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시장 흐름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필자의 짧은 소견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다섯 가지를 제언한다. 

1. 이명박-박근혜정부의 투기 조장 정책을 되돌려라: 지금의 부동산규제 상태는 이명박-박근혜 9년 동안의 적폐가 쌓여온 상태다. 이명박정부 때 20여 차례 이상의 부동산 부양책을 펼쳤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도를 넘는 부동산규제 완화책이 이어졌다. 특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취임 초기인 2014년 하반기에 주택대출규제, 분양시장규제, 재건축규제를 일사천리로 풀었고, 연말에 분양가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초과이익환수제 유예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등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부동산3법 마저 통과시켰다. 정부가 온 국민에게 돈을 빌려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이라는 투기판에서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2015, 2016년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폭증을 동반한 부동산시장 활황세를 낳았다.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을 두 축으로 한 부동산 상승세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게 한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부동산규제 상태는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정부가 작심하고 부동산 투기판을 만들어놓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할 일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 완화 상태를 되돌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최소한은 최경환 전 부총리 시절 풀었던 주택대출규제, 분양시장 규제, 재건축 규제를 2014년 8월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조세정책의 가장 큰 적폐인 감세정책을 그 이전 상태로 환원하듯 부동산 규제도 그래야 마땅하다.

2. 기득권 프레임에 말려들지 마라: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 언론들과 건설업계-부동산업계에 유착된 전문가들은 자칫 잘못하다 부동산시장이 확 가라앉으니 과열지역에 대한 "핀셋규제"를 하라고 한다. 그럴 듯 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의 국지적 대응이 매번 "풍선효과"를 낳았다. 그렇게 해서 이명박정부에서 수도권 부동산 투기세력이 지방으로 몰려 지방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다. 지난해 발표한 "11.3대책"을 내놓을 때도 정부는 당시에 "핀셋규제"를 하라는 기득권언론들과 그 궤를 같이하는 전문가들의 요구대로 전국 37개 지역만 지정해 분양시장 규제를 일부만 다시 묶었고, 재건축 규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열려 있는 규제 빗장의 틈바구니로 투기 열기가 분출한 것이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면 똑같은 언론과 전문가라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규제를 하면 "풍선효과"가 생기니 규제를 하지 말라고 한다. "풍선효과"는 규제 빈틈을 모두 메우지 않아 투기에너지가 빈틈을 뚫고 나온 때문이지, 규제 빈틈만 제대로 메우면 생기지 않는다. 지금 기득권언론들이 말하는 "핀셋규제"라는 것은 "찔끔규제"를 하라는 것이고,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를 최소화하라는 주문일 뿐이다. 가계부채가 폭증한 상태, 각종 부동산정책이 투기 조장 상태로 돼 있는 상태에서 이런 찔끔규제는 몇 달 후 또 다시 투기가 기승을 부리게 만든다. 따라서 투기규제를 적어도 2014년 8월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3. 노무현 트라우마에 빠지지 마라: 노무현정부 때 집값이 마구잡이로 뛰면서 기득권언론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결국 지지층이 돌아섰다. 문재인정부는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경제 흐름도 지금보다 좋았고, 집값 상승 압력이 강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으면서 뉴타운정책을 발표해 서울 집값을 자극했고, 열린우리당이 한 술 더 떠 뉴타운특별법 제정을 주도하면서 청와대와 엇박자행보를 보였다. 그 때문에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 약발이 후반으로 갈수록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많은 주택대출이 동원되는데도 집값 상승률은 과거에 비할 바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집값이 33.8%(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전국 기준) 뛰었지만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하는데 그친데 반해, 박근혜정부 때는 집값이 9.8% 뛰었는데 가계부채는 430조원이나 늘었다. 노무현정부 때는 주택시장의 상승압력이 강했던 때라면 박근혜정부 때는 하락압력이 강한 시대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 때와 같은 무지막지한 투기조장책이 없다면 주택가격은 얼마든지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다. 또한 노무현정부 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어깃장을 놓았던 것과는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보조를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때도 집값이 뛴 게 투기억제 대책의 일관성이 없어서였지, 투기억제를 지속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즉, 2013년 10.23 대책을 내놓았을 때는 집값이 꺾였다가 2004~2005년에 부동산 규제 완화를 지속했을 때 그 여파로 2005~2006년 부동산 폭등이 연출된 것이다. 폭등세가 완연해지자 2006년 하반기에 주택대출규제를 도입하는 등 돈줄을 조이자 2007년 초부터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즉, 정부가 투기억제책과 적절한 대출규제 등을 쓰면 노무현정부 때도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됐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있게 움직이기 바란다. 흔들리지 말고 일관되게 움직이라. 물론 집값이 급락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도록 하는 기조는 확고하게 잡고 가야 한다.

