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의 좌초 책임론에 대해 “당시 서부이촌동 주민 동의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사업을 결정했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갑자기 개발 계획에 포함돼 재산권 행사를 제약 당했던 서부 이촌동 주민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하기는커녕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행태다.


1) 주민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에 대한 '최종' 주민동의율은 57.1%였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해명이다. 오 전 시장측은 스스로 2008년 10월부터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은 오 전 시장의 ‘제2차 한강르네상스계획’ 발표 한 달 후인 2007년 8월 17일 결정됐다. 합의 2주 후인 2007년 8월 30일부터 서울시는 서부이촌동까지 포함해 토지거래허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상의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 전 시장측이 주민 동의 절차에 들어갔다는 2008년 10월보다 1년 여 전부터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정해놓고, 주민들 반발이 일자 형식적 동의절차에 들어간 것이었다. 관이 결정해놓고 나서 요식행위에 가까운 동의절차를 이끌어낸 것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개발업자들은 온갖 장밋빛 환상을 유포하는 한편 반대 주민들에 대한 압박을 통해 ‘억지 동의’를 끌어내기 마련이다. 실제로 2008년 3월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주민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공무원을 사칭하거나 무단 정보 수집 등을 자행하면서까지 반대 주민들을 압박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인 절차이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도시개발 진행과정이었을까. 전혀 아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아파트에 내걸었던 구호 그대로 ‘독재개발’이었을 뿐이다. 오 전 시장측은 당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민 의사를 사전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사업이 결정된 2007년 8월 이후에도 반대 주민들의 의사는 거의 무시당했다. 실제로 2007년 10월부터 주미들은 서울시를 항의방문하거나 항의시위 및 촛불집회, 행정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이로 인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 파산 위기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물론 나도 용산개발사업이 좌초된 책임을 오 전 시장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떠안은 4.5조원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계획을 세운 코레일, 이를 부추긴 국토해양부, 당시 ‘버즈 두바이(현재 버즈 칼리파)’ 건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장밋빛 환상을 부추긴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 오 전 시장의 잘못된 결정을 제어하기는커녕 영합했던 서울시 간부들 등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많다.

그렇다고 오 전 시장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무책임과 파렴치함의 극치다. 오 전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다.

첫째, 서부이촌동 지역까지 통합개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이며 이는 ‘한강르네상스’ 계획 추진에 대한 자신의 욕심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서부이촌동 지역은 제외하고 코레일의 철도정비창 부지만 대상으로 했던 사업이었다. 이렇게 할 경우 한강변과 사업예정지가 분리되는데, 오 전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서부이촌동 지역을 포함해 한강변까지 사업대상지를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이해관계자들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계획안에 따르면 코레일의 철도정비창 부지 등 정부나 공공기관 소유 토지가 99.7%여서 부지 매입과 이해관계 조정에 거의 장애물이 없었다. 그런데 서부이촌동이 사업계획에 포함되면서 민간 부지가 0.3%에서 11.5%로 크게 늘었다. 면적 비율로는 그나마 크게 안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이해관계자 수에서는 훨씬 더 커져 버린 셈이었다. 당초에는 10여 개 주체의 이해만 조절하면 됐으나, 서부이촌동 편입으로 2200여명의 주민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당시 시점에서 입주 5년밖에 안 된 아파트단지가 사업부지에 포함되게 되면 상당수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많은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며, 조율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은 사업 지체와 금융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 결과 사업 추진 주체들은 이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용적률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사업 지체의 악순환으로 다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용산개발사업은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됐다. 또한 이 같은 사업 지체와 비용 증가에 대한 책임은 논외로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의 잘못된 결정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눈물을 생각해 보라. 이것만 생각해봐도 오 전 시장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작지 않다.

