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논란이 많습니다만, 애초부터 경제성 없는 것을 토건족 탐욕과 정치적 욕심 때문에 추진한 게 문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실컷 재미봤다가 정작 실행 단계에서 영남표 갈라질까봐 포기하는 실태를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정부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같은 사기에 휘둘려야 하는 영남권 주민들을 포함한 이 나라 국민들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동남권 신공항은 지금이라도 백지화된 게 다행입니다.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데 적극적인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동남권 신공항 두 곳의 비용편익비율은 0.73(밀양), 가덕도(0.70) 입니다. 쉽게 말해 투입한 비용에 비해 본전도 못 뽑는 장사라는 얘기입니다. 그 공항을 유치한 지역들에는 대규모 세금이 투입돼 당장은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국민경제 전체로는 하지 말아야 할 투자라는 겁니다. 그런데 두 지역의 토호세력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라고 아귀다툼했고, 지역언론들은 마치 동남권 신공항만이 살 길인 것처럼 지역민들을 선동했죠. 하지만 그런 사업들로 건설업계와 지역 정치인들이 생색내고, 지역 언론사들의 광고 수입이 느는 동안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과정과 백지화 과정이 씁쓸하지만 결국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는 사업이 맞습니다.
사실 지금도 전국 각지에 각종 지역 개발 명목으로 유치한 지방공항들이 ‘유령공항’으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동남권 신공항이 개항할 때 이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대규모 신공항을 지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경영실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저의 책 <프리라이더> 1권에 수록한 내용 일부입니다.
********************************************************
<도표1>
(주) 한국공항공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대구 -19.8억원, 울산 -56.2억원, 청주 -58.8억원, 양양 -72.1억원, 무안 -68.2억원, 광주 -14.2억원, 여수 -73.0억원, 사천 -28.5억원, 포항 -55.4억원, 군산 -20.2억원, 원주 -13.9억원.
2009년 11개 지방공항의 적자 현황이다. 이들 공항의 적자 총액은 480억원. 이 가운데 겨우 800만원의 항공수익을 올린 양양공항을 포함해 6개 공항은 2009년 연간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항공수익을 올렸다. 반면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공항 14개 가운데 흑자를 남기고 있는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공항 단 세 곳뿐이다. 이외에도 386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2년말 완공됐던 경북 예천공항은 문을 연지 1년 반 만인 2004년 폐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앞서 신규 공항이 개항됐다는 이유로 속초, 강릉, 목포공항도 폐쇄돼 군용으로 쓰이고 있다. 총사업비 1317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다 짓고 나서도 항공수요가 없어 비행훈련원과 영화 촬영의 무대로 쓰이고 있다. 영화 세트장 치고는 너무 비싼 세트장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또 다른 지방공항들이 아직도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1450억원이 들어가는 김제공항의 경우 476억원을 들여 건설부지를 이미 매입한 상태지만 수요 부족 문제로 공사 진척이 어렵다. 공항을 짓는데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이미 지어진 공항을 놀릴 수 없으니 공항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또 이런 저런 거액의 혈세를 투입한다. 예를 들어, 양양공항의 경우 시설이 미비해 이용 승객이 적다는 핑계로 비행장시설 및 터미널시설 확장공사를 통해 최초 사업비 1800억원보다 1767억원을 더 투입해 모두 3567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항공수요는 해가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4월 개항이후 2010년까지 양양공항의 누적 적자액은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각 공항별 건설 및 증설 사업비만 모두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짓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방공항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게 문제다. 만약 2009년 수준의 11개 지방공항 적자가 계속된다고 본다면 10년마다 약 5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지방공항 적자는 한국공항공사가 다른 세 개 흑자 노선의 수입으로 메우게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우 낙관적으로 봐준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지방공항들의 항공수요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14년 계획대로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송정간 182.2㎞ 구간이 개통되면 항공수요 감소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 뻔하다.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선 항공수요는 2004년 4월 KTX 1단계 개통을 전후해 연간 2100만명 수준에서 17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경부선 및 호남선 KTX 2단계 개통이 완료되면 국내선 항공수요는 한 계단 더 떨어질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대체제 관계에 있는 국내공항과 KTX의 이동시간 및 운임을 고려할 때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도표2>
(주)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