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우스푸어인 사람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첫째로, 건설업자들과 부동산 업계를 광고주로 모신 언론들이 몇 년째 양치기 소년처럼 떠들고 있는 바닥론의 환상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수많은 하우스푸어들이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금만 더 견디면 집값이 올라서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 때문이다.

둘째로, 이른바 연착륙의 타이밍은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경고는 노무현정부 초기 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고 노무현대통령 자신도 이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연착륙의 기회를 놓쳤다. 참여정부 후반부에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실낱같은 연착륙 가능성을 살렸지만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연착륙 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가계부채라는 화약고만 잔뜩 키워놓았다. 이제는 원래 의미 그대로의 연착륙은 상상만 가능할 뿐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충격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이 가능하다.

셋째로, 투자에 따른 이해득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상당한 책임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건설업계와 언론, 부동산 부양책과 심지어 사실상의 투기 조장책까지 남발한 정부와 정치권에도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든 결국은 최종 결정은 자신이 판단해서 한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이것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익이 나면 모두 내 거지만, 손해를 보면 사회가 책임져줘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투자가 실패했다면 손해를 자신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실은 무척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하우스 푸어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경과가 상당히 진행된 큰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에 이 병의 치료가 무척 어렵다는 점, 조기 발견을 놓쳤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 잘못된 생활습관이 병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우리 연구소도 당장 듣기 좋은 말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그런 말은 하우스푸어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선동적 정보를 믿고 무리하게 빚을 진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언론의 허무맹랑한 집값 바닥론을 믿어봐야 손실만 커질 뿐이다. 더 시기를 놓치면 중병이 백약이 무효인 불치병으로까지 악화되기 십상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현실을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인다면 이제 치료 방법을 찾아볼 때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하우스푸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는 하우스푸어가 가진 집의 일부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겨서 빚을 일부 갚는 지분매각제도방식이다. 하우스푸어는 캠코에 지분을 넘기고 받은 돈의 연 6% 수준에 해당하는 돈을 캠코에 지분사용료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캠코가 10억 원으로 책정 받은 집의 50% 지분을 캠코에 넘기고 5억 원을 받아 빚을 일부 갚은 다음, 내 집의 지분 50%를 가진 캠코에 연 6%3천만 원을 해마다 캠코에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대책은 당시 주택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지분사용료의 이율도 최근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인 적격 대출의 약 4%는 물론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비싸다. 그나마 하우스푸어의 투자 실패를 공기업이 떠맡는 게 옳은 일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아서 실행을 100% 장담할 수도 없다.

금융 기관이 주도하는 방식인 세일 앤 리스백은 원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이후에 대량으로 발생한 하우스 푸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으로, 빚을 진 금융기관에 집의 소유권을 넘긴 다음에 임대료를 내고 일정 기간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2006년 정점과 비교해서 2009년까지 30% 이상 거품이 걷히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미국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효과가 있었으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여전히 계속해서 느리게 빠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집의 소유권이나 매매권을 받은 금융기관으로서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을 보므로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이를 변형시킨 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내놓았다. 세일 앤 리스백과 다른 점은 형식적으로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긴 뒤 금융기관에는 매매에 대한 권리를 준 다음에 연체이자 대신에 일반 대출 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그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결과적으로는 원금 상환 기간을 늦춰주고 이자 부담을 약간 완화시켜줄 뿐 결국은 빚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가 없다.

하우스 푸어가 점점 늘어나서 사회 문제로 번지는 이유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대책 탓이 크다. ‘버티다 보면 정부에서 해결해 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빚 갚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하우스 푸어 대책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 지원되어야 하는데, 하우스 푸어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개인의 빚을 메워주는 것에 찬성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뭔가 좋은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이자가 빠져나가고 가계의 병이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슨 수를 써서든 스스로의 힘으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상태에서는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게 되며, 원금 상환은 언감생심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앞에서 말한 대책을 활용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만기를 연장해 주어도 결국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원금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은 집을 팔고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하는 수밖에 없다.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라는 하소연이 많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제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가격에 집을 내놓는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서는 시가 또는 시가에서 약간 낮춘다고 해도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낮춘 가격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속이 쓰라릴 일이지만 당장 볼 손실을 생각할 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되었을 때 원금의 비용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집만이 아니라 팔거나 줄일 수 있는 자산은 처분해서 최대한 빚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보험이나 투자 상품을 해지하고, 자동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가계의 모든 분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쉬워도 낮추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독한 치료약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몇 번씩 수술을 받는 아픔을 겪어야 하듯, 가계의 난치병 역시도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모두가 합심해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힘든 과정을 겪을수록 가족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은 이해를 구한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피폐해지는 것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에만 빠져서 대화가 단절되고 냉랭했던 가정이 합심해서 빚을 청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화목해지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재무상담을 해 주는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하우스 푸어에서 탈출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힘든 결정을 여러 번 내려야 한다. 이럴 때에 전문가의 도움은 결심을 하는데 많은 의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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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2. 4. 10:35

