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저성장에 시달릴 한국경제에 북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 경제개발 경험과 북한의 저렴한 숙련 노동 및 광물자원과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대륙으로 뻗어갈 수도 있다. 이런 판에 전임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물밑 창구 다 끊긴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개성공단마저 문 닫게 생겼다. 남북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여 전쟁억지 역할을 하던 보루마저 닫혔다. 남북 경제통합의 미래도 함께 닫히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경제가 그렇듯, 북한 문제도 이명박정부에서 저질러진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야 단기간에 쉽지 않고, 박근혜정부가 그럴 능력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대북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일정한 변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동안 국방부의 강성발언만 나올 뿐 박근혜대통령의 존재감이 크게 안 보였다.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박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남북간 대치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돼 남북간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다시 증진되기를 기원한다.

다만, 필자는 북한문제 전문가는 아니기에 그와 관련한 논의는 생략하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위기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쉽게 잊어버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 위협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전임 이명박정부나 다수의 기득권언론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북한이 한국경제에 위협 요인인 것처럼 다뤄왔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한국경제에 가진 기회의 측면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물론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붕괴한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 기회 요인을 따져보기 전에 통일비용에 대한 논란을 잠시 살펴보자. 통일비용은 연구자나 연구기관에 따라 최소 500억 달러에서 최대 5조 달러까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환율로 약 55조원에서 5500조원까지 100배 가량의 편차를 보인다니 과연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사실 통일비용은 통일비용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정 방법을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세현의 정세토크>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통일비용 논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남북간의 군사적, 외교적 긴장관계와 이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을 일컫는 분단비용은 통일이 되면 사라지게 되므로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을 빼서 계산하는 게 옳다는 점이다. 둘째는 통일비용만 고려할 뿐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계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통일비용 논쟁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통일이 한국에 위협요인 또는 부담요인으로만 인식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는 남북관계가 20~30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질서정연한 통일로 이어질 경우 비용보다는 편익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여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지는 한국경제에 가지는 잠재적 기회 요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다. 북한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60달러, 공장부지는 평당 15만 원 정도다. 특히 북한의 노동자는 남한의 관리자와 언어 소통이 자유롭고 숙련도가 높은데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남한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인력이다. 특히 남북 경제가 통합된다면, 저렴한 인건비 등을 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 투자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북한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 같은 수출기업들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 수준을 끌어올려 통일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남한과 북한의 비교 우위에 따라 남한의 첨단기술 집약형 경제와 북한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남북이 서서히 경제협력 단계를 거쳐 경제공동체 단계에 이르면 현재로도 7500만 명 가까운 내수 시장을 가지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 이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경제계획을 통해 고속 성장했던 남한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낼 경우 북한 주민의 구매력도 빠르게 신장될 수 있다. 그 경우 상당히 큰 규모의 내수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통합된 한반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세계 7~8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좀 더 단순하게 보더라도 북한과의 경제적 통합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인 저출산 고령화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11년 현재 남한 인구4875만여 명의 중간연령(median age)38.4세다. 북한 인구 2445만여 명의 중간 연령은 32.9세다. 이 두 인구가 합쳐지면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중간 연령이 36.6세 정도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식으로 2011년 기준 남한의 합계 출산율 1.23명이 경제공동체가 되면 1.49명으로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경제 통합만으로도 저출산 고령화가 상당히 완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통합된 인구가 건실한 노동력과 소비자로서 성장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점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때 통일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내수 위축 효과 등을 상당히 상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통합에 따라 북한에 상당한 개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 SOC 사업과 설비투자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개발사업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사실상 일감이 크게 줄어든 국내 건설업체 등에 상당한 사업 기회들이 열릴 수 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남한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40여 종을 포함,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종류만 220여 종에 이른다. 특히 항공기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값비싼 희귀금속인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무려 60억 톤에 이르러 중국과 매장량 1,2위를 다투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북한의 지하자원은 대부분 남한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아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실시하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중국에 헐값에 막대한 북한 광산 개발권과 채굴권을 넘기고 있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물론 이밖에도 북한과 통일될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육로로 이어지면서 명실상부한 대륙국가가 됨으로 해서 얻게 되는 직간접 파급효과 또한 매우 커질 수 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북한은 한국경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요인이다. 다만 대북정책 및 향후 통일과정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비용과 편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통일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편익, 또는 기회요인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전략은 몇 가지 점을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통일 과정에 따르는 비용과 혜택을 시기적으로 잘 매치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한다든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반면 통일에 따른 편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혼란으로 남한 경제마저 큰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협력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점진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자연스럽게 남북한 경제의 시너지 효과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편익은 점점 키워갈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세력균형을 도모하며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시기에 기존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는 외교 전략을 취해왔다. 군사안보적으로 미국에만 의존한 상태에서 지역내 세력균형의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의 입지만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이 향후 동북아시아의 지역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할 때 지금과 같은 상태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보 또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남한이 북한에 강경일변도로 일관할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 양국과 전략적 등거리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북한과 점진적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2. 09:44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기득권 언론들은 부동산 가격이 곧 오를 것처럼 봄바람 살랑’ ‘시장 온기’ ‘훈풍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의 구체적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매수세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나는 식이다. 일부 언론 표현대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약발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집값이 호들갑처럼 떠들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다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면적, 가격 기준 등을 허술한 대책에 한숨식의 제목을 단 보도를 내놓고, 국회 입법이 안 따라줄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핑계도 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엉터리 선동보도를 하고 있으니 누가 한국 신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 신문들이 금방 선동보도를 멈출 기색도 없다. 아마 한동안은 집값이 오를 것처럼 계속 선동하는 보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 엉터리보도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수많은 가계들도 결국 이들 언론들의 잘못된 선동보도에 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9년 인천 청라와 영종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분양열기가 생긴 것도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이들 신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측면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 당시 필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기에 편승했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온갖 선동보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인들은 이런 신문들의 선동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동산 투기 선동 기사에 낚이지않기 위한 10계명을 정리해보았다.

