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때문에 화병 앓는 당신, 사연은?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모여든 인파들.
대한민국은 집 때문에 화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뛰는 집값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려고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은행 빚 부담에 시름하는 사람들, 몇 년쯤만 맞벌이하면 집을 장만하겠지 생각했다가 훌쩍 뛰어버린 집값에 허탈한 사람들,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보금자리 마련할 돈이 없어 '연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모두 집 때문에 울화병을 앓는 사람들입니다. 애써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없습니다. 내 가족이, 친척이, 직장동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모두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5년전 2억원대이던 강남의 한 아파트는 7억원으로 뛰었습니다. 98년 543만원이던 서울 지역 평당 분양가는 지난 해 1102만원으로 두 배도 넘게 뛰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칼을 뽑아 든 것도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오르던 아파트 값이 이제야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정부 관리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부동산 값이 떨어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건설 경기 부양'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옵니다. 2000년부터 4년여간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는 제동 한 번 제대로 걸지 않았는데, 집값이 내리기도 전에 정책을 바꾸려고 합니다.심지어 "IMF때 떨어진 집 값을 이제 회복한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값을 그대로 유지하겠답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그렇게 말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입니다. 집 값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입장입니다.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가 홍콩 6.5배, 대만 5.3배, 싱가포르 3.8배인데 비해 서울은 10.3배나 되는데도 말입니다.서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부동산. 집을 산 사람이든, 안 산 사람이든, 또는 앞으로 살 사람이든 부동산 값 폭등으로 겪고 있는 여러분들의 애절하고 한 맺힌 사연을 소개해 주십시오. 집 값 폭등으로 생긴 가정경제의 구체적인 변화상을 알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미디어다음이 여러분들의 사연을 모아 또 다시 기사화하겠습니다. 취재팀 메일로 집값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오신 분들의 글을 먼저 소개합니다.

"벌면 뭐 하나. 1년에 수억씩 오르는데..."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해볼까 부동산 정보 뒤져"


"산너머"님의 글

글쎄 저 같은 경우의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제 사연도 참 기구하지요. 97년 성남의 32평 아파트에 입주(분양가1억500만원)했는데 IMF 이후 어려운 사정도 있었지만 꼭 팔아야 할 사정은 아니었는데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없었음)차라리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01년 1억7000만원에 집을 팔고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으로 이사했습니다. 기존의 1,2단지에 막 입주가 시작된 3단지였는데 38평이 분양가 수준인 1억4000만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집은 주거공간일 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무지몽매한 저는 집을 사는 대신 전세(7000만원)를 들어 이사했지요. 지금 성남의 아파트는 3억 정도, 현재 사는 곳의 38평은 1억8000만원 정도. 그동안 새로 시작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라 현재 재산은 그때보다 5000만원 정도 줄어든 상태네요. 지금도 전에 살던 아파트를 볼 때마다 몰려드는 자괴감과 후회는 어떻게 말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구요.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참기 힘들고요.
 
"탱자"님의 글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입니다. 1983년에 결혼해 1995년 잠원동에 신축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이걸 전세 놓고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인천으로 이주(나의 운명을 바꿔놓은 결정 ㅜㅜ)했습니다. 인천에서 아파트 2개 구입하여 거주하며 한 개 전세를 줬습니다. 1997년 12월 으악~ IMF. 교과서에만 나오는 줄로 알았던 게 현실로...폭락의 쓴 맛을 보았습니다. 반토막난 전세금에도 세입자는 구할 수 없었고, 매스컴에선 연일 비관적인 뉴스만이...생돈을 빼주어 세입자를 내보내고 98년9월까지 버티다가 1억6000에 판 반포아파트가 지금은 6억이더군요. 아이들이 중고생일 때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2002년 10월 사정상 다시 서울로 전세를 오게 되었습니다. 4억이란 가격이 당연히 거품이라 생각했죠...망연자실..조금 빠지면 사야지 했는데 오히려 작년에 2억이 더 올라 6억이 되어버렸습니다. 10.29 조치가 나고서야 지금은 멈춘 상태입니다.(4,5천정도 빠진 급매물만..) 요즘은 매일 잠을 못 잡니다.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고...전세로 그냥 있어야 하나..대출받아 사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갈등합니다. 대폭락과 대폭등의 청룡열차를 수십 번 타고,,아직도 내려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남편과 맞벌이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과 퇴직금, 사업이 망한 것도 아닌데 다 물거품이 되었죠. 그리고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푼돈은 벌고 싶지도 않습니다. 벌면 뭐해요. 1년에 며칠사이에 몇천, 몇억이 오르내리니....

"노즈"님의 글


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주부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3년 전에는 31평 아파트를 사려면 저희 전세값 합하면 5000만원 정도 부족하던 것이 지금은 똑같은 아파트가 3년 전보다 저희 재산이 5000만원 늘었지만 3억이 부족한 상태입니다.은행이자 무서워 1~2년 벌어 집 사자고 저희 남편과 약속을 했는데 이젠 아파트 사는 걸 포기했습니다. 여기저기서 2억 벌었니 3억 벌었니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정말 바보스러웠고 남편도 무능해 보였습니다. 화병 아닌 화병증세가 있고 결혼 19년 열심히 살았습니다. 은행 저축이 재산 불리는 최선인 줄만 알았는데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 돈을 벌어 줄 줄이야 가만히 있는 집이 봉급쟁이 평생 만져도 보지 못할 돈을 벌어 주니... 저는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잘 해 볼까 하고 부동산정보를 뒤진답니다. 정말 일할 생각도 없고 세월 10년은 후퇴한 기분입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봅니다.

