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민들은 허리띠 졸라매는데 지자체는 호화 연수?
경기 고양시 5억 들여 직원 일주일씩 관광성 연수
"서민들은 씀씀이 줄이는 데 공무원들은 일주일씩 연수라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수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연수 또는 직원 단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연수프로그램은 시군구청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 아래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경기 고양시는 지난 달 10일부터 이 달까지 5개조로 나눠 전 직원 1850여명중 절반 가량인 840여명에 대한 연수프로그램을 강원도 설악한화콘도에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5억원이다. 참가 직원 1인당 59만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연수라고는 하지만 '자아 찾기' '타인의 이해' '스포츠와 건강 관리' '변화관리와 혁신' '웰빙과 공직생활' '공직자 재테크'라는 연수프로그램의 제목에서 보듯 대민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은 드물다. 이밖에 설악산 등반과 극기 훈련 프로그램, 도자기 제작 실습 등 사실상 관광에 가까운 프로그램도 적지 않게 끼여 있다.고양시는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연수를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이미 4억원의 예산으로 직원 800여명의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이 같은 연수프로그램은 2002년 강현석 시장이 취임하면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으로 마련한 것. 고양시청 관계자는 "민간 기업체는 다 하는 건데 금액이 크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의 경직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마인드를 갖추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양시가 인구 대비 직원 수가 적어 업무량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매우 많다"며 "뻑 하면 시민들이 수백명씩 쳐들어오는 민원이 많아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시장이 안타깝게 생각해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주민 김모씨(32)는 "경기가 안 좋아 서민들은 모두 씀씀이를 줄이는 판에 공무원들은 주민들 돈으로 일주일씩 값비싼 연수를 다녀왔다는 소식에 화가 치밀었다"며 "그 돈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서민들 사기 진작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장이 앞장 서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시장은 공무원만의 시장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직장교육, 토론 문화 증진의 명목으로 직원연수를 실행중인 중앙부처의 경우 고양시의 교육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각 부처별 사정에 따라 "행정, 어떻게 바뀔 것인가" "왜 혁신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제시돼 있다.연간 1-2회 대민 행정에 불편이 없도록 1박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내용도 행정서비스 제고를 위해 전문기관을 초청해 컨설팅을 받거나, 시민단체나 행정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한 분임토의를 벌인 뒤 의견을 청취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다.최근 6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문화재청 어떻게 바뀔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문화재청의 직원교육도 '왜 혁신해야 하는가' '민원 만족도' '조직문화 쇄신' 등의 분임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소속 공무원 650여명중 2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연수의 전체 경비는 2000만원 정도.이번 교육 과정에는 한국능률협회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문화재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평소 행정에 대해 아쉬웠던 점을 조언해 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연수에 참가한 직원들이 문화재 행정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특히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기업은 워크숍 줄이고 지자체는 늘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도입, 확대
고양시는 두드러진 경우지만 다른 일선 지자체도 직원 연수 또는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호화연수는 아니지만 행정서비스 제고와는 크게 관련성 없는 교육내용들이 대부분이다.마포구는 지난 달말부터 직원 1200여명을 6차로 나눠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직원단합MT'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 5000만원. 프로그램은 하루 두 시간씩의 강연 외에는 모두 래프팅, 서바이벌게임, 레크리에이션, 산악 등반 등으로 채워져 있다. 마포구는 2년전까지는 신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일부 운영했으나 지난 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도 대폭 늘어났음은 물론이다.경기도 남양주시청은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달 14일부터 스트레스해소법, 극기 훈련, 캠프 파이어, 게임 등으로 이뤄진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경기 여주군청도 올해 처음으로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직원 600여명중 3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직원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달 초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절반 가량의 직원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청은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에 계상해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도 이달 중 충남 태안반도 '블루오션리조트'에서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마음 수련회'를 진행할 계획.여주군청 관계자는 "기초 자치단체들이 직원들에게 메리트를 준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사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시군구가 하는데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올해부터 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 일선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를 안 하거나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서울 25개 자치구중 안 하는 데는 거의 없다"며 "일부 구청은 이런 행사에 2억원을 넘게 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당 수 구청의 워크숍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교육이나 토론보다는 유흥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 같은 흐름은 대형 콘도나 리조트 업체에서도 포착된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대명 비발디파크 단체예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 때문인지 기업들의 워크숍은 줄었는데 지자체의 워크숍이나 단합대회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워크숍을 하더라도 야외 프로그램 없이 강의장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부페 대신 간단한 식사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민들은 씀씀이 줄이는 데 공무원들은 일주일씩 연수라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수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연수 또는 직원 단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연수프로그램은 시군구청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 아래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경기 고양시는 지난 달 10일부터 이 달까지 5개조로 나눠 전 직원 1850여명중 절반 가량인 840여명에 대한 연수프로그램을 강원도 설악한화콘도에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5억원이다. 