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실한 국회 예산 심의의 문제점을 짚는 기획을 연재했던 미디어다음은 8일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지난 해 양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를 맡았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참석했다. 여야가 예결위 독립 상임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날 좌담도 예결위 상임위 문제가 중심 화제가 됐다.
두 의원은 그 동안 국회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인식은 공유하면서도 처방은 다르게 내놓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특위로 돼 있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예결위에서 예산의 전체 윤곽을 결정하고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구체적인 예산사업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결위가 지역간 '나눠먹기'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예산심의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와 예산 심의 기간 등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전문가 그룹이 예산 심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탑-다운(top-down) 방식(예산기획처가 각 부처에 예산의 할당금액을 명시한 예산요구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할당금액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 제출하게 하는 예산 편성 방식)으로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꾼 것에 맞춰 기존에 형식화돼 있던 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운영상의 개선을 강조했다.이날 좌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소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다음은 두 의원간 토론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요약. (이한구 의원은 한, 이강래 의원은 강으로 표기) ▶▶ '국회예산심의' 게시판 바로가기
한나라 이한구의원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예산심의 전문성 확보"
우리 이강래의원 "상임위엔 반대…대신 상임위 예비심사 엄격히"
미디어다음
=대의제 국가에서 대정부 견제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통해 가능한데 그 동안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의 독단적인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분이 그 동안의 예산 심의 실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해달라.
. 이강래 "예산심의 과정 정치성 배제 어렵다…지역민 이해도 대변해야"
강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았더니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예결위에서는 예산안과 관련된 질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예결위는 야당의 특검제 공세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었다. 또 하나는 총선이었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또 하나 문제는 예결위 운영 기간이다. 예결위의 운영 기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정부 지출 계획안이 90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고 예결위에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결국 예결위 활동 기간은 60일 정도다. 예산 심의 기간은 다 해도 두 달이다.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지만 제약이 있다. 정책 질의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질의는 대부분 정치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흐를 때 막을 방법도 없다. 각 당에서 특별한 지침도 주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하게 되면 실질적인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삭감과 증액이 핵심인데 국회의원은 삭감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삭감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행정부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행정부가 '노'(NO)하면 한계가 있다.지난 해에는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모습은 안타깝다.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니 지방공항 관련 예산 문제도 짚었더라. 김제 공항 이야기도 있더라. 나 또한 김제공항 건설을 두둔한 발언도 했다. 그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회계와 국가 예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업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고 이윤 극대화다.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성에 위해 모든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경제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도 있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각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사항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으면 묻힌다.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한구 "세금 나눠먹기 나라재정 엉망…전문가 참여하는 상임위로 전문성 확보"
한
=내가 3년간 예결위 간사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이 정말 많다. 예산심의 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나눠 얘기하겠다. 먼저 예산심의 구조상의 문제부터 얘기하겠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 형태로 50명으로 구성된다. 16대 의원 273명 중 50명은 굉장히 많은 인원이다. 또 겸임이다. 자연스럽게 예결위 위원들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와도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뜬 봉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원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로서는 일하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예산 심의 과정이) 지난 몇 십년 간 예산 심의가 개판이 됐다.
형편없게 된 것이 경부고속철도다. 처음 사업 계획 발표 때보다 예산이 6배가 더 들어 갔다. 이런 예가 많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보라고 만든 것이 국회인데, 국회의원이 감시를 하지 않고 나누어 먹기 식으로 한다. 각 지역에서 나누어 먹기, 자기 몫을 얼마나 갖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제 보다 예산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예산안에 (예결위원) 의원이 하고 싶은 것 들어가고, 지역사업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또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 사업 프로젝트가 많고 이를 전반적으로 소화하는데도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로 (심의) 기간이 짧다. 또 내용도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대번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만 논쟁이 된다. 정부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끼워놓기도 한다. 의원들에게 그런 예산들을 삭감해주는 척 하면서 정부가 정말 챙기고 싶은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2,3년 전에 추진하다 안된 것도 정부가 제목만 바꾸어서 또 내놓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래도 이것에 대한 심의가 없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는 자료 제출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심의 기간인 두 달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대번에 나온다. 부실한 자료제출이 이루어지고 자료에는 거짓말이 횡행한다.
