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철수후보의 출마가 반갑고 고맙다. 시대착오적 정권의 확장 가능성을 줄이고,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안후보 곁에 나타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존재는 찜찜하다. 안후보 캠프 안에 개혁적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잘 안다. 이 전 부총리 한 사람만을 두고 성급히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 전 부총리를 단순히 낡은 인물로 낙인찍고 폄하할 생각도 없다. 그가 최근 저서나 인터뷰에서 40대 중심세대론과 공정 경쟁, 토건국가 극복 등에 관해 꽤 전향적 제안을 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또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이 전 부총리 한 사람이 안후보 정책을 좌우할 수 없다는 얘기도 대체로 수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경보를 울릴 수밖에 없다.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당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았고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노무현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겸임)을 지낸 인사다. 그의 공과가 다 있지만 그가 주요 직책을 맡은 기간 동안 외국자본의 입김은 거세졌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심화했으며 부동산거품은 부풀었고 소득격차는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무현정부의 과()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라고 지적한 안후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 집권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폭발 위기에 대비해 위기관리 경험을 활용할 생각이라는 말도 들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이 전 부총리와 안후보의 공통된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가계부채 문제는 지금 선제적으로 터뜨려 해결해야 한다는 이 전 부총리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의구심이 생긴다. 노무현정부 시기 부동산 거품을 키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전 부총리가 기용된 2004년 초는 2003년 발표된 10.29대책 등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카드채 버블 붕괴와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침체로 건설업계와 금융권이 함께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이에 2004년 하반기부터 이 전 부총리는 당시 강동석 건교부장관과 함께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판 뉴딜등 적극적인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2005년 초 판교발 로또열풍을 계기로 부동산 2차 폭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정책 효과는 장단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전 부총리의 단기적 연착륙 대책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착륙을 조장하는 정책이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왔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470조원 대에서 920조원대로 갑절 가량 늘어났다. 그런 사람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더구나 대다수 서민들이 여전히 높은 집값에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부동산 값은 올려도 안 되지만 떨어뜨려도 안 된다는 사람을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직 관료가 장관 등으로 되돌아오는 ()노병사(老兵士)’의 문제다. 관료와 규제 대상 기업 간의 유착이 국내 경제정책과 제도를 왜곡하는 양상은 이미 심각하다. 그 같은 유착의 접합점이 금융권이나 건설업계, 산하 기관 등의 전직 관료들이다. 그런데 이미 퇴임한 관료가 다시 장관 등 요직으로 올 수 있다면 현직 관료들의 전관예우는 더 한층 심해질 것이다. 이미 이명박정부의 강만수 전 장관 기용으로 그 폐해는 매우 커졌다. 이 전 부총리는 지금 공직을 다시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기용되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다. 설사 공직에 기용되지 않고 자문 역할에 그친다 해도 그의 존재감이 공직사회와 대중에게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이미 트위터에서는 우려가 분출하고 있다. 이헌재, 이미 안후보와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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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9. 24.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