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방영된 KBS 추적60분을 뒤늦게 보았다. 선분양제가 토건족의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아니라 선분양제와 같은 이런 시대착오적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우선, 추적60분의 앞부분을 보면 정말 코미디 같은 장면 나온다. 설계 시방서에 비해 절반으로 철근 시공한 대우건설, 구조상 전혀 문제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면 설계는 폼으로 하나? 한 술 더 떠 그걸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감리업체는 대우건설이 잘 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제대로 잘 하는지 감시하라고 감리제도를 둔 것인데, 시공업체가 잘 할 거라고 믿었다면 감리는 왜 하나? 한국의 건설업체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건축물이 부실하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사기에 가까운 분양광고를 하고, 각종 하자와 부실 투성이인 건물을 지어대고도 나 몰라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바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 때문이다. 인천 청라신도시나 영종하늘신도시처럼 공공기관이나 건설업체가 약속한 온갖 기반시설 들어서지 않은 채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있다고 생각해 보라. 후분양제 상태라면 그런 곳에 엄청나게 비싼 돈을 누가 들어갔겠는가.

한국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건설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 그 가운데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몇 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실제 차를 시승해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억 짜리 집을 사면서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는 민간건설자본이 취약하고 주택 공급은 늘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하게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물량이 남아돌고 건설업체들도 과포화 상태인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이와 짝을 이룬 3~5년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시장정책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언론들에 의해 시장주의자라고 불리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를 개혁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들은 토건족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시장을 갖다 붙이는 기득권만능주의자일 뿐이다.

국토교통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추적60분이 보여줬듯이 인천시와 같은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 공기업이라는 LH공사 등을 보면 이들은 대다수 가계들 편이 아니라 철저히 건설업체들 편에 서 있다. 무책임한 장밋빛 개발계획을 내놓고, 건설업체들의 사기성 분양광고를 방조하고, 시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렇게 수많은 입주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에 나서거나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는 이들 하나 없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건설업체들이 적당히 무마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십 년 동안 공급자인 건설업계와 유착에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이나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주택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등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외환위기 이후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4.1부동산대책과 같은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숱한 위기와 폐해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같은 제도 들을 정비해야 할 때다.

하지만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일념으로 점철된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현 정부여당에 그런 기대를 해봐야 부질없다. 그렇다면 야당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20대의 절반 이상이 월세에 사는 등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30대 이하의 대다수가 세입자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지층을 위해 임대차보호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든지, 깡통전세의 세입자의 법적 대항력을 키운다든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내놓는다든지,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와 3~5년 거치식 대출구조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4.1부동산대책의 적용 대상을 늘리는 등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혜자가 상위 5~10% 정도에 불과한 부동산부자들을 위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책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꿈 깨시라.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8. 14:10

 

주말에 저 아는 분이 다음 아고라 댓글에 소장님 보고 책장사아니냐고 하는 사람 있던데, 기분 안 나쁘세요?” 그러더군요.

하하, 기분이 왜 나쁩니까? 책장사 보고 책장사라고 한 건데^^”

제 솔직한 대답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쓰는 저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고 그런 점에서 제 책이 많이 팔리기를 원하고 선전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저는 많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상담을 해서 돈 번 적도 없고, 재벌대기업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 지어내 고액의 기업강연 다닌 적도 없습니다. 주로 일반시민들이나 학생들 대상 강연을 다녔습니다. <나꼽살>이나 <선대인의 이것이 경제다> 벙커원특강처럼 열심히 제 시간과 에너지를 썼습니다. 그게 제 책의 독자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기에 그렇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책을 사주시고, 연구소 회원으로 가입해 주시기에 제가 그 정성을 든든한 배경으로 해서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데 팔려갔다면 지금과 같은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요? 제가 재벌계 연구소에 있었다면 일반가계들을 위해 이해관계에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생산하고 발신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제가 책을 쓴 주된 이유는 부동산거품 경고와 나라살림살이 개혁,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연구소에서 낸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도 정부의 언론장악과 기득권 미디어의 편향, 왜곡보도에 맞서 일반인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경제현실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세대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세대간 이해와 소통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책을 쓰고 책이 나오면 열심히 책 선전도 할 겁니다. 대신 제 책 사주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과 성원 잊지 않고 더 깊이 있는 분석, 더 정직한 목소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늘 저와 저희 연구소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 I.F. 스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5. 09:26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며 끝났다. 대세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시대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들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내서 집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내서 집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 정책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 전개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큰 비용이 발생한다: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지고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가 산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길게 보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 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앞으로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말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 오른 것이지만 조그만 개발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은(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3. 09:14

