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발표된 직후 저희 연구소 보고서 통해 환율효과에 따른 삼전 실적 하락분이 6000억~8000억원 가량 될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1월말 확정 발표 때 삼전이 7000억원 규모라고 스스로 털어놓았군요. 사실 1년 반전 우리 연구소 출범하면서 첫 보고서로 삼전이 누리는 환율효과를 추정해본 적 있는데, 그 때 그 추정 결과가 비교적 정확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 연구소가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사심 없이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뻔히 보이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어떤 증권가 애널들이나, 언론들도 언급하지 않았죠. 인위적 고환율로 국내 소비자들이 고물가 및 대외 구매력 약화로 엄청난 피해를 입는데도 이를 제대로 거론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드물었죠. 삼전 또한 금융위기 직후 고환율에 따라 1조~2조원대가 넘는 실적 상승 효과를 볼 때는 아무말 없다가 이제 와서야 환율 핑계를 대는 꼴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짐 로저스가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미국 통화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더군요. 그런데 한국 원화는 약세가 진행되는 달러에 비해 더욱 약세가 됐는데도, 어느 언론 하나 비판하지 않고 수출대기업들 위해 환율을 떠받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정말 답없는 나라입니다. 진정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환율효과를 통해 손쉽게 대외 가격 경쟁력 확보에 기댄 결과 이제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꼴입니다. 아래 기사를 읽다가 생각나서 짧게 써봤습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newsview?newsid=20140205021511256
제조업 라이벌 한국. 일본 환율로 희비 교차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우선, <플루토크라트> 일독을 권합니다. 세계 자본주의 흐름을 선도하는 수퍼리치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린 책인데, 현실의 세계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뻔한 내용이지 않을까 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습니다. 조금 두껍긴 하지만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투자업계의 거물 짐 로저스의 신간<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도 재미있네요. 별 기대 없이 집어들었는데, 의외로 공감 가는 내용이 꽤 있네요. (물론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습니다만)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 유명 경제전문가들을 실명으로 직공하는 맛이 통쾌합니다. 특히 거품과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또 다시 무너지는 기업들을 무차별적으로 구제해준 관료들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신랄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와 시각이 비슷한 셈인데, 저는 한국에서 '좌파'로 분류되는군요. 기득권의 탐욕과 위선, 몰상식을 걔네들이 흔히 말하는 이른바 '시장원리'에 맞춰 비판하면 '좌빨'로 취급되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그래도 굴하지 맙시다. "일시적 안전을 조금 얻으려고 본질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들은 자유도 안전도 누릴 자격이 없다." 짐 로저스가 인용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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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2. 5.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