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다.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구 요인 단 하나만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주택 수요 측면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여전히 ‘1인가구가 급속히 증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거나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순유입되므로 수도권 주택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반박한다. 약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1인가구의 실태를 생각하면 1인가구가 유효 주택수요가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수도권 인구 순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이 글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가지 주의사항을 먼저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증가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인구 순유입 변수 하나가 향후 집값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주의사항은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는 ‘주택수급이 주택가격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인식에 관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는 그 같은 인식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주택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매매용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공급 부족론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건설업계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투기를 조장해왔다. 또한 이 같은 논리를 통해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의 사기적인 고분양가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때문에 생겨나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라고 합리화하는 한편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매매용 주택을 계속 지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주택 수급 사정이 집값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90년대 초 1기 신도시건설 이후 집값의 침체로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결국 2000년대 초반 집값이 뛰는 한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총량적인 관점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에 의한 10~20% 정도의 대체 수요를 포함해 해당 시점의 주택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집값 폭등이 순전히 주택부족 때문에 발생했고, 그러므로 지금의 높은 집값은 공급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이 2002년 이후의 집값 폭등의 주요인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은행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남발에 따른 투기 수요의 급증 때문이다. 만약 집값이 주택부족 때문만이라면, 주택보급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던 90년대 중반 집값이 하락했던 상황이나,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르는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집값이 폭등했던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에 관한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그래프를 보면 70~80년대에는 매년 수도권으로 약 30~50만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이 같은 추세는 9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꺾여 외환위기 때인 98년 바닥에 이르렀다. 그러다 이후 월드컵 열기와 카드채 거품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년 20만명대까지 회복됐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떨어져 지난해 경우 연환산으로 연간 5만 2000명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은 전반적인 경기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증감을 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향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가 뚜렷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수도권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증가 속도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을 서울, 경기, 인천으로 세분화한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자.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90년 이후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 증감이 거울에 비친 이미지처럼 반대 방향의 진폭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경기도권의 신도시와 공공택지 지구 등으로 서울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구 순유입이라는 관점으로만 한정한다면 서울의 주택 수요는 향후 전개될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와 겹쳐져 늘어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과 지방에서 동시에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수도권 인구 유입은 과거처럼 수도권 주택시장을 뒤흔들 주요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위 그래프에서 2002년 이후 추세선을 보더라도 향후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2008년 인구 순유입 인구(5만2000명)을 같은 해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2.8명으로 나누면 1만8500여 가구 정도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수도권에서 매년 20만호 가까운 주택이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도권의 순유입 인구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주택 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인구의 과밀화로 수도권은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주택 난 등 각종 규모의 불경제 효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웬만한 사업은 경제성을 갖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더 공급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토의 균형적 발전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같은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참고로, 지난해 주택 공급 호수를 보면 전국적인 주택 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 공급 물량은 2004~2006년 수준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붐에 편승한 뒤늦은 주택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둔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2007년이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적어도 수도권의 경우 큰 폭의 물량 위축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국가들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주택 공급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반면 위에서 보듯이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주택 공급 물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 주택 공급 물량 감소로 2,3년 후 수도권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것처럼 말하는 언론 보도는 무책임한 선동보도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주택 공급 추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다시 한 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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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1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