"아이 분유값 아끼며 주택 구입자금 이자 물어..미래가 없다"
"아이 서넛 놓을 나이에 결혼 엄두도 못내"


"연서엄마"님의 글

지난 10.29대책이 나왔을 때 많은 토론이 언론에서 이루어질 때 전문가들은 뭐라고 했냐면, 이 정책들은 투기꾼들을 잡으려는 정책이니 다수의 국민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믿지는 않았지만, 기가 막혀서....갑자기 15만원 내던 세금이 100만원이 되고,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는 하늘을 모르고, 겨우 분양받았던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전세가 빠져야 들어가죠... 이자는 날로 불어가는데 희망은 없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1가구 1주택자들과 투기세력을 구분시켜 줘야지요. 투기꾼들이 차명이나 위장이혼으로 어쩌구 저쩌구라고 언론에서 그러던데, 우리나라 특성상 가장 가계의 돈이 많이 묶여 있는 집이 지금 꼼짝달싹을 못하고 '돈 먹는 하마'가 되어있는데 무슨 부동산 정책을 신경쓴다는 건지...우리나라처럼 사회 안전망이 없는 나라에서, 몇 년 더 다닐지 알 수도 없는 직장에 다니면서 집값이 자꾸 오를까 겁나서 하는 수 없이 대출받아 집을 마련했습니다. 1가구1주택 피땀흘려 내 집 마련한 사람이 왜 투기자고 죽어 마땅한 삶이라고 하는지....부동산이 오르는건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나라에서는 1가구 1주택하면서 모기지론인지뭔지 하면서 잔뜩 빚내서 집사고 허리 휘도록 갚으라고 해놓고선 이젠 집값 떨어뜨리고 니들은 죽어라...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이런 저주받은 나라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아이 분유 한 통에 1만5000원이 아까와서 미숫가루로 2만원어치(분유 세 통 분량) 바꿔서 빻아 오면서 눈물이 납디다. 영양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니거든요. 이자가 얼만데. 그럼 맛이 없어서 안 먹을 테니까 빨리 밥으로 줘 버릴려구요. 에미가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거 나쁜 걸로 바꿀 때는 죽기만큼 힘들 때란 것만 아세요. 기저귀도 아까와서 웬만하면 자주 안 갈아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집(분양받고도 못 들어가고 있는 집)있다고 우리는 살만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죽으라고요. 이 나라에는 아예 하층민이 되어서 나랏돈 얻어먹고 살아야 차라리 '우리나라 좋은 나라'할 겁니다. 아니면 돈 많아서 해외에 나가 땅 사고 난리쳐도 잡을 능력이 없는 바보 같은 공무원들 덕에 날로 날로 배불리워지는 부자들은 살만하죠. 돈 있으면 국적 쇼핑이 가능한 이 세상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왜 열심히 콩나물 값 아낀 죄밖에 없는 사람은 목을 죄고, 흥청망청 카드들고 까불던 인간들은 이제 빚 갚아준다고 야단인지...자식들한테 뭘 가르칠까요?우리 친구는 공무원이라 충청도에 발령받았는데 경기도에 있는 집 팔아서 거기 집 못 산데요. 수도권이면 다 비싼 게 아닌데 변별하지 않고 다 목을 비틀고 되레 충청도 집값은 왜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가만히 두는지... 왜 집값 챙기겠다면서 거기는 못 챙기고 눈감아주고 계신지... 내신점수가 중요해지면 당연히 학원비 걱정은 우리 몫인데 어찌 살라고요... 미래가 없네요.보통의 아줌마들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 상황들을 좀 알려주세요. 정말 피가 마릅니다. 벌어서 다 이자내는 기분입니다. 그럼, 아예 모기지론인지 뭔지를 없애 버리든지요. 우리 투기한 적 없어요. 더 오르면 정말 집 못살까봐 50% 대출받아 집 산 거고요. 이자는 내지만 아직 집에 못 들어갔어요. 지금 사는 전세집이 안 빠져서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요. 살려주세요. 제발.
 
"조르징요"님의 글

저의 어머님 얘기 입니다. 고모네 반지하에서 살다가 눈치도 눈치요, 스트레스가 쌓여서 내집 한 번 가져보겠다고 대출을 받아서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왔답니다. 우리나라에 제 집 싫다는 사람 없듯이 어머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고 좋아하셨겠죠. 그런데 1년 전 어머님은 유방암에 걸리셨고 수술 후에도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답니다. 같이 벌어서 생활하고 아파트 대출금 갚고, 이렇게 생각 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경기 침체로 아버님의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25평 아파트면 다 장성한 자식을 둔 부모가 아니라 새로 살림을 꾸려서 나오는 신혼부부들에게나 맞는 평수입니다. 그래도 좋다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힘들군요. 옆에서 보기에도요.물론 저도 이제 곧 결혼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낳아도 서너 명은 나았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너무 살기 힘들어서 아기 낳고 싶은 생각조차 없답니다. 아무리 봐도 정부는 쓸데 없는 짓거리나 하고 있고 서민들 피 빨아다가 재벌 뒷돈이나 대주는 꼴이니. 제발 좀 아파트 값 올라도 좋으니 쪼가리 단칸방만이라도 값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