둘째, 공익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잘못이다. 이 부분 또한 오 전 시장의 책임이 매우 큰 부분이다. 용산개발사업은 공공과 민간의 토지를 대상으로 민간자본이 참여해 사업을 추진해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을 향후 나누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도시 개발사업의 경우 전체적인 도시 계획상의 조화나 균형, 그리고 주민들의 이해와 욕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전달, 요구하는 것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다. 여기에서 도시계획상의 여러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이 같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진 주체였다. 그런데 오 전 시장과 당시 서울시 관료들은 이 같은 주민들의 이해와 욕구를 수렴하고 도시 계획상의 공공성을 관철시키기보다는 개발업자들이 내세우는 장밋빛 환상에 젖어 수익성에 치중할 뿐 공익성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법에 정한 기부체납과 임대주택 비율을 확보하는, 행정적 절차만 겨우 따랐을 뿐이다. 이미 당초 코레일이 제시한 평균 용적률 580% 개발계획안만 해도 과밀 개발과 주변 교통 혼잡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는 이 같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하면서 오히려 용적률을 608%까지 올렸다. 앞서 말한대로 서부이촌동 편입으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 완화를 요청한 때문이었다. 더구나 용산개발사업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규정도 전혀 두지 않았다. 2200명이 넘는 주민들을 사업대상에 포함시키고도 사업자들이 이들의 요구를 존중하도록 하는 제대로 된 장치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부동산 경기 예측에 실패한 것은 물론 부동산 경기 악화를 겪고 나서도 계획을 바로잡지 않은 잘못이다. 이 부분은 오 전 시장 혼자 책임져야 할 부분은 분명 아니다. 무엇보다 시행주체 측의 오판도 크다. 하지만 오 전 시장과 당시 서울시 관료들도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경제문제에 대한 이해가 크게 떨어지는 오 전 시장과 그 보좌진들이 부동산 경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오 전 시장이 통합개발 결정을 내렸을 때까지는 온 나라가 부동산 거품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그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할 때부터는 사업을 재고했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그를 보좌하던 2008년 1월경 나는 “부동산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독대해 따로 보고한 적이 있다. 그 같은 보고가 용산개발사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히 그 같은 사업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몇 개월 후 나는 서울시를 떠났기에 이후 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시점에는 용산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어야 한다. 특히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에 대한 판단을 반드시 재고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용산구를 통해 올라온 용산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했고, 2009년에 용산개발구역을 확정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과시적 치적 사업 추진이라는 욕심에 눈이 흐려져 무모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제 이 글을 맺도록 하자.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 전 시장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유학 후 1년 가량 그를 보좌했던 일이 이제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경력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를 떠난 뒤에도 그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삼가려 했다. 하지만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운운했던 그의 태도도 그렇고, 새빛둥둥섬이나 이번 용산개발사업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그의 파렴치한 태도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 전 시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오 전 시장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고 책임질 주체들은 너무나 많다. 굳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가 부동산 거품기의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가 이제야 깨어났는데, 자신만이 희생양으로 지목되는 듯한 심정일 수 있겠다. 그렇다고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희생양이 된 사람이 아니다. 책임론에서 분명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특히 지금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매우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 이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거나 사죄하기는커녕 책임을 온갖 곳으로 떠넘기고 있다. 도대체 그가 책임이 없다면 누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용산개발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한국 사회가 두고두고 타산지석으로 되새겨야 할 대표적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오 전 시장의 무책임한 변명에 대한 비판이 중심인 글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생략했다. 양해를 구한다.
by 선대인 2013. 3. 17. 10:56

  

우리는 경제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경제신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일간지의 경제면, 방송의 경제뉴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제 관련 섹션들도 정보를 얻는 주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정보는 넘쳐나지만 거짓 정보나 엉터리정보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100만 명에 이르는 하우스푸어들도 이런 엉터리 경제정보에 속아 판단을 그르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제정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할까. 일례로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매일경제신문(매경) 사이트에서 집값 바닥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2009년 이후 집값 바닥론이나 집값 상승론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집값이 오르는 쪽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이 마치 그대로 실현될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기사의 제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솔솔 부동자금 기웃 (20101024)

"올해 집값 본격 상승"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11112)

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2011310)

집값 오른다기대심리는 강해졌는데 (2011914)

주택산업연구원 "전세금 2014년에나 하락 반전할 것" (20111012)

강남집값 꿈틀! 서초동아파트 30% 할인분양 (20111213)

강남 집값 바닥쳤나실거래가 2천만원(2012422)

경매 급감, 집값 바닥 신호?3분기 물건 12년 만에 최저 (20121008)

집값 바닥탈출 5징후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도 팔린다

전세금 비율 62%까지 치솟아 거래량 `진바닥` 수준에 근접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오른다 강남재건축 급매물 모두 소화 (20121024)

매경이 얼마나 집값 바닥론군불을 열심히 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전혀 실의에 잠기지 않고 2013년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를 되풀이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꾸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른다.

집값 하반기 상승 가능성전세금 강세 지속될 듯 (201312)

"올해 부동산시장은 상반기에 바닥을 친 후 하반기에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상반기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업계학계금융계 등에 종사하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1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는 집값 바닥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올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투자방법으로는 기존 아파트 중 가격이 싸게 나온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 매입은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하 생략)

사실 이 기사는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뒤 대다수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전형적인 부동산 전망 기사다. 상반기에는 부동산이 침체되지만 하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다는 상저하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기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반등 시점이 연기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오면 상저하고를 되뇐다. 독자들을 6개월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존재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무책임한 보도다.