예산은 사업의 뒷면인데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탁상행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탁상행정도 아니다. 전혀 현장과 맞지 않는다. (관료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예산안에 올린다. 이런 게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심의 기간이 짧아 연계가 안 된다. 감사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예산심의가 결산이나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안 삭감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 돼야 하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 분야에서만 국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예결위와 국감이 잘 조정 안 된다. 예결위를 특별위원회 형태로 둬서는 불가능하다.
운영문제를 보면 야당은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한다. 50명의 의원들이 모이고 언론이 집중한다. 정치공세의 장으로 기가 막히게 좋다. 반면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는 장으로 안다. 더 나쁘다.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을 안 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리인과 행정부를 공격하는 사람이 싸우는 장소가 되었다. 의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건데 구조적으로 이렇게 운영되어왔다.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의 결정도 부정할 수 있는데 사실은 거기서 많은 삭감이 이루어 진다. 증액은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로비가 들어온다. 모든 정당에서는 이것을 활용하려 한다. 예결위가 싸움장으로 변한다. 싸움하다 보면 연말이다. 예결위에 너무 많은 부담은 안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 이렇게 하면 예산 심의의 규모를 분산시킨다. 예결위에서는 예산 총액과 기능별 할당액, 부처별 할당액만 정한다. 나머지는 할당액 범위 내에서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 해라.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예결위 인원을 줄이자. 절반의 인원으로 해서 전문가만 들어가자. 큰 것만 점검하면 되니까. 국민에 영향을 주는 큰 사업만, 중장기적 재정 문제만 심의하자. 의원들이 와서 힘도 못쓰고 지역구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자.
심의 기간도 두 달로 하지 말고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심의하는 것과 똑같이 하자. 상임위로 바꾸면서 5월말까지 각 행정 부처가 예산안 신청 자료를 내면 국회도 같은 자료를 받아 그때부터 같이 심의하자. 거기서 결정 나면 국회 본회의에 넘기자. 그러면 자연스레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부실한 자료제출 안될 것이고, 현장과 다르면 들통나고, 거짓말도 못하게 하자.
그러면 정치공세도 해봐야 효과가 없다. 예결위 규모가 작고 큰 정책의 흐름만 가지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잘 안 된다. 지금보다 휠씬 낫다. 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정감사 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이것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의원들이 활동하기도 좋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예결위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예결위원에게 얘기해봤자 몇 명만 빼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다. 지금 상태로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도 힘들다.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도록 하자. 그러면 상임위가 책임을 지게 돼 예산 심의도 잘 되고 결산 심사도 잘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니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 없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치적 고려들을 예산안에 그냥 반영하면 나라가 잘 되겠느냐. 분야별로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지금 이것을 단절하자. 이강래 "전문가가 예산심의 독점도 폐해…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하게"
강
=이곳에 오는 도중에 작년 8월에 나온 재정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더라. 이는 장기적으로 맞지만 준비할 것이 많다.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대 때 전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구 의원이었다. 예결위를 매년 새로 구성하고 50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수요 때문에 그렇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수요가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특히 그렇다. 50명씩 4년 하면 200명 정도다. 지역구 출신은 대부분 할 수 있다. 농촌은 수요가 더 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합리성만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안 된다. 특위를 50명씩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아니다. 재정전문가를 공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각 당에서 이런 전문성을 띤 사람을 예결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에 한나라 당에는 재정학자 출신 당선자가 있다. 국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몇 사람들이 나라 예산을 주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전문성 부족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가 예산심의를 독점하는 폐해를 가져와선 안 된다. 상임위의 예비심사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도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예결위를 20명으로 만들어서 2년씩 전문가가 하게 하면 각 상임위 별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소관부처를 기획예산처, 감사원, 재경부의 결산 부분만 하겠다고 해놓았지만 예산 심의는 이들 부처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예결위가 예산심의를 하다 부르면 각 정부 부처가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결위가 예산 전체를 주무르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권한을 더 집중화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 128조 2항을 보면 결산 자료 제출요구는 5월말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산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결산이 형식화되어 있다. 그래서 회계감사권의 이관 문제도 나오는 것이다.