 

저출산고령화로 저성장에 시달릴 한국경제에 북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 경제개발 경험과 북한의 저렴한 숙련 노동 및 광물자원과 결합할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대륙으로 뻗어갈 수도 있다. 이런 판에 전임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물밑 창구 다 끊긴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개성공단마저 문 닫게 생겼다. 남북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여 전쟁억지 역할을 하던 보루마저 닫혔다. 남북 경제통합의 미래도 함께 닫히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경제가 그렇듯, 북한 문제도 이명박정부에서 저질러진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야 단기간에 쉽지 않고, 박근혜정부가 그럴 능력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대북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일정한 변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동안 국방부의 강성발언만 나올 뿐 박근혜대통령의 존재감이 크게 안 보였다.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박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남북간 대치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돼 남북간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다시 증진되기를 기원한다.

다만, 필자는 북한문제 전문가는 아니기에 그와 관련한 논의는 생략하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위기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쉽게 잊어버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 위협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전임 이명박정부나 다수의 기득권언론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북한이 한국경제에 위협 요인인 것처럼 다뤄왔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한국경제에 가진 기회의 측면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물론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붕괴한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 기회 요인을 따져보기 전에 통일비용에 대한 논란을 잠시 살펴보자. 통일비용은 연구자나 연구기관에 따라 최소 500억 달러에서 최대 5조 달러까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환율로 약 55조원에서 5500조원까지 100배 가량의 편차를 보인다니 과연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사실 통일비용은 통일비용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정 방법을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세현의 정세토크>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통일비용 논쟁에서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남북간의 군사적, 외교적 긴장관계와 이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을 일컫는 분단비용은 통일이 되면 사라지게 되므로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을 빼서 계산하는 게 옳다는 점이다. 둘째는 통일비용만 고려할 뿐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계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통일비용 논쟁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통일이 한국에 위협요인 또는 부담요인으로만 인식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는 남북관계가 20~30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질서정연한 통일로 이어질 경우 비용보다는 편익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여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지는 한국경제에 가지는 잠재적 기회 요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다. 북한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60달러, 공장부지는 평당 15만 원 정도다. 특히 북한의 노동자는 남한의 관리자와 언어 소통이 자유롭고 숙련도가 높은데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남한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인력이다. 특히 남북 경제가 통합된다면, 저렴한 인건비 등을 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 투자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북한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 같은 수출기업들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 수준을 끌어올려 통일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남한과 북한의 비교 우위에 따라 남한의 첨단기술 집약형 경제와 북한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남북이 서서히 경제협력 단계를 거쳐 경제공동체 단계에 이르면 현재로도 7500만 명 가까운 내수 시장을 가지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 이들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경제계획을 통해 고속 성장했던 남한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낼 경우 북한 주민의 구매력도 빠르게 신장될 수 있다. 그 경우 상당히 큰 규모의 내수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통합된 한반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세계 7~8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좀 더 단순하게 보더라도 북한과의 경제적 통합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인 저출산 고령화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11년 현재 남한 인구4875만여 명의 중간연령(median age)38.4세다. 북한 인구 2445만여 명의 중간 연령은 32.9세다. 이 두 인구가 합쳐지면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중간 연령이 36.6세 정도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식으로 2011년 기준 남한의 합계 출산율 1.23명이 경제공동체가 되면 1.49명으로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경제 통합만으로도 저출산 고령화가 상당히 완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통합된 인구가 건실한 노동력과 소비자로서 성장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점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때 통일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내수 위축 효과 등을 상당히 상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통합에 따라 북한에 상당한 개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 SOC 사업과 설비투자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개발사업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사실상 일감이 크게 줄어든 국내 건설업체 등에 상당한 사업 기회들이 열릴 수 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남한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40여 종을 포함,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종류만 220여 종에 이른다. 특히 항공기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값비싼 희귀금속인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무려 60억 톤에 이르러 중국과 매장량 1,2위를 다투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북한의 지하자원은 대부분 남한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아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실시하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중국에 헐값에 막대한 북한 광산 개발권과 채굴권을 넘기고 있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물론 이밖에도 북한과 통일될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육로로 이어지면서 명실상부한 대륙국가가 됨으로 해서 얻게 되는 직간접 파급효과 또한 매우 커질 수 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북한은 한국경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요인이다. 다만 대북정책 및 향후 통일과정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비용과 편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통일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편익, 또는 기회요인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전략은 몇 가지 점을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통일 과정에 따르는 비용과 혜택을 시기적으로 잘 매치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북한 체제가 갑자기 붕괴한다든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반면 통일에 따른 편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혼란으로 남한 경제마저 큰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협력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점진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자연스럽게 남북한 경제의 시너지 효과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편익은 점점 키워갈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세력균형을 도모하며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시기에 기존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는 외교 전략을 취해왔다. 군사안보적으로 미국에만 의존한 상태에서 지역내 세력균형의 변화가 생길 경우 한국의 입지만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이 향후 동북아시아의 지역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할 때 지금과 같은 상태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보 또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남한이 북한에 강경일변도로 일관할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 양국과 전략적 등거리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북한과 점진적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2. 09:44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기득권 언론들은 부동산 가격이 곧 오를 것처럼 봄바람 살랑’ ‘시장 온기’ ‘훈풍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의 구체적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매수세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나는 식이다. 일부 언론 표현대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약발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집값이 호들갑처럼 떠들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다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면적, 가격 기준 등을 허술한 대책에 한숨식의 제목을 단 보도를 내놓고, 국회 입법이 안 따라줄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핑계도 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엉터리 선동보도를 하고 있으니 누가 한국 신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 신문들이 금방 선동보도를 멈출 기색도 없다. 아마 한동안은 집값이 오를 것처럼 계속 선동하는 보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 엉터리보도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수많은 가계들도 결국 이들 언론들의 잘못된 선동보도에 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9년 인천 청라와 영종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분양열기가 생긴 것도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이들 신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측면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 당시 필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기에 편승했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온갖 선동보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인들은 이런 신문들의 선동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동산 투기 선동 기사에 낚이지않기 위한 10계명을 정리해보았다.

