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며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안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발언이 전해져 논란을 낳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이 대통령의 주식이나 펀드 권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융위기설을 부인하면서 “나는 직접투자를 못하지만 간접투자상품(펀드)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10월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는 “분명한 것은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헛소리에 길게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낮술에 취한 취객의 헛소리에 맨 정신으로 대구하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만은 지적하고 싶다.


우선, 경제에 대한 그의 저열한 인식이다. 그의 거듭되는 발언이나 행태를 보고 있으면 그가 생각하는 경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며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경제가 아니다. ‘주가 3000간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가가 올라가면 경제 전반이 좋아진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가는 일정하게 그 나라 경제상황을 반영하지만 왜곡이 심하다. 다른 모든 분야가 다 죽을 쒀도 일부 블루칩 종목들만 활황이어도 주가는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인식에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주가 오르고, 집값 오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인식밖에 눈에 띠지 않는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사업 등으로 강북 집값을 띄워 표를 긁어모았으니 그 근성이 어디 갈까 싶다. 하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자기와 주변의 삶이 온통 부동산 투기와 한탕 심리로 점철돼 있고, 온갖 편법과 사기 행위로 범벅이 돼 있으니 그 수준에서 무엇이 보이겠는가?


또 한 가지는 그가 국민들을 주가를 떠받치는 호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발언을 잘 살펴보면 건설사나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때는 국민들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정부 합동으로 건설사와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대책을 발표하던 10월21일 국무회의에선 “총괄적으로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10월 27일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경기부양책으로 점철돼 있는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했다. 또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선 “우리는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의 입구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은 나흘 뒤에 정부는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무리한 과욕과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나 ‘강부자’들을 돕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때는 그는 스스로 위기설을 강조했다. 건설사나 강부자 지원을 합리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일반 국민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다르다. 일반 국민을 향해 나오는 그의 메시지는 ‘위기는 없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주식을 사라’는 식이다. 한 마디로 국민을 호구로 알지 않는 한 이렇게 순식간에 표변하며 정반대 방향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던지지는 못한다. 나는 이런 발언들이 나름대로 매우 계산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선의로 생각해도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듯하다.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일부 국민들을 순간적으로 좀 현혹시켜서라도 그들의 쌈짓돈으로 주가를 떠받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주가를 떠받치면 누가 좋아지는가? 결국 주식시장에 투자를 많이 한 사람이 상대적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과거 일본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연기금을 동원해 대대적 주가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그가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믿는다면 대규모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주가가 실물 경기에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1년 이내에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이번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불과 1,2년이면 극복할 수 있는 경제 위기를 위해 왜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가며 과욕을 부린 건설사 및 부동산 투자자들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가?


지금의 사태를 요약해보자. 2000년대 이후 엄청난 부동산 거품으로 상대적 부유층은 엄청난 자산 가치의 증가를 맛보았다. 이 같은 부동산 거품은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부를 상류층으로 전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부풀어 오른 주가 거품도 일정하게는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거품이 꺼지려 하자 정부는 온갖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연기금으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사용되는 예산과 연기금에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돈이 들어가 있다. 이 돈들을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 상대적 부자들의 집값과 주가를 떠받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부 순진한 국민들의 쌈짓돈까지 털어 주식에 돈을 넣어 주가를 떠받치라고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한마디로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동풍이겠지만,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주식 매입을 권장하겠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자신의 말을 믿고 주식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1년 후 시점에서 투자 손실을 볼 경우 선착순으로 자신의 보유 재산을 팔아서 손실 보전을 해주겠다는 각서를 쓰라. 대통령 취임 전 약속했던 재산 헌납 약속을 앞으로도 이행할 뜻이 없는 것 같으니 차라리 이런 데 돈을 써도 좋지 않겠나?


둘째, 당신과 당신 가족, 당신을 따르는 청와대 직원부터 대대적으로 간접상품 가입이라도 하라. 그리고, 그렇게 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라. ‘지금 주식 투자하면 1년 안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신과 자신 가족들부터 대대적으로 펀드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 또 그렇게 자신이 강하게 믿는 바를 자기 휘하의 청와대 직원부터 설득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되풀이해가며 권해서는 안 된다.


셋째, 그리고 만약 지금 주식 투자해서 1년 이내에 주식 부자가 되지 못한다면 유언비어 유포죄로 조사를 받을 것임을 다짐해야 한다. 미네르바 등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주가나 부동산 가격을 예측한 것을 두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며 수사까지 고려한다고 했던 정부다. 그러면 대통령부터 잘못된 예측을 했을 때에는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이미 이 대통령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수사 대상에 오를 만한 충분한 전력이 있다.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주가가 내년까지 3000은 간다. 제대로 되면 5000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주가는 1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굳이 지금까지 예측의 정확성을 따져본다면 이대통령보다 미네르바나 다른 네티즌들이 훨씬 높다. 솔직히 이대통령처럼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주변에서 보지를 못했다. ‘747공약’부터 시작해 한 마디로 말끝마다 허황된 발언들뿐이기 때문이다. 백주대낮 취객의 헛소리보다 못한 대통령의 말에 이제 신물이 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이 소름끼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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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11. 28.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