6,7월 정기 국회 전에 예결위에서 결산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국회내의 예산정책처가 생겨서 한나라당이 예산안 문제를 상의하자고 한다고 하는데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냐.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편성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므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 맞춰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지금 또 하나의 문제는 헌법 구조이다.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 등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는 두 달 동안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복잡한 정책질의 하지 말고 상임위 예비심사를 미리 해서 그것을 예결위에서 종합해서 심사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심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심의 과정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지역구가 남원-순창인데 재정자립도가 남원은 12.8% 순창은 11.3%다. 재정자립도가 이렇다 보니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몇 억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지역 의원에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얻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한다. 그런 수요는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소수 전문가로 예결위를 채우자는 것은 위험하다. 이강래 "헌법에 예결위 활동기한 명시…예결위 상임위화(化)는 불가능"
이한구 "예결위가 상임위 아닌 나라가 있나…예결위 상임위화(化) 지금이 적기"
한
=이강래 의원도 아까 장기적으로는 상임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가 상임위로 바꾸기 위한 적절한 시기인가.
강
=미국처럼 예산안이 법률 형식을 띠어야 한다.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에 있고 예산심의는 법률안 심의와 동시에 이루어 진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한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인가. 헌법을 바꾸면 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헌법 사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법이 탑-다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부터는 기획예산처가 예전과 달리 개별사업을 따지지 않고 분야, 기능, 지역별로 부처별 할당을 한다. 행정부 편성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예산 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의 사업 우선 순위를 행정부 내에서 조정할 때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국회가 그 기준에 비춰봐서 맞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각 부처가 자율에 따라 예산 할당량을 받아내면 각 부처가 받은 할당량 내에서 사업 운선 순위에 대해 상임위가 심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탑 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니까 예산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하는 문제는 별개 문제다. 그게 지역별로는 일리가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낭비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역 수요를 전부 부정은 못한다. 국회 각 부처 상임위에서도 지역 수요를 고려할 것이다. 예산결산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 때도 그 기준이 들어가지 안을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지 개별의원의 활동을 봐주자고 하면 예산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의 수요는 있다. 그래서 분산 시키자는 것이다. 예산의 큰 윤곽에 대해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 없다. 각 상임위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면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 예결위에는 재정 전문가,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개별사업을 터치하지 못한다. 전체 예산 규모, 부처별, 기능별, 정치 사회 문화,때로는 낙후된 지역의 개발 등 공평성의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대로 휠씬 더 개선해야 한다. 개선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다음
=이한구 의원 말대로 상임위가 된 예결위가 예산의 윤곽을 잡는 역할만 한다면 예결위를 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다. 아까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
=예결위가 상임위 활동을 규율한다. 예결위를 특위로 만들어 놓은 것은 16개 상임위 위에 있도록 한 것이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나란히 병렬적으로 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 안 하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 결정권이 없으니 기획예산처로부터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예결위에서 증액하고 끼워 넣고 지역의 민원 해결 창구로 쓰는 것이다.
예산안이 총액으로 주어지면 이를 구체적 사업에 어떻게 배정하느냐 하는 것은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된다. 국회도 하나 하나 사업을 따지면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위냐 상임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예산안 제출 시기와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특위 상태에서도 조기결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달동안 예결위를 하면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걸러진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위냐 상임위냐,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임위를 어떻게 실질화할 것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한
=탑-다운 방식에서는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신청하면 기획예산처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각 부처에 큰 틀을 결정을 해준다. 그것을 가지고 각 정부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가서 이렇게 되었으니 부처별 예산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예비 심사하겠다고 나오겠나. 예결위가 특위로 있는 한 특위로 오면 상임위에서 한 게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각 상임위도 예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다 이렇게 예결위를 상임위로 해놓았다. 선진국 중에 안 하는 곳을 알면 이강래 의원이 한 번 말해보라.