4. 지방혁신도시사업 2기와 도심재생사업은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연기하라: 지방 분권과 전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무현정부 때 시작한 지방혁신도시사업의 내실화를 어느 정도 다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존 혁신도시사업이 당초 목표했던 혁신도시를 만들기는커녕 그것을 빌미로 한 배후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변질돼 투기심리를 자극했던 과거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것이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시절 지방 집값을 뛰게 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그 같은 기억들 때문에 원주를 비롯해 혁신도시 지역 주변의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뛰고 있다. 도심재생사업 역시 사업성이 없어서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된 지역의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정한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매년 10조원씩 들여서 도심재생사업을 하면 반드시 대상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투기세력들이 이를 집값 상승의 재료라며 선동하고 다니고 있다. 더구나 도심재생사업은 서울시에서 진행한 몇 개 사업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충분히 안정적인 모델케이스를 만들고, 투기억제책을 마련한 뒤 점진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지방혁신도시 2기와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하다가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투기억제책을 통해 집값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는 해당 사업들은 연기하기 바란다.

5. 덤터기 쓸 우려와 단절하라. 그리고 국민들을 믿어라: 문재인정부는 집값이 떨어질 경우 기득권언론들이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떨어졌다"는 식으로 몰아갈 것을 걱정하는 것 같다. 즉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저질렀는데, 자신들이 덤터기를 쓸까봐 우려하는 것 같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울어진 언론지형에서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필요한 정책을 제때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민심의 눈치를 살펴 당장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책들은 공약으로 내놓지 않았다. 임기 초에도 다른 일들이 많았고 충분히 정책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결국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명확한 스탠스를 밝히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투기세력이 준동하게 한 빌미가 되기도 했다. 더 이상은 미루지 말기 바란다. 덤터기 쓸 게 걱정이라면, 이재명성남시장이 취임 직후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것에서 힌트를 얻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재명시장이 정치적으로 엄살을 떤 측면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당시 성남시 부채 문제를 전임 시장의 과오로 확실히 각인시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정부도 지금 부동산시장의 과도한 거품과 가계부채가 박근혜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국민들에게 확고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방송사들이 직접 중개하는 국민과의 토론과 같은 소통채널을 만들어서 설명하면 좋겠다. 이미 문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부 사용했던 방식이다. 국민을 향해 현 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현 정부가 처한 어려움과 딜레마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게 좋겠다. 김대중전 대통령도 외환위기 초기에 그런 식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며 어려운 상황을 헤쳐갔다. 지금은 정부 초기이고 국민들 대다수가 문재인정부를 선의로 대하고 있는 만큼 진심을 담아 말하면 통할 거라고 믿는다. 특히 연도별 가계부채 증가액 그래프만 보여줘도 대부분 국민들이 "박근혜정부가 정말 미친 짓을 했구나’라고 이해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바라건대,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면 좋겠다. 집값이 오르면 집 산 사람들은 좋지만, 무주택 서민들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집값이 급락해서는 안 된다. 집값 급락은 최대한 이 정부가 막겠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높으면 국민들이 힘들어지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너무 많은 가계부채를 쌓아올렸는데, 향후 혹시라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많은 가계들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 문제가 너무 커지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있는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이런 식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물론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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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7. 6. 13. 09:22

2014년에 저희 연구소는 <미래의 기회> 특강을 처음 개최했습니다. 첫 특강을 개최한 뒤 저 스스로 상당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기술 변화가 만들 변화의 양상이 생각보다 넓고 깊었습니다. 당시 수강자들 대부분도 뜨거운 호평과 함께 매년 한 차례 정도는 특강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주셨습니다. 


이에 부응해 저희 연구소는 이후 <미래의 기회> 특강을 연례행사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미래의 기회> 특강에는 이틀에 걸쳐 연인원 1700명이 참석했고, 역시 많은 분들이 뜨거운 호평을 보내주셨습니다. 어제까지 특강을 신청한 340여 명 가운데 무려 3분의 2 가량이 지난해까지 이 특강을 한 차례 이상 수강하셨던 분들이라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번 들어본 분들이 또 듣는 특강이라는 점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신청자들의 신청 동기 사전조사 내용 일부(무편집)


올해 특강은 지난해까지 특강을 개최한 경험과 많은 수강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더 알차게 준비했습니다. 과학기술의 최신 트렌드를 짚으면서도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도로 강의를 구성했습니다. 이에 따라 로봇공학, 블록체인, 인공지능, 뇌과학, 빅데이터, 혁신산업 동향 등의 최신 흐름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각 강사들만의 통찰력있는 조언을 제시할 것입니다.


