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근혜당선인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하우스푸어 구제가 당연한 듯이 접근한다. 언론들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제스춰를 쓰면서도 대체로 그런 조치를 수긍하는 듯하다. 굳이 한다는 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의 개인적 선택을 문제 삼을 뿐이다. 반면 왜 이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졌는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구조적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말하기보다 누가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부정치권과 건설업계, 금융권, 다수의 언론들, 그리고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 말이다.

노무현정부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개발구역 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인천 송도신도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개발만 부추기고 심각한 재정 부담만 남기고 말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동시다발적인 뉴타운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질렀다. 이 같은 뉴타운 정책이 먹히는 것 같자 당시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우리당까지 합세해 초당적으로 뉴타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008년 뉴타운돌이들의 사기성 헛공약으로 뉴타운 재개발 집값은 더욱 부풀어올랐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열풍에 가세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나온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도 부양책 일변도였다. 그러면서 집값이 떨어질 때마다 DTI규제 해제나 완화 등 단기 미봉책을 내놓아 가계 부채 증가를 조장했다. 그 결과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5년 동안 202조원 가량 늘어난 가계부채가 이명박정부 43분기 동안에만 26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었고 멀쩡하던 가계들이 하우스푸어로 대거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대책 내놓을 때마다 금융위나 국토해양부는 늘 금융업계나 건설협회 관계자들만 만나왔다. 무주택서민들이나 많은 빚을 진 가계 또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나 금융소비자단체들을 만난 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늘 나온 대책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민원성 대책들이었다 (미분양 매입, 양도세-취득세 완화, DTI완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하는 제도,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후분양제 폐지 등). 늘 서민을 팔지만 늘 대책의 수혜자는 건설업계, 금융업계, 부동산 부자들이었다.

건설업계는 어땠나. 건설업계는 부동산 호황기 때 선분양제와 분양가 자율화 등 공급자인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들을 이용해 고분양가로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다. 금융권은 메가뱅크론등을 내세우며 매출 및 외형 확대 경쟁으로 2기 신도시 등의 집단대출을 통해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떠안게 했다.

정부정치권의 정책이나 건설업계-금융권의 펌프질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다. 이들 언론들은 광고단가가 센 아파트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홍보성 일변도 기사를 쓰고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논리들을 전파해왔다. 상당 부분 가계부채를 동반한 투기적 요인 때문에 집값이 뛰었음에도 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뛴다는 식으로 시장수급에 따른 상황인 것처럼 호도해왔다.

그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내놓은 선동 레파토리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음은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자금 80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실수요를 나타내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 매매가가 오른다/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후 집값 폭등한다 등등. 이들의 선동에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아무런 반성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잘못된 정책과 이해관계로 오염된 정보환경에서 양산된 피해자들은 넘쳐나는데 이런 피해자를 양산한 장본인들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다. 이런 식으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들만 늘어날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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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 25. 10:27

 

안녕하세요. 이미 소개드린 대로 오늘(15일) 저녁 7시반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후분 쪽에 위치한 '벙커원'에서 <2013년 경제전망>강연회를 갖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국내 주택 가격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떻게 얼마나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에 관한 주택 가격 하락 시나리오를 발표합니다. 공개강연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이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편한 마음으로 방문하셔서, 험난한 파도가 밀려드는 한국경제의 흐름을 읽고 새해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날 공개하게 될 내용을 담은 <2013년 경제전망>특집이슈보고서를 1월15일까지 연간구독회원으로 신규 가입하시는 분들께 무료 제공하는 회원가입행사도 오늘 자정에 끝납니다. 흔치 않은 기회 잘 활용하셔서 경제적 안목도 키우시고 저희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도 후원해 주세요. 더 좋은 연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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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 15. 11:20

 

 

국내 기득권세력들의 엉터리 주장들은 때로는 매우 그럴듯한 원론적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세금이 오르면 기업 경쟁력 떨어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등등. 그런데 이런 건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라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늘 '모든 조건이 동일'합니까?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들은 좋지만 모자란 세수를 부가세에서 걷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다수 서민들 세금 부담은 늘고 물가는 오르고, 물가가 오르니 내수는 위축되겠죠? 내수가 위축되면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요. 이게 현실경제의 메커니즘입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니 이에 대한 수요, 즉 고용이 준다는 게 미시경제학의 원론적 주장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최저임금이 그 나라 국민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결과입니다. .

오히려 거시경제 관점에서 보면 최저임금이 낮아 노동자들 소득이 줄면 결국은 기업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유효수요도 줄고, 이는 결국 기업의 일자리 창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시경제 관점에서 통하는 얘기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반대로 작동하는 겁니다.

 

이처럼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현실의 진공상태에서 아주 단순한 변수만으로 도출한 원리를 복잡다단한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 매우 위험합니다. 경제현실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 이론과 모델이 있는 것이지, 이론과 모델에 꿰맞추기 위해 현실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많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주장이 이처럼 구체적인 경제현실을 분석하지 않고 한 단면만을 설명하는 원리 등을 가져와 기득권 옹호에 활용합니다.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 활동 위축된다는 게 그런 식이죠. (한국경제규모에 한국처럼 법인세 낮은 나라가 어디 있나?) 그런데 그 결과 세수가 부족해 부가세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위축된다는 얘기는 절대 안 합니다.

 

세목이나 세율 조정도 그 나라 살림살이에 필요한 적절한 세수를 어떻게 형평성 있게 마련하느냐 하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경제학 원론의 한 부분만으로 그 복잡한 진단과 분석을 대체해 버리는 겁니다. 그런 식이라면 법인세뿐만 아니라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나 유류세나 모두 내려야죠.

 

저는 시장원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한편으로는 가능하면 시장원리가 건전하게 잘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국내 기득권세력들이 주장하는 시장원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시장원리'를 참칭하며 사실상 시장원리를 욕보이는 겁니다. 재벌을 옹호하고, 독과점담합에 침묵하고, 친시장을 친소비자가 아닌 친기업이라고 부르짖는 게 시장원리라니? 그런 건 시장원리가 아닙니다. 기득권 옹호 논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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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 11.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