강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와 특위의 차이는 실제 운영의 차이이지 제도의 차이는 없다. 사실 현재로도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화 돼 있어서 일년 내내 할 수 있다.
한
=말만 그렇지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강래 "예결위 상설화엔 야당의 정치적 목적…정치공세 1년내내 하겠다는 뜻"
이한구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 막아야…예산주권 국회에 돌려줘야"
강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봤자 위원회 임기 차이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정부의 사업 계획이 5월말까지 만들어지고 예산 배정이 끝난다.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에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은 예결위원 수를 줄여서 몇몇 전문가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독식하면 안 된다.
솔직히 예결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일년 내내 소수 전문가들이 국회를 장악하자는 목표가 있다. 예산심의가 야당의 무대가 될 건 뻔하다. 이것을 상설화해 자신의 확실한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공세, 폭로 공세를 일년 내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예결위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상임위 역할이다. 정부의 탑-다운 방식 예산 편성에 맞춰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내실화하면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 지적대로 지난해 예결위에서 야당은 특검 공세로 일관했다. 추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폭로가 많았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때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한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결특위에서 정치공세를 하는 이유는 특위가 의원 50명의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었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크기를 줄이면 이러한 점을 막을 수 있다.
강
=그렇지 않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항상 언론이 주목할 것이다. TV카메라가 항시 대기할 것이다.
한
=예산결산 특위도 상설화 돼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겸임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예결위 정원이 모아지지 않아 예산 심의가 부실화된 적이 많았다.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하는 것이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여기서 결정된 것이 예결위에서 거부되지 않아야 하는데 특위 시스템에서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해도 거부당한다. 예결위에서 조정하다 보면 상임위 심사 내용이 잘려나간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상한 세력이 개입해서 실세가 재미 보고 지역구 이익에 따라간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게 큰 고민이다. 지난 해 예결위위원장 자리다툼도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이 있다. 여야의 차이,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배려 할 것이냐, 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서 여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상임위화된 예결위에서 다루자. 예결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 챙기고 하는 정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의 중요한 사업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상임위에서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 지역의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사업을 시장 같은 곳에서 팔고 사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정상인처럼 살게 만들자. 내가 예결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예결위를 오래 하면 사람 미친다.
강
=이한구 의원께서 예결위 성원이 안 되서 심의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해서 성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쟁점이 없을 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겸임이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특위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무시하고 상임위로 바꾸면 예비심사를 존중하나. 반대다. 특위는 종합 센터의 성격이 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하면 다른 상임위와 배타적인 상임위가 될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한
=상임위화 된 예결위에서는 전체 예산사업의 우선 순위를 심의해서 결정만 한다. 다른 상임위와 어떤 충돌이 생긴다는 것인가.
강
=예결위에서 예산안의 큰 틀만 본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박 겉 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기간 문제 때문에 특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정치논리는 예결위가 상임위 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왕따가 된다. 내가 지난 해 보니 이한구 의원이 고지식할 정도로 예산의 합리성을 따져서 당에서도 왕따가 되는 걸 봤다. 물론 지나친,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극도로 내세워 정치적 고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께서 상임위 운영을 실질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그 동안 상임위를 실질화하자고 해도 잘 안 되지 않았나.
강
=더 성실해져야지. 전반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언론 등 밖에서 더 채찍질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상임위원회는 열 수 있다.
한
=예결위도 꼭 같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잘 되나. 공부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 보고 '나도 노력만 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꼴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어떻게 열심히 하게 할 거냐 하는 거다. 그걸 하자고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거다.
그 동안 전국구의원을 하다 이번에 처음 지역구 의원이 됐다. 나도 지역을 전혀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사업만 챙기다 보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부실한 심의 때문에 개별 지역이나 의원의 이익 챙기기로 간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쓸데 없는 예산을 만들어 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결위가 싸움장이 안 되게 하려면 예결위를 상임위로 돌리고 예산 주권을 국회에 돌려주자. 예산 심의권을 분산시키자. 헌법상의 심의 기간 문제는 없다. 모든 상임위 예비심사는 기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할 수 있다.