데니스홍 등 특급 강사진의 강사료와 대관료 등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수강료도 가능한 한 낮게 책정했습니다. 저도 여러 특강에 다녀봤지만, 저희보다 결코 뛰어나지 않은 강사진과 강의 수준에서도 수십만원의 수강료를 받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기회> 특강은 가성비 최고의 특강이라고 자부합니다.


한편 많은 분들이 이 강의를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얼리버드 할인혜택이 있는 내일(9일)까지 신청하는 분들에 한해 <2017 성장형 우량주 40선> 보고서 업데이트판(3만 9000원)과 <미국 혁신산업의 유망주 분석>보고서 PDF판을 제공합니다. 특히 <2017 성장형 우량주 40선> 보고서는 가장 최신의 실적을 바탕으로 엄선한 40종목을 소개하고 올바른 투자법을 제시하는 보고서입니다. 올초 이벤트 기간에 제공한 <저평가 우량주 40선> 특집보고서를 국내보고서 패키지(28만원) 회원으로 가입해야 받아볼 수 있었던 점에 비하면 상당한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고 강사진의 명강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17 미래의 기회> 특강을 꼭 수강하셔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더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가급적 내일까지 신청하셔서 할인 혜택도 받으시고, 저희 연구소가 제공하는 특집보고서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저와 저희 직원들도 최선을 다해 알차고 유익한 특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대인 삼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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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7. 6. 8. 09:16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자유한국당 소속 김현아 의원이 포털 다음의 실검 1위에 올라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유일하게 이낙연 총리 인준안에 찬성표를 던져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지지자들 가운데 "민주당으로 오세요"라는 의견을 보내고, 그를 칭송하는 여론이 SNS에 쏟아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 사안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도 그의 선택을 반기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과 그동안 해온 주장을 잘 아는 나로서는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김현아의원은 건설업체들의 이익 대변 단체인 대한건설협회 부설로 출발한 건설산업연구원 출신이다. 그 연구원에서 건설경제연구실 실장까지 맡았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내가 보기에는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와 주장을 상당 기간 해온 사람이다. 부동산 이슈와 관련해 방송토론 등에서 그와 몇 차례 반대 입장에서 토론을 한 적도 있다. 그 때마다 그는 건설업계의 공급 확대나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는 한편 주택대출 규제에는 반대하는 발언을 주로 한 것으로 기억한다. 

김의원은 박근혜정부 들어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 옆에 그가 앉은 모습을 보고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한 바 있다. (링크한 기사의 사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오른쪽 옆자리에 서있는 사람이 김의원이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0529_0012120866&cID=10301&pID=10300 참고로, 박근혜정부에서는 초기부터 건설업계의 입장에 가깝거나 "한국에는 집값 거품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온 사람들이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주택도시공사 등의 수장으로 포진했다. 그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것도 그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나는 본다. 급기야 그는 지난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당선 직후 그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서민주거와 청년주거 문제를 위해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주거 문제라는 것이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것은 맞다. 그리고 누구나 겉으로는 이념적으로 주거 문제를 접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주거문제에 관한 한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절연하느냐 아니냐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한 판단의 잣대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의 과거 이력이나 주장에 비춰볼 때 그런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절연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도 건설자본이 돈을 대는 건설산업연구원을 나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때는 새로운 포부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굳이 그동안 그의 활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예상대로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서 그의 활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위 관련한 그의 입법 활동을 보면 세입자의 주거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을 몇 건 발의한 게 있지만, 현재 임대차시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들과는 거리가 먼 법안들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이미지 세탁용 코스프레에 가까운 법안이었다. 정작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비롯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과 같은 주장에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부동산서비스업에 각종 지원을 해주는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안을 발의하고, 인접한 여러 대지를 묶어 한 개 대지로 개발할 수 있는 건축협정 제도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아무래도 이런 법안들은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도움되는 법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여러 이력이나 주장,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그가 서민이나 주거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가 무한도전 출연 문제로 자유한국당의 당내 압박을 받고, 이번에 이낙연 총리 인준안에 소신 투표를 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 지지자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이 정도에 이르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순간의 한 단면만으로 김현아의원이 그동안 해왔던 발언과 활동이 모두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없지 않았다. 부동산문제와 관련해 주로 그와 대척점에 선 주장을 해왔기에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고 쓸 데 없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사감이 있어서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이미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고, 그 이전에도 오랫동안 상당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해온 사람이다. 더구나 극단적인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을 실시한 박근혜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이었고, 오랫동안 건설 및 부동산, 주택대출 규제 완화를 옹호해왔던 사람으로서 국내 주택시장이 이 지경까지 온 데 일정한 책임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그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나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어쨌거나 그는 무한도전 출연 논란과 이번 선택을 통해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정치인이 됐다. 그리고 그 모습만 기억하는 상당수 대중의 눈에는 그가 ‘소신 있고, 개혁적인’ 정치인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그의 모습에만 매몰돼서 평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기자와 연구자, 저자로서 활동하는 동안 이해관계에 오염된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일반 가계의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내 인생의 소명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글도 그런 마음으로 썼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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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7. 6. 1. 10:04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반 행보가 눈부시다. 소통과 치유의 행보는 섬세하고 따스하며, 적폐 청산과 개혁의 행보는 절묘하면서도 단호하다. 특히 지금까지 발표된 인사를 보면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만, 부동산정책에서 좀 더 뚜렷한 개혁방안이 발표되면 좋겠다. 물론 워낙 임기 초반이고 할 일이 산더미라는 걸 안다. 하지만 부동산문제 역시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여기에선 한 가지만 제언하고 싶다. 


