품을 찾아 꾸준히 저축하기 바란다. 저축은 가장 전통적이지만, 가장 안정적인 노후 대비 수단이다.

 

다섯째,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투자의 수익성은 낮아진 반면 위험성은 커진 시대에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번 것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고 보험사나 증권사 등의 공포마케팅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스스로 어느 정도 경제흐름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경제를 잘 설명한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는 한 편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경제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일반가계보다는 건설업체나 금융권과 유착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재테크를 조장하고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일반 저축 상품에서 얻는 이자 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면서도 투자 상품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거나 없애는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은 침체되면 정부가 앞장서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률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 정책이 과연 정상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을 키우고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워 가정경제를 지키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3. 7. 10. 10:51

 

2011년 초여름 45일 동안 제주 올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제주도에는 이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예닐곱 차례 간 적이 있었지만 올레길을 걸을 때만큼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적이 없었다. 이른바 제주도의 재발견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와 올레길을 걸을 때 나의 소비 패턴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어는 순간 느끼게 됐다. 과거에는 제주도에 내리면 렌터카(주로 금호그룹이 운영하는 금호렌터카를 빌렸던 것 같다)를 빌려 탔다. 며칠씩 제주도에 머물면서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렌터카로 이동하는 게 최고였다. 이 때문에 성수기에 가도 손님들을 기다리는 택시들의 행렬이 길었다. 나는 렌터카를 이용해 호텔이나 콘도로 가서 숙박을 했고, 식사도 그 안에서 해결한 적이 많았다. 그 때는 제주도에 갔다고는 하지만 렌터카와 호텔, 콘도 체인을 운영하는 롯데호텔이나 호텔신라, 하얏트 등 대기업의 돈벌이를 시켜줬던 셈이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지만 골프 여행객들 경우엔 대기업 돈벌이를 시켜주는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반면 올레길 여행에서는 소비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제주도까지 가는 데는 여전히 재벌계 항공사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달랐다. 올레길을 걷는 도보여행을 해야 했기에 렌터카는 처음부터 불필요했다. 대신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주요 일대를 도는 600번 리무진버스를 단돈 5000원으로 이용했다. 올레 8코스부터 시작해 제주 해안길을 따라 걷다가 배가 고프면 길에서 가까운 동네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었다. 길을 걷다가 중간에 목이 마르면 생수나 아이스크림을 길가의 수퍼나 구멍가게에서 사먹었다. 잠도 올레길 근처의 민박이나 펜션에서 잤다. 잠들기 전에 동네 근처나 서귀포 시내의 호프집에서 회포를 풀기도 했다. 결국 제주 올레길 여행에서 내가 쓴 돈이 돌아간 곳은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같은 제주도를 간 것이지만 그 안에서 내 소비가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게 달랐다. 물론 내가 지출한 액수는 예전 여행 때보다 크게 줄었지만 나처럼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적지 않은 규모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때 지출액은 줄지만 여행의 만족감은 훨씬 더 높았다.

 

그 때 올레길을 걸으면서 머릿속에 흐릿하던 개념 하나가 구체적인 형상을 얻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낙수효과, 토건개발, 재벌 독식, 양극화 등으로 표현되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로서 내가 생각하는 구상이 있었다. 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부가 소수 상류층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그런 경제모델 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추상적 경제모델이 제주올레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 2일 단 하루지만 올레길 여행 겸 취재에 나섰다. 제주공항에 내려 예의 600번 리무진버스를 타고 제주 풍림콘도 근처에서 내려 오전 9시경부터 올레 7코스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제주도에는 이따금씩 부슬비만 내리는 정도여서 걸을 만했다. 오히려 해가 쨍쨍한 것보다는 간간히 내리는 부슬비가 땀을 식혀주어 좋았다. 간간이 반대편에서 오는 올레여행객들과 마주쳤지만 여행객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이 1년 중 가장 비수기였다. , 가을이나 장마가 끝난 여름 휴가철이 붐빈다고 한다. 법환리를 지나자 올레길 양쪽으로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카페, 식당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다위 올레 펜션’ ‘올레 커피’ ‘막숙올레맛집’ ‘우리올레처럼 상호부터가 올레꾼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법환리 포구 근처에 있는 바당소풍이라는 곳에서는 속이 얼얼 션하게 들고 먹는 컵빙수등의 문구가 씌여진 칠판을 길 옆에 세워놓고 올레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올레커피에 들려 캐모마일 아이스티 한 잔을 시켜서 잠시 땀을 식혔다. 제주도 토박이 자매가 2년 전쯤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올레꾼들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서 나오는데 다른 올레꾼들이 땀을 식히러 들어오기도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 올레길 바로 옆에 근사한 외관의 브런치카페가 보여서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 ‘카페 7373’이라는 곳이었는데, 근사한 외관 때문인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중단하고 큰 도로로 나와 택시를 타고 제주올레사무국을 찾았다. 서귀포시내 근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사무국 건물에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직원이 총 13명이고 1년 예산이 4억원 정도여서 박봉이 분명할 텐데도 직원들의 얼굴은 활기차고 열정이 넘쳤다.