1. 기사에 나온 현장과 그 주변 상황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특히 집을 살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현장 상황 전반을 충분히 파악해서 비교해보라. 기자가 현장을 충실하게 돌아보지 않고 중개업소 한두 군데에 전화하거나 부동산업계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그대로 옮기는 기사가 많다. 따라서 정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현장에 가서 정말 거래가 많은지, 거래가격이 호가인지 실제 거래가격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나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는 게 좋다.

2. 해당 기자가 그 동안 쓴 기사 이력을 검색해보라. 기사를 다년간 쓴 기자라면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 기사가 신뢰할 만한 기사였는지 찾아보라. 계속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기자들의 기사는 경계하라. 드물지만, 신뢰할만하거나 최소한 균형감 있는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문사 안에서도 기자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3. 신문사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전문가로 인용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각종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또는 부동산 포털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산하이고,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각각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부설 연구원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대부분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계 연구소도 당연히 재벌 오너그룹과 주요 계열사이자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이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각종 공공공사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므로 로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

4.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의심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여론조사 결과 각론은 다르게 나왔는데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5. 확정된 결과인지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부풀리기 주장인지 구분하라.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을 구분하라. 신문 기사들의 상당수는 거래는 따라주지 않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린 것을 두가 집값 일주일새 3000만원 온랐다는 식의 제목을 뽑는다. 아무리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도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청약은 고사하고 분양업체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금방이라도 거래가 확 늘 것처럼 전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는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이 는 것을 두고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것처럼 주장하는 기사들도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든 불안감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높은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세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확정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기사에 주의하라.

6. 마지막 문장을 조심하라. 사실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교묘하게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도록 기사를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기사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기자는 A, B 두 사람의 견해를 다 소개하는 듯하지만 최종적으로 B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많은 이들은 B의 견해를 결론으로 생각하게 된다.

7.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현재 한국 신문의 편집체제상 신문 기사의 편집제목은 취재 기자가 아닌 편집 기자들이 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자는 나름대로 균형 있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은 한 쪽의 주장만 담는 경우도 있다. 또는 기사의 톤은 상당히 유보적인데, 편집 기자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기 위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사와 제목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므로 제목에만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8.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를 경계하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나 영종신도시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2,3년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져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이 극심해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부산, 대전 등 지방도시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보도가 4.1부동산대책 이후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 일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지 않는지 조심하라.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자가 쓰고자 하는 이른바 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사례 몇 개를 가지고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기자들은 사례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전개하려는 기사의 리드에 맞는 사례들 가운데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4.1 대책 이후 일부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전반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몇몇 사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문제다.

