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어닝쇼크’는 외환위기 이후 극한까지 지속돼온 재벌독식구조의 정점인 ‘삼성전자 일극 경제’가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재벌→4대그룹→삼성그룹→삼성전자→삼성전자 IM부문으로 한국경제의 부와 자원이 집중된 결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을 꼭지점으로 해서 거꾸로 선 피라미드처럼 위태로운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게 된 한국경제가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살펴봐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IM부문 실적 비중이 급증했으나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인위적 고환율에 따라 삼성전자 영업이익 가운데 수십 %씩을 차지해온 환율효과도 점점 소진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에 매달려 온 성장 방식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착시효과 때문에 제대로 된 구조개혁과 일반가계 중심의 정책 대응을 소홀히 한 측면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주가 착시효과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2012년 12월 발표한 ‘디플레에 빠져드는 주식시장과 삼성전자 왜곡효과’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제외하면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지금보다 약 33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며 2011년 초부터 사실상 주가가 하락세를 걸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주) 한국은행 및 KRX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런데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현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수출 비중이 워낙 높아서 삼성전자의 수출액이 늘어나는 때문에 전반적으로 상품수출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문제를 삼성전자 수출액을 제외한 상품수출액을 나타낸 <그림2>를 참고로 살펴보자. 참고로, 기존의 상품수출을 포함한 국제수지 통계에서는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금액은 그 일부가 서비스수지의 가공무역 금액으로 잡히기는 했으나, 상품수출액으로 잡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기존 국제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금액(대략 매출액의 35% 수준)만을 제외한 경우를 당초 상품수출액 추이와 비교해 보았다. 반면 IMF가 권고하는 새 통계기준인 BPM6(Balance of Payment Manual6)에는 해외 생산분을 포함 수출기업의 모든 수출액이 잡히는데, 아쉽지만 한국은행이 통계정비 과정에서 아직 2012년 4분기까지 통계만 집계해 발표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BPM6 기준 통계에서는 삼성전자 수출액 추정치를 모두 제외한 경우와 비교해 보았다.
<그림2>
주) 삼성전자 각종 공시자료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 결과 기존 통계 기준으로도 상품수출은 2011년 2분기 이후 분기별로 1400억 달러 전후 수준에서 계속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국내생산 수출액을 제외하자 같은 시기 1296억 달러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3분기에는 1223억 달러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BPM6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편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2011년 2분기 1501.7억 달러 수준이던 상품수출액이 2012년 4분기에는 1587.9억 달러로 소폭이나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추정 수출액을 제외하자 같은 기간 1210억 달러 수준이던 상품수출액이 1177억 달러 수준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처럼 삼성전자 수출액을 제외하면 상품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상품수출의 증가 추세도 정반대로 나타날 정도인 것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일망정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나마도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면 수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순수출(수출-수입)이 GDP의 주요한 구성 부분이므로 그 동안 삼성전자의 수출 호조 덕에 따라 GDP조차도 실제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처럼 착시효과를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서민경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득권 언론들은 재벌그룹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보도들을 일삼고 있지만, 더 이상 재벌독식구조, 더 나아가 ‘삼성 일극 경제’로는 대다수 가계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는 만들 수 없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와 담합을 제어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활발히 성장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도 가능하고 좋은 일자리와 가계소득도 늘어난다. 이번 삼성경제 어닝쇼크를 계기로 삼아 이제라도 ‘낙수효과’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서 일반가계와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원하는 ‘분수효과’를 만드는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수출대기업만을 위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는 한편 삼성전자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대다수 일반가계와 기업들이 체감하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일 수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새해 특별이벤트가 오늘(1월 15일) 끝납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