 

사무국에서 만난 허지효 기획팀장은 제주 올레길이 생긴 이후 올레길 주변에 들어선 카페나 펜션 등만 해도 최소 200곳이 넘을 거라고 했다. 새로 생긴 곳만 해서 그렇지 기존에 있던 마을 수퍼나 민박, 펜션 등에 사람이 더 몰리는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허팀장은 모든 곳이 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어서 숙박업소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는 등 좀 더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제주올레 코스가 지나는 마을과 기업들을 결연해주는 11올레 마을 결연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한다.

 

허팀장은 올레길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면서 실핏줄 경제라는 표현을 썼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면 제주시내와 중문단지, 서귀포시내, 그리고 성산일출봉 정도만 둘러보고 가는 관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올레길이 열리면서 과거에는 가지 않던 곳까지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어요.” 올레길은 과거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만 맴돌던 돈들이 밑바닥 서민가계 사이에서 돌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지역까지 사람들 발길이 가닿게 한 것이다. 어찌 보면 이건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아주 미세한 틈새시장까지 만들어진다는 롱테일경제학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구현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카스(cars)'에는 미국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발길이 끊긴 시골의 멋진 풍경이 나온다. 우리도 고속도로를 곳곳에 만들면서 물류 흐름을 앞당겼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집중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지역 곳곳의 특성은 잊혀졌고, 나중에는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올레길은 제주도 곳곳의 후미진 곳곳을 다시 실핏줄처럼 이어 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제주 올레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의뢰로 작성된 도보여행 활성화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제주올레에의한 생산유발효과는 제주지역에서만 연간 2528억원, 전국 3311억원으로 추정됐다. 당시 전망치이기는 하지만 2015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9548억원, 1250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됐다.

 

사실 제주올레의 간접적 효과까지 생각하면 그 파급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 곳곳에 생겨난 트레일들을 생각해보라. 제주올레는 외국에 수출도 되고 있다. 일본 규슈에 올레코스를 개설하는 등 올레 브랜드와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올레는 올해에만 구마모토 아마쿠사 등 일본에 네 개 코스를 추가로 개설하는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에 물소리길 코스를 개발해 주기도 했다.

 

이 모든 사업들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 거의 한 푼 없이 제주올레 재단이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과 자체 수익사업에서 나온 소액의 예산으로 6년여 동안 일궈온 결실이다. 나는 모든 정부 예산사업 가운데 이 정도 돈으로 이 정도 성공을 이뤄낸 경우를 보지 못했다. 현실은 투자한 비용도 못 뽑아내는 대규모 낭비성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를 발전시키겠다는 전략도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발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를 포용하는 국제교류도시, 경제를 선도하는 청정산업도시 등 여러 슬로건을 내걸며 거창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거액의 재정을 투입해 각종 관광지와 레저스포츠 시설을 만드는 부동산개발사업으로 귀결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같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파리를 날리며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를 쌓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 돈으로 그 시설을 지은 재벌계 건설업체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다. 설사 그런 식의 대규모 리조트나 시설을 지었다고 해도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었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식의 경제발전 방식을 채택해 왔다.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거나 재벌대기업을 집중 육성해 수출을 하는 식으로 성장했다. 워낙 민간자본이 취약하다 보니 정부가 해외 차관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모은 민간자본을 큰 놈들에게 배분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대기업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증가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작동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낙수효과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일상화했고, 비정규직을 늘렸으며 외주를 일상화했다. 다단계 하도급과 협력업체 납품가 후려치기도 더욱 심각해졌다. 그 결과 재벌대기업들의 배는 불렀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떡고물은 점점 줄었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재벌대기업들만 독식할 뿐 하도급업체들은 늘 쫄쫄 굶었고, 재벌대기업은 협력업체들의 납품가를 후려쳐 배를 더욱 불렸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관광 활성화 등 막대한 효과가 생길 거라고 떠벌리며 22조원이나 투입한 4대강 사업이 지금 어떻게 됐나.