10. 언론에서 쓰는 상투적 용어가 적절한지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0가지 정도로 추려서 부동산 선동보도를 가려읽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동산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편향된 전문가그룹들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결국 큰그림을 볼 줄도,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곧디곧대로 믿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어 이번 4.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하는 순간 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일반 가계들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때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4월 10일)까지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회원 가입후 <경제질문>을 구입하시는 분들께 연구소 할인 쿠폰(5000원권)이나 전작인 '프리라이더' PDF판을 보내드리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10. 10:06

 

어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4.1부동산대책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고 정부 보도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언론보도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다.

 

보도자료 앞부분에 나온 정부의 상황인식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국민은행 가격지수 기준으로 수도권 집값이 겨우 3.5% 가량 떨어졌다고 온갖 호들갑 떠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기득권 언론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엉터리 호가 지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뒤이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별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음을 뒤이어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토록 막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공공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만약 정부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상황인식과 대책의 수위가 완전히 엇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의 속내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각종 정책 수단과 목표 곳곳에 배어 있다. 먼저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동안 건설사들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공급을 대폭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음에도 연 7만호에서 2만호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라면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면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리겠다는 얘기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소리도 하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그 소중한 택지에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족기능 강화를 통한 수요창출을 추진하겠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 주거안정을 도모할 생각도 없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주택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주택건설회사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분양률 저하 등 사업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주택 청약자들이 피해를 입든 말든 착공연기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간주택 공급 속도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오른 집값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고 얼마 전까지 떠들었던 국토부가 이번에는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 공급을 줄여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감축 정책은 약과다. 세제나 금융, 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가면 그 같은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것이 여전히 소득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포함한 일부 무주택서민층이다.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유자금을 가진 일부 자산가들이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을 총동원해봐야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전자는 아직 소득여력이 없어서 DTI, LTV 규제 등을 풀어서 빚을 왕창 내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 등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매입시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주택수 산정에서도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 대책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일반가계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급매물 출회를 막아서 집값 하락을 막거나 금융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계에게는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되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5년째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거치기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그래서 약 75%의 가계가 원금을 갚을 생각은커녕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매년 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들이 빚에 쪼들려 급매물을 내놓거나 그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로 하여금 잠재 부실을 떠안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춘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연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 가량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디자인돼 있어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후한 조건이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잠재 부실이 최소 수천억 대로 추정될 정도로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잘못돼 있다. 이런 마당에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포진해있는 50대까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들 가입자들의 잠재 부실을 주택금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주는 격이다. 이 또한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을 공기업을 동원해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결국 부실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판에 정상적 상황에 있는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집주인들에게 소득세 비과세나 양도세 중과폐지, 재산세 및 종부세 감면 등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보통 전세소득은커녕 월세소득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사람들은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렌트푸어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에게 버틸 여력을 주는 대책에 가깝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4.1부동산종합대책은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주거안정이란 가치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소득여력이 없는 젊은층들을 제물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일반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막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들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해이를 넘어 기득권 중심의 특혜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수호하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집값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의 곳곳에는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부의 대책이 실은 집값 폭락을 더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치로 65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시장의 하락을 3~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는 더 늘 것이고, 공기업들의 잠재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정부의 부양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지연됐던 가격 조정은 더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침체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부동산거품에 돈이 묶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침체가 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만 5년 동안 292조원의 가계부채와 400조원 가까운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그 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에 45%에 이르는 무주택서민을 비롯한 대다수 가계들은 자녀 출가와 노후 걱정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대규모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부동산임대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고비용구조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땅값 집값이 뛰는 동안 사람값은 똥값이 되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정반대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동산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제활로를 모색해야 할 판에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도 안 되는 짓까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정말 그 의도가 사악한, 악랄한 대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아래 조셉 스티글리츠의 글귀에 가장 부합하는 대책인 셈이다.

 

정치시스템이 부유층의 관점에 포획되어 있는 경우, 법률 및 규정은 부유층의 횡포에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부유층의 부를 불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여지가 많다.(조셉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에서)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