나는 부동산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단 하나의 정책을 고르라고 하면 후분양제를 꼽겠다. 대다수 사람들이 살면서 사게 되는 가장 비싼 물건이 주택이다. 그런데 이런 주택을 건설업체들이 만든 팸플릿이나 실물과 다른 견본주택만 보고 사게 하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들은 나중에는 어떻게 될 값에라도 사람들을 선동해 무리하게 분양 대열에 서게 만든다. 입주 후 집값이 떨어져도 건설업체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3~5년의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게 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만연한 것도 선분양제 탓이 크다. 


선분양제에서는 건설업체에 비해 주택소비자의 권리가 한없이 취약해지는 것도 큰 문제다. 돈부터 받고 집을 파는 꼴이니 품질시공은 뒷전이다. 주먹으로 치면 움푹 들어가는 스티로폼 벽체로 시공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소비자들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산업용 폐기물까지 들어간 쓰레기 시멘트 사용이 아파트 시공에서 일반적이다. 기둥과 보만 더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는 층간소음 문제도 선분양제 하에서는 해결이 요원하다. 어차피 팔리고 난 상태에서 짓는 주택에 층간소음 줄이겠다고 비용을 더 투입할 리 만무하다. 이런 식으로 선분양제 하에서는 투기적 가수요로 주택경기의 진폭이 커지고, 위험한 구조의 주택대출은  늘어나기 쉬우며, 주택소비자는 홀대받고, 품질 경쟁은 어려워진다. 


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주택을 공급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 없는 것으로 안다. 수십 년 전처럼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이 빠르게 일어나는데 주택을 공급할 건설업계의 자금력이 취약하다면 모를까. 실질적인 주택 수요에 비해 건설업계가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상황에서도 아직 선분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몇 년간 박근혜정부에서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동원해 만든 ‘분양 호황’으로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부채를 털었다. 건설업체들의 부채를 가계부채로 이전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분양제를 실시하지 못한다면 언제 실시할 수 있겠는가.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금력이 취약한 건설업체들도 최대한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 여력을 확대해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겐 안타깝지만, 부실한 업체가 퇴출되는 것은 정상적 시장에서라면 이미 일어났을 일일 뿐이다.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이 뛸 거라는 엄포도 건설업계는 내놓는다.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오히려 지나친 공급 과부족이 되풀이되는 흐름이 약화돼 집값의 진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권 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어 집값을 밀어올린 효과만 할까. 건설업체들 주장이 맞다고 쳐도 지난 몇 년간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져 올해 하반기 이후 ‘공급 폭탄’이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후분양 이행을 위한 적기다. 


