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재발의한 이른바 ‘반값아파트’ 법안(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이르면 9월부터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다고 한다. 홍의원이 주장하는 '반값아파트' 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려면 필자가 아고라에 쓴 글(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590951&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케네디언&sortKey=depth&limitDate=0&agree=F)을 먼저 참조하기 바란다. 하지만 홍 의원의 '반값 아파트'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진정한 의미의 '반값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진짜 '반값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진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단서는 바로 현행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배분되는 구조에 있다
. 지금까지 공공택지와 신도시에서 공동주택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땅주인과 거주자, 개발 공기업(토공, 주공 및 각 지방개발공사),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및 투기세력 등에 배분돼 왔다. 그런데 이들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에서 공급돼온 분양주택의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와 건축비가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우선, 신도시개발 발표 시점 이전부터 각종 투기 행위로 인해 땅값이 부풀려져 투기자들과 기존 땅주인들에게 용지보상 과정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돌아간다. 또한 토공과 주공 등이 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차익을 남긴다. 이 같은 공공택지를 분양 받은 시행사나 민간 건설업체들은 각종 금융비용이나 마케팅, 민원처리비 등의 명목으로 건축비를 잔뜩 부풀린다. 여기에 시공을 맡은 민간 건설업체들은 시공원가라고 할 수 있는 직간접공사비와 본사관리비 이윤도 모자라 실체가 불분명한 브랜드가치, 준공보증에 대한 리스크 비용 등 각종 명목을 붙여 폭리를 취해왔다.

 

그런데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 포함)는 이 같은 과도한 건축비를 제어하기는커녕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건축비를 거의 그대로 인정해 기본형 건축비를 마련하는 등 오히려 부풀려진 건축비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해주었다. 그리고 분양가가 높아지면 여론 무마용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해 주택을 분양 받은 당첨자들이 로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투기를 조장했다.

 

요약하자면, 아래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공공택지와 신도시개발 과정에서 부풀려진 막대한 개발이익을 투기세력과 땅주인, 건설 공기업, 시행사, 민간 건설업체, 아파트 분양당첨자들이 나누어 먹고 정작 수혜자가 돼야 할 일반 무주택 서민들은 집에서 쫓겨 나거나 높은 전월세 임대료에 허덕이는 구조였던 것이다.

 

         <도표1> 분양위주 주택정책의 개발이익 분배구조와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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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배분돼온 개발이익 전부를 흡수해 공공 영구임대주택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한다면 깜짝 놀랄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로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별도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공공 영구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기로 하자.

 

먼저 국민연금이나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공공기금 등 공익사업자 또는 영구임대아파트 사업 의향을 가진 은행, 증권사, REITs, 보험사 등 민간투자기관 등을 공익사업자로 정부가 지정한다. 그리고 민간건설업체는 공공이나 민간의 공익사업자가 발주하는 주택건설 공사만을 맡아 공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정부 택지개발건설업체 분양주택 시공이라는 선분양 구조 하에서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조달과 주택시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즉 투자재원 확보는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이, 주택건설은 건설업체가 각각 분담함으로써 영구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익사업자는 건설업체에 발주한 주택건설 단가를 낮추고 품질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2004년부터 추진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판교신도시 개발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06 1차 분양 당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25,000가구 아파트를 전부 분양할 경우 총 개발비용은 6조원, 분양가는 8조원(택지비 5조원+건축비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었다. 또 당시 분당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한 판교신도시 25,000가구의 총 시세는 13조원 가량으로 추산되었다. 이 경우,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발생하는 총 개발이익은 주택건설 개발이익 2조원(분양가 8조원- 개발비용 6조원)과 분양 시세차익 6조원(=13조원-8조원)의 합계인 8조원이 된다.

 

공익사업자로 지정 받은 금융투자기관 등은 전체 개발비용 6조원의 투자재원을 투입해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전체 영구임대주택을 소유하게 된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은 개발이익 8조원을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무주택서민들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해주는 것이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투자기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6조원에 대한 적정 투자수익률만 확보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 등의 투자재원을 활용해 충분히 저렴한 임대료의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건설업체는 적정마진을 보장 받는 주택건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구조인 것이다 

 

공익사업자로서 국민연금기금을 가정하여 영구임대아파트의 사업성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자.

 

2006년 당시 국민연금 전체의 평균투자수익률은 5%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익사업자인 국민연금의 영구임대아파트 투자수익률을 5%로 간주하고, 은행예금이자율은 4%로 가정하자.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과 예금이자율은 상호 연동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때그때 경기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변수다. 즉 은행 예금이자율이 높아지면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도 높아지고,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판교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세 및 전세가는 분당지역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하기로 한다.

   이 같은 조건 하에서 공급되는 집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의 택지 공급 및 시공 과정을 근본적으로 고친다면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싼 값의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우선, 택지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한 번 살펴보자. 토지공사가 밝힌 판교신도시 토지조성원가는 용지보상비 3.7조원과 택지 조성비 4.3조원으로 총 8조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용지보상비도 감정평가제도의 개선과 토지수용 및 보상체계를 바꾸면 더 낮출 수 있지만, 일단 토지공사의 용지보상비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하자. 판교신도시의 총 개발면적이 약 281만평이므로 평당 용지보상비는 약 132만원 정도다. 하지만 용지조성비 4.3조원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용지조성비 4.3조원 가운데는 판교신도시와 서울 등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건설비용이 2.1조원 포함돼 있으므로 실제 용지 조성비는 2.2조원인 셈이다. 이를 판교신도시 총 개발면적 281만평으로 나눠보면 평당 약 78.3만원가량이다. 그런데 실제로 민간토목업체를 이용해 용지를 조성하면 해당 업체에 충분한 마진을 인정해주고도 평당 25만원이면 충분하다. 결국 토지공사가 방만한 조직 유지를 핑계로 용지조성 과정에서 가져가는 개발이익만 평당 53.3만원, 판교신도시 전체 용지에서만 약 1.5조원이나 되는 셈이다.