 

쉽게 말해 현재 한국경제는 골프장 경제와 같은 방식이다. 어느 지역에 골프장이 지어졌다고 해서 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골프장에 가면 골프 이용료를 내게 되고 게임부터 식사와 숙박까지 모두 골프장 안에서 해결된다. 골프장 18홀 한 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50~200명 정도의 인력을 고용하지만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은 50~6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 골프장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은 개발업자가 챙길 뿐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이 재벌기업 등 소수의 수중에서 돌 뿐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 경제, 낙수효과가 사라진 경제다.

 

이제는 피라미드의 밑바닥을 살찌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올레길이 대표적 모델이다. 올레길은 밖으로 열려 있으며 올레길 주변의 동네 곳곳에 여행객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이 돈다. 더구나 그 돈들은 서민들 사이에서 돈다. 서민들에게 그 돈 한두 푼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서민경제가 튼튼해진다. 또한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제주도 주민들은 과거처럼 난개발식 관광지 개발 방식보다는 비용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제주의 자연스러운 경관을 살리는 생태관광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자연경관도 더 잘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면 얼마든지 밑바닥에서부터 물이 솟아올라 경제 전반에 활력이 생기는 분수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는 골프장 경제에서 벗어나 올레길 경제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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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8. 09:40

양적완화 축소 및 종료 시기를 명확히 언급한 벤 버냉키 미국 연준(FRB) 의장의 발언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대규모 양적완화도 미증유의 경험이었지만, 양적완화에서 퇴각할 때도 미증유의 경험일 수밖에 없겠죠. 어떤 파장이 올지 불확실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적완화 퇴각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와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치솟는 것은 그만큼 지난 몇 년간 경제가 돈의 힘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돈의 힘에 기댄 비중이 높았던 나라들일수록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적 양적완화에 힘입어 외국인 증권투자가 쏟아져 들어온 가운데 한국은 공공부채와 가계부채를 급증시켰고,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양적완화라는 쿠션이 있을 때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미룬 결과 향후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 가운데는 원화약세로 수출이 증가하고 그에 힘입어 실적이 증가한 기업들로 인해 증시가 반등할 거라고 보도합니다. 물론 그런 효과가 없지 않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이미 몇 년간 환율효과 누려왔던 대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위축돼 왔는데, 이렇게 다시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얼마나 더 큰 실적을 올릴지 의문이고요. 설사 그렇게 된다 한들 수입인플레로 인한 물가부담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효과를 생각할 때 결코 반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양적완화 퇴각을 예상한 외국자본 유출 등이 더 큰 영향 미치겠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들어온 약 3000억 달러 이상의 돈들 가운데 일부라도 빠져나갈 때 증시와 환율, 시장금리 등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겁니다. 자본 유출입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죠.

오늘은 이 정도로 줄이고요. 다음 주 저희 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심층적으로 다뤄볼 테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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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6. 21. 10:37

6 18일자 한겨레 1면과 4,5면에서 전한 이명박정부의 통계 조작 행위는 국정원 선거 개입에 이어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하는 일의 특성상 나는 각종 통계를 매우 많이 들여다보는데 그 동안 분배지표 들여다보면서 가졌던 '통계조작' 의구심이 그냥 심증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노무현정부 때까지 계속 높아졌는데 경제위기 시작된 이명박정부 들어 오히려 지니계수가 더 낮아지는 것으로 통계를 조작했다. 그런데도 이런 통계조작을 통해 이명박정부는 '노무현정부 때 악화된 소득격차를 개선했다'고 홍보한 것이다. 현실을 바꾼 게 아니라 통계를 조작해 사람들 인식을 조작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범죄행위다
.

