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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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나 부동산 114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용인 지역에서 8억 원을 호가했던 148㎡ 형은 현장에서는 5억2,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 분당신도시
하지만 국민은행 통계상으로는 이들 지역 집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아래 <도표1>을 보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현재의 각종 주택가격 통계 작성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인 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5만호, 2007년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 분당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이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지정 및 해제에 사용되는 국민은행 주택 가격 지수를 살펴보자.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는 1만9,000여개의 표본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표본 주택들의 가격을 월 단위로 산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은 중개업소들이 시장에서 실제 부동산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국민은행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실제 거래가 성립된 가격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중개업소들이 가장 최근에 거래가 일어났던 과거 가격을 변함 없이 신고하거나 아예 중개업소가 생각하는 예상 거래가격 또는 호가를 불러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올려 놓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아예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이 같은 거래가격의 왜곡은 최근처럼 주택거래 물량이 줄어들 때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활황기에 거래 물량이 늘어 20%가 거래됐다면 이 경우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이 커지는 데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시장 거래 가격에 비춰 가격을 가늠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같은 불황기에 거래 물량이 확 줄어 거래량이 전체 주택 물량의 10%정도로 떨어졌다고 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표본 아파트의 비중은 낮아지고 실제 시장거래 가격을 반영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업무계약을 맺은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거래 사례가 드문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 가능한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신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한 아파트 32평형 경우 국민은행 시세는 하한가가 4억3,750만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 매물 가운데는 3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물론 실제로 이 아파트를 사려면 현재 상황에서 1,000만~2,000만원 정도는 쉽게 깎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시세와는 적게 잡아도 13% 이상의 괴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24평형은 2억4,000만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의 하한가는 3억1,000만원으로 돼 있다. 현장 시세가 국민은행 시세보다 약 7,000만원(22.5%) 더 싼 것이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급매 물건 가격이 6억5,000만원이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최근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은행 시세와 현장 실거래 가격의 괴리가 너무 과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민은행은 중개업소의 신고가격이 실제 시장 거래가격에 근접했는지 여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거의 그대로 인정한다. 기준 시세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현장 실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국민은행의 현장 실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개업소들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신규주택과 기존주택의 거래를 구분하지 않는 것도 가격 통계상의 왜곡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신규주택은 전국에서 매년 40만호 가량 꾸준히 공급돼 왔다. 위에 언급한 2006, 2007년 전체 주택 거래 물량을 기준으로 할 때 매년 주택 거래 물량의 40%에 이른다. 신규 분양 물량이 모두 거래되지 않고 일부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는다고 해도 매년 주택 거래의 30% 이상이 신규 분양 물량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분양물량이 주택 통계상에서 대규모로 반영되게 될 경우 기존에 형성된 주택 가격의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행진이 계속돼온 상황에서는 신규물량 효과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물론 국민은행이나 부동산정보 업체들은 이 같은 신규 물량 효과를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거친 뒤 표본으로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주택지수 통계상에서는 신규분양 물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본으로 포함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신규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고분양가의 영향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신규분양 물량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이 같은 가격상승이 신규분양 물량 공급에 따른 통계 왜곡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원칙도 없이 갑자기 주택가격 통계에 반영된 이 같은 신규 물량의 고분양가가 실제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왜곡할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신규 물량에 의한 주택가격 왜곡 효과는 최근처럼 거래량이 급속히 줄어든 가운데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주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업체들이 여전히 고분양가에 분양하는 물량이 많다면 해당 지역 전체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덜 하락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주택 침체기에는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신규 분양물량이 일정 시점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택 통계에 반영될 경우 그만큼 실제 주택 거래가격과 통계상의 괴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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