두 의원은 그 동안 국회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인식은 공유하면서도 처방은 다르게 내놓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특위로 돼 있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예결위에서 예산의 전체 윤곽을 결정하고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구체적인 예산사업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결위가 지역간 '나눠먹기'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예산심의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와 예산 심의 기간 등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전문가 그룹이 예산 심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탑-다운(top-down) 방식(예산기획처가 각 부처에 예산의 할당금액을 명시한 예산요구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할당금액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 제출하게 하는 예산 편성 방식)으로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꾼 것에 맞춰 기존에 형식화돼 있던 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운영상의 개선을 강조했다.이날 좌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소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다음은 두 의원간 토론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요약. (이한구 의원은 한, 이강래 의원은 강으로 표기) ▶▶ '국회예산심의' 게시판 바로가기
한나라 이한구의원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예산심의 전문성 확보"
우리 이강래의원 "상임위엔 반대…대신 상임위 예비심사 엄격히"
미디어다음
=대의제 국가에서 대정부 견제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통해 가능한데 그 동안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의 독단적인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분이 그 동안의 예산 심의 실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해달라.
예산 심의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는 이한구의원(좌)과 이강래 의원(우) |
강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았더니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예결위에서는 예산안과 관련된 질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예결위는 야당의 특검제 공세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었다. 또 하나는 총선이었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또 하나 문제는 예결위 운영 기간이다. 예결위의 운영 기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정부 지출 계획안이 90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고 예결위에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결국 예결위 활동 기간은 60일 정도다. 예산 심의 기간은 다 해도 두 달이다.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지만 제약이 있다. 정책 질의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질의는 대부분 정치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흐를 때 막을 방법도 없다. 각 당에서 특별한 지침도 주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하게 되면 실질적인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삭감과 증액이 핵심인데 국회의원은 삭감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삭감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행정부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행정부가 '노'(NO)하면 한계가 있다.지난 해에는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모습은 안타깝다.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니 지방공항 관련 예산 문제도 짚었더라. 김제 공항 이야기도 있더라. 나 또한 김제공항 건설을 두둔한 발언도 했다. 그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회계와 국가 예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업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고 이윤 극대화다.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성에 위해 모든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경제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도 있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각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사항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으면 묻힌다.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한구 "세금 나눠먹기 나라재정 엉망…전문가 참여하는 상임위로 전문성 확보"
=내가 3년간 예결위 간사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이 정말 많다. 예산심의 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나눠 얘기하겠다. 먼저 예산심의 구조상의 문제부터 얘기하겠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 형태로 50명으로 구성된다. 16대 의원 273명 중 50명은 굉장히 많은 인원이다. 또 겸임이다. 자연스럽게 예결위 위원들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와도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뜬 봉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원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로서는 일하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예산 심의 과정이) 지난 몇 십년 간 예산 심의가 개판이 됐다.
형편없게 된 것이 경부고속철도다. 처음 사업 계획 발표 때보다 예산이 6배가 더 들어 갔다. 이런 예가 많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보라고 만든 것이 국회인데, 국회의원이 감시를 하지 않고 나누어 먹기 식으로 한다. 각 지역에서 나누어 먹기, 자기 몫을 얼마나 갖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제 보다 예산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예산안에 (예결위원) 의원이 하고 싶은 것 들어가고, 지역사업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또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 사업 프로젝트가 많고 이를 전반적으로 소화하는데도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로 (심의) 기간이 짧다. 또 내용도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대번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만 논쟁이 된다. 정부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끼워놓기도 한다. 의원들에게 그런 예산들을 삭감해주는 척 하면서 정부가 정말 챙기고 싶은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2,3년 전에 추진하다 안된 것도 정부가 제목만 바꾸어서 또 내놓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래도 이것에 대한 심의가 없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는 자료 제출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심의 기간인 두 달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대번에 나온다. 부실한 자료제출이 이루어지고 자료에는 거짓말이 횡행한다.