또한 이 보도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말 사심 없는 객관적 전문가인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금융계도 집값이 올라주기를 바라는 곳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 학자들은 대부분 건설업계의 용역을 받거나 부동산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선택된 사람이 아니라 해당 기자가 입맛에 맞춰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평소 기자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전문가로 포장돼 지면에 소개되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이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예전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반대 기사를 버젓이 내놓는다. 매경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하던 225박근혜정부 성공 이것에 달렸다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순서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1면 등 주요 면에 모두 7개의 기사를 깔았다. 더구나 집값 20% 떨어지면 중산층 붕괴’ ‘부동산 침체 지속땐 깡통주택 속출은행부실’ ‘DTI규제, 가계부채 억제효과 적다’ ‘건설불황에 일자리 12만개 날아갈 판등 부동산 부양책을 안 쓰면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극적 제목을 달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보도는 고사하고 연초만 해도 상저하고라며 곧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처럼 보도했던 신문의 보도가 두 달도 채 안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연초 전망대로 라면 가만 놔둬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텐데도 이제는 금방이라도 부동산시장이 파탄날 것처럼 대대적 부양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7개 기사 가운데 국민 10명중 7부동산 부양책 필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대표적이다. 매경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9%에 이르렀다. 이는 막연히 주택거래가 활발해져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일 뿐이다. 실제 기사내용을 보면 오히려 국민 다수는 구체적 부양책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59.7%로 찬성하는 사람 40.3%보다 상당히 많았다. 또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55.5%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45.5%를 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52.3%로 찬성 의견 47.4%를 웃돌았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선 찬반이 거의 비슷한 반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 증축 허용의 경우에만 70.1%가 찬성했다. 결국 다섯 가지 부동산 부양방안 가운데 다수 여론이 찬성한 경우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매경은 마치 부동산 부양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처럼 제목을 뽑은 것이다. 교묘하게 제목을 달고 기사를 작성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들 주장대로 몰고 간 전형적인 경우다.

매경은 이어 양도세 중과 없애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기사에서 부동산 살리기 매경 10대제언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로 통합, 주택 증여 1억원까지 세금 감면, 용산 역세권 개발 조속히 해결 등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방안들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LTV 금융 규제 완화까지 들어있다. 이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동산업계나 건축사무소 관계자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 전문가인 포장해 해당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연구원은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데도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고, 한 때 부동산컨설팅업체의 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 교수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 유일하게 인용된 사람마저 부동산 다주택자다. 이해관계자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정책 제언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매일경제신문을 예로 들었지만 대다수 다른 경제신문이나 일간지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이 크게 다른 기사들이 이처럼 양산되는 것은 이들 언론이 가진 이해관계 때문이다. 가계 투기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거나, 정부를 압박해 부양책을 내놓게 할 때 그들이 묘사하는 부동산지장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지만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들의 주요 광고주인 건설업계나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보도의 대부분이 광고주의 압력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비판적 보도를 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이미 삼성이 잘 보여준 바 있다. 김용철변호사의 증언으로 불법비자금과 편법 증여 문제가 드러난 뒤 삼성은 이 문제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한겨레신문><경향신문>에 광고를 끊어버렸다. 삼성은 2년 넘게 두 신문에 광고를 거의 싣지 않았고, 두 신문사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한국 언론이 광고주인 재벌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직한 기사를 쓰려면 회사의 경영 악화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관련 기사들에서도 객관적 전문가인 양 인용하는 사람들이 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후 문제에 관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주로 보험사, 또는 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계 연구소다. 이들은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부풀리는 등 공포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한국의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삼성, 현대, LG 등 재벌계 연구소가 경제공룡인 재벌그룹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심지어 같은 연구소의 외부용과 내부용 보고서 내용이 상반될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재벌계 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에 가까운 보고서를 돌렸다. 이 정도면 의도적인 여론조작에 가깝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정보 역시도 정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부터가 임기 중에 주가지수가 3천을 간다느니, 5천을 간다느니 하면서 기대 심리를 부풀린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고위 관료들은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업계와 유착된 경우가 많다. 그들의 퇴직 후 생계가 관련 업계에 달려 있고, 이미 자신들의 선배가 거기에 가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뻔하다. 이들이 일반가계를 위한 정책과 정직한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기 전 주무 장관들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많지만 무주택서민들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직한 경제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 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사나 뉴스라면 그 진실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망을 되풀이해서 내놓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10분 정도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에 관한 좋은 책들로 가짜 정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이는 교양도 쌓고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힘도 키울 수 있기에 수고롭지만 충분히 보상이 되는 일이다. 재벌이나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연구소나 사회적 기업, 언론을 찾을 필요도 있다.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은 빚지지 않는 가계 살림을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상담 활동도 벌이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방송을 표방했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 가운데 관심 있는 주제들부터 찾아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가계를 위한 정직한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연구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정보균형이라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일반 가계 입장에서 재벌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정직한 경제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모태로 독립적인 경제미디어를 구축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3. 2. 26. 09:32

 

안녕하세요. 제가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던 관계로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제작한 ‘2013 부동산 보고서편을 뒤늦게 보고 시청 소감 올립니다.

