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성금을 걷어 국민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자고 할 것이고, 세월호 참사 때문에 서민들 생계가 어려워지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할 것이다. 몇몇 관료들을 경질하거나 문책해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며,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사주인 유병언씨 일가와 선장 등을 '악마'로 만들어 국민의 분노를 돌리려 할 것이다. 없는 영웅 미담이라도 만들어내 화합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다 조그만 빌미라도 생기면 시비를 걸거나 '대북 위기'를 만들어서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할 것이다. 그래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은 채 지방선거가 닥치면 2004년 탄핵 직후 맞은 총선 때처럼 '회초리를 들어 때려 달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오리발을 내밀 것이다.

그들의 뻔한 수법에 또... 속으면 이 나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며, 저들은 또 다시 자신들의 왕국에서 '미개한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호통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기회로 더더욱 자신들의 성벽을 더 안전하게 구축하는 장치들을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이 땅에서 세 모녀 자살사건과 같은 없는 자들의 절망은 이어질 것이며, 우리의 이웃과 아이들은 이곳 저곳에서 또 어이 없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번 사고를 일으키고 대처를 잘못한 사람들을 엄벌하고, 사람의 목숨과 안전을 경시하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문화와, 관료마피아들과 업계의 결탁 등 부패한 유착구조를 끝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국의 아이들이 어이없이 죽어가는데도 무능하고 무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은 마땅한 정치적 책임을 지면 좋겠다. 그건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차가운 바다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숨져갔을 아이들의 원통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저들이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추적하고, 감시하고, 요구하고, 항의하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치지 말자. 제발 잊지 말자. 이번 만은. 그것이 덧없이 죽어간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살아남은 자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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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4. 29.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