예산은 사업의 뒷면인데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탁상행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탁상행정도 아니다. 전혀 현장과 맞지 않는다. (관료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예산안에 올린다. 이런 게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심의 기간이 짧아 연계가 안 된다. 감사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예산심의가 결산이나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안 삭감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 돼야 하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 분야에서만 국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예결위와 국감이 잘 조정 안 된다. 예결위를 특별위원회 형태로 둬서는 불가능하다.
운영문제를 보면 야당은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한다. 50명의 의원들이 모이고 언론이 집중한다. 정치공세의 장으로 기가 막히게 좋다. 반면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는 장으로 안다. 더 나쁘다.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을 안 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리인과 행정부를 공격하는 사람이 싸우는 장소가 되었다. 의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건데 구조적으로 이렇게 운영되어왔다.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의 결정도 부정할 수 있는데 사실은 거기서 많은 삭감이 이루어 진다. 증액은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로비가 들어온다. 모든 정당에서는 이것을 활용하려 한다. 예결위가 싸움장으로 변한다. 싸움하다 보면 연말이다. 예결위에 너무 많은 부담은 안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 이렇게 하면 예산 심의의 규모를 분산시킨다. 예결위에서는 예산 총액과 기능별 할당액, 부처별 할당액만 정한다. 나머지는 할당액 범위 내에서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 해라.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예결위 인원을 줄이자. 절반의 인원으로 해서 전문가만 들어가자. 큰 것만 점검하면 되니까. 국민에 영향을 주는 큰 사업만, 중장기적 재정 문제만 심의하자. 의원들이 와서 힘도 못쓰고 지역구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자.
심의 기간도 두 달로 하지 말고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심의하는 것과 똑같이 하자. 상임위로 바꾸면서 5월말까지 각 행정 부처가 예산안 신청 자료를 내면 국회도 같은 자료를 받아 그때부터 같이 심의하자. 거기서 결정 나면 국회 본회의에 넘기자. 그러면 자연스레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부실한 자료제출 안될 것이고, 현장과 다르면 들통나고, 거짓말도 못하게 하자.
그러면 정치공세도 해봐야 효과가 없다. 예결위 규모가 작고 큰 정책의 흐름만 가지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잘 안 된다. 지금보다 휠씬 낫다. 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정감사 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이것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의원들이 활동하기도 좋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예결위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예결위원에게 얘기해봤자 몇 명만 빼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다. 지금 상태로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도 힘들다.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도록 하자. 그러면 상임위가 책임을 지게 돼 예산 심의도 잘 되고 결산 심사도 잘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니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 없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치적 고려들을 예산안에 그냥 반영하면 나라가 잘 되겠느냐. 분야별로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지금 이것을 단절하자. 이강래 "전문가가 예산심의 독점도 폐해…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하게"
=이곳에 오는 도중에 작년 8월에 나온 재정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더라. 이는 장기적으로 맞지만 준비할 것이 많다.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대 때 전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구 의원이었다. 예결위를 매년 새로 구성하고 50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수요 때문에 그렇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수요가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특히 그렇다. 50명씩 4년 하면 200명 정도다. 지역구 출신은 대부분 할 수 있다. 농촌은 수요가 더 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합리성만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안 된다. 특위를 50명씩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아니다. 재정전문가를 공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각 당에서 이런 전문성을 띤 사람을 예결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에 한나라 당에는 재정학자 출신 당선자가 있다. 국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몇 사람들이 나라 예산을 주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전문성 부족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가 예산심의를 독점하는 폐해를 가져와선 안 된다. 상임위의 예비심사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도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예결위를 20명으로 만들어서 2년씩 전문가가 하게 하면 각 상임위 별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소관부처를 기획예산처, 감사원, 재경부의 결산 부분만 하겠다고 해놓았지만 예산 심의는 이들 부처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예결위가 예산심의를 하다 부르면 각 정부 부처가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결위가 예산 전체를 주무르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권한을 더 집중화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 128조 2항을 보면 결산 자료 제출요구는 5월말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산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결산이 형식화되어 있다. 그래서 회계감사권의 이관 문제도 나오는 것이다.