1. 기사에 나온 현장과 그 주변 상황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특히 집을 살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현장 상황 전반을 충분히 파악해서 비교해보라. 기자가 현장을 충실하게 돌아보지 않고 중개업소 한두 군데에 전화하거나 부동산업계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그대로 옮기는 기사가 많다. 따라서 정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현장에 가서 정말 거래가 많은지, 거래가격이 호가인지 실제 거래가격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나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는 게 좋다.

2. 해당 기자가 그 동안 쓴 기사 이력을 검색해보라. 기사를 다년간 쓴 기자라면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 기사가 신뢰할 만한 기사였는지 찾아보라. 계속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기자들의 기사는 경계하라. 드물지만, 신뢰할만하거나 최소한 균형감 있는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문사 안에서도 기자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3. 신문사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전문가로 인용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각종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또는 부동산 포털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산하이고,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각각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부설 연구원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대부분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계 연구소도 당연히 재벌 오너그룹과 주요 계열사이자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이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각종 공공공사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므로 로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

4.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의심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여론조사 결과 각론은 다르게 나왔는데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5. 확정된 결과인지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부풀리기 주장인지 구분하라.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을 구분하라. 신문 기사들의 상당수는 거래는 따라주지 않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린 것을 두가 집값 일주일새 3000만원 온랐다는 식의 제목을 뽑는다. 아무리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도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청약은 고사하고 분양업체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금방이라도 거래가 확 늘 것처럼 전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는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이 는 것을 두고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것처럼 주장하는 기사들도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든 불안감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높은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세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확정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기사에 주의하라.

6. 마지막 문장을 조심하라. 사실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교묘하게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도록 기사를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기사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기자는 A, B 두 사람의 견해를 다 소개하는 듯하지만 최종적으로 B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많은 이들은 B의 견해를 결론으로 생각하게 된다.

7.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현재 한국 신문의 편집체제상 신문 기사의 편집제목은 취재 기자가 아닌 편집 기자들이 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자는 나름대로 균형 있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은 한 쪽의 주장만 담는 경우도 있다. 또는 기사의 톤은 상당히 유보적인데, 편집 기자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기 위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사와 제목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므로 제목에만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8.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를 경계하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나 영종신도시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2,3년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져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이 극심해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부산, 대전 등 지방도시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보도가 4.1부동산대책 이후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 일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지 않는지 조심하라.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자가 쓰고자 하는 이른바 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사례 몇 개를 가지고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기자들은 사례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전개하려는 기사의 리드에 맞는 사례들 가운데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4.1 대책 이후 일부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전반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몇몇 사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문제다.