1. 지금의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까지 이른 데에는 선량한 가계를 투기심리를 부추겨 고분양가 폭리를 취해온 건설사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와 산하 LH공사, 인천시와 같은 각종 지자체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줬습니다. 일반 가계들 입장에서 일해야 하는 공복들이 일반가계의 장밋빛 환상을 부추겨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는 행태야 말로 이 나라 서민들이 왜 계속 골병이 들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2. 제도적으로는 선분양제와 선분양제와 짝을 이뤄 3~5년 거치 원리금 분할상환 또는 일시상환하게 하는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민간건설자본은 취약한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수요 급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선분양제는 이미 건설업체가 과포화상태인 지금은 시대착오적 정책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평생 살면서 사게 되는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 상태가 아닌 주택업체의 홍보물만 보고 사야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영종신도시 입주 주민들이 만약 지금의 완공 상태를 봤더라면 누가 그 비싼 가격에 거기에 들어갔겠습니까?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합니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3. 지금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떠들고 있는 하우스푸어대책은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몇 줄의 글로 선심쓰는 것은 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 기율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지연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등 한국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옵니까.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부동산 거품에 책임이 없지만 불똥이 튀고 있는 88만원세대나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취약계층, 그리고 무주택서민들에 먼저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도 나왔듯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집주인들보다 세입자들의 입주 시점과 정황을 판단해 법적 대항력을 키워주고 그들이 세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일정한 거주 기간을 보장해준다든지, 아니면 그들이 그 집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해법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그들이야 투기적 탐욕을 부린 사람들도 아닌데 애꿎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부터 지원하는 게 우선이지요. 이번 <피디수첩>은 바로 깡통 전세세입자들의 문제를 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잘 만든 수작입니다.

하우스푸어들은 분명히 빚 권하는 사회의 구조적 희생자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최종 책임을 그들이 안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들에게는 공공 차원의 대대적인 재무 컨설팅을 통해 부채조정을 위한 자구노력을 실행하게 하고 채권자인 금융권의 약탈적 대출에 책임을 물어 연체 이자를 재조정하게 하는 정도의 조치에서 그쳐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을 때는 그들이 제기할 수 있도록 개인신용파산 및 제기 절차를 금융권이 아닌 가계 중심으로 개혁하고, 신불자 재기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주는 것이 공공의 올바른 해법입니다.

4. 옥의 티하나를 거론하라면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나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이 등장해 마치 전세입자들편인 것처럼 보도된 사정입니다. 그 관계자들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현재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기보다는 안이하거나 오히려 선동성 정보들을 통해 가계의 무리한 투자를 부추긴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서민의 편인 양 등장하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좋게 이해하자면 과거에 그랬던 그들조차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를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건설산업연구원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이라는 수식어 정도는 달아서 일반인들이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닌 이해관계자라는 것은 분명히 알도록 했어야 합니다.

5. 끝으로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 줬습니다. 저는 그 동안 수도 없이 주택담보대출이 정책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영된 파주시의 한 아파트 부채 실태 분석을 도와주면서 살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 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파주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인기 지역이고 중대형 열풍이 가라앉은 뒤 뒤늦게 입주한 아파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해도 정말 너무 심각했습니다. 전체 933가구의 84.5%가 대출을 얻었고, 73.1%가 전세를 끼고 있습니다. 대출 받은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이 3억원이 넘고 전세액을 포함한 타인자본 총액은 3.89억원이나 됐습니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액의 규모도 커 부동산 하락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그림1>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호가 위주인 다음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두 번째 그래프) 이미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뜁니다. 특히 아예 100%이상인 가구는 1.8%에서 15.1%로 급증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세 번째 그래프)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이들 가구는 이미 깡통아파트, 깡통전세인 셈입니다.

이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인 임기응변책으로 끝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별 부채 실태를 조사해 위기 관리 시나리오를 하루빨리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가계부채 폭탄의 화약고를 단계적으로 분산시켜 터뜨려서 통제해야지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착륙 미명 아래 계속 부동산 거품을 키우다가는 정말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림1>

주) MBC 피디수첩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3. 2. 14.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