6,7월 정기 국회 전에 예결위에서 결산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국회내의 예산정책처가 생겨서 한나라당이 예산안 문제를 상의하자고 한다고 하는데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냐.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편성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므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 맞춰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지금 또 하나의 문제는 헌법 구조이다.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 등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는 두 달 동안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복잡한 정책질의 하지 말고 상임위 예비심사를 미리 해서 그것을 예결위에서 종합해서 심사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심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심의 과정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지역구가 남원-순창인데 재정자립도가 남원은 12.8% 순창은 11.3%다. 재정자립도가 이렇다 보니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몇 억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지역 의원에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얻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한다. 그런 수요는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소수 전문가로 예결위를 채우자는 것은 위험하다. 이강래 "헌법에 예결위 활동기한 명시…예결위 상임위화(化)는 불가능"
이한구 "예결위가 상임위 아닌 나라가 있나…예결위 상임위화(化) 지금이 적기"
=이강래 의원도 아까 장기적으로는 상임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가 상임위로 바꾸기 위한 적절한 시기인가.
강
=미국처럼 예산안이 법률 형식을 띠어야 한다.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에 있고 예산심의는 법률안 심의와 동시에 이루어 진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한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인가. 헌법을 바꾸면 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헌법 사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법이 탑-다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부터는 기획예산처가 예전과 달리 개별사업을 따지지 않고 분야, 기능, 지역별로 부처별 할당을 한다. 행정부 편성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예산 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의 사업 우선 순위를 행정부 내에서 조정할 때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국회가 그 기준에 비춰봐서 맞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각 부처가 자율에 따라 예산 할당량을 받아내면 각 부처가 받은 할당량 내에서 사업 운선 순위에 대해 상임위가 심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탑 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니까 예산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하는 문제는 별개 문제다. 그게 지역별로는 일리가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낭비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역 수요를 전부 부정은 못한다. 국회 각 부처 상임위에서도 지역 수요를 고려할 것이다. 예산결산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 때도 그 기준이 들어가지 안을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지 개별의원의 활동을 봐주자고 하면 예산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의 수요는 있다. 그래서 분산 시키자는 것이다. 예산의 큰 윤곽에 대해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 없다. 각 상임위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면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 예결위에는 재정 전문가,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개별사업을 터치하지 못한다. 전체 예산 규모, 부처별, 기능별, 정치 사회 문화,때로는 낙후된 지역의 개발 등 공평성의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대로 휠씬 더 개선해야 한다. 개선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다음
=이한구 의원 말대로 상임위가 된 예결위가 예산의 윤곽을 잡는 역할만 한다면 예결위를 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다. 아까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
=예결위가 상임위 활동을 규율한다. 예결위를 특위로 만들어 놓은 것은 16개 상임위 위에 있도록 한 것이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나란히 병렬적으로 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 안 하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 결정권이 없으니 기획예산처로부터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예결위에서 증액하고 끼워 넣고 지역의 민원 해결 창구로 쓰는 것이다.
예산안이 총액으로 주어지면 이를 구체적 사업에 어떻게 배정하느냐 하는 것은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된다. 국회도 하나 하나 사업을 따지면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위냐 상임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예산안 제출 시기와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특위 상태에서도 조기결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달동안 예결위를 하면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걸러진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위냐 상임위냐,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임위를 어떻게 실질화할 것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한
=탑-다운 방식에서는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신청하면 기획예산처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각 부처에 큰 틀을 결정을 해준다. 그것을 가지고 각 정부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가서 이렇게 되었으니 부처별 예산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예비 심사하겠다고 나오겠나. 예결위가 특위로 있는 한 특위로 오면 상임위에서 한 게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각 상임위도 예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다 이렇게 예결위를 상임위로 해놓았다. 선진국 중에 안 하는 곳을 알면 이강래 의원이 한 번 말해보라.