10. 언론에서 쓰는 상투적 용어가 적절한지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0가지 정도로 추려서 부동산 선동보도를 가려읽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동산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편향된 전문가그룹들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결국 큰그림을 볼 줄도,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곧디곧대로 믿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어 이번 4.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하는 순간 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일반 가계들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때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4월 10일)까지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회원 가입후 <경제질문>을 구입하시는 분들께 연구소 할인 쿠폰(5000원권)이나 전작인 '프리라이더' PDF판을 보내드리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10. 10:06

 

어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4.1부동산대책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고 정부 보도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언론보도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다.

 

보도자료 앞부분에 나온 정부의 상황인식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국민은행 가격지수 기준으로 수도권 집값이 겨우 3.5% 가량 떨어졌다고 온갖 호들갑 떠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기득권 언론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엉터리 호가 지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뒤이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별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음을 뒤이어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토록 막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공공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만약 정부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상황인식과 대책의 수위가 완전히 엇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의 속내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각종 정책 수단과 목표 곳곳에 배어 있다. 먼저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동안 건설사들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공급을 대폭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음에도 연 7만호에서 2만호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라면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면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리겠다는 얘기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소리도 하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그 소중한 택지에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족기능 강화를 통한 수요창출을 추진하겠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 주거안정을 도모할 생각도 없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주택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주택건설회사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분양률 저하 등 사업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주택 청약자들이 피해를 입든 말든 착공연기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간주택 공급 속도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오른 집값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고 얼마 전까지 떠들었던 국토부가 이번에는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 공급을 줄여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감축 정책은 약과다. 세제나 금융, 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가면 그 같은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것이 여전히 소득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포함한 일부 무주택서민층이다.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유자금을 가진 일부 자산가들이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을 총동원해봐야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전자는 아직 소득여력이 없어서 DTI, LTV 규제 등을 풀어서 빚을 왕창 내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 등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매입시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주택수 산정에서도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 대책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일반가계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급매물 출회를 막아서 집값 하락을 막거나 금융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계에게는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되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5년째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거치기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그래서 약 75%의 가계가 원금을 갚을 생각은커녕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매년 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들이 빚에 쪼들려 급매물을 내놓거나 그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로 하여금 잠재 부실을 떠안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춘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연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 가량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디자인돼 있어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후한 조건이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잠재 부실이 최소 수천억 대로 추정될 정도로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잘못돼 있다. 이런 마당에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포진해있는 50대까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들 가입자들의 잠재 부실을 주택금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주는 격이다. 이 또한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을 공기업을 동원해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결국 부실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판에 정상적 상황에 있는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집주인들에게 소득세 비과세나 양도세 중과폐지, 재산세 및 종부세 감면 등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보통 전세소득은커녕 월세소득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사람들은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렌트푸어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에게 버틸 여력을 주는 대책에 가깝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4.1부동산종합대책은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주거안정이란 가치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소득여력이 없는 젊은층들을 제물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일반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막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들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해이를 넘어 기득권 중심의 특혜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수호하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집값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의 곳곳에는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부의 대책이 실은 집값 폭락을 더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치로 65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시장의 하락을 3~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는 더 늘 것이고, 공기업들의 잠재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정부의 부양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지연됐던 가격 조정은 더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침체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부동산거품에 돈이 묶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침체가 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만 5년 동안 292조원의 가계부채와 400조원 가까운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그 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에 45%에 이르는 무주택서민을 비롯한 대다수 가계들은 자녀 출가와 노후 걱정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대규모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부동산임대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고비용구조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땅값 집값이 뛰는 동안 사람값은 똥값이 되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정반대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동산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제활로를 모색해야 할 판에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도 안 되는 짓까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정말 그 의도가 사악한, 악랄한 대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아래 조셉 스티글리츠의 글귀에 가장 부합하는 대책인 셈이다.