참가 직원 1인당 59만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연수라고는 하지만 '자아 찾기' '타인의 이해' '스포츠와 건강 관리' '변화관리와 혁신' '웰빙과 공직생활' '공직자 재테크'라는 연수프로그램의 제목에서 보듯 대민 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은 드물다. 이밖에 설악산 등반과 극기 훈련 프로그램, 도자기 제작 실습 등 사실상 관광에 가까운 프로그램도 적지 않게 끼여 있다.고양시는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연수를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이미 4억원의 예산으로 직원 800여명의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이 같은 연수프로그램은 2002년 강현석 시장이 취임하면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으로 마련한 것. 고양시청 관계자는 "민간 기업체는 다 하는 건데 금액이 크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의 경직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마인드를 갖추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양시가 인구 대비 직원 수가 적어 업무량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매우 많다"며 "뻑 하면 시민들이 수백명씩 쳐들어오는 민원이 많아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시장이 안타깝게 생각해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주민 김모씨(32)는 "경기가 안 좋아 서민들은 모두 씀씀이를 줄이는 판에 공무원들은 주민들 돈으로 일주일씩 값비싼 연수를 다녀왔다는 소식에 화가 치밀었다"며 "그 돈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서민들 사기 진작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장이 앞장 서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시장은 공무원만의 시장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직장교육, 토론 문화 증진의 명목으로 직원연수를 실행중인 중앙부처의 경우 고양시의 교육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각 부처별 사정에 따라 "행정, 어떻게 바뀔 것인가" "왜 혁신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제시돼 있다.연간 1-2회 대민 행정에 불편이 없도록 1박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내용도 행정서비스 제고를 위해 전문기관을 초청해 컨설팅을 받거나, 시민단체나 행정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한 분임토의를 벌인 뒤 의견을 청취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다.최근 6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문화재청 어떻게 바뀔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문화재청의 직원교육도 '왜 혁신해야 하는가' '민원 만족도' '조직문화 쇄신' 등의 분임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소속 공무원 650여명중 2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연수의 전체 경비는 2000만원 정도.이번 교육 과정에는 한국능률협회의 전문강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문화재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평소 행정에 대해 아쉬웠던 점을 조언해 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연수에 참가한 직원들이 문화재 행정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특히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기업은 워크숍 줄이고 지자체는 늘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도입, 확대
고양시는 두드러진 경우지만 다른 일선 지자체도 직원 연수 또는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호화연수는 아니지만 행정서비스 제고와는 크게 관련성 없는 교육내용들이 대부분이다.마포구는 지난 달말부터 직원 1200여명을 6차로 나눠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직원단합MT'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 5000만원. 프로그램은 하루 두 시간씩의 강연 외에는 모두 래프팅, 서바이벌게임, 레크리에이션, 산악 등반 등으로 채워져 있다. 마포구는 2년전까지는 신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일부 운영했으나 지난 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도 대폭 늘어났음은 물론이다.경기도 남양주시청은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달 14일부터 스트레스해소법, 극기 훈련, 캠프 파이어, 게임 등으로 이뤄진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경기 여주군청도 올해 처음으로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직원 600여명중 3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직원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달 초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절반 가량의 직원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청은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에 계상해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도 이달 중 충남 태안반도 '블루오션리조트'에서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마음 수련회'를 진행할 계획.여주군청 관계자는 "기초 자치단체들이 직원들에게 메리트를 준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사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시군구가 하는데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올해부터 하게 됐다"고 말했다.서울 일선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를 안 하거나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서울 25개 자치구중 안 하는 데는 거의 없다"며 "일부 구청은 이런 행사에 2억원을 넘게 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당 수 구청의 워크숍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교육이나 토론보다는 유흥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 같은 흐름은 대형 콘도나 리조트 업체에서도 포착된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대명 비발디파크 단체예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 때문인지 기업들의 워크숍은 줄었는데 지자체의 워크숍이나 단합대회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워크숍을 하더라도 야외 프로그램 없이 강의장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부페 대신 간단한 식사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