강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와 특위의 차이는 실제 운영의 차이이지 제도의 차이는 없다. 사실 현재로도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화 돼 있어서 일년 내내 할 수 있다.
한
=말만 그렇지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강래 "예결위 상설화엔 야당의 정치적 목적…정치공세 1년내내 하겠다는 뜻"
이한구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 막아야…예산주권 국회에 돌려줘야"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봤자 위원회 임기 차이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정부의 사업 계획이 5월말까지 만들어지고 예산 배정이 끝난다.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에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은 예결위원 수를 줄여서 몇몇 전문가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독식하면 안 된다.
솔직히 예결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일년 내내 소수 전문가들이 국회를 장악하자는 목표가 있다. 예산심의가 야당의 무대가 될 건 뻔하다. 이것을 상설화해 자신의 확실한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공세, 폭로 공세를 일년 내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예결위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상임위 역할이다. 정부의 탑-다운 방식 예산 편성에 맞춰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내실화하면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 지적대로 지난해 예결위에서 야당은 특검 공세로 일관했다. 추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폭로가 많았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때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한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결특위에서 정치공세를 하는 이유는 특위가 의원 50명의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었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크기를 줄이면 이러한 점을 막을 수 있다.
강
=그렇지 않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항상 언론이 주목할 것이다. TV카메라가 항시 대기할 것이다.
한
=예산결산 특위도 상설화 돼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겸임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예결위 정원이 모아지지 않아 예산 심의가 부실화된 적이 많았다.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하는 것이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여기서 결정된 것이 예결위에서 거부되지 않아야 하는데 특위 시스템에서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해도 거부당한다. 예결위에서 조정하다 보면 상임위 심사 내용이 잘려나간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상한 세력이 개입해서 실세가 재미 보고 지역구 이익에 따라간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게 큰 고민이다. 지난 해 예결위위원장 자리다툼도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이 있다. 여야의 차이,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배려 할 것이냐, 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서 여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상임위화된 예결위에서 다루자. 예결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 챙기고 하는 정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의 중요한 사업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상임위에서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 지역의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사업을 시장 같은 곳에서 팔고 사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정상인처럼 살게 만들자. 내가 예결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예결위를 오래 하면 사람 미친다.
강
=이한구 의원께서 예결위 성원이 안 되서 심의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해서 성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쟁점이 없을 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겸임이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특위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무시하고 상임위로 바꾸면 예비심사를 존중하나. 반대다. 특위는 종합 센터의 성격이 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하면 다른 상임위와 배타적인 상임위가 될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한
=상임위화 된 예결위에서는 전체 예산사업의 우선 순위를 심의해서 결정만 한다. 다른 상임위와 어떤 충돌이 생긴다는 것인가.
강
=예결위에서 예산안의 큰 틀만 본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박 겉 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기간 문제 때문에 특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정치논리는 예결위가 상임위 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왕따가 된다. 내가 지난 해 보니 이한구 의원이 고지식할 정도로 예산의 합리성을 따져서 당에서도 왕따가 되는 걸 봤다. 물론 지나친,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극도로 내세워 정치적 고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께서 상임위 운영을 실질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그 동안 상임위를 실질화하자고 해도 잘 안 되지 않았나.
강
=더 성실해져야지. 전반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언론 등 밖에서 더 채찍질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상임위원회는 열 수 있다.
한
=예결위도 꼭 같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잘 되나. 공부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 보고 '나도 노력만 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꼴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어떻게 열심히 하게 할 거냐 하는 거다. 그걸 하자고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거다.
그 동안 전국구의원을 하다 이번에 처음 지역구 의원이 됐다. 나도 지역을 전혀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사업만 챙기다 보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부실한 심의 때문에 개별 지역이나 의원의 이익 챙기기로 간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쓸데 없는 예산을 만들어 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결위가 싸움장이 안 되게 하려면 예결위를 상임위로 돌리고 예산 주권을 국회에 돌려주자. 예산 심의권을 분산시키자. 헌법상의 심의 기간 문제는 없다. 모든 상임위 예비심사는 기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