 

정치시스템이 부유층의 관점에 포획되어 있는 경우, 법률 및 규정은 부유층의 횡포에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부유층의 부를 불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여지가 많다.(조셉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에서)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6. 09:55

 

 

많은 분들 성원으로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예스24 종합 17위까지 올랐네요. 감사합니다. 성원에 보답코자 무려 머리말씩이나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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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 어렵다고 한지도 오래돼 무감각해질 지경까지 왔다. 이런 저런 정부를 겪어봤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했지만 기대감이 높지 않다. 한 때 부동산에, 주식에, 펀드에 열광했지만 그 열광도 가라앉았다. 많은 돈을 들여 뛰어난 스펙을 쌓았지만 졸업해도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쌓아놓고 벌어놓은 게 많지 않은데 50대 초반에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은 막막하다. 일자리도, 복지도 부족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만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도 드물다. 대다수 언론들은 거대 광고주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실한 정보를 넘어 광고주의 이해에 오염된 정보가 넘쳐난다. 그들 언론의 정보를 믿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형식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형식으로 전개했다. 그 동안 각종 강연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받았던 질문들을 기초로 삼았다. 경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 진행 과정에서 받았던 청취자들의 질문도 반영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하다 보니 일종의 ‘생활경제학’이 됐다. 한국경제 구조에 대한 고담준론보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알고 싶어 하는 경제 현상과 판단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 물론 여기에 실은 내용이 ‘만병통치약’도 ‘절대 진리’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연구소가 현 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정보와 최선의 조언을 담았다는 점만은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세대간 대결구도가 극명해졌지만, 잘못된 경제구조로 불안하고 힘겨워 한다는 점은 모든 세대가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20~40대든, 50대 이상 노후세대든 서로가 처한 상황과 고민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세대간 공감대 형성에 일조했으면 한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의 트위터 친구(@jumeok_)가 보내준 사진 장면을 자주 떠올렸다. (아래 이미지 참조) 리어카에 한 가득 폐지를 싣고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친 한 노인이 고개를 떨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 머리말을 쓰기 며칠 전 비슷한 실제 상황에 마주쳐 60대 할머니를 대신해 리어카를 끌어보았다. 겨우 100여 미터 떨어진 고물상까지 가는데 땀이 솟았다. 고물상에서 무게를 재보니 리어카 무게를 포함해 360 킬로그램이나 됐다.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해도 그 노인이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 노인 복지 수준은 뒤에서 두 번째인 우리 상황을 이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는 50대 이상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마저 왜 노후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부모님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다. 우리가 경제구조를 바꾸고 나라 살림살이만 제대로 해도 우리 부모님들을 지금보다 더 잘 모실 여유는 얼마든지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하면 우리의 현재도, 노후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은 선대인경제연구소 출범 이후 연구소 명의로 처음 발간하는 책이다. 지난해 출범하면서 우리 연구소는 재벌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정보, 일반 가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경제정보를 생산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 같은 취지에 상당히 걸맞은 첫 책이 탄생한 것 같아 흡족하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앞으로도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직은 조그만 연구소지만 10년 후 삼성경제연구소를 능가할 연구소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아무쪼록 부족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 조언과 채찍질을 기대한다.

by 선대인 2013. 4. 4. 09:42

 

박근혜정부 출범 뒤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을 내놓았다. 부동산대책의 강도가 세고, 범위가 넓어서 그렇게 표현했을 텐데, 어이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열심히 빼도 시원찮을 판에 거품 잔뜩 키우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나, 이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하는 언론이나 정말 제 정신이 아니다.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에는 단기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대다수 일반가계와 한국경제에는 '종합 독극물 세트'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지금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전히 주택거품을 빼야 할 때다.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정부 초기에는 워낙 주택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에 일정한 부양책이 필요했다. 물론 그 부양책도 너무 오래 지속하는 바람에 부동산 투기 화염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집값이 너무 높아 주택 가격이 더 빠져야 하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부양책을 써봐야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절 압력 때문에 그 효과가 오래가지도 못하고 부동산시장의 조정 기간만 길어지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 등 부동산거품의 크기만 키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시장도, 한국경제도 뻗어버린다.