 

최근 비교적 가파르게 환율이 하락하면서 언론들이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환율 등락에 따라 수출기업과 수입기업 등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다수 일반가계도 큰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 대부분은 매우 일관되게 환율문제를 수출 대기업 편에서 보도한다. 수출 가운데 70%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자신들의 광고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 신조 신임 내각의 엔 약세 유도정책 등에 따라 최근 몇 달 동안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떨어지자 예의 보도들이 쏟아졌다. ‘환율폭탄‘환율하락 비상’, ‘한국경제 빨간불’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을 내세우며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으로 올랐다면 똑같이 1달러짜리 물건을 팔아도 200원을 더 벌 수 있다. 또는 1달러로 팔았던 물건을 더 싸게 내다 팔 수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좋아진다. 그러나 수입업체에는 불리하다. 1달러짜리 물건을 사오려면 전보다 200원이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해지고, 수입업체에는 유리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1달러로 들었지만, 분기별로만 수백억 달러 어치씩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분기에만 수천억~수조원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다. 물론 지금처럼 환율이 내리면 정반대 상황이 펼쳐짐은 물론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단 우리가 쓰는 필수품들 중에 이미 상당 부분이 수입품이다. 아이들 토마스장난감이나 레고, 화장품이나 의류 등 상당수 소비재가 수입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품의 경우에도 원자재는 수입품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서민들의 대용식인 라면만 해도 면을 만드는 밀가루, 면을 튀기는 팜유, 포장에 필요한 플라스틱 등은 거의 대부분 수입 원재료를 사용한다. 게다가 한국 브랜드가 붙어 있는 제품들 중에서도 외국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이미 한국 브랜드의 옷도 중국 아니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만든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대다수 가계에는 손해다. 당장 수입 물가가 오를뿐더러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자 물가도 오르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물가에도 전가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127월 발간한 <물가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이후 2분기까지 0.51%포인트와 0.12% 포인트 정도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던 데에는 2007년 말까지 93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대까지 올랐던 탓이 크다. 정부가 수출대기업 위주로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지속했던 것이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한숨을 푹푹 내쉬어야 했다. 결국 시장이나 마트에서 우리가 몇 년 전보다 1, 2만원씩 비싸게 장을 볼 때마다 그 돈들 중 일부가 수출대기업들 보조금으로 쓰였던 셈이다.

 

사실 한국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1>을 보면 환율이 올라가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1960년대 원달러 환율은 250원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500원 선으로 뛰더니 1980~1990년대에는 800원대까지 치솟은 뒤에 이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한때 18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200710월경에는 91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림1>

)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러다가 다시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환율은 한 때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때 환율이 급등했던 데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수출이 급감했던 탓이 크다. 하지만 당시 한국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정책 실패 탓도 크다. 세계 경제위기 가능성이 계속 커지는데도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대기업을 통한 성장을 늘리겠다면 고환율 정책을 대놓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환율 폭등의 불길이 타오르는데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이처럼 인위적 고환율 기조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에서 외국 투자기관들은 외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갔다. 실제로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는 “당시 외환거래로 우리 회사만 해도 최소 1조원 이상을 벌었다”고 사석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환율 인상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일반 소비자 등의 사이에서 이해득실에 큰 변화를 낳지만, 환율 인상에 따른 충격은 2, 3차의 파급효과도 낳는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난 납품 업체들은 인건비 등 다른 비용에 손을 대게 된다.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일자리가 줄어들고 월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수입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오르면 결국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출대기업 위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고환율 정책을 편 결과 고물가로 내수는 오히려 위축되는 것이다. 내수가 위축되면 결국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서민 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 대부분은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며 고환율 정책을 옹호하는 보도를 쏟아내는데, ‘내수가 죽어 서민들은 죽어나는 나라’라는 절반의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처럼 아무리 수출 비중이 크고 내수(민간소비)가 위축돼 있는 나라라고 해도 내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참고로, 미국의 내수 비중은 약 70%, 일본과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이 늘어 내수 위축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수출과 내수의 연계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돼 그도 기대하기 어렵다.

 

2008년 이후 가계실질소득은 거의 정체상태였는데, 고환율 덕을 본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잇달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위적 고환율 정책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이다. 국내 최대 수출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소가 추정해보니 적정 환율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삼성전자 영업이익 가운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30% 가량은 환율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2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88000억원 가량이라고 잠정 집계됐는데, 최소 26400억원 가량은 순전히 환율효과 때문에 얻은 영업이익이라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환율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높은 물가와 내수 침체로 시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막대한 환율효과를 챙긴 것이다.

