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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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049858)에서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통계가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가격 통계는 어떨까? 이들 업체들이 주택가격 통계 작성 방법론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은행 통계 조사처럼 전국의 아파트 가운데 표본을 뽑은 뒤 업무계약을 맺은 현지 중개업소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주간 및 월간 변동률을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업체들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주택가격 통계를 작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들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 시세는 많은 경우 중개업소들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화해본 한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있을 경우에는 거래 가격을 인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느냐?고 묻자 나름대로 자체 기준이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뤄볼 때,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세 통계가 작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현 시장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가격을 통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 원으로 잡혀 있다.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시세 검증팀을 가동해 중개업소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거나, 시세와 현저하게 다른 가격이 보고될 경우 검증에 나선다고는 한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얼마나 많은 시세검증을 할지도 미지수이고, 실제 시세검증을 한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는 가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국토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 자료는 어떨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웹사이트에는 11월 17일 현재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별로 실거래가 자료가 올라와 있다. 실거래가 자료는 실제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례들만 선별해 올리는 것이므로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지 2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지수 통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거래 실적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그나마 최근 시장상황에 근접한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도 여러 면에서 최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토부는 “공개되는 아파트 실거래 자료는 적정성 검증을 거친 자료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부동산 폭등기에 매도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래 당사자간에 실제 가격보다 낮춰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다운 계약’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집값 추이를 통해 도출된 기준가격에서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하고, 부적정한 실거래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한국감정원에 현장조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정 가격으로 판단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기존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보다 10%이상 낮은 가격은 부적정 가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집값 폭등기에는 일정한 합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정상적인 집값 하락 추세를 반영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집값이 하락하고, 소위 초급급매물까지 속출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기존 거래가격보다 10% 이하로 체결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거래 가격은 지연된 가격 정보라는 점에서도 지금 같은 주택가격 급락기에는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을 매수한 계약자는 매매일자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신고된 실거래 가격 데이터들은 서울을 예로 들면, 관할 구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취합한 뒤 국토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올라간다. 결국 매매 계약자의 신고와 행정상의 취합 및 보고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지연된 정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거래가격이 몇 달 전 가격인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국토부 실거래가도 현장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일 뿐 시장 거래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삼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가격 추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주택가격 통계가 공공부문에서든, 민간부문에서든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로만 따져도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국민 경제 전체의 부작용과 폐해를 뚜렷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부동산 가격통계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가격 통계가 없으면 부동산 폭등기나 폭락기에 집값의 구체적인 양상과 투기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잘못된 대응이나 늑장대응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이 가시화됐던 2005년 노무현정부의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2%밖에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노무현정부 말기에도 부동산거품이 발생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한정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현 이명박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택가격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월 21일 발표한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국민은행 통계가 아닌, 출처 불명의 부동산가격 자료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실제 가격은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15~20% 하락했다며 역시 출처 불명의 몇 개 아파트 거래 사례를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강남권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06년말 고점 대비 15~20% 수준 크게 하락

 

 

대치동 A아파트(31평형) : ('06.12)11.0억원 → (‘08.9)8.9억원, 분당 B아파트 : ('06.10)7.5억원 → ('08.9)6.0억원, 용인 C아파트 : (’06.12)5.5억원 → (‘08.8)4.4억원

 

(10.21대책 발표 자료 1쪽)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생겨난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의 집값 폭락세가 잘 드러난 자료를 써야 하겠는데, 국민은행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인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공인하는 통계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갖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코미디 수준의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공인한 통계도 버리는 정부가 국민은행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 인용문구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부동산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역적인 차이에서 실거래가와 통계의 괴리가 있겠지만 그것만 보고 전반적인 대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10월15일자)

 

국토부는 "정부 통계는 전체 주택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다"면서 "실거래가는 급매물 가격이어서 전체 주택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1월 5일자)

 

 

이렇게 언론에 답변하면서 자신들이 급할 때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사설 정보업체의 통계까지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렴치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동산 가격 통계뿐만 아니다. 주택보급률 통계나 미분양아파트 물량, 주택 규모별 멸실 주택 수 등 기본적인 주택 관련 통계가 매우 부실하거나 신뢰도가 낮다. 이러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보급해야 할지, 어떤 평수의 주택을 더 공급하고 덜 해야 할지 등 제대로 된 주택정책상의 대응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니 미분양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를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느닷없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 수준으로 10년 동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 어디를 읽어봐도 왜 연간 50만호의 주택공급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이처럼 제대로 된 주택 관련 통계도 정비하지 않은 채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우왕좌왕 쏟아내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9.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