 

 

<그림>

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번 대책의 주요내용 가운데는 다주택자가 미분양을 구입할 때 양도세를 5년 동안 면제해주고 생애 첫 주택자에게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5년 동안 면제해주는 등 세금 부담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거나,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지금 집값은 가격이 비싸서 떨어지는 거지, 세금부담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세금부담 때문이라면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높았던 노무현정부 때 왜 올랐겠는가? 어차피 지금 거래되는 부동산의 약 90% 이상은 각종 명목으로나 다운계약서 등을 이용한 탈세를 통해서든 과세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집값이 올라야 양도소득세도 내게 된다. 지금 상태로 가서는 5년 동안 집값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올 연말까지 구입하는 주택에 대해 양도세 5년간 감면? 이런 정책에 혹해 안 살 집 무리하게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량이 줄어드는 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이미 과거 빚을 내서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수요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어차피 가격이 조정되지 않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물론 정부로서는 집값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집값 하락 속도와 그 폭은 어느 정도 조절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정책은 오히려 길게 보면 화를 부를 뿐이다. 결국 한국경제의 화약고인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되고, 가격 조정을 방해해 침체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있겠지만 집값이 정상화되면 부동산거래도 어느 시기에는 정상화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은 더 길어진다.

 

이번 대책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악질이라고 생각하는 건 생애 첫 주택자에게 DTI, LTV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이미 기존 수요는 고갈돼 아직은 소득이 부족한 젊은이들이나 수억원 빚을 내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서민가계들만 남은 상태다. 이들에게 빚을 왕창 내게 해줄 테니 떨어지는 부동산시장을 받쳐줄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대열에 이들마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좀비를 양산하는 악마인 네크로멘서 수준이다.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정부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더구나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엇박자인가? 한쪽에서는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또 다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세수가 부족해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깎아줘 서민들의 부가가치세와 유류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그런데 또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서민들에게 세금 바가지 씌우게 생겼다.

도대체 이게 정부의 탈을 쓰고 할 짓인가? 이명박정부 때 하도 험한 꼴을 많이 봐서 박근혜정부 시작할 때는 그래도 이명박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정말 바닥 아래 바닥이 있는 격이다. ‘인사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책참사까지 계속될 판이다. 그것도 출범 40여일밖에 안 된 정부가 새 희망을 불어넣기는커녕 소수 기득권을 위해 국민들을 절망의 늪으로 빠트려도 되나?

하여튼 며칠 전 경기종합대책에 이어 어제 부동산종합대책을 보니 이 나라 5년 동안 설거지는커녕 빚만 또 잔뜩 늘리고 폭탄만 돌리다 허송세월하게 생겼다. 이 나라 정부정치권과 1% 경제기득권들이야 신날지 몰라도 이 나라 백성들은 5년 동안 무수한 고통을 당하게 생겼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부동산 부양책, 호가가 뛰는 등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효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부동산시장은 제 갈 길 다시 가게 될 것이다. 이번 대책에 혹해서 무리하지 빚을 얻어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대책은 무주택서민에게 집 살 기회가 아니라 하우스푸어 행렬 초대장일 뿐이다. 대략 자산가치로 6500조원 이상 되는 부동산시장의 가격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지는 못한다. 철수레에 덤벼드는 사마귀의 형세일 뿐이다. 시장압력에 대들면 결국 철수레에 깔리게 돼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부동산 거품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이 같은 대책은 보통 부동산 거품 파열 직전에 나온다. ‘토건족 정부였던 이명박정부가 27번의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박근혜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이명박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했기에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인 부동산부자들의 기대에 자신은 더 잘 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내놓은 대책이 이번 대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결국 몇 달 후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새로 내놓을 대책은 뾰족하게 없다. 마지막 기대감도 시장에서 사라질 때 부동산시장은 그 동안 지연시켰던 가격 조정까지 한꺼번에 반영해 더 큰 폭의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더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예스24 '오늘의 책' 등 4대 서점의 메인 도서로 성정된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2. 10:28

 

박근혜대통령이 핵심 국정목표로 내세운 창조경제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가 연일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목표를 이해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없어서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사실 수십 년 동안 정반대 방향의 행정관행과 사고방식에 젖어온 사람들에게 갑자기 창조경제를 하라니 이해될 리가 있나. 더구나 창조경제는 누가 시키고, 거기에 맞춰 따르는 식과는 정반대의 경제 개념이다. 정부가 4대강사업 하듯이 대규모 재정을 직접 투입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해 자연스러운 문화 및 산업생태계가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역대 어떤 정부의 정치인과 관료들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박근혜대통령이 내세운 창조경제와 무관하게 원래 의미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자.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텍사스주 오스틴, 시애틀. 이 미국 도시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이들 지역은 예술가, 음악가, 동성애자들이 많이 산다. 또 이른바 첨단기술산업들이 발전해 있다. 이런 첨단기술산업들이 주는 고용과 고임금의 기회와 삶의 질을 누리려는 고학력층 인재들이 많이 산다.