 

이처럼 수출대기업들이 막대한 환율효과를 누리고 있고, 이를 상당수 전문가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 대기업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효과가 얼마나 막대한지 가끔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환율 하락으로 수출대기업들 앞날이 걱정된다는 식의 기사에서 살짝 언급될 뿐이니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당 부분만 인용한 아래 기사와 같은 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작년 4분기 환율 영향에 따른 손실액만 3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 한해 동안 3조원 가량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중략)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2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해왔지만, 이는 엔ㆍ달러 환율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가정한 것인데다 이미 수년 전에 계산했던 것" 이다.

 

‘환율폭탄’에 4개월간 운수장비 시총 34조원 증발 (연합뉴스, 2013127) 기사에서

 

 

원달러 환율은 20123분기 평균 1133.54원에서 4분기에 1090.86원으로 42.68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경제위기 전인 2008년 중반만 해도 92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24분기 기준으로 약 17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42.68원 하락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수출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줄었다고 ‘환율폭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난 몇 년 동안 2008년 중반에 비해 200~300원 이상 높은 환율을 감당해온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환율핵폭탄’을 맞았던 셈이다. 이처럼 환율이 높을 때는 일반 가계가 지는 부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던 전문가와 언론들이 환율이 하락하자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추락할 것처럼 아우성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니 일반 가계들은 환율효과로 얼마나 큰 부담을 지는지, 반면 수출대기업들이 얼마나 큰 이득을 보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환율이 하락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방향이든 환율이 널뛰면서 급변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급변동할 때는 정부가 나서서 일정하게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 그 나라 경제체력에 맞게 조절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서민들 물가 부담을 키우는 등 부작용이 커진다. 이제는 수출대기업을 위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얄팍하게 만드는 인위적 고환율 정책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언론들도 수출대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떨어질 때만 환율폭탄운운하는 식의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 물론 43원 가량 하락한 것이 수출대기업에 폭탄이라면 지난 몇 년간 경제위기 전에 비해 200~300원 높은 환율 부담을 져야 했던 서민들은 가히 핵폭탄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99%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3. 1. 28. 11:43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3명으로 오른 것으로 추정돼 11년만에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과제인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반길만한 얘기다. 그런데 이것이 지속가능할까?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자료에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차례 기본계획을 세워 결혼과 출산 및 육아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합계출산율이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책적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가면 출산율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 같은 정책적 노력이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그 같은 정책효과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책적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미지수지만 가임기 여성의 일시적 증가라는 요인이 최근의 합계출산율 증가에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믿는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통계청 인구 추계자료를 보면 베이비붐 출산이 마무리된 1972년 이후 줄어들던 0~4세 인구가 1978년부터 1983년 정도까지 일시적으로 늘어나다가 이후 다시 줄어든 추세를 보인다. 이처럼 기복을 보이면서도 0~4세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0~4세 인구의 변화는 아래 <그림2>에서 베이비붐이 마무리된 뒤 1978~1982년 정도까지 출생아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도 나타난다.

 

<그림1>

 

 

주)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런데 이 때 태어난 인구들 가운데 여성들이 2009년 경부터 출산이 전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30대 전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베이비붐 후반에 태어난 여성들이 30대 전반에 들어선 2000년대 초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30대 전반 여성 인구가 2009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 같은 30대 전반 가임여성의 증가가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생아수와 30대 전반 여성 인구의 추이는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임을 <그림2>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림2>

주)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 및 인구동태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물론 한국 사회 저출산은 너무 늦게까지 출산 줄이기 정책을 지속한 것이나 급속한 도시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외환위기 이후 집값 폭등과 일자리 감소, 사교육비 증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출생아수가 30대 전반 여성의 수에 정확히 연동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생아 수가 아이를 낳은 가임 여성의 수, 특히 출산이 가장 활발한 30대 전반 여성의 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몇 년간의 합계출산율 증가는 가임여성 인구의 증가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림2>에서 보듯 30대 전반 여성 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다시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 안에 합계출산율이 다시 초저출산율 기준인 1.3명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및 보육비 부담을 줄이고 모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정착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대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졌다는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물가는 치솟았고, 가계소득은 정체됐으며 젊은이들 일자리는 더욱 부족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에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죽하면 결혼하는 과정에서 빚을 잔뜩 지는 허니문푸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 같은 상황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데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나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의 출산율 증가를 전적으로 정책적 노력에 따른 변화로 속단하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by 선대인 2013. 1. 26.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