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예정보다 나흘 앞서 발사대에 장착한 것으로 확인돼 발사일을 앞당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오늘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문제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가진 'yjw23'님이 우리 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 올린 '직시해야 할 북한 위협의 한계'라는 글을 좀더 많은 분들께 읽히고자 소개합니다. 최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사태와 관련한 북한 태도에 대한 훌륭한 분석입니다.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우주개발의 일환으로 4월 4∼8일 사이에 통신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지난 3월 11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통보했다(ICAO 전문 바로가기). 이에 대해 미국,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남한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남한과의 무력충돌을 시사하고 개성공단을 수시로 차단하는 등 남한에 대해서도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남한에 대한 적대정책은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 불이행, 제63차 유엔총회에서 있었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남한의 공동제안, 탈북자 단체의 삐라살포에 대한 남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만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는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2008년과 달리 비난을 자제하는 등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나타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한 보수언론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그렇게도 원하면서 기회를 걷어차는 북한 당국의 처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두뇌에 고장이 생겼거나 내부 상황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판단마저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상당한 강수를 두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시각에 따라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정상적인 대외정책 결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일정한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얼핏 보기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 일정한 목표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남한과 미국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를 살펴보자.

 

북한은 지난 2월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통해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요격 가능성을 시사했고, 북한은 미국과 일본이 그러한 시도를 할 경우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은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를 실행에 옮길 경우 실(失)보다 득(得)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중동에서 벌여놓은 전쟁을 수습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관계 정상화와 국제경제 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동일한 대답만을 반복했다. 북한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을 압박하여 북한에 주목하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최근에 있었던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해 체제결속력을 다질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는 남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된다. 반면 북한이 발사를 실행에 옮길 경우 UN 안보리 결의안 제1718조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UNSC 1718 전문 찾아보기). 그러나 조악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인공위성으로 판명될 경우 UN 결의안 1718조 적용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며, 설령 제재가 가해진다 하더라도 현재 북한이 받고 있는 제재의 수준을 감안할 때 추가제재가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압박은 미미하다 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발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을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발사를 시도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발사는 내부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북한의 극단적인 선택의 일환인가,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가. 

 

  이와 관련해 북한은 다소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겠다고 미리 통보한 것이다. 1998년 동해상으로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국제사회에 어떤 예고나 통보도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위험좌표를 제시하는 ‘친절’을 베푸는 한편, 인공위성 발사 관련 국제조약에도 가입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요격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로켓발사를 적대적 행위로 간주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 협상력을 높이고, 남한 정부를 압박하며, 대내적으로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로켓발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이를 공격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사인(sign)을 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눈치 채서였는지 미 국가정보국(NI) 국장인 데니스 블레어는 1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으며,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19일 북한이 현재 일본 오키나와, 괌,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에 의한 단기적이고 명백한 도전행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움직임에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를 이렇게 본다면 최근에 벌어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의 의도와 범위 역시 보다 분명해진다. 즉, 북한이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간의 조약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을 자극할 정도의 긴장상태를 한반도에 조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북한은 군 통신선을 절단하고 남북간 육로통행을 금지해 남측인원을 실질적으로 감금하는 등 긴장상태를 조성했으나 키리졸브(Key Resolve) 한미 합동군사훈련(3. 9~20)이 끝나자 이러한 조치들을 해제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남북교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이는 [도표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북교역이 늘어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의 남북교역량은 18억 2,000만 달러로 2007년의 17억 9,700만 달러에 비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내용을 보면 보다 흥미롭다.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은 2007년 3억 1,900만 달러에서 2008년 6,700만 달러로 약 1/5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남한 정부의 대북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성 거래와 비결제성 거래를 비롯한 남북 총교역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남북교역의 관성이 민간영역에 의해 유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북한이 정부차원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민간차원과 함께 실리를 추구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 이와 같은 관성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2009년 1월의 남북교역량이 1억 1,302만 달러로 전년 동월의 1억 4,050만 달러에 비해 약 19.6% 감소한 점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북한이 외화수익원이 다변화된다면 이명박 정부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이 보다 강경한 수단으로 남한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가늠해보았다. 지금까지 본 바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미국 등에 공격적인 행위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물론 미사일 발사는 여러 가지 의미와 효과를 갖는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의도 역시 일정한 한계와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실리를 취하면서도 남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대미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위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통해 남한과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그러한 압박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민감한 시점에서는 그러한 온도차를 감지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판세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이미 어떤 그림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이에 반해 남한은 원칙고수로 일관하고 한미공조를 근거로 통미봉남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북한과의 소통은 뒤로한 채 현 정부가 내세운 대북정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필요한 것은 위기의 한계를 명확히 직시하고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위협을 과대평가해서 부화뇌동하거나 우리 정부처럼 원칙론만 내세워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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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26.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