이들 지역은 저명한 지리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대표적인 창조 도시로 꼽는 미국의 도시들이다. 창조도시는 지난 20~30년 전부터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해 선진산업국가에서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해내며 지속적 발전을 해나가는 도시를 말한다. 이런 창조부문의 일자리로 플로리다 교수는 과학과 엔지니어링, R&D, 기술 기반 산업, 미술 분야, 음악, 문화, 심지적인 일과 디자인 분야, 또는 보건 금융 법률 등 지식 기반 전문직 분야 등을 들고 있다. 이 창조 부문 일자리는 미국 내 일자리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들 일자리에 돌아가는 임금은 전체의 47%에 이른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일자리라는 사실이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런 창조 부문이 번창하는 창조도시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크게 3T를 들고 있다. 여기서 3T는 기술(Technology),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 관용도(Tolerance)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부가가치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게 기술과 인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잘 수용되는데 관용도에 이르면 많은 이들이 갸우뚱하게 된다. 관용도는 여러 문화적, 예술적 개방성과 생각과 가치관, 성적 취향 등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개방성과 다양성을 갖춘 지역일수록 재능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 없는 문턱 낮은 도시가 되고 그들이 가진 실험적인 아이디어들을 꽃 피우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국내 삼성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텍사스 오스틴이 대표적 사례다. (‘도시와 창조계급’(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푸른길) 110~111쪽에서 발췌 요약했다.)

텍사스 주의 오스틴은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하이테크 산업 발전 사례로 언급된다. 1984년 설립된 델컴퓨터 사의 성공에 힘입어, 오스틴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개발 거점이 되었다. 오늘날 이 도시는 1750개가 넘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입지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에서 11만 명이 넘는 사람들(오스틴 전체 고용자 수의 20%)이 근무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선도적 거점으로서, 오스틴은 지역에서 교육 받은 지식 노동자 풀과 광범위한 레크리에이션 기회 그리고 높은 삶의 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도시 노동력의 교육 수준은 상당히 높다.(중략) 오스틴은 환경과 레크리에이션 어메니티(Amenity)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만든 대표적 도시다. (중략) 사실 오스틴은 라이브 음악과 얼터너티브 영화에 있어서는 미국 최고의 도시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며, 암벽 등반, 활 사냥, 산악 자전거타기와 같은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야간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 도시는 경제, 레크리에이션, 환경 부문 모두에서 미국 최고의 도시 반열에 올라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도시 1, ‘포천이 선정한 하이테크 산업도시 1, ‘POV매건진이 선정한 붐타운 2, ‘워킹 매거진이 선정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5위 그리고 바이시클링 매거진이 선정한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 6위 등이 그것이다. (중략) 오스틴은 또한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질 문제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 도시는 고급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기 위해 레크리에이션 어메니티와 문화 어메니티 조성을 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기반을 만드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첨단산업 기반과 살기 좋은 라이프스타일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PMG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첨단산업 노동자들은 급여 조건에 이어 해당지역의 삶의 질을 일자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가족 및 친구와의 근접성, 기업의 각종 부수적 혜택, 스톡옵션, 기업 안정성 등을 압도하는 조건이었다. (‘도시와 창조계급’ 113쪽에서 재인용) 창조도시는 한 마디로 다양성과 개방성이 넘치며 총체적으로 매력 있는 생활환경이 갖춰질 때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추진하는 전략은 여전히 개발시대의 한 방 신화에 기대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가리지 않고 각종 경제자유구역이니 혁신도시니 국제자유도시니 하는 이름들을 내걸었지만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대표적 사례로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사업들을 살펴보자. 정부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송도, 영종, 청라지구를 각각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송도는 지식정보산업, 바이오, 첨단산업클러스터 단지로, 영종은 운북복합레저단지, 용유무의관광단지, 영종물류복합단지, 메디시티로 개발하며 청라지구는 레저스포츠단지와 첨단산업단지, 로봇랜드 등을 조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계획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끼고 있지만 서울의 위성도시에 가까운 지역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금융이나 첨단산업, 관광 기능을 제공할 수 없었다. 대중국 수출입 기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천 자체도 서울과 차별화되는 매력적인 창조도시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텅 비어있던 송도와 청라, 영종도 등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며 각종 세제 및 개발상의 특혜를 제공했을 뿐이었다.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섰지만 삶의 질 측면에서 세계적 기업들이 찾아오고 싶은 어떤 매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당초부터 부동산 개발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한 때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렸으나 그것이 신기루였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 투기 거품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이들 도시들을 건설하기 위해 2조원을 넘게 들여 인천대교를 건설하는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인천시는 막대한 부채를 쌓아 올렸다. 또한 이들 지역에 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구도심의 주택가들이 텅 비고 상가가 죽으며 구도심과 신도시 지역이 함께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의 다수는 여전히 한 방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부터가 그렇고, 전북 주민들의 새만금사업 유치 열기나 부산과 경남북 주민들의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이 모두 그런 환상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은 세금으로 경기장 건설 등 막대한 건설사업을 벌이게 돼 오히려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되기보다는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 그렇게 열을 올린 것도 바로 이런 환상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도와 전남 영암군이 F1 그랑프리 대회를 유치했다가 이미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그것은 그들 사업이나 행사 유치를 통해 이득을 보는 재벌건설업체와 지역토호세력,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노린 외지 부동산 투기세력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결코 시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정말 아시안게임이나 F1 대회를 치르고 새만금이나 경인운하사업을 할 돈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을 짓고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의 인재를 키웠더라면 한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다.