 

사실은 용지 조성비는 단 한 푼도 안 들어가도 된다. 왜냐하면 대지를 메우고 복토하는 등의 용지조성 작업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업체에 제공하는 토지는 당초에는 거의 다 논밭으로 연약지반이다. 그런데 이 연약지반을 메운다면서 토공은 야산을 깎는 등 환경을 파괴해가면서 농지를 메운 다음 건설업체에 판매한다. 그런데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정부가 잔뜩 메워놓은 흙을 도로 파내는 터파기 공사를 진행한 다음 지하골조 공사부터 시작한다. 한 마디로 토공은 전혀 필요 없는 대지조성 공사를 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취하는 핑계로 삼는 한편 택지비용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토공 등이 용지조성 작업을 하지 말고 용도별로 일정한 구획을 표시해 택지를 공급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토지공사가 용지조성비에 포함한 교통인프라 건설 비용도 이용자 부담으로 교통인프라 건설을 추진한다면 사실 한 푼도 들일 필요가 없는 돈이다 

 

이렇게 따질 경우 판교신도시의 용지조성원가는 용지보상비 3.7조원이면 된다. 이럴 경우 평당 132만원에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판교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평균 용적률 165%를 적용하면 아파트 평당 공급되는 용지비는 80만원에 불과하다. 즉 용지개발이익을 모두 공공 임대료로 환원한다면 평당 용지비는 80만원이면 된다는 얘기다. 위에서 예를 든 32평형 아파트의 경우라면 택지비로 불과 2,56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건축비를 살펴보자. 정부는 2006년 판교신도시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소형주택의 경우 평당 341만원, 중대형주택은 평당 369만원으로 고시했다. 각종 가산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민간 건설업체들이 평당 500만원까지 건축비를 부풀릴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실제로 판교신도시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분양한 아파트들이 밝힌 건축비의 대부분은 평당 400만원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건축비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중에서 아파트 건축하도급 공사를 발주하면 평당 250만원이면 공사를 하겠다는 업체들이 줄을 선다. 이들 하도급 업체들은 평당 250만원에도 최소 20% 이상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흔히 말하는 웬만한 강남 고급아파트에 사용하는 각종 마감재를 다 사용해도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이 같은 건축비에는 지하층이나 주차장, 주변 조경공사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건설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건설대기업이 짓는 것과 하도급 업체가 짓는 것에는 아파트 품질에서 차이가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대기업들도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게 아니라 결국 하도급업체를 선정해 시공을 맡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평당 건축비를 250만원으로 잡는다면 32평형의 경우 8,000만원이면 된다.

 

이처럼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 2,560만원에 건축비 8,000만원을 더한 다음 감리비와 설계비 등 기타 비용 10% 정도를 더 감안할 경우 32평형 아파트의 총 분양가는 11,616만원이면 충분하다. 이 같은 분양원가를 바탕으로 영구임대사업을 전개할 경우 아래 <도표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임대사업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영구임대주택을 소유하는 순간 곧바로 43,919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며, 이 시세차익을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 입주자 임대료는 월 -134.6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입주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 134.6만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해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부는 입주자에게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돈까지 합쳐 향후 지속적으로 영구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해갈 수 있는 막대한 기금을 축적할 수 있다. 또는 여기에서 발생한 재원을 축적해 영구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상당액의 주거보조비를 매월 지급해줄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집값이 대폭 하락해 시세차익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임대주택사업이 성립하게 된다.

 

                       <도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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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례에서 성남 분당의 32평형 아파트 시세가 2억 원까지 하락하고 전세임대료가 매매 시세의 60% 수준인 1 2,000만원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경우에도 아래 <도표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충분히 사업이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주변 시세가 약 15,000만원까지 떨어져도 사업이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변 주택시세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용지 보상비 또한 떨어져 분양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설사 시세가 15,000만원 이하로 폭락한다고 해도 이미 집값 안정이 필요 없을 만큼 시세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적절한 시점에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을 주택시장에 매매용으로 내놓아도 무방하다.

 

                 <도표3> 주택가격 폭락시의 사업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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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본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주택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공익성을 강화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저렴하고 쾌적한 영구임대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병행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게 확대된다.

 

노무현정부도 그랬지만, 지금의 이명박정부는 더더욱 그럴 의지도, 그래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집값 거품을 완전히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의 무지가 엉터리 정책남발과 도덕적 해이의 근원이다. 무지하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며 관료 짓을 그만 두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도시계획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무작정 용적률을 올려 분양가를 겨우 15% 내리겠다는 것으로 생색을 낸다. 한나라당 준표 원내대표는 이미 수십 년 전 서울시 시유지에 지은 서울 회현동이나 용강동 시민아파트 사례를 볼 때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반값 아파트라고 떠벌리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자식세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욕과 사리사욕 그리고 무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후안무치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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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7.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