어떤 핑계를 대도 이제 후분양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는 기득권세력이 흔히 말하는 ‘반시장적 조치’와도 거리가 말다. 오히려 후분양제는 다른 모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완성품을 사게 한다는 점에서 시장원리에 더 맞다. 건설업계가 ‘갑질’하게 하는 선분양제냐, 대다수 국민들이 편한 후분양제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후분양제는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1997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던 과제다. 그러다 외환위기 직후 건설업계의 저항으로 선분양제는 유지되고 분양가만 자율화돼 부동산 광풍을 불렀다. 이후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후분양제 도입을 야심차게 공표해 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과정에서 당시 건설교통부의 사보타주 행태로 후분양제 도입은 지지부진해졌다. 그리고 이명박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를 핑계로 후분양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선분양제가 처음 도입된 1977년 이후 40년, 정부 차원에서 후분양제 전환 의사를 밝힌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시대착오적 선분양제로 온 국민들이 시달리고 있다. 이런 선분양제는 분명히 비정상이다. 주택시장의 가장 큰 적폐다. 후분양제 전환은 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미완의 과제다. 노무현정부의 계승자인 문재인정부가 후분양제만큼은 임기 안에 꼭 안착시켜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염원한다.  



 <미래의 기회는 어디있는가 2017> 특강(7월 8, 9일) 얼리버드 모집중. 데니스홍, 송길영, 이민화, 강정수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 여덟 명의 명강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특강!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8285

by 선대인 2017. 5. 25. 07:36

우리 연구소 주최로 올해 4회째를 맞는 <미래의 기회는 어디있는가 2017> 특강(7월 8,9일). 2014년 처음 시작했다가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평에 이후 매년 개최하게 된 특강입니다. 지난해에도 이틀간 약 1700명이 참석했고, 수강한 분들이 다음해 또 수강하는 특강입니다. 


지금까지 참석한 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는 최신 흐름 못지 않게 해법에 초점을 둔 강연들을 마련했습니다. 또 저명한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벤처업계의 대부'라 불리는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디지털미디어 혁명의 권위자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등 올해도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여덟분을 모셨습니다. 감히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특강이라고 자부합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8285

by 선대인 2017. 5. 23. 10:31

트럼프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시작됐다는 기사 아래에 "우리는 고생 끝, 니네는 이제 시작이네"라는 댓글을 봤다. ㅋㅋ 미국 국민들도 참 고생이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미국이 부러운 게 있다. 미국은 사회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훨씬 잘 작동한다는 것.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은 내가 보기에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수사도 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미국은 정권 초기에 바로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들고 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들이 그 같은 특검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한다. 한국의 조동문 같은 언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정권 초인데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한다. 부당한 권력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도, 그 권력의 정점에 사정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정권 말기에나 가능했다. 이런 게 그래도 미국의 힘이라고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서 어젯밤 읽은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에서 본 스탠포드대 한국계 교육학자 폴김 교수님의 말씀이 와닿는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조직 체계(institution structure)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 조직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이 때 모든 국민이 그 수준에서 생각하는 그것이 표준이 되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고자 생각하면 그게 또 하나의 모델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의 믿음이나 생각의 수준에 따라 변화의 방향과 정도나 수준이 결정되는데, 그것은 체계적인 구조가 있고, 또 사람들이 그 변화를 원해야 가능한 겁니다. 원하지 않고 사회의 그냥 어느 정도 하는 수준에 만족하고, 질문하지 않고, 이게 삶의 표준인가 보다 하고 사는 체제와 사회라면, 그 사회는 당연히 혁신을 추구하지도 않을 거란 말입니다. 혁신은 불편한 것이거든요.”


by 선대인 2017. 5. 20. 11:18

한국씨티은행이 지점 133개 가운데 101개(80%)를 폐점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돌풍을 일으킨과 같은 흐름으로 읽힙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점포 수요가 줄고, 적자점포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 은행권에서 3000여명이 감원됐는데, 올해는 그 흐름이 더 가속화될 것 같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자리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납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면서 산업과 기업의 관점에서만 얘기하지 말고, 함께 일어나는 일자리 불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선주자들은 응답해 주기 바랍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746141






by 선대인 2017. 4. 13. 09:47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한동안은 거의 매일 울지 않았던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세대행동'이라는 모임에서 함께 길거리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왜곡보도를 일삼는 KBS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소 운영과 '집코치' 론칭 준비 등의 일들에 치여 세월호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를 쏟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 3년간 두 가지는 계속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페북과 트위터 플픽을 지금의 것으로 바꿔 유지하고 있다. 간단한 행위이지만, 제대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는 매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내가 진행자로 참여하는 나꼽살 방송에서 배영란작가가 세월호 가족들을 인터뷰한 육성을 매번 싣고 있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갈지는 몰랐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후안무치와 야권의 지리멸렬이 겹치며 세월호의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이제 3년. 차가운 물 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작업 하루만에 올라오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쫓아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늦었지만, 세월호가 올라오면서 가라앉았던 진실도 함께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억울하게 숨져간 원혼들의 넋을 이제라도 제대로 달래고 유가족들의 아픔이 이 사회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게 한 야만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으면 좋겠다. 