경제 발전은 그렇게 한 방에 이뤄지지 않는다. 차근차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들고 그렇게 조성된 양질의 생활환경 속에서 인적 자원과 자본, 기술, 문화환경 등이 결합할 때 생겨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도 생겨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창조경제의 성격상 탑다운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관료들이 대통령의 뜻하는 창조경제가 뭔지 눈치 살핀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창조경제는 사실 그런 일방적 지시와 눈치 살피기의 정반대편에 있는 개념이다. 더구나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현오석, 서승환 등 주요 경제정책 라인은 창조경제와는 거리가 먼 개발경제론자들이다. 사실 한국의 관료들 대부분이 창조경제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 방식과 문화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창조경제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될 리가 없다.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예술가들을 키우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창작스튜디오라는 건물 짓는 사람들, 홍대 앞을 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해 오히려 가난한 예술가들을 내쫓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창조경제는 머리로 이해하기 이전에 감성과 감각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그나마 추진할 때 가능한 일이다. 정말 창조경제를 하고 싶다면 민간의 창조적 감수성으로 똘똘 뭉친 이들을 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켜야 한다. 그 포스트의 주요 인사들은 지금 국장급 관료들보다 평균 20년 가량은 젊은 세대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는 죽었다 깨나도 안 될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예스24 '오늘의 책' 과 알라딘 '편집자의 선택'에 선정된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1. 14:22

 

신간 출간 기념으로 저희 연구소가 연간구독회원들을 위해 아래와 같은 행사를 준비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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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대인경제연구소입니다.

지난주 출간된 저희 연구소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 출간 기념으로 연간구독회원들게 특별한 혜택을 드리는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주 4월 6일(토요일) 자정까지 연구소 신간을 구매하시는 모든 연간구독회원들에게 향후 연구소의 컨텐츠나 유료강연 등에서 쓸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보내드립니다.

당장 4월 9일부터 오픈하는 카카오페이지의 오디오웹진 등 다양한 유료 서비스와 4월말~5월초 개최 예정인 제 1회 ‘SDI경제캠프’ 등에서 쿠폰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쿠폰을 받는 방법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4월 6일까지 <경제질문>을 구매하신 뒤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저희 연구소 웹마스터 메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영수증에서 구매일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회원 아이디를 함께 알려주셔야 합니다. 인증샷은 늦어도 4월 10일까지는 보내 주셔야 합니다. 아래 공지사항에서 알려드린 대로 신간 구입시 예스24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하는 방법과 병행하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편 4월 15일 저녁 7시반부터 웅진지식하우스 강당 (http://www.wjthinkbig.com/marketing/customer/LocationPr2.aspx) 에서
신간 출간 기념으로 연간구독회원들을 위한 특별 강연회를 엽니다.

주제는 <박근혜경제의 방향과 생존법>이지만 최근 경제현상과 관련한 모든 내용에 자세히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하시고 싶은 분들께서는 가급적 웹마스터메일(webmaster@sdinomics.com)로 사전에 참석 의사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저희 연구소를 성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저희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연구소가 마련한 특별한 이벤트이니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즐겁고 알찬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www.sdinomics.com

by 선대인 2013. 4. 1.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