더구나 한계레 보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작성된 지니계수 지표가 포함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대선 직후에 공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

통계는 정확한 현실 진단과 대책을 내놓기 위해 꼭 필요한 국가 운영의 필수 인프라다. 통계가 왜곡되거나 부실하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고 결국 국민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가고성장 기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했던 것처럼 보험료나 금반지 같은 것들을 물가개편 작업 때 넣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아진다. 실제로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4.0%로 한은의 물가통제 목표 상한선을 찍은 수치였다. 만약 이전 물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그 수치는 4.4%로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더 많은 분노를 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물가통계를 실제보다 낮게 나오도록 마사지하면 한은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계속 지속돼 대다수 일반가계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

사실 이밖에도 통계조작 의혹이 드는 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향후 인구추계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2011년 새로운 인구추계 결과를 내놓으면서 갑자기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2018년에서 2030년으로 변경했다. 갑자기 무슨 사회경제적 큰 변화 발생한 것도 아닌데 12년이나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춘 것이다
.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춰잡은 가정 몇 가지를 보니, 2007년 이후 출산력이 가장 높은 30대 전반 여성의 일시적 인구 증가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거나 이명박정부의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인한 국제인구순유입이 지속된다는 식으로 매우 낙관적으로 가정했다. 이미 올초부터 30대 전반 여성의 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출산율도 떨어지는 등 그 같은 낙관적 가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렇게 낙관적 가정이 너무나 당연한 듯이 통계청 추계로 발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종 연구와 정책들이 이뤄지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

예를 들어,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지면 건설업계가 주택 공급을 더 지속해야 하는 명분이 되기도 해 결국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주택시장이 더욱 과포화상태가 되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져서 2030년까지는 대세하락이 안 일어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억측이길 바라지만 나는 실제로 정부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인구감소 시기를 늦추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또한 인구추계가 좀 더 낙관적으로 달라지면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재정추계도 실제보다 낙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통계 왜곡이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하다
.

또한 정부가 기초통계를 입맛대로 왜곡해 보도자료로 내놓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계까지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기획재정부가 실효 법인세율 부담 관련 통계를 왜곡한 경우다
.

2012
년 들어 한겨레신문 등 상당수 언론이 삼성전자 등 재벌대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이 매우 낮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자 기획재정부는 2012 7 19일 이를 반박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세통계연보를 이용한 실효법인세율을 거론하면서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3.1%로 낮은 반면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7.7%로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보도참고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분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림1>을 보면 과세표준 구간별 실효법인세율 변화 추이를 숨긴 채 자의적으로 나눈 중소기업과 대기업 분류를 통해 상황을 호도했다.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으로 분류한 대상기업은 상대적으로 실효세율이 낮은 50억원 이하 기업 23 2837개 기업이었다. 명목세율 10% 적용대상인 과세표준 2억원 이하가 79.5%를 차지해 실효세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잡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현행 최고세율 22% 적용 대상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으로 잡았다. 언론은 삼성전자 등 극소수 재벌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 부담이 중견기업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대기업의 범위를 넓게 잡아 사실상 '물타기'를 한 것이다.

<그림1> 기획재정부 실효법인세율 왜곡


) 2011년 국세통계연보 및 기획재정부 보도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실효법인세율이 200억원 이상~500억원 초과 구간을 지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실효 법인세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기획재정부가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자의적으로 구분해 실효법인세율을 제시하다 보니 5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100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과표 구간 기업들이 기재부 분류에서는 통째로 빠져 버렸다.

꼭 통계 조작이나 마사지, 통계 왜곡이 아니더라도 실업률, 물가, 부동산 가격, 미분양 물량, 심지어는 GDP통계까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부실한 통계들이 국내에는 수두룩하다. 그런 부실 통계들을 바탕으로 국가운영을 하니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제대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통계가 엉터리니 코미디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모두가 체감하듯이 고용난이 매우 심각한데도 일시적으로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자영업 일자리가 많아지니 박재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대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국민은행 주택가격은 3%밖에 안 떨어졌는데도 4.1종합부동산대책 같은 대대적 부양책을 내놓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

조금 다른 얘기지만 몇 년 전일반 국민들이 부동산 호가에 속지 않도록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왜 국민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지 않느냐 LH공사에 문의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위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요,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익히 알다시피 한국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다.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은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들을 주로 보도한다. 그런데 이 같은 정보 왜곡을 바로잡고 공익에 봉사해야 할 정부부터가 오히려 기초통계를 조작 또는 왜곡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앞서 말했듯이 통계는 국가운영의 기초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또는 일부 정부 부처의 관료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중대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통계 조작이나 왜곡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뜩이나 부실한 통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 구축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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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6. 19. 0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