by 선대인 2017. 3. 23. 12:34


오늘자 중앙일보의 데스크 칼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자리에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http://news.joins.com/article/21392644


내 보기에 대체로 한국 언론들은 기업들 걱정은 충분히 해준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서 가계를 걱정해주는 일은 별로 없다. 칼럼을 쓰는 이들도 결국 다 노후 불안을 느끼는 개인이고 가정의 한 구성원이면서도 그렇다. 


국내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훨씬 더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논하면서 일자리와 노후, 교육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이 산업 4.0을 이야기하면서, 노동 4.0과 교육 4.0을 함께 이야기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큰 변화를 부르는 산업 4.0에 발맞춰 사람들의 일자리와 노후를 안정화하고, 교육을 개혁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의 저항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들을 21세기판 러다이트 노동자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기술 변화와 4차산업혁명을 사람들이 큰 불안감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 언론 등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와 노후, 교육을 함께 논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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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7. 3. 22. 09:51

제4차 산업혁명과 제2의 기계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적어도 향후 수십년간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소득의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기계의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겨난 이득을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자리와 노동소득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총수요를 확충하는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자본의 수익률이 점점 더 높아져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걷어서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해도 자본의 집중과 불평등의 가속화는 제어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지금 세계의 평균 부가 연 2% 늘어날 때, 즉 평균 자본수익률이 2%일 때 상위 0.1%의 부를 가진 사람들의 자본수익률(r)이 6%라고 하자. 그러면 30년 뒤엔 최상위 0.1%가 세계 전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현재 최상위 0.1%가 대략 세계 전체 자본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30년 뒤에는 60%를 소유하게 된다. 극소수 최상위 부유층으로 부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 최상위 부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들이 지난 수십년동안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2의 기계시대’에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소득뿐만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자본도 국민들에게 나눠줄 필요가 있다. 기계의 높아지는 생산성이 주는 경제적 혜택을 대다수 국민들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본 격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불평등이 확대되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토마 피케티는 같은 소득을 버는 사람들의 소득 격차보다는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함에 따라 자본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연봉 5000만원인 두 사람이 있어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10억 원인 사람 A와 0원인 사람 B의 실제 생활수준과 종합소득은 다를 수 있다. B는 근로소득만이 유일한 소득원이다. 하지만, A는 10억 원짜리 주택을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더 나아가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추가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면 같은 연봉을 받는 두 사람의 소득 수준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수저론’이 그토록 널리 회자되는 것도 이미 이런 현실을 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재벌 3,4세들의 재산 축적 과정을 보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자본을 나눠줄 수 있을까. 국가가 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해 이 지분을 한데 섞은 거대한 기금풀(pool)을 만들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이 기금풀의 지분을 나눠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때 이 기금풀을 국가공유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국가공유자본에 축적할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할 때 지원하는 자금에 상응하는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살아남아 큰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초기의 작은 지분도 미래에는 매우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에 지원하는 각종 연구개발 자금을 집행할 때도 기술 상업화시에 정부나 지자체가 로열티를 챙기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면 된다. 매년 수십 조 원의 관련 예산과 자금이 공공부문에서 집행되므로 이런 식으로 확보하게 되는 지분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공유자본풀을 조성하고,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혁명의 혜택을 소수의 자본가나 창의적 사업가들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 자본 소득의 불평등도 일정하게 해소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은 자신이 할당받은 기본자본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매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배당금을 재투자해 필요할 경우 자신의 자본을 더 늘려갈 수도 있다. 또한 중병 치료나 결혼 준비, 자녀 학자금 지급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일정한 절차와 조건에 따라 기본자본을 매도해 요긴하게 쓸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너무 이상적인 제안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기술변화에 따른 충격들이 현실화될 때 우리는 이런 제안들을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때부터 준비를 하면 국가공유자본을 형성하고 기본자본을 지급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국가공유자본을 축적해 기본자본 지급 제도를 실시할 토대를 다져가자.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정직하고 정확한 경제정보로 경제를 보는 안목도 키우고 연구소의 독립적인 목소리도 응원해 주세요. http://www.sdinomics.